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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7일 07시 43분 등록

깊은 인생 (Deep Life)

(구본형, Humanist, 2011.04.18)

 

1. ‘깊고 푸른 삶(저자에 대하여)

 

■ 구본형

 

 구본형.JPG

- 1954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모교의 교수가 되려 하였다. 그러나, 당시는 이념의 폭력성이 국가, 민족, 종교로 퍼지고 야만이 연출되던 때였으니, 마음으로 따르던 스승이 송사에 휘말려 자신도 그 뜻을 펼치지 못하였다. 이후 깊고 지루한 직장인의 삶을 살아간다. 세계적 기업, IBM에서 영업관리직으로 4년여를 일한 뒤 경영혁신을 주관하는 부서로 옮겨 일하게 된다. 그러나, 1991년까지 보통의 삶을 살던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중 IBM 본사의 말콤볼드리지(Malcolm Baldrige) 국제 심사관으로 선발된다. 이 일은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고 이후 현장에서 자신을 불태우는 작업을 묵묵히 진행한다. 그 작업은 과거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을 연결시키고 결국 자신의 소명으로 명확하게 자리매김하여 변화경영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창조해 내기에 이른다. 자신의 길을 찾은 이후 그만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회사를 나오고 밥벌이로부터 자유를 만끽하기 위한 자신만의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2000, 자신의 이름을 딴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를 설립하고 끊임없는 연구와 더불어 후학을 키우며 사회에 헌신하고 있다. 또한, 자신은 현재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변화경영전문가에서 변화경영사상가, 결국 변화경영 시인으로 끊임 없이 진화하고 정진하는 중이다.

 

▷ 역사학도 (~1980)

▷ 직장인 (1980~2000)

▷ 변화경영전문가

▷ 변화경영사상가

▷ 변화경영시인

 

매년 한 권의 책을 써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1998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시작으로 그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년도 별로 정리하여 놓고 보니 자신과의 약속이었음에도 마치 페르시아인들의 약속처럼 굳세다.  

 

1998 : 익숙한 것과의 결별

1999 : 낯선 곳에서의 아침

2000 :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 / 떠남과 만남

2001 :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2002 : 사자 같이 젊은 놈들

2003 : 내가 직업이다

2004 :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 일상의 황홀

2005 : 코리아니티

2006 : 공익을 경영하라

2007 : 사람에게서 구하라 / 아름다운 혁명, 공익 비즈니스

2008 : 세월이 젊음에게

2009 : 더 보스, 쿨한 동행

2010 : 필살기

2011 : 깊은 인생 /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

 

■ 평범하다 강조한다

 

1980년부터 시작된 오랜 직장 생활은 그를 더 이상 그이게 하지 않았다. 그는 말한다. “맡은 일이 적성에 맞고 무난했기에 잘나가는 다른 부서를 일부러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일이 주어진다 해도 묵묵히 새로 맡은 일을 하게 되었을 여느 직장인처럼, 나도 밥을 벌기 위해 주어진 일을 하는 월급쟁이에 불과했다. 소명 의식도 천직 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 그가 경영혁신의 국제심사가 펼쳐지는 현장에 옵서버로 파견된다. 그는 이 장면에서 결정적인 그늘을 가슴속에 뭍는다. “나는 그 팀에서 평가 모델을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채 참석한 유일한 옵서버였으며, 가장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으며 그래서 나는 가장 어두운 그늘 속에 앉아 며칠을 보냈다.”

 

그날 그는 각성을 이루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이후 나는 더 이상 월급쟁이가 아니었다. 월급쟁이의 생각과 태도를 버렸다. 한국 IBM의 경영혁신 팀장은 이제 내 직업의 정체가 아니었다. 그 대신 나는 한국 최고의 변화경영전문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내 존재를 재정의하게 되었다. 이 분야에서 나는 유명해지고 싶었다. 나는 단순한 직장인에서 진정한 직업인으로 도약했다.” 결국 그는 마리츠버그의 추운 밤과 싱가폴 출장지의 어두운 그늘을 정확히 포갠다.

 

각성의 이후는 모든 생활이 이전과 달랐다. “새로운 업의 정의에 따라 목표가 분명해지자 현업에 대한 자율성의 강도는 그만큼 더 강해졌고 애정도 깊어졌다. 당시 나는 자신의 일에 가장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직원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 초라한 그늘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 때문이었다.

인생 전체에 걸친 경력의 큰 그림이 그려지자 현업이 전체 중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것은 전체 경력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조망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현업은 시대를 앞서 꿈꾸는 내가 되기 위해서 지금의 나를 모두 바쳐야 하는 수련 과정으로 여겨졌다.”

 

■ 천성은 쓰는 사람

 

미친 듯이 열정을 바치기 시작한 회사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그 자신이 더 빨리 변화해야만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하여 그는 먼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는 어렵사리 받은 장기간의 휴가를 자신을 위해 썼다. 휴가 중 그는 이 빛나는 날 내게는 오늘을 마음대로 할 자유가 주어졌으나 나는 오늘을 보낼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나의 하루가 속절없이 흘러가겠구나. 그렇게 내 인생도 가뭇없이 사라지련만 나는 인생의 절반 지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이렇게 환한 낮이 밝아오는데 시체처럼 방 안에 누워만 있구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 때 마음속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글을 써라. 너는 글을 써보고 싶지 않았느냐?’ 내 속에서 무언가가 소리쳤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일어나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신이 부여하는 소명은 느닷없이 그에게로 안긴다.

 

그는 그날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날 그 아침이 내 인생의 분기점이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날이 바로 내게는 마사 그레이엄이 루스 세인트 데니스의 포스터를 본 날이고, 그녀의 춤을 격정 속에서 관람한 날이기도 하다.”라고 자신을 마사 그레이엄에 투영했고 그 여름의 그 햇빛, 그 눈물, 그 기쁨을 나는 생생히 기억하고 느끼고 들을 수 있다. 내게는 너무도 선명한 기억이므로 감춰져 있고 한 번도 제대로 쓰인 적이 없는 그 평범한 재능이 세상에 외친 그날 새벽,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라고 한 뒤 실천한다.

 

■ 자신을 짓누르는 큰 벽 앞에서도 진중하다

 

변화경영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일은 이제 그의 직업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며 죽는 때가 퇴직하는 시점임을 천명한다. 그리고 나는 나라는 회사이며 다른 사람에게 고용되지 않고 스스로를 고용한다. 하는 일도 하는 방법도 모두 내가 선택한다. 온전히 나의 경험과 잠재력에 의존하여 일을 한다. 내가 있는 곳, 그곳이 강연장이든 까페든 내가 잠시 머무는 곳이 바로 사무실이다. 왜냐하면 그곳이 바로 부가가치가 창조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배수의 진을 치는 것이다.

 

그의 행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열광하게 했다. “사람들도 언젠가 자신이 회사를 그만 둘 때가 온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퇴직 이후를 미리부터 열심히 탐구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마치 언젠가 누구든 죽게 되지만 사는 동안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야기의 끝을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통찰과 지혜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통찰을 선사하며 자신 스스로 고용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천명한다. “전문가가 기술적인 컨설턴트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이제 그것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공부하여 알게 된 것과 체득한 깨달음을 마음대로 실험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생각을 다루고 의식을 다루고 태도를 다루고 가치를 다루는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전문가에서 사상가로 전환했다. 그렇게 한 동안 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변화경영 시인으로 죽을 것이다. 시처럼 산다. 이 것이 내 이생 후반기 진화의 여정이다. 바라건대 삶에서 결코 물러선 적이 없기를 자신에게 당부한다.”라고 비전을 세운 것이다.

 

■ 아름다운 독종

 

그를 위대함으로 이끈 팔할은 자신의 땀이다. 그는 말한다. “9년 동안 나는 변화경영과 관련된 전략적 업무를 탁월함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업무 시간 중 절반인 네 시간 정도를 매일 집중 투자했다. 네 시간씩 일주일에 닷새면 매주 스무 시간을 쓴 것이다. 1년은 대략 50주가 되니 1년에 대략 1,000시간을 쓰게 된 것이다. 9년 동안 9,000시간을 수련 기간으로 썼다. 거기에 마지막 3년 동안은 매일 두 시간씩 독학의 시간으로 새벽 두 시간이 추가되었다. 2,000시간이 더해졌으니 9년 동안 1 1,000시간 정도가 투여된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매년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될 것이다. 이 낙관의 근거는 분명하다. 매일의 습관이 나를 이끌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던가 흉터를 자랑스러워 하는 폴리네시아의 전사들처럼 누군가와 완벽하게 닮으려면 상처까지도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라고. 그의 생각에 열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닮아가기 위해서는 그의 땀조차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 스승이 스승에게

 

그는 스승의 흉터조차 사랑했다. 자신의 길을 둘러 둘러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결국 자신의 소명이었음을 감사하며 그 길로 인도해준 스승에 대한 감사 또한 잊지 않았다. 그는 둘러 오는 길의 변곡점에서 묻고 또 물었다. “갈림길과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나는 이 질문을 꼭 했고 그래서 이나마 내 길을 즐기며 걷고 있는 것임을 안다. 지금도 이 질문은 계속된다.” 이런 질문에 스승은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라 말한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스스로 모색해라. 헌신하고 모든 것을 걸어라. 그러나 그 길이 아니라 하더라도 실망하지 마라. 앞에 다른 길이 나오면 슬퍼하지 말고 새 길로 가거라. 어느 길로 가든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는 것이다.”

 

그는 역사를 사랑했다. 그리고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설명해 주시는 스승을 사랑했다. “선생님은 강의 도중 지그시 눈을 감고 좋은 단어를 찾아내기 위해 애쓰셧다. 이윽고 가장 적합한 표현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역사 속의 한 인물 한 장면은 갑자기 두꺼운 먼지 속에서 벌떡 일어나 앉곤 했다. 그 사람들, 그 장면들이 시간의 먼지를 털고 일어나는 장면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라고 회상 한다.

 

그런 스승을 생각하며 자신이 인류에게 기여할 방법을 모색하기도 하는데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나도 선생님처럼 누군가의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한없이 모자라는 사람이지만 선생님은 내게 이 열망을 품게 해주셨다. 나이가 들어 연구원들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을 쓰는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나는 너무도 분명히 훌륭한 선생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고 만질 수 있는 행운을 가졌던 것이다.” 라고 말하며 스승이 밝히는 불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 공헌의 정의를 다시 쓴다

 

스승에게 길을 물어 그리고 자신에게 길을 물어 걸어온 그는 공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 이제 독립에 성공했으니, 너는 무슨 일로 네 삶이 의미 있음을 증명할 것이냐?” 이 질문 앞에 서서야 비로소 의미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눔과 공헌이 없이는 의미의 문제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바로 이때였다.” 이때부터 그는 커다란 인류사적 공헌의 서막을 연다. 꿈벗과 연구원을 모으고 가르치고 사회에 헌신하는 일.

 

그가 운영하는 연구소의 연구원이 되면 일주일에 한 권 미리 선정된 도서를 읽고 정교하게 리뷰해서 숙제를 올려야 하고 매주 한편의 칼럼을 써내야 한다. 대략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30~40시간 정도는 투여되어야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 분량이다.” 막대한 지식을 쏟아 넣은 작업을 거르지 않아야 한다. 연구원은 죽을 맛이지만 인류사적 공헌의 사명을 가진 그는 다음과 같이 이를 즐긴다.

 

지식의 물물교환, 나는 이 개념을 좋아한다. 가치의 차이는 내가 훨씬 덜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훨씬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일 이 사람들 속에서 훌륭한 변화경영전문가나 작가들이 나타난다면 나는 훌륭한 제자들로부터 충분히 보상받게 되는 것이다.”

