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03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12월 14일 01시 32분 등록


. [] . 바람 속에서


기형도


나무가 서 있다. 자라는 나무가 서 있다. 나무가 혼자 서 있다. 조용한 나무가 혼자 서 있다. 아니다. 잎을 달고 서 있다. 나무가 바람을 기다린다. 자유롭게 춤추기를 기다린다. 나무가 우수수 웃을 채비를 한다. 천천히 피부를 닦는다. 노래를 부른다.

나는 살아 있다. 解氷과 얼음 속을 오가며 살아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은빛 바늘 꽂으며 분다. 기쁨에 겨워 나무는 목이 멘다. 갈증으로 병든 잎을 떨군다. 기쁨에 겨워 와그르르 웃는다. 나무가 웃는다. 자유에 겨워 혼자 춤춘다. 폭포처럼 웃는다. 이파리들이 물고기처럼 꼬리치며 떨어진다. 흰 배를 뒤집으며 헤엄친다. 바람이 빛깔 고운 웃음을 쓸어간다. 淸潔한 겨울이 서 있다.

겨울 숲 깊숙이 첫눈 뿌리며 하늘이 조용히 安心한다.


 『기형도 전집』, 문학과지성사, 1999

20201213_005432372.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 [시인은 말한다] 수면 / 권혁웅 file 정야 2020.06.29 1040
163 [리멤버 구사부] 가치관에 부합하게 file 정야 2020.10.11 1037
162 [시인은 말한다] 자유 / 김남주 file 정야 2019.08.20 1034
161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정야 2021.10.25 1027
160 [리멤버 구사부] 행복한 일상적 삶 file 정야 2020.06.08 1027
159 [리멤버 구사부] 살고 싶은 대로 산다는 정야 2017.11.21 1027
158 [시인은 말한다] 무인도 / 김형술 file 정야 2020.09.07 1026
157 [시인은 말하다] 꿈 / 염명순 정야 2021.05.17 1025
156 [시인은 말한다] 별 / 이상국 file 정야 2019.09.23 1018
155 [리멤버 구사부] 워라밸 file 정야 2020.09.14 1017
154 [시인은 말한다] 오늘의 결심 / 김경미 file 정야 2019.12.16 1015
153 [시인은 말한다] 상처적 체질 / 류근 file 정야 2019.03.25 1014
152 [리멤버 구사부] 깊이, 자신 속으로 들어가라 [1] 정야 2017.08.01 1010
151 [시인은 말한다] 넥타이 / 나해철 file 정야 2020.01.28 1008
150 [시인은 말한다] 현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file 정야 2019.07.29 1008
149 [리멤버 구사부] 부하가 상사에 미치는 영향 file 정야 2019.04.29 1002
148 [시인은 말한다] 생활에게 / 이병률 정야 2019.06.17 995
147 [리멤버 구사부] 도약, 그 시적 장면 file 정야 2019.03.04 995
146 [리멤버 구사부] 우연한 운명 file 정야 2020.11.23 994
145 [리멤버 구사부] 오직 이런 사람 file 정야 2020.06.22 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