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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9일 17시 29분 등록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더글라스 애덤스 지음

 

**

매우 유쾌한 소설이다.

삶에서 궁금해하는 문제, 조금 아니 많이 무거울 수 있는 것들을 유쾌하게 대답한다.

삶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면 삶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주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마음을 좀 넓게 쓴다면 이 소설을 쓴 작가처럼 대책없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내면서 유쾌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스 제능스 감독에 의해 2005년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얼마전에 휴일에 집에서 이 영화를 보았고, 원작 소설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그 다음에 읽게 되었다. 책은 3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앞쪽에 안내서를 위한 안내서가 첨부되어 있다.

이 시리즈는 처음에 라디오 방송극용으로 탄생했고, 그 내용이 재미있어 영화로 만들어지고, 시리즈는 묶어서 책으로 나오고, 또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그러니 어떤 것이 원본인지에 대한 혼란 때문에 안내서를 읽기위한 안내서를 쓴다고 저자는 말했다.

저자인 더글러스 애덤스는 유럽을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를 보고 유럽을 여행하다가 그 책의 안내가 신통치 않아서 거기로 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신통치 않은 안내서로 여행이 예상과는 빗나갈 때, 우리의 삶도 그와 비슷한 게 아닐까.  저자는 여행중에  길을 잃었을 때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그 당시에 그는 독일어를 모르고, 만난 그 사람은 영어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가 길을 물은 사람은 청각장애인. 두번째 만나서 물은 사람도 청각장애인, 세번째 사람도 청각장애인. 저자가 상황을 재미나게 하려고 자신의 경험에 극적인 것을 더해 떠벌리나 하는 마음이 들때 저자는 자신의 상황을 조근조근 풀어 주었다.  저자의 그때의 상황은 아주 난감했던 모양이다. 그가 다른 블럭을 돌아갔을 때, 한 건물에서 장애인협회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 것을 알았을 때, 자신이 이상한 매우 불운한 사람이 아닌 것을 확인했을 때의 안도감. 마치 그가 외계인이라도 듯한 황당한 상황. 그는 이 황당한 상황을 소설로 넣을 생각을 했다.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눈을 잘 깜박이지 않는 여행안내서 조사원 포드 프리펙트, 지구인 남자 아서, 지구인 여자 트릴리언(아서와 6개월 전에 클럽에서 잠시 만났다가 헤어진 여자), 은하 대통령 자포드, 우울증 환자 로봇 마빈, 보고 행성 함장 보곤 엘츠 등 모두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영화에서는 우뇌와 좌뇌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기 때문에 한쪽의 특성을 따로 떼어 놓고 한쪽 머리만을 사용하는 자포드는 소설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의 뇌에 이상이 있다는 것.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그의 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는 그런 예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지, 본인도 왜 그 일을 저질렀는지 자신의 뇌에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긍해 하는데 책을 읽는 내내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다. 

또 하나의 캐릭터로 매력적인 것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로봇 마빈이다. 영화에서 마빈의 목소리는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스네이프 교수와 너무 닮았다. 혹시나 그가 성우로 출연했는지 궁금해졌다. 마빈의 우울하고 불쌍하기까지한 까칠한 성격이 스네이프 교수를 연상시킨다.  행성만한 뇌용량을 가지고 있는 마빈, 자신의 막대한 지식으로 아주 간단한 잡일을 한다는 것에 우울해하는 마빈을 보면서 현대인의 우울이 엿보았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 중에 많은 사람들이 10년이상을 공부하여 사무실에서 자신의 공부하고는 상관없이 '복사나 잘해야지'라는 말로 우울해할지 모르겠다.


보고 행성의 함장과 보고 우주선에서 고함지르기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의 대답도 걸짝이다.

숙모가 그 직업이 보고인이 하기에 괜찮아 보이는 직업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경비병은 보수적이고 무사안일한 그 일을 아무런 감흥도 없이 하고 있다. 경비병은 포드가 자신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 자신의 하는 일에 자부심은 없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고, 썩 괜찮은 직업이라 여겼을 것이다. 누군가가  흔들지 않는한  만족하고 사는 경비병. 나는 그 모습에서도 연민을 느끼며, 소설을 읽은 중에 키득키득 웃지만 한편으로는 한숨과 함께 눈물이 난다. 현대의 모습을 아주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의 삶에 현대의 삶에 유쾌하게 딴지를 걸고 있다.


1편의 주요 내용은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지구라는 컴퓨터가 만들어졌고, 그것을 계산했다고 하는데... 그럼,  전우주적으로 가장 궁금한 질문은 무엇일까?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을 포함할 질문과 답을 가지고 있는 지구인 아서.

영화속에서는 아서가 그 답을 알고 있다. 그 어떤 질문보다도 아서에게는 트릴리언이 'Yes'라고 할지 'No'라고 할지가 가장 궁금하다. 영화대로 한다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나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주의 어디에서도 문서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생명체 내에 깊숙히 숨겨져 있는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욕구와 그것에 대한 삶.. 그게 제일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문명에 대해 저자가 기술한 부분이다.

그 부분 뒤에 에피소드를 넣고 있고, 그 사건을 계기로 책은 2부로 이어진다.

이 책은 무겁지 않으면서 심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독성이 있다. 딱히 감명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쓴 작가의 시선으로 한번 세상을 보고 싶은 욕구가 인다.

 

유쾌해지고 싶다. 마빈과 자포드에게 끌리는 이유가 우리의 삶에는 이 책과 같은 진지함과 유쾌함이 적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일하다보면 아주 많이 심각해질 때가 있다. 눈앞에 밥은 삶을 까마득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한발짝만 물러서서 본다면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 에피소드 35에 나오는 내용

은하계의 모든 주요 문명은 다음과 같이 뚜렷하고 확연한 세 단계를 거친다.

즉 생존, 의문, 그리고 세련의 단계다.

다른 말로 하면 어떻게, 왜, 그리고 어디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첫번째 단계를 특징짓는 질문은 '어떻게 먹을까'이고, 두번째 단계는 '우리는 왜 먹는가', 마지막 단계는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내용 일부)

 

그가 여기까지 읽었을 때 우주선 인터콤이 울렸다.

"이봐, 지구인, 배고프냐?" 자포드의 목소리였다.

"음 글쎄. 좀 그런 것 같은데." 아서가 답했다.

"좋았어. 잘 잡아.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잠깐 뭘 좀 먹자고." 자포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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