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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9일 21시 25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 전쟁이 한창이던 BC 484년경에 소아시아의 할리카르나소스(현재 터키의 보드룸 지역)에서 태어났다. 이 도시는 고대 그리스인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건립한 식민 도시로 현지인과 여러 민족이 함께 살았다. 그 덕분에 헤로도토스는 편견 없이 다양한 민족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명문가의 후손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그의 저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문학이나 역사와 과학에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메로스의 역사서를 좋아해서 훗날 그가 역사서를 집필하는데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BC 492시작되어 449년까지 반세기 동안 지속된 페르시아 전쟁은 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는 어려서부터 전쟁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풍부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전쟁의 업적과 원인들이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계획을 세운다멀리 이집트와 소아시아의 바빌론, 북으로는 스키타이나 북방 변경에 이르고, 가까이에는 아테네, 페니키아나 키레네, 키프로스섬, 이탈리아 남부까지 그는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헤로도토스는 전투가 전개된 각 지역들을 걸어서 가거나 배를 타고 다녔을 것이다. 전쟁의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목격자들을 통해 사실들을 취재하면서 기록을 하였다. 이러한 헤도로토스의 조사탐구를 통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이야기들은 역사적인 사실로 생명을 가지게 된다. 그는 사실을 서술했을 뿐만 아니라 현상을 깊게 통찰하면서 사상의 깊이와 이야기를 문학적 형식으로 훌륭하게 표현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키케로에게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루함보다도 생동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 들어갔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나오는 예언이나 꿈 이야기는 양념과 같은 존재였으며 깨달음이 담긴 이야기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하지만 어떤 역사가는 헤로도토스는 허풍선이다. 그의 역사 서술에는 허구가 포함되어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그러한 비판을 예상이라도 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 하지만 그 말들을 모두 믿을 의무는 없다.”(7)

역사는 우리들이 볼 수 없는 부분을 하나씩 맞추어가는 그림 퍼즐과 같다. 비록 퍼즐 조각이 하나 빠져 있더라도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체 그림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역사가인 헤도로토스의 만남으로 오래 전부터 존재해 있던 과거를 현재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다가오는 미래를 즐겁게 상상해 보았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헤도로토스의 글을 쓰는 방식과 인간의 행운에 대해서(1 15p)

 

 페르시아인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사건의 경과는 위와 같았다. 일리오스(트로이)의 공략이 원인이 되어 그들의 그리스인에 대한 적의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오에 대해서 페니키아가 전하는 말은 페르시아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 페니키아인이 이오를 납치해서 이집트로 데려간 것이 아니라, 이오가 이미 알고스에서 그 배의 선장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오는 자기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자, 부모를 대하기가 부끄러워 자진해서 페니키아인과 같은 배를 타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페르시아인과 페니키아인이 전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는 이 경과가 과연 그대로였는가, 그렇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논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리스인에 대한 악업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 인물,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그 인물의 이름을 여기에 들고, 이어 사람들이 사는 나라들(고을들에 대해서 그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하나하나 논해가면서 이야기를 해나가고자 한다. 왜냐하면 한때 강대했던 나라들이 대부분 이제는 약소해지고, 내가 살았던 시대에 강대했던 나라도 한때는 약소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운은 결코 오래도록 계속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치를 알고 있는 나는, 큰 나라이든 작은 나라이든 똑같이 밝혀 다루어가려고 한다.

 

크로이소스와 솔론 이야기(1 25p~27p)

 

"크로이소스 왕이시여, 왕께서는 저에게 인간의 운명에 대해서 물어보고 계십니다. 저는 신이란 질투심이 많고 인간을 난처하게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동안에 여러 가지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아야 하고 겪고 싶지 않는 일도 겪어야 합니다. 인간의 일생을 가령 70년이라고 함녀, 70년을 날수로 고치면 윤달은 없다 치고라도 5,200일이 됩니다. 만약에 사계절의 추이를 달력에 맞추기 위하여 1년 걸러 한달을 연장한다면 70년 동안에 35개월의 윤달이 들어가게 되고, 이것을 날로 환산하면 1,050일이 됩니다. 그런데 70, 합계 2 6,250일중, 하루라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크로이소스 왕이시여, 인간의 생애는 모두가 우연입니다.

 왕께서 막대한 부를 가지시고, 많은 백성을 통치하고 계시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물으신 일에 대해서, 왕께서 좋은 생애를 마치셨다는 것을 아실 때까지는 저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제아무리 유복한 사람이라도, 만사가 잘 되어가는 평생을 끝마칠 수 있는 행운을 만나지 않는 한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사람보다도 행복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가 없습니다. 돈이 썩을 정도로 있어도 불행한 사람이 많은가 하면, 재산은 없어도 좋은 운을 만난 사람 또한 많습니다. 매우 부유하지만 불행하다고 하는 사람은, 행운이 있는 사람에게 비해서 딱 두 가지 이점을 갖는 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운이 있는 사람은 불행한 부자보다도 많은 점에서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전자는 욕망을 충족하거나 들이닥친 큰 재난을 견디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쪽보다 유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행운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쪽에는 없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습니다. 욕망을 채우거나 재난을 견디는 점에서는 부자와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운이 좋으면 그러한 일을 방지할 수가 있습니다. 몸에 결함이 없고, 병을 모르고, 불행한 일도 당하지 않고 자식복이 있고, 모습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게다가 훌륭한 죽음을 맞이할 수가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왕께서 바라시는 인물, 즉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행운이 있는 사람이라고 부를지언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인간의 몸으로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나라의 경우도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진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저것은 있지만 이것은 없다고 하는 것이 그 실정이며, 가장 많이 있는 나라가 가장 좋은 나라인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개개인이 완전히 자족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가 있으면 다른 하나가 없는 법인데, 될 수 있는 대로 부족한 것이 적은 상태로 지낼 수가 있고, 게다가 보람 있는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는 사람, 왕이시여, 그러한 사람이야말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불러 마땅한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일에 대해서나 그것이 어떻게 되어 가는가, 그 결말을 끝까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에 의해 울타리 너머로 행복을 잠깐 보았으나, 결국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장작 위에 선 크로이소스(1 59p)

 

 크로이소스는 이토록 비운에 직면하면서도, 문득 솔론이 한 말이 생각났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얼마나 영감에 찬 말인가!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이제까지 한마디도 않고 침묵을 지키던 크로이소스가 깊은 한숨을 쉬며 슬픈 목소리로 세 차례나 솔론의 이름을 불렀다 

 

하르파고스의 인육식사(1 77p)

 

 하르파고스가 덮개를 벗기자 그 아래에는 자기 아들 시체의 나머지가 있었다. 아스티아게스가 먹은 고기는 무슨 짐승의 고기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하르파고스는 안다고 대답한 다음, 왕께서 하시는 일은 그 어떤 일도 만족한다고 말하였다. 하르파고스는 남은 고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유해를 모아 묻을 생각이었을 것이다.

