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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4일 06시 28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나는 그의 독자이자 팬으로 저자의 모든 책을 읽었고 좋아하지만, 특히 나에게 강렬한 동기가되고 새로운 의미로 읽혔던 책들을 관계 맺은 순서로 소개하려 한다.

내가 재미를 느끼며 제대로 읽어냈던 첫 책은 중3이었던 2002년에 나온 사자같이 젊은 놈들이었다. 뿔테수염의 쪽지를 하나씩 해결해가는 일곱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나에게도 어서 내 길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오기를 고대했다. 딱딱하고 차갑고 멀게 느껴졌던 일의 세계가 아주 부드럽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과 연결되곤 했다. 내가 만나게 될 일은 어떤 것일까. 글을 쓰는 일이 포함되어 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 특별한 만남을 고대했다. 새로 출판된 책은 몇 십권씩 집에 배달되곤 했는데, 이 책부터 아빠가 나에게 짤막한 글귀를 적어 한 권씩 선물해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사랑하는 해언에게,
너를 위해 쓴 책이고, 또한 네가 쓴 책이기도 하단다. 하루가 늘 즐거운 일들로 가득하길. 날마다 환한 아침 되거라. 아빠가 2002 5월 아주 눈부신 아침

그 이후에 나왔던 세월이 젊음에게는 내 대학시절과 취업준비시절을 함께 보내주었다. 첫 출근하는 날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보면서 지금 내게 온 경험들에서 현장의 밑바닥을 박박 기는 땀방울을 흘려보았다. 나는 나의 경험들과 나의 감정들이 매순간 나를 키우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되짚어볼 수 있었다.

깊은 인생은 저자의 화두가 신화경영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나온 책 중에서 내가 가장 오랫동안 사랑한 책이다. 특히 가장 처음에 나온 간디의 이야기는 너무도 강렬해서 한 번 읽고 났을 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시대의 영웅이 되는 그 준비된 순간,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 나는 그 순간에 , 운명이여, 뜻대로 하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그 순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부드럽고 단단한 문체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선동의 맛을 깊이 느꼈다. 내 인생 또한 깊은 인생으로 흐를 수 있기를 바랐다.

신화 읽는 시간, 그리스인 이야기는 몇 번이고 읽은 책이다. 나는 시중에 있는 그 어떤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깊이와 행간에 간격이 있는 시와 같은 이 두 권의 책들을 무척 좋아했다. 특히 판도라의 상자에서 하나씩 하나씩 꺼낸 인간의 심리를 이야기하는 신화 읽는 시간의 구성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필두로 한 대부분의 책들은 내가 나이가 들어 직장을 다니고 나서부터야 제대로 나와 관계 맺게 되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과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한 소설의 상,하권 같다. 나는 작년에 이 두 권의 책을 새로 읽었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문장들이 가슴에 깊이 파고들었다. 마치 이제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내가 갑판에 서있는 차례라는 듯이. 새로 출항한 배의 돛을 힘차게 밀어주는 순풍처럼. 당시의 나는 폐허와 다름없었다. 그 위로 새로운 욕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몸이 근질거려 지리산으로 짐을 싸서 들어갔다. 어떤 뚜렷한 결과물이 눈에 보이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면의 내게는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변화경영시인 구본형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되었던 그곳. 그 발원지에서 나는 잿더미 속에서 숯불처럼 다시 타오를 수 있었다.

떠남과 만남은 그 책에 적힌 곳들을 방문했던 남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다. 새로 맞이하는 일상을, 아름다운 곳들을 느릿느릿 여행하며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게 만드는 여행. 지도만 들고 떠나는 여행. 나는 책에 실린 장소에서 꿈벗들과 저자의 글을 한 토막씩 읽고 그를 그리워했다. 떠남과 만남의 여정은 내가 평생에 걸쳐 조금씩 다시 찾아가볼 목록들이 될 것이다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저자로서의 구본형을 읽었다. 그가 스스로와 주변자신의 일을 어떻게 자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의 40 10년을 읽는다. 나는 이 책을 첫 번째로 변곡점을 중심으로 확연하게 달라진 한 인생을 돌이켜보는 통쾌함과 감동을 좋아하고, 두 번째로는 둘째 딸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또한 이것은 삶의 지침 같은 것이다. 자서전을 읽는 것은 자신의 삶에 깊은 인생을 불러오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The boss 쿨한 동행, 필살기는 내가 실제로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나를 구해주었다. 관계에 쿨해지고, 내 일을 장악하는 방법들은 아직 완전하게 장악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두 권의 유고집 마지막 편지와 이렇게 될 것이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작업 덕분에 저자의 향기를 그리워하고 간직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을 만났다.

아빠

내가 저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그는 좋은 아빠였다. 나는 자라면서 아빠와 사이가 좋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애정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했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누릴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일중 하나였다.

어릴 때부터 주말에 아빠를 따라 집을 나서는 것이 좋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구경하는 아빠의 산책 방식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지도도 계획도 없이 오늘은 거기를 가볼까?’하는 정도의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엘 가는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을 마음으로 읽어 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함께 다니는 것은 아주 재미있었다. 시장통엘 가면 으레 손에 붕대를 감은 아주머니가 콩물에 소면을 말아주는 것을 한 그릇 먹었다. 할 일 없는 일요일 오후면 아빠와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 교보문고를 가는 것이 일과였다. 나는 거울로 되어있던 천장을 통해 사람들의 정수리를 올려다보며 걸어 다녔다. 그러고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한무더기 골라 양 손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가 출장을 갈 때면 집으로 엽서가 왔다. 내 이름으로 오는 엽서가 제일 좋았다. 아빠는 늘 출장간 나라에 대해, 가족들에 대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 썼다.

아빠와의 작고 특별한 순간들은 아직도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여러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눈이 마주치면 눈인사를 건넨다거나, 약속 없는 일요일에 서로 등을 배고 마룻바닥에 누워 각자 책을 읽던 일, 함께 뒷산으로 등산을 간 일, 뒤늦게 세례를 받겠다며 같이 기도문을 외우던 일 등의 사소한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는 아주 즐겁게 지냈다. 나는 관계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거창하고 비싼 것이 아니라 이런 사소함 속에서 항상 생각하고 함께 있으면 즐겁다는 것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체득했다. 나는 친구 같이 잘 지내주었던 아빠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그는 또한 부드럽고 좋은 멘토이기도 했다. 특히 하루 종일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저녁에 고민이나 어려운 점들을 털어놓고 자고 일어나면 고민이 말끔히 해소될만큼 든든했던 예쁜 색깔의 편지들이 많이 생각난다. 여전히 잡초 같은 고민거리들은 남아있는데, 아빠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곤 한다.  

우리는 가방을 꾸려 남도로 여행을 갔었다. 원래 석가탄신일 연휴를 이용한 2 3일 코스였는데 여행이 너무 좋아서 휴가를 하루 더 냈다. 그곳에서 우리는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수문해수욕장과 창문으로 바다가 보이는 해수탕집과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가 끝을 모르고 늘어서 있는, 담양으로 가는 18번 국도를 발견했다. 좀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파도가 일렁이는 환한 모래사장 앞에서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시며 화해했다. 그것도 여행의 좋은 점이었다. 매년 석가탄신일 연휴를 이렇게 보내자고 약속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장면은, 아빠가 병석에 누워계실 때였다.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는데도 병에 차도가 없었다. 망연하게 침대 머리맡을 지키며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울기 시작했는데 멈출수가 없었다. 그 때 훌쩍이는 소리를 듣고 아빠가 깨어 두텁고 따뜻했던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암투병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슬픔을 위로해줄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놀랍고 너무 고마웠다. 또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여전히 우리의 유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2. 마음을 무찔러 들어오는 구절

프롤로그

10. 살다 보니 우리는 그날 닥치는 일이나 그 시각에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에만 겨우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외적인 가치를 성공이라고 믿고 쫓다 보니 내적인 균형이 허물어졌다. 인류의 삶을 떠받쳐온 심원한 내면의 문제, 내면의 신비, 내면의 통과의례를 제대로 겪기 못하게 되었다.

10. 깊은 인생은 없고 누구나 비슷한 복제의 삶이 주어졌다.

10.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 바로 이 내면적 가치, 그 가치를 찾아가는 삶의 길잡이와 이정표가 고전이다.

11. 늙은 나이에 지친 석가는 대장장이 춘다가 공양한 음식 때문에 심한 설사로 더욱 힘들었다. 쿠시나가라에 도착한 석가는 최후의 순간까지 법을 설했다. 아름답지 않은가. 그는 울고 있는 아난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난아, 울지 마라. 이별이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태어나고 생겨나고, 조건 지어진 것은 모두 그 자체 안에 사멸할 성질을 품고 있다. 그렇지 않을 수 없다. '

12.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말하겠다. 조건 지어진 모든 것은 무상하다. 그대들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하여 부지런히 노력하라.. 부처

12. 우리를 울게 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모두 불완전한 필멸의 것이자 불쌍한 것이다. 그러니 살아있음에 경탄하고 순간에 몰입해야 한다.

12. 고전은 바로 불완전한 인간에게 작가가 진실한 언어의 창을 던지는 것이다. 깊은 상처를 입힌다. 그것은 다시 태어나게 하는 사랑의 창이다. 불완전한 인간을 찔러 그 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토마스 만은 이것을 '에로틱 아이러니'라고 불렀다. 고전은 나를 바꾸는 지독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삶에 기쁨을 쏟아주는 위대한 이야기다. 내면의 가치를 잃었다고 느낀다면 바로 고전을 읽을 시간이다. 삶의 지표를 잃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 바로 고전을 읽을 시간이다. 삶의 황홀을 맛본 지 오래되었다면 내 영혼을 위해 바로 지금이 고전을 읽을 시간이다.

12. 이 책이 독자들의 피와 영혼과 정신의 어느 부분을 건드려 그들 역시 알 수 없는 환상과 내면의 열정 속으로 선동하길 원한다. 그리하여 자신 속에서 위대한 힘을 감지하게 만들고 싶다.

12.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은 채, 든든한 밥그릇 하나 챙겨두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들에게 그 쩨쩨함의 끝을 묻고 싶다.

chapter1 이룰 수 없는 꿈 하나를 별처럼 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젊음에 대하여

17. 청년답다는 것은 높은 것을 향한 동경, 가치 있는 것에대한 감격, 심원한 것에 대한 매혹, 영혼을 울리는 것에 흘리는 눈물이다. ...청년이 청년다울 때의 모습은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곧고 단순한것이다. ㅡ 가와이 에이지로
>>
나이는 청춘이면서도 청춘의 골수만 쏙쏙 빠진 듯이 지쳐있던 나에게 차가운 시냇물처럼 다가왔다. 한 줄의 글이 한 사람에게 젊음을 되찾아준다.

 17. 젊음은 젊음을 모른다. 늙음만이 젊음을 안다.

18.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말 그대로 시인 릴케(Rainer Maria Rilke)가 시인 지망생인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에게 1903년부터 1908년까지 보낸 10여통의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릴케는 장교로 입신하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육군 유년학교를 마치고 육군사관학교를 다녔지만 도중 하차한다. ... 카푸스는 이 귀한 편지들을 20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릴케 사후에 릴케 박물관에 기증했고 1929년 책으로 출판되었다. 그 책의 첫 장에는 카푸스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글이 실려 있다.

>>나는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 명함은 아직 '작가'가 아니라 '직장인'이지만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길을 갈 거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먼 옛날 살았던 한 젊은 사관학도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진짜 직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

 20. ...왜냐하면 시인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눈물겹게 염려하면서 내가 빠져들지 않도록 지켜주려던 그 영역으로 삶이 저를 몰고 갔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어떤 위안 같은 것을 받았다내 안에 가장 아름다운 것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들을 흐리게 만드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 것들을 사정없이 쳐내 마음의 성역을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마음의 성역을 지키는 힘은 선긋기가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하고 눈물겨운 염려, 즉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20. 자기 안으로 침잠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에게 글을 쓰게 하는 그 근거를 캐보십시오. 그 근거가 당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살펴보시고 글쓰기가 좌절되었을 때 죽을 수밖에 없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깊고 조용한 밤에 스스로 자문해보십시오. 나는 글을 써야 하는가? 답을 찾아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십시오. 그리고 그 답이 긍정적이라면, 당신이 그 진지한 의문에 대해 강력하고 확고하게 '써야만 한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의 생애를 그 필연성에 따라 세우십시오. 당신의 삶은 아주 하찮고 무심한 순간이라도 이 충동에 대한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자연에 다가가 보고, 체험하고, 사랑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말로 표현해 보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해줄 충고는 이것밖에 없습니다.

>>니체의 편지를 전부 다 읽어보고 싶어질 만큼 아름답고 진지한 이야기였다. 언젠가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것은 내 오랜 숙원이었는데, 사실 흡족할 만한 행동을 오랫동안 지속한 적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와의 대화는 지금 이런 양상이다.

써야하니?

써야해? 완전

써야할까? 그래!

써야돼? 그래! 그래! 써야돼, 써야된다고! 내가 몇 번 말했어! 이 자식아 어서 쓰자! 쓰고 싶어!

, 그럼 이제 인류의 스승들이 써둔 지혜 사이를 걸어다니며 몸으로 체험을 해봅시다. 사랑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표현해봅시다. 릴케는 부드럽게 이야기하지만, 그의 말에는 불을 싸지르는 선동이 잔잔하게 깔려있다. 시인의 언어는 아주 찰지다.

20. 다른 사람의 북소리에 발 맞춰가지 말고 자기 내면의 북소리에 맞춰 자신의 길을 가라는 릴케의 목소리가 귓가에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것 같다. 릴케는 젊은이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네가 지금하고 있는 그 일, 그 일이 간절하다면 그 일을 계속해라, 그리고 그 위에 네 미래를 건설해라.

21. 편지를 릴케는 느린 소통의 시간이라 예찬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편지는 느린 시간을 거니는 소통 방식이다. 글을 쓰다보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면 마음이 지극해진다. 그것이 편지의 묘미다.

 22. 옌스 페테르 야콥센(Jens Peter Jacobsen). 닐스 뤼네

22. 그는 닐스 뤼네에는 인생의 아주 은밀한 향기부터 그 가장 무거운 열매가 지닌 충만하고 큰 맛까지 모두 다 들어 있는 것 같다면서 운명 자체가 마치 폭넓은 직물과도 같아 그 안에서 한 올의 실은 한없이 부드러운 손길에 이끌려 다른 한 올의 실 옆에 놓이고 다른 수백 올의 실이 그것을 안아 지닌다고 말한다.

23. 먼저 당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책이 마음을 울리면 그 사람의 또 다른 책을 잃어라. 그리고 그 사람의 책을 모조리 읽은 다음에는 그 사람이 인용한 다른 사람들의 책들을 읽어라. 이는 고전을 읽는 가장 훌륭한 독법인 것 같다.

>>인생의 아주 은밀한 향기부터 그 가장 무거운 열매가 지닌 충만하고 큰 맛까지 다 들어 있는 것 같다도대체 글을 어떻게 쓰면 저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23. 미학적이고 비평적인 글은 되도록 읽지 마십시오. 그런 글들은 생기 없이 경직되어 돌처럼 딱딱하고 무의미한 편파적 견해이거나 오늘은 이러쿵 내일은 저러쿵 하는 노회한 언어 유희일 뿐입니다.

>>명쾌하지만 진실이 없는 글을추구하지 말 것

23. 예술작품은 끝없는 고독에서 나오는 것으로 비평으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예술작품을 이해하고 간직할 수 있으며 그 부당함에 대해 불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술가로서 예술작품을 대하는 것은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눈으로 찾아낸 세계의 일부를 보는 것이 맞다. 고독. 홀로 맞이하는 어둡고 깊은 곳에서 발견한 것을 가지고 돌아와 만들어 낸것이 작품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사회에 갖는 의미가 더 중요한 것일수 있겠다. 평가는 그 이후의 문제다. 팔릴 만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 배우고 다듬는 과정에서는 그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다.

23. 당신 자신과 당신의 느낌이 옳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따르십시오. 설사 당신이 틀렸더라도 당신은 내적인 삶이 지닌 자연스러운 성장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다른 인식으로 이끌어갈 것입니다. 당신의 판단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독자적이고 은밀하게 발전하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그런 발전은 모든 진보와 마찬가지로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강요되거나 재촉당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은 만삭이 될 때까지 잉태되었다가 태어납니다. 모든 인상과 감정의 싹이 가슴속, 어둠 속, 무식 속, 이성으로는 닿지 못할 어떤 불가사의 속에서 완성되게 하고 겸허한 마음과 인내심으로 새로운 명징성이 태어날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것이 바로 예술적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예술을 이해하거나 직접 창작할 때도 그렇습니다.

