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879
- 댓글 수 1
- 추천 수 0
나는 나무다
전생에
나는 아마
나무였을 것이다.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바람이 불면
'솨아' 소리를 내며
온 잎들을 있는 대로
바람에 실어 날리는 나무이다.
봄이 되면
꽃을 주렁주렁
피우는 나무이다.
여름 소나기 끝에
햇빛이 다시 쨍해질 때
초록색 물방울을 달고 서 있는
싱싱한 이파리로 뒤덮인 나무이다.
때가 되면 꽃보다
더 진한 단풍으로
깊어지는 나무이다.
아,
그리고 그 나무,
겨울 그 강풍에
아무 소리 않고
죽은 듯 서 있는
그 나목.
그것이 바로 나이다.
나는 온몸 안을
꽃으로 가득 채운 채
꽃 터지는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구본형, 휴머니스트, 351
댓글
1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4 | [리멤버 구사부] 좋은 얼굴 | 정야 | 2021.09.13 | 1125 |
223 | [시인은 말한다] 은는이가 / 정끝별 | 정야 | 2021.09.06 | 1372 |
222 | [리멤버 구사부] 도토리의 꿈 | 정야 | 2021.08.30 | 1237 |
221 | [시인은 말한다] 직소폭포 / 김진경 | 정야 | 2021.08.23 | 1258 |
220 | [리멤버 구사부] 필살기 법칙 | 정야 | 2021.08.16 | 1118 |
219 | [시인은 말한다] 함께 있다는 것 / 법정 | 정야 | 2021.08.09 | 1293 |
218 | [리멤버 구사부] 숙련의 '멋' | 정야 | 2021.08.02 | 1154 |
217 | [시인은 말한다] 여름의 시작 / 마츠오 바쇼 | 정야 | 2021.07.26 | 1111 |
216 | [리멤버 구사부] 괜찮은 사람 되기 | 정야 | 2021.07.26 | 1125 |
215 | [시인은 말한다] 영원 / 백은선 | 정야 | 2021.07.12 | 1318 |
214 | [리멤버 구사부] 자신의 삶을 소설처럼 | 정야 | 2021.07.12 | 986 |
213 | [시인은 말한다] 송산서원에서 묻다 / 문인수 | 정야 | 2021.07.12 | 1083 |
212 | [리멤버 구사부] 불현듯 깨닫게 | 정야 | 2021.06.21 | 976 |
211 | [시인은 말한다] 노자가 떠나던 길에 도덕경을 써주게 된 전설 / 베르톨트 브레히트 | 정야 | 2021.06.14 | 1125 |
210 | [리멤버 구사부] 치열한 자기혁명 | 정야 | 2021.06.14 | 939 |
209 | [시인은 말한다] 다례茶禮를 올리는 밤의 높이 / 박산하 | 정야 | 2021.05.31 | 1076 |
208 | [리멤버 구사부] 지금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 정야 | 2021.05.24 | 1074 |
207 | [시인은 말하다] 꿈 / 염명순 | 정야 | 2021.05.17 | 1024 |
206 |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 안으로부터 문을 열고 | 정야 | 2021.05.10 | 1053 |
205 | [시인은 말한다] 나무들 / 필립 라킨 | 정야 | 2021.05.03 | 11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