“10년이 지나면 어떤 연구원들은 이미 여러 권의 저서를 가지게 될 것이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그 일을 직업으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고 공헌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 의도이고 내 나눔의 본질이다. 책을 보고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책을 쓰다 보면 기량이 높아질 것이고 이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이들과 좀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함께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꿈꾼다. 한때 직장인으로 시키는 일이나 하며 살던 지극히 평범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역량을 닦은 전문가들이 되고 스스로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나는 이들을 동지로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기여의 방식이며 내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며 생을 즐기고 역사를 즐기는 것이다. 

 

 

 

2. ‘깊은 인생속으로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구본형 선생님의 언어, Ü : 나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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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깨우침 하나. 우연은 운명을 이끌고

(마리츠버그 역, 기적의 정차 간디)

 

□ 내가 사하라 사막을 여행할 때였다. 천지가 모래였다. 그때 거대한 캐러밴들이 수백 마리의 낙타 떼 위에 짐을 실고 가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일시에 내 여행의 모든 목적이 충족되는 듯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자 수십 마리 혹은 수백 마리씩 10여 킬로나 길게 이어져 나타나는 낙타 떼와 캐러밴은 더 이상 볼거리가 되지 못했다. 경이로움은 평범함으로 바뀌었다. 시시해졌다. 그때 사막의 아름다운 모래 굴곡 사이로 황금빛 사자 한 마리가 보였다. 사자는 조용히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한 마리로 족했다. 나는 지칠 줄 모르고 그 사자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아름다운 석양이 찾아왔고 그 사자는 꼬리를 가볍게 칠렁이며 지는 해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P. 4)

 

Ü그 한 마리로 족했다.’ 핵심이다. 생을 규정지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사건. Trigger Point. 중언부언 하지 않고 무수한 시그널들은 직선으로 가로질러 파고든다. 수사와 형용 없이 가슴으로 바로 들어와 이윽고 슬로건이 된다. 시간은 흘러도 그것은 영원한 붉음을 선사한다. 시작하기도 전에 내리 꽂히는 이 임팩트가 이 책의 향배를 이미 결정짓는다.

 

□ 우리는 언제 황금빛 사자가 되는가? 우리의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위대함의 씨앗은 어느 때 발아하게 되는가? 언제 우리는 그 시점을 계기로 과거의 그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가? 평범한 사람의 위대한 도약. (P. 5)

 

Ü 질문으로 책의 주제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의 위대한 도약’, 이 한 줄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평범이 눈물겹게 발버둥 치는 모습을 목도했는가. 이 말은 저자의 뼈 속에서 나온 말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평범함에서 위대함으로 가는 영웅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황혼녁 꼬리를 칠렁이는 한 마리의 사자가 되는 것이다. (P. 7)

 

Ü 그렇다. 여행의 목적을 위해서는 한 마리로 족했던 거였다. 단 한번의 도약이 우리에게는 절실한 것이다.

 

□ 시처럼 살고 싶다. 어느 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한 사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문득 의미를 발견하여 말할 수 없는 헌신으로 열중하고 평범한 한 여인이 문득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내면의 북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하는 느닷없는 전환은 아름답다. (P. 11)

 

Ü 이 말은 전율이다. 이 대목에서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내면의 북소리가 한 번 울리면 달 밝은 날 발정하는 고양이와 같이 된다. 두 번 울리게 되면 끼니를 거르고 몰두 하다가 세 번 울리면 모르핀을 맞은 듯하다. 두둥 두둥 두둥 약빨의 끝에 정신을 차리면 이미 멀고 낯선 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약간의 고독과 함께, 아름다운 동반자다. 자신을 잃을 정도의 그것은 무섭기가 이를 때 없지만 임시의 생을 사는 우리에게는 이보다 더한 아름다움은 없는 것이다. 시는 이렇게 탄생했나 싶다.

 

□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비범한 분야 하나쯤은 푸른 하늘처럼 가슴에 품고 있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평범한 사람의 도약 과정이야말로 삶의 절정을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다. 이 부분이 시가 된다. 나는 시적 장면을 낚는다. (P. 12)

 

Ü 주제와 핵심을 전반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독자로 하여금 책의 깊이를 먼저 가늠하라 이르는 것 같다. 그리고 아름다운 표현이다. 작가는 아름다운 표현이 사명이다. 이 문장은 매력적이다.

 

□ 이 책을 쓰면서 나는 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 그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한 예로 영사적 인물로서의 간디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 대신 인생의 어느 변곡점에서 도약을 하게 될 때 그가 다다른 정신적 경지에 나는 빨려 들었다. 마리츠버그의 역사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동안 간디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무엇을 보게 되었을까? 마리츠버그의 그 밤, 나는 오직 그 밤이 그에게 준 것들을 찾아 보려 했다. (P.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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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ndhi (1869~1948)

 

Ü 그렇구나, 이 책은 그 밤의 간디가 쓰는 것이었다. 그가 속삭이는 것이다.

 

□ 우리는 분리되지 않는 영혼이고 내 속에는 인류 전체가 녹아 들어 있음을 믿기에 그렇다. (P. 13)

 

Ü 45억년 전, 아니다 그 보다 더 오래된 시간부터 이어져 오는 생명들의 눈물겨운 생은 오롯이 내 몸 속에 숙주처럼 살아있다. 그들은 영원히 사는 방법으로 물리적으로 나에게 기생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결국, 인류가 존재했던 궁극의 이유는 나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닌가. 나 또한 생명을 잉태하였고 나로 인해 태어난 생명은 나의 물리적 성질을 DNA라는 형태로 계통화 시켜 나가지 않겠는가. 또한, 좋든 나쁘든 얼마간의 나의 습속이 다음에게 물려질 것이고 다음들은 나의 습속과 그들의 개별적인 Character를 더해 또 다른 개체에게 전이 시킬 예정이다. 내가 영원히 사는 방편으로 간택된 다음들은 나의 빛나는 숙주다.

 

□ 마리츠버그 역의 우연은 간디 한 사람만이 아니라 우주가 준비된 사람에게 그들의 운명을 알려주는 신비한 고지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연이 그저 우연으로 끝나고 마는 무수한 버림의 과정을 지나 우연이 운명이 될 때의 조건은 단 하나, ‘바로 때가 무르익어 감이 떨어지듯필연이 되는 것이다 (P. 14)

 

Ü 큰 산을 오르기 전, 이와 비슷한 감응이 있었다. 허름한 벽에 걸려있던 사진 한 장. 모두가 그냥 마주치는 이 사진은 나에게 특별했다. ‘설산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다 잠시 뒤돌아 뒤 사람을 보며 뭔가 말을 나누고 있던 사진 한 장.’ 그 사진 한 장은 대학 1학년의 내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산은 저렇게 흴 거고, 사람들은 저런 극한에서 서로 얘기 할거고, 그렇게 같이 할거다 생각했다. 이후 우연히 길가 서점에 들러 생각 없이 넘기는 잡지에 흰 산이라도 있을라치면 사정없이 뛰는 가슴에 스스로도 놀라곤 했었다. 이 사진은 훗날 내 명운의 방향을 결정 지었다.

 

□ 그리하여 내 꽃도 한번 찬란하게 필 것이다. 그런데 내 안의 잠재력이 때를 만나 하나의 꽃으로 피어나려면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깊은 인생으로 들어서는 문이라고 부른다. 깨우침, 견딤, 넘어섬.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그들의 삶이 하나의 시였듯이 나의 삶 역시 하나의 시라는 것을, 나 또한 시처럼 살고 싶다. (P. 15~16)

 

Ü 시는 삶의 에센스다. 깨우침과 견딤, 넘어섬을 하나로 축약하고 은유 한다. 시판에서는 안 되는 것이 없다. 내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내 꽃을 피울 수 있게 하는 시적 허용이 있기 때문이다.

 

난 변호사야, 내 권리도 보호할 수 없다면 누구의 권리도 보호할 수 없어. 그러면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되돌아가야 할까? 그래, 굴욕을 당해도 견디자. 프리토리아에 도착해서 재판을 마치고 인도로 돌아가자. 중도에 돌아가는 것은 사내가 할 행동이 아니야. 이 고난은 표면적인 거야. 깊게 뿌리내린 인종 편견이라는 업병의 징후일 뿐이야. 내게는 힘이 있어. 이 뿌리 깊은 병을 제거할 힘 말이야. 나는 이 힘을 써야 해. 이 힘을 쓸 때의 고난은 스스로 견뎌내야 해. 고난에 항거해야 해.’ (P. 24~25)

 

Ü 그가 겪었을 정신적 경지. 그 밤, 단 하루 그 밤이 하는 말을 내면이 감응한다. 흡사 나에게 얘기하듯.

 

□ 그 백인은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으로 나를 때렸다. 그러나 나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P. 26)

 

Ü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피를 보며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비장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육체적 고통은 두려움 참고 내질렀던 나의 의지 앞에 압도되는 장면이다. 길고 험난한 싸움이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 내가 두렵지만 싸움을 계속한 것은 나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나는 인도인 전체가 당하는 부당한 대우에 맞서고 있다는 신성한 사명감에 점점 빠져드는 듯했다. (P. 27)

 

Ü 육체의 고통을 압도하는 의지는 사명이었다. 자신을 넘어서는 일은 신이 부여하는 인간의 소명이다. 그 소리를 별 볼일 없던 식민지 국가의 변호사는 기꺼이 받아낸다.

 

□ 내 생각에 정장은 말보다 훨씬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돈은 모든 것의 대변자이며 좋은 옷과 금화는 힘이 셌다. (P. 28)

 

Ü 나는 이와 관련 일화 하나를 알고 있다. 인간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엿본다. 출처는 알 수 없고 어딘가에서 읽어 기억된 이야기를 각색하였다.

 

옛날 어느 고을에 관찰사가 새로 부임하여 축하연이 열렸다. 고관대작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고량진미가 차려진 잔칫상이 끝을 모르게 펼쳐진다. 그런 중에 대문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거지꼴을 한 선비 한 분이 이 잔치에 초대받아 어려운 걸음을 하였는데 아전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출입을 막아선 것이다. 결국, 발길을 돌린 선비는 다시 의복을 갖추고 그 집을 들어섰는데 아전들은 조금 전에 실랑이를 벌이던 그 선비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넙죽 절하며 들어가게 하였다. 잔칫상에서 관찰사 옆에 자리한 그 선비는 갑자기 술과 자기 앞에 차려진 음식들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의복과 마고자 위에 쏟아 부었다.

 

아니 대감, 이 무슨 일이오?” 묻는 관찰사를 보고 선비는 대답한다.

이 음식과 잔치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의복을 위한 것이니 그들에게 베푸는 중이오.”

 

□ 프리토리아에 도착한 나는 동족을 모았다. 그리고 부당한 대우에 대처하기 위해 그들을 규합했다. 그 규합은 성공적이었다.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인도인도 옷차림이 적절하다면일등실이나 이등실에서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날의 회합이 바로 일개 변호사였던 내가 정치적 지도자로 전환한 첫 순간이었다. (P.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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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속에서 연설하는 간디)

 

Ü 실천은 그 어떤 관념보다 강하다.

 

어찌하여 제가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저 우연의 모습으로 나타난 필연에 의해 제게 주어진 역할을 알게 되었고 그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당신은 누군가에게 이 역할을 맡기셨을 것입니다.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왜 저였는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아마 제가 당신을 향해 주저하면서도 한 걸음 다가섰기 때문에 당신이 기뻐하며 제게 열 걸음 다가와 당신의 은총을 보이신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잔을 제게 내미신 것입니다. 그 잔이 제게 왔을 때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 잔을 들게 하고 그 우주적 떨림에 의지하여 제 길을 더듬어 갈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합니다. 일단 이 길로 들어서니 열리지 않았던 문들이 열리고 모든 것이 착착 저를 기다리고 이었던 것처럼 진행됩니다. 그리하여 이 길이 제 인생이 되고 말았음에 저는 철철 눈물을 흘리며 감사합니다.” (P. 31~32)

 

Ü 이 눈물에 전율한다. 3천 년마다 한 순배를 돈다는 생의 순환 한 가운데서 더 이상 확고할 수 없는 우주적 소명이 이름 모를 한 사람에게 천둥처럼 내리 꽂히는 순간이다. 3천 년을 기다린 눈물임에 온 마음을 다해 울었을 것이다.