>>직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술적인 삶의 방식, 즉 행동양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더운 여름의 시원한 시냇물 같은 서늘함과 여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직업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의 삶의 방식을 얼마나 채울 수 있는지,

24. 거기에는 시간을 척도로 재는 것은 없습니다. 즉 세월은 소용없습니다. 10년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계산하거나 헤어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나무처럼 자란다는 의미입니다. 나무는 수액을 재촉하지 않고 봄의 폭풍 속에도 의연히 서서 그 폭풍 뒤에 여름이 오지 않을까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여름은 그래도 오니까요. 그러나 여름은 마치 영원이 눈앞에 놓여 있는 것처럼 근심없이 조용히 참는 자에게 찾아옵니다. 저는 그것을 매일 고통 속에서 배웁니다. 나는 그 고통들이 고맙습니다. 인내만이 전부 입니다.

25. 언제나 망설이니가 결국 자신이 확실하게 파악했다고 생각해야 비로소 작업을 하는 작가였다. (로댕) 그래서 그는 한 방울, 한 방울 돌로 파고드는 물같이 느리고 조용한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5. 릴케는 젊은 카푸스에게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의문 자체를 즐기라고 충고한다. 지금은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를 답에 집착하는 대신 계속 의문을 품고 있으면 먼 어느 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해답 안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5. 질문을 품고 살다 보면 경험을 통해 자기의 해답을 갖게 되리라는 이 말은 성급하게 정답을 찾아 빠르게 인생을 지주하고 싶어하는 젊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충고다.

26. '남자의 내면에도 모성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모성'은 생산과 창조로 이해해야 한다. 남성은 여성처럼 생명을 잉태하는 힘은 없지만 위대한 작품들을 창작해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26. 고독을 살아하고 고독이 만들어낸 고통을 즐기다 보면 고통이 아름다운 비탄의 소리를 내게 되고 그 소리가 시가 된다는 것이다.

26.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면서 가깝다고 느꼈던 사람도 멀어진 것이니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기뻐하고 축하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릴케가 얘기하는 고독이었다. 누구와도 같이 갈 수 없는 자신만의 길에 들어서는 것. 그것이 바로 고독의 선물인 성장이다.

27. 고독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 그러니까 홀로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릴케의 생각이었다.

27. . 여기서 신은 기독교적인 개념은 아니다. 릴케가 생각하는 신은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신, 그러니까 예술가의 내면에 이미 현시되어 있는 신, 완벽한 전체로서의 신을 뜻한다.

27. 다만 신이 이미 인간에게 무언가를 주어 우리 안에 신으로서 거주하고 있으니 우리는 우리 내면을 탐구해 이 신적인 요소로 창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8. 저는 다른 사람이 옮겨적은 자신의 작품을 다시 음미해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새로운 경험인지를 잘 알고 있기에 옮겨 적은 시를 당신에게 보내드립니다. 다른 사람의 시로 생각하고 읽어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시가 어떤지 가슴 깊이 느껴질 것입니다.

28. 사랑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헌신하고 전념하며 제2의 누군가와 하나가 되는 것은 개개인이 성숙해지고 자기 내부에서 그 무언가가 되고 세게가 되는 숭고한 계기입니다.

29. 사랑이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각자 자기 인생을 살아가도록 그 달므을 서로 보호해주어야 우리는 창조적일 수 있다.

30. 스위스 역사학자인 야코프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과거가아무리 친절해도 그다음 세대가 읽을 때는 불친절할 수밖에 없다고.

30. ...당신은 이미 스쳐 지나간 여러 가지 커다란 슬픔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스펴 지나간 것조차도 고통스럽고 마음 상하는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런 크나큰 슬픔이 당신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지는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는 먼 훗날 그 일이 일어나도 자신이 그 내부에서 변화되고 그것과 유사하다는 것을 가슴속 깊이 느끼게 됩니다. 그것은 정말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낯선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일부가 되게해야 합니다.

31. 릴케는 슬픔을 일컬어 무언가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이 우리 안에 들어오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슬픔과 고독은 우리 삶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체험이라는 것이다.

31. 늘 미래만을 향하는 삶은 행복할 수가 없다. 행복은 현재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32."우리는 우리 존재를 되도록 넓게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것, 심지어는 전대미문의 것까지도 그 안에 들어가도록.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용기입니다. ... 어째서 당신은 어떤 불안감이나 고통이나 우울함을 당신의 삶에서 쫓아내려 합니까? 그런 것들이 당신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모르면서 말입니다."

32. 언젠가 한번은 고민으 해결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적이 있는데, 결국은 그게 굉장히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기술적인 부분은 조언해줄 수 있지만 인생 자체에 대해서는 해답이 없다. '언젠가 시간이 돼서 산달이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질문을 가져라. 질문을 품고 잊지 않으면 언젠가 그 해답 안으로 들어가게 될 거다'라는 릴케의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 그저 잘 들어주기만 하면 스스로 얘기하면서 정리하는 경우가 참 많기 때문이다.

32. '의구심을 잘 길들이면 아주 좋은 특성으로 만들 수 있으니 잘 빚어보라'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닮으려고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되라는 충고를 하는 것이다.

Chapter2. 다산은 무엇을 꿈꾸었는가?, 다산문선 배움에 대하여

36. (문예창작 모임, 죽란시사 결성 의의) 살구꽃이 막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막 피면 한 번 모인다. 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이고, 초가을에 막 서늘해지면 서지에서 연꽃 구경하러 한 번 모인다. .. 모일 때마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장만하여 술을 마시고 시를 읊도록 한다.

36. 다산 시의 특징을 몇 가지 정리하면 우선 사실적이고 세세하고 정교하다.

36. 중국을 따르지 않는 주체성이 두드러진다. 다산이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면 중국의 고사들을 인용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면 한국의 중요한 고전들을 열거하기도 한다.

37. 한국으로서의 자부심이 드러나는 글. 정오를 기준으로 해서 해가 뜨고 지는 시각이 같으면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동서의 한가운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렇게 하여 이미 동서남북의 한가운데를 얻었으면 어디를 가도 중국 아닌 곳이 없다. 어찌 우리나라를 동국이라고 한단 말인가.

38. (이중협과의 작별 편지에)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니,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다.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오니, 즐거움은 괴로움의 씨앗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 낳는 이치는 동과 정, 음과 양이 서로 그 뿌리가 되는 것과 같다. 사리에 통달한 사람은 그러한 이치를 알아서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 의존하고 있는 이치를 살피고, 흥하고 망하는 운수를 헤아린다.

40. 1808년에는 도암에 있는 다산초당으로 옮겼다.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것은 외가였던 해남 윤씨들 덕분이었다. 귤동에 살던 윤단이 손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정약용을 초빙하면서 산정을 내주었고 여기 다산초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41.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기약 없는 유배생활을 하며 세상으로부터 잊혀가는 다산. 책을 쓰고, 제자를 기르고, 차를 다리는 행위들이 외로움을 이기고 자신을 잊어버린 세상과 화해하기 위한 처절한 수련이었을 것이다.

41. 다산은 어떻게 생의 정점에서 돌연 찾아온 불행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는 이 외로움을 이겨내며 붓과 책으로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41. …큰아들 정학연은 19세였고 둘째 아들 정학유는 16세였다.

41. 폐족의 처지에 잘 대처한다는 말이 무슨 뜻이겠느냐. 오직 독서하는 것 한 가지뿐이다.

42. 오직 벼슬아치 집안의 자제로 어려서부터 듣고 본 바가 있고, 중년에 재난을 만난 너희들 처지와 같은 자라야 비로소 독서할 수 있는 것이다. … 뜻도 모르고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독서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 실제로 마지막 수업 중 몇 권의 책은 학교 다닐 때 읽어보았던 것들이었으나, 이곳에 발췌되어 있는 일부만 읽더라도 그때와는 다른 생동감을 갖는 것을 느꼈다. 시련과 경험이 사람을 키운다. 그것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나고 보면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아무 소용 없는 경험이란 없다.

42. 문자를 알고 있으면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것과 진사가 되고 급제한 경우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 너는 진정으로 독서할 기회를 만난 셈이다.

43. 과거를 보지 못하게 되어 실망했을 아들들에게 다산은 이제 과거를 잊고 오직 스스로의 인격을 도야하기 위한 공부를 하라고 말한다. 평생 솔선수범해 공부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던 다산은 아들들에게 몸소 스승이 되어주기도 한다. 두 아들은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아버지를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아버지의 뜻을 이어 열심히 공부했다.

43. 두 아들은 추사 김정희, 다산의 제자인 황상, 다도로 유명한 초의선사 등과 교류하며 다산이 바라던 대로 훌륭하게 성장했다.

43. 다산은 올바른 독서를 위해 중요한 마음가짐이 있다고 했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수많은 책을 읽는다 해도 그것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으며,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책을 읽을 때 비로소 독서는 자기 것이 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그 마음가짐의 핵심은 효도와 공경이라고 이야기한다.

43. 독서에는 반드시 바탕을 먼저 세워야 한다. 무엇을 바탕이라고 하는가. 학문에 뜻을 두지 않으면 독서할 수 없으니, 학문에 뜻을 두려면 반드시 바탕을 세워야 한다. 무엇을 바탕이라고 하는가. 효도와 공경이 바로 그것이다. 모름지기 효도와 공경에 먼저 힘써 바탕을 세운다면 학문은 저절로 몸에 배게 된다.

44. (소학주관 서문) 그 서문에는 공부하는 방법이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소개된다. 하나하나의 단편적인 지식들을 구슬로 꿰듯이 체계를 잡아야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지혜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44. 촉 땅의 사내아이가 슬슬주 구슬 1000개를 얻었다. 아이는 구슬을 보고 사랑스러워서 가슴에 품기도 하고, 옷깃에 차기도 했다. 입에 물기도 하고 손에 움켜쥐기도 하다가 동쪽 낙양에 가서 구슬을 팔려고 했다. …도망치다가 손에 잡았던 구슬들도 놓쳐버렸다. 그래서 낙양에 절반도 못 미쳐서 슬슬주가 다 없어졌다.

아이가 실망해서 돌아와 늙은 장사꾼에게 그간의 사정을 말하자 늙은 장사꾼이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정말 아깝구나. 왜 진작 날 찾아오지 않았느냐. 슬슬주는 간직하는 방법이 있단다. 원객의 시를 끈으로 삼고 마지막 돼지새끼의 털을 바늘 삼아 푸른 것을 꿰어서 푸른 꿰미로 만들고 붉은 것은 꿰어서 붉은 꿰미로 만든단다. 이제 검푸른 것, 검은 것, 붉은 것, 누런 것 등을 같은 색끼리 꿰고는 오 지방에서 자란 무소가죽 상자를 만들어 간직한단다. 이게 바로 슬슬주를 간수하는 방법이지. …요즘 학문하는 방법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것을 꿰미로 꿰지 않는다면 이 또한 얻는 대로 곧 잃어버리지 않겠는가.

45. 사랑스러운 슬슬주를 색실에 꿰어 간수하는 것은 오직 붓과 책에서 길을 찾은 다산 자신을 위한 엄정한 수련이자 학문을 통해 백성을 이렇게 하겠다는 뜻을 세상에 전하기 위한 간절한 구애에 다름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이 소박한 공부법이야말로 다산을 위대한 사상가로 만들어준 공부의 왕도였던 것이다.

45. (양계를 시작한 아들에게 계경, 닭에 대한 경전)을 써보라고 권한다.) 생계를 위해 닭을 치게 되었지만 이왕 시작한 일이니 아주 잘해보라는 격려였다. 닭에 대한 책을 읽고, 연구하고, 홰와 먹이도 바꿔가면서 실험하다 보면 멋진 사육법을 얻게 될 것이니, 그것을 적어두라는 뜻이었다.

45 .가장 평범한 사람도 한 분야를 파면 그 일에 대해서만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된다고 격려해주었다. 얼마나 간단하고 핵심적인 조언인가!

46. 하피첩.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병든 아내가 헌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다. 시집올 때 가져온 훈염(시집갈 때 입는 활옷)으로 붉은 빛이 담황색으로 변해서 소첩으로 만들기에 알맞았다. 치마폭을 잘라서 조그만 첩으로 만들어 손 가는 대로 타이를 말을 써서 두 아이에게 보낸다. 아이들이 뒷날 이 글을 보고 감회가 새로워 어버이의 자취와 손길을 생각한다면 그리운 마음에 틀림없이 무클할 것이다. 이 소첩을 하피첩이라 이름지었는데, 이는 붉은 치마를 의미한다.

46. 하피첩에서 하는 붉은 노을이란 뜻이다. 아내 홍씨가 시집올 때 입었던 치마의 색깔이 저녁노을처럼 붉었던 모양이다.

46. 다산은 남은 천에는 매조도를 그려 시집간딸에게 전해준다.

46. 하피첩에는 여러 경구들이 많은데 그 중 다 완전하다 해도 구멍 하나만 새도 깨진 항아리가 된다. 모든 말을 미덥게 하다가도 한마디만 거짓말을 하면 도깨비처럼 되니 말을 늘 조심하거라라는 말과 근과 검. 부지런함과 검소함.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 나으니 일생 동안 써도 닳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 특히 가슴에 와 닿는다.

47. (의학책) 그 책들 가운데 비교적 간편한 여러 처방을 가려 뽑아서 기록했다. 아우ㅜㄹ러 주로 쓰이는 약재를 가려 뽑아 각 병에 대한 설명 끝에다 붙였다. 보조 약재 가운데 4,5품에 해당되는 것은 기록하지 않았고 멀리서 생산되거나 보기 드문 약재 가운데 시골 사람들이 그 이름도 모르는 것 역시 기록하지 않았다. 책이 다 해야 마흔 장 남짓 밖에 되지 않으니 간략한 셈이다. 이 책 제목을 촌병혹치라고 했다.

48. 간략하게 하려면 반드시 먼저 널리 고찰해야 하는데, 참고한 책이 몇 십 권밖에 되지 않은 것이 한스럽다.

48. 어린 시절 천연두로 죽을 뻔했던 다산은 자신을 살려준 한의사 이헌길을 기려 <몽수전>을 쓰고 이후 천연두에 대해 마과회통을 쓰는 등 의학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다.

48. 다산의 학문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용후생을 추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49. 선비들은 이름 앞에 호를 붙였고 집이나 정자에도 이름을 붙였다. …결혼 등 인생의 전환점에는 자를 갖게 된다. 그리고 죽은 다음에는 시호가 내려졌다.

>>갑자기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대학교를 입학한 뒤 처음 내 전용 노트북을 갖게 되었다. 오랫동안 쓰던 폴더폰도 새 것으로 바꾸었다. 나는 두 가지에 약간 유치하지만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처럼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쩌면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사물과 장소의 정신적 영역을 규정짓는 것과 같은 걸지 모르겠다. 그 안에서 나는 레포트를 쓰고 상념을 적었다. 나에게도 나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재미있는 행위인 것 같다. 한번 생각해보아야겠다.

50. 다산은 편지 한 장을 쓸 때마다 모름지기 두 번 세 번 읽어보면서 축언하기를, 이 편지가 네거리에 떨어져 원수진 사람이 열어보더라도 네가 죄를 입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이 편지가 수백 년 뒤까지 유전되어 많은 안목 있는 사람들이 보게 되더라도 네가 비난받지 않게 하소서라고 한 뒤에 봉합해야 군자가 근신하는 태도라고 이야기한다.

51. 시대는 인물을 낳는다. ..이 시기에 또 한 번의 개혁과 번영을 꿈꾸던 두 군주 영조와 정조가 등장한다.

56. 선비는 평생을 배우는 학인이다. 그러면 이렇게 배워서 무엇을 할까? 지행합일 또는 학행일치, 즉 삶 속에서 실천한다. 그래서 선비에게 또 다른 중요한 덕목은 수기, 즉 자기를 다스리는 것이다. 요컨대 선비란 학문을 익혀서 자기를 다스림으로써 이득이 되지 않아도 마땅히 지킬 것을 지키고 마땅히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57. 정의 뜻은 바로 잡는다는 말이다. … 토지를 계량하여 백성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어 그 질서를 바로잡으니 이것이 바로 정이다. … 군대를 조직하고 죄 있는 자를 규탄하여 멸망할 위기에 있는 자를 구제하고 세대가 끊긴 자를 이어가게 하여 바로잡으니 이것이 바로 정이다. … 형벌로 징계하고 상으로 권장하여 죄와 공을 가르는 것을 바로잡으니 이것이 또한 정이다. …붕당을 없애고 공평하고 바른 도리를 넓히며 어진 이를 등용하고 못난 자를 몰아내 바로잡으니 이것이 바로 정이다.

57. 차별과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은 결국 정치였다.

59. 맹자는 말했다. “부모의 허물이 지나친데도 원망하지 않는다면, 부모와의 사이에 지나치게 간격을 둔 것이다.” 결국 성인도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한 끝에 원망하는 심정을 인정했다. 충신과 효자의 입장에서는 원망이 바로 자기의 충정을 나타내는 길이다.

60. 선비의 본질에는 의리를 지키되 인정을 잃지 않고, 명분을 내세우되 실리를 버리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 선비의 아량과 포용력이라는 것이다.

