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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3일 20시 18분 등록



천의 바람이 되어

 

아라이 만 글/ 사카게 미호 그림/ 노경실 옮김/ 새터 출판

 

 

 

20110801-thousandwinds-1.jpg

 

 

 

1) 천의 바람이 되어

I am a thousand winds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 s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lipend grain.

I am the gentle autuumn’s rain.

 

When you awaken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te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이 그림책은 이 시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시를 어느 병사가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편지로 남겨 두었는지,  또 누가 이 시를 낭송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렇게 편지에 쓴 사람이 이 시를 쓴 시인이  아니고, 낭송한 사람 또한 이 시인이 아니다. 

 

이 시는 누가 지었을까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끌어 간다.

영어로 써 있기 때문에 영어를 쓰는 사람들 속에 시인을 있을 것 같다거나, 그리고 자신을 자연의 그 무엇과 동일시 하는 것 때문에 애니미즘의 어떤 사람일 거라고 추정하면서, 그렇게 추정된 것으로부터 새로운 이야기 하나를 만들어 낸다.

 

먼저 두 사람의 주인공을 만들어 낸다.

우파시. (나바호 인디언의 언어로 '눈(雪)')

레이라. (나바호 인디언의 언어로 '바람')

 

그리고 우파시와 레이라의 삶과 사랑이 전개 된다.

그리고 나바호 족이 살던 곳의 아름다움이 묘사되고, 그리고 금에 현혹된 백인이 나바호족을 계곡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주 장면은 처절하다. (옮긴이가 가슴 아프다고 한 대목). 얼마나 많은 사람일까는 책속의 그림속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로 묘사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재회.

두 사람의 결혼.

 

그리고 출산.

 

그리고 레이라의 죽음

 

그리고 우파시의 슬픔.

 

레이라는 사랑하는 우파시에게 노래를 하나 남긴다.

레이라가 남긴 노래가 바로 '천의 바람이 되어'이다.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앞 부분에 병사가 시를 가족에게 써두었다고 했을 때도 사랑을 느꼈다.  덩그라니 혼자 남겨진 슬픔 속에서, 주위의 공기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서러웠다. 레이라가 남긴 사랑의 노래를 들으며 우파시가 우는 장면이 슬프고 아리다. 그리고 장엄하기도 하다. 우파시가 어린 딸을 끌어 앉고 울 때도 세상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면서도 그 어디에서 없는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가슴이 아프고, 또 그 어디에나 있는 그(그녀)존재 때문에 슬프면서도 더이상 슬퍼할 수가 없다.

 

나는 옮긴이의 말처럼 이 이야기를 겨울에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바람이 분다면 이 이야기가 생각 날까.

바람이 부는 것 의식하게되면... 먼저 떠나간 가족이, 먼저 떠나간 쌀집 오빠가 생각 날까.

그리고 바람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여기에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이...들까.

 

사랑하는 그 속에 그가 있을까.

 

사람하는 사람을 부르는 이름은 바람이어도 좋고, 하늘이어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이어도 좋고, 바람이 아니어도 좋다.

떨어지는 빗방울 속의 반짝임이어도 좋고, 소나기 초반에 싸하게 퍼져오는 습한 한기라고 이름 붙여도 좋다.

그 어느 이름으로 불러도 좋다는 건, 그의 모습이 그의 사랑이 그 어느 속에서 들어있어서 일까.

 

2.  옮긴이의 말

동화를 쓰면서 한편으로 공부하는 자세로 어린이책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처럼 (겨울 늦은 새벽에) 가슴이 아픈 채로 일을 마친 적은 처음이다.

지금 나의 눈은 젖어 있다.

이 눈물의 의미는 고귀한 것에 대한 벅찬 열망이자, 안타까움에 대한 가슴 저림이다.

나는 몇 번이나 나 스스로 우파시가 되었다가, 레이라가 되었다가 하면서 '눈물로 걷는 머나먼 길'을 밤새도록 걸었다.

하필 지금 창 밖에 바람이 불고 있다.

겨울, 새벽, 고요... 이 차가운 어두움의 적막을 휘감고 부는 저 바라도 레이라와 우파시의 영혼의 모습이던가!

저 바람 소리는 사랑을 잃어버리거나,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낸 괴로운 이들의 심장이 흐느끼는 소리이던가!

- 그림책에 대한 허망한 고정관념을 바람의 스침처럼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깨뜨려 버리는 귀한 책 앞에서 나는 그대로 아침을 맞이하고 말았다.

 

 

3. 독특한 구성 : 상력하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한 전개

'천의 바람이 되어'라는 동화를 만들기 까지의 과정이 앞부분에 담긴다.

'이렇게 해서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가 생겨난다면 어떨까?'  얼마전에 팟캐스트 '김영하는 책읽는 시간'에서 독특한 소설을 소개했다.'그녀는 꼬로록 소리에서 태어났다'라고 하며 여주인공을 등장시키는데, 그것은 소설 속의 여자가 흔히 등장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통은 만들어낸 인물을 묘사하는 것으로 등장시킨다. '꼬로록 소리에서 태어났다'라는 그 말 자체가 '작가가 꼬로록 소리를 상상하면서 배고픈 이야기를 창조해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이야기 속의 '레이라'라는 존재는 '바람'이란 것의 연상에서 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작가가 나바호라는 곳을 여행하다가 그곳의 바람을 느끼면서 아름다운 여인을 상상했고, 그 아름다운 여인이 겪었을 이야기를 상상하고,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상상하고, 그녀의 죽음을 나바호 식으로 표현했다면 어떨까?

 

나는 꿈을 그린다라던가 누군가 하나의 신화를 만든다라는 것이 이렇게 시작할 수도 있겠다 싶다.

 

단지 내가 상상해낸 것이지만, 이렇게 어느 곳에 서게되면, 어떤 것을 만나게 되면, 어떤 순간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건, 꿈그림이란 것을 매개로 한 타인의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 내건 그것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지의 힘을 믿으니까. 작가 아라이 만이 이야기를 상상할 때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지만, 지금은 이렇게 내가 읽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이고, 그리고 읽는 이들이 이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짐작할 것이다. 어쩌면 있었던 일을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리얼(Real)이 아니었었지만, Real처럼 느껴지는,

번역가가 눈물을 흘리는, 나의 마음 속에도 바람이 불 것 같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 Real이 되어버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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