 

키루스의 설득(1 81p)

이튿날 모인 페르시아인들을 초원에 자리를 마련하여 대접하였는데, 식사가 끝나자 키루스는 그들에게 어제의 일과 오늘의 일 중 어느 쪽을 고맙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어제와 오늘은 너무 차이가 나는데, 어제는 괴로운 일뿐이었으나 오늘은 즐거운 일 투성이입니다 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받아서 키루스는 다음과 같이 자기 계획을 모두 털어 놓았다.

 페르시아인 여러분, 이것이 지금 여러분이 처해 있는 실정이다. 내 말을 따르면 노예와 같은 일은 하지 않고 오늘과 같은 좋은 일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내 말을 거스르면 어제와 같은 괴로운 작업을 수없이 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자유의 몸이 되어라. 이렇게 말하는 본인은 신의 뜻에 따라 이 세상에서 생을 받고 이 큰 사업을 맡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또 싸움이나 다른 점에서도 여러분은 메디아인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러니 여러분은 한시라도 빨리 아스티아게스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

 

크로이소스의 반대의견 (1 124p)

 

이것을 들은 키루스는 페르시아군의 주요 인물들을 모아놓고 일의 전말을 알리고, 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협의하였다. 그리하여 모두가 토미리스와 그 군대를 자국에서 맞아 쳐야한다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때 그 자리에 있던 전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는 이 의견을 비난하고 그와는 반대 의견을 피력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왕이시여, 이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제우스의 뜻에 따라 전하의 곁에 온 이상, 가문에 지장을 가져오는 일을 알게 되면 온 힘을 다해 제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재난은 쓰라린 것이기는 했지만, 좋은 교훈이 되었습니다. 왕께서 만약에 전하 자신이나 휘하의 군대가 영원히 멸망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의견을 말씀드려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하 자신도 또 전하께서 명령을 하시는 사람들도 모두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신다면, 우선 인간의 운명은 수레바퀴와 같은 것으로 빙빙 돌면서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나 행운을 얻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을 아시기 바랍니다.

 

이집트인의 발명(2131p)

 

인간계에 한정해서 그들이 하는 말 중 일치하는 것은, 1년이라는 단위를 발명한 것과 1년을 계절에 따라 열두 부분으로 나눈 것은 이집트인이 최초라는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별을 관찰하여 발견했다고 말하였다. 나는 달력을 계산하는 방법을 이집트인 쪽이 그리스인보다도 합리적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리스인은 계절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격년으로 윤달을 1개월 삽입하는데, 이집트에서는 30일을 한 달을 12개월 동안 계산하고 그 정수 외에 1년에 5일을 더함으로써 계절의 순환이 달력과 일치해서 운행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헤로도토스의 책을 쓰는 원칙(2 193p)

 

이와 같은 이집트인의 이야기는 그와 같은 일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취하고 있는 원칙은, 여러 사람이 이야기한 것을 들은 대로 적는 데에 있다.

이집트인이 하는 말로는, 지하계를 지배하는 것은 테메테르와 디오니소스 두 신이라고 한다. 또 인간의 영혼은 불멸이며, 육체가 죽으면 차례로 태어나는 다른 동물의 체내로 들어가서 머문다는 설을 처음으로 주창하는 것도 이집트인이다.

영혼은 육지에 사는 것, 바다에 사는 것, 그리고 하늘을 나는 것, 이런 식으로 모든 동물의 몸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태어나는 인간의 체내로 들어와 3000년으로 영혼의 일순이 끝난다고 한다.

 

아마시스의 정무 집행 방식(2 219p)

 

아마시스의 정무를 집행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아침 동안에 광장에 사람들이 나올 무렵까지는 그에게로 올라온 정무를 열심히 처리하지만, 그 이후는 술을 마시고 함께 자리한 상대를 놀리면서 하찮은 시간을 보냈다. 왕과 친한 사람들은 이러한 행동을 마음 아파하여 다음과 같이 간언하였다.

왕이시여, 지나치게 천한 행동을 하시는 것은 국왕으로서 올바른 처신이 아닐 것입니다. 옥좌에 엄하게 앉으셔서 온종일 정무를 맡아보시는 것이 전하에게 어울리는 일이며,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이집트 국민도 위대한 통치자를 추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전하의 평판도 틀림없이 좋아질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모습은 결코 제왕에 어울리는 것이 아니옵니다.

아마시스는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활을 가진 자는 이것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때 당기지만, 사용하고 나면 늦추어 둔다. 활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당긴 상태로 두면 부러져서 막상 필요할 때 쓸모가 없게 된다. 인간이 취할 자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근엄해야 한다는 데에만 마음을 쓰고 때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논다는 기분이 없다면,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마음이 어지러워지거나 멍청해질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이치를 알기 때문에 이 둘을 적당하게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폴리크라테스의 다시 돌아온 반지(3 249p)

 

아마시스 왕이 폴리크라테스 왕에게 적어 올립니다. 친교를 맺은 친구의 행복을 듣는 것은 기쁜일 이지만, 신령의 질투심 많은 이치를 아는 나로서는 그대의 지나치게 성대한 행운이 마음에 거슬리는 바입니다. 나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가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모든 일에 행운의 혜택을 받는 것보다는 오히려 성공하는 경우가 있으면 실패하는 일도 있는 것처럼 행운과 불운을 교대로 맛보면서 평생을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것은 매사에 행운을 타고난 사람으로서 결국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고 끝난 예를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충고를 받아들여, 언제까지나 행운을 만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하실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그대에게 무엇보다도 귀중하여 잃으면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이 무엇인가를 잘 생각하셔서, 그것을 결코 인간의 눈에 띄는 일이 없도록 버리십시오. 그리고 그렇게 했는데도 행운과 불운이 번갈아 일어나지 않는다면 내가 말씀 드린 방법을 되풀이해서, 사태를 개선하도록 하시는 편이 현명할 것입니다.

이 편지를 읽은 플로크라테스는 아마시스의 충고를 지당하다고 생각하여, 재물 중에서 잃으면 가장 서운할 것이 무엇일까 찾은 끝에 마침내 그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그가 평소에 손가락에 끼고 있던 동장이 달린 반지였는데, 그것은 황금 받침을 단 에메럴드제로, 사모스의 명장 텔레클레스의 아들 데오도로스가 만든 것이다.