Chapter3. 천개의 운명과 변신, 모험을 선동하라!, 그리스 로마신화, 도전에 대하여

61. 도전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 그러나 도전하는 인생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도전하면 치곤하다. 그렇다고 그냥 주어진 대로 살면 삶이 가치 없어진다. –우디 앨런

61. 여행이 멋진 이유는 그동안 보지 못한 풍광과 세속을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책은 여행이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문법을 많이 접할수록 삶은 풍부해진다.

62. 책의 꽃은 고전이다. 그리고 고전의 시작은 신화다. 그래서 우리는 신화를 읽는다. 내가 여행한 곳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곳은 그리스였다.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찾았지만, 그곳엔 돌기둥밖에 없었다. 나는 그곳에서 거대한 신전을 사라져도 이야기는 남는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스의 위대함은 이야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62.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알 수 없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즐거운 상상이었고, 인간이 무엇인지를 느끼기 위한 노력이었다.

63. 신화 속의 신들은 몸을 입고 나타난 자연과 우주의 힘이었던 것이다.

63. 에로스는 화살을 쏜 적이 없고, 에리니에스는 핏물을 흘리며 누군가를 증오하지도 않고, 보복하기 위하여 내 뒤를 쫓지 않는다.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분노와 증오와 보복은 지금 여기에서 너와 나를 가리지 않고, 강남역 사거리와 광화문 앞에서 요동치며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신화는 죽은 옛것이 아니라 살아서 진행되는 지금의 날것인 것이다.

63. 신화는 인간을 벗긴다. 아무것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원시를 보여준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날것들을 신에게 뒤집어씌운 이야기들이다. 동시에 인간의 미덕과 통찰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신화란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로서 벌거벗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상징을 통해 들려준다.

63.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끊임없는 고민과 좌절. 그것은 인간이 무언가에 도전하기 때문에 맛보는 것은 아닐까?

66.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어 그리스 로마 신화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마르시아스는 예술가들에게 숭배받게 된다. 예술가들은 마르시아스 같은 처지가 되더라도 신의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는 엄청난 갈망을 품기 때문이다. 단테도 신곡에서 아폴론이여, 내 가슴속에 들어와서 마치 마르시아스를 사지부터 껍질을 벗겨놓은 것처럼 내게도 영감을 주십시오라고 갈구한다.

67. 또 하나의 오만은 신으로부터 가혹한 징벌을 당하더라도 신의 경지에 다다르려는 오만이다. 이는 껍질이 벗겨지는 극한의 고통을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창조적 진보를 계속하게 하는 걷잡을 수 없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리스인들이 품은 야생의 사유는 마르시아스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대목에서 피리의 절대 고수가 되기까지 몇 번이고 껍질이 벗겨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마르시아스의 예술 혼과 만나게 된다.

67. 신을 닮으려고 하는 것은 신성모독이 아니다. 진정한 신앙은 신이 우리에게 준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삶을 다 바쳐 그것이 빛나도록 하는 것이다. 고통을 딛고 창조적인 진보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도전임을 신화는 이야기 한다.

73.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이 나를 모험으로 초대하면, 내 마음이 그 모험에 응하면 두려워하지 말고 따라나서라. … 내 마음 속에 울리는 무엇인가가 생겨나면, 정말 그 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사자의 입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마음으로 시작해라. 칼날 같은 길을 따라가라. 그 위험한 길이 네 길이다.

74. 은둔의 철학자로 알려진 모리스 블랑쇼는 이를 닿는 순간 사라지는 이 미칠 듯한 부재라는 말로 표현한다. 오비디우스는 변신이야기에서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며 사라지는 아내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손끝에 닿는 것은 바람뿐이었다고 묘사한다. 이 공허함이야말로 예술가들의 한계를 의미한다.

74. 예술가가 영감을 받아 그려낸 무언가는 그의 머릿속에 떠올라 그의 가슴을 울렸던 바로 그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뭔가 잡을 듯했지만 결국 잡지 못하고 놓쳐버린 안타까움, 이것이야말로 예술가들의 타고난 비극일 수밖에 없다.

75. 삶을 통해 얻었던 진귀한 체험들과 보석 같은 깨달음 역시 얻었다고 믿는 순간 사라져버리고 마는 허무한 것일지도 모른다. 할 수 없다. ‘에우리디케의 얼굴에 머물던 오르페우스의 마지막 시선’, 그 시선으로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단명한 삶을 시로, 노래로 살아야 하는 필멸의 인간이 지닌 운명이다.

77. “네가 네 사랑에 대해 그렇게 믿음이 강하지만 네 아내도 그럴까?” 에오스가 케팔로스에게 남긴 이 말은 모든 관계의 아픔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사랑에는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늘 작은 것에 걸려 넘어진다. 사소한 오해로 위대한 사랑도 깨져버리는 것이다.

77.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도 읽을 때마다 감상이 달라진다. 키프로스에 살던 피그말리온은 여자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키프로스 여인들은 나그네를 박대했다가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나그네에게 몸을 팔게 되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솜씨를 발휘하여 상아로 여인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여인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아프로디테 축제일에 이런 여인을 아내로 맞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그의 마음을 헤아린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피그말리온은 인간이 된 갈라테이아와 결혼했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이 신화를 토대로 피그말리온이라는 희곡을 발표했고 이를 토대로 마이 페어 레이디 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용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78. 니체, 릴케, 프로이트 등에게 연정을 불러일으켰고 그 당시 지식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여인. 그런데 루 잘로메는 자기가 만난 모든 남자들로부터 지식과 예술을 배움으로써 자기 인생을 조각했던 여인이다.

78. 우리에게는 삶이라는 재료가 주어졌고 이 재료를 토대로 꿈을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몫이다.

79. 자신의 노력이 인류의 행복과 평화에 쓰이는지, 아니면 인류의 불행과 파멸에 쓰이는지 묻지 않았다는 것, 사유하지 않았다는 것, 이것이 죄였던 것이다. 진정 존경받는 과학자나 기술자가 되고 싶다면 나의 능력과 기술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를 생각하는 사유하는 다이달로스가 되길 바란다.

80. 하데스는 그를 다시 이승으로 보내주었다. (시시포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한 번 죽으면 그것으로 끝임을 아는 시시포스에게 이승에서의 삶은 너무나 소중했다. 하데스가 몇 번이나 타나토스를 보냈지만 그때마다 그는 갖가지 말재주와 임기응변으로 빠져나갔다.

81. 시시포스에 대해서는 알베르 카뮈의 해서기 가장 철학적이다. 그의 처방은 이렇다. “반항하라. 쉽게 평화를 갈구하지 마라. 나와 세계 사이의 팽팽한 대립에 굴복하지 말고 대립하라. 자유로워져라. 희망과 내일이 없는 조건 속에서 순수한 불꽃 외에 다른 어떤 것에도 무관심해라. 이것이 자유의 원리다. 열정를 가져라. 열정이란 주어진 모든 것을 소지하는 것이다. 삶을 필사적으로 불태우고 최대한 많이 살아라. 이것이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전장, 도전의 원칙이다.”

 

Chapter4. 미친 듯이 사랑하고 미친 듯이 이별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고뇌에 대하여

82. 실패란 무엇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결과다. -웨인 다이어

82. 삶은 무자비하게 당신을 무너뜨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을 해야 한다. 느껴야 한다.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지구에 온 이유니까. 가승미 모험을 하게 하라. 통째로 삼켜지는 듯한 짜릿함을 느껴라. 사랑이 깊을수록 그 끝은 더욱더 비극적일 수밖에 없으니.

83. 괴테는 나는 내가 체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쓴 적이 없다. 다만 어떤 한 줄도 내가 체험한 그대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베르테르의 이야기 역시 괴테의 이야기이되, 베르테르는 괴테가 아니다. 괴테의 체험이 그의 안에서 순화되고 편집되고 재창작되어 베르테르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 모든 글이 이와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아주 진실된 나의 경험에 대해 서술할 때에도 글 안에서 보여지는 페르소나와 나는 다른 존재다.

84. (괴테)인생의 시련과 사랑의 실연을 모두 작품의 소재로 승화시키는 면모를 보인다.

>>  나에게 일어났던 괴로운 일들을 운이 나빴다고 잊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작품의 소재로 승화시켜보면 어떨까. 그러고 나면 괴로운 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있지 않을까.

86. 사랑은 인생의 발화점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폭발한다. 이 굉장한 사건이 나와 다른 사람을 섞어버리면서 나와 그 사람의 경계가 없어지고 그의 눈 속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나를 보게 된다. 사랑이라는 경험이 우리를 영적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자기의 모습에 접근해간다.

89. “당신 같은 사람들은하고 내가 소리쳤네. “어떤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바로 그건 바보짓이다, 그건 현명한 일이다, 그건 좋다, 그건 나쁘다!’고 말하지요. 그런데 그게 뭡니까? 당신들은 어떤 행위의 밑바닥을 모두 파헤쳐보셨습니까?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명확히 밝혀보았던가요? 그랬더라면 그토록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겠지요.”

91. 나는 몇 번이나 취해보았어요. 나의 격정은 광증과 다를 바 없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위대한 일이나 불가능한 일을 해낸 비범한 인간은 옛날부터 만취자나 미치광이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내 나름으로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베르테르

91. 자살하는 사람에게도 자살할 수밖에 없는 병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랑에 몸부림치다 죽게 된다든가, 사랑에 배신당해 죽을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정신적으로 질병에 걸려 죽는 것이기에 죄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91. 청춘은 쉽게 위로를 원치 않는다. 청춘은 격정과 고뇌를 거쳐서 성숙된다. 심장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시도했다는 의미니까. 원하는 것, 가슴의 언어를 좇다 보면 고통이 따를 수 있지만 그것이 바로 삶이다.

101. 이 책을 읽으면 자살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이유로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는 유명인이 자살하면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101.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선생님이 우리 나이라면 정말 뭘 하고 싶습니까?” 그러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사랑을 하세요, 사랑을.” 달콤함과 씁쓸함,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뇌. 사랑에는 인간이 성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Chapter5.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찾는 삶, 허클베리핀의 모험, 성장에 대하여

102.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성한 정신이다. 그러나 영감이 끊어져 정신이 싸늘한 냉소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스물이라도 인간은 늙는다. 머리를 높이 쳐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이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 인간도 결국엔 동물이 아닌가. 살고자 하는 의지 아닌가. 그 의지의 인간적인 변형이 희망 아닌가.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은 희망이 아닌가.하는 갈피를 못잡는 생각이 떠오른다.

103. ‘산다는 것’, 즉 성장의 진정한 의미를 트웨인은 끊임없이 캐묻고 있다.

104. 자본주의의 핵심은 햇빛이 날 때 우산을 빌려 주었다가 비가 내리는 순간 돌려달라고 하여 이익을 높이는 메커니즘이다. 그런 곳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105.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톰 소여의 모험이 끝난 이후의 이야기다. 톰 소여의 모험에서 톰과 헉은 도둑들이 동굴에 감춰놓은 돈을 찾아 부자가 된다. 이후 헉은 더글러스 과부댁에 양자로 들어가 양복도 입고 학교도 다니고 문명인 수업도 받게 된다. 누더기를 입고 설탕통에서 자유롭게 살던 헉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106. 흑인 노예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이 백인 주인이라면 헉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술주정뱅이 아빠다. 노예들이 탈출하듯 헉도 자유를 찾아 탈출을 계획한다. 절박함이 삶을 이끄는 것이다. 헉은 아버지가 자신을 찾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아예 죽은 척 일을 꾸민다. 철두철미하게.

114. 줄곧 짐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어. 낮이고 밤이고 때로는 달밤일 때도 있고 때로는 폭풍이 몰아칠 때도 있었지.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함께 뗏목을 타고 내려왔어. 그래서인지 나는 짐의 나쁜 모습보다 오히려 반대의 기억들만 떠오르는 것 같았지. 내 불침번까지 대신 서준 일이 떠올랐어. 나를 굳이 깨우지 않고 더 자게 해주었던 거지. … 그때 문득 나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그 편지를 보게 되었지. 편지는 가까운 곳에 놓여 있었어. 나는 그걸 집어 들었어. 나는 덜덜 떨고 있었지. 둘 중 하나를 정하고 나면 되돌릴 수 없잖아.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 나는 잠시 생각하고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지.
좋아. 그러면 지옥에 가자.”
그러고 나서 나는 편지를 찢어버렸다.

115.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짐을 다시 훔쳐내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거야. 그리고 혹시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생각나면 그 일도 할거야.

115. 결국 헉은 짐은 내 친구야. 내가 도와줘야 돼. 맞서 싸워야 해. 지옥이라도 가곘어라고 각성하게 된다.

120. 다들 실컷 고생만 하고 너무 허무하게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 대목이 대단히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흑인들은 남북전쟁으로 노예제가 폐지되면서 자유인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흑인들 사이에는 우리가 쟁취한 자유가 아니라 수동적 자유’, 다시 말해 백인이 찾아준 자유라는 인식이 있었다. 오랫동안 심리적으로 부채 의식 같은 것이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보면 짐이 가만히 있다가 왓슨 양 덕분에 해방된 것이 아니다.

120. 짐은 스스로 자유를 찾아 나와 온갖 고난을 겪었다. 짐은 자기 힘에 의해 그리고 친구의 도움에 의해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자유를 찾았고 왓슨 양은 그저 그렇게 쟁취된 자유를 인정해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는 남북전쟁 이면에 가려져 있던 자유를 향한 노예들의 투쟁을 기리고 있는 셈이다.

121. 미국인들은 이 소설이 자기들을 키우고 가르쳤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국민을 키운 책 우리에게는 그런 책이 있을까?

121. 마크 트웨인이 말했듯이 교육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을 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121. 허클베리 핀. 그는 기성 체제에 안주하는 대신 물음을 끊임없이 캐묻고 자신의 답을 찾아간다. 자신의 길을 가려는 그 열정과 도전정신, 이것이 삶을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chapter 6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리스인 조르바, 자유에 대하여

122. ...나는 젊은 여인의 얼굴에서 노파의 얼굴을 읽어내려는 태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리스라는 노파의 얼굴에서 이제는 사라져버린 소녀의 생기와 젊음을 다시 창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ㅡ니코스 카잔차키스

124. 니체의 초인이란 스스로 선과 악을 구별하고 자기의 선을 따르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리고 그 초인이 인류를 지배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롭다는 것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핵심 메시지다.

125. 조르바는 가치관이 아주 뚜렷한 사람으로 세상과 몸으로 부딪히며 인생을 배워왔다. 그래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 순간 우리는 ', 이런 삶도 존재하는구나, 이렇게 살아도 참 좋겠구나'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이 강요한 윤리가 아니라 나의 윤리대로 살아가는 자유인, 그가 바로 조르바다.

126. 결국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소유가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적인 자유다.

126. 조르바에게는 여전히 많은의문이 남아있다. 왜 씨앗은 친절하고 정직한 곳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뜨거운 피와 더러운 거름을 필요로 하는지. 왜 진창에서 피투성이로 굴러보지 못한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는지. 그래서 조르바는 60에도 여전히 혼자 떠돌아다닌다. 삶 속에서 괴로우하며 더듬더듬 자기 길을 찾아가기 위해, 그렇게 구원을 찾기 위해.

127. '' 30대의 젊은 지식인으로 아주 자신만만하다. 책도 많이 읽었고 생각도 깊고 세상은 이렇게 변해야 한다는 신념도 확실하다. 하지만 조르바 앞에 서면 뭔가 작아진다. ''는 자기가 읽었던 책에 갇히고 자기가 쓰는 언어에 매여서 누군가에게 배운 삶을 살고 있다.

127. ''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진실한 삶이고 ''는 조르바에게서 그것을 본다.

127. 삶의 진창 속에서 뒹굴고 있는 조르바. 인간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불신하면서도 누구보다도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조르바. 가식, 허위, 억압 등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맛보고 싶다는 절실한 갈망이 있었던 ''는 여기 매력을 느낄 수 밖에없다. 그럼에도 문득 ''가 도덕에 걸리고 윤리에 걸리고 체면에 걸리고 수치심에 걸려서 스스로 거기 갇힐 때마다 조르바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한바탕 설교를 늘어놓는다.

127.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타파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폐허 위에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129. 그를 보고 있으면 늙은 몸속에 그 몸을 들어다 어둠 속에 유성처럼 날리고 싶어 안달하는 영혼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공중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땅에 떨어질 때마다 그의 몸은 몹시 흔들렸다. 그래도 그의 불쌍한 육신은 다시 더 높이 뛰어올랐다가 쉴 새 없이 다시 땅에 떨어졌다.

조르바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은 놀라우리만치 비장했다. 그는 소리도 더 이상 지르지 않았다. 이를 악문 그는 불가능을 이루기 위해 악전 고투하고 있었다.

"조르바! 조르바! 그만해요. 그만하면 됐어요."

이윽고 조르바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의 얼굴은 행복에 빛나고 있었다. 잿빛 머리카락은 이마에들러붙었고 갈탄 가루와 뒤섞인 땀방울이 뺨과 턱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후 그가 중얼거렸다.

