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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3일 10시 40분 등록

아니마와 아니무스

헤세의 작품을 따라 읽다보면 자연히 마주하게 되는 칼 융.
그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좋은 입문서로 이 부영 교수님의 "분석 심리학"과 "그림자"에 이어 이 책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읽었다.

"분석 심리학"이 무의식이란 어떤 세계인지를 전체적으로 알려주는 커다란 지도와 같다고 한다면
다음 세권의 시리즈인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그리고 "자기와 자기실현"은 무의식을 단계별로 쪼개서 맨 바깥층에서부터 한걸음씩 더 들어가며 세부적인 항목을 짚어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림자"는 말 그대로, 나의 외적인격 즉 사회적 페르소나가 개발되며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억압된체 내 무의식 수면 바로 아래서 인격적 장애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부분을 의미한다. 여기까지는 대개 개인적 무의식으로서, 선천적으로 타고 난 기질 중에서 성장 과정에서 발현되지 못한 기질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그에 비해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한 단계 더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는 것으로 여기에는 개인 무의식뿐만 아니라 집단 무의식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기 때문에 조금 더 복잡해진다.

아니마와 아니무스.
남성안의 여성성은 아니마, 여성 안의 남성성은 아니무스.
이 요소들을 그렇다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까..?

어느 사회나 시대배경에 따라 한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상, 여성상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가령 한국 사회같으면 조선시대는 남성에게는 가부장적 남성상이, 여성들에게는 현모양처의 여성성이 하나의 정해진 이미지로 개개인에게 요구되어졌던 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융에 의하면 한 인간은 남자와 여자의 성에 관계없이, 남성은 내면에 여성성을, 여성은 내면에 남성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안의 아니마와 아니무스까지도 의식화하여 성숙해갈때, 그 때 비로소 하나의 온전한 인간존재로서의 자기실현이 시작된다고 한다.

남성은 의식적인 측면에서 로고스 즉 이성이, 여성은 에로스 즉 감성이 발달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다 갖춘 중년 이후가 되면 그때부터 남성은 자기 안의 감성이라 할 수 있는 아니마를, 여성은 자기 안의 이성이라 할 수 있는 아니무스를 돌보고 성장시켜야 한다고.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점을 좀 일찍 깨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수많은 날들 사랑때문에 가슴아플 일이 좀 줄지 않았을까.. 우리들의 서투른 사랑은 각자 안의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미성숙한 투사라기에 말이다.

그러나 부딪히고 실수하고 상처받지 않으면 자아는 언제까지고 깨어지지 않을 것이다. 데미안이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듯이, 우리 또한 부딪혀 깨어질 때 그 때 더 큰 세상으로 날아갈 힘이 생기는 거겠지..

그럼 잘못된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만남은 어찌할까..? 하는 생각 또한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거기에도 기회는 있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한건, 각자 하나의 객체로서 자신의 온전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과 의지가 있다면, 설사 미성숙한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만났다하더라도 얼마든지 함께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만남 그 자체야 사실 운명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되어 있을 터이니 더욱 그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은 우선 남성성을 개발하고 다음은 감성적인 아니마를 성숙시키고
여성은 우선 여성성을 개발하고 다음은 이성적인 아니무스를 성숙시켜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에 이르는 길.
이것이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실현의 길"인데, 어쩐지 노자사상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진리에 이르는 길은 서구과학이나 동양신비사상이나 그다지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시간들의 관계를 되돌이켜보면 어째서 그렇게 미숙했었는지 되돌이켜 볼 수 있었던 귀한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나의 경우, 여자여서 그런지 아니마보다는 여성 안의 남성성, 아니무스가 훨씬 더 잘 이해되었는데, 여성이 특히 명심해야 할 부분은 자칫 아니무스의 외향화가 일어나 나이가 들면서 여성성은 되려 잃어버리고 남성화됨을 경계하라는 말이 참 깊이 다가왔다. 그것을 방지하고 아니무스의 성숙함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의미없는 사고를 주고받는 외적 활동을 줄이고 되려 더욱 더 내적인 성찰을 진행하며 내 안의 로고스가 깊이 사색하고 성장할 기회를 부여해주라고 한다. 너무도 맞는 말이라는 느낌이 든다.

감성과 인간관계에서 뛰어난 여성성을 잃지 않으며, 내적 성찰로 인해 이성이 성장하는 여인.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지혜로운 여인의 궁극점이다. 좋은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내 안의 아니무스가 한 순간에 성숙해졌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어느 부분을 성장싴여야 할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깨우치게 되어서인지, 교수님의 다음 책, "자기와 자기실현" 역시 하나의 가르침으로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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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오르페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시나리오 작업을 한 유럽영화,
"사랑의 추구와 발견" 영화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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