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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일 13시 23분 등록

괴테와의 대화 북리뷰

 

2014.03.03, 이동희

 

1. 저자에 대하여 요한 페터 에커만 (1792 ~ 1854)

 

예나 지금이나 의지할 곳 없는 홀홀 단신으로 세상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잘해야 한다. 첫째는 스스로를 일으키기 위해 공부에 전념해서 성취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자신을 이끌어줄 사람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사람을 직접 찾아 나설 수 없으므로 책을 통해 본받을 사람을 갖게 되고 꿈을 키우게 된다. 나의 어릴 적 기억에 이 두 가지에 대해 고무되어 제대로 해본 바가 없어 늘 아쉬움이 컷으며, 내 인생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에커만은 이러한 부분에서 인생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빈민에 가까운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세상의 문화를 모르고 무지렁이로 자란 그는 그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사람과 세상의 부름(전쟁)을 통해 좀더 넓은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기를 자각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겨 한 걸음 한 거름 나아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 사람이다. 그의 유년은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내며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갖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돈이 없으니 직업을 가져야 했고, 공부와 문학에 대한 성취 목표가 있었으므로 직업이 방해가 되었다. 젊은 시절 세상에 대한 판단과 스스로의 앞길을 결정하는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에커만도 혼란의 시기는 있었으나 그는 삶의 의미를 좇아 도달한 문학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고되지만 생의 기쁨을 맛보며 시학 논고라는 책을 내기에 이른다.

 

시학 논고가 에커만에게 주는 의미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열쇠인 것이다. 자신의 성취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은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내보이려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다. 그리고 그 작은 성취에 대한 사랑과 비판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나면 비로소 세상은 그 사람을 알아 보게 되는 것이다. 에커만의 성취인 시학 논고를 괴테에게 보내고 만남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세상은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운명적 만남일까? 70대의 만년의 괴테는 무엇보다 그간 진행하던 많은 미완성의 저작물과 생을 마치기 전에 마무리 해야 할 자신의 많은 저작물들에 대한 정리가 절실 했으므로 이를 완수하기 위한 조력자가 필요 했으리라 생각된다. 에커만은 좋은 가문이 있던 것도 아니고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니 괴테 입장에서 그의 사람됨과 능력만 있으면 자신의 일을 도울 조력자로 곁에 두고 오래 같이 일하기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에커만의 입장에서는 당대 최고의 문호인 괴테 곁에서 문학과 세상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온 세월에 대한 보상이 되었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어쩌면 이런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진 우연이 아닌 필연일 지도 모른다. 괴테는 말년에 여러 저작물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편집자 역할을 맡아준 에커만에게 감사의 말을 직접 표시하며 고마워 했다.

 

에커만은 그의 연보를 보면 괴테를 만난 것과 궁정 일에 관여한 것 외에는 크게 두드러진 면은 없어 보인다. 또한, 괴테와의 대화 외 두드러진 저작이 보이지 않는 것도 그의 청년기 문학에 대한 열정에 비하면 의아한 부분이 있다. 특히, 괴테와의 대화가 발간된 뒤 본인 만의 길을 찾아 문학에 대한 성취를 이루리라는 전망을 갖게 하는데 비해 그의 연보를 보면 특이한 사항이 없는 것이 매우 아쉽다. 어쩌면 괴테라는 너무 큰 세계를 본 후 문학에서의 성취를 이루려는 본인의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괴테와의 대화 내용을 보면 에커만의 다양한 역량이 보인다. 시에 대한 열정, 당대 문학에 대한 비평, 새에 대한 박식함과 관찰 경험, 식물에 대한 해박함, 활과 화살을 직접 제작하는 과정에서의 노력, 매일 극장을 찾아 공연을 관람하는 열정 등이다. 괴테와의 대화에서 보여주는 겸손함과 괴테에 대한 경외감과 공경의 이미지 또한 에커만의 사람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색채론 부분에서 괴테의 이론에 대해 에커만이 의심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괴테에게 에커만은 자신의 발견과 이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말하고, 괴테 색채론에 대해 논할 때는 에커만 자신도 대단한 관찰자이며 자연 과학도로서의 소질도 보이고 있다. 에커만은 어릴적에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을 그런 자질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괴테와의 대화 중에는 그의 아내에 대한 얘기만 나오지 그외에 연애에 대한 얘기는 일절 나오지 않는다. 시심이 풍부하고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너무 조용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 연보에 이렇게 쓰여 있다. 7년간 젊은 여배우 아우구스테 클라치히를 깊이 연모함이라고 말이다. 젊은 사람이 객지에 홀로 사는데 어떻게 연인이 없었을까? 10살 차이의 어린 약혼녀는 멀리 두고 괴테 옆에서 생활하는 것도 고통이 아니었을까? 그는 거의 40이 되어서야 약혼자인 요한나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3년간의 결혼 생활을 뒤로한 채 사별하게 된다. 이후 연보를 보게 되면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는 부분이 나오는데 아마도 홀로된 중년의 한 남자로서 에커만은 바이마르의 사교계와 궁정 생활 등에 활동하느라 많은 돈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괴테의 죽음과 연이은 아내의 죽음에 따르는 상실을 무엇으로 채웠을까? 아내가 죽은 후 2년뒤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 1부와 2부가 출간되기에 이른다.