"이제 좀 살겠네요. 피를 좀 쏟아낸 기분입니다. 이제 말할 수가 있겠어요."

130. 조르바에게 춤은 유희나 놀이 같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그저 가장 진실한 자기표현의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슬퍼도 춤을 추고, 기뻐도 춤을 춘다.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무언가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슬픈 순간의 춤은 일종의 살풀이인 것이다.

130. 조르바는 산투르를 연주할 때는 산투르가 되고 고아산에서 일할 때는 곡괭이가 되는 아주 열정적인 사람이다. 갈탄 광에 있으면 갈탄이 되고 갱도에 있으면 개도가 되어 다른 사람들은 절대 듣지 못하는 위기를 듣는 사람, 그가 바로 조르바다. 그래서 그는 광산이 무너지는 순간 누구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살마들을 대피시킨다.

132. 어느 날 아침 나무 등걸에 붙어 있던 나비의 번데기를 보았던 것이 떠올랐다. 나비는 번데기를 뚫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던 나는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번데기를 데워주었다. 그 덕분에 빠른 속도로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 나왔다. 날개가 뒤로 구겨지는 나비를 보고 느꼈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시앋. 가엾은 나비는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도 입김을 불어주었지만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태양 아래에서 천천히 날개를 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다. 내 입김 때문에 나비가 때가 되기도 전에 집을 나선 것이다. 나비는 필사적으로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에 내 손바닥 위에서 죽었다.

 나비의 연약한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 오늘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두르지 말고 안달하지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바위에 앉아 새해 아침을 생각했다. 그 불쌍한 나비라도 내 앞에 나타나 날개를 움직이며 내 갈 길을 일러준다면 좋을 텐데.

135. 그는 책에 적힌 지식이 딱딱한 죽은 지식이라고 말하고 ''는 바로 그 조르바에게서 살아있는 지식과 지혜를 배운다.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조르바다. 그러니 그는 보통 사람과 다른 것들을 체득할 수밖에 없다. 그는 벌거벗은 원시의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지식, 나는 특히 관계와 사랑에 대해서 이 말에 절감한다. 사랑에 눈이 멀어 어리석은 선택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소중한 인연이 곁에 와도 그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인간 관계의 미묘한 사인들 사이를 잘 이해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다. 지식과 일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사회는 어쩌면 벌거벗은 원시의 사고를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135. 사랑의 핵심에는 서로가 better person, 즉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것도 포함된다. 왠지 이 사람하고 있으면 내 마음속에 선함이 가득 차고 인류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고 기쁨이 가득 차는 것.

137. "그래요. 당신은 그 잘난 머리로 다 알아듣죠. 당신은 이렇게 말하겠죠.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것은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저놈은 틀리다.' 그래서요?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당신 팔과 가슴을 봅니다. 팔과 가슴은 뭘 하는지. 그저 침묵하죠.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마치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것 같다, 이겁니다. 그래, 도대체 뭘로 이해한다는 건가요? 머리로? 웃기지 맙시다!"

137. 이 말을 하는 동안 네 심장이 뛰고 있느냐, 네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느냐? 네 몸이 네 말에 반응하고 공조하느냐? 말로만 하지 말고 몸으로 해라. 몸으로 하면 모든 것이 따른다. 이런 의미일 것이다. 사실 리더십은 모범이다. 모범이 곧 리더십이다. 그리고 믿음이 없다면 거룩한 십자가나 낡은 기둥에서 떼어낸 나뭇조각이나 다를 것이 없다.

139. 며칠 뒤 다시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정오쯤 되었던가? 이번에는 행상으로 꾸몄지요. 총은 산에 숨겨두고 동료들을 위해 빵과 소금과 장화를 사러 갔던 겁니다. 거기서 나는 집 앞에서 놀던 애들 다섯을 만났습니다. 모두 맨발에 검은 옷을 입고 구걸을 하더군요. 계집아이가 셋이고 사내아이가 둘이었습니다. 제일 큰 놈은 열 살이나 되었을까. 어린 것은 갓난아기였습니다. 제일 큰 계집아이가 아기를 안고 울지 않도록 입을 맞추고 달래고 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신의 뜻이었겠지요. 나는 애들에게 다가가서 불가리아어로 물었습니다. '뉘 집 아이들이냐?' 가장 큰 사내아이가 고개를 들더군요. '신부 댁 애들입니다. 아버지는 며칠 전에 마구간에서 목이 잘렸답니다.' 이러는 것이 아니겠어요. 눈물이 핑 돌고 지구가 빙글빙글 돌더군요. 내가 벽을 지고 앉자 그제야 멈추더군요. '이리 오너라, 애들아. 가까이 오렴.' 나는 이렇게 말하며 지갑을 꺼냈어요. 터키 파운드랑그리스 돈이 가득했지요. 나는 무릎을 꿇고 그 돈을 몽땅 바닥에 쏟았지요. ', 가져가거라. 마음대로 가지렴.' 내가 소리쳤습니다. 애들이 우르르 땅에 엎드리더니 허겁지겁 돈을 집더군요. '너희 거야. 모두 너희 거야. 그러니 마음대로 가져가거라.' 그러고는 물건을 사 담은 바구니도 애들에게 줘버렸지요. '이것도 가져가거라.'몽땅 털어주었지요. 나는 마을을 빠져나오자마자 셔츠 앞을 헤치고 애써 엮은 성 소피아 성당의 장식을 떼어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는 있는 힘껏 도망쳤지요. 지금도 도망치고 있어요.

140. 내 조국으로부터 구원받고, 신부들로부터 구원받고, 돈으로부터 구원받았습니다. 나는 짐을 덜어내기 시작했어요. 가지는 족족 덜어버리는 거죠. 나는 그런 식으로 내 짐을 덜었습니다. , 이런 걸 뭐라고 하던가요? 나는 해탈하는 방법을 찾은 겁니다. 나는 인간이 되는 겁니다.

141. 그는 이런 비극을 겪고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간다. 조르바는 말한다. "내게는 저건 터키 놈, 저건 불가리아 놈, 이건 그리스 놈 이렇게 구분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 요새는 이 사람은 좋은 놈이냐, 나쁜 놈이냐, 이렇게 구분하지요." 아직 해탈이라느 것은 멀리 있지만 좀 더 인간으로서 성숙해진 것이다.

142. 전능하신 하느님, 당신이 날 어쩌시려오? 죽이기 밖에 더 하겠소? 그래요, 즉여요.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분풀이도 실컷 했고, 하고 싶은 말도 실컷 했고 춤출 시간도 있었으니... 더 이상 당신은 필요 없어요!

143. 조르바의 춤을 바라보면서 나는 청므으로 무게를극복하고 날아오르려는  인간의 처절한 노력을 이해했다. 나는 조르바의 인내와 그 날램, 긍지에 찬 모습에 감탄했다.

143. 모든 것이 실패하고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바로 그 순간에 찾아드는 해방감과 성숙이 두 사람을 지배했던 것 같다.

143. "내 혈관 속에는 힘이 넘쳐흐르고 가슴은 선한 마음이 가득 차는 기분이었다. 양이었던 사람이 사자가 되었다. 인생의 슬픔은 잊히고 고삐는 사라졌다. 짐승이고, 하느님이고, 모두가 인간과 화합하는 우주의 일부가 되는 기분이었다. 조르바, 갑시다! 내 인생이 바뀌었어요! , 놉시다! ''가 아니라 마치 조르바가 말을 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미친 것과 해탈은 백짓장 한 장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145. 아니에요. 두목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르죠. 그것뿐이에요. 두목, 당신은 긴 줄에 묶여 오고 가면서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146. 머리란 좀스러운 상점 주인이지요. 가진 것을 모두 걸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두니까요. 이러니 줄을 자를 수는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 붙자아맬 뿐이지. 줄을 놓쳐버리면 머리라는 바보는 허둥댑니다. 그러면 끝장이죠. 그러나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않는다면 살맛이 나겠어요? 노란 카밀레 맛이죠. 멀건 카밀레 차 말이오. 럼주맛이 아니지요. 이 줄을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148. 어떤 삶에 던져지든 그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조르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삶의 한가운데서 뭔가를 깨달아가며 생의 도약을 하던 사람. 현실 도피란 없는 사람. 나에게 주어진 것은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삶이라는 철학을 가진 사람. 생각하는 대로 살고 사는 대로 생각하는, 아마도 뇌와 심장이 누구보다 가까웠을 사람. 마초 중에 마초고 고집도 세지만 묘하게 중독성이 있던 사람. 마냥 불사신 같던 조르바가 죽었다. 생전에 하고싶은 일을 모두 해본 조르바는 죽음의 순간 아직 자기가 해보지 못한 것이 많다고 아쉬워한다. 그럼에도 그에게 죽음은 환희였을 것이다.

>> 매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했으니까.

149. 바보가 되지 않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거고 도박을 할 수가 없고, 그러면 진정한 자유도 얻을 수 없다. 남들은 바보짓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솟구치는 마음의 진실을 따라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49. 날 데려가시겠소? 그럼 난 당신의 사람이 되겠소.

난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오.

일할 때는 날 건드리지 마시오. 뚝 부러질 것 같으니까.

일에 몸을 빼앗기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 그 자체가 될 만큼 긴장한단 말이오.

그러니 당신이 날 건드리면 난 부러질 밖에.

150. 그러나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거요.

인간이 뭔지 아시오? 자유요, 자유.

자유가 뭔지 아시오? 확대경으로 보면 세균이 물속에 우글거리지.

어쩔 테요. 갈증을 참을 테요, 확대경을 부숴버리고 물을 마실 거요?

난 물을 마실 거요. 그게 자유요

150. 그래, 뱀 같은 사람이지. 온몸을 땅에 붙이고 있는 뱀이야말로 대지의 비밀을 가장 잘 아는 동물이니까.

그야말로 온 대지 온 사방에서 생명을 다시 얻을 수 있는 사람이지.

150. 내가 말했다. 이리 와봐요, 내게 춤 좀 가르쳐주세요.

내 인생은 변했어요. , 놉시다!

그가 말했다. 두목 당신만큼 사랑해본 사람이 없어요.

그로 인해 나는 묘비명에 이렇게 썼다.

나는 아무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나는 속이 빈 현악기가 된 듯하다. 써있는 글들이 활이 되어 나의 빈 속을 가득 채운다. 심장이 울리고 머리가 울린다. 명쾌하다. 내 인생은 변했어요. , 놉시다!

Chapter7. 비범한 사람들이 많으면 세상은 정의로울까? 죄와 벌, 정의에 대하여

151. 스스로 지키지 않는 정의는 결코 우리를 보호주지 않는다.

152. 선한 사람은 악을 응징함으로써 선을 표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선한 사람은 오직 세상 속에 선을 확대하고 선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사례로 구현함으로써 사람들을 일깨우고 참여하게 만든다.

154. 가난에 관해서라면 라스네르보다는 도스토옙스키가 훨씬 잘 알았다. 도스토옙스키는 끊임없이 빚에 시달렸기 떄문이다. 1865년 그는 돈 문제를 잊고 집필에 집중하기 위해 독일 비스바덴으로 떠났다. 거기서 그는 또다시 도박에 빠져 금세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잃은 순간 죄와 벌이 탄생했다. 머릿속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빈털터리가 되는 것과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 틀로 짜인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는 궁핍 속에서 집필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1866 1월 죄와 벌 1부가 러스크베스트니크라는 문예지에 실렸다. 죄와 벌이 연재되는 12개월 동안 러스크베니트니크의 정기 구독자 수는 500명이나 늘어났다. 죄와 벌은 이듬해인 1867년에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고 토스토옙스키는 이후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후기의 대작들을 남기며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과 사상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특히 니체부터 현대의 실존주의자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157. 도스토옙스키의 매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형취소 직후에 형한테 보냈던 편지를 읽어보아야 한다. “, 나는 기운을 잃지도 정신을 잃지도 않았습니다. 어느 곳에서 살든 그것 역시 삶이고 삶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이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떤 재난이 몰아닥친다 해도 의기소침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바로 거기에 인생의 과제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스토옙스키는 어둡고 음산한 가운데도 기대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173. 안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작정이에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외치며 살아갈 건가요?”

174. 정의의 기준이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된다는 원리다. 따라서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은 정의의 원칙에 위배된다. 두 번째 정의의 원리는 기회 균등의 원리다. 이는 최소 수혜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에만 불평등이 용인된다는 것이다.

177. 그는 50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소냐를 보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그의 비장한 행진을 계속 뒤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라스콜리니코프는 소냐가 자기를 영원히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마음이 벅찬 감동으로 끓어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운명의 장소에 다다르고 있었다.

179. 그녀는 와들와들 떨면서 그를 바라보다가 모든 것을 이해한 듯이 온화한 빛을 띠었다. 그녀의 눈은 한없는 행복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마침내 그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두 사람 모두 안색은 창백하고 몸은 여위어 있었다. 그러나 그 창백한 얼굴에는 새로운 미래, 새로운 생활을 향한 부활의 서광이 환하게 내리비쳤다. 두 ㅅ람을 부활시킨 것은 사랑이었다.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에게 겨로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이 되었던 것이다.

179. 그들은 참고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에게는 아직 7년이라는 세월이 남아있었다. 그 세월만큼의 고통과 행복이 둘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완전히 다시 태어난 듯한 낌이었다. 그는 완전히 새로워진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소냐가 오로지 자신의 생명 속에서 살아왔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179. 그날 밤 감옥 문이 닫힌 뒤 라스콜리니코프는 널빤지 침대에 누워 그녀를 생각했다. 그날만큼은 평소 그의 적이었던 죄수들까지도 이미 적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그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고 그들도 그를 상냥하게 대해주었다.

179. 그는 자기가 소냐를 얼마나 괴롭혔는지를 떠올려보았다. 그녀의 창백하고 여윈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괴로워하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큰 사랑으로 그녀의 고통을 보상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79. 이제 라스콜리니코프는 소냐의 사랑에 고마움을 느끼고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그녀의 신념이 나의 신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대목에서부터 라스콜리니코프의 종교적 회개가 시작된다. 결국 잔인한 살인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끝을 맺는다.

180. 1633년 로마의 종교 재판정에서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신성모독과 불복종이라는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로부터 360여 년이 지난 1992년 교황청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 내려졌던 그 당시의 판결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했다. 과거의 법은 유죄를 판결했고 현재의 법은 무죄를 판결한다. 법은 정의를 판결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유동적인 기준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법을 대신할 정의의 기준으로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죄와벌을 통해서 그것이 사랑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Chapter8.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데카메론, 욕망에 대하여

181. 비참할 때 행복했던 때를 회상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없는 법이지요. .. 어느 날 우리는 란첼로토에 대해, 사랑이 그를 어떻게 옭아맸는지를 읽고 있었는데 연인이 열망하던 입술에 입을 맞추는 장면에 이르렀을 때 이 사람은 온통 떨면서 나에게 입을 맞추었지요. 그 책을 쓴 사람은 갈레오토였고, 우리는 그날 더 이상 한 페이지도 읽지 못했습니다. –신곡, 지옥편 중에서

182. 이 시대(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마지막 중세인이자 최초의 르네상스인인 단테와 최초의 인문주의자인 페트라르카가 있다. 이 두 사람은 보카치오에게 위대한 스승이 되어주었다. 우선 보카치오는 단테의 코메디아에 크게 감동하고는 도저히 인간이 쓸 수 없는 책이라고 극찬하며 거기에 divina(신적인)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렇게 단테의 책은 신곡(la divina comedia)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189. 중세, 종교 뒤에 숨어 있던 인간의 나신, 즉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대담하게 표현해낸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이탈리아어로 쓰인 최초의 산문이었다.

189.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성적 욕망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데카메론은 패설임에도 사람의 본질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고전의 자리를 계속 키지고 있는 것이다.

189.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소재도 많다 보니 데카메론 안에는 나름의 순서가 있다. 매일 왕이나 여왕을 하나 정하고 그 사람이 특별한 테마를 던져주면 돌아가며 하나씩 이야기를 하고 다음 날에는 다른 사람이 왕이나 여왕이 되어 주제를 정한다

194. 페스트가 창궐하고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일곱 명의 귀부인들은 상복을 입고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며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마지막 나날들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한다. 그 순간 세 명의 청년이 나타나 그들 모두는 교외로 나가게 된다.

194. 죽음이 임박했기에 그들은 체면도 예의도 내숭도 던져버리고 예전에는 차마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194. 특히 이 책은 여인들을 위한 책이었다. 수동적인 사랑밖에 할 수 없었던 그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책 말이다.

199. 모질고 잔혹한 위계를 통해 관계를 단절시키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면 남은 둘이 잘되는 경우는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상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결국 삼각관계는 완전히 파괴되고 잔인한 상처만 남게 된다.

199. 사랑하지만 집착하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오직 관계만을 원할 뿐, 관계를 통해 다른 것을 원치 않을 때 그것은 순수한 사랑이다.

