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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4일 08시 09분 등록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구본형, 박미옥, 정재엽, 생각정원

10기 김정은

 

1.     저자와 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나에겐 나의 벗, 나의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있다. 어린 시절 나의 삶은 오직 적응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현실에 갇혀 있는 자에게 변화란 잉여일 뿐. 현실은 변화를 시도할 만큼의 기운을 남겨두지 않는 법이다. 나와 세계와의 만남은 나의 벗을 만난 이후에 가능한 일이었다. ‘적응도 어렵기만 했던 나에게 나의 벗은 철학, 종교, 역사, 예술 등 인문학의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의 이야기는 척박했던 내 삶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내렸다.

 

십여 년 전, 나의 벗에게서 새로운 이름을 듣게 되었다. 그 이름은 바로 구본형’! 나의 벗도 그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구본형’, 그는 누구일까? 나의 벗의 미래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은 한국IBM에서 경영혁신 업무를 20년 간 담당하면서……’로 시작하는 저자 소개는 그 당시 내가 IBMer들과 수행했던 프로젝트처럼 살벌한 첫인상을 주었다. 나는 IT업계에서 프로젝트 따라 노트북을 매고 쫓아다니는 프로그래머로서 봇짐 장수와 다를 것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프로젝트는 함께 하는 이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하는 것이다. 창과 방패를 모두 갖춘 전사로서 전투에 임하듯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IBMer들과의 프로젝트는 내게 패전 용사로서의 아픔만 남겼다. ‘구본형’, 그의 첫인상은 IBM에서 20년을 살아남은 사람, 직장에서 나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 완전한 인간이었다. 불완전한 인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했던가. 나는 완전한 인간 구본형을 사랑한다기보다 경외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벗의 구본형 사랑은 갈수록 커졌다. 2009년 그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났고, 이후로 더욱 인간 구본형을 닮아가고자 했다. 3여 년 전, 내가 회사를 막 그만두었을 때였다. 나는 현실에 갇혀있던 나를 강제로라도 해방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 때 나를 잡아 끈 책이 구본형의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였다. ‘직장인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나에게 예수의 죽음만큼 강렬한 울림을 주었다. 곧 나는 나, 스스로를 고용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나 자신을 탐색하는 과정이 전무했던 나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지은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를 읽으면서 책에서 소개하는 6가지 종류의 강점 발견법을 실행해보았다. 척박한 땅에 변화의 씨앗이 뿌려지는 순간이었다.

 

1년간의 워밍업 단계를 지나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행운이었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의 도움을 받은 결과였다. 하지만 , 스스로를 고용한정도는 아니었다. 2012년 봄, 나는 나의 벗과 함께 꿈벗 여행을 떠났다. 거기서 처음으로 구본형 변화경경연구소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각자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의 가벼운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변화이야기를 듣느라 새벽까지 시간가는 줄 몰랐다. 나만 단단한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 해 가을, 꿈벗 가을 소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의 벗은 자작시 발표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나도 이번엔 그들처럼 나에게 잘 맞는 옷 정도는 아니더라도 단단한 껍데기를 조금 벗어보기로 다짐했다. 내가 써 놓았던 시 중에서 가장 나다운 시를 발표해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나의 벗은 내가 이전에 써 놓았던 시를 발표하기를 말렸다. 가장 최근작이 될, 소풍 당일 갓 건져 올린 월척 같은 시를 기다려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우리 가족에겐 외부로부터 큰 변화가 있었다. 나의 벗이 다니고 있던 회사는 파업 중이었고, 나는 저소득층 초등학생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때마침 나의 아버지께서는 파업 중인 사위에게 거금 오백만 원의 용돈을 보내 주셨고, 우리는 그 돈으로 맛있는 것을 사먹고, 읽고 싶었던 책을 사 보고 한 것이었다. 그것이 소화가 될 턱이 없는 나는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가 소풍 당일 유산이라는 시가 되어 나와 버린 것이다.

 

2012년 꿈벗 가을 소풍 자작시 발표회에서 나는 나의 시 유산을 발표하고 엉엉 울고 말았다. 각자 자기 색깔의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는 그들 앞에서 단단한 껍데기 조금 벗으려 했다가 그만 홀딱 벗고 서 있는 꼴이 되었다. 내 눈물 때문이었는지, 나의 시 유산으로 구본형 선생님의 자필 사인의 신간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을 상으로 받았다. 나는 이내 너무 부끄러워져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후회하면서 말이다. 다음 날, 구본형 선생님은 나에게 말씀해 주셨다.

 

아버지께서 보내 주신 용돈은 좀 남아있나? 아버지께서 주신 리프레쉬를 잘 보내세요.”

 

그 다음 해, 파업의 결과로 자신이 갈 길을 정한 나의 벗은 연구원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은근히 꿈벗 봄 소풍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홀딱 벗는 일은 없으리라 또 다짐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다렸던 꿈벗 봄 소풍 소식은 오지 않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구본형 선생님의 부고소식을 받게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우리 가족은 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저 아저씨, 진짜 좋은 사람이었는데…… 감나무에 감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거 내가 직접 따게 해 주셨거든. 날 목말 태워서……”

 

어린 수민이도 슬픔을 온 몸으로 느끼는 듯 했다. 감나무에 하나 밖에 열지 않은 감을 아이가 갖고 싶어했는데 그것을 직접 따서 주신 게 아니라, 목말을 태워 아이가 직접 따게 해 주신 것이었다. 선생님은 직접 따고 싶어했던 아이 마음도 읽으셨구나 내 딸에게도 큰 선물 주셨구나 생각했다. 단군도, 꿈벗도 연구원도 아니었던 나에게 자작시 발표회의 민망한 사건은 살아 있는 멘토와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내 삶에도 변화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후, 나의 벗은 정신적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픔에 내리 일주일 동안 울었다. 그리고 나는 생전에 더 가까이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선생님의 저서를 몽땅 사들였다. 하지만 이후, 내 인생에 암흑의 수용소가 찾아 왔기 때문에 그 책들을 다 읽지 못했다. 일 년에 한 권, 짧은 생애에도 많은 기록을 남겨주심에 감사 드린다. ‘변화하라는 그의 외침이 나와 내 벗의 삶에도 뿌리 내려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

 

프롤로그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오늘을 살아라

P11 고전은 진실에 진실한 작가들이 쓴 책이다. 이것이 조지프 캠벨식 정의다. 진실에 진실하다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준다. 고전은 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완전한 인간은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실에 진실한 작가작가라면 진실에 진실하여야 한다.

 

Part 1 무엇을 욕망할 것인가

 

Chapter 1 이룰 수 없는 꿈 하나를 별처럼 품다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젊음에 대하여’-

 

P18 무엇이 젊은 것인가? 자아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늘 새로운 모험으로 자신을 내모는 사람들, 그들은 젊은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젊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나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서 젊음의 본질을 파악했다. 이 책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세상의 모든 젊음에게 바치는 헌사다.

 

P20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첫번째 편지에서 릴케는 자신의 시가 어떤지를 묻는 시인 지망생에게 밖을 향한 시선을 안으로 돌리라고 충고한다.

 

P23 릴케는 훌륭한 독서 지침을 하나 알려준 것이다. 먼저 당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책이 마음을 울리면 그 사람의 또 다른 책을 읽어라. 그리고 그 사람의 책을 모조리 읽은 다음에는 그 사람이 인용한 다른 사람들의 책을 읽어라. 이는 고전을 읽는 가장 훌륭한 독법인 것 같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나는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라는 시집으로 장정일 시인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장정일 시인이 너무 좋아서 그의 시집을 읽고, 또 읽고 하다가 그의 책을 몽땅 사서 읽었다. 그러고는 그의 책 안에 나오는 다른 작가들의 책을 골라서 읽고, 그의 책 속에 등장하는 음반을 찾아서 들었다. 이후에 그가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것을 알고,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으로 옮겨 갔다.

 

질풍노도의 시절이라 할 수 있는 그 시기에 다양한 책들을 만나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었는데 이것이 훌륭한 독법이라고 하니 새롭다.

 

오직 사랑만이 예술작품을 이해하고 간직할 수 있으며 그 부당함에 대해 불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설명이나 서평에서 소개의 글은 무시하십시오. 당신 자신과 당신의 느낌이 옳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따르십시오. 설사 당신이 틀렸더라도 당신은 내적인 삶이 지닌 자연스러운 성장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다른 인식으로 이끌어갈 것입니다. 당신의 판단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독자적이고 은밀하게 발전하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그런 발전은 모든 진보와 마찬가지로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강요 되거나 재촉 당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것은 만삭이 될 때까지 잉태되었다가 태어납니다. 모든 인상과 감정의 싹이 가슴 속, 어둠 속, 무의식 속, 이성으로는 닿지 못할 어떤 불가사의 속에서 완성되게 하고 겸허한 마음의 인내심으로 새로운 명징성이 태어날 시간을 기다리십시오. 그것이 바로 예술적으로 살아나는 길입니다. 예술을 이해하거나 직접 창작할 때도 그렇습니다.

 

릴케의 젊은 작가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P27 자기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독한 시간 말이다. 고독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 그러니까 홀로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릴케의 생각이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서 아파서 누워 있었을 때 나 자신을 가장 많이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체력이 너무나 건장했다면 아마도 변화를 꿈꾸지 못했으리라.