 

□ 우리는 이제 우연을 해석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 (P. 33)

 

Ü 우연을 해석하다. 시점상 우연을 맞닥뜨렸을 때 우리 운명은 곧 바로 분석되지 못한다. 수없이 스쳐가는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우연을 불가에서는 명쾌한 두 의 답으로 더 이상의 물음을 봉한다. ‘연기(緣起)’. 우연은 애초에 없었다는 말이겠다. 무릎을 친다.

 

□ 사건이 사람을 이끌고 우연이 운명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우연도 위대한 각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제자가 준비되면 위대한 스승이 나타나듯 사람이 준비되면 위대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 자체로 위대한 스승이나 사건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운명이 바뀌기 때문에 그 만남이 위대해지는 것이다. 우연의 얼굴을 가진 필연, 그 사람 자체가 바로 운명임을 홀연 깨닫게 해주는 위대한 떨림은 이렇게 맺어진다. (P. 37)

 

Ü 명쾌하다.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교도소의 경험이 없는 내 인생은 상상하기 어렵다. 교도소에 가지 않았다면 오늘의 내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고시에 합격한 후 검사가 되었을 것이고 지금쯤 검사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교도소를 경험하여 갇힌 자가 되었으며 약자와 함께 보낸 추억이 있었기에 인생에서 늘 약자의 편이 되고자 했다.” (박원순 P.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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Ü 여느 위정자들과 같지 않기를.

 

□ 추운 밤 담요 한 장 없이 부둥켜안고 자는 노동자 부부에게 그는 하나뿐인 이불을 건네주었다. 그는 당시 경험에 대해 그것은 가장 추웠던 경험 가운데 하나지만 낯선 이 인류에게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여행에서 이런 장면들과 무수히 마주치면서 의사도 성직자도 아닌 혁명가로서의 길을 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P.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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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 Guevara)

 

Ü 티셔츠의 값싼 문양으로 전락한(‘의 성스러운 신격화는 이 못지 않게 천박하다. 이렇게 되기를 바라진 않았을 터.) ‘의 성안은 인간의 구체적인 실존을 고민한 흔적이다. 가슴에는 구체화되지 않은 불가능한 자유를 세기고 머리에는 부둥켜 안은 노동자 부부를 그리고 있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

 

□ 그리하여 그 일이 없었다면 그저 막연하고 피상적 지식에 그치고 말았을 지식을 내가 연루된 직접적인 사건에 적용하게 함으로써 위대한 지적 도약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깨달음의 실험장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일을 겪는 순간 우레와 천둥처럼 우주적 공명을 겪게 된다. 큰 길은 하늘이 정하고 작은 길은 인간이 계획한다. 우리가 준비되면 우주는 모험을 떠날 수 있도록 사건을 만들어준다. 우연의 이름을 가진 필연으로 말이다. (P. 42)

 

Ü 이와 같은 일이 실제로 나에게 일어났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큰 산을 가기 위해 마음먹은 다음부터 불가능해 보이던 모든 것이 도열하듯 질서 있게 정리되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인간적 상황이 신의 관념을 명백하게 해 준다.”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은 우주적 공명과 필연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아닌가 한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늘 체험, 단명한 직장인의 평생의 소명을 찾다. – 저자의 이야기)

 

삶의 지평은 너무 좁아 더는 나의 영혼의 크기에 적합하지 않게된 그곳, 바야흐로 또 하나의 삶의 문턱을 넘어야 할 때, 내 존재가 운명처럼 저항한 바로 그 지점, 우연이 운명이 된 그 도약점. (P. 43)

 

Ü 그 곳은 시원(始原)이다. 중간 빅뱅이 이루어지는 폭발점이 아닌가. 이 아름다운 표현은 또 어디에서 채집 하였는가. 소화가 될 때까지 씹어 삼킨다. ‘삶의 지평은 너무 좁아 더는 나의 영혼의 크기에 적합하지 않게 되다.’ ‘삶의 지평은…’

 

□ 맡은 일이 적성에 맞고 무난했기에 잘나가는 다른 부서를 일부러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일이 주어진다 해도 묵묵히 새로 맡은 일을 하게 되었을 여느 직장인처럼, 나도 밥을 벌기 위해 주어진 일을 하는 월급쟁이에 불과했다. 소명 의식도 천직 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P. 44)

 

Ü 생의 상상력을 일시에 불식시키는 사무실 안의 나는 나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항상 피곤하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의 잠재태임을 자각하자. 처음부터 자유를 찾은 사람은 자유를 위해 피 흘리며 투쟁하지 않는다. 바닥부터 투쟁한 생의 굳은 살은 결국 움켜쥔 자유를 붙들어 매는 힘이 되리라.

 

□ 나는 그 팀에서 평가 모델을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채 참석한 유일한 옵서버였으며, 가장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으며 그래서 나는 가장 어두운 그늘 속에 앉아 며칠을 보냈다.

 

그때 자연스럽게 업에 대한 새로운 지평이 펼쳐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동안 나는 너무나 좁은 내 명함 속에 직책과 직위에 갇혀 있었다. 이 때를 계기로 나는 일에 대한 확장된 정의를 갖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월급쟁이가 아니었다. 월급쟁이의 생각과 태도를 버렸다. 한국 IBM의 경영혁신 팀장은 이제 내 직업의 정체가 아니었다. 그 대신 나는 한국 최고의 변화경영전문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내 존재를 재정의하게 되었다. 이 분야에서 나는 유명해지고 싶었다. 나는 단순한 직장인에서 진정한 직업인으로 도약했다. (P. 45)

 

  Ü 마리츠버그의 추운 밤과 싱가폴 출장지의 어두운 그늘은 정확히 포개어진다. 그랬다. 유난히 밝은 무엇은 항상 그늘이 있었다. 사람도 그렇고 꽃도 그렇다. 어두웠기 때문에 웃을 수 있고 오랜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겠다.

 

□ 새로운 업의 정의에 따라 목표가 분명해지자 현업에 대한 자율성의 강도는 그만큼 더 강해졌고 애정도 깊어졌다. 당시 나는 자신의 일에 가장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직원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 초라한 그늘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 때문이었다.

인생 전체에 걸친 경력의 큰 그림이 그려지자 현업이 전체 중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것은 전체 경력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조망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현업은 시대를 앞서 꿈꾸는 내가 되기 위해서 지금의 나를 모두 바쳐야 하는 수련 과정으로 여겨졌다. (P. 46)

 

Ü 깊어지면 넓어진다.

 

□ 사람은 모두 별이다. 자신의 내면에 커다란 빛을 품고 있으면서도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아 장막으로 빛이 가려진 별들, 이 평범한 별들을 찾아 자신의 이야기를 창조해냄으로써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움별, 그 별이 바로 나임에 틀림없다. (P. 47)

 

Ü 언제나 자신의 존재는 타자로부터 확인되고 규정된다. 고양된 타자성은 생이 부여하는 깨달음과 다르지 않다. 도움별, 그 안에는 타자성의 위대함이 웅크리고 있다.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도와 그것을 높이지만 높아진 타인이 자신을 더 높이리라.

 

깨우침 둘. 야생의 재능이 나를 부를 때

(춤추는 여신과의 마주침 마사 그레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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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ha Graham, 1894~1991(96)

 

□ 나의 모든 세포가 일어서고 나의 모든 기질이 도발하고 나의 모든 재능이 솟구쳐 당장 벌떡 일어서서 여신처럼 춤추기를 원했다. 그 순간 내 운명은 결정되었다. 열일곱의 나이에 나는 내가 평생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이 얼마나 분명하고 명료한 순간이었는지 너무도 확연하게 알고 있다. 온 우주가 공명하듯 내게 몰려들었기 때문에 그것은 번개처럼 분명한 섬광이고 추호도 의심할 수 없는 계시였다. 그 동안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 춤을 보는 순간 내 속에 감추어져 있던 가장 나다운 것들이 요동 쳤다. (P. 53)

 

Ü 뭘까. 과연 이런 순간은 어떤 순간일까. 나에게도 이런 순간은 올까. 1911 4월 봄, LA 오페라 하우스 앞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 열일곱 붉은 여인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운명의 천둥을 맞는다. 포스터 속의 주인공인 루스 세인트 데니스는 실제 그녀가 생각한대로 무대를 휘어잡고 그녀 자신을 휘어잡았다. 그리고는 무용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늦은 나이였지만 루스 세인트 데니스와 테드 숀이 함께 운영하는 LA 유일의 무용 학교에 당당히 입학하게 된다.

 

□ 더욱이 나는 정말로 열심히 연습했다. 밤늦게까지 연습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나를 가혹하게 채찍질했다. 아주 어려운 자세와 기술을 놀라울 만큼 빨리 익혔다. 점점 더 나는 나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내 분야를 이렇게 빨리 터득할 수 있고 이것을 하면 지칠 줄 모르고 누구보다 열심히 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춤 꾼이라는 것을 입증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나는 빛났다. 그리고 기회가 내게 몰려들었다. (P. 54~55)

 

Ü 자신에게 확신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공자가 70세에 이르러서야 완성된다는 뜻대로 해도 어긋나지 않는 종심(從心)의 경지인가. 자기 일에 몰두하여 깊어지면 겪게 되는 ‘Flow’의 상태인가. 자기 확신, 직장인으로서 겪게 되는 주위의 천박한 권위주의가 자기 확신에 대한 상상력을 한정시켜 버린다. 안타깝다, 나의 일천한 사유의 깊이.

 

□ 그 후 그녀는 자기만의 욕망과 가치를 담은 무용을 시도했고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꿈을 방해하는 모든 것에 저항했다. (P. 57)

 

Ü 현재에 반기를 드는 모든 억압된 영혼들을 힘껏 응원한다. 더 이상 죽은 영혼이 아님을 저항함으로써 증명하라.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녀의 무용에는 열정과 항의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녀는 무용가로서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셈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존 마틴, 무용평론가- (P. 57)

 

□ 그레이엄은 거의 혼자 힘으로 현대 무용을 창조해낸 셈이다. 우연히 그녀가 푸른 물감에 붉은 물감을 피 튀기듯 칠한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는 순간 춤의 이미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응축된 점과 선이 일렁이며 하나의 화폭 안에서 내면이 긴장하여 움직이는 그림을 보는 순간, 그녀는 이 그림처럼 춤을 추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의 꿈이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며 결국 아름답게 채색되기 시작한 것이다. (P. 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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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 칸딘스키, 구성 No.7)

 

□ 꿈은 현재라는 점이 하나의 선으로 일렁이며 미래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화폭을 모험이라는 위대한 긴장의 울림으로 가득하게 만든다. 천복에 이르는 업을 찾을 때는 재능을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P. 58)

 

□ 권위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에너지가 유려한 문장으로 피어날 때 그녀는 그 분야에서 무서운 잠재력을 가진 젊은 학자로 부상했다. 미드의 또 다른 특징적 재능은 적극적으로 모험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지만 동시에 사회 친화적인 기질을 보인다는 것이다. (P. 60)

 

□ 자칫 적대적 관계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단합시키는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 할 줄 알았다. (P.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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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Margaret Mead)

 

□ 타고난 재능이 적절한 사회 문화적 조건 속에서 연습되고 다듬어진 훈련된 능력 (P. 61)

 

Ü 하워드 가드너가 말하는 리더쉽의 정의다. 일부분 동의한다.