199. 자신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되 집착하지 않는 것, 이 어려운 존재 방식이 인간 삶의 과제가 아닐까? 주어진 본성 속에서 개인에게 남겨져 있는 그 선택에 따라 우리는 성자도 악한도 될 수 있다.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지, 그 스펙트럼은 너무나도 광범위한 것 같다.

205 우리가 같은 것을 보고 웃는다면 그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고 소중한 일이다. 우리가 같이 웃는 그 순간 뿌리 깊은 인간적 갈망이 충족된다. 같이 느끼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서로에게 닿는 것이 바로 농담인 것이다.

213. 데카메론은 한 마디로 인곡이다. 그 속에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알려주는 낯 뜨거운 이야기들이 나온다. 선악 판단을 초월한 이야기들 말이다. 이 책이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복제되고 모방된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인간의 본질은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213. 또한 데카메론에는 낙천성이 살아 숨쉰다. 보카치오는 페스트로 피렌체 인구의 3분의 1이 죽어나가는 지옥 같은 상황을 우리 인간이 뿌리내린 현실이라 생각하고 절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우리가 만든 세상이 아무리 암담하더라도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희망, 그것이 바로 보카치오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일 것이다.

Chapter9. 새로운 인간학의 탄생, 향연 이데아에 대하여

215. 재능이란 사랑만큼 신비한 것이다. 그것은 돌연 그것이 아닌 것들을 버리게 하고 아무 보상없이도 온몸을 바치게 한다. 또한 욕망처럼 커다란 자기 격려는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통해 우리는 유일한 자기가 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은 다짐이 없이도 우리를 늦게까지 깨어 있게 하고, 새벽에 일어나게 한다. 그 일을 위해서는 다른 일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것은 떠나 있으면 그리워지는 그런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찾아야 한다.

215. 사랑하는 사람들은 늘 새로운 사랑의 방법과 언어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자니 사랑에는 정말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222. 원래 사람은 둘이 한 몸이었다. 그래서 세상에는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남자와 여자가 붙은 세 종류의 성이 있었다. 완벽한 존재였던 인간에게 위협을 느낀 신이 인간을 갈라놓는다. ‘반쪽을 찾아다닌다는 말을 바로 향연의 아리스토파네스에게서 유래된 것이다. 그런데 완벽한 존재에서 불완전한 존재로 전락하면서 그 결핍, 소외, 부재에서 욕망이 생겨났다. 이는 서양철학의 중요한 가설로 아리스토파네스에게서 시작되었다.

225. 우리가 여러 가지 사랑에서 한 가지만 떼어내 여기에다 사랑이라는 전체 이름을 붙여놓고 다른 사랑에는 다른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죠. (사랑의 다른 이름)

226. 없던 것이 있는 것으로 옮겨가는 원인은 모두 창작이라고 불립니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 창작자라고 불리지 않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요. 모든 창작 가운데 그 일부, 그러니까 음악과 음률과 관련된 부분만 떼어내서 여기에다 전체 이름을 붙이고 있어요. 그래서 이것만 창작이고, 또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만 창작자라고 부릅니다.

226.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일반적으로 좋은 것과 행복에 대한 욕구가 모두 강력하고 교활한 사랑이지요. 하지만 축제든 운동 경기든 철학이든 다른 길에 흠뻑 빠져 있는 사람을 보고 사랑하고 있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반면 여러 가지 사랑 가운데 한 가지 것을 추구하고 여기 전념하는 사람만이 사랑이란 이름을 독차지해서 사랑하고 있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불리지요.

227. 플라톤은 사랑 자체, 그러니까 사랑의 이데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그 이데아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의 한 단면에 사랑이라는 이름 전체를 붙인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대상을 한 사람, 한 무리, 그리고 인류 전체로 넓혀가다가 결국 사랑 그 자체에 이르는 것이다.

227. 철학은 사유다. 그리고 사유의 목적은 선을 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을 행하기 위해서는 생각만이 아니라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내게 불이익이 생기고, 내가 위험해져도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용기만이 인류의 진보에 기여한다. 철학은 사유를 통해 신념화하는 과정이다.

227. 철학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신념을 가진 체계적인 생각을 일상생활에 지혜롭게 적용하면 그것이 바로 철학적인 삶이다.

229. (디오티마) 학습한다거나 연습한다는 것은 우리가 얻은 지식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습니까? 잊어버린다는 것은 지식이 우리에게서 빠져나가는 것이지요. 학습한다는 것은 그 빠져나간 지식 대신에 새로운 지식을 집어넣어서 우리의 지식을 실제로는 새롭더라도 동일한 것으로 보이게 보전해주는 거예요.

229.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은 육체나 다른 모든 점에서 그렇게 죽지 않음에 참여하게 됩니다.

229. 향연에서 가장 중요한 의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원래 하나의 완전한 존재였던 인간이 쪼개지면서 상실, 결핍, 소외, 분리, 부재함에서 욕망이 생겨났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욕망론이다. 두 번째는 디오티마의 욕망론이다. 반쪽을 찾는 욕망이 절대적이더라도 그 반쪽이 올바른 반쪽이 아니라면, 그래서 전체가 되더라도 선한 전체가 아니라면 욕망을 채워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을 영원히 소유하려는 욕망이다.

 디오티마는 단순히 자식만이 아니라 지식도 낳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신적 임신, 이것이 바로 지혜와 절제와 정의다. 지식에 대한 열정도 근본을 에로스에서 비롯된다.

230.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에서 시작해서 저 아름다움 자체를 향해서 사다리를 계속 올라가듯이 하나의 아름다운 육체로부터 둘의 아름다운 육체로, 모든 아름다운 육체로, 또 아름다운 행동으로, 이어서 아름다운 학문으로, 다시 아름다움 자체로 올라가서 결국 아름다움 자체의 본성을 직관하게 됩니다.

230. 인간의 육체나 피부색, 또 다른 덧없는 많은 것들로 오염되지 않은 오직 한 가지 모습을 지닌 신적인 아름다움 자체를 직관하게 된다면 그 사람의 심정이 어떨 거라고 생각되나요? 그런 세계를 바라보면서 아름다움 자체를 관조하고 그 아름다움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부럽지 않나요? 그 아름다움은 오직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데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이 그 아름다움자체를 관조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덕의 그림자가 아니라 아주 참된 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낭? 그는 결코 그림자 따위를 포착하지 않고 진리를 포착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참된 덕을 낳고 돌보는 사람만이 신의 사랑을 받게 되는데 만약에 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 죽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니고 누구겠습니까?

231.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남녀의 사랑도 있고 부모 자식의 사랑도 있고 인류의 사랑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랑의 원형은 사랑 그 자체다. 사랑에 대한 이데아를 가져야 우리는 불완전한 현실 세계에서 자신을 성장시켜 의미 있는 사랑을 나눌 수 있다.

Chapter10.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법, 오디세이아 인생에 대하여

237. 내 아들을 좋아하는 마음이나 늙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나 페넬로페이아를 기쁘게 해주었을 뒤늦은 사랑조차도 내 마음속에서 세상과 인간의 사악함과 고귀함에 대한 경험을 얻고 싶어하는 열망을 억누를 수 없어 나는 나를 버리지 않을 몇몇 동료와 함께 배 한 척을 타고서 망망대해로 나갔다.

 오 형제들이여, 태양 너머 인간이 살지 않는 나라를 경험하고 싶은 열망을 거부하지 마라. 그대들의 근본을 생각하라. 그대들은 짐승처럼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덕과 지식을 추구하기 위해서 태어났으니. 단테의 신곡, 지옥편

237. "자넨 왜 아버지의 집을 뛰쳐나왔나 ?

"불행을 찾기 위해서지요."

 현대문학의 문제아인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16장에 나오는 짧지만 잊을 수 없는 대화다.

238. 고난은 그의 배를 깨뜨리는 천둥과 번개 그리고 바람과 파도로, 게걸스럽게 인간을 먹어 치우는 괴물들로 상징되었다. 유혹에 빠지고 사랑에 매이지만 다시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삶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238. 초라한 것, 불완전한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배움을 통해 완전함을 향해 항해한다. 그래서 인생은 항해고 모험이다.

238. "위험한 일을 만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불행한 일을 만나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게 하소서." 오디세이아에 흐르는 기조가 바로 이것이다.

239.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원본으로 추정되는, 이오니아 방언으로 작성된 파피루스 본이 발견되어 과학적으로 연대를 측정해본 결과 대략 기원전 8세기경의 것으로 밝혀졌던 것이다.

239. 두 작품이 무려 2700여 년이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경쟁력은 무엇일까? 당시 그리스인들에게 삶의 방식은 전쟁이었다.

240. 특이하게도 <오디세이아>는 시간 순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아테나가 제우스에게 탄원하는 장면 다음에는 오디세우스가 부재한 동안 그의 궁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그다음에야 오디세우스의 과거 모험이 소개된다. 굉장히 현대적인 플롯이다.

240.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전쟁터로 떠나기 전에 젖먹이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부탁한 오디세우스의 친구였다. 오늘날 흔히 쓰는 멘토라는 말은 멘토르에서 나온 것이다.

242. 바다로 나가 그 풍랑 속에서 세상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252. 부드러운 죽음

252. 최고의 모험은 저승으로의 모험이고 최고의 시련은 죽음을 보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그렇게 분리된 것이 아니라 결국 죽음마저도 삶의 일부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252. 그리스인들이 그리는 저승에는 다섯 개의 강이 흐른다. 죽은 사람은 우선 아케론(슬픔)강에 도착해서 카론이라는 뱃사공에게 뱃삯을 주고 강을 건너게 된다. 그다음 코키투스(비탄) 강과 플레게톤() 강을 지나 레테(망각) 강에 도착하게 된다. 죽은 자가 레테 강물을 마시면 더 이상 이승의 기억으로 괴로워하지 않고 저승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레테 강을 건너면 벌판이 나오고 마지막 강인 스틱스(증오) 강이 나타난다. 스틱스 강을 건너면 저승세계의 왕인 하데스의 궁전이 등장한다.

255. 스스로 자초하지 않은 것이라도 신이 내리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피하지 않겠다. 자신이 예기한 것이든 예기치 않은 것이든, 행복이든 불행이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리라. 이것이 바로 오디세우스의 삶의 태도였다. 그는 실패하고 좌절하고 벌거벗겨져도 자기 운명에최선을 다해 맞서며 지혜로운 해답을 만들어 낸다.

263. 기다리는 여인은 마지막 선택으로 오디세우스를 새로운 남편감의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다.

Chapter11.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날개가 있다. 탈무드 지혜에 대하여

268. 우리는 언제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을까.

불행을 당할 때다.

불행하다고 느낄 때는 기도하자.

온 마음으로 신을 믿자.

살면서 불행을 당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구본형

269. 유대인. "사람의 눈에는 검은 부분과 흰 부분이 있는데, 검은 부분보다 흰부분이 더 많다. 그러나 사람은 희고 밝은 부분을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검고 어두운 부분을 통해서 본다. 결국 유대인이 이렇게 많은 인재를 배출해낸 이유는 남다른 고통과 시련, 그 속에서 생겨난 지혜 덕분이다. "

270. 히브리어로, '연구' 또는 '배움' 이라는 뜻의 <탈무드>는 유대인들의 율법 교사이자 재판관인 랍비들의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70. <탈무드>를 이루는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구분하면 할라카 Halakhah와 하가다 Haggadah로 나눌수 있다. 할라카는 율법이자 법률이고 하가다는 전승되는 설화나 일화 등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탈무드>는 율법과 더불어 다양한 삶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270. <탈무드>는 인간 삶과 동떨어진 저 꼭대기의 신을 경배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더 높은 윤리적 차원을 확보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책이다. 율법은 삶을 제한하는 명령이나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바르게 이끌어주는목소리이자 실천해야 할 최고의 가치다. 유대인에게는 종교와 삶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271. 탈무드는 인간의 지적활동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총체적 입문서'. 또한 <탈무드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실제적 삶에서 거론되어온 문제를 주제로 삼아 역경을 극복하는 지혜를 담은 '실용적 입문서'.

271. 그렇다면 <탈무드>의 지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그것은 수천 년의 물음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본성과 고뇌에 대한 물음, 문제의 근원과 해결법에 대한 물음 등을 논쟁하면서 얻은 지혜의 책이란 뜻이다.

271. <탈무드>는 유대인들에게 "계속 질문하라"고 말한다. '질문이 답보다 위대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뭘 가르쳐주셨니?"라고 묻는 다면 유대인들은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무슨 질문을 드렸니?" 라고 묻는다.

271. 성숙한 지혜를 갖게 되면 한쪽에만 집착하는 습관을 벗어나서 상반된 측면을 모두 고려하게 된다.

272 유대인들이 이토록 부유한 (미국 부호 400가구 중 4분의 1이 유대인, 인류 최상위 부자의 40%가 유대인 가정) 이유는 여러가지 일 것이다. 유대인들은 기원전 135년에 로마에 항거하다가 조국을 잃고 떠돌게 된다. 조국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가난한 밑바닥 생활을 면하기 위해서는 결국 상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멸시당하지 않으려면 돈밖에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유대인에게 돈은 삶 또는 생명을 좌우하는 기준이었다. 지금도 세계적인 갑부인 유대인들 중에는 무일푼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조지 소로스가 그렇다. 그는 무일푼으로 헝가리에서 미국으로 이민했다. 또한 인텔 회장인 그로브도 헝가리 이민자다. 로스차일드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떠오르는 짠돌이, 소설 속 스크루지 영감도 유대인이다.

273. 미국의 유대 비즈니스맨은 '머니 토크(Money talks)'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직역하면 '돈이 말한다'이지만 숨겨진 뜻은 '돈은 힘'이다. 이 말에서 돈에 대한 유대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유대인들은 이미 옛날부터 돈이 지닌 역할을 이해하고 있었다.

273. 돈에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대부분의 물건은 사용해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돈은 스스로 벌어보아야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

273. 돈은 선도 악도 만능도 아니다. 선악 판단은 돈의 주인인 인간의 몫이다.

273. 의외로 돈을 버는 것은 쉽다. 그것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273. 인간에게 돈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인간답다는 것은 돈에 지배당하지 않고 돈을 지배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다.

273. 창세기를 보면 신은 인간에게 지상을 지배하고 더 살기 좋게 바꾸라고 이세상을 준 것으로 되어 있다. 돈은 인간보다 아래에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275. 어느 정도 수입이 생길 때까지는 지출을 수입의 3분의 1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숭비이 늘어도 지출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지 못한다.

275. 단순히 부자가 되기 위해 돈에 대해 배우라는 것이 아니다. 돈에 방해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 배우라는 것이다.

275.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돈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만큼 돈에방해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살고 싶은 곳, 입고 싶은 옷,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만 있다면 돈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277. "사람은 나무처럼 단단하지 말고 갈대처럼 부드러워야 한다. 네가 받은 모욕을 용서하라." 어느 랍비는 잠자리에 들면서 "나를 곤경에 빠뜨린 어느 누구라도 용서해주옵소서"라고 기도드렸다.

277. "내가 친구에게 작은 잘못을 했다면 그것을 크게 생각하고, 내가 친구에게 크게 좋은 일을 했다면 그것을 작게 생각하며, 그가 내게 작게라도 좋은 일을 했다면 그것을 크게 생각하고, 그가 내게 큰 잘못을 했다면 그것을 작게 생각하라."

278. 잘못에 대한 깨우침이 꼭 필요하다.

278. 아렌트 "누구에게든지 악의 평범성이 있다. 악이라고 하는 것은 특별히 악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평범한 사람들, 사유하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생각하는 것에 무능력한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흔히 '원수를 사랑하라, 죄를 용서하라, 죄를 짓지 말라'고 하는데 이 말을 실천하려면 생각의 힘이 따라야 한다. 사유하는 사람은 우선 잘못하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고, 만약 잘못하더라도 뉘우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

279. 무엇이 되라는 말을 하지 마라.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들의 장래에 대해서 엉뚱한 꿈이나 기대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너는 앞으로 의사가 되라거나 판사가 되라는 말을 결코 하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라고는 하지만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서 잘하라는 것은 아니다. 학문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의 꿈은 아이의 행복과 관계가 있으므로 어른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279. 싫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라.

279. 만약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후회 없이 노력하라고 조언해줄 뿐이다.

280. 고난과 시련이 역사이고 일상이었던 유대인들이지만 그들만큼 자연스럽게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민족도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고난과 시련 탓에 유머가 발달한 것 같기도 하다. 삶을 너무 진지하게만 받아들이면 고통이고 아픔이고 수난이고 모욕일 테니 말이다.

282.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주인공이 목숨을 잃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지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야말로 유대인 유머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286. 운이 좋아지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이유 없이 즐겁다. 그리고 잠시도 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꼭 이루고 만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셋이야말로 행운을 불러들이는 열쇠다. 늘 즐거워하고 무엇인가로 바쁘고 목표를 향해서 애를 쓰면 당연히 운이 따르지 않을까?

286. 여기에 더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는 보상을 바라지 마라. 그러면 언젠가 그 사람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도움을 받을 때 '오 내가 운이 좋네'라고 여길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이 베푼 일에 대한 보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는 행운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자신의 기대대로 보답이 없으면 상대를 원망하게 된다. 그러니까 '주고 잊어라!'