 

P31 릴케는 슬픔을 일컬어 무언가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이 우리 안에 들어오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슬픔과 고독은 우리 삶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체험이라는 것이다.

 

P33 혁명가인 체 게바라는 말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현재 이루어질 수 없는 꿈 하나를 별처럼 품자.” 가슴에 별을 품은 리얼리스트, 이런 모순적 상황이 바로 우리 인간의 조건이다. 가슴속의 별이 언젠가는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리얼리스트가 되어 현실 속에서 분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 아니 젊음의 조건이다.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는 것!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스스로 변화하는 것!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행동하는 것! 그것이 현재 내 가슴속에 있는 별이다.

 

Chapter 2 다산은 무엇을 꿈꾸었는가?

-       <다산문선> ‘배움에 대하여

 

P34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다. 옳고 그름이 그 하나요, 이롭고 해로움이 그 둘이다. 이 두 가지 큰 기준에서 네 가지 등급이 나온다. 옳음을 고수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좋고, 옳음을 따르다 해를 입는 것이 그 다음이다. 그름을 추종하다 이익을 얻는 것이 세 번째고 가장 추한 것이 그름을 따르다 해를 입는 것이다. 기억하라. 그름을 추종하여 이익을 얻으려 하지만 끝내는 해를 입고야 말 것이다. 기억하라. 옳음을 따르다 보면 해를 입을 때도 있지만 그 또한 나쁜 것이 아니다. – 가와이 에이지로

 

설사 나에게 이롭지 않더라도 옳은 것을 지키는 것! 옳음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P50 다산은 편지 한 장을 슬 때마다 모름지기 두 번 세 번 읽어보면서 축언하기를, 이 편지가 네 거리에 떨어져 원수진 사람이 열어보더라도 네가 죄를 입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이 편지가 수백 년 뒤까지 유전되어 많은 안목 있는 사람들이 보게 되더라도 네가 비난 받지 않게 하소서라고 봉합해야 군자가 근신하는 태도라고 이야기한다. 다산은 처음 유배를 떠나 주막에 머물 때도 작은 방에 사의제라는 당호를 붙여 근신하는 태도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는 그 시대에 요구되던 자기 삶에 대한 이해였을 것이다.

 

P53 다산은 그 당시 군정의 비합리성을 풍자하는 <애절양>이라는 시를 짓기도 했다. 시의 소재가 되어준 것은 1803년 유배 중이던 다산이 전해들은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어느 백성이 태어난 지 3일된 아이가 군적에 올라 이정에게 군포대신 소를 빼앗기자 칼로 자신의 남근을 잘라버렸다는 것이었다. 울컥하는 기분을 참지 못한 다산은 이 시를 지어 군적에 올려서는 안 되는, 죽은 사람이나 어린아이에게까지 군포를 거둬들이는 부패한 사회상을 비판했다.

 

P55 군포는 군역의 의무를 면제받는 대신 내야 했던 세금이다. 그런데 양반이 아닌 양인만 부담하다 보니 양인들은 군포를 면하기 위해 양반이 될 수 있는 편법을 꾀하게 되고 결국 양반의 수가 늘어나면서 국가 전체가 가난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다산의 주장이었다. 양반은 생활을 위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해 내는 계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양반에게도 군포를 걷자는 것이 다산의 제안이었다. ‘군포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다산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세금을 걷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정치를 잘 한다는 것은 세금을 잘 걷는 것이 아닐까. 양반 양인의 구분 없이 공평하게 걷는 것! 그것이 정치인이 해야 할 임무이다.

 

P56 선비는 평생 배우는 학인이다. 그러면 이렇게 배워서 무엇을 할까? 지행합일 또는 학행일치, 즉 삶 속에서 실천한다. 그래서 선비에게 또 다른 덕목은 수기, 즉 자기를 다스리는 것이다. 요컨대 선비란 학문을 익혀서 자신을 다스림으로써 이득이 되지 않아도 마땅히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지행합일! 학행일치! 실천하지 않는 배움은 아무 소용이 없다.

 

P57 다산이 보기에 차별과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은 결국 정치였다. 그러나 평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전체주의나 공산주의로 이어져 모두가 평등하게 가난해진다. 그래서 자유를 통한 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유와 성장은 지금 우리가 직면하듯이 자칫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 자유와 평등, 성장의 양극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권력자의 책무다.

 

현대에도 마찬가지! 자유와 평등, 성장의 양극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권력자의 책무다.

 

P60 다산은 명분론에 붙잡힌 허명뿐인 선비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던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따라서 선비의 본질에는 의리를 지키되 인정을 잃지 않고, 명분을 내세우되 실리를 버리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이것이 바로 선비의 아량과 포용력이라는 것이다. 다만 선비는 곡학아세, 즉 정도를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에 아첨하는 일만은 삼가야 했다. 늘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중용을 지키는 선비의 길, 다산이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을까.

 

Chapter 3

천 개의 운명과 변신 모험을 선동하라!

-       <그리스 로마 신화> ‘도전에 대하여

 

P61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리제이션은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화적 문맥을 읽어내는 것이다. 자기 것만 읽으면 독선과 독단에 갇히게 되지만 다른 사람들의 것을 읽으면 메시지와 통찰을 얻게 된다.

 

여행할 기회가 없었던 나는 해외 출장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미주법인에서 만난 인도인 과장은 나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피해 미국까지 올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이야기는 내 주변 환경을 둘러보고 내가 따르지 않아도 되는 인습의 고리를 잘라내는 것을 도와주었다.

 

P62 책은 여행이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문법을 많이 접할수록 삶은 풍부해진다. 책의 꽃은 고전이다. 그리고 고전의 시작은 신화다.

거대한 신전은 사라져도 이야기는 남는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스의 위대함은 이야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신전은 사라져도 이야기는 남는다. 육체는 사라져도 이야기는 남는다.

 

P63 신화는 인간을 벗긴다. 아무것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원시를 보여준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날것들을 신에게 뒤집어씌운 이야기들이다. 동시에 인간의 미덕과 통찰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신화란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로서 벌거벗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상징을 통해 들려준다.

 

P64 대개 신화 속의 도전에는 패턴이 있다. 아주 평범한 인간, 그것도 아주 불운할 가능성이 높은 인간이 주인공이 된다. 그는 어느 순간 모험에 초대받고 고행을 시작한다. 수많은 고난을 헤쳐 나가면서 그는 스스로 영웅이 되고 자기가 떠났던 초라한 곳으로 돌아와 그곳을 변화시킨다. 또 다른 도전의 패턴은 뛰어난 인간이 무모하게 신에게 도전했다가 예정된 패배를 맞고 철저하게 파멸하는 것이다.

 

아주 평범한 인간, 그것도 아주 불운할 가능성이 높은 인간이 주인공이 된다. 이 얼마나 반가운 설정인가!

 

P66 신에게 도전하는 인간과 반인반수의 결말은 비참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신의 권력과 재능을 탐하는 것일까? 그것은 오만 때문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오만이 있다. 하나는 과거의 성공을 우상화하는 오만이다. 그 끝은 파멸이다. 모든 성공한 것들의 파멸 속에는 우상화된 오만이 숨어 있다. 이 때 오만은 성장을 멈추게 하는 치명적인 악덕이다. 또 하나의 오만은 신으로부터 가혹한 징벌을 당하더라도 신의 경지에 다다르려는 오만이다. 이는 껍질이 벗겨지는 극한의 고통을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창조적 진보를 계속하게 하는 걷잡을 수 없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P67 신을 닮으려고 하는 것은 신성 모독이 아니다. 진정한 신앙은 신이 우리에게 준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삶을 다 바쳐 그것이 빛나도록 하는 것이다. 고통을 딛고 창조적인 진보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도전임을 신화는 이야기한다.

 

P72 옛사람들은 옛 땅에서 쫓겨나 시련을 겪다가 새로운 땅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지만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땅은 없다. 따라서 21세기 청년들은 자기 회사를 세우는 것이 자기 나라를 세우는 것이다. 뜻을 세우고 고난을 거쳐서 좋은 회사를 만들고 훌륭한 CEO가 되면 그것이 바로 현대의 아이네이아스가 되는 길이다.

 

1인 기업으로 바로 서는 일!

 

P73 이렇게 영웅들은 불운함에서 위대함으로 도약한 사람들이다. 이 도약의 순간이 중요하다.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이 모험으로 초대하면, 내 마음이 그 모험에 응하면 두려워하지 말고 따라 나서라. 조지프 캠벨은 그런 얘기를 한다. 내 마음속에 울리는 무엇인가가 생겨나면 사자의 입 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마음으로 시작해라. 칼 날 같은 길을 따라가라. 그 위험한 길이 네 길이다.

 

불운함에서 위대함으로! 용기를 가진 것에 감사하며 칼 날 같은 길을 따라가보자. 그 길이 내 길이다.

 

P75 삶을 통해 얻었던 진귀한 체험들과 보석 같은 깨달음 역시 얻었다고 믿는 순간 사라져버리고 마는 허무한 것일지도 모른다. ‘에우리디케의 얼굴에 머물던 오르페우스의 마지막 시선’, 그 시선으로 살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단명한 삶을 시로, 노래로 살아야 하는 필멸의 인간이 지닌 운명이다.

 

인생이 덧없음을 잘 묘사하고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인생을 살아야겠다.

 

P79 과학자와 엔지니어와 발명가의 시조였던 다이달로스의 불행은 ?’라고 묻지 않는 그의 기이한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했다.