 

당신의 독특한 점을 이로운 축복이 되도록 만들어라. 많은 경험을 쌓아라. 그리고 그것을 가장 긍정적인 방법으로 계발하라.”고 조언한다. 인생의 목표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빛나게 하는 것이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의 도약은 자신의 재능과 특별한 기질이 적합한 조건 속에서 개화할 때 만들어진다. (P. 61)

 

Ü 동물적 생태계의 연장인 이 사회가 경쟁이라는 듣기 좋고 쓰기 좋은 말로 얼마나 많은 개인의 우연적인 계시들을 무시하여 왔는가. 그들의 이익을 개별 개인의 이익으로 환원하는 분식의 과정에서 우리는 그리고 그들은 경쟁이라는 단어를 경배해 왔다. 개인의 상상력을 철저히 말려버리는 이 말에 사회적 상상력 또한 종말을 고한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위의 문장이 좋다. 목적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빛나면 그만이다. 3억년을 살아내던 삼엽충은 멸종되기 직전, 경쟁에서 이기려 했던 수많은 화려한 그들 종 중에서 밋밋하고 볼품없는 무리들이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 시대의 논리, 경쟁은 삼엽충보다 못한 번식의 논리다.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는 예술가의 천재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예술가의 천재성이란 의지로 되찾은 유년기, 이제는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어른의 육체적 능력을 갖춘 유년기, 그리고 무의지적으로 축적된 경험의 총합에 질서를 부여하는 분석적인 능력을 갖춘 유년기.”

보들레르는 아이를 예술가로 본 것이 아니라 아이의 눈을 가진 어른이 예술가라고 규정한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박한 재능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발전시켜온 사람들이 바로 평범함에서 위대함으로 도약한 사람들이다. (P. 62~63)

 

Ü 이 책의 P. 117에는 이 문장을 완성해 주는 설명이 있다. 한 분야의 대가는 자연스러움과 간결함을 갖춘다는 내용이다. 보들레르가 말한 아이의 시선이 아니라면 자연스러움과 간결함을 구축하긴 힘들다. 조선 말, 완당의 말년 글씨 版殿은 아이가 사심 없이 그린 듯하다. 말년의 노구가 떨리는 손으로 이와 같은 글씨를 남긴다. 모든 서체를 섭렵하고 시와 그림을 창작하고 금석학을 연구한 대학자가 그린 글씨다. 단순 명료한 획과 품위를 잃지 않는 세련된 글은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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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판전 현판, 1856)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어떤가. 그가 그린 의자침실은 자연스러운 선이 인상적이다. 이것은 흡사 초등학생의 시선으로 그린 그림 같아 보이지만 멀리서 보거나 또는 마음의 때를 한 꺼풀 거두고 본다면 이미지의 심상을 느낄 수 있다. 죽음을 의미하는 빈 의자의 숙명과 제3자의 시선으로 본 자기의 생, 즉 침실이 가슴에 와 닿는다. 명암과 그림자를 모두 없애버리고 자유롭고 평평하게 상상력조차 쉴 수 있도록 느껴지는 작은 그의 방. 시대를 초월하는 걸작은 이와 같이 모두 인위가 없다. 해가 뜨고 달이 지듯 한다. 이 모두는 그저 그렇게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임을 안다. 고통스런 자기 수련은 대가들이 생을 대하는 필수적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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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 반 고흐, 의자, 1888)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반 고흐의 방, 1888)

         

성공한 보통 사람은 천재가 아니다. 평범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을 비범하게 발전시킨 사람이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평범함이란 없다. 그것은 아직 속에 있는 것이 개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것이 터져 나올 때 누구나 비범함으로 도약할 수 있다. (P. 64)

 

Ü 한때 나는 평범함을 저주했다. 단지 싫어한다는 이유로 평범함을 거부하고 다시 나는 알았다. 평범함에 대한 이유 없는 거부는 평범함을 넘어서지 못함을.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두 번째 인생, 다시 일어나 글을 쓰다 저자의 이야기)

 

□ 인생의 갈림길에서 나는 늘 차선책을 선택했다. 밥이라는 절체절명 앞에서 나는 늘 현실을 선택했던 것 같다. (P. 66)

 

Ü 차선의 선택이 누적된 생은 상상하기 싫다. 그렇지만 So far, so bad. 이때까지의 삶은 차선이 이루어 놓은 차선의 인생이다. 나의 아이덴티티는 결국 수많은 차선의 선택으로 규정될 것인가. 암울하다.

 

□ 이 빛나는 날 내게는 오늘을 마음대로 할 자유가 주어졌으나 나는 오늘을 보낼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나의 하루가 속절없이 흘러가겠구나. 그렇게 내 인생도 가뭇없이 사라지련만 나는 인생의 절반 지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이렇게 환한 낮이 밝아오는데 시체처럼 방 안에 누워만 있구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 때 마음속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글을 써라. 너는 글을 써보고 싶지 않았느냐?’ 내 속에서 무언가가 소리쳤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일어나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P. 67)

 

Ü 마음이 절규의 방식으로 자신의 소명을 말해준다. 수직의 벼랑에 서 있다가 떨어지는 돌 조각이 바스러지는 것을 확인하면 겁이 나서 다시 산으로 뛰처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눈을 질끈 감고 뛴다. 떨어진다. 난다. 둘 중 하나다. 멋지게 날개를 펴서 나는 순간, 내면은 나에게 그 소명을 속삭일 것이다. 잊지 말자. 벼랑으로 몰아가야 확인할 수 있다. 날수 있는지. 추락하는지. 떨어지는 순간, 내 눈에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 내릴 것이다.

 

□ 그날 그 아침이 내 인생의 분기점이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날이 바로 내게는 마사 그레이엄이 루스 세인트 데니스의 포스터를 본 날이고, 그녀의 춤을 격정 속에서 관람한 날이기도 하다. (P. 67)

 

□ 그 여름의 그 햇빛, 그 눈물, 그 기쁨을 나는 생생히 기억하고 느끼고 들을 수 있다. 내게는 너무도 선명한 기억이므로 감춰져 있고 한 번도 제대로 쓰인 적이 없는 그 평범한 재능이 세상에 외친 그날 새벽,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P. 68)

 

□ 나는 새벽에 글을 쓴다. 그것이 습관이 되었다. 새벽은 혼자 있기 좋은 시간이다. 새벽은 명징하지만 나는 새벽에 늘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그것을 믿는 훈련을 한다. 글은 그런 사고의 표현들이다. 글과 나 사이는 종이와 펜 같은 관계다. 종이는 펜이 흘러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글도 내가 흘러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내게 글은 강과 같다. 나는 새벽에 작은 보트 하나로 그 강을 따라 내려간다. 나는 두려워진다. 동시에 세속에서 배웠던 모든 것을 버리고 나는 새로워지는 경험을 한다. 아무에게도 말할 필요가 없다. 이때 나는 혼자이기에 내 말을 들어줄 누군가가 꼭 옆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혼자이기에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소리를 들으려 한다. 의식이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동안 온갖 것을 창조해낸다. 새로운 것들이 강물 속에서나 강가의 나무와 풀숲에서 두 눈을 반짝이고 물고기가 한 마리 물 위로 튀어 오르기도 한다. 이때 나는 내 무의식과 만난다. (P. 69)

 

지금 내 마음을 흔드는 최고의 관심사에 대해 책을 쓰라고 주문해 왔다. 나는 내 책의 주제에 마음을 빼앗긴 최초의 독자이기도 했다. 내 책의 최초의 독자가 나라는 사실을 나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즐거워했다.

 

Ü 언젠가 내가 작가로 발디디는 순간에 대해 스스로 정의한 적이 있다.

내가 나에게 뻑 갈 때.”

 

□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사람들이 믿게 만들수록 내 비즈니스는 번창하게 된다. 이것이 내 정체성이다. 그러나 나는 순수 이야기꾼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늘어놓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이미 내가 직접 경험해본 일들에서 추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 재배한 텃밭에서 따온 소재로 만든 음식인 셈이니 재료가 제법 양질이다. 나는 상상한다. 실천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실천할 수 있도록 범용적인 성장 모델을 만들어낸다. 이야기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 이것이 나의 직업이다. 나는 이 일을 잘할 수 있다. 이 일이 나를 구해줄 것이다. (P. 70~71)

 

Ü 나의 이야기, 문제가 극복 되어진 나의 이야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풀고 난 지점에서 돌아보는 비뚤하지만 선명한 나의 발자국. 바로 이것이다. 이야기는 나의 오지로 먼저 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견딤

 

견딤 하나. 끈질기게 삶에 달라붙다.

 (사라진 영웅, 다시 살아나다. -윈스턴 처칠-)         

 

□ 나는 어떤 경우에도 삶에서 물러선 적이 없다. 삶에 대한 뱃심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사자나 불도그로 묘사했다. 내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패배하리라는 생각을 버렸다. (P.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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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 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965)

 

□ 철저하게 현실을 조사하고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략 알고 있는 것을 나는 자세히 알고 있었으므로 정보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Ü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직장인 되고 나서야 몸소 알 수 있었다. 무수히 떠다니는 데이터 중에서 유의성 있는 것들로만 조합하고 조합한 데이터를 재구성해서 사태의 본질, 핵심을 뽑아내는 작업, 그리고 그것을 상황에 맞게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과 각각의 단계가 얼마나 심각한 지적 노동을 요하는지 9년여를 구르고 기어서 이제야 알 것 같다. 처칠의 정치적 견해의 대부분은 나와 달리 하지만 그의 현실 감각과 분석력, 추진력은 높이 평가한다.

 

□ 해군 장관의 전용선인 마녀(Enchantress) 라는 요트를 타고 모든 해군 기지와 조선소를 돌며 해군 전술과 능력에 대한 세부 사항을 끊임없이 배웠다. 대포를 다루는 기술에서부터 해군의 사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의 모양, 위치, 상호작용 등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다. 마침내 나는 원하는 모든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마녀는 그 후 4년 동안 나의 집무실이자 집이 되었다. (P. 80)

 

□ 나의 예지력은 바로 현장을 철저히 관찰하는 부지런함과 연역적 추론에서 나왔다.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현재 상황을 분명히 이해하고 무엇이 결정적인 요소인지 알게 했기 때문에 나는 다수의 의견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내 예지력과 통찰의 비밀이었다. (P. 81)

 

Ü 현장에 기반되지 않은 모든 것들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현장을 보지 않고 알지 못하면 개선할 수 없다. 내 삶의 현장에 깊숙이 드려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으면 마중물을 부어내려도 솟구치지 못하는 것이다. 처칠은 이 사실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철저하게 현장에 기반하고 그가 가진 최대의 장점, 추진력을 십분 발휘한다.

 

□ 전쟁 영웅은 전쟁이 끝난 후 총선에서 패배했다. 영국인들은 그를 평화 시의 인물, 실무형의 지도자로 보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자 전쟁 영웅인 그는 버려진 셈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정치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 불굴의 인물은 1951년 두 번째 총리에 올랐다. (P. 85)

 

Ü 현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이 나쁘지는 않겠으나 계속된 차악을 지속하여 긍정한다면 발전(의 강박은 좋은 것은 아니다)하지 못한다. 맹목적인 부정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렇다. 좋을 때, 마냥 긍정만 하지 말고 다음 일을 대비하고 나쁠 때, 자학은 그만 두고 긍정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도 어려운 생활 속 감정의 줄타기에 능한 사람이다.

 

□ 마음은 우주를 이해한다. 마음이 우주의 마음에 공명하기 때문에 때때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예지와 통찰을 갖게 된다. 통찰이라는 면에서 1985년 인텔은 매우 재미있는 경우다.