286. 또한 당장의 이익을 좇아 행동하지 마라. 그러면 그 순간에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래에 운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자신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잠깐 손실을 입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운은 당신이 뿌린 씨앗이다.

289. <탈무드>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새가 한 마리 있었는데, 다른 짐승하고 비교해보니 신통치 않았다. 발톱도 많지 않고 이빨도 크지 않고 네 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날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하느님한테 나를 왜 이 모양으로 만들었냐고 따지자 하느님이 날개를 턱 달아준다. 용도는 말해주지 않은 채. 새는 날개로 이것저것 시도해보지만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새는 다시 하느님을 찾아가서 "왜 날개를 달아줬습니까? 짐만 될 뿐입니다. 너무 무거워서 예전처럼 빨리 달릴 수도 없어요"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하느님이 말했다. "내가 그걸 왜 짐처럼 달아 줬겠느냐. 너 스스로 그것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우리는 모두 저마다 날개를 가지고 있다. 날개의 모양은 각기 다르지만 그저 짐이라고 생각했던 날개를 펼치는 날 우리는 하늘을 날 수 있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찾는 것이다. 자기를 찾는 것, 우리가 고전을 잃으면서 풀어야 될 가장 중요한 과제다.

Chapter12. 사랑을 준다는 것의 의미. 사랑의 기술, 사랑에 대하여

290.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라는 식의 질문은 무의미하다. 만약 손익계산서를 가지고 셈한다면 인생은 결국 살 만한 가치가 없게 될 것이다. 인생의 뜻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살아가는 행위, 그 자체다. – 에리히 프롬

290. 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주는 것은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것이 넘쳐나는 환희다. 내 안에 살아 있는 떨림을 준다는 것이다.

291.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다. 신뢰가 신뢰로 교환되듯 사랑은 사랑으로만 교환되는 것이다.

291. 사랑은 분리를 극복하고 서로 일체가 되려는 노력이다. 사랑의 불꽃이 이 가슴에 타오를 때 저 가슴에서도 사랑이 깃든 줄 알게 되니 사랑은 오직 사랑할 줄 아는 힘에 의해서만 체험할 수 있다.

291. 현대인은 자아가 없고 피상적인 접촉 외에는 진정한 관계에서 소외된 채, 소비하는 것을 행복 삼아 살아가고 있다.

291. 정신적인 것까지도 교환과 소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스스로 사랑하는 힘을 상실하고 영화 스크린 속의 감상적 사랑에 도취된 사랑의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293. … 사랑은 행운만 있으면 누구나 겪게 되는즐거운 감정이라기 보다는 기술이기 때문에 그 본질을 파악하고 걸맞은 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93. 프로이트는 성적인 욕구가 만족되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사랑 때문에 불행해지는 이유는 성적인 부분이 채워지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프로이트에게 성적인 부분만 채워지면 사랑은 이루어진 것이다. 반면 에리히 프롬은 거꾸로 사랑이 채워져야 성적인 것도 만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94.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고 내 눈을 감동시키는 운명 같은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러면서 그런 여자나 남자가 왜 안 나타날까를 고민한다. 그러나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그런 사람이 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아직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말이다. 사랑에는 인내도 있어야 하고 책임도 있어야 하고 존경도 있어야 한다.

294. 외로움은 인간의 조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으로 외로움을 극복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쉬지 않고 연애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과연 그렇게 외로움이 채워지는지는 의문이다. 에리히 프롬이 행위를 통해서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듯이 그 사람의 행위를 보면 분리와 폐쇄로부터 얼마나 벗어나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 있따.

295.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사랑은 다른 사람과 융합되는 것이다. 여기서 융합은 무조건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왜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로 태어났을까? 이 물음을 쭉 따라가다 보면 마주치는 꼭짓점에 사랑이 있다.

296.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생명체. 인간은 자기 자신을, 동포를, 자신의 과거를, 자기 미래의 가능성을 알고 있다.

295. 자신을 떨어진 실재로 인식하고 자신의 생명이 덧없이 짧으며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어나고 원하지 않아도 죽게 되며,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보다 먼저 또는 그들이 자신보다 먼저 죽을 것이라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고독과 분리에 대한 인식, 자연과 사회의 힘 앞에서 자신이 무력하기 짝이 없다는 인식 등 이 모든 인식이 인간의 분리되어 흩어져 있는 실존을 견딜 수 없는 감옥으로 만든다. 그래서 인간은 이 감옥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 어떤 형태로든 결합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이다.

295.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인간적 힘을 사용할 능력을 상실한 채 단절되어 있다는 의미다.

296.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내가 이 세계에 반응하지 못한 채 세계가 나를 침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296.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능력을 키워간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 삶은 결국 성장이고 우리는 성장을 통해 사랑하는 능력을 키워간다. 그렇게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세상을 사랑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에리히 프롬이 생각하는 사랑의 확산이다.

297. 동질화라는 것, 여기서 표현한 대로 같은 신문을 읽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생각을 나누고,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고 해서 우리가 같은 사람인 것은 아니다. 그 속에서는 절대 일체감과 동질감을 찾아낼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동질감과 일체감, 이 조화로운 감정은 사랑일 수밖에 없다.

297.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수동적 사랑이라고 이야기 한다. 내가 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빠지는 사랑, 그것이 바로 수동적 사랑이며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297. 서로를 알아갈수록 희미해지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결국 사랑은 자기를 다 내준다는 적극성을 의미하는데 이는 훈련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그 많은 상처와 실패와 아픔을 통하지 않고는 배양되지 않는 것이다.

297. 자신의 개성을 안다는 것은 원래 자기자신에 대해 안다는 의미다. 흔히 생각하듯 다른 사람과의 차이가 아니라 자기가 그럴 수밖에 없는, 타고난 힘을 아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개성대로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연인을 존중하고 존경해야 한다. 그것이 평등한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과 평등은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298. 마조히즘은 다른 사람의 일부로서 내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지 안고는 분리감과 고독을 극복할 수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있어야만 자기 존재를 느끼는 것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수동성이 수반된다. 아이로서는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의해 삶을 살아간다고 보기 어려운 단계다.

298. 따라서 진정한 사랑을 나누려면 내가 누군가를 우상화하고 그 일부가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

298. 피학대성 음라응과 짝을 이루는 것으로 가학성 음란증’, 영어로는 사디즘이라는 것이 있다. 사디즘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서 자신의 껌딱지처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의 방향이 다를 뿐 마조히즘과 마찬가지로 공서적 합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랑의 미숙한 형태다.

299. 성숙한 사랑은 개인의 통합성, 즉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합일이다.

 사랑은 인간에게 능동적인 힘이다. 즉 인간을 타인과 분리하는 벽을 허물어버리는 힘, 인간을 타인과 결합시키는 힘이다. 사랑은 고립감과 분리감을 극복하게 하면서도 각자에게 자신의 특성을 허용하고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시킨다. 사랑에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도 둘로 남는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져드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기본적으로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300. 준다고 하는 요소 외에도 사랑의 능동적 성격은 언제나 모든 형태의 사랑에 공통된 기본적 요소들을 내포하고 잇다는 사실에서도 분명해진다. 이러한 요소들은 보호, 책임, 존경, 지식 등이다.

사랑에 보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에서 가장 명백히 나타난다. 어머니가 자식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다면, 또한 어머니가 자식에게 젖을 주지 않거나 목욕을 시키지 않거나 편안하게 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동물이나 꽃에 대한 사랑도 다르지 않다. 어느 여자가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꽃에 물을 주는 것을 잊는다면 우리는 그녀가 꽃을 사랑한다고믿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존재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301. 능동적인 사랑에는 보호와 책임이 따른다. 어머니가 무기력한 아이에게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무조건적으로 주는 것처럼. 책임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만 책임을 떠미는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서, 동료로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같은 인류로서 자신의 책임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책임감 없이는 사랑을 얘기할 수 없다.

301. 더불어 사랑의 세 번째 요소인 존경이 없다면 책임은 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할 수 있다. 존경은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즉 다른 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301. 끝으로 어떤 사람을 존경하려면 그를 잘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보호와 책임은 지식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맹목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주변에 머물지 않고 핵심을 파고드는 지식이 중요하다. 이러한 지식은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초월하여 상대의 관점에서 볼 줄 알아야 한다.

302. 나는 우리의 사고가 제시하는 지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합일의 경험에 의해서만 인간에 대한 살아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303.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이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까,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일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304. 하지만 요즘에는 (시장형)이런 사랑이 보편적인 것 같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 남녀를 재산, 학력, 외모 등 조건에 맞춰 짝지어주는 것도 그런 사랑의 예다. 그렇게 만나 결혼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랑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날까? 그런 만남 속에서 사랑하고 살아가는 힘을 키운 사람들은 성공하겠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은 왜곡된 가정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305. 그런데 둘 다 완전하지 않으므로 자기 안에서 어머니 같은 모습과 아버지 같은 모습을 조화시켜야 비로소 성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앞에서 했던 이야기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라서 한 번 더 강조해본다.

306. (우상숭배적인 사랑) 그는 자기 자신의 힘으로부터 소외되고 이 힘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사한다. 그래서 그 사랑하는 사람은 최고로서, 즉 온갖 사랑, , 즐거움을 창조해내는 자로 숭배된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힘에 대한 모든 감각을 박탈하고, 자기 자신을 찾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 안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307. (감상적 사랑) 가장 흔하게 퍼져 있는 이런 사랑의 형태는 영화와 잡지와 사랑 이야기를 읽거나 사랑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에 의해 경험되는 사랑의 대리적 만족에서 찾아볼 수 있다.

307. 희망과 환상을 품고 엄청난 감성적 충격과 함께 사랑을 시작했다가 이내 절망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절망에 가장 기여하는 것이 바로 사이비 사랑인 감상적 사랑이다. 그래서 자기 사랑은 키워갈 힘이 없어서 책, 영화, 드라마 등에 나오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구경하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한마디로 구경꾼의 사랑이다. 프롬은 구경꾼의 사랑이 사이비라고 말하면서 마취제에 비유한다. 이는 진정한 사랑으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면 객관적으로 현실과 세상을 파악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308. 가끔 우리는 한 번도 싸운적이 없어라고 말하는 부부를 만나곤 한다. 그러면 우선은 저 말이 진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살다 보면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문제까지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의견이 다르면 티격태격하게 되고, 티격태격하다 보면 서로 해서는 안 될 말도 하게 되고,그러다 후회하고 화해하면서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서로를 깊이 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는 것은 애써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싸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껍데기의 명령에 복종하게 되면 우리는 거짓 평화밖에 얻을 것이 없다.

309. 둘만 사랑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결국 사랑의 실패를 의미한다.

형제는 형제애로, 동료는 동료애로, 인류는 인류애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크기를 넓혀야 한다.

309. 자아도취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 스스로를 전지전능하게 상상하는 것이다.

309. 자아도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객관성이다. … 두번째로 객관성에는 이성이 요구된다. 세 번째로 이성을 사용할 때는 정서적으로 겸손해야 한다여기서 겸손이란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309. 자기애는….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류의 보편성이 자기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기애라는 것은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고 좀 더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프롬은 말한다.

309. 우리 모두는 자아도취적이고 주관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면이 강해서 막연하게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고 있어라든가, 저 사람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라든가, 세계가 나를 따돌리고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나에게서 비롯된 마음의 병이다. 이런 마음의 병은 무엇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310. 합리적 신앙은 자기 자신의 사고나 감정상의 경험에 뿌리박고 있는 확신이다. …근본적으로 어떤 것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우리의 확신이 내포된 확실성과 견고성이다. .. 오히려 인격 전체에 고루퍼져 있는 성격 상의 특징이다.

310. 여기서 신앙은 자기 확신, 신념, 신뢰를 의미하지 않을까 한다.

310.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내면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믿어주려면 나의 신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행위에 대해 내 믿음이 없다면 사랑의 힘을 키워가기 어렵다. 자기가 흔들리고 있으면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기 어렵다. 그러면 상대방도 나를 믿고 사랑하기 어렵다.

311. 자기를 꽉 잡고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자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제대로 관찰하는 것 말이다. … 우울해지면 그 우울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물어보고 분노가 생기면 분노라는 정신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라고 말한다.

311. 분노가 타당한 것인지, 어디서 발생한 것인지, 과거의 어떤 상황이 증폭된 것인지 등을 스스로에게 물어봄으로써 스스로를 믿고 신뢰하고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그 순간 당신은 성인이 될 것이다.

311. 신앙을 가지려면 용기, 즉 위험을 무릅쓰는 능력, 고통과 실망을 받아들이려는 준비가 필요하다.

312.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보증 없이우리의 사랑이 사랑받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불러일으키리라는 희망에 완전히 몸을 맡기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용기라고 말한다.

313.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한마디로 사랑하고 싶어도 세상이 받아주기 않기 때문에 나는 세상의 원칙을 따라가겠다는 말은 하지 말자. 세상이 어떻든 우리는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나를 바꿈으로써 시작된다.

Chapter13. 한국인을 말하다. 삼국유사 전통에 대하여

315. 그 자리를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면 오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오래 사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

316. 일연이 살았던 13세기

317. 신화가 기본적으로 인류의 무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인지 서로 교류가 없어도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다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해와 달의 신인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남매지만 우리의 연오랑 세오녀는 부부다. 한편 중국신화에서 태양을 상징하는 새는 까마귀다. 우리의 연오랑과 세오녀의 가운데 들어가는 오자는 까마귀를 뜻한다. 태양의 신 아폴론의 신조도 까마귀다.

327. 사람은 생긴 대로 살게 마련이다. 밤나무는 밤나무의 삶을 살고 감나무는 감나무의 삶을 산다. 불평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 열심히 자라 해마다 더 많은 밤과 감을 생산해낸다. 인간도 그렇다. 의상이 원효여서도 안 되고 원효가 의상이어서도 안 된다. 원효는 원효여야 하고 의상은의상이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에 맞는 삶이다. 제 생긴 대로 살게 되어 있다는 말처럼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위로는 없다. 직장에서 또 가정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내기 위해 모두가 다 똑 같은 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디에 있는 가장 자기다울 때 가장 풍성하게 기여하게 마련이다. 좋은 감나무인데도 열심히 자신을 키워 감을 주렁주렁 달지 못하는 감나무가 있다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328. 세규사 승려였던 조신은 우연히 만난 태수의 딸을 사랑하게 되었다. 조신은 날마다 낙산사 관음보살 앞에 나가 그녀와 함께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조신의 간절한 바람에도 그녀에게는 다른 남자가 배필로 정해져 있었다. 조신은 관음보살상 앞에 가서 소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을 원망하며 슬피 울었다. 울다 지친 그가 얼핏 잠이 들었을 때 갑자기 법당 문이 열리더니 태수의 딸이 들어와 지난번 조신을 잠깐 보고 사랑하게 되었다며 자신과 부부가 되자고 했다. 조신은 그녀와 고향으로 돌아가 자녀도 다섯이나 낳고 살았다. 하지만 가세가 점점 기울면서 부부는 다섯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구걸로 연명했다. 하루는 명주 해현령을 지나는데 열 다섯 살배기 큰 아이가 굶주림에 지쳐 쓰러지더니 일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부부는 서럽게 통곡하면서 아이를 길가에 묻었다. 부부는 남은 네 아이를 데리고 우곡현이라는 곳에 가서 길가에 초가를 짓고 살았다. 이제 부부는 늙고 병든 데다 굶주리기까지 하여 겨우 열 살된 딸 아이가 밥을 얻으러 다녔다. …. 한참을 그렇게 울던 조신의 아내가 눈물을 닦고 함께 굶어죽느니 헤어지자고 한다. 두 사람은 아이를 둘씩 데리고 떠나기로 했다. 조신은 아내와 작별하고 막 길을 나서는 순간 꿈에서 깼다. 날이 막 밝아오고 있었다. 아침이 되어 조신이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니 수염과 머리털이 모두 하얗게 세어 있었다. … 그는 멍하니 있다고 불현듯 꿈속에서 아이를 묻은 생각이 났다. 그가 그곳에 가서 파보니 놀랍게도 돌미륵이 나왔다. …정토사를 세우고 부지런히 불도를 닦다가 세상을 마쳤다.

329. 지나고 나면 인생은 꿈 같은 것이다. 삶에는 정해진 아무런 목적도 없다. 삶의 유일한 목적이 있다면 삶 자체다. 여행의 목적이 목적지에 닿는 것이 아니라 여행 자체인 것과 같다. 하지만 인생이 현실만으로 만들어졌다고 여기지 말자. 현실에 갇히면 꿈을 이루어지지 않는다.

329.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다. 가지고 태어난 것과 살면서 얻은 것, 현실과 꿈, 사실과 허구, 지금과 미래가 실처럼 얽힌 양극단 사이의 어느 점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329. 삶이 힘겹게 느껴지는 바로 그때가 우리 안에서 더 깊은 힘을 찾아내는 기회가 된다.