그는 주문자의 의도를 묻지 않고 맹목적으로 만들기만 했다. 이런 태도는 현대에도 문제가 되었다. 물리학자인 오버트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맨헤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자기의 연구가 사람을 죽이는데 쓰이는 것을 보고 탄식했다. 이것 역시 ?’라고 묻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자신의 노력이 인류의 행복과 평화에 쓰이는지, 아니면 인류의 불행과 파멸에 쓰이는지 묻지 않았다는 것, 사유하지 않았다는 것, 이것이 죄였던 것이다. 진정 존경받는 과학자나 기술자가 됙고 싶다면 나의 능력과 기술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를 생각하는 사유하는 다이달로스가 되길 바란다.

 

우린 왜 ?’라고 묻지 않는가! 직장에서 프로젝트에서 ?’라고 하는 순간 왕따가 될 것이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기로 하자. ‘?’라고 묻자!

 

P81 시시포스가 산꼭대기에 바위를 올리며 느꼈을 절망은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며 똑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직장인의 절망과 비슷할 것 같다. 시지포스에 대해서는 알베르 카뮈의 해석이 가장 철학적이다. 그의 처방은 이렇다. ”반항하라. 쉽게 평화를 갈구하지 마라. 나와 세계 사이의 팽팽한 대립에 굴복하지 말고 대립하라. 자유로워져라. 희망과 내일이 없는 조건 속에서 순수한 불꽃 외에 다른 어떤 것에도 무관심해라. 이것이 바로 자유의 원리다. 열정을 가져라. 열정이란 주어진 모든 것을 소진하는 것이다. 삶을 필사적으로 불태우고 최대한 많이 살아라. 이것이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전장, 도전의 원칙이다.”

 

도전하는 것이 두려워 시지포스의 삶을 못 벗어나는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자!

 

P99 지금과 마찬가지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쓰일 당시에도 자살은 물론이고 유부녀에 대한 사랑 역시 죄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괴테는 그 두 가지에 모두 도전한다. 그는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금기시된 사회 규범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제 그의 작품이 고전이 되었다. 질풍노도 운동에 동조했던 괴테는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라는 플라톤의 생각에 따라 육체를 죽임으로써 영혼을 자유롭게 해 주는 것, 그것도 자유의지에 의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떻게 죄악일 수 있을까라고 우리에게 속삭인다. 괴테는 이루어지지 못하는 내 사랑이 후세에도 이루어지리라는 소망을 품고 죽는 것이 어째서 죄악인지 물으며 죄악이라고 욕하기 전에 인간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당대의 금기시된 규범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할 일이다.

 

P101 가끔 나는 대학교에 가서 학생들과 미래와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면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선생님이 우리 나이라면 정말 뭘 하고 싶습니까?” 그러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사랑을 하세요. 사랑을.” 달콤함과 씁쓸함,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뇌, 사랑에는 인간이 성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그렇게 공부를 했는데도 당장 취직이 안 된다거나 원하는 곳에 취직하지 못했다고 징징거리며 아파하지 마라. 그리고 죽을 만큼 우리의 오늘에 푹 빠져보라. 아파하기 이전에 둑을 결심으로 오늘이라는 이름의 방아쇠를 나에게 당겨보라. 우리의 인생은 길고 언젠가는 그 꿈이, 아니면 또 다른 꿈이 이루어져 있을 테니까. 대신 지금은, 사랑하기 좋은 지금은 미친 듯이 사랑하고, 미친 듯이 이별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사랑에도 때가 있는 법이니까.

 

Chapter 5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찾는 삶

-       <허클베리 핀의 모험> ‘성장에 대하여  -

 

P102 어린 시절, 세상은 무엇 하나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곳이다. 그 낯선 세상에서 일상은 모험이고 도전이다. 우리는 그런 모험과 도전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어른이 된다. 소년의 성장을 통해 미국의 성장을 우회적으로 그리는 작품이 바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소년이 주인공인 탓인지 우리는 이 작품을 순수하게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고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미국의 모든 현대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 작품은 당대 미국의 사회상과 현실을 잘 담고 있다. 트웨인은 허클베리 핀이라는 소년을 전면에 내세워서 물질주의 위주의 교육을 거부하고 노예제도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한다. 특히 거짓말을 하는 것을 밥 먹듯이 하는 헉 핀이 노예 짐을 만나면서 삶의 부조리를 깨닫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담으면서 이 책은 생의 진한 페이소스를 전한다. ‘산다는 것’, 즉 성장의 진정한 의미를 트웨인은 끊임없이 캐묻고 있다.

 

P104 그러나 여기에 미국 사회의 한계가 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햇빛이 날 때 우산을 빌려주었다가 비가 내리는 순간 돌려 달라고 하여 이익을 높이는 메커니즘이다. 그런 곳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햇빛이 날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내리는 순간 돌려달라고 한다면, 우산은 무용지물이다. 어떻게든 비는 맞게 되어 있다. 비를 맞지 않겠다는 나의 소박한 바램으로 우산을 가진 자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 햇빛이 나면, 햇빛을 즐기고, 비가 오면 비를 맞자! 나는 자유다!

 

P106 흑인 노예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이 백인 주인이라면 헉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술주정뱅이 아빠다. 노예들이 탈출하듯 헉도 자유를 찾아 탈출을 계획한다. 절박함이 삶을 이끄는 것이다. 헉은 아버지가 자신을 찾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아예 죽은 척 일을 꾸민다. 철두철미하게.

 

P107 어린 소년이 외부의 억압에 맞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또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면 우리는 이를 임기응변이라고 부른다.

 

P109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최대한 활용한다. 이게 내 좌우명이지. 우리가 여기서 만났다고 나쁠 것은 없다네. 먹을 것도 충분하고 생활도 편안하니까. 그러지 말고 다들 악수나 하세, ? 그리고 서로 친구로 지내는 거야.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내 모든 것을 최대한 활용한다.

 

P110 작가는 왕의 사기 행각을 병렬시킴으로써 사회의 병폐와 위선을 고발하고 있다. 종교인들은 교회 안에서는 아주 경건하고 입바른 소리를 해대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노예들을 형제들로 인정하지 않는 속물적인 근성을 그대로 보인다. 작가는 허클베리 핀이라는 소년의 순수한 눈으로 이 세상의 모순을 독자들에게 고발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950~60년대 문명비판 소설의 선구라 할 수 있다.

 

세상의 소중한 가치들이 속물적인 근성과 만나서 병폐와 위선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 안타깝다.

 

P115 “좋아. 그러면 지옥에 가자.”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한마디다. 소년이던 헉이 훌쩍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한마디이기도 하다. 헉이 들여다본 어른의 세계에서 노예는 주인에게 묶인 채 도망가면 안 되는 존재다. 그래서 헉은 탈출한 노예인 짐과 함께 있으면서 당연히 죄의식을 갖는다. 사회가 원하는 것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의 괴리는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것이었다. 그러다 결국 헉은 짐은 내 친구야. 내가 도와줘야 돼. 맞서 싸워야 해. 지옥이라도 가겠어라고 각성하게 된다.

 

그래, 지옥으로 가자! 사회가 원하는 것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맞서 싸워야 해.

 

P120 흑인들 사이에는 우리가 쟁취한 자유가 아니라 수동적 자유’, 다시 말해 백인이 찾아준 자유라는 인식이 있었다. 오랫동안 심리적으로 부채 의식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보면 짐이 가만히 있다가 왓슨 양 덕분에 해방된 것이 아니다. 짐은 스스로 자유를 찾아 나와 온갖 고난을 겪었다. 짐은 자기 힘에 의해 그리고 친구의 도움에 의해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자유를 찾았고 왓슨 양은 그저 그렇게 쟁취된 자유를 인정해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는 남북전쟁 이면에 가려져 있던 자유를 향한 노예들의 투쟁을 기리고 있는 셈이다.

 

P121 마크 트웨인이 말했듯이 교육은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을 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그의 명언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 바로 허클베리 핀의 이야기다.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학교가 아닌 미시시피 강가에서 세상을 배운 허클베리 핀. 그는 기성 체제에 안주하는 대신 물음을 끊임없이 캐묻고 자신의 답을 찾아간다. 자신의 길을 가려는 그 열정과 도전 정신, 이것이 삶을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교육의 올바른 정의이다.

 

Chapter 6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       <그리스인 조르바> ‘자유에 대하여  -

 

P123 카잔차키스가 어린 시절 크레타는 터키에 종속되어 있었고 카잔차키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모두 크레타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 특히 아버지인 미할리스는 카잔차키스의 기억 속에 영웅으로 남아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홉 살이던 카잔차키스에게 학살당한 그리스인의 발을 만져보게 한다. 그 때 그는 물어본다. “이 사람들은 왜 죽었나요?” 아버지는 대답한다. 이 사람들을 죽인 것은 자유라고.

 

P124 어린 시절 터키 치하의 크레타에서 기독교인 박해와 독립 전쟁을 겪은 카잔차키스는 20대에 파리에서 또 다른 사상적 스승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바로 니체였다. 니체의 사상은 대표적인 저서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대변된다. 차라투스트라가 창시한 조로아스터교의 교리는 아주 단순하다. 선한 신과 악한 신이 서로 싸우고 이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며 강한 자가 선의 기준을 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강요된 선 속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그래서 니체의 초인이란 스스로 선과 악을 구별하고 자기의 선을 따르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리고 그 초인이 인류를 지배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롭다는 것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핵심 메시지다.