 

한 사람으로서 에커만을 볼 때 사람의 재능에 비해 자란 환경이 아쉽고, 괴테라는 너무 큰 산에 가서 어쩌면 자신을 잃어 버리고 괴테의 조력자로만 남은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하지만 그로 인해 괴테와의 대화라는 놀라운 작품 아닌 작품을 세상에 내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의 소명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괴테와의 대화에서 에커만이 보여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놀라워하며 탄성하고 깊이 존경하는 마음은 그를 더 큰 세상으로 이끌었고, 괴테로부터 늘 곁에 있을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게 하였던 것이다. 

 

* 괴테와의 대화 2의 작가 연보 참조

연도

주요 사항

1792.9.21

루에 강변의 소도시 빈젠에서 출생

1799 ~ 1808

이따금 학교를 다님. 행상하는 아버지를 따라 엘베 강 유역의 귀네부르크 북부 지역을 돌아다님

1808

빈젠에서 법원 서기로 취업. 이후 여러 도시에서 근무

1811.1.30

에커만의 부친이 68세로 사망.

1813 ~ 1814

나폴레옹에 대항하는 해방전쟁에 자원병으로 종군. 네덜란드 회화를 접함

1814

빈젠으로 돌아옴

1815 ~ 1821

하노버에서 김나지움에 다님. 문학 공부에 전념하면서 첫 번째 시집 발간.

1818.3.27

에커만의 모친 66세로 사망

1819

노르트하임에서 17세의 요한나 베르트람과 약혼

1821

괴팅겐에서 법학 공부. 바이마르를 처음으로 방문

1822 ~ 1823

자유문필가로 활동. ‘시학 논고발간

1823.5.25

엘펠데를 떠나 괴팅겐을 경유하여 바이마르로 감

1823.6.9

괴테에게 면담 신청. 다음 날 괴테를 처음으로 만남

1823.6.22 ~ 9.30

괴테가 마리엔바트에 있는 동안 에커만은 예나에 머무름

1823.10.1

바이마르로 다시 돌아옴

1825.5.24

괴테가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를 정독함

1825.11.7

에커만이 괴테의 협조로 예나 대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음

1825

엘베 강, 함부르크, 하노버 등지를 여행

1826~1831

젊은 여배우 아우구스테 클라치히를 깊이 연모함

1829

황태자인 카를 알렉산더의 가정교사가 됨

1830.4.22

괴테의 아들 아우구스트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남. 아우구스트가 이 여행에서 사망 (1830.10.27)

1830.11.23

이탈리아 여행에서 바이마르로 돌아옴

1831.11.9

약혼 후 12년 만에 약혼녀인 요한나 베르트람과 결혼식을 올림

1832.3.1

바이마르 시의 시민권 획득

1832.3.22

괴테 사망

1834.4.30

에커만의 아내 요한나 사망

1834

대공비 마리아 파블로브나의 후원을 받아 북독일 (함부르크, 헬골란트) 지방으로 여행

1836

괴테와의 대화1부와 제2부가 라이프치히의 출판사 브로크하우스에서 출간됨.

1843.2.16

궁정 고문관으로 임명됨

1844.6

에커만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다 바이마르를 떠나 하노버로 감

1846.5

바이마르 궁정이 에커만의 부채를 떠안고 재정 지원을 보장함으로써 에커만이 바이마르로 되돌아옴

1848

괴테와의 대화3부 발간

1854.12.3

62세의 나이로 바이마르에서 사망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괴테와의 대화

 

P8

책이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기의 운명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P9

우리는 이 뛰어난 인간과 그의 정신을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다른 빛을 반사시키는 다면체의 다이아몬드에 비교해도 좋을 것이다. 말하자면 괴테는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그가 만나는 인물에 따라서 다양한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경우에도 아주 겸손한 의미에서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이것은 나의 괴테, 라고 말이다.