330. 삼국유사 고주몽. 천제의 아들인 해모수와 정을 통하고 내쳐진 하백의 딸 유화는 동부여의 금와왕에게 몸을 의탁한다. 이후 유화는 알을 하나 낳게 된다. 사람이 알을 낳은 것은 불길한 징조라 하여 금와는 알을 개와 돼지에게 주었지만 모두 먹지 않았다. …새와짐승들이 알을 지켜주었따. 금와는 하는 수 없이 알을 유화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한 아이가 껍데기를 깨고 알에서 나왔다. 아이는 일곱살이 되자 모든 면에서 또래 아이들보다 뛰어났다. 특히 활쏘기에 재능이 있어 직접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아쓴데 백번 쏘면 백번 다 맞혔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은 주몽이라 불렸기 떄문에 사람들은 아이를 주몽이라 불렀다. 금와왕의 입곱 아들들은 주몽을 시기해 은밀히 암살을 모의했다. …주몽은 친구 세 명과 부여를 떠났다.

332. 신라. 박혁거세. 알을 쪼개자 어린 사내아이가 나왔는데 모습이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놀랍고도 이상하게 여겨 아이를 동천에서 씻겨주었다. 몸은 광채를 띠고 날짐승과 들짐승이 춤을 추었으며 하늘과 땅이 진동하고 해와 달이 맑게 빛났다. 이 때문에 혁거세라 이름을 지었다. 왕위에 올라서는 거서간이라 했다.

>>이상하고 아름답다.

333. 난생신화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고난을 이겨내고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을 상징한다.

333. 우리가 엎어진 곳, 바로 그 자리에서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나야 된다. 바로 거기서부터 우리의 성장이 시작된다. 삼국유사에도 시련과 위기를 통해 위대한 인물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좌절은 나를 성장시키는 첫 단계인 것이다.

334. 신라의 김유신은 원래 고구려의 점쟁이 추남이라고 했습니다. … 대왕은 놀라고 왕비는 몹시 화나 이를 요망한 말이라고 하면서 추남을 시험해보자고 했소. 왕은 쥐 한마리를 상자에 감추고는 무엇인지를 맞히게 했소. 그랬더니 추남은 모두 여덟마리의 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왕은 틀렸다면서 그를 죽였지요. 추남은 내가 죽은 뒤에 대장이 되어 반드시 고구려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저주를 했습니다. 그를 죽인 뒤에 쥐의 배를 갈라보니 놀랍게도 새끼 일곱마리가 들어 있었지요. 왕은 그제야 추남의 말이 맞는 것을 알았지요.

336. 미추왕의 능은 죽현릉이라고 불린다. 이런 이름이 붙은 사연이 흥미롭다.

미추왕이 죽고 14대 유례왕 때 이서국 사람들이 쳐들어 왔다. 신라군이 밀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귀에 댓잎을 꽂은 군사들이 나타나더니 신라군을 도왔다. 덕분에 신라군은 적들을 쉽게 물리칠 수가 있었다. 적군이 물러가자 댓잎 군사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오직 댓잎만이 미추왕의 능 앞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미추왕이 도와준 것을 알았따. 그래서 이때부터 미추왕의 능은 죽현릉이라 불리게 되었다.

341. (, 의상대자의 10대 제자중 한사람 진정스님 이야기) 진정스님은 장가갈 형편도 못 될 정도로 집안이 가난했다. 그래서 날품을 팔아 홀어머니를 봉양했고 재산이라고는 다리가 부러진 솥 하나가 전부였다. 어느 날 진정의 어머니가 혼자 집에 있다가 시주를 구하는 스님에게 하나뿐인 솥을 선뜻 내주었다. 이후 진정은 질그릇을 솥으로 삼아 음식을 익혀 어머니를 봉양했다. 하루는 의상법사가 태백산에 와서 설법을 한다는 말을 듣고 진정이 자신은 효도를 마친 뒤에 의상법사에게 가서 도를 배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자신이 남의 집 문간에서 밥을 빌어먹더라도 천수를 누릴 것이라며 당장 출가하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쌀자루에 남은 일곱 되의 쌀을 털어 밥을 짓더니 한 되의 밥은 아들에게 먹이고 나머지 여섯 되는 싸준다. 진정은 밤낮으로 걸어 3일만에 태백산에 도착했다. 그는 머리를 깎고 의상법사의 제자가 되었다. 3년 후 어머니의 죽음이 전해졌다. 진정은 가부좌를 kg고 선정에 들어가 이레 만에 밖으로 나왔다. 진정이 그 일을 의상에게 말하자 의상은 3000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소백산에 가서 초가를 짓고 90일 동안 화엄대전을 강론했다. 강론을 마치자 그의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서 나는 이미 극락에 환생하였다.라고 말했다.

서로를 아끼는 어머니와 아들의 마음이 통하여 아들은 소원대로 승려가 되었고 어머니는 극락에 환생했던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일방적이지 않은, 오고 가는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343. 대성은 자라면서 사냥을 무척 좋아했다. 하루는 토함산에서 곰을 잡아 내려와 산 밑 마을에서 잠을 자는데 꿈에 자신이 죽였던 곰이 나타났다. 곰이 환생해 대성을 잡아먹겠다고 하자 대성이 용서를 빌며 절을 세워주겠다고 약속한다. 이후 대성은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았고 약속대로 곰을 잡은 그 자리에 장수사를 세워주었다. 이후 불심이 더욱 깊어진 대성은 이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세우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세웠다.

343. 김대성은 세 번의 탄생을 통해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탄생은 바로 곰을 죽임으로써 발삼을 얻은 것을 의미한다. 이 세 번째 탄생은 수행자의 자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344. 효선편, 효녀 지은. 어머니에게 효도하기 위해 몸을 팔아 남의 집 종이된다. 딸은 자기가 어머니의 배를 부르게 해드리는 것만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은 생각지 못한 것을 탄식하면서 저렇게 껴안고 울고 있는 것입니다.

345. 물질적으로 편하게 해드리는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편하게 해드리는 것, 이 시대의 자식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진정한 효도가 아닐까 싶다.

345. 대붕은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산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간다.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이다. 대붕은 장자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상상속의 새다. 하늘을 날기를 꿈꾸던 물고기가 결국 큰 날개를 가진 새가 되어 9만리를 날아가는데 그 새가 바로 대붕이다.

345. 우리는 떄때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한계에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으며 진실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가려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바로 대붕과 김구 선생에게서 배우는 도전의 자세다.

345. 물론 도전에 응한다면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도전은 게도를 따라 움직이는 팔팔열차도 청룡열차도 아니다. 그것은 진짜 삶이다. 오직 거기에만 진짜 떨림이 있다. 결과를 미리 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346. 삶이 용감하다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순간에 그 결과와는 관계없이 해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면 어떤가? 한 번 울고 다시 일어나 걸으면 된다

346. 삼국유사. 27대 선덕여왕.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았고 세 번의 선견지명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1) 당 태종이 붉은색, 자주색, 흰색으로 그린 모란 그림과 그 씨앗을 석 되 보내온 적이 있었다. 여왕은 이 그림을 보고 그 꽃은 절대로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말로 씨앗을 심어보니 그 말이 옳았다.

2) 한겨울에 영묘사 옥문지에 개구리 떼가 모여 사나흘 동안 울어대자 왕은 병사 1000명을 이끌고 서쪽의여근곡으로 가서 숨어 있는 적병을 물리치라고 한다. 백제 군사들이 숨어있었다.

3) 건강하던 왕이 자신이 언제 죽을 것이니 도리천 안에 장사를 지내라고 말한다. 신하들이 도리천이 어디인지 묻자 왕은 낭산 남쪽이라고 알려준다. 과연 그날이 되자 왕이 죽었고 여러 신하들은 왕이 정해준 곳에 장사를 지냈다. 10여년 뒤 문무대왕이 왕의 무덤 아래에 사천왕사를 창건했다. 불경에 보면 사천왕천 위에 도리천이 있다는 말이 있기에 그제야 신하들은 대왕의 영험함을 깨달았다.

348. 욱면. 경덕왕때 아간 귀진의 집에 욱면이라는 계집종이 있었다. 그녀는 늘 줄인을 따라 절에 가서 염불을 했다. 주인은 그녀가 종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는 것이 못마땅해 곡식 두 섬을 주면서 하룻밤 사이에 다 찧어놓으라고 했다. 그러면 욱면은 주인이 시킨 일을 초저녁에 끝내고는 절에 가서 염불하기를 하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조금 지나가 하늘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 오더니 욱면이 갑자기 몸을 솟구쳐 지붕을 뚫고 하늘로 올라갔다. 욱면은 동네 밖에 이르자 마침내 육신을 버리고 부처가 되었다.

349. 사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한 번이라도 욱면처럼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이것이 고전을 읽을 때의 기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이건 불교얘기니까 읽을 필요 없어, 이건 옛날 얘기니까 읽을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면 우린 고전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시야는 나와 관계있는 극히 협소한 범위로 좁혀지고 만다. 그러나 고전을 읽으면서 나는 욱면처럼 살아본 적이 있나? 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지금 당장 내가 뭘 해야 하느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고전에서 의미를 읽어내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따라 독서의 성패가 갈리는 것이다.

349. 삼국유사에는 꿈의 의미를 읽어냄으로써 운명을 바꾼 여인이 등장한다. 김춘추의 부인인 문명왕후 문희가 그 주인공이다. 김유신의 막내 누이였던 문희는 언니 보희가 꾸었다는 해괴한 꿈 이야기를 듣는다. 꿈속에서 보희가 서악에 올라 오줌을 누었더니 온 서울에 오줌이 가득해졌다는 것이다. 문희는 비단치마를 주고 그 꿈을샀고 열흘 뒤에 김춘추가 집으로 온다.

349. 삼국사기에는 문희가 옅은 화장과 가벼운 옷단장에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눈부시게 했다라고 묘사되어 있다.

350. 나느 이미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문희의 특징을 소극적인 적극성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Chapter14. 토크빌은 어떤 민주주의를 보았는가? 미국의 민주주의 선택에 대하여

351. 통치권력은 사회를 모두 장악한 다음 획일적이고 복잡하고 촘촘한 규칙의 그물로 뒤덮어서 아무리 독창적이고 정력적인 사람이라도 군중을 초월하여 이 그물을 뚫고 나가지 못하게 한다. 이런 권력은 생존을 파괴하지는 않지만 방해한다. 폭정화하지는 않지만 국민을 억압하고 생기를 잃게 하며 우둔하게 만든다. 마침내 국민은 한때의 겁많고 근면한 동물로 전락하게 되며 정부는 그 목자가된다. –토크빌

351. 레닌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치란 대중이 있는 곳에서 시작한다. 수천 명이 아니라 수백만 명이 있는 곳에서.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정치가 시작되는 곳이다.

352. 민주주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이 아닐 수 없고 개인이 아닐 수 없기 때문. –e.h

352. 이름도 없는 수백만의 사람들이야말로 많든 적든 간에 무의식적으로 협력하여 하나의 사회적 힘을 형성하는 개인이라는 것이다.

352. 1830년대만 해도 민주 국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프랑스 출신의 귀족인 토크빌은 새로 태어난 미국을 둘러보며 깊은 인상을 받고 장차 민주주의가 대세가 되리라고 예언했다.

354. 재산과 권력이 쪼개지고 있다는 것이다.지성의 빛이 퍼지면서 모든 계급이 평등을 향해 움직이고 사회는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간다.

355. 나는 이 혁명을 이미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려는 사실로서 인정한다. 그리고 나는 그 혁명의 자연스러운 결과를 판별하고 간으하다면 인류를 유익하게 할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평화스럽고 완벽한 전개 과정에 따라 그 혁명을 겪은 나라를 선정했다. … 나는 미국에서 민주주의 자체를 그 성향, 성격, 편벽성, 그리고 정열과 더불어 고찰했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발전에서 얻을 이익과 해독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355. 그는 민주주의가 자유롭기 떄문에 무질서로 흐를 거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해악에 지나지 않고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진행되는 노예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물처럼 촘촘한 규칙들 속에서 사람들이 창조력을 잃어가며 소시민화된다는 것이다.

355. 토크빌은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나라, 즉 민주주의 국가의 필수조건으로 언론의 자유를 꼽는다. … 동시에 존재하는 여러 사람들의 다른 생각을 알고 비교하고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355. 언론의 자유가 없다면 올바른 선택과 정치도 어렵다. 언론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를 통해 여러 문제나 폐단을 야기할 수 있다.

356. 미국의 인쇄업자들은 자격증이 필요 없고 영국에서처럼 인지세도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 신문 창간은 쉽고 실제로 간행물의 수도 엄청나다. 언론의 영향력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언론의 수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359. 동양의 권력자들도 부정부패를 늘 경계했다. 가령 노나라 승상이던 공의휴는 생선을 좋아했지만 사람들이 들고 오는 생선은 받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재상일 때는 자기 돈을 주고 사먹으면 되지만 괜히 뇌물로 생선을 받다가 재상 자리에서 쫓겨나면 생선을 사먹을 처지도 못 되고 생선을 가져다 줄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360. 아이들은 처음에는 타인의 소유에 대해 아무 인식 없이 자라다가 저마 타인의 소유를 배려하고 마침내 타인의 권리를 존중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는 법을 배우게 된다.

361. 미국의 위험은 다수의 폭정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이런 폭정을 피하기 위해 입법부는 다수의 노예가 되지 않게 구성되어야 하고 행정권은 안정적인 독립성을 갖추어야 하며 사법부는 다른 두 기구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362. 선거로 여당이 된 제 1정당이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고 국회에서도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을 선출한 것은 국민이지만 국민에게는 힘이 없다. 게임의 장이 바뀌기 때문이다.

362. 다수의 힘이 우리의 신체뿐만 아니라 사상과 영혼까지도 지배할 수 있다. 아무리 시시한 견해라도 다수의 견해이고 다수가 동의한 의견이라면 거기 따라야 한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규칙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내면 정신적인 박해를 받게 된다.

364. 자유에 따르는 이익은 시간이 지나야 나타난다. 그래서 언제나 그것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오해하기 쉽다. 평등에 의한 이익은 즉각적이다. 그래서 이것은 언제나 그 원천에서부터 추적될 수 있다.

365.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평등을 바탕으로 자유가 손실된 사회다.

너도 나도 노예라면, 너도 나도 가난하다면 그래도 살 만하다. 그런데 나는 부자고 너는 더 부자면 못살겠다. 그것이 바로 평등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태도다.

366. 개인주의는 성숙하고 평온한 감정으로서 사회 구성원을 동료 인간으로부터 분리시킨다. 그는 자신의 조그마한 성을 지은 후에는 기꺼이 사회를 잊어버린다.

367. 이기주의는 일종의 본능으로 민주 사회와는 무관하게 인간이 태생적으로 타고난 것이다. 하지만 개인주의는 민주주의의 산물이다. .. 옆사람에게 빚진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고 나 자신이 내 운명의 신이다. 그렇게 모든 관계는 끊어지고 내게로 모든 것이 응축되면서 우리는 외로운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367. 그칠 줄 모르는 실용주의, 세속주의, 물질적 욕망, 행복에의 추구 등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369. 귀족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이 굉장히 유치하고 상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민주 사회에서는 유산이 없으니 다들 제힘으로 먹고살아야 한다. 돈을 받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고, 노동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보다, 당시 토크빌이 속해있던 유럽의 귀족주의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가 더 두드러진다.

369. 하인은 주인의 조상에 대해서도 모르고 후손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370. 혁명을 통해 계급제도가 붕괴되고 민주주의 도입되는 나라에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법으로는 주인과 하인 사이의 항구적인 계급 차별이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이런 관념이 남아있다. 주인은 여전히 자기가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하인의 헌신을 기대한다. … 하인들은 복종을 의무로 생각하는 대신 이익을 위한 천한 행동이라고 여긴다. … 그들은 주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억압하고 빼앗는 자라고 생각한다.

371.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는 그 장소와 시간을 벗어나면 나와 동등한 시민이다. 그러니까 이런 주종관계는 굉장히 유동적이다.

371. 미국인들은 현재 자신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력한다. 미국에는 재산을 모으거나 출세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만 위대한 이상이나 야심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372. 민주 시대에는 사람들에게 거대한 야심을 가지라고 고무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너무 볼품없고 왜소해지지 않도록 큰 욕망을 가지라고 격려할 필요도 있다.

373. 오히려 시민은 전체에 동화되어 군중 속에 매몰되고 이에 따라 거대하고 당당한 전체 국민의 모습 이외에는 아무것도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평등의 방식

377. 새로운 정치체제였더 민주주의 하에서 기본의 종교, 철학, 문학 등 풍요로운 지적 자산은 힘을 잃고 미국인들은 돈과 성공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습적인 신분이 돈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신부으로 바뀌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377.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상위 1퍼센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미국 정치, 아니 민주 정치 아닌가.