 

이후 카잔차키스는 작가로서, 평생 조르바와 같은 삶을 지향한다. 그는 조르바로 상징되는 원시를 문명과 결합시키고 선과 악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려 했던 사람으로 남게 된다.

 

P125 선과 악이 공존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이 강요한 윤리가 아니라 나의 윤리대로 살아가는 자유인, 그가 바로 조르바이다.

 

P126 결국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소유가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적인 자유다. 요리사, 도공, 광부, 잡화상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조르바는 이미 그런 진리를 알고 있다.

왜 씨앗은 친절하고 정직한 곳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뜨거운 피와 더러운 거름을 필요로 하는지. 왜 진창에서 피투성이로 굴러 보지 못한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는지. 그래서 조르바는 60에도 여전히 혼자 떠돌아다닌다. 삶 속에서 괴로워하며 더듬더듬 자기 길을 찾아가기 위해, 그렇게 구원을 찾기 위해.

 

P127 ‘는 자기가 읽었던 책에 갇히고 저기가 쓰는 언어에 매여서 누군가에게 배운 삶을 살고 있다. ‘에게 진짜 필요한 삶은 진실한 삶이고 는 조르바에게서 그것을 본다. 삶의 진창 속에서 뒹굴고 있는 조르바. 인간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불신하면서도 누구보다도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조르바. 가식, 허위, 억압 등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맛보고 싶다는 절실한 갈망이 있었던 는 여기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P129 특별한 안무 없이 자기 멋대로 뛰고 구르는 춤. 지금 조르바는 갈탄 사업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는 게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우리 목적은 다른 데 있다고 춤으로 말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P132 나비의 연약한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 오늘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두르지 말고 안달하지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바위에 앉아 새해 아침을 생각했다. 그 불쌍한 나비라도 내 앞에 나타나 날개를 움직이며 내 갈 길을 일러준다면 좋을 텐데.

 

P135 조르바는 정말 시시콜콜 궁금한 것이 많다. ‘역시 마찬가지다. 둘은 그게 무슨 뜻이에요? 왜죠? 왜 그러죠?라고 서로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 대해서 왜, 어째서 라고 묻는 조르바. 그는 책에 적힌 지식이 딱딱한 죽은 지식이라고 말하고 는 바로 그 조르바에게서 살아있는 지식과 지혜를 배운다.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조르바다. 그러니 그는 보통 사람과 다른 것들을 체득할 수 밖에 없다. 그는 벌거벗은 원시의 사고를 할 수 밖에 없다.

 

P136 왠지 이 사람하고 있으면 내 마음속에 선함이 가득 차고 인류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고 기쁨이 가득 차는 것. 그런데 오르탕스 부인에게 삶을 제공한 사람이 조르바이니 이보다 더한 사랑이 어디 있을까.

 

조르바가 욕망을 억누르며 억압하는 것만큼 바보짓은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르바의 인생철학은 어쩌면 니체나 베르그송보다 한 수 위인 것 같기도 하다.

 

P138 인류는 언젠가부터 이 거대한 우주가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위대한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철학의 시작이었다.

 

P140 “내 조국으로부터 구원받고, 신부들로부터 구원받고, 돈으로부터 구원 받았습니다. 나는 짐을 덜어내기 시작했어요. 가지는 족족 덜어버리는 거죠. 나는 그런 식으로 내 짐을 덜어내었습니다. , 이런 걸 뭐라고 하던가요? 나는 해탈하는 방법을 찾은 겁니다. 나는 인간이 되는 겁니다.”

 

P146 “나는 이제 자유로워.” ‘가 이렇게 얘기하니까 조르바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 당신을 묶어 놓은 줄이 다른 사람의 줄보다 좀 길 뿐이야.”라고 말한다. 그러자 나는이 끈을 언젠가 끊을 거야라고 말하고 조르바는 어려울 걸. 바보가 돼야 돼. 바보가 되지 않고는 자유로워질 수가 없어라고 한다. 바보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진창에서 뒹굴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모든 것을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뒹굴고 잃어야 깨끗하게 비워져 자유로울 수 있다.

 

P150 자유가 뭔지 아시오? 확대경으로 보면 세균이 물속에 우글거리지. 어쩔 테요. 갈증을 참을 테요, 확대경을 부숴버리고 물을 마실 거요? 난 물을 마실 거요. 그게 자유요.

 

나는 아무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Chapter 7 비범한 사람이 많으면 세상도 정의로울까?

-       <죄와 벌> ‘정의에 대하여

 

P152 정의의 문제는 늘 그 시대의 눈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선한 사람은 악을 응징함으로써 선을 표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한 사람은 오직 세상 속에 선을 확대하고 선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사례로 구현함으로써 사람들을 일깨우고 참여하게 만든다.

 

P171 법이란 권리와 자유를 서로 나누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정의의 최전선에 세워둔 첨병이다.

 

P174 이 책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가장 솔직해 지는 순간이다. 선과 악을 가르는 정의는 무엇일까? 존 롤스의 정의론을 보자. 롤스 이전 서양의 정의론은 대부분 공리주의적 입장이었다. 그러니까 다수에게 공평한 일이라면 소수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하버드 대학의 정치 철학 교수였던 존 롤스가 정의의 원리에 대해서 두 가지 주장을 하게 된다. 하나가 평등의 원리다. 이는 정의의 기준이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원리다. 따라서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은 정의의 원칙에 위배된다. 두 번째 정의의 원리는 기회 균등의 원리다. 이는 최소 수배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에만 불평등이 용인된다는 것이다.

 

P180 결국 잔인한 살인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끝을 맺는다. 법을 대신할 기준으로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죄와 벌을 통해서 그것이 사랑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Chapter 8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       <데카메론> ‘욕망에 대하여

 

P182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여름날 빨랫줄에 걸려 있는 속옷을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성()이라는 단어에서 연상하는 음침하고 축축하고 냄새 나는 것이 아니라, 뽀송뽀송하고 빳빳하고 비누향이 향긋한 속옷 같은 유쾌함이 있다는 뜻이다

 

P184 데카메론은 보카치오의 순수한 창작물이라기 보다는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보카치오가 가필을 해서 편집한 작품이었다. 괴로워하는 사람을 가엾게 여기고 위로하는 것이 인정입니다. 제가 한참 괴로워할 때 친구들은 세상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더 없는 위안의 말을 건넸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죽지 않고 살아났다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P189 데카메론은 패설임에도 사람의 본질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전의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 것이다.

 

P193 경봉스님이 나서서 선뜻 그녀를 업어준다. 은근이 질투심이 일어난 다른 승려가 어떻게 스님이 여인을 업어 줄 수 있느냐고 하자. 경봉스님은아니, 너는 아직 그 생각을 하고 있나? 나는 벌써 잊어버렸는데라고 대답한다.

 

P194 데카메론은 금서였다. 그러나 금지 된 것일수록 더 매혹적인 법.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담고 있어서 더욱 인기 있었다. 그럼 7명의 귀부인들은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 있었을까?

 

특히 이 책은 여인들을 위한 책이었다. 수동적인 사랑 밖에 할 수 없었던 그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는 책 말이다. 그래서 이 책 안에는 그녀들이 바라던 사랑 이야기가 모두 들어 있다.

 

P197 데카메론 속의 여인들은 자신의 욕망을 100% 충족시키려는 적극성을 보여준다. 보카치오는 사람들 옭아맨 윤리나 도덕의 사슬을 풀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함께 일종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P199 사랑하지만 집착하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오직 관계 만을 원할 뿐, 관계를 통해 다른 것을 원치 않을 때, 그것은 순수한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은 종종 집착으로 이어진다. 사랑이 집착으로 흐르지 않게 막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랑은 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되 집착하지 않는 것. 이 어려운 삶의 존재 방식이 인간 삶의 과제가 아닐까?

 

P205 농담이 성공할 때 친교는 두터워진다. 우리가 같은 것을 보고 웃는다면 그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고 소중한 일이다. 우리가 같이 웃는 그 순간 우리 깊은 인간적 갈망이 충족 된다. 같이 느끼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서로에게 닿는 것이 바로 농담인 것이다.

 

P211 데카메론은 영화로도 제작 되었다.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은 캔터베리 이야기, 아라비아 나이트, 데카메론까지 영화로 제작했다. 어떤 상황에서나 자연스럽게 발로 하는 욕망처럼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은 자유 의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던 감독이었다.

 

P213 데카메론 한마디로 인곡이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알려주는 낯뜨거운 이야기들이 나온다. 선악 판단을 초월한 이야기를 말이다. 또한 데카메론에는 낙천성이 살아 숨쉰다. 보카치오는 페스트로 피렌체 인구의 3분의 1이 죽어 나가는 상황을 우리 인간이 뿌리내린 현실이라 생각하고 절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우리가 만든 세상이 아무리 암담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구원할 수 있다는 희망, 그것이 바로 보카치오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일 것이다.

 

Chapter 9 새로운 인간학의 탄생

-       <향연> ‘이데아에 대하여

 

P215 재능이란 사랑만큼 신비한 것이다. 그것은 돌연 그것이 아닌 것들을 버리게 하고 아무 보상 없이도 온몸을 바치게 한다. 또한 욕망처럼 커다란 자기 격려는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통해 우리는 유일한 자기가 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은 다짐이 없이도 우리를 늦게까지 깨어 있게 하고 새벽에 일어나게 한다. 그 일을 위해서는 다른 일을 포기 하게 만든다. 그것은 떠나있으면 그리워지는 그런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찾아야 한다.