이 반지를 버릴 결심을 하자 폴리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하였다. 50노선을 만들어 자기도 여기에 타고 큰 바다로 저어나갔다. 그리고 섬에서 멀리 떨어지자 반지를 빼어 배에 탄 모든 사람 앞에서 바다에 던진 것이다. 그러고 나서 배를 되돌려 집으로 돌아가 불행을 절실히 맛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5일이 지난 뒤, 뜻밖에도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한 어부가 보기 좋은 대어를 잡아 이것을 폴리크라테스에 가서 왕에게 배알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뜻이 이루어지지 왕에게 바치고 말하였다.

전하, 저는 하찮은 어부입니다만, 이 고기를 잡았을 때 이것은 시장으로 가져갈 물건이 아니라 이 나라를 다스리시는 전하께 드리는 것이 가장 좋을 일이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가지고 왔습니다.

폴리크라테스는 어부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뻐서 대답하였다.

그대는 매우 좋은 일을 해주었다. 그대의 말이나 헌상품을 모두 기쁘게 생각. 포상으로 식사를 대접하겠다.

어부는 이렇게 해서 크게 대우를 받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요리사들이 생선의 배를 가르자 그 속에 예의 도장이 달린 반지가 들어 있었다.

 

페리안드로스와 아들의 대화(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다 / 3, 273p)

 

페리안드로스는 가엾은 생각이 들어 화를 가라앉히고 아들에게로 다가가서 말하였다.

도대체 너는 어느 쪽이 좋다고 생각하느냐. 지금 이대로가 좋으냐,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의 뜻에 따라 내가 현재 쥐고 있는 왕위와 재물을 장차 잇는 것이 좋으냐. 너는 나의 아들로서 당연히 이 번창하는 코린토스의 왕이 될 몸이면서도, 네가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될 사람에게 반항하고 화를 내어 스스로 방랑자의 생활을 고른 것이다. 어떤 사건으로 무엇인가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이 일로 너는 나를 의심하고 있는 모양데-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에게 생긴 일이고, 또 그것은 내가 저지른 일이므로 그 일에 가장 관계가 있는 것은 바로 나다. 따라서 너는 남의 동정을 사는 것보다도 선망을 받는 쪽이 얼마나 좋은 일이고, 부모나 자기보다 힘이 있는 사람에게 반항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깨닫고 집으로 돌아오너라.

페리안드로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아들을 달래려고 했다. 그러나 리코프론은 아버지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다만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저와 말을 했으니까 아버지께서도 신에게 벌금을 내셔야겠군요.

 

오타네스의 독재제 반대 의견(3, 273p)

 

“우리 중의 한 사람이 독재자가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좋은 일도 아니므로, 이제 그와 같은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오. 여러분은 캄비세스 왕이 어떻게 포악한 정치를 했는지 알고 있고, 또 마고스의 폭정도 몸소 겪었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마음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독재제가 어떻게 질서 있는 나라의 체제가 될 수 있단 말이오? 이러한 정체에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조차도 한번 군주의 자리에 앉으면 이전의 마음은 잊어버리고 마오. 현재의 영화로 교만한 마음이 생기기 때문인데, 여기에 또 타고난 질투심이라는 게 있소. 이 두 가지 약점 때문에 독재자는 갖은 악덕을 몸에 지니게 되는 것이오. 다시 말해 그에게 갖가지 비행이 생기게 되는 것은, 하나는 영화에 싫증이 나서 교만한 마음을 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질투심이 저지른 결과요. 본디 독재자는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을 지니게 되므로 남을 부러워하는 마음 따위는 가질 리가 없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의 국민에 대한 태도는 그와는 정반대가 된다오. 그는 살아 있는 한 요직에 있는 자들을 질투하고, 시민들 중 가장 천한 사람들을 즐겨 총애하고, 또 그 참소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소. 이 세상에 독재자보다도 그 말과 행동이 다른 자는 없소. 그는 적당히 칭찬하면 부족하다 화를 내고, 귀히 받들면 아첨꾼이라 해서 기분이 상했다 하니 말이오.

 그러나 가장 중대한 일은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이오. 독재자란 조상 전래의 풍습을 파괴하고, 여자를 범하고, 재판을 거치지 않고 사람의 목숨을 빼앗소. 이에 반해 대중에 의한 통치는 먼저, 만민평등권이라는 아름다운 명목을 갖추고 있고, 다음으로는 독재자가 하는 것과 같은 일은 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오. 직무의 관장은 추첨에 따르고, 관리는 책임을 가지고 직무에 임하며, 모든 국책은 공론에 의해 결정되오. 

 따라서 나로서는 독재제를 단념하고 대중의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기에 제출하는 바요. 모든 일은 다수 의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오.

 

오타네스의 지혜(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다 / 3, 274p)

 페르시아에 만민평등의 체제를 실현하려고 하는 열의를 불태운 오르타네스였으나, 자기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그는 모두에게 말하였다.

 동지 여러분, 이렇게 되면 심지로 결정하든, 페르시아 국민에게 좋은 쪽을 고르게 하든, 또는 그 밖의 방법에 의하든 간에 우리 가운데 누군가 한 사람이 왕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나는 그대들과 왕위를 다툴 생각은 없소. 나는 남을 지배하는 일도, 남의 지배를 받는 일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오. 그래서 지배자의 지위를 단념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소. 나는 물론 내 자손도 그대들 중 그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오.

 이와 같은 오타네스의 발언에 대하여 다른 여섯 사람이 조건부로 승낙을 하였기 때문에, 오타네스는 그들의 왕위 다툼에는 가담하지 않고 국외자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 지금도 페르시아에서 오타네스 집안만은 여전히 독립인 채 자유롭게 있고 페르시아의 법률에 위배되는 일은 하지 않지만, 자신들이 바라지 않는 한 왕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킴메르인의 자멸(4 318p)

 

킴메르인은 스키타이인이 대거 밀려온다는 소식을 듣자 협의를 했는데, 의견이 둘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다. 그 가운데 왕족의 견해가 더 뛰어났다. 민중 측 의견은 우세한 적에 대해서 위험을 무릅쓰지 말고 철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 데 반해, 왕족 측은 공격해 오는 적과 끝까지 싸우자고 한 것이다. 왕족이나 민중이나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한쪽은 싸우지 않고 국토를 적에게 내주고 철수하길 바라고, 다른 한쪽은 이제까지의 풍요로운 생활과 망명 뒤에 겪어야 할 고난을 고려해 조국에서 죽어 뼈를 묻을망정 민중과 함께 국외로 망명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두 편으로 갈라져 결투를 하기에 이르렀다. 킴메르 민중은 서로의 칼에 찔려 모두 최후를 마친 왕족들을 테라스강변에 매장한 다음(그 묘소는 지금도 그곳에서 볼 수 있다)철수했다. 그리고 내습한 스키타이인은 아무도 없는 땅을 점령했다고 한다.