그래, 우리 문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서 새로운 CEO가 할 일을 우리가 해보면 어떨까?” (P. 86~87)

 

Ü 새로운 시각, 새로운 관점은 단 한번의 시도만으로도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셀 루트번스타인이 지은 생각의 탄생에서는 생각을 다시 생각하기를 소개하고 있다. 직관이 통찰로 이어지는 매커니즘은 비시각화된 관점을 심상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것은 수동적인 보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관찰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인텔의 BOD는 이 사실을 매우 효과적이고 실천적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 미래를 잘 볼 수 있는 자는 과거를 잘 아는 자다. 선견지명에 이르는 그 신비의 원천은 신의 선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근면과 노력이라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예지력이 뛰어난 인물들은 현재를 이해하기 전에 과거를 연구했고 역사적으로 결정적인 사건들의 본질을 파악했다. (P. 88)

 

□ 마음이 미래를 보지 못하면 평범한 자리에서 위대한 자리로의 도약은 불가능하다. 예지력은 현재에 대한 관찰과 부지런한 탐구의 결과다. 땀의 누적 속에 번개처럼 미래의 결정적 단초가 보이고 전체를 꿰뚫어보게 된다. (P. 88)

 

Ü 바닥에서 기지 않은 사람은 도약 할 수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련하고 아둔할 정도로 바닥에 집착하고 현장에 집착한 사람이 도약, 그것도 폭발적인 도약의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것은 바닥이고 더럽고 어려운 일()로 보이지만 실상 그것은 또는 그 일은 기본을 튼튼히 하는 미네랄이었음을 성장 이후에 알게 된다. 기본으로의 회귀, 어려운 순간 네비게이션처럼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발명의 아버지는 고집이다. 적당히 단념하고 손쉽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는 것보다 불리한 역경 속에서 살아가겠다는 결심이 진보의 역설적 진리다. 혹독한 추위와 이변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울창한 숲이 말라죽은 상태가 되었을 때 달아난 원시인들은 자연의 지배를 가장 심하게 받았을 뿐 아니라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않았다. 난관을 뚫고 인간이 된 것은 이미 밑에 앉을 나무조차 없어진 그 자리에 버티고 있던 무리들이며, 나무 열매가 익지 않자 짐승을 잡아 고기를 먹은 무리들이며 햇빛을 쫓아 이동하는 대신 불과 의복을 만든 무리들이며 거처의 방비 벽을 구축하고 아이들을 훈련시켜 세계의 비합리성을 입증한 무리들이었다. (P. 89)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 그 상황을 만들어낸 요소들의 작용에 의해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P. 89~90)

 

Ü 강하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방향성은 항상 앞만 향해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 방향성이 역방향이라 하여도 기꺼이 그 방향에 편승하고 자신을 던진 곳 그 지점이 바로 삶의 방향성이 된다. 처지를 확인한 뒤 돌파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도전이다.

 

□ 정신이 본 것을 비웃는 냉소는 결코 업적을 남기지 못한다. 언젠가 헨리 키신저는 처칠이 죽은 다음 그를 추모하는 연설에서 냉소적인 사람들은 결코 위대한 건물을 짓지 못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를 이곳까지 끌고 온 위대한 생각과 자세를 불굴의 투지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P. 90)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저자의 이야기)

 

□ 죽음이 곧 퇴직이다.

 

Ü 삶을 현장에서 마감한다는 것은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다.

 

□ 나는 20년간 직장인이었다.

 

Ü 지루한 일상의 기록들이 역사가 되는 장면을 그에게서 보았다. 평범이 비범이 되는 순간을 한번 목도한 이후는 지난 시간들과 지금은 이미 달라진 뒤였다. 20년간의 직장생활은 근육 없는 나선(螺線)의 둘러감이 없이는 힘들 것이었다. 그러나, 그 후의 저서들은 또, 지난 20년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20년을 하나의 획으로 그어버리는 그의 스케일을 가늠하고 싶었다. ‘변화를 통으로 잡아 수제비국으로 끊여내는 것 같은()이었다. 나는 그와 같이 되고 싶은 마음이 발심하였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 나는 나라는 회사이며 다른 사람에게 고용되지 않고 스스로를 고용한다. 하는 일도 하는 방법도 모두 내가 선택한다. 온전히 나의 경험과 잠재력에 의존하여 일을 한다. 내가 있는 곳, 그곳이 강연장이든 까페든 내가 잠시 머무는 곳이 바로 사무실이다. 왜냐하면 그곳이 바로 부가가치가 창조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P. 93)

 

Ü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밥줄을 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 어느 누구에게도 나의 처리를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것은 부잣집의 종이든 가난한 집의 종이든 녹을 받아먹는 종살이로 뼈빠지는 직장인에게는 구원의 빛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1인 기업의 부가가치 매커니즘은 이보다 더 명확할 수가 없다.

 

□ 사람들도 언젠가 자신이 회사를 그만 둘 때가 온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퇴직 이후를 미리부터 열심히 탐구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마치 언젠가 누구든 죽게 되지만 사는 동안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야기의 끝을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통찰과 지혜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P. 94)

 

Ü 회사를 그만두는 날을 상상하며 쓴 저자의 다음 글을 이어서 보자.

 

□ 이날부터 진정한 인생이 시작되리라. 이때 나는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이나 하는 것을 그만두리라. 내 일을 하리라. 그 일에 대한 소명감으로 나의 마음은 가득 차리라. 매일 새벽에 일어나 나만의 일에 몰입하리라. 몰입은 창의성으로 연결되고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불가능한 일을 믿는 법을 수련하리라. 매일 꾸는 꿈은 결국 이루어지리라. 내게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웃음을 나누게 되리라. 나는 스스로 창의적인 전문가가 되고 차별성으로 유일해지리라. 그리하여 일을 통해 인류에 공헌하리라. 나는 기업이 나를 고용하지 않아도 스스로 고용할 것이니, 나는 이제 의존하지 않으리라. 나는 끝내 자유가 되리라. (P. 95)

 

Ü 이 명확한 비전은 분명 실현될 것이다. 쪼기 쪼기 인류에 공헌이라는 말에 내 눈은 하트로바뀐다. 우리는 또 하나의 영웅이 탄생하는 장면을 이로써 목격하였고 이 장면을 내면화하여 우리 스스로가 영웅이 되기 위한 여정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는 나의 영웅이다.

 

□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 일로 공헌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일에 대한 내 자부심이 되었다. 전문가의 확신을 가지게 되자 다른 사람들은 불안해하는 곳에서도 내 입장을 견지해낼 수 있었다. 나는 단단해졌다.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두려움 없이 제2의 인생을 향해 기쁨으로 출항할 수 있었다.

 

전문가가 기술적인 컨설턴트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이제 그것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공부하여 알게 된 것과 체득한 깨달음을 마음대로 실험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생각을 다루고 의식을 다루고 태도를 다루고 가치를 다루는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전문가에서 사상가로 전환했다. 그렇게 한 동안 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변화경영 시인으로 죽을 것이다. 시처럼 산다. 이 것이 내 이생 후반기 진화의 여정이다. 바라건대 삶에서 결코 물러선 적이 없기를 자신에게 당부한다. (P. 97~98)

 

Ü 아름답게 표현한 글에서 행간 사이의 역경을 보았다. 전문가가 사상가가 되고 결국 시인에 이르는 길은 통렬한 지적 고통의 시간을 자초하는 것이라 여겼다. 역경 속에서 살아가겠다는 결심, 역경에 강하고 경쟁에 약한 토인비의 시선이 아닌가. 적당히 단념하고 손 쉽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지 않는 생과 맞짱뜨는 담대함. 나는 감탄한다.

 

견딤 둘. 침묵의 10년을 걷다.

 (우드스턱의 작은 오두막집 조지프 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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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대담 중인 조지프 캠벨)

 

□ 그저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어떻게 읽었는지 들여다 보자)

나는 제임스 조이스와 오스발트 슈펭글러와 토마스 만의 글을 읽었다. 슈펭글러가 니체를 언급하면 나는 니체의 글도 읽었다. 니체의 글을 읽다 보니 쇼펜하우어의 글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쇼펜하우어의 글을 읽으려면 칸트의 글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칸트의 글을 읽게 되었다. 칸트를 출발점으로 하자니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거기서 괴테로 거슬러 올라갔다. 거기서 나는 다시 융의 글을 읽었고 그의 사고가 근본적으로 슈펭글러의 사고 체계와 똑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다 버무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가 책을 읽어 나간 방식이었다. 우드스턱 시절은 그야말로 희열을 찾아 나서는 시기였다. 모든 것이 가능성이고 모든 것이 단서이며 모든 것이 내게 쏟아져 들어와 비밀을 털어놓고 있었다. (P. 103)

 

Ü 1929년에서 1934년까지 뉴욕주 우드스턱의 작은 오두막집에서 보낸 시기의 이야기다. 매일 매일 의자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그려진다. 나는 그 장면이 위대한 장면임을 알아 차린다. 5년간 그 매일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지만 꾸준히 지적 마천루를 쌓아 올려 그는 위대할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뻗치는 그의 희열이 와 닿는다.

 

□ 특히 다음 세 가지는 결코 생각해서는 안 된다. 먼저 한나는 굶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염려하는 것이다. (P. 104)

 

삶에는 고정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그 무엇도 당연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은 우연히 내 눈에 띄었다. 놀라운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P. 104)

 

Ü 나는 끝까지 놓지 못하는 그 알량한 Middle Class Value 때문에 자신이 점점 파멸의 길로 치닿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내려놓지 못하면 아무것도 들어올릴 수 없다. 남의 시선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다가 남의 인생으로 삶을 마치는 순간에 깨달을 것인가. 아직 시간은 남아 있으니 수련을 해야 한다.

 

□ 우리는 세계를 바꾸려고 하기 전에 자신의 삶을 바로 잡는 임무를 실행해야 한다. 그러니 스스로 계획해두었던 삶을 기꺼이 내팽개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를 기다리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P. 105)

 

Ü 지금을 과감히 걷어차는 일부터 시작하자. 세상이 나에게 속삭일 때는 세계가 나를 바꾸지 못하게가위 눌리는 것이므로, 나의 생각을 믿는 것이다.

 

□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람들은 방랑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대책 없는 기이한 삶이라고 믿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랑을 하는 동안 나는 신비할 만큼 유기적인 우연을 즐기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나무가 자라는 것과 같았다. 나뭇가지 하나가 어느 날 한 쪽에서 삐죽이 나오고 다음에는 다른 쪽에서 나와 자라게 된다. 제멋대로 내버려두어도 나무는 훌륭하고 아름답게 자란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로 살다 보면 오히려 일을 망치게 된다. 자신의 에너지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빠져들어 지낼 일이다. (P. 107)

 

□ 이제 우리는 천재성과 통찰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천재들의 활동으로 알려진 위대한 성과의 비밀은 타고 난 천재성의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침묵의 10년이라는 땀의 계곡을 행진해온 결과인 것이다. (P. 111)

 

Ü 어두움이 없으면 밝음은 없는 것이다. 생의 그늘, 그것은 도약을 위한 자궁이다.

 

□ 침묵의 10년이든 1만 시간의 법칙이든 메시지는 분명하다. 긴 시간 정교한 훈련 계획을 따라 연습하고 연습하라는 뜻이다. 천재성과 비범한 통찰력은 이 긴 시간 동안 한 분야에 쌓인 방대한 지식이라는 토양 위에서만 작동한다. (P. 112)

 

그는 평생 그 일만을 위해 애써온 과학자였다. 뉴턴의 방대한 지식 체계와 관심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는 순간 홀연 모든 것을 꿰뚫는 통찰에 이른 것이다. (P. 112)

 

Ü 웅크린 견딤으로 인해 깨달음은 난데 없이 찾아 든다. 점수(漸修)의 과정이 없으면 돈오(頓悟)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겠다. 점진적 수행이 없다면 단 한번에 들이치는 깨달음은 있을 수 없다.

 

□ 나는 서글프지만 나 자신이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탐닉과 선입관으로 내 일에 전념하지 못했다. 연습한 많은 래퍼토리로 연주회를 준비했지만 더 나은 연주를 들려주겠다는 열정이 없었다. 악보에 충실하지 않았고 전적으로 좋은 기억에만 의존했으며 앙코르 곡으로 적당히 청중을 열광하게 하는 방법을 영리하게 체득했다. 한마디로 악보에 충실하게 그리고 기술적 결함 없이 완벽하게 연주했다고 자랑할 만한 곡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내가 진정한 음악가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재능을 끊임없이 계발하는 대신 그것을 밑천으로 뜯어먹고 살고 있었다. (P. 113)

 

Ü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말이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오케스트라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세상이 안다.”