 

P216 인간학의 시작점인 플라톤의 사랑론을 살펴 볼 것이다.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에 대한 주석. 그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사랑에 대해 <향연>을 남겼다. <향연>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로 이어진다. 플라톤 이전 그리스 문학은 시뿐이었는데 플라톤에 이르러 산문이 등장한 것이다

 

플라톤이 없었다면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어떤 인물인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예순이 다 되어서야 플라톤이라는 걸출한 제자를 만났다. 당시 스무 살이던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와 8년 정도 밖에 같이 지내지 못했다. 플라톤이 28 살 때,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었기 때문이다.

 

P222 원래 사람은 둘이 한 몸이었다. 그래서 세상에는 남자와 남자, 여자 와 여자, 남자와 여자가 붙은 세 종류의 성이 있었다. 완벽한 존재였던 인간에게 위협을 느낀 신이 인간을 갈라 놓는다. 반쪽을 찾아 다닌다는 말은 바로 <향연>의 아리스토파네스에게서 유래된 것이다. 완벽한 존재에서 불완전한 존재로 전락하면서 그 결핍, 소외, 부재에서 욕망이 생겨났다. 이는 서양철학의 중요한 가설로 아리스토파네스에게서 시작되었다.

 

P223 아름다움을 생성하는 강한 힘인 에로스, 사랑에 대한 빛나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고전 <향연>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전에서 자신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신탁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어떻게 그런 신탁이 나왔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바로 무지에 대한 지의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후 그는 현명한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들의 무지를 일깨워준다.

 

P224 에로스는 아버지가 풍요의 신인 포로스이고 어머니가 가난의 신인 페니아이기 때문에 풍요와 결핍을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한다고 한다. 그래서 철학자 헤겔은 인간의 욕망은 충족 보다 늘 한걸음 앞서 간다고 말했다. 욕망이 충족 되는 순간에 결핍이 일어나고 그 결핍이 다시 욕망으로 바뀌면서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학의 저주다.

 

P227 가장 큰 범죄는 사유의 불능,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철학은 사유다. 그리고 사유의 목적은 선을 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을 행하기 위해서는 생각만이 아니라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내게 불이익이 생기고 내가 위험해져도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용기 만이 인류의 진보에 기여한다. 철학은 사유를 통해 신념화 하는 과정이다. 소크라테스 역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 사람이었다.

 

철학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신념을 가진 체계적인 생각을 일상생활에 지혜롭게 적용하는 것이 바로 철학적인 삶이다.

 

P229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새끼를 본능적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은 아주 지극히 당연한 일이랍니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체는 이 불멸성을 위해서 열정과 사랑으로 고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P230 중요한 것은 사랑을 영원히 소유하려는 욕망이다. 디오티마는 단순히 자식만이 아니라 지식도 낳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정신적 임신, 이것이 바로 지혜와 절제와 정의다. 지식에 대한 열정도 근본은 에로스에서 비롯된다.

 

P232

소크라테스는 마지막에 알키비아데스에게 육체의 눈이 희미해져야 정신의 눈이 트인다고 말해준다.

 

플라톤이 이 이야기를 마지막에 넣은 것은 소크라테스 통해 에로스 그 자체, 즉 사랑의 이데아를 보여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우리는 향연을 읽으면서 극과 극인 육체와 영혼, 지혜와 지식 그 사이의 어디쯤인가에 서 있는 우리 자신을 어디를 향해야 할지, 그 지향점을 찾게 된다. 이는 고전의 아주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세상에는 사랑 그 자체와 통할 만큼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사랑도 있다. 우리 사랑이 새로워질 때마다 우리는 사랑 그 자체에 다가가는 것은 아닐까? 사랑을 하면 할수록 사랑이 자라고 그 외연이 넓어지는 것은 아닐까? 소크라테스처럼 아름다움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경지에 이르면 우리 사랑도 무한대로 커질 것이다. 그러니 사랑을 멈추면 안 된다.

 

Part 2 거침없이 모험을 선동하라

 

Chapter 10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법

-       <오디세이아> ‘인생에 대하여

 

P238 집을 떠나 트로이에서 10년간 전쟁을 치른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에서 또 10년을 보내게 되는데 그 과정이 곧 오디세우스 삶의 절정 이었다. 고난은 그의 배를 깨뜨리는 천둥과 번개 그리고 바람과 파도, 게걸스럽게 인간을 먹어 치우는 괴물로 상징 되었다. 유혹에 빠지고 사랑에 매이지만 다시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삶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고향을 떠나왔다가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 갈 때까지 우리는 삶이라는 두려움과 모험이 가득한 여정을 살아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영웅의 삶이 아니라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인간의 인생과 다를 바 없다.

 

위험한 일을 만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불행한 일을 만나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게 하소서. 오디세이아에 흐르는 기조가 바로 이것이다. 10년간 방랑하는 오디세우스 이야기는 우리 인생의 축약판 이다.

 

P239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배경과 무대가 트로이전쟁이다. 트로이전쟁은 기원전 12세기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이다. 기원전 8 세기경, 이오니아 지방 지금의 터키 해안 출신의 호메로스라는 개인을 저자로 추정하고 있다.

 

기원전 12세기경부터 전승해 오는 이야기를 호메로스라는 걸출한 천재가 재구성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2 작품이 무려 2700 년이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경쟁력은 무엇일까?

당시 그리스인들의 삶의 방식은 전쟁이었다. 일리아스 와 오디세이아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수많은 인간 군상을 만들어 내고 그들을 통해 우리와 닮은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즉 인간이 고뇌와 도전, 좌절과 꿈을 통해 인간 통찰의 정수를 담아 냈다. 그것이 바로 이 두 작품의 매력이자 경쟁력이다.

 

P242 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운 칼립소와의 사랑 마저 뿌리치고 왜 그렇게 고향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의 귀향에는 아주 특별한 상징성이 담겨있다. 앞서 말했듯이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인생을 상징한다. 그래서 목적지는 아내 페넬로페이아가 기다리는 이타카지만 사실 목적 없이 떠도는 것이 인생이다. 그의 항해도 결국 궁극의 목적지는 없다. 어딘가 안주하고 주저앉는다면 삶은 한없이 보잘것없어지니 말이다. 바다로 나가 풍랑 속에서 세상을 경험하고 체험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P250 하루는 제우스와 헤라가 대화를 나누다가 여자와 남자가 사랑을 나누면 누가 더 즐거운지를 두고 말다툼을 하게 된다. 헤라는 남자가 더 즐겁다고 하고 제우스는 여자가 훨씬 더 즐겁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여자로도 살아 보고 남자로도 살아 본 사람에게 물어 보기로 한다. 테이레시아스는 교미하는 뱀을 지팡이로 쳤다가 뱀의 저주도 7년간 여자로 살았다. 그리고 다시 교미하는 뱀을 지팡이로 쳐서 남자로 돌아왔다.  그래서 그가 신들 앞에 서게 된다. 그는 제우스와 헤라에게 사랑의 즐거움이 열이라면 여자의 즐거움이 9이고 남자는 하나 밖에 안 된다고 말한다. 화가 난 해라는 그를 장님으로 만들어 버리고 미안해진 제우스는 그에게 예언하는 능력을 내려 주었다.

 

P252 최고의 모험은 저승으로의 모험이고 최고의 시련은 죽음을 보는 것이다. 죽음 근처에 가봐야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었을까? 아니 삶과 죽음은 그렇게 분리된 것이 아니라 결국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디세이아는 파도와 풍랑을 헤치는 모험뿐만 아니라 인간의 고뇌까지 파고드는 내적 모험까지 담고 있다.

 

P260 결혼은 연애가 아니라 시련이다. 관계란 신 앞에 바쳐진 자아라는 제물이 겪는 시련 말이다. 바로 이 관계 속에서 남녀는 비로소 하나가 된다.

 

P267 구혼자들의 아버지들이 복수를 위해 뭉치면서 이타카에는 다시 전운이 감돈다. 그때 아테네가 나타나 그들을 극적으로 화해 시키고 평화를 찾는 것으로 오디세이아는 끝나지만 사실 오디세우스의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항해할 운명을 타고난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간다. 그리스라는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었기에 그리스인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결국 오디세우스는 끊임없이 바다로 나가야 했던 그리스인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다는 두려운 곳, 미지의 세상이었다.  오디세우스에 등장하는 수 많은 괴물은 결국 그런 두려움들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오디세우스는 그런 두려움들을 모두 정복 함으로써 바다에 대한 안내도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오디세이아를 읽고 용기를 내어 바다로 나갔다. 오디세이아는 한때 그리스인들은 민족시였고 지금은 인류의 고전이 되었다.