 

한 사람을 다이아몬드로 비유한 사례는 처음 접한다. 일단 금강석이니 가장 단단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괴테의 인물 됨이 금강석과 같이 굳건함을 뜻할 것이다. 그리고, 다면체를 이야기 함으로써 다방면에서의 그의 성취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둘을 합해서 보면 어느 면에서도 뒤쳐지지 않고 금강석과 같은 성취를 이룬 인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책을 모두 읽기 전에는 괴테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이 글귀의미를 몰랐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이 문구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느끼게 된다.

 

P10

사람들이 진리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이 다만 하나의대상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에라도 결코 작거나 협소하거나 제한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아무리 단순한 것이라 할지라도 동시에 포괄적인 그 무엇이고, 넓고 깊은 자연법칙의 다양한 계시들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쉽게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진리는 주장한다고 해서, 아니 주장에 주장을 거듭한다고 해서, 혹은 주장과 반론을 거듭한다고 해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총합해야만 비로소 근사치에 도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목표 자체에 도달한다는 것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P18

나는 인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간은 그가 아주 우연하게 행한 일을 통해서 자신에게 잠재해 있는 더욱 높은 것을 배우게 되는 법이라고. 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는 보잘것없는 일이었지만 나의 인생 전체에 하나의 전기를 마련해 주었고, 잊을 수 없는 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우연하게 행한 일은 우연이 아니었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 걸음의 용기에 의해 발생하는 기연이다. 인생은 이 무수한 우연을 가장한 기연을 통해 기막힌 인생의 드라마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P19

그러나 부모님은 두 분 다 농부 출신인 데다가 밭일이라든지 가축 기르는 일밖에는 별다른 일이 없는 시골 출신인지라, 화가라고 하면 기껏해야 대문이나 건물을 칠하는 칠장이 정도로 이해했다. 그래서 아주 걱정스럽게 나를 말리면서 그 일은 아주 지저분하기도 하거니와 위험하기도 해서 목이나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으며, 게다가 함부르크에는 8층 건물 같은 건물도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의 생각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라는 직업에 대한 나의 흥미는 사라지고 말았다. 지방 행정관의 친절한 제안도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부모와 환경은 실로 중요하다. 보는 것이 다라고 아는 것도 일천하여 자식의 재능을 세상에 내 보내 연마할 기회도 못 준다면 이는 큰 문제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세상이 크고 나아가 재능을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든 부모가 아이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이고 희망이어야 한다.

 

P23

그래서 나는 곧 깨달았다. 화가가 되려면 좀 다르게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 식대로만 한다면 헛수고에 지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스승 밑으로 들어가서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시작하리라는 계획을 세웠다.

 

성취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 튼튼한 기초와 대가로부터 배운 놀라운 기법이다. 구본형 선생께서 가르쳐 주신 매일의 힘은 기초가 될 것이고 그의 책을 통해 전달해준 많은 인생의 변화 기법은 큰 성취를 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P27

나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것을 접할 때마다 깊은 감명을 받아 나도 그런 것을 생산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는데, 그 점은 테오도르 괴르너의 시집을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에커만의 성격인데 책 내용 중에 활과 화살을 만드는 부분은 놀랍다고 하겠다. 초등학교 시절 집앞의 산에서 대나무를 베어와서 활과 화살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고, 각목을 칼로 다듬어 야구 방망이를 만들어 썼던 기억이 있다. 누가 나의 그런 재능을 일찍 알아봐 주었다면, 나 스스로 나의 놀라움을 일찍 깨달았더라면? 과연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같다. 이는 다음 십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데 고려해 봐야 겠다.

 

P29

이 무렵 나는 처음으로 괴테라는 이름을 듣고는 그의 시집 한 권을 샀다. 나는 그의 시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말 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었다. 비로소 눈이 뜨이기 시작하고 참다운 자각에 도달하는 듯한 느낌이었으며, 이 시들 속에는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의 내면이 비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나처럼 단순하기만 한 인간의 생각이나 느낌으로는 미치지 못할 낯설고 현학적인 요소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보편성의 효과인가? 대단한 것들은 정말 보편적이며 편재되어 있는 것들 속에 있는가? 그것들은 늘 곁에 있어서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인가? 괴테는 단순하기만 한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을 어디에서 얻었을까? 자신에 대해 몰입함으로써 모든 인간에 공통적으로 내재해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그 것에 집중함으로써 보편성을 확보한 것인가?