 

□ 평범함에서 위대함으로의 도약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실천적 비법을 꼽으라면 그것은 매일하는 훈련이다. 훈련의 첫째 요소는 반복이다. 반복, 반복, 오직 반복, 대가가 되는 유일한 실천의 비법이다. 두 번째 요소는 창조성이다. 반복하되 단순히 반복하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반복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P. 114~115)

 

□ 어떤 분야가 되었든 그 분야의 대가가 되려면 자연스러움과 간결함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 바로 이 경지에 다다르려면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세월을 견디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고통에 기쁘게 다가서려는 마음만이 이 길을 걷게 한다. (P. 117)

 

Ü 제주 유배의 황망함 완당, 자의식과의 싸움 고흐, 고개가 굳어감을 개의치 않았던 미켈란젤로, 강진 유배 정약용, 흑산 유배 정약전, 연습생 홈런왕 장종훈, 기어코 일가를 이루어낸 그 뚝심. 바로 10년이 만들어 내었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고독한 고요, 인류의 유산에 흠뻑 젖다 저자의 이야기)

 

9년 동안 나는 변화경영과 관련된 전략적 업무를 탁월함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업무 시간 중 절반인 네 시간 정도를 매일 집중 투자했다. 네 시간씩 일주일에 닷새면 매주 스무 시간을 쓴 것이다. 1년은 대략 50주가 되니 1년에 대략 1,000시간을 쓰게 된 것이다. 9년 동안 9,000시간을 수련 기간으로 썼다. 거기에 마지막 3년 동안은 매일 두 시간씩 독학의 시간으로 새벽 두 시간이 추가되었다. 2,000시간이 더해졌으니 9년 동안 1 1,000시간 정도가 투여된 것이다. (P. 119)

 

Ü흉터를 자랑스러워 하는 폴리네시아의 전사들처럼 누군가와 완벽하게 닮으려면 상처까지도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 앞으로도 매년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될 것이다. 이 낙관의 근거는 분명하다. 매일의 습관이 나를 이끌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P. 120)

 

□ 종종 고전의 숲을 거닐다 보면 고풍 어린 가옥과 어렴풋한 과거의 저잣거리를 걷게 되는데 이런 퇴색하고 먼지 쌓인 풍광들이 어떻게 미래에 기여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과거는 어떻게 미래의 가장 첨예한 부분에 닿을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인생의 도약을 위한 거부할 수 없는 실천 강령 하나를 얻을 수 있다.

 

과거와 싸우지 마라. 먼저 과거의 유산을 상속받으라. 부끄러움 없이 훔쳐 모방하고 반복하여 먼저 과거의 정점에 서도록 해라. 미래의 풍경은 그 산 너머에 있다. 그러니 매일 걸어라. 매일의 힘만이 꿈으로 인도하는 단 하나의 믿음직한 주술이다. 명심하라. 평범한 자가 비범한 자를 능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 분야를 정하고 들이파는 것이다. 그러면 누구도 그 분야에 대해서는 너를 당할 자가 없을 것이니 침묵의 10년을 보내라. 고독한 10, 궁핍한 10년을 보내라. 누구든 우드스턱의 시대를 거쳐야 한다. (P. 120~121)

 

Ü 내 이를 강령으로 삼으리라.

 

견딤 셋. 여명처럼 고독을 지키다.

 (버려진 자의 평온 바뤼흐 스피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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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nedictus de Spinoza, 1632~1677)

 

그대는 친구에게 신은 육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는가? , 천사는 환상일지 모른다고 말했는가? 그리고 영혼은 죽으면 사라지는 단순한 생명일지 모른다고 말했는가? 대답하라.

나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은 내게 제안했다. 겉으로라도 교회와 신앙에 충실할 것을 맹세한다면 500달러의 연금을 주겠다고. 나는 거절했다. 진리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P. 126)

 

Ü 개인의 신념이나 사상이 제약 받는 사회는 사회적으로 그 큰 상상력의 집합을 매몰시킨다. ‘이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 낙관했지만 2천 년이 지나도록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던 자유. 언제쯤 우리는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사랑할 자유가 만민에게 주어지는 광경을 목격할까.

 

□ 동족 전체에게 버림 받고 가족과 떨어져서 나는 처절한 고독 속에서 살아야 했다. 고독처럼 무서운 것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평온한 용기로 이 고독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적을 미워하지 않는다. 미움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단점과 두려움을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P. 128)

 

Ü 작가는 이 같은 홍심을 찌르는 표현하나에 목숨을 건다. 미움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 다신 볼 수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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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가 1660~63년까지 살았던 레인스부르흐의 방)

 

□ 미래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변경되지 않도록 이미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희망과 공포는 둘 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생각에 의거한 것이기 때문에 지혜의 결핍에 의해 생겨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희망에 속지 말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자유로운 인간은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명상을 통해 지혜를 얻어야 한다. (P. 129)

 

  Ü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이다. “어떤 타인이 신의 명령에 위배될 때 그는 ‘증오’의 대상이 되며, 내가 신의 명령을 위배할 경우 나는 ‘죄의식’의 대상이 된다. 예속적 법의 탄생과 더불어, 삶에 대한 긍정이 있어야 할 자리를 주어진 삶을 부정하는 두 방식인 증오와 죄의식이 차지하는 것이다.” 이러니 삶을 증오와 죄의식으로 탕진하지 말고 긍정으로 살자는 말이겠다. 그러나 이런 철학적 통찰보다 그의 삶을 더 존경한다. 계속해서 다음을 보도록 하자.

 

비록 내가 자연적 오성으로 수집한 결과가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불만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게는 그 자체가 유쾌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나날은 탄식과 슬픔 속에서가 아니라 평화와 밝음과 환희 속에서 지나가고 있다.”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내게 닥친 불행이란 궁극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일시적 부조화일 뿐이기 때문에 화를 낼 이유도 거부할 이유도 없다. 결국 만물은 모두 신의 일부이니 만물을 신의 한 부분으로 사랑하는 것이 신을 사랑하는 과정이다. (P. 130)

 

Ü오늘날 스피노자는 “철학자들의 그리스도”(들뢰즈의 표현)라고 불린다. 우리가 사회적 제도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스스로 억압과 공포와 부정의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면서 예속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때마다 철학자들은 스피노자의 책들을 다시 펼쳐 든다.’ 철학자 서동욱의 표현.

 

□ 파문이라는 시련은 스피노자로 하여금 그저 촉망 받는 유대의 신학자로 살아갈 인생을 근대의 가장 위대한 유대인 철학자로 살아가게 도약시켰다. 고독이 그를 위대하게 했다. (P. 132)

 

Ü 고독은 계획에 없는 것이다. ‘그늘은 도약하고 난 다음의 위대함의 풍경을 빛나게 하는 바탕색이 된다.

 

□ 그의 사상은 쇼펜하우어의 살려는 의지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 베르그송의 생의 비약으로 이어졌다. (P. 132)

 

Ü 이것은 제 고독의 퍼레이드다.

 

당시 나는 고독의 극에 달해 있었다. 옛 친구는 모두 잃었고 새 친구는 아직 생기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나마 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오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꿈의 해석>을 막 집필한 참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시기를 살아내고 견뎌내서 긍지와 행복을 느낀다.” (P. 134)

 

Ü 진리가 그를 자유케 했다.

 

□ 언젠가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할 이는

   많은 것을 가슴속에 말없이 쌓아둔다.

   언젠가 번개에 불을 켜야 할 사람은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아야 한다. (P. 137)

 

   나는 인간이 왜 웃는지 알고 있다.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괴롭기 때문이다.” (P. 138)

 

Ü 니체는 언제나처럼 경이로운 문장으로 가슴을 파고든다.

 

□ 실제로 피카소는 재능을 갈고 닦으려면 결국 자신만의 길로 들어서는 고독을 감내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과거는 더는 내게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나 자신을 베낄 바에야 차라리 다른 사람을 모방하겠다. 그러면 적어도 새로운 면을 추가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난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화가란 결국 무엇인가? 다른 사람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소장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수집가 아니겠는가? 시작은 이렇게 하더라도 여기서 색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P. 140)

 

Ü 이것은 각성이다. 나는 과거 나 자신의 별 볼일 없는 작은 승리의 기억들을 가지고 여러 번 적용한 적이 있다. 번번히 스스로의 과거를 모방하여 비슷하지만 진보 없는 성공을 맛보게 한 것이다. 이제는 이것이 진실로 악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불어 쥐구멍을 찾고 싶다.

 

□ 화상 다니엘 헨리 칸바일러는 이렇게 회고했다. “그가 느낀 정신적 고독이란 참으로 공포스러웠을 겁니다. 다들 괴상하고 기형적인 작품이라고 말했으니까요.” 피카소 역시 인정받지 못한 고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림은 자유다. 도약하다 보면 밧줄을 놓쳐 추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이 부러질 위험을 피하려면 도약하지 않는 것뿐이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 (P. 141)

 

Ü 유명한 미술평론가 E.H 곰브리치는 그의 저서 서양미술사에서 피카소를 언급하며 피카소가 한말을 이렇게 인용한다. “모든 사람들은 예술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왜 새의 노래는 이해하려 들지 않는가?” 피카소로 하여금 그 처럼 이색적인 발견을 하게 한 상황이야말로 20세기 예술의 전형적인 양상이라 생각한다.

 

□ 세상의 생각 대신 자신의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과학은 늘 전진하는 것처럼 보이고 철학은 언제나 쇠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철학의 탓이 아니다. 철학은 여전히 과학으로 대답할 수 없는 것들 즉 질서와 자유 선과 악,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같은 것들을 잔뜩 껴안고 숭고한 불만과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에서 발을 빼지 않기 때문이다. (P. 143)

 

Ü 진보를 거듭하는 수직적 과학은 너나 할 것 없이 지니고 있는 수평적 철학보다 높다. 이견은 없다. 그러나 수직으로 오른 과학의 그림자조차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은 철학밖에 없다. ‘생존의 조잡한 필요에 의해 사상의 언덕에서 경제적 투쟁과 획득의 시장으로 질질 끌려 내려올 때까지

 

□ 그러나 삶은 질문 없이는 살 수 없다. 철학은 바로 삶에 대한 질문이다. (P. 144)

 

Ü 그리고 영원히 그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하므로 수천 년간 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 초인은 안전제일을 미워하며 먼 여행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위험 없는 인생을 사는 것을 싫어하며 평범함 군중의 일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의 자서저에 거짓과 더불어 제정신으로 사느니 진실과 더불어 미치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P. 144)

 

Ü 어찌 이리도 마음을 무찌르는 말씀들만 하시는지.

 

□ 생각이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그러나 생각이 우리를 위대하게 한다. 이세상에 성공한 사람은 많다. 그러나 철학이 없으면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 성공했으나 천박한 자는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평범함을 넘어선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따른 사람들이다.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볼 수 있는 제 세상 하나를 가진 자, 그들이 바로 평범함을 넘어 자신을 창조한 인물이다. (P. 144~145)

 

Ü 나의 제국을 위하여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새벽의 축조물, 홀로 살아야하는 불안을 견딘 나의 책 저자의 이야기)

 

□ 위대한 자신을 발견하라고 선동하기 때문이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라고 외쳐대기 때문이다. 인생의 가장 큰 죄는 인생을 낭비한 죄라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혁명가는 본질적으로 선동가일 수밖에 없다. (P. 146)

 

Ü 그리고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선동 당하리라.

 

□ 나는 새벽에 꾼 꿈들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니까 아마 70퍼센트 정도는 미쳐 있는 상태에서 하루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P. 147)

 

Ü 이건 비밀이었다.