 

오디세이아는 모험과 바다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정리가 된다. 오디세우스의 삶에서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법을 배운다. 삶은 각본이 없고 예측도 불가능한 모험이다. 바닥에 처박히는 것처럼 느껴져도 그런 추락은 미래에 벌어질 아주 좋은 일의 전조일 수도 있다. 돌아보면 자신에게 닥쳐 온 모든 일들이 좋은 일이었다던 오이디푸스 왕의 마지막 말이 오디세우스의 모험에도 그리고 우리 모험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Chapter 11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날개가 있다

-       <탈무드> ‘지혜에 대하여 -

 

P269 사람의 눈에는 검은 부분과 흰부분이 있는데 검은 부분보다 흰 부분이 더 많다. 그러나 사람은 희고 밝은 부분을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검고 어두운 부분을 통해서 본다. 결국 유대인이 이렇게 많은 인재를 배출해 낸 이유는 남다른 고통과 시련, 그 속에서 생겨난 지혜 덕분이다.

 

유대인은 어떻게 그 참담하고 대대적인 박해를 이겨내고 이런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내었을까?

그 대답은 성서와 탈무드에 있다. 특히 탈무드는 유대인이 어려서부터 받은 교육과 사유법이 담긴 책이다. 유대인은 혈연으로 정의되는 민족이 아니라 성서와 탈무드에 의해 같은 정신을 갖게 된 문화 공동체라고 정의하는 것이 맞다.

 

P270 연구 또는 배움이라는 뜻의 탈무드는 유대인들의 율법교사이자 재판관인 랍비들의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탈무드는 5천년 동안 유대인의 정신적 뿌리가 되어온 불굴의 방패이자 절대 가치로서 일상의 모든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원천이다

 

탈무드를 이루는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구분 하면 할라카와 하가다로 나눌 수 있다. 할라카는 율법이자 법률이고 하가다는 전승되는 일화나 설화 등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탈무드는 율법과 더불어 다양한 삶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P271 재미있는 이야기로 문화, 사회, 경제 분야 지식과 지혜를 두루두루 들려주는 이 책을 무엇이라 정의 해야 할까? 탈무드든 인간의 지적 활동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총체적 인문서 다. 또한 탈무드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실제적 삶에서 거론되어 온 문제를 주제로 삼아 역경을 극복하는 지혜를 담은 실용적인 인문서다. 유대인에게 탈무드는 절대적인 가치다.

 

그렇다면 탈무드의 지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그것은 수천 년의 물음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본성과 고뇌의 대한 물음, 문제의 근원과 해결 방법에 대한 물음, 등을 논쟁 하면서 얻은 지혜의 책이란 뜻이다. 탈무드는 유대인들에게 계속 질문 하라고 말한다. 질문이 답 보다 위대 하다는 의미다. 유대인들은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무슨 질문을 드렸니 라고 묻는다 중용이 탈무드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P273 유대인의 금전 철학

돈은 스스로 벌어 봐야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 현자에게 돈은 아름다운 여인에게 예쁜 옷을 입혀 주는 용도 밖에 없다. 돈은 선도 악도 만능도 아니다. 선악 판단은 돈의 주인인 인간의 몫이다.  유대인 역시 중용, 즉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돈을 버는 것은 싶다. 그것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우리는 매일 돈을 좇지만 인생에는 그것 말고도 추구해야 할 것이 많다. 돈은 단지 도구 일뿐이다. 인간에게 돈은 수단 일뿐 목적이 아니다. 인간답다는 것은 돈에 지배 당하지 않고 돈을 지배 하는 것이다.

 

P274 돈은 올바르게 사용 하면 좋은 것이 되고 나쁘게 사용하면 나쁜 것이 된다. 돈은 소홀히 해도 두려워해도 안 된다.

 

P275 유대인은 상업적인 거래도 긴 안목으로 하게 된다 이렇게 거래의 제 1 원칙, 정직이 생겨난다. 유대인 사이에서 신용은 사회적 생명이다. 유대인은 구두계약이라도 어길 시에는 유대인 사회에서 제명해버린다.

 

단순히 부자가 되기 위해 돈에 대해 배우라는 것이 아니다. 돈에 방해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 배우라는 것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돈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만큼 돈에 방해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P276 돈은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선물을 주고 나쁜 사람에게는 나쁜 선물을 준다 예를 들어 수십억 원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라도 대부분 불행해진다 심지어 복권에 당첨 되기 전보다 더 불행해진다 돈을 가질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돈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준비가 안된 사람에게 돈은 불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P278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유대인은 용서하고 있을까?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친위대의 중령으로 약 6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루고 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그가 저지른 대학살을 떠올리며 그가 악마처럼 생겼으리라 상상한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아이히만은 마치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생겼다. 그런데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죽일 의사도 없었고 군인으로서 상부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그 일을 했을 뿐이다.”

 

누구에게든지 악의 평범성이 있다. 악이라고 하는 것은 특별히 악인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평범한 사람들 사유하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생각하는 것에 무능력한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원수를 사랑하라, 죄를 용서하라, 죄를 짓지 말라고 하는데 이 말을 실천하려면 생각의 힘이 따라야 한다. 사유하는 사람은 우선 잘못하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고 만약 잘못하더라도 뉘우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

 

P279 학문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또한 미래의 꿈은 아이의 행복과 관계가 있으므로 어른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부든 뭐든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않는다. 부모는 그저 싫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은 최선을 다해라 라고 말하면 충분하다. 이처럼 아이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 마음대로 무언가를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유대인 부모들의 교육 방식이다.

 

P280 대답을 찾으려고 하지 마라. 그대신 좋은 질문을 해라. 친구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구와 함께 인생을 살지를 선택하라. 그리고 남을 초월하기 전에 자신부터 초월하라고 말한다. 유대인들에게 최고의 경쟁 상대는 어제의 자신이다. 배려를 통하여 삶을 가르치라.

 

P286 운이 좋아지는 비결

운이 좋아지는데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이유 없이 즐겁다. 그리고 잠시도 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꼭 이루고 만다.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셋이야말로 행운을 불러 들이는 열쇠다. 늘 즐거워하고 무엇인가로 바쁘고 목표를 향해서 애를 쓰면 당연히 운이 따르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는 보상을 바라지 마라. 그러면 언젠가 그 사람으로부터 예기치 않는 도움을 받을 때, 내가 운이 좋네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주고 잊어라. 오늘은 당신이 뿌린 씨앗이다.

 

Chapter 12 사랑을 준다는 것의 의미

-       <사랑의 기술> ‘사랑에 대하여

P290 사람들은 사랑을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사랑 받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학력으로 휘감고 몸을 치장하고 고혹적인 웃음을 가지는 것은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사랑 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주는 것은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것이 넘쳐나는 환희다. 내 안에 살아있는 떨림을 준다는 것이다.

 

사랑은 종종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매력적인 대상이 나타나면 사랑에 빠져 저절로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P291 이런 오해 때문에 사랑은 엄청난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하지만 오래지 않아 반드시 실패하는 활동이 되고 만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참여 하는 것이다. 신뢰가 신뢰로 교환되듯 사랑은 사랑으로만 교환되는 것이다. 사랑은 분리를 극복하고 서로 일체가 되어주는 노력이다. 사랑의 불꽃이 이 가슴에 타오를 때 저 가슴에서도 사랑이 깃든 줄 알게 되니 사랑은 오직 사랑할 줄 아는 힘에 의해서만 체험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여기저기 흩어져 떠도는 사랑의 개념들을 모아 꿰 맞추어 우리에게 사랑학을 제공한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잘 먹고 잘 입고 성적으로 만족하지만 자아가 없고 피상적인 접촉 외는 진정한 관계에서 소외된 채 소비하는 것을 행복 삼아 살아가고 있다.

 

세계는 우리의 거대한 식욕에 대한 커다란 유방이다. 우리는 젖을 빠는 자이며 영원히 기대하는 자이며 그래서 영원히 실망하는 자다. 물질적인 대상뿐 아니라 정신적인 것까지도 교환과 소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스스로 사랑하는 힘을 상실하고 영화 스크린 속의 감상적 사랑에 도취된 사랑의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P292 프롬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었던 것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수재인 프롬에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프롬은 어머니의 영향에서 벗어나기까지 수많은 여성 편력을 거치며 상실과 상처를 겪어야 했다. 1956년에 나온 사랑의 기술은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10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여인들과의 사랑은 프롬이 얼마나 어머니의 지배를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후 프롬은 그 두 여인과의 자기애적인 사랑에서 벗어나 비로소 또래와 사랑을 하게 되지만 그 여인도 죽고 만다. 상처로 무기력하던 그는 마침내 애니스 프리먼를 만나 안정된 결혼 생활을 누리고 사랑의 기술이라는 명저를 남기에 된다.

 

P293 사랑은 행운만 있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즐거운 감정이라기 보다는 기술이기 때문에 그 본질을 파악하고 걸맞은 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이트의 사고는 기본적으로 성에 의해 주도 되었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본질적으로 사랑 자체를 비합리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 비정상으로 기울어진 것이었다.

 

프로이트에게 성적인 부분만 채워지면 사랑은 이루어진 것이다. 반면 에리히 프롬은 거꾸로 사랑이 채워져야 성적인 것도 만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에리히 프롬처럼 사랑을 아주 고귀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과 짐승의 중간쯤에 있는 인간성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프로이트의 통찰력이 더 맞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P294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게는 그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롬은 우리가 사랑을 배우지 않고 생각만 하기 때문에 오류가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오류는 우리가 사랑하는 법이 아니라 사랑 받는 법을 먼저 배우려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오류는 자신이 사랑을 오래 못하게 되면 환경을 탓한다는 것이다.

 

프롬은 사랑하는 사람이 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아직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말이다. 사랑에는 인내도 있어야 하고 책임도 있어야 하고 존경도 있어야 한다.

