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253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9월 28일 03시 11분 등록



추석날 아침이 되면 긴 팔 옷을 입고 차례를 지낸다. 가을은 과실이 빛나는 계절이다. 온갖 종류의 과실을 차례상에 올리는 이유도 잎의 시절은 가고 과실의 시절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나무의 울창함은 사라지고 남겨야 할 씨앗이 중요해지는 시절이기도 하다.

간혹 마흔이 저물 때쯤이면 사람들은 우리의 시대가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아이들이 커지고, 우리는 작아진다.

형님 댁으로 차례를 지내러 가는 동안 큰아이가 운전을 했다. 큰아이가 운전을 하면 작은아이는 앞자리에 탄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뒷자리로 옮겨 앉는다.

우린 점잖게 뒷자리에 앉아 젊은 아이의 운전 솜씨에 몸을 맡긴다. 아슬아슬한 자동차의 물결 속을 신이 나서 달려간다. 아이 엄마는 간혹 비명을 지르기도 하지만, 나는 속으로만 지른다.

자동차의 뒷자리에 앉으면 나는 몇 살을 더 먹곤 한다. 점잖게 앉아 젊은이들이 세상을 이끄는 것을 가슴 졸이며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 늘 앞자리를 선호한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 휴머니스트, 181p


KakaoTalk_20200928_025402419.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 [시인은 말한다]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 복효근 file 정야 2020.02.10 886
103 [리멤버 구사부]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라 정야 2017.10.04 878
102 [리멤버 구사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정야 2022.01.10 874
101 [리멤버 구사부]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될 때, 몇 가지 충고 정야 2021.02.15 874
100 [리멤버 구사부] 여든다섯 살 할머니의 쪽지 file 정야 2020.01.06 874
99 [리멤버 구사부] 나는 사는 듯싶게 살고 싶었다 정야 2021.04.26 865
98 [시인은 말한다] 타이어에 못을 뽑고 / 복효근 file 정야 2019.10.14 864
97 [리멤버 구사부] 일이 삶이 될때 정야 2021.02.01 863
96 [리멤버 구사부] 나는 나무다 [1] 정야 2017.11.29 863
95 [리멤버 구사부] 불멸한 사랑 정야 2021.03.15 861
94 [리멤버 구사부] 노회한 사려 깊음 file 정야 2020.04.27 860
93 [시인은 말한다]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정야 2021.01.11 858
92 [시인은 말한다]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 이은규 정야 2022.02.03 857
91 [리멤버 구사부] 많이 웃어라 정야 2017.10.04 854
90 [리멤버 구사부] 공헌력으로 차별화하라 정야 2017.10.04 850
89 [리멤버 구사부] 지금을 즐기게 file 정야 2020.03.02 843
88 [리멤버 구사부] 삶의 떨림 [1] 정야 2017.08.01 843
87 [시인은 말한다] 길 / 신경림 정야 2022.01.17 840
86 [시인은 말한다]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file 정야 2020.03.09 839
85 [리멤버 구사부] 올해 [4] 정야 2018.01.02 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