 

□ 새벽의 축조물인 나의 책들은 현실로 탄생하지만 그 속의 내용들은 꿈들이다.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꿈들. 나는 그것이 또 하나의 현실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는 알게 되었다. 믿음의 체계가 곧 현실인 것이다. (P. 147)

 

Ü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의 혁명가 노신의 이 말을 우리는 깊이 새기고 있다.

 

□ 흉하고 초라한 것 속에 구겨져 있는 나비, 때가 되어 껍데기를 벗으리라. 나의 혁명에 성공하리라. 그리고 파란 하늘을 날게 되리라. 이것은 얼마나 멋진 푸른 혁명이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탐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세상이 요구하는 함성에 귀 기울인다. 세상이 돈 돈 돈 하면 돈을 따르고 모두 명품을 찾으면 명품이 자신을 대신하는 정체성이 되고 만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함께 원하여 가지게 되더라도 그것이 나의 나비가 되는 법은 결코 없다. (P. 150)

 

Ü 온 힘을 다해 고함치고 세상의 속삭임에 역류하자.

 

□ 나는 늘 푸른 바다를 찾아 나섰고 그래서 나의 항해는 늘 혼자였다.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그래도 내가 약간 지나치게 진지해 보이거나 비장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P. 151)

 

Ü 책 전체 흐르는 비장함은 명확한 의사전달을 위한 나름의 전략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모든 오해는 풀리는구나. 이유는 고독이었다. 앞서는 자의 외로움이었다.

 

10년째 나는 이 철학에 의지해 내 길을 걸어왔다. 첫째는 이제 더는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며 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오직 나의 명령에 따라 산다. 나는 작더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제국을 원한다. 두 번째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자유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자유의 양이 많아질 때만 진정한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세 번째는 본업을 통해 세상의 밝음에 기여하는 것이다. 나는 다른 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응원하는 일을 한다. 이것이 나의 기쁨이 되었다.

결국 나의 철학은 자유를 옹호한다. 내 인생이니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영역을 넓혀야겠다는 것이다. 세상 속에서 비위를 맞추고 사느니 차라리 내 마음대로 사는 고독을 택해도 좋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나 스스로 가족이 먹을 것을 벌고 스스로 선택한 천직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드는 일에 기쁘게 참여하는 것,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P. 151~152)

 

. 넘어섬

 

넘어섬 하나. 천둥 같은 스승을 얻다.

 (문틈으로 건네진 열쇠 -조주-)

 

도라는 것은 라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안다는 것은 그저 어리석은 생각에 지난지 않고 모른다는 것은 그저 혼란일 뿐이다. 네가 아무 의심도 없이 도를 깨쳐 안다면 너의 눈은 높은 하늘과 같아 한계와 장애를 벗어나 일체를 보게 될 것이다.” (P. 160)

 

Ü 거울 들여다 보듯 그렇게 지그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는 마음에 끼어있는 먼지와 때들을 조금씩 벗겨 가면 명경 같은 도가 떡하고 보이지 않겠는가. 언제나 말뿐이다.

 

스승이시여, 도에 이르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내가 대답했다.

   난 지금 오줌이 급해. 생각해보게. 이런 사소한 일조차 나 자신이 직접 하지 않는가?” (P. 161)

 

Ü 조주선사, 개에도 불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로 답한 뒤 다시 같은 질문을 하니 로 답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도를 알아가는 것은 스스로 깨치는 과정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선문답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둔함이 머리 속을 맴돌 때 나는 가장 괴롭다.

 

 

조주선사.JPG

 

□ 문이 안에서 열리듯 모든 배움과 깨달음은 안에서 스스로 익어 터지는 것이다. 스승은 제자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수행하지만 스스로의 공로를 자랑하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제자가 스스로 안에서 깨우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스승은 내게 늘 이렇게 마음의 지지자와 응원자로 남아 계셨다. (P. 163)

 

Ü 간절함이 임계치에 다다를 때 스승은 홀연히 나타나리라.

 

□ 도란 어디에나 편재해 있다. 뜰 앞의 잣나무에도 있고 당나귀 똥 속에도 있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에게도 잇다. 다음에 또 다른 놈이 물으면 네 앞을 지나는 똥개니라라고 답해주리라. 스승과 나는 늘 과녁을 매끄럽게 비껴갔지만 우리는 모두 이해하고 박수치고 늘 웃었다. 모든 심각한 자야말로 바보인 것이다. 스승은 도란 평상심이며 사물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니 사물을 떠나서는 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오늘 스승이 보고 싶다. 스승이 없었다면 또 오늘 어찌 내가 있으랴 (P. 164)

 

Ü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라 일컫는 저 유명한 뜰 앞의 잣나무일화다. 혀를 내두른다. 스승과의 선문답의 광경을 엄숙하게 상상한다.

 

□ 조주의 선풍은 안으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밖으로 구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어느 날 한 중이 그에게 물어보았다. “거지가 오면 무엇을 주어야 합니까?” 그러자 그는 대답한다. “거지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네.” 그러므로 자유였던 것이다. (P. 166)

 

□ 그러나 좋은 스승은 역사가 되고 때때로 전설과 신화가 되어 제자들에게는 물론 인류의 유산으로 남게 된다. 스승은 제자의 정신적 골수와 심장으로 보존된다. 그리고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으로 도약하고 진화한다. 오직 좋은 제자만이 눈부신 성장으로 그 스승을 빛나게 한다. (P. 168)

 

□ 중국 명나라 시대의 이탁오라는 학자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친구가 될 수 없으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으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그렇다. 사람은 이렇게 서로 연루되고 결합되면서 자신의 삶의 도약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만일 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해줄 그 누군가를 얻지 못한다면 비록 재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고독은 그저 극도의 고독으로 끝나거나 내부와 외부가 갈등하는 파괴적 불화나 구제 불능의 미숙으로 그치고 말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사람을 얻어 진정한 관계 속에 놓이게 될 때 결정적 지지와 도움으로 새로운 세계로 건너뛸 수 있게 된다. (P. 171~172)

 

Ü 명심하겠습니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스승, 어두운 길 위에 뿌려진 달빛 같은 영감 저자의 이야기)

 

□ 갈림길과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나는 이 질문을 꼭 했고 그래서 이나마 내 길을 즐기며 걷고 있는 것임을 안다. 지금도 이 질문은 계속된다. (P. 173)

 

□ 선생님은 강의 도중 지그시 눈을 감고 좋은 단어를 찾아내기 위해 애쓰셧다. 이윽고 가장 적합한 표현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역사 속의 한 인물 한 장면은 갑자기 두꺼운 먼지 속에서 벌떡 일어나 앉곤 했다. 그 사람들, 그 장면들이 시간의 먼지를 털고 일어나는 장면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P. 177)

 

□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스스로 모색해라. 헌신하고 모든 것을 걸어라. 그러나 그 길이 아니라 하더라도 실망하지 마라. 앞에 다른 길이 나오면 슬퍼하지 말고 새 길로 가거라. 어느 길로 가든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는 것이다. (P. 178)

 

Ü 우리는 더 좋은 ’(진로)에 대한 강박이 있다. 같은 에서 서로를 비교하며 부러움을 동력으로 부끄러움을 바퀴로 하여 속력을 높여 나간다. 이제는 그만하자. 백 개의 아름다운 길로 세태를 일갈하고 천 개의 거친 강을 유영하자.

 

□ 직접적으로 발가벗은 자신에 대해 말해야 하는 나의 이야기로서의 자서전이 아니라 내게 여향을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너무도 결정적인 내 삶의 증거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P. 184)

 

Ü 결국 타자로 인해 확인되는 나의 아이덴티티가 진정한 나의 모습일지 모른다.

 

□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나도 선생님처럼 누군가의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한없이 모자라는 사람이지만 선생님은 내게 이 열망을 품게 해주셨다. 나이가 들어 연구원들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을 쓰는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나는 너무도 분명히 훌륭한 선생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고 만질 수 있는 행운을 가졌던 것이다. (P. 185)

 

Ü 남전선사와 조주선사가 부럽지 않은 스승과 그 스승의 이야기, 하리라.

 

넘어섬 둘. 나를 넘어 세계에 접속하다.

 (녹색 창고의 거대한 별 아니타 로딕-)

 

 

아니타로딕.JPG  

(제품개발을 위해 아프리카를 방문한 아니타 로딕)

 

□ 어머니는 전통적인 것을 거부하셨으며 우리에게 늘 특별해져라. 평범함을 거부해라.라고 말씀하셨다. (P. 190)

 

Ü 가난과 편견, 매일 매일 생활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시대에 특별함을 강조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부모의 교육관은 이렇듯 세대를 두고 빛을 발한다.

 

□ 진정한 글로벌 비전을 가진 기업이라면 지리적 확장과 점령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마음의 확장에 더 기여해야 한다. 나는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란 직원이 자신의 잠재력과 인간 정신을 훈련하고 계발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기업은 그 자신의 구성원, 그리고 인류를 위한 완전함에 기여해야 한다. 인생에 영적인 차원이 잇듯이 비즈니스도 영적인 차원을 가져야 한다. 나는 세계를 다니며 깨달았다. 그것은 가장 근본적인 통찰이었다.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잇다. 나의 존재는 전일성(oneness)으로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경외심이 나를 가득 채웠다. (P. 198)

 

□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 급진적이 되었다. 사업을 하면서는 전념할 수 없었으므로 사업을 접고 자신이 가장 헌신하고 싶은 인권과 환경 운동가의 삶을 선택했다. 아마도 자신의 짧은 삶을 예감했기 때문인 것 같다. (P. 200)

 

Ü 나이가 들면서 더욱 급진적이 되었다는 말은 엄격한 자기검열과 반성이 없이는 힘든 것이다. 내 이런 삶을 지향하리라.

 

□ 요즘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세상에 팔기 시작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들은 기부를 판다. (P. 200)

 

Ü 정확한 지적이다. 조금 꼬아 얘기해도 될까.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기부조차파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아주 좋은 취지의 행위지만 실상, 기부는 사회 구성원들을 호도하는 행위다.(기부조차 하지 않는 사회는 말할 가치조차 없지만 말이다.) 그들의 큰(크든 작든) 기부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마워해야 한다. 그리고 약간의 비굴함과 함께 그를 우러른다. 과연 이런 느낌들과 행위들이 정당한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동정적 기부로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그만두어야 한다. 그들이 파는 기부는 결국 사회 구성원들이 소비하는 것이지만 그 공은 결국 복지 당국에서 가진다. 애초에 기부라는 것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자들이 부자들의 기부를 호도하며 제 자신의 왼손의 의무를 져버리는 것이다.

 

□ 사람이 정말 훌륭해지기 시작하는 분기점은 가진 것을 나누어 주기 시작할 때부터다. 나눈다는 것은 자기를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P. 204)

 

Ü 앞의 지적으로 인해 나눔이라는 아름다운 행위조차 폄하는 것은 아니다. 나눔은 기부와 다르다. 나눔은 타자성을 전제로 한다. 스스로 입신하여 양명하는 일을 자신의 업적으로 여기는 일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와 나를 둘러싼 존재들의 가치를 폄하시키는, 깨달음의 부재인 것이다. 깨달음의 시작은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도 그 외소한 우주 속에서 외치는 작은 이야기들을 잘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눔이다.

 

우리는 모두 여기에 짧은 여행을 하러 온 것이다. 이유도 모른 채 말이다. 어쩌면 신의 섭리가 우리를 여기에 있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나는 여기 온 이유 중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 모두 이미 죽었거나 아직 살아있는 다른 사람들 덕에 살아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그리하여 이제는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주려고 그들을 위해 나를 쓰지 못해 안달하게 되었다.” (P. 205)

 

Ü 아인슈타인이 이러한 철학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의 인류사적 이론은 오늘날 이리도 탐스럽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사람은 역사와 사회에 작은 아니 큰 부채를 지고 있다. 그 부채는 사회를 위한 혼신의 힘을 기울이더라도 다 갚지 못하는 것이어서 항상 나누지 못해 안달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자신을 뛰어넘는 삶, 그 삶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러지 못하는 나는 오늘도 자학만 한다. 이어지는 아래의 글에서 나의 자학은 쓴 회초리를 맞는다.