 

P300 그들은 준 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교환가치만을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묻는다. 준 만큼 받아야 하는 사랑이라면 과연 생산적인 활동이냐고 결국 지금 뭔가를 주면서 다시 받을 것을 생각한다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은 시장형 인간인 것 같다.

 

P301 존경은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즉 다른 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끝으로 어떤 사람을 존경하려면 그를 잘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보호와 책임은 지식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맹목적 기대일 것이다. 그리하여 주변에 머물지 않고 핵심을 파고드는 지식이 중요하다. 이런 지식은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초대하여 상대의 관점에서 볼 줄 알아야 한다

 

P302 어린아이의 동기는 더욱 깊은 것, 즉 사물과 생명의 비밀을 알고자 하는 소망에서 나온다. 또 하나의 방법은 사랑이다. 알고자 하는 나의 욕구는 합일에 의해 충전된다. 융합의 행위를 통해 나는 당신을 알고 나 자신을 알고 모든 사람을 안다. 합일의 경험에 의해서만 인간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P305 처음에는 어머니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고 나중에는 아버지가 절도, 원칙과 규칙을 부가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랑을 주지 않는 단계를 밟는다. 그런데 둘 다 완전하지 않으므로 자기 안에서 어머니 같은 모습과 아버지 같은 모습을 조화 시켜야 비로소 성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어머니의 영향이 더 강하게 남아 있는 사람의 경우 결혼 후 상대에게 어머니를 투사하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 하다가 상대가 들어주지 못하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자기 사랑을 나누어 줄 힘은 없다. 왜냐면 여전히 어린아이이기 때문이다.

 

반면 아버지 영향이 더 강하게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가혹하고 냉정하다 상대를 노예처럼 부리며 그 위에 군림한다. 자신의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아내와 남편의 관계가 아니라, 왕과 신하의 관계로 돌변해 버린다.                                                                                                                                                                                                                                    

 

P307 우리가 원하는 사랑의 본질은 합일이고 합일로 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에 대해 논쟁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들여다보고 재발견함으로써 사랑의 힘을 키워 나가는 험난한 가시밭길 걸어야 한다.

 

P309 그렇게 최고의 경지에 오르면 너와 나 두 사람만 사랑하는 2인용 이기주의에서 벗어나게 된다. 둘만 사랑하고 나머지 사람들 사랑하지 않는 것은 결국 사랑의 실패를 의미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사랑하든 사랑의 종류는 다르겠지만 형제는 형제애로, 동료는 동료애로, 인류는 일류애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크기를 넓혀야 한다.

 

자기애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으로 이기주의와는 다르다. 에리히 프롬은 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류의 보편성이 자기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기애라는 것은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고 좀 더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프롬은 말한다.

 

P310 자기가 흔들리고 있으면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기 어렵다. 그러면 상대방도 나를 믿고 사랑하기 어렵다. 신앙은 결국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약속하고 지키려면 자기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약속을 지키면 자기에 대한 신뢰는 점점 상승하게 된다.

 

자기를 꽉 잡고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자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제대로 관찰하는 것 말이다. 에리히 프롬도 우리에게 각자의 정신적 상황에 대해 매우 민감해야 된다고 말한다.

 

우울해지면 그 우울이 어디서 비롯 되는지 물어보고 분노가 생기면 분노하는 정신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말한다. 분노가 타당한 것인지 어디서 발생한 것인지 과거에 어떤 상황이 증폭된 것인지 등을 스스로에게 물어 봄으로써, 스스로를 믿고 신뢰하고 자신의 결정을 존중 하는 것이다. 그 순간 당신은 성인이 된 것이다.

 

P313 공정하다는 말은 내가 준 만큼 너도 줄 것이다. 내가 준 만큼 너도 주면 된다는 거래의 법칙이다. 이 속에서 과연 사랑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세상이 어떻든 우리는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나를 바꿈으로써 시작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은 주는 힘이다. 그리고 훈련하지 않고 주는 힘을 키울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사랑이다.

 

Chapter 13 한국인을 말하다

-       <삼국유사> ‘전통에 대하여

 

P316 다양성의 원칙이다. 자신의 고유한 것을 가지고 세계인에게 동의와 감동을 얻어낼 수 있으면 그 차별성 때문에 주도적인 번영의 길로 성장에 갈 수 있다.

 

글로벌시대 차별화의 원천은 자기다움이다. 그래서 묻는다. 한국인은 누구인가? 이것은 글로벌시대 반드시 우리가 풀어내야 하는 질문이디. 그리고 그 한가운데 우리 이야기로 가득한 삼국유사가 자리하고 있다.

 

일연이 살았던 13세기는 국내외로 변화의 시대였다. 한족의 송이 저물고 몽골인들의 원이 중원의 지배자가 되었다. 문신이 지배하던 고려는 무신정권 시대로 접어든다.

 

환경의 변화는 생각의 변화로 표현되었고 일연은 중국의 시선이 아닌 우리 시선으로 역사 속에 나를 담아보고 싶어했다. 단군신화는 이렇게 해서 우리의 역사 속으로 스며들었다. 향가는 중국의 시가가 아닌 우리의 정서를 담아낸 우리 일상으로 채록되었다. 삼국유사는 우리의 이야기들 모은 책이다

 

P329 지나고 나면 인생은 꿈 같은 것이다. 삶에는 정해진 아무런 목표도 없다. 삶의 유일한 목표가 있다면 삶 자체다. 여행의 목적이 목적지에 닿는 것이 아니라 여행 자체인 것과 같다. 하지만 인생이 현실만으로 만들어 졌다고 여기지 말자. 현실에 갇히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균형을 잡아 가는 것이다. 가지고 태어나는 것과 살면서 얻은 것, 현실과 꿈, 사실과 허구, 지금과 미래가 실처럼 얽힌 양 극단 사이의 어느 점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삶이 힘 겹게 느껴지는 바로 그때가 우리 안에서 더 깊은 힘을 찾아내는 기회가 된다. 시련에 대한 부정은 결국 삶에 대한 부정이다.  그러니 내게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예라고 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자신의 길을 따라 걷다가 혹시 새똥이 옷깃에 떨어 지더라도 너무 화를 내지도 말고 그걸 닦느라고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길. 현재 처한 상황을 웃음으로 바라보면 영적인 거리를 얻게 될 테니까.

 

P344 오늘 어머니가 이전에는 거친 음식을 먹어도 마음이 편했는데 요즘은 쌀 밥을 먹어도 속을 찌르는 것 같으니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딸이 사실대로 말해 어머니가 너무 속이 상해 소리 내어 통곡을 했답니다. 딸은 자기가 어머니의 배를 부르게 해 드리는 것만 생각하고 마음 불편하게 해드린 것을 생각지 못한 것을 탄식하면서 저렇게 껴안고 울고 있는 것입니다.

 

P349 김춘추의 부인인 문명 왕후 문희가 그 주인공이다. 김유신의 막내 누이였던 문희는 언니 보희가 꾸었다는 해괴한 꿈 이야기를 듣는다. 꿈속에서 보희가 서악에 올라 오줌을 누었더니 온 서울에 오줌이 가득해졌다는 것이다. 문희는 비단 치마를 주고 그 꿈을 샀고 열흘 뒤에 김춘수가 집으로 찾아온다. 김유신이 일부로 김춘추의 옷자락을 밟아 고름을 떨어지게 하고는 꿰매주겠다며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문희가 김춘추의 옷을 꿰매주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문희는 김춘추의 부인이 되어 문무왕을 낳는다.

 

문희는 자기 운명에 대한 통찰과 예지가 있었던 것 같다. 삼국사기는 문희가 옅은 화장과 가벼운 옷단장에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눈부시게 했다 라고 묘사되어있다. 한마디로 문희는 재기와 미모를 겸 비한 여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문희의 특징을소극적인 적극성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P350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했다. 과거는 과거의 눈이 아니라 현재의 눈으로 보아야 역사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삼국유사에 담긴 수 많은 이야기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Chapter 14 토크빌은 어떤 민주주의를 보았는가?

-       <미국의 민주주의> ‘선택에 대하여 -

 

P353 1931년 허가는 났지만 여행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토크빌은 자비로 미국을 여행하면서 신생 국가에 민주주의가 실행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다른 사회적 조건을 지닌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 민주주의를 실현할 길을 찾고 싶었다. 여행을 마친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두 권의 책을 출판해 크게 주목 받았다.

 

P355 토크빌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두려운 점으로 다수의 횡포를 꼽았다. 또한 그는 민주주의가 자유롭기 때문에 무질서로 흐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해악에 지나지 않고 그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진행되는 노예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물처럼 촘촘한 규칙들 속에서 사람들이 창조력을 잃어나며 소시민화 된다는 것이다.

 

P367 그들은 어떤 사람에게도 빚진 것이 없으며, 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홀로 지낸다는 생각을 습관화하고 있으며 그들의 운명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자기 조상을 잊게 하고 후손에 무관심하게 하며 동시대인에게서 고립되게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언제나 자신에게만 매달리게 하고 마침내는 인간을 완전한 고독에 가둘 위험이 있다.