377. 영국의 인민들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회의 의원들을 선거하는 기간뿐이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그들은 다시 노예가 되어버린다. ㅡ 장자크루소

 

Chapter15. 보다 완전한 세계를 그리다. 동방견문록 여행에 대하여

378.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을 하지 안흔ㄴ 사람은 겨우 한 페이지를 읽을 뿐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나는 내 몸이 우주의 일부임을 느꼈다. 땅 위를 걸으며 대지와 하나됨을 느꼈다. 방랑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며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라는 사실도 느꼈다. 편견과 편협과 고집스러움이 여행을 통해 치유되었다. –구본형

384. 세계를 향해 떠나는 사람들에게 동방견문록은 경전이었던 셈이다.

385. 로마나 원나라 등 융성했던 세계 제국들 내에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와 종교 등이 관용을 토대로 함께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390. 말을 어찌나 잘 훈련시켜놓았는지 마치 개처럼 신속하게 이곳저곳으로 방향을 바꾼다. 또한 그들은 도망치면서 활을 들고 재빨리 몸을 돌려 엄청난 화살 세례를 퍼부어 적진의 말과 사람들을 죽인다. 적이 그들을 무찌르고 정복했다고 믿었다가 도리어 많은 말과 사람들이 살해되어 패배하고 마는 것이다.

390. 몽골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당시 가장 빠른 병기인 말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는 유목민의 정신을 들 수 있다. …

390. 우리는 이렇게 어딘가 정착하지 않은 유목민의 정신을 노마드 정신이라고 부른다. 우리 역시 현대의 유목민이다. 우리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들고 자동차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한곳에서 일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칭기즈칸이야말로 21세기의 노마드 정신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392. 일설에 의하면 쿠빌라이칸이 꿈에서 이 환락궁을 보고 그대로 재연하게 했다고 한다.

392. 시골에서 요양을 하던 시인 새뮤얼 테일러 쿨리지는 16세기 작가 새뮤얼 퍼처스의 순례를 보다가 잠이 든다. 그리고 꿈에서 상두의 아름다운 환락궁을 보고 꿈속에서 시를 짓는다. 잠에서 깨어난 그는 꿈속에서 지은 시를 그대로 베껴 적는다. 그렇게 위대한 미완의 시인 쿠블라칸이 탄생한다. 쿨리지가 꿈속의 시를 옮겨 적는데 손님이 찾아와 한 시간 정도 담소를 나누는 바람에 시의 뒷부분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시는 결국 미완으로 남고 말았다.

402. 붓다. 왕자는 왕궁으로 돌아가서 악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살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 또 그를 창조한 사람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러고는 아버지의 왕궁을 떠나 아주 외딴 산으로 들어가 일생을 정직하고 순결하고 금욕적으로 살았다.

403. 붓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했던 두 가지 일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우선 그는 질문할 것이 있다고 들이닥친 수바드라라는 인물에게 답을 해주고 마지막 제자로 받아들인다. 자등명법등명이라는 마지막 가르침을 남긴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해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해라.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해라. 이런 가르침을 유언으로 남기고 석가모니는 열반에 들었다.

403. 8세기 신라의 승려였던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 모로코 탕헤르 출신인 이븐바투타의 여행기, 오도릭의 동방기행 등이 유명하다.

404. 그때껏 세계의 끝으로 여겨졌던 곳에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는 인식을 갖게 해준 것은 마르코 폴로 였지만 그 결과물인 유럽인의 신대륙 발견이 인류에게 득만 주었는지는 생각해볼일이다. 마크 트웨인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말했듯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은 참 멋진 일이다. 그러나 그가 그냥 지나쳐 갔더라면 더 멋졌을 것이다.

Chapter16.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다 그리스 비극 1 오이디푸스왕 운명에 대하여

405. 다른 사람의 눈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칠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팍한 사람, 사회적 지위가 없는 사람,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도 가지지 못할 사람, 한마디로 최하중에 최하의 사람. 그래, 설령 그 말이 옳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 보잘 것 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여주겠다. 이것이 나의 야망이다. –고흐

405. 그리스비극은 인간학의 총체다. 인간에게 주어진 어쩔 수 없는 상황과 조건들로 가득 차 있기 떄문이다. 아무도 비극을 바라지 않지만 결국 인간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되고 만다. 운명을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405. 인간은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과 수동적인 삶을 사는 것은 다르다. 아모르 파티 amor fati, 내 운명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면서 인간은 더 깊은 성창릐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406. 여기 소개할 작품은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와 더불어 그리스 3대 비극작가로 꼽히며 비극의 완성자라 불리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이다.

410. 인간이 예상하는 미래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미래가 반목하면서 인간의 지혜와 신의 지혜가 부딪히는 장면이다. 여기서 프로이트의 이론이 나온다. 즉 우리는 우리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대부분 무의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의식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이론이 바로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나온 것이다.

410. 그는 자기도 모르는 자기를 찾아가게 되고 테이레시아스가 그의 실체를 이야기해준다.

414. 그리스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오이디푸스 같은 인간 최고의 지성조차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신이 내린 운명 말이다. 운명에 대한 궁금증은 결국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귀착된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그리스인들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것이다.

415. 조금씩 퍼즐이 맞춰져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에게 모르는 게 약이라고 그만 들춰내라고 한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자기가 모르는 자기를 향해 가는, 그 비극속으로 걸어들어 가는 위대한 자의 모습이다.

417. , 이젠 모든 것이 분명해졌구나. 모든 것이 사실이로구나. 오 햇빛이여, 다시는 너를 보지 못하게 해다오. 나야말로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에게서 태어나 죽여서는 안될 사람을 죽이고 결혼해서는 안될 사람과 결혼했구나.

418. 그리스비극의 핵심은 절제와 한계, 즉 아폴론적인 상태를 돌파해서 열정과 도취의 상태, 즉 디오니소스적인 상태로 넘어가는 것이다 디오니소스적인 상태란 한 번 죽음으로써 시작되는 새로운 삶을 의미한다. 비극은 신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므로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418. 니체는 말했다. 진리는 추악하다. 진리가 우리를 멸망시키지 않도록 우리는 예술을 가지게 되었다. 오이디푸스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추악한 진실 앞에서 스스로 눈을 찌르고 끝까지 진실을 견뎌내야 하는 자로 선택되었다.

419. 아아,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일찍이 본 적도 없는 처참한 모습이란 말인가! 아아, 이 무슨 광증입니까? 도대체 누가 인생의 한계를 넘어서 광기로 그대의 인생을 덮쳤나요 아아, 딱하다, 애처롭다. 차마 볼 수가 없군요. 보고 싶어도 견뎌낼 수가 없습니다. 듣고 싶어도 무섭기만 합니다

>>인생의 앞날에 대해

419. 우리가 눈으로, 이성으로 쳐다 볼 때 오이디푸스라는 개체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비극에 처해 눈이 멀고 암흑에 갇힌 그는 새롭게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죽음으로 새로운 오이디오이디 재탄생하는 것, 이를 우리는 디오니소스적인 탄생이라고 부른다. 오이디푸스는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난다.

420.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는 미약한 존재로서 영문도 모른 채 우주의 부름을 받고는 가장 불운한 삶의 길을 견뎌냈다.

420. 그는 불행에 협력하여 스스로 두 눈을 찌르고 추방당함으로써 그 불행을 정점까지 끌어올렸던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그렇게 불행의 절대적 의미를 완성하자 그를 몰아세웠던 운명의 수레바퀴는 멈춰 서고 그는 인간의 한계 너머로 들어서게 된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신을 느끼는 순간 비로소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Chapter17. 배려를 통해 다름을 껴안다 그리스 비극2 안티고네 화해와 공존에 대하여

422. 자기경영은 자신의 미움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마지막 인사는 그것을 미워하지 않고 축복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의 인생이니 내 품에 안아 들이는 것입니다.

426. 삶은 다른 것과의 관계 맺기다.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자신과 다른 것을 잘 참지 못하고 틀린 것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상대를 동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한다. 힘이 있는 사람은 힘을 사용하고, 나이 든 사람은 삶의 연륜을 이용하고 지식이 있는 사람은 지식을 통해 자신과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타인에게 강요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갈등관계에 빠지게 된다. 이윽고 투쟁관계로 돌입하고 서로에게 항복을 요구한다.

426. 확고한 하늘의 법을 한낱 인간에 불과한 왕의 명령이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429. 공포와 고뇌와 슬픔 속으로 걸어들어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소소한 고민들을 떨쳐버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죽음이 거룩하고 성스러운 삶의 메시지가 되는 이유가 거기 있다.

430. 나는 가슴 깊이 희망을 품고 있어요. 내가 가면 아버지께서 반겨주시고 어머니도 반겨주시겠죠. 그리고 오빠, 오빠들도 나를 반겨주시겠죠.

431. 신방도 없이, 축혼가도 없이, 결혼의 행복도 아이를 기르는 재미도 모르는 나를, 이렇게 친구들에게도 버림받은 불운한 이 몸은 살아서 죽은 사람들의 무덤으로 내려갑니다. 내가 대체 어떤 신의 법을 어겼다는 거죠? 어째서 불운한 나는 여전히 신들을 쳐다보아야만 합니까? 누구에게 나는 도움을 빌어야 할까요? 경건한 행동을 하고도 불결한 자가 되었으니 말이에요.

431. 안티고네를 읽다보면 나라의 법과 개인의 신념이 부딪히는 상황을 보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법이 정의를 구현하겠다며 본래의 정신을 잃어버린다면 가혹하고 냉혹해질 수밖에 없다. 안티고네에서 법은 크레온을 위한 법, 크레온의 권위를 위한 법이다. 따라서 이 법을 강요하면 거기 맞지 않는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436. 크레온 : 내가 손대는 것마다 모두 빗나가고 파괴의 운명이 나를 덮쳤구나.

436. 너무도 뒤늦게 찾아오는 깨달음, 이것이 비극의 핵심이다. 뒤늦게 찾아오는 깨달음은 후회, 앞서 찾아오는 깨달음은 통찰이라고 한다. 그런데 수많은 후회와 회한 속에서 우리는 자기 삶에 대한 통찰도 얻지 않을까? 고전들을 뒤져보면 무수한 슬픔고 고통을 겪은 사람들만이 언젠가 구원을 받게 된다.

437. 서로를 향해 전차처럼 달려드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희망도, 해법도 없다.

437. 그런 파국으로 가기 전에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다르다는 것이 열등하거나 악의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이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배려다. 배려를 통해 다름을 껴안는다면 나의 지평이 넓어지고 나는 하나의 완결된 인간을 향해 걸어가게 될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인류 최고의 스승을 만나 용기를 얻고, 조용한 독서의 한 가운데에서 각박한 일상의 완충대를 마련하고, 더 깊고 근본적이고 원시적인 삶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고전의 또 다른 이름은 좋은 만큼 깊어서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일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가 어린 손자에게 생선을 발라주듯 먹기 좋게, 이해할 수 있게 고전과 일상과의 접점을 아주 품위 있는 문체로 써내려 간 것이 이 책의 가장 커다란 장점이다. 그리고 강렬하고 생생한 목소리로 삶을 노래하는 책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오늘을 더 깊게 파고들 용기를 얻게 된다.

나는 글을 써야 하는가? 답을 찾아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십시오. 그리고 그 답이 긍정적이라면, 당신이 그 진지한 의문에 대해 강력하고 확고하게 '써야만 한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의 생애를 그 필연성에 따라 세우십시오. 그런 다음 자연에 다가가 보고, 체험하고, 사랑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말로 표현해 보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해줄 충고는 이것밖에 없습니다. -P20, 마지막 수업

나는 특히 니체의 책, 그 중에서도 니체의 이 글귀를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한다. 니체는 모호하게 다가왔던 삶의 일부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확신들을 정확하고 부드러운 시인의 언어로 말해주었다.

내가 자기 인생에 스스로 책임감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은 4년 전이었다. 아주 청명하고 서늘했던 여름 밤이었다. 보름달이 뜨고 뒷뜰 가득한 대나무 숲에서는 바람에 따라 댓잎이 사각거리는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 먼 산에서는 고라니가 울었다. 그 때 나는 잠이 오지 않아 늦게까지 뜬 눈으로 누워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마음을 괴롭히던 자잘한 문제들이 슬픔에 씻겨나가고 가장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질문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슬쩍슬쩍 체험했던 아주 사소한 경험일지라도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돌이켜보게 되었다. 방정리를 하듯 낡은 서랍 깊숙이 들어있던 기억들을 끄집어 냈다.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던 것들 사이에서 그 답은 무척 확실하고 단순했다. 다만 나는 아직 그 확실한 답에도 내 전부를 걸만큼 치열하게 고민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의 자신이 상상하던 것보다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그에 맞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살고 싶은 삶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선택의 순간에 그에 합당한 용기를 냈기 때문에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쟁취해낼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에서 그 용기의 순간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인지하게 되니,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로 이 책을 통해 각박한 일상의 완충대를 마련할 수 있음을 들 수 있다. 연구원 과제의 양이 무척 많아 평일에 틈이 나는 대로 책을 읽어야 한다. 통근 지하철에서, 자투리 점심시간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뒤 나의 모든 자유시간과 시간의 여백들은 이 책으로 채워졌다. 여러 고전들은 때론 나를 올림푸스 산 꼭대기 신들의 세계에서 세계를 내려다보게 했고, 조르바와 함께 배를 땅에 대고 살게 했다. 다른 차원의 시각을 갖게 된다는 것. 마치 백 개의 눈이 달린 아르고스처럼 나는 다양한 높이의 시선들을 갖게 되었고 나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좀더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감정과 상황을 분리시켜 일상의 완충대로 작용했다.

또한 이것은 내가 어딘가 푹 빠져있는 지평을 넓혀주어 밥벌이를 위한 일들도 신선하고 더 깊은 수준까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하루 종일 한 가지 과목만 공부하라고 학생들을 종용하는 것보다 두 세가지 과목을 번갈아 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더 능률이 좋다. 또한 더 깊은 곳에 숨어있는 나를 한 분야에서 캐어다 쓰는 연습을 자꾸 하면 그만큼 다른 과목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것 같다. 빡세게 한 분야에 대해 훈련 받은 경험이 사람을 다음 레벨로 성장시키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인간이 더 깊고 근본적이고 원시적인 삶에 대한 그리움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현실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은 비인간적이다. 일은 너무 차갑고, 돈은 무척 지독하다. 밥은 숨이 막힌다. 더 끔찍한 일은 이런 모서리들에 갇혀 있는 인간에게 비인간적인 특징들이 옮는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현대인들은 과거보다 불행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나라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었던 지난 한 주 동안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졌던 것 같다. 또한 조금 더 유식해진 것 같다. 니체와 조르바,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다산, 베르테르, 라스콜리니코프, 에리히 프롬, 오디세우스, 허클베리 핀, 데카메론과 향연과 삼국유사와 탈무드와 함께 했던 시간만큼 행복했고, 울고 웃었다. 아직 이 고전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들을 삶에 적용시키는 단계에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적어도 나는 그리워할 수 있는 인간의 고향을 알게 되었다. 심장을 온통 뒤흔들어버리는 강렬한 경험들. 글을 통해 눈앞에 스쳐 지나갔던 비범한 잔상들. 그런 것들은 한 번 보고 잊어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영혼의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니 나는 오디세우스처럼 그 고향, 이타카를 향해 걸어가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내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어, 서두르지 않고 늙고 나서야 그 섬에 일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길 위에서 풍요로운 마음을 안고 쉬지 않고 걸어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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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7:59:06 *.133.122.91

해언씨- 이 책 읽느라 고생하셨지요? 3주차에 접어들었는데, 어느정도 익숙해지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랬기를 바랍니다.

 

북리뷰를 읽고 울어보기는 또 처음이네요. 그간 책으로 드러나지 않은 따뜻함이 숨어있는 것 같아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눈물샘이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저자에 대해서 객관적일 수 없는 그 상황이 절실함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글인것 같아요. 마지막, 저자라면, 의 부분에서 지적하신 부분 중에 일부는 제가 좀 아이디어를 빌려가도 될런지요? 아- 이 책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시는 구나.. 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저자라면' 부분을 Yes24나 인터넷 교보문고에 계정이 있으시면 북리뷰에 올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그러면 더 많은 분들과 더 많이 이 책에 대해서 교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이 책, 정말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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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9:15:01 *.94.164.18

3주차 레이스를 시작하며 해언님의 생각과 표현은 어떨까? 가장 궁금했답니다.

인생 최고의 선물(아빠)을 받으셨는데 그 위에 엄청남 보너스(글쓰기)도 보이네요.

잘 읽고 반성하며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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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5 08:47:24 *.124.98.251

제가 알지 못하는 저자에 대해 또 궁금하여~~해언님의 저자소개가 보고파 들여다봤네요. 알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책에서 봤던 대로 그랬을 거야라는 느낌이 전해져 오네요....모서리들에 갇혀 있는 인간!! 확 꽂히는데요!! 어쩐지 삶이 늘 팍팍하고 쭈삣하는 느낌이 들더라니~~마지막 한주도 화이팅하세요..모서리를 벗어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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