 

다레이오스, 마부의 재치로 왕위에 오르다(3 275p)

 

다레이오스에게는 오이바레스라고 하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마부가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헤어졌을 때 다레이오스는 이 마부에게 말하였다.

오이바레스, 우리는 모두 멀리 말을 타고 나가 일출과 함께 최초로 운 말의 주인이 왕위에 오르기로 했네.

 만약에 너에게 무엇인가 좋은 생각이 있으며, 내가 영광스러운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겠나?

오이바레스는 대답하였다.

나리께서 왕이 되시느냐 안 되시느냐가 그런 일에 달려 있습니까? 그렇다면 마음을 놓으시기 바랍니다.

 결코 나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왕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니까요. 저는 그와 같은 일에 좋은 비법을 알고 있습니다.

  다레이오스는 말하였다.

정말로 너에게 그러한 좋은 지혜가 있다면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준비해 주기 바란다.

 왕위를 정하는 행사가 내일 열리니까.

그 말을 듣고 오이바레스가 취한 행동은 다음과 같다.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그는, 다레이오스의 말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암말을 한 마리 성 밖으로 끌어내서 말뚝에 매고, 이어 다레이오스의 말을 그곳으로 끌고 가 암말 근처를 여러 차례 돌리고 나서 교미하도록 풀어주었다.

날이 샐 무렵 여섯 사람은 약속대로 말을 타고 나타났다. 모두가 성 밖으로 나가서 전날 밤 암말이 매어졌던 장소에 가까이 이르자, 다레이오스의 말은 그곳으로 다가가서 울었다. 그리고 말의 울음과 동시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린 것이다. 마치 짜기라도 하듯이 이렇게 연이어 다레이오스에게 일어난 이 천변은 그의 왕위를 부동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말에서 뛰어내려 다에리오스 앞에 엎드렸던 것이다.

 

스키타인이 다레이오스에게 전달한 선물의 의미(4370p)

 

이와 같은 일이 거듭되자 드디어 다레이오스는 궁지에 몰리고 말았따. 스카타이의 제왕은 이 사정을 알자 사자를 보내 다레이오스에게 선물로 참새에 쥐, 개구리, 그리고 다섯 개의 화살을 전했다. 페르시아인은 이와 같은 선물을 가지고 온 자에게 선물을 보낸 저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자는 이것을 전하고 일찌감치 돌아오라는 명령만 받았다고 대답한 뒤 페르시아인에게 지혜가 있다면 선물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페르시아인은 이에 대해서 회의를 했다.

다레이오스의 의견은, 스카타이인이 자기에게 항복해 땅과 물을 바치겠다는 의미란 것이었다. 그의 추리는 쥐는 땅속에 살면서 인간과 똑 같은 곡물을 먹고, 개구리는 물에 살고, 새는 말과 비슷하고, 화살을 지참한 것은 그들의 무기를 인도한다는 뜻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고스를 타도한 7인의 한 사람인 고브리아스의 견해는 다레오오스의 설과 대립하는 것이었다. 고브리아스는 선물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추리하였다.

페르시아인이여, 그대들은 새가 되어 하늘에 날아오르거나, 쥐가 되어 땅 속에 파고들거나, 그렇지 않으면 또 개구리가 되어 호수에 뛰어들지 않는 한 반드시 이 화살에 맞아 무사히 귀국하지 못할 것이다.

 

 

다레이오스의 가장 귀중한 제보(5 414p)

 

히스티아이오스여, 그대를 부른 용건이란 다름이 아니다. 내가 스키타이에서 귀환해 그대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은 잠깐 동안이었는데, 그대를 만나 대화를 하는 것 이상으로 간절한 소망이 달리 없었다. 그 이유는 재치와 성심을 겸비한 친구야말로 온갖 재보 가운데에서 가장 귀중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코린토스 독재자의 운명을 예시하는 신탁(5 448p)

 

에에티온이여, 참으로 존경을 받아야 할 몸이면서

아무에게도 존경을 받지 못하는구나

라브다는 임신을 하고 있어 곧 맷돌을 낳으리니

그 맷돌을 통치하는 자의 머리위로 떨어져 코린토스를 응징하리라

 

바위 위의 독수리가 잉태해 사나운 사자를 낳고

이 사자는 많은 자들을 굴복시킬 것이다.

코린토스 인이여, 명심하라

아름다운 샘 페이레네 언저리 산세가 험한 코린토스에 사는 자들이여

 

지금 내 저택에 들어오는 자는 행운아,

에에티온의 아들 킵셀로스, 그 이름 드높은 코린토스의 왕

행운은 그와 그 아들의 것, 단 손자까지는 미치지 못하리라.

 

코린토스인(소클레스만)의 독재반대 연설(5 450p)

 

킵셀로스는 30년에 걸쳐서 통치하고 무사히 일생을 마쳤는데 그 뒤를 아들인 페리안드로스가 물려 받았소. 이 페리안도르스는 처음에는 아버지보다 온화했으나 밀레토스의 독재자 트라시불로스와 사절을 통해서 교제를 하게 된 뒤로는 킵세로스를 훨씬 능가하는 잔인한 인간이 되었다오. 페리안드로스는 트라시불로스에게 사자를 보내 어떻게 하면 가장 안전하게 정무를 처리하고 가장 잘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느냐고 물었소. 트라시불로스는 페리안드로스에게서 온 사자를 교외로 데리고 나가 작물이 자라고 있는 밭으로 들어갔소. 그러고는 코린토스에게 일부러 찾아온 목적을 몇 번이고 사자에게 물으면서 함께 보리밭을 지나며 다른 이삭보다도 눈에 띄게 길게 자란 이삭을 볼 때마다 잘라 버려 결국 작물 가운데 가장 잘 된 부분을 완전히 망쳐버렸소. 그리고 그 밭을 다 걷고 나자 충고다운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사자를 돌려보낸 것이오.

사자가 코린토스로 돌아오자 페리안드로스는 한시라도 빨리 트라시불로스의 충고를 들으려고 했소. 그러나 사자는 트라시불로에게서 아무런 충고도 없었다 말하고 그곳에서 보고 온 대로 이야기했소. 그리고 자기 재산을 망가뜨리는 미치광이에게 저를 보내시다니, 전하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소.

