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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6일 19시 34분 등록

우리도 가끔은 하느님이예요.
벤 퀘이뻐르스 글/ 잉그리드 고던 그림 / 김근 옮김 / 마루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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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는 건 무지막지한 행복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박물관보다도 많은 걸 갖고 계시고 그것을 기꺼이 사랑하는 손자손녀에게 물려주신다. 기회만 된다면.

그럴 기회가 많지 않음이 안타까울뿐.

책을 읽는동안 나도 이런 이야기꾼 할머니가 되고 싶어졌다. 내 조카가 6살쯤되면 내 옆에서 놀까? 난 그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 얼마전에 읽은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에서 신의 속성, 특징을 '창조주'라 했다. 신은 넘치게 풍요롭기 때문에 창조하신다고.
<신>은 읽기 쉽게 씌여졌지만 그것을 내 언어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중에 창조하는 특성 하나를 <우리도 가끔은 하느님이예요>처럼 써낼 수 있다면 좋겠다.

# 할머니는(정확히, 혹은 바꾸어 말한다면 작가는) 신을 여자아이 6살로 선정하여, 6살 여자아이에게 세계가 창조된 이야기를 해준다. 신의 이름은 손녀와같은 이름 '테아'이다.
아이가 만나는 신은 친근하고 아이를 사랑하고 따뜻하고 장난기가 넘친다. 할머니의 이야기 속의 신은 할머니의 따뜻한 속성과 같고,, 아이의 천진한 모습과 같다. 

# 하느님은 자신과 함께할 인간으로 먼저 이브를 만들었고, 창조의 거의 막바지에 창조작업의 노곤함으로 쉬려고 할 때 아담을 만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경의 창조이야기와는 다른 순서이다. 물론 해를 만들고, 식물을 만들고, 그리고 동물들을 만드는 순서도 우리가 성경에서 누누히 보아왔던 순서와는 다르다. 순서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창조적인가, 아닌가는 무엇을 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는가 일것이다. 테아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창조의 순서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아마도, 따뜻한 포근한 그 어떤 것, 이때 생각나는 것은 엄마라는 존재이지만, 그런 것이 신이라고 하느님이라고 은연중에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 신은 왜 6살 아이의 모습인가.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에서 하느님의 이름이 '테아'이고, 그리고 테아는 자신이 한번도 본적이 없는 이상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는 세계에 존재하는 동물의 다양성을 이해한다. 모기가 창조되었다는 것도, 그것이 없어야 하냐는 물음에 그냥 있는게 좋겠다는 테아의 대답은 기가 막히다.

세상에 다양한 동물 식물은 그런게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과 6살 아이의 장난끼가 결합되었다. 신에게 장난끼가 없었다면 세상은 이렇게 풍요로웠을까. 내게 필요한 것만을 만들고, 꼭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걸 만든다면 세상은 이렇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보다 아주 많이 삭막하겠지. 만일 내게, 만일 내게 하느님처럼 세상을 창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만들고 싶다. 코가 길어서 이상한 코끼리랑, 주둥이가 요상하게 긴 개미핧기랑, 바퀴벌레랑, 모기도... 그리고 재미삼아 그냥 만들어 본 모든 것까지 넣고 싶다.

 

# 테아는 그림을 그리고, 엄마는 예쁜 치마를 만들고, 할머니는 이야기를 만든다.

"우리도 가끔은 하느님이예요."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 엄마가 딸을 위해 천에서 세상에 없던 '치마'를 만들어 낼 때, 그리고 할머니가 손녀 테아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때... 그 순간 가끔은 하느님이 된다.

 

책에서 이 대목을 읽을 때, 나는 테아의 사랑과, 엄마의 사랑과 할머니의 사랑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느님의 속성 중에 하나는 사랑이니까. 창조에 이유가 필요하다면, 하느님이 이브를 위해서 뭔가 만들기를 기뻐했던 것처럼, 엄마가 치마를 만들고, 할머니가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것처럼, 그건 누군가의 기쁨을 위해서일 것이다.

 
===

본문중에서>


"처음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던다. 하느님만 있었지. 그때 하느님은 6살짜리 여자아이였어."
"6살짜리 여자아이였다고요?" 테아가 말했습니다. "하느님은 수염달린 남자잖아요. 그림에서 하느님을 본 적이 있는걸요."
"물론 하느님은 수염 달린 남자도 될 수 있지. 하느님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어. 왜냐고? 하느님이니까. 하지만 처음에 하느님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랐어. 항상 세상에 있어 왔기 때문이야. 하느님은 자기가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지. 하느님은 가끔 중얼거렸어.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원하는 건....' 하지만 정작 무엇을 원하는지는 몰랐어. 하느님은 6살짜리 여자아이였거든. 그 나이 때는 원래 그렇잖아."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왠지 알 것 같아요." 테아가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오직 하느님만 있었단다. 하느님의 이름은 테아였어. 하느님은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 혼자 앉아 있었지."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왜 어둠 속에 있었어요?"
"아직 빛을 만들지 안았거든. 어둠 뿐이었지."

"할머니, 잠깐만요." 테아가 말했습니다. "하느님이 테아라고 하셨죠?"
"그래."
"그런데 왜 계속 하느님이라고 하세요? 테아라고 하지 않고요?"
"그건 하느님이 빛과 세계와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든 단 한 분이기 때문이야."
"어려워요. 하지만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테아가 말했습니다.