 

□ 자신보다 큰 것에 헌신하지 못한다면 기껏해야 뜻을 이룬 필부에 지나지 않는다. 평생을 자신을 위해 살고 자신을 위해 벌고 자신을 위해 쓴다면 돈은 얻을지 모르나 존경은 얻을 수 없다. (P. 205)

 

Ü 자기 자신에게 전념하는 이기적인 삶, 그것은 슬픔을 달래고 죽음을 극복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자신의 꿈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꿈은 소중하다. 자신에게 전념하는 삶은 결국, 타인이 아니고서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다 -임마누엘 레비나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재능을 기부하고 사람을 얻다 저자의 이야기)

 

, 이제 독립에 성공했으니, 너는 무슨 일로 네 삶이 의미 있음을 증명할 것이냐?” 이 질문 앞에 서서야 비로소 의미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눔과 공헌이 없이는 의미의 문제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바로 이때였다. (P. 207)

 

미래 역시 이미 이루어진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나의 내면적 동기는 고양되었다. 나는 이 방법을 스피노자에게서 배웠다. 스피노자는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으니 미래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이 생각에 자극 받았다. (P. 208)

 

□ 미래의 회고가 주는 두 번째 장점은 10년 앞으로 먼저 가보았기 때문에 웬만한 삶의 도약은 전부 가능한 것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만일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축조해간다면 너무도 황당하여 포기할 수 밖에 없어 보이는 풍광 역시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년 이란 거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이다. “10년 뒤로 나를 날려 보내라. 그러면 거의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품을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주술이다. (P. 208)

 

Ü 선생님의 이 말은 나에게 꿈을 이루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어려운 때, 나의 비전을 만든 것이다. 내 꿈은 미래로 달려가 텍스트화 되었다. 도래하지 않은 시간을 만유인력으로 끌어 당겨 겁 없이 이루어진 미래를 만들어 놓았다. ‘10대 풍광속에 당당히 처음을 장식한 꿈은 오래 묵혔던 세계 최고봉 등정이었다. 그 모습은 이러했다.

 

난 마치 웃는 듯 거칠게 호흡하고 있다.

기도를 하고 또 했다. 나는 간절했었고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
의사는 다소 놀랐지만 내 왼발의 빠른 회복에 자신의 공인 듯 이내 우쭐했다
.
정상에서, 내 옷은 눈이 덕지덕지 뭍어있고 난 마치 웃는 듯 거칠게 호흡하고 있다
.
그러니까 그게 벌써 8년 전 이었구나
.
2009
년 에베레스트 pre몬순기, 4월이었다.

 

이후, 거짓말같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그것은 사실이 되었던 것이다.

 

□ 직업이란 결국 밥과 존재를 다룬다. 밥을 벌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포기하면 존재가 울고 자신의 존재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밥이 되지 않는 이 대립의 딜레마를 화해시킬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P. 210)

 

Ü 스피노자로부터 시작된 아이디어는 선생님을 통해 결국 나의 꿈을 이루게 하였다. 이로써 인류 철학의 가장 큰 수혜자는 내가 된다.

 

□ 일주일에 한 권 미리 선정된 도서를 읽고 정교하게 리뷰해서 숙제를 올려야 하고 매주 한편의 칼럼을 써내야 한다. 대략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30~40시간 정도는 투여되어야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 분량이다. (P. 211)

 

Ü 책에 텍스트화된 이 프로그램의 소개가 내가 직접 당하고 보니 장난이 아니다. 입술이 부르튼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동료가 되기를 포기해야 한다. 가라 앉았던 잇몸은 다시 붓는다. 그러나 이상하다. 행복하다.

 

□ 지식의 물물교환, 나는 이 개념을 좋아한다. 가치의 차이는 내가 훨씬 덜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훨씬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일 이 사람들 속에서 훌륭한 변화경영전문가나 작가들이 나타난다면 나는 훌륭한 제자들로부터 충분히 보상받게 되는 것이다. (P.212~213)

 

10년이 지나면 어떤 연구원들은 이미 여러 권의 저서를 가지게 될 것이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그 일을 직업으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고 공헌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 의도이고 내 나눔의 본질이다. 책을 보고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책을 쓰다 보면 기량이 높아질 것이고 이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이들과 좀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함께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꿈꾼다. 한때 직장인으로 시키는 일이나 하며 살던 지극히 평범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역량을 닦은 전문가들이 되고 스스로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나는 이들을 동지로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기여의 방식이며 내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P. 213~214)

 

Ü 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의 나의 스탠스는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소명이다.

 

에필로그

 

씹어라. 호랑이는 도망칠 수 없는 풀을 먹지 않는다. 달려들어 생명을 잡아먹고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P. 217)

 

Ü 이 말은 염소의 무리에서 키워진 새끼 호랑이가 호랑이가 되는 이야기에서 내가 생각하는 핵심이다. 이제부터는 붉은 빛 사슴, 붉은 꼬리 여우, 삵들이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와 다시 내 육신이 됨으로 보답 받을 것이다. 그리고는 큰 언덕에서 한번 포효를 끝내고 뒷발부터 차례로 무너뜨리며 양지에 조용히 엎드린다. 나의 제국이므로 나를 건드릴 자는 없다.

 

□ 내가 미워하는 것은 다만 우리 속에 지금의 우리 삶보다 훨씬 더 깊은 인생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는 졸렬한 현재인 것이다.

우리에게 꿈은 무엇인가? 자유다. 잠잘 때 무의식이 꾸는 꿈은 사회적 압력을 상징하는 초자아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고 우리가 깨어 있는 낮에 꾸는 꿈은 현재로부터의 자유를 상징한다. (P. 218)

 

□ 꿈은 무엇인가? 자신을 주도적 인물로 정립하기 위한 정신 작용이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기대와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축소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만들어지는 대로 사는 삶을 버리고 세상 속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신의 제국 하나를 만들어내겠다는 자기 선언인 것이다. (P. 219)

 

인간은 확고하고 명료하고 완성된 것이 아니다. 변화해가는 것이다. 인간은 시도이고 예감이며 미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현실을 숭배하거나 존경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가 현실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때 비로소 달라지는 것이다.”

이 말을 훌륭한 통찰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늘 결정적 순간을 노리고는 있지만 그때가 오면 슬그머니 발을 빼는 슬픈 패배를 되풀이하게 된다. 자신의 미래를 현실로부터 지켜낼 힘을 잃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복종하게 된다. 그리하여 나는 사라지고 그들이 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것이다. (P. 220)

 

Ü 어쩌면 바로 이것이 자발적 복종의 메커니즘이 아니겠는가. 복종의 본질.

 

□ 뻔한 인생을 거부할 권리, 과거의 나를 죽일 수 있는 용기,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는 무모함이야말로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들인 것이다. (P. 221)

 

Ü 전적으로 동의하고 깊이 감응한다.

 

□ 결국 나는 무엇이 되어 어떻게 인생을 보내게 될까? 그리하여 나는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어떤 역할을 맡은 것일까? (P. 221) Ü 이번 주 칼럼의 주제가 되겠다.

 

□ 역할이 없는 배우, 인생에게 통렬한 똥침을 날리는 대화 한 마디 할 수 없는 벙어리, 어느 한 사람하고도 목숨을 건 사랑과 우정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졸렬한 인생, 밥을 찾아 스스로 목에 사슬을 거는 개. (P. 223)

 

Ü 아찔하지 않은가. 내가 나의 꿈을 꾸지 않으면 남이 꾸었던 꿈을 이루는데 헌신해야 한다. 이것은 18세기 에띠엔느 드 라보에띠가 말하는 자발적 복종의 핵심이 아니던가.

 

□ 그러므로 묻는다. 당신의 신화는 무엇인가? 당신의 인생이라는 모험에 어떤 모습으로 깊이 참여하고 있는가? 단명한 삶의 슬픔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자. 그 단명함이야말로 영생하는 신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참으로 슬픈 아름다움이기에. 그리하여 그대, 이제 가면 한 장 두께의 얕은 복제 인생을 걷어버리고 모든 잠재력이 스스로의 강물로 흐르는 깊고 푸른 인생을 살자.

 

Ü 역시 선생님은 탁월한 선동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라 보는 거다.

 

 

3. 다시 깊은 인생(내가 저자라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긴장

 

또 한 권의 책을 씹어 삼켰다. 저자가 지나온 질곡의 생을 위인들의 그것과 곁들어 엿볼 수 있는 기획은 새로웠다. 224페이지의 책을 읽어 내리는 동안 한번도 긴장을 푼 적이 없다.건성 건성 읽어 재끼는 내가 이리도 집중한 것은 스스로도 놀랍다. 그 만큼 이 책의 구성은 치밀했다. 대부분의 음악이 그렇듯 듣는 이로 하여금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음악에 집중시킬 수는 어려운 일이다. 읽는 데만 며칠이 걸리는 책은 더 말할 것도 없어서 책 내용 중에는 버리는장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긴박한 호흡이 끝까지 책을 관통한다. ‘평범이 비범에 이르는 길바로 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말이다. 멋진 구성이다.

 

이 때문일까. 이 책 전체에 흐르는 긴장과 비장함의 느낌은 남다르다. 이로 인해 주제에 대한 의사전달이 명확하고 효율적이다. 이 책은 삶을 다루고 개별적인 인간의 생에서 도약의 변곡점의 순간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매 순간 그 변곡점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이다. 이 책에도 잠시 힘을 빼는 순간을 그려 넣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하여 삶에서 힘을 빼는 순간, 생은 즐거움으로 가득 찰 수 있음을 버리는 장절로 끼워 넣는다면 이 책의 구성은 핵심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하지만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이미 간파한 것 같다. 책에서 나는 늘 푸른 바다를 찾아 나섰고 그래서 나의 항해는 늘 혼자였다.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그래도 내가 약간 지나치게 진지해 보이거나 비장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P. 151) 이로써 모든 오해는 풀린다. 이유는 고독이었다. 앞서는 자의 외로움이었다.

 

‘20년을 한 획으로

 

10년 전 처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고 긴가 민가 하여 그의 책 모두를 읽어 내렸다. 이내 마음은 굳어진다. 아뿔사, 나는 속삭인다. 스승이다. 그의 시작은 나와 같은 바닥이었다. 그러나, 지루한 일상의 기록들이 역사가 되는 장면을 그에게서 보았다. 평범이 비범이 되는 순간을 한번 목도한 이후는 지난 시간들과 지금은 이미 달라진 뒤였다. 그의 20년간의 직장생활은 근육 없는 나선(螺線)의 둘러감이 없이는 힘들 것이었다. 그러나, 그 후의 저서들은 또한, 지난 20년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20년을 하나의 획으로 그어버리는 그의 스케일을 가늠하고 싶었다. ‘변화를 통으로 잡아 수제비국으로 끊여내는 것 같은깊음이었다. 그와 같이 되고 싶은 마음이 발심하였다.

 

그리하여 내 마음 속에서는 그를 깊이 의지하여 이러 저리 그의 책 속에서 물어갔다. 하지만 곧 답답해 진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배움으로는 줄기까지 피를 뿜어 내지 못했다. 지속될 수 없었고 매일 하지 못했다. 작가의 잔 근육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기진하고 맥진했다. 곧추세울 등뼈는 기울기 시작했다. 스스로는 스승이 되지 못했고 지나가는 시간 속에 뿌리는 현실로 파묻혀 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나의 속, 뿌리 깊은 꿈의 피가 줄기로 솟아올라 흐르게 하자. 이 책은 춤 추듯 살고자 하는 나에게 등뼈를 제공한다. ‘20한 획으로 하는 스케일과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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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9 17:37:10 *.114.49.161

장재용님께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저 사진들을 정말로 보고 싶었습니다.

저걸 어디서 다 찾아오셨을까? 얼마나 수고하셨을까 싶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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