그러나 페리안드로스는 트라시불로스가 취한 행동이 도시의 유력자를 죽이라는 뜻임을 깨달았다오. 그때부터 그는 시민에 대해서 온갖 잔학한 만행을 저지르기 시작했소.

 

아테네인을 향한 다레이오스 왕의 복수심 (5 457p)

 

오네실로스가 아마투스를 포위 공경하는 한편, 사르데스가 아테네와 이오니아의 연합군에 의해서 점령되어 불타버린 일, 또 그 연합을 성립시켜 이 계획을 꾸민 장본인이 밀레토스의 불타버린 일, 또 그 연합을 성립시켜 이 계획을 꾸민 장본인이 밀레토스의 아리스타고라스였다는 것 등이 다레이오스왕에게 보고되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왕은 이 보고를 들었을 때 이오니아인에 대해서는 머지 않아 그들이 배반의 대가를 치를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았으나, 아테네인이란 도대체 누구인가? 물었다고 한다. 그 대답을 듣자 왕은 활을 집어 들고 화살을 재고는 하늘을 향해 쏘았다. 그리고 하늘을 향햐 제우스여, 아테네인에게 보복할 것을 저에게 허락 해주십시오. 말했다 한다. 그러고는 하인 한 사람에게 식사 시중을 들 때마다 왕을 향해 전하, 아테네인을 잊지 마십시오 이렇게 세 번을 말하도록 명했다는 것이다.

 

원군을 스파르타에 요청하는 전령 필립피데스 (6512p)

 

아테네의 사령관들은 아직 시내에 있을 때에 먼저 아테네인 필리피데스를 전령으로 스파르에 보냈다. 필리피데스는 직업적인 장거리 주자였다. 이 필리피데스가 아테네인에게 보고한 바에 따르면 그가 테게아 부근에 우뚝 솟은 파르테니온 산 근처에 다다랐을 때 목신 판을 만났다고 한다. 판은 큰 소리로 필리피데스의 이름을 부르더니, 자기는 아테네인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고 이미 이제까지도 종종 아테인을 위해 힘써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길, 아테네인은 자기의 일에 전혀 신경을 써주지 않는데 그 이유가 무었인지 아테네로 돌아가면 물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아테네인은 그의 말을 믿고 사태가 수습이 된 뒤 아크로폴리스 기슭에 신전을 세우고 필리피데스의 보고에 따라서 해마다 희생을 바치고 횃불경쟁을 주최해 신의를 받들고 있다.

한편 이 필리피데스는 이때 그가 판을 만났다고 말하는 바로 그때의 일인데 사령관들의 지시로 아테네를 떠난 지 2일째에 스파르타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바로 장관들에게로 가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아테네, 스파르타 간의 거리는 200km가 넘는다. 2일간에 이를 주파했다면 하루에 100km 이상을 달리는 셈이 된다.)

스파르타인 여러분, 아테네인은 귀국이 아테네를 지원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그리스의 가장 오랜 도시로 손꼽히는 아테네가 이국민의 노예가 되는 것을 방관하지 말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에레트리아는 이미 예속이 되었으니 이 도시를 잃은 그리스는 그만큼 전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아르타바노스의 그리스 전쟁에 대한 반대의견(7 537p)

 

이렇게 말씀 드리는 까닭은, 충분히 고려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럽게 생각하여 계획을 잘 세운 자는 설사 일이 생각대로 잘 진행되지 않고 불운 탓으로 그 계획이 좌절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그러나 섣부른 계획만으로 실행한 자는, 일이 운좋게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주운 것이나 같기 때문에 준비가 충실치 못했음을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전하께서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동물 중에서 신의 번개에 맞아 죽는 것은 오직 눈에 띄게 큰 것들뿐입니다. 신께서는 그렇게 해서 그들이 지나치게 우쭐거리지 않도록 하십니다(작은 동물은 신께 불손한 행위를 조금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집이나 나무들도 번개를 맞는 것은 언제나 가장 큰 것 들뿐으로, 뛰어난 것을 깍아 내리는 것이 신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대군(大君)이 얼마 안 되는 군대에게 패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예컨대 신께서 대부대의 위세를 질투하여 병사들의 마음에 공포감을 불어넣거나 천둥을 울려 위협하시면, 아무리 대군이라 할지라도 여지없이 궤멸되고 맙니다. 신께서는 그분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교만한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하십니다.

무슨 일이든 성급히 일을 처리하면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실패로 우리는 커다란 고통을 당해야 합니다. 참고 견디는 데 복이 있습니다. 그러한 복덕(福德)은 곧 나타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깨닫게 됩니다.

 

노여움에 찬 크세르크세스가 바다에게 채찍을 가하다.(7, 551p)

 

 다리를 놓도록 명령 받은 자들은 아비도스를 기점으로 이 곶을 향해 다리 두 개를 설치하였는데, 그 하나는 페니키아인이 백색 아마제 밧줄을 사용하여 설치하였고, 다른 하나는 이집트인이 파피루스제 밧줄을 사용하여 설치했다. 아비도스에겍 해안까지의 거리는 7스타디온이다. 그런데 공사가 끝나 다리가 개통되자마자 폭풍이 불어와 막 완성된 다리가 모두 파괴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크세르크세스는 헬레스톤토스에게 크게 노하여, 가신들에게 바다에 300대의 채찍형을 가하고 또한 족쇄 한 쌍을 바다 속으로 던져 넣으라고 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헬레스폰토스에 낙인을 찍고자 사람을 파견하기도 했다 한다. 어쨌든 크세르크세스가 채찍형 집행인에게 명하여 다음과 같은 야만스럽고 불손한 말과 함께 바다에 채찍형을 가하게 한 것만은 확실하다.

 이 짜고 쓴 물 놈아, 너의 주인님께서 네게 이런 벌을 내리셨다. 너의 주인님께서는 너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으셨는데, 네놈 쪽에서 먼저 주인님께 활을 당겼기 때문이다. 크세르크세스왕께서는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너를 건너가실 것이다. 그리고 물론 네놈에게 공물을 바치는 자는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을 거다. 네놈처럼 탁하고 짜고 쓴 물에게 그건 당연한 일이다.

 크세르크세스는 헬레스폰토스에 대한 이러한 벌을 가하라고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헬레스폰토스 다리 공사 책임자의 목을 자리게 했다.

