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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0일 19시 50분 등록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것인가?

  『패권전쟁』

취엔위엔치・량치똥 지음, 김준우 옮김, 21세기북스, 2010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관심사는 단연코 ‘중국’이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무너지고, 중국이 가세하는 양극 체제로 경제 패권이 형성되면서 중국 경제가 과연 미국을 넘어설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거기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는 ‘환율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심각한 갈등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일원으로 중국 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경제의 현재와 향방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패권전쟁』은 2007년 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시작하여 2008년 9월 '금융 쓰나미'로 확대되어 전 지구촌을 덮쳐버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의 미래를 모색하는 보고서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동북아전략연구센터의 취엔위엔치 교수와 랴오닝성정연구소의 량치똥 소장은 이 책에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패권 전쟁의 중심에 선 중국 경제에 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들이 일문일답하는 형식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이런 참신하고 독특한 대담 형식은 자칫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주제를 생동감 넘기고 활기찬 언어로 바꾸어 놓는데 일조하고 있다.

  전체가 일곱 개의 대화 형식으로 꾸며진 이 책의 전반부는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뒤돌아보고 그 원인을 밝히는데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 진단과 해법에 대해서 미국과 중국의 시각 차이가 크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 미국 정부 당국자나 경제학자들 중 일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중국에서 찾는다. 중국의 높은 저축과 무역수지 흑자, 그리고 막대한 외환 보유가 내수 진작으로 연결되지 않고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와 만들어낸 ‘글로벌 불균형’이 금융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의 세계 경제 위기 진단과 해법은 미국을 향해 있다. 탐욕스러운 투기 자본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금융 감독 부실과, 거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미국 경제 특유의 잘못된 시스템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미국식으로 앞당겨 소비하는 것을 장려하는 ‘당좌차월 경제’와 ‘소비사회’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른바 ‘범해에 토끼해의 곡식을 미리 먹는’ 생활을 정상으로 여기는게 문제라는 것이다.

  “금융위기 발생에서 매우 중요한 환경적 요인은 바로 미국인들의 소비관인데, 이는 미국인의 생활 방식이자 가치 이념입니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미국은 저축하지 않는 국가입니다. 미국은 정부도 재정적자 혹은 부채에 의존해서 운영된다고 하는데, 미국의 가정 역시 부채에 의존해서 앞당겨 소비하여 가계부채가 이미 15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55쪽)

  중국의 생각은 분명하다. 이번 금융위기의 폭발에는 심각한 경제적 원인 외에도 사회・역사적 원인, 심지어는 미국식 생활 방식과 소비 관념 등 문화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경제 패권국의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이쯤에서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때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떠돌았다는 말이 생각난다. “1949년,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79년,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89년,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2009년,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의 탐욕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기를 중국만이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제 패권국으로 등장한 중국의 과감한 행보에 대해서조심스럽게 경종을 울린다. 경제위기로 미국 경제는 가벼운 외상을 입었지만 중국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피해는 주로 실물경제 부문에서 일어났다. 중국 동부 연안 지역과 수출주력형 기업과 노동집약형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외부 수요가 감소하면서 상품은 시장을 잃고 공장은 경영난을 겪게 되었으며, 농민 출신 노동자들은 대거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중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수출주도 및 노동집약형 산업 중심의 성장이 한계를 맞이한 것이다.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를 둘러싼 외부의 도전을 극복하고, 과잉생산과 중복투자, 발전격차 등의 내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출주도, 노동집약형 산업 중심인 경제 성장 패턴을 내수중심과 기술집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중국 경제에 나타난 회복 신호는 여전히 정부의 투자가 잡아끈 결과로, 기업은 재고를 소화하고 있을 뿐 소비 수요와 취업이라는 진정한 문제는 결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중국이 새로운 경제 패권국으로 등장했다는 논의는 주로 중국 외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중국이 현실을 엄밀하게 파악해야 하며, 들뜨거나 환상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40년 넘게 세계 경제 2위를 지킨 일본도 미국의 벽은 한 번도 넘지 못했다. 1980년대만 해도 일본이 곧 미국을 제칠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1991년 거품경제 붕괴로 주저앉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보내야 했다. 저자들은 1985년의 플라자합의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며 일본 경제를 추켜세웠다가 무너뜨렸던 세계 경제의 냉혹한 과거를 회상한다. “앞서가던 수레가 뒤집힌 것이 뒤따르던 수레에 본보기가 된다”는 옛말을 상기시키며 중국은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쥘 충분한 힘을 보유하고 있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에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일본의 금융위기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도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모두가 원흉이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의 대도시 집값은 툭하면 평방미터당 2∼3만 위안이고, 심지어 최고가는 이미 11만 위안에 달해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높다. 베이징의 경우 부부 두 사람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27년 동안 돈을 모아야 비로서 집 한 채 살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에 거품이 끼였다. 집값과 땅값이 가파르고 매섭게 오르면서 부동산의 ‘거품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택시기사가 부동산을 다섯 군데나 사고, 가사도우미가 세 군데나 사는 현상은 이젠 새롭지도 않다. 저자들은 중국식 거품이 붕괴되는 날이 바로 중국식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되는 날이라며 급격히 팽창하는 중국식 버블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 나라가 일정 시기 동안 단순히 부동산에 의존해 경제개발을 유지하면 대폭락으로 인한 시장 붕괴라는 결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에 기대어 움직였던 나라들이 시장 붕괴라는 결과를 맞이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중략) 특히 부동산과 금융이 긴밀하게 결합해 일종의 금융파생 수단을 형성했을 때는 반드시 붕괴되었습니다.” (321쪽)

  2010년 한국의 무역수지는 412억 달러의 흑자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별 수출비중을 보면 대중국 수출비중이 25%로 1위이고, 미국과 일본 비중은 10%, 7%에 그쳤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 중국에는 지금 어떤 변화가 있을까? 중국은 2010년부터 금융위기 이후 서방세계의 몰락을 보면서 성장전략을 바꿨다. 일부 지역만 먼저 성장한다는 ‘선부론(先富論)’을 버리고 분배로 방향을 틀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수출중심에서 내수중심으로, 노동집약서 기술집약으로 골격을 바꾸겠다는 핵심내용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그 변화를 ‘중국 리스크’로 말하고, 누군가는 ‘중국 대망론’을 말한다. 중국이 두려운 위협이 될지 거대한 기회가 될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어쨌든 중국은 우리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중국이 너무 잘돼도 걱정이고, 문제가 생겨도 우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경제우산 속에서 중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전략을 찾는게 시급하다. 『패권전쟁』은 중국 내부 지식인이 본 중국 분석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석학의 미래 보고서’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다분히 중국적 시각에서 서술한 한계가 엿보이지만, 중국과 세계 경제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책임에 틀림없다. -끝-(기획회의 2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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