"하느님이 빛에 익숙해졌나 봐요." 테아가 말했습니다. "익숙해지면 그냥 보통 일이 되는 거죠."
"그래, 그랬나 봐."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하느님과 이브는 여기저기를 보고 또 보면서 걸어다녔어. 이브는 너무 피곤해져서 커다란 자작나무 아래 앉아 쉬었단다. 곁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어. 양귀비, 수레국화, 허브, 카밀레. 멀리서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어. 하느님은 주위를 둘러보고 조금 부끄러워 하면서 말했단다."
"세상을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몰랐어."
이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요. 
"이상해요. 뭔가 빠진 거 같아요."

"모든 게 좋아요. 하지만 뭔가, 뭔가가 없어요. 이럴 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뭔가 더 있어야 해요."
"그게 뭔데?" 하느님은 이브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고 싶었어요. 이브와 함께 있으면 행복했거든요. 하느님은 이브가 바라던 세상이 아니라서 슬퍼졌습니다. 
"뭐가 보고 싶어?" "뭘 맛보고 싶어? 무슨 향기를 맡고 싶어?"
"그런 게 있으면 좋겠어요." 이브가 말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거요. 그리고 나긋나긋하면서 살아 있어야 해요. 그리고 내 옆에 있고 싶어 해야 해요. 그리고 그게 내 무릎 위에 누워 있고 싶어 하면 좋겠어요. 하지만 가끔은 알아서 자기 일을 해야 해요. 그리고 듣고 싶어요. 그게 내는 소리를요. 서로가 하나인 것처럼 느껴지는 소리 말이에요."
"알 것 같아. ...." 하느님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었습니다.

"창조는 원래 있지 않던 것을 만들어 내는 거란다."

".... 이브는 뛰어다니는 양을 보고 좋아했어. 하느님은 말, 코끼리도 창조했지. 이브는 코끼리 코를 보면서 웃었어. 하느님은 이브가 환하게 웃자 너무 기뻐서 이번에는 원숭이를 창조했지. 그리고 장난삼아 땅 밑에 사는 두더지를 창조하고 낙타와 토끼도 창조했어. 하느님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동물들을 창조했단다."
"사람들은 가끔 그래요." 테아가 말했습니다. "뭔가 일을 시작하면 계속 하고 싶거든요. 저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멈출 줄 몰라요. 노래를 부르고, 부르고 또 부르고...."

"그리고 독수리, 까마귀, 황새, 또 까치도 창조했단다. 계속 창조했지. 하느님 자신도 이렇게 많은 새를 생각해 낼 수 있는지 몰랐어. 아마 이브가 좋아하니까 이것저것 창조한 게 아닌가 싶어. ......"

"올챙이는 참 신기해요." 테아가 말했습니다.
"올챙이도 하느님이 장난친 거야."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하느님은 자기가 장난을 치면 이브가 웃는 게 좋아서 그랬던 것 같아. 내 생각은 그렇구나. 이브가 '바다도 꽉 차야 해요!' 하고 외쳤어. 하느님은 바다로 뛰어갔단다. 그리고 청어, 새우, 가자미, 고등어, 돌고래를 창조했어. 그런데 이브는 돌고래를 보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이해가 돼요. 저도 멋진 것을 보면 말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테아가 말했습니다.

"좋은 생각이 났어요." 이브가 말했습니다. "조금 전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는 순간에 세상이 얼마나 완벽한지 알았어요."
"그래?" 하느님이 기뻐하며 말했어요.
"눈을 감으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워요."
"그렇구나." 하느님은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는걸."

하나님은 사람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브가 말했어요. "나랑 달라요. 여자가 아니잖아요."
"다시 만들까?"
"아니에요." 이브는 남자아이를 쳐다보고 인사했습니다. "착하게 생겼구나. 안녕?"
"안녕." 남자아이는 브끄러워하면서 인사했어요.
"안녕 , 아담!" 하느님은 이미 남자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알고 있었어요." 테아가 말했습니다. "아담은 이브에 속한 이름이잖아요."

"하느님 고마워요. 이젠 자러 가도 돼요."이브는 하느님께 말했습니다. 
"그래." 하느님이 말했어요. "말할 수 없을 만큼 오랫동안 잘 거야. 세상이 완성됐으니까. 이제 다시 세상에 무언가를 하려면 아루 오래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구나." 그러고는 하느님은 자러 갔습니다. 
이브는 아담과 함께 걸었습니다. 이브는 아담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하느님이 아니에요." 테아가 말했습니다. "하느님하고 저는 이름만 같아요."
"그렇지 않단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가끔은 네가 하느님 깥을 때도 있어."
"언제요?"
"멋진 그림을 그릴 때지.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잖니."
"그럼 제가 그 그림을 창조한 건가요?"
...
"그럼 엄마가 예쁜 치마를 만들어 주는 것도요? 치마가 되기 전에는 천만 있잖아요. 엄마자 천으로 치마를 만드는 것도 창조예요?"
"그래."
"그럼 엄마도 하느님이겠네요?"
"그럴 수 있지."
"그럼 할머니도 이야기할 때 하느님이에요?"
"그러면 좋겠구나."
"그럼 모든 사람이 하느님이겠네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이 될 수 있는 거네요."
"그래, 그렇단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까요?"
"모두가 알지는 못할 거야."
"맞아요. 사실 저도 전혀 몰랐거든요."
테아는 일어나서 창문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태아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도 가끔은 하느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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