 

아르타바노스와 눈물 흘리는 크세르크세스의 이야기(7 557p)

 

그의 숙부 아르타바노스가 눈물을 흘리는 크세르크세스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

전하, 조금 전의 행동과 지금의 행동이 어찌 그렇게 다르십니까? 방금 전에는 자신의 행운을 스스로 축복하시는 듯

하더니 지금은 눈물을 흘리시다니요.

그러자 크세르크세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운데 부딪히게 되는 것 중에는 그보다 훨씬 더 슬픈 일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있는 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이렇게 짧은 인생이지만 삶보다는 죽음을 원하는 일이 한 번도 아닌 여러 번에 걸쳐 일어나지 않습니까. 이런 일을 겪지 않을 만큼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불행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자에게는 이 짧은 인생마저 너무 긴 듯 느껴질 것입니다. 이렇게 인생이 괴로운 나머지 죽음이 인생마저 너무 긴 듯 느껴질 것입니다. 이렇게 인생이 괴로운 나머지 죽음이 인간이 가장 원하는 도피처가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우리에게 인생의 감미로움을 맛보게 해주신 신의 마음속에 실은 악의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르타바노스의 두 가지 적의에 대한 이야기(전쟁을 임하는 마음가짐, 7 558~559p)

 

아르타바노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전하, 제가 꾼 꿈이 저나 전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저는 그날 밤 이래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특히 이 세상에서 가장 위력 있는 두 가지가 전하께 적의를 품고 있음을 깨닫고 마음을 주체치 못할 정도로 두려웠습니다.

 그 말을 듣고 크세르 크세르크세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참으로 기묘한 말을 하는구려. 위력 있는 두 가지가 내게 적의를 품고 있다니, 대체 그게 뭐요? 우리 군대에 뭔가 잘못된 점이 있다는 말이오? 병력이 부족하오? 그대는 그리스군이 우리 군대의 수배에 달하리라 생각하오? 혹은 우리 해군이 그리스 해군에 비해 열세라고 생각하오? 아니면 바다와 육지에서 모두 부족하단 말이오? 만약 그대가 우리 군대가 그러한 점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지체 없이 별도의 군대를 쉽게 징집할 수 있지 않소?

아르타바노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전하, 적어도 상식을 갖춘 자라면 이만큼의 군대나 함선 수가 부족하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전하께서 더욱 많은 군대를 징집하면 하실수록 제가 말씀드린 두 가지는 더욱 전하께 적의를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그 두 가지란 바로 육지와 바다를 가리킵니다. 제가 아는 한, 폭풍이 불 때 우리의 이 함대를 수용하여 안전하게 지켜줄 만큼 큰 항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더욱이 그러한 항구는 단지 하나에 그치지 않고, 전하께서 앞으로 수군을 진격시키실 해안 일대에 걸쳐 많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항구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전하, 저는 전하께서, 인간은 우연한 사태를 제어할 수 없고 도리어 거기에 자신을 맡길 수밖에 없음을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육지가 전하께 적대감을 품고 있다는 의미는 이런 것입니다. , 설사 전하의 전군을 저지하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전하께서 계속해서 진군하시면 하실수록-실로 인간이란 순조롭게 일이 풀릴 때에는 그에 만족하여 멈추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육지 자체는 점점 더 적의를 나타낼 것입니다. 요컨대 맞서는 자가 없다 하더라도 나날이 늘어 가는 거리 때문에 반드시 식량난에 봉착하게 될 거라는 이야깁니다. 저는 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는 모든 예측키 어려운 사태를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행동하고, 실행에 있어서는 대담무쌍하게 행동하는 자야말로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믿습니다.

크세르크세스는 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아르타바노스여, 그대가 한 말은 하나같이 다 옳소. 하지만 그렇게 무엇이든 두려워하거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고려하지 마시오. 어떤 사항에 대해 온갖 가능성을 일일이 따진다면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오. 오히려 만사를 대담하게 결행하고 염려되는 위험을 반쯤은 감수하는 편이, 사전에 온갖 위험을 피하기 위해 행동을 회피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오. 그대가 다른 자들의 의견에 일일이 반대할 때 그 주장이 확실히 옮음을 증명할 수 없다면, 그대의 반론 또한 그대와 견해를 달리하는 자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틀린 것일지도 모르오. 어느 쪽 주장이 옳은가 그 가능성은 반반이오.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확실한 것을 알 수 있겠소? 나는 그것은 인간의 힘으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오. 그러므로 성공은 기꺼이 결행하는 인간의 힘으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오. 그러므로 성공은 기꺼이 결행하는 자에게 주어지게 마련이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뭇거리며 몸을 사리는 자에게는 다가오지 않소.

 

스파르타인의 용기(7580p)

 

이처럼 스파르타인은 일대일 결투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더구나 단결할 경우에는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됩니다.

그들은 물론 자유스럽습니다만 전적으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법(, 노모스)이라는 왕을 섬기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것을 두려워하는 정도는 전하의 신하들이 전하를 두려워하는 정도를 훨씬 능가합니다. 여하튼 그들은 이 왕이 명하는 대로 행동하는데, 이 왕이 명하는 것은 언제나 한 가지, 즉 어떠한 대군을 맞이하더라도 결코 적에게 뒷모습을 보이지 말고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며 적을 제압하든지 자신이 죽든지 하라는 것입니다.

 

아테네 사자의 겔론 왕에게 원조 요청(7608p)

 

시라쿠사이의 왕이시여, 저희를 전하께 파견한 그리스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지휘관이 아닙니다. 그리스가 바라는 것은 군대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그리스의 통수권을 장악하지 못하는 한, 군대를 파견할 수 없다 하시며 오로지 그리스군의 작전을 좌지우지하려는 데만 관심을 쏟고 계십니다. 전하께서 그리스 전군에 대한 지휘권을 요구하셨을 때 우리 아테네인은 말없이 듣고만 있었습니다. 스파르타 사절이 전하의 요구에 대해 스파르타뿐만 아니라 아테네를 위해서도 훌륭하게 답변해 주리라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전하께서는 그리스 전군에 대한 통수권을 거부당하시자 이번에는 수군에 대한 지휘권을 요구하셨습니다. 그런 이상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설사 스파르타 사절이 수군에 대한 지휘권을 전하께 넘기겠다고 말하더라도 우리는 단연코 양보할 수 없습니다. 수군에 대한 지휘권이야말로 스파르타가 그것을 바란다면 굳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스파르타인 이외의 누구에게도 해상의 지휘권을 양도한다면, 그리스 최대의 수군을 거느리고 있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 아테네인은 그리스 민족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주거지를 옮긴 일이 없는 유일한 민족이 아닙니까? 또한 서사시인 호메로스도 그 옛날 일리온으로 군대를 진격시키고 그것을 통솔했던 가장 뛰어난 용사는 바로 우리 아테네인이었다고 노래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므로 우리 아테네인은 그 점에 대해 결코 부끄럼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겔론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답했다.