 

P377 민주주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통찰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 그래서 장점만큼 위험도 많이 내포되어 있다. 민주주의 시대가 안고 있는 해악 중 대표적인 것은 물신주의와 세속주의다. 새로운 정치 체제 인 민주주의 하에서 기존의 종교, 철학, 문학 등 풍요로운 지적 자산은 힘을 잃고 미국인들은 돈과 성공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습적인 신분이 돈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신분으로 바뀌면서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Chapter 15 보다 완전한 세계를 그리다

-       <동방견문록> ‘여행에 대하여  -

 

P378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겨우 한 페이지를 읽을 뿐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나는 내 몸이 우주의 일부임을 느꼈다. 땅 위를 걸으며 대지와 하나됨을 느꼈다. 방랑이야 말로 삶의 본질이며 영혼를 자유롭게 해 주는 것이라는 사실도 느꼈다. 편견과 편협과 고집스러움이 여행을 통해 치유되었다.

 

P384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은 르네상스와 대항해 시대가 열린다. 콜럼버스, 바스코 다가마 등은 항해에 나서기 전에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반드시 읽고 공부 했다. 세계를 향해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동방견문록은 경전이었던 셈이다.

 

P391 후퇴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고 사방에서 적의 주의를 맴돌며 여기저기서 활을 쏘아 댄다. 말을 어찌나 잘 훈련시켜 놓았는지 마치 개처럼 신속하게 이곳 저곳으로 방향을 바꾼다. 또한 그들은 도망치면서 활을 들고 재빨리 몸을 돌려 엄청난 화살 세례를 퍼부어 적진의 말과 사람들을 죽인다. 적이 그들을 무찌르고 정복했다고 믿었다가 도리어 많은 말과 사람들이 살해되어 패배하고 마는 것이다.

 

몽골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당시 가장 빠른 병기인 말을 보유 했다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는 유목민의 정신을 들 수 있다. 징기스칸의 몽골군은 10만이 되지 않았다. 10만도 안 되는 병사들 이끌고 당시 세계라고 일컬어지는 곳들을 모두 정복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어딘가 정착 하지 않는 유목민의 정신을 노마드 정신이라고 부른다.

 

Chapter 16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다

-       그리스비극1 <오이디푸스 왕> ‘운명에 대하여

 

P412 처음에는 절대 오이디푸스가 범인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가 양파 껍질이 벗겨지듯이 하나하나 진실이 드러나고 운명의 덫에 걸려드는 박진감과 긴박감이 바로 그리스 비극의 위대한 구성력이다.

 

P418 비극은 신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므로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비극 속에서 우리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아모르 파티, 바로 내 운명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위대한 장정이 바로 인간의 길이라고 그리스인은 생각했다.

 

어머니 이자 아내이던 이오카스테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자살한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목매달아 죽은 이오카스테의 시신 앞에서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스스로 장님이 된다. 오이디푸스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추악한 진실 앞에서 스스로 눈을 찌르고 끝까지 진실을 견뎌내야 하는 자로 선택 되었다.

 

P420 암흑에 갇힌 그는 새롭게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그는 테베에서 쫓겨나 정처 없이 떠돌다 콜로노스의 신성한 숲에 당도한다.

 

쓰라린 고통으로 다져진 오이디푸스의 시신을 거두어 주는 나라는 전쟁의 승리와 대지의 번영을 약속 받으리라는 신탁이었다. 이제 그의 더럽혀진 육체는 승리와 번영을 상징하는 신성한 성물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저 존재 자체가 잘못이었던 오이디푸스는 고통을 통해 끝내 신들에게서 구원 받았고 스스로를 구원하게 되었다.

 

Chapter 17 배려를 통해 다름을 껴안다

-       그리스비극2 <안티고네> ‘화해와 공존에 대하여 -

 

P423 양심과 법, 이상과 현실 사이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나? 선택은 각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이 갈림길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든 비극이 뒤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대립은 충돌과 희생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용과 배려가 중요하고 이를 통한 공존의 길이 절실한 것이다.

 

에필로그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을 위한 인생 지도

 

P440 너는 현명 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너무 진지할 것 없다. 지나친 진지함은 너를 괴롭힐 것이다. 삶은 즐거운 활동이다. 그 가치가 아무리 크고 무거워도 기쁨으로 해야 한다. 황홀 하지 않은데 몰입할 수 있겠느냐?

 

이 수업이 황홀한 몰입이었기를, 더불어 우리의 삶도 이와 같기를.

 

3.     내가 저자라면

 

고전은 오래된 책이다. 그 긴 세월을 지니는 동안 퇴색되지 않을 만큼 버틸 수 있었던 인류의 근육이며 신경체계인 것이다. 그러나 고전은 단지 오래된 책이 아니다. 고전은 진실에 진실한 작가들이 쓴 책이다.’

 

이 책을 들고서 중학교 때 선생님 생각이 났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국어선생님이셨던 담임선생님께서는 항상 ‘고전’을 많이 읽으라고 말씀하셨었다. 글짓기를 좋아하던 내게 글짓기 대회에 나가도록 지원하셨던 분이다. 좋은 글은 고전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니 고전을 읽는 습관을 들이라고 하셨었다. ‘좁은 문’, ‘지와 사랑같은 책을 사 주시곤 하셨던 선생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때 선생님께서 주신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전교 1등으로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좋은 성적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성적 때문이기도 하고 고전이 너무 어렵기도 해서 나의 고전 읽기는 계속 미뤄지고 말았다.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을 다 읽고 그 때 그 시절에 이와 같은 책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중생에게도 성적에 연연해 하는 것보다 인생의 지침이 될 한 권의 고전을 만나는 것이 훨씬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성인이 되어 고전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헤매곤 했다. 이 책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안내자한 분을 두게 된 것 같아 든든하다. 특히 성장을 이야기하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자유를 이야기하는 <그리스인 조르바>는 특히 마음에 든다.

 

선생님이 쓰신 원고로 고전의 기둥을 세우고, 원전이라는 서까래를 올리고, 83시간, A4용지 1000여 장의 분량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마음편지>로 뼈대를 잡고, <칼럼>이라는 살을 붙이면서 원고를 한 꼭지씩 완성해 나갔습니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책이라니!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한 생생한 문체는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책은 이렇게 공을 들여서 만들어지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Part 1 무엇을 욕망할 것인가

 

Chapter 1 이룰 수 없는 꿈 하나를 별처럼 품다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젊음에 대하여’-

 

Chapter 2 다산은 무엇을 꿈꾸었는가?

-          <다산문선> ‘배움에 대하여

 

Chapter 3

천 개의 운명과 변신모험을 선동하라!

-          <그리스 로마 신화> ‘도전에 대하여

 

Chapter 5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찾는 삶

-          <허클베리 핀의 모험> ‘성장에 대하여  -

 

Chapter 6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          <그리스인 조르바> ‘자유에 대하여  -

 

Chapter 7 비범한 사람이 많으면 세상도 정의로울까?

-          <죄와 벌> ‘정의에 대하여

 

Chapter 8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          <데카메론> ‘욕망에 대하여

 

Chapter 9 새로운 인간학의 탄생

-          <향연> ‘이데아에 대하여

 

Part 2 거침없이 모험을 선동하라

 

Chapter 10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법

-          <오디세이아> ‘인생에 대하여

 

Chapter 11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날개가 있다

-          <탈무드> ‘지혜에 대하여 -

 

Chapter 12 사랑을 준다는 것의 의미

-          <사랑의 기술> ‘사랑에 대하여

 

Chapter 13 한국인을 말하다

-          <삼국유사> ‘전통에 대하여

 

Chapter 14 토크빌은 어떤 민주주의를 보았는가?

-          <미국의 민주주의> ‘선택에 대하여 -

 

Chapter 15 보다 완전한 세계를 그리다

-          <동방견문록> ‘여행에 대하여  -

 

Chapter 16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다

-          그리스비극1 <오이디푸스 왕> ‘운명에 대하여

 

Chapter 17 배려를 통해 다름을 껴안다

-          그리스비극2 <안티고네> ‘화해와 공존에 대하여

 

욕망과 모험이라는 큰 주제 아래 배치된 젊음, 배움, 도전, 고뇌, 성장, 자유, 정의, 욕망, 이데아, 인생, 지혜, 사랑, 전통, 선택, 여행, 운명, 공존이 한 권의 고전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이다. 목차의 소 제목들만 보아도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에도 고전 읽기 열풍이 불고 있다. 실제로 초등 4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고전 읽기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고전 읽기는 어쩌면 교과목보다 더 중요할 것 같다. 아이들이 고전을 잘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제대로 된 책이 있으면 좋겠다.

IP *.65.15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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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9:05:30 *.133.122.91

정은씨-- 중학교때 잃어버린 고전을 다시 찾으신 것 같아서 보는 이도 참 흐뭇했답니다. 다만, <그리스인 조르바>챕터6. 이후에 '마음에 무찔러드는 구절'에 개인적인 소회가 더 이상 없어서 급하신 마음에 올리셨으리라 추측되고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올리신 것만으로도 커다란 박수를 보냅니다.

 

3주차에 접어드셨는데, 어떻게 조금은 익숙해지셨는지 궁금하네요. 자-- 이제 시작이니만큼 이제는 어떻게 이 과정을 패턴화 시킬까 연구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저자라면' 부분을 예스24나, 인터넷 교보문고에 올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이렇게 정성스럽게 올리신 북리뷰는 다른 분들과 공유하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것 같아서요.. 부탁드릴께요. 그리고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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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5 18:11:12 *.65.152.86

네~~ 감사합니다. 예스 24 북리뷰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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