아테네에서 온 객이여, 아무래도 그대들은 지휘할 수 있는 인재는 충분한데 지휘 받아야 할 군대는 전혀 없는 듯싶구려. 그대들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것은 다 요구하니 당장 그리스로 돌아가 이렇게 보고토록 하시오. 그리스는 1년 사계절 중에서 가장 좋은 계절인 봄을 잃었다고 말이오.

(겔론이 말하고자 한 의미는 명백하다. 즉 봄이 사계절 중에서 가장 좋은 계절이듯이 그리스군 중에서 자신의 군대가 최정예임을 풍자하고, 자신과의 동맹을 잃은 그리스를 봄을 잃은 1년에 비유했던 것이다.)

 

권세 있는 자의 불행(7 627p)

 

우리는 단지 전군의 선봉 부대에 지나지 않소. 오늘이라도 곧 동맹군의 주력 부대가 도착할 것이오. 더욱이 바다는 아테네와 아이기나를 비롯한 여러 해상 부대의 함대가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자도 결국은 신이 아닌 인간일 뿐이오. 인간인 한 불운을 모르고 행운만 지니고 태어나는 자는 한 사람도 없으며, 또한 권세가 있는 자일수록 더 큰 불행을 겪게 마련이오. 그러므로 반드시 그의 커다란 기대에 합당한 실망을 맛보게 될 것이오.

 

▣ 적 내부의 단결을 흔들기 위한 테미스토클레스의 중상모략 (8 652p)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 군선 중에서 가장 속력이 빠른 배 몇 척을 선발하여 식수가 있는 지점을 돌며 바위에 문자를 새겨 놓게 하고 떠나갔다. 다음날 아르테미시온에 온 이오니아인이 그 문자를 읽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었다.

 이오니아인 여러분, 조상의 땅에 병력을 진격시켜 그리스를 복속시키려하는 그대들의 행동은 옳지 않다. 그대들에게 최선의 길은 우리 편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와의 싸움에는 가담하지 말고 카리아인에게도 그대들과 같은 행동을 취하도록 권유해 주기 바란다. 그대들의 혈통은 우리와 같다는 것과 또한 우리의 오랑캐에 대한 적대 관계도 본디 그대들 때문에 생긴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적의 속박이 너무나도 강해 위와 같은 행동 중 어느 쪽도 취할 수 없다면, 전투시에는 짐짓 소극적인 행동으로 나와 주기 바란다.

 테미스토클레스는 두 가지 의도로 이러한 글을 새겨 놓았다. 만일 이 글이 페르시아 왕에게 알려지지 않을 경우에는 이오니아인을 이반시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만약 크세르크세스에게 보고되어 중상모략의 구실로 활용된다면 왕은 이오니아인에 대한 불신감을 품고 해전에 그들을 가담시키지 않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테미스토클레스의 살라미스 해전 전략(8667p)

 

 이에 반해서 만약 내가 말하는 대로 한다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을 것이오. 첫째, 좁은 해역에서 많은 함선을 맞아 싸우게 될 경우에는 사태가 우리 기대 대로 진행되는 한 함선을 적게 가지고 있는 우리가 대승을 거두게 될 것이오. 좁은 수역에서의 해전은 우리가 유리하며, 넓은 수역에서는 적이 유리하기 때문이오. 둘째로는 우리가 부녀자와 아이들을 피란시켜 놓은 살라미스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오. 게다가 이 작전에는 그대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잇는 사항도 포함되어 있소. 여기에 머물러 싸운다면, 그것은 지협 부근에서 싸우는 것과 다름없이 펠레폰네소스를 수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오. 그대가 올바르게 판단하여 나의 의견에 따른다면 적을 펠로폰네소스로 끌어들이는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될 것이오. 

내가 기대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어 우리 측이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적은 그대들의 지협에까지 침입하지 않을 것이며, 아티카 너머로도 나아가지 않을 것이오. 적은 뿔뿔이 흩어져서 퇴각할 것이며, 아티카 너머로도 나아가지 않을 것이오. 우리는 메가라와 아이기나, 나아가서는 우리가 적을 제압하게 되리라고 신탁이 이미 예언한 곳인 살라미스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오. 인간은 이치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면 보통 성공하는 법이오. 그리고 이치에 어긋나는 계획을 세웠을 때는 신께서도 동조하시지 않게 마련이오.

 

서로 다투는 목적(아리스테이테스와 테미스토클레스의 대화, 8 676p)

 

그대와 내가 서로 다투는 목적은 늘 한가지여야 하오. 그대와 나 둘 중 누가 더 조국을 위해 유익한 일을 많이 할 수 있는가 그것이오. 지금도 마찬가지요. 무엇보다 먼저 나는 그대에게 확실히 말하지만, 이 땅에서 펠로폰네소스인들이 함선을 철수시켜야 하느냐의 여부에 대해 길게 논하든 간단히 논하든 그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것이오.

 

아르테미시아 의 공적( 8 680p)

 

전하, 보고 계십니까? 아르테미시아가 얼마나 훌륭히 싸우고 있습니까? 그녀는 적선을 격침시켰습니다.

이 말을 들은 크세르크세스가 그것이 진실로 아르테미시아의 공적인지 물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아르테미시 함선의 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조금도 의심할 나위가 없으며, 파괴된 배는 확실히 적선이었다고 대답했다. 앞에서도 서술했던 것처럼 아르테미시아는 여러 가지 면에서 행운을 누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녀의 비겁함을 탓할 만한 칼린다 함선의 승무원이 한 사람도 구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실로 어느 것 못지 않은 행운이었다. 크세르크세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다.

우리 군의 남자는 모두 여자가 되었고 여자의 남자가 되었구려.

 

필연의 힘(9 715p)

 

이국의 친구여, 신이 정해 놓은 일은 우리 인간 손으로는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소. 페르시아인 중에도 지금 내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아는 자가 적지 않소. 그러나 우리는 모두필연의 힘에 속박되어 정해진 길을 따라가야 하오. 우리 경고가 진실임에도 어떤 지휘관도 그것을 믿지 않으니 말이오. 이 세상에서, 알면서도 힘이 없기 때문에 실행할 수 없는 것만 것 비참한 고통은 없소.

 

 

아르템바레스와 키루스의 대화(9764p)

 

 제우스신께서 (민족으로서는) 페르시아인에게, 개인으로서는 카루스 전하께 아스티아게스를 멸하고 (아시아의) 패권을 부여하려 하시니, 이 좁고 거친 땅을 떠나 보다 비옥한 땅으로 이주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우리 나라 가까이에도, 멀리에도 많은 땅이 있으니만큼, 그 하나를 손에 넣으면 우리는 더욱더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지배자 위치에 있는 민족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가 아시아 전역에 군림하고 있는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오겠습니까?

키루스는 그 말을 듣자 그다지 놀라지 않고, 물론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렇게 할 경우에는 자신들이 더 이상 지배자가 되지 못하고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드러운 땅에서는 부드러운 인간이 나오듯이, 훌륭한 작물과 전쟁에 강한 남자는 그러한 땅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페르시아인들은 자신들 생각이 키루스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키루스 앞에서 물러 나왔다. 그들은 이렇게 비옥한 땅을 일구며 다른 나라에 예속되느니보다 척박한 땅에 살며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조국의 울타리 밖으로 시야를 넓혀나간 헤로도토스(793p)

 

헤로도토스는 가능한 한 조사하고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목격하거나 목격자로부터 정보를 얻은 후에 기술했다.

조국의 울타리 밖으로 나간 헤로도토스에게 탐구해야 할 세계는 광대무변했다. 여행을 하면서, 이집트에는 341대에 이르는 왕조가 이어지고 있고, 따라서 1만년이 넘는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2). 그러므로 헤로도토스로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무한하게 펼쳐져 있는 세계를 염두에 두면서 사물을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로 인해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전승(도나우강 북쪽에 메디아에서 온 이민이 살고 있다는)을 접하고도 간단히 부정하지 않고, 내가 판단할 수는 없으나, 오랜 세월 속에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며 신중한 것으로 과거나 드넓은 세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인간에게만 가능한 사고방식이다. 나일강의 충정작용의 영향에 대해 추측할 때는 2만년이나 1만년 전의 과거까지도 고려했다(2).

이렇게 헤로도토스는 일반적인 시민생활의 범주 밖에서 사고했기 때문에, 그 광대무변한 세계에는 인간의 이해를 초월한 불가해한 인과관계가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했던 것이다. 그 결과로 헤로도토스는 신탁이나 징조등을 대부분 무비판적으로 믿게 되었다. 이와 대조를 보이는 것은 투키디테스였다. 그는 그의 역사책 속에 초자연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합리주의를 관철했지만, 그런 연구대상을 같은 시대의 전쟁사에 한정했고 그 지리적 범위도 그리스 세계 밖으로 크게 나가는 경우가 전혀 없었다.

 헤로도토스는 인생의 주요 부분을 여행자로 보냈으며, 그로 인해 종교적 인간일 수밖에 없었으나, 이러한 인과관계에 또 다른 요인이 추가된다. 망명자나 개인적인 여행자에게는, 그리스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정치기관에 출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각지의 신전과 신탁소나 밀교신전 등은 이국인도 이른바 순례자로서 맞이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집트에서도 바빌론에서도, 헤로도토스가 자세히 조사하고 견학한 것은 주로 신전이었고 여러 가지 설명을 들려둔 이도 신관들이었다. 

 

역사 아버지의 유래(796p)

 

아티쿠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거기에 실린 많은 사건들이 허구인지, 진실인지 그것을 궁금해 하고 있어요. 또 몇몇 사람들은,

 최근의 사건이니만큼 당신(키케로)이 진실을 밝혀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로서는 결코 허풍선이라 불리고 싶지 않지만, 시인에게 증인과 같은 진실성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오.

 이때 동생 퀸투스가 대화에 끼어든다.

 그렇다면 형님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역사에서 지켜야 할 법칙과 시에서 지켜야 할 법칙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군요.

 그러자 키케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정답이다, 퀸투스. 전자(역사)에서는 모든 것이 진실성을 기준으로 판단되지만 후자()에서는

  대개 재미를 기준으로 판단되기 때문이지. 물론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와 테오폼포스는 수많은

  이야기를 지어냈지만.

  

3. 내가 저자라면

 

헤로도토스의 역사 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다른 책에서도 동일하게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은 헤로도토스가 나눈 것이 아니라 알렉산드리아의 학자들이 편의상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보면 1권에서 5권 전반부까지는 페르시아 전쟁과 관련된 지역의 특징과 문화, 정치, 관습, 종교 등의 정보를 기술하였으며, 1권에서 5권 후반부터는 본격적인 전쟁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세 부분으로 나눠본다면 1부는 페르시아의 발흥과 융성을 보여주고, 2부는 유목민족의 역사와 그리스 도시들의 반란을 그리고 있으며, 3부는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1권은 키루스 왕에 대해서, 2권은 이집트 이야기를 하고, 다레이오스의 치세가 전개되면서 인도나 아라비아 등 먼 나라의 지리나 풍물에 대한 설명하고 있다. 4권은 다레이오스의 스키타이 원정 이야기와 5권은 이오니아의 반란, 6권은 마라톤 전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7권은 크세르크세스 왕의 테르모필라이 전투에 이르기까지의 침략 과정이 기술되어 있으며, 8권에서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운명이 역전되는 이야기를 하고 9권은 플라타이아와 미칼레에서 그리스의 최종 승리에 대해 기술하였다.

처음 이 책의 목차를 보았을 때 다소 지루한 느낌을 받았다. 목차에 여러 가지 사건들이 어수선하게 나열되어 있는 첫 인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1권의 기게스가 왕에 오른 사건을 읽으면서 헤도로토스의 매력에 빠져들어 갔다. 물론 2권과 3권에서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하지만 큰 줄기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는 보면서 사전에 전체적인 설계를 면밀히 구상하였으며 많은 시간 동안 편집한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헤로도토스가 그리스인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자신의 객관적 입장을 언급하면서 타민족에 대한 편견 없이 여러 민족이 이룩한 업적들을 기록한 것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철학적 깨달음을 통해서 그 당시 사람들과 생각을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솔론과 크로이소스의 대화장면이었다.

제아무리 유복한 사람이라도, 만사가 잘 되어가는 평생을 끝마칠 수 있는 행운을 만나지 않는 한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사람보다도 행복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 내용은 역사의 등장하는 모든 왕들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있었으며, 오늘날 우리들의 삶에도 마음 속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옮긴 저자에게 바란다면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지도와 사진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뒷부분에 위치한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내용 중 일부분을 앞으로 가져온다면 독자들이 사전 지식을 통해서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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