 

P30

우리가 자신의 내면뿐만 아니라 외부의 다양한 세계를 더욱 분명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바로 괴테의 작품이 나에게 그런 영향을 주었다. 나는 그의 작품을 통하여 구체적 대상과 인간의 특성을 더욱더 잘 관찰하고 파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통일성의 개념, 즉 한 개인이 자기 자신과 가장 내밀한 조화를 이룬다는 통일성의 개념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연현상이든 예술 현상이든 간에 그 어마어마한 다양성이라는 수수께끼를 더욱더 잘 풀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잘 관찰하고 파악하는 것 이것이 소통의 첫 단계가 아닐까 한다.

 

P31

나는 깨달았다. 이런 위대한 작품들에서 내가 이해하게 되는 것은 다만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것뿐이며, 특수한 것에 대한 이해는 언어적인 면이나 역사적인 면을 막론하고 학교나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적 지식이나 일반교양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밖에도 여러 측면에서 주목하게 된 바로는 제아무리 애를 써봤자 헛수고일 뿐이며, 고전적 교양 없이는 그 어떤 시인도 자신의 말을 능숙하게 힘차게 운용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내용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P39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또 활용하고 싶다고 생각도 없었던 것을 이루겠다는 망상과 함께 대학에 들어간 후 나는 바로 법률 공부를 시작했다. 게다가 이 학문이 나의 적성에 아예 반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내 머릿속이 다른 계획이나 시도로 가득 차 있지만 않았더라면 기꺼이 그 공부에 몰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나는 불행하게도 마음속으로 다른 애인을 남몰래 품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청한 상대방에게 이것저것 온갖 트집을 잡는 처녀와도 같은 처지였다.

 

젊음은 늘 그렇게 많은 것에 욕심을 부린다.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좌절하게 된다. 그런 결과 마침내 인생의 참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P41

괴테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시인들 중에서 내가 진정으로 신뢰하는 인도의 별로서 날마다 우러러보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은 나의 사고방식과 일치하며 조화를 이루었고 나를 언제나 더 높은 사상으로 고양시켰다. 나 또한 다양하기 그지 없는 대상들을 다루는 그의 고귀한 예술의 근본을 더욱더 탐구하고 모범으로 삼고자 노력했다. 그러므로 그를 향한 나의 사랑과 존경심은 거의 열정이라 할 만했다.

 

P42

도중에 극심한 더위로 힘든 고비를 수없이 넘어야 했지만 마음속으로 이제 내가 훌륭한 분의 특별한 인도를 받고 있으며, 이번 여행길이 앞으로의 내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예감을 거듭 되새기면서 위안을 삼았다.

 

어쨌든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누군가의 뒤를 좇아가는 것은 말이다.

 

P45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의 얼굴은 참으로 힘차고 햇볕에 그을린 갈색이었으며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그 주름살 하나하나에 표정이 넘치고 있었다. 모든 점에 있어서 성실함과 굳건함. 고요함과 위대함이 깃들여 있었다! 나는 늙은 제왕을 연상시키듯 천천히 그리고 편안하게 말했다.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자신의 경지에 만족하면서 세상의 칭찬과 비난을 초월하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유쾌하고 편안해졌다. 많은 노고와 오랜 바람 끝에 마침내 자신이 바라고 바라던 소망이 이루어진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글을 읽으며 구본형 선생님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괴테처럼 20년만 더 사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P46

자네 생각이 옳아. 한 가지 일을 분명히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많은 일에도 쓸모가 있는 법이네

 

그래서, 한 가지 일을 시켜본다. 그리고 그 사람의 능력을 본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이 한 가지라고 불평하면 안 된다. 한 가지를 잘하는 사람은 후에 여러 가지를 하게 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P54

자네는 시와 비평에 뛰어난 자질이 있어, 그 분야에 천분을 타고났네. 그것이 자네의 일이니 그 일에 매달리게. 그러면 금방 든든한 생활의 토대도 마련되겠지. 물론 원래 자네의 영역이 아니라 해도 자네가 알아야만 하는 것도 있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일에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되는 법이니 재빨리 그것을 넘어버려야 하네. 그러려면 이번 겨울 동안 바이마르에서 내 곁에 있게. 그러면 부활절쯤 되서는 자네도 놀랄 만큼 많은 진척을 보이겠지. 자네는 최상의 것을 얻게 될 거네. 왜냐하면 나에게 최상의 방책이 마련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면 자네는 인생에 있어서 확고한 기반을 잡고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어디서든 자신감을 가지고 얼굴을 드러낼 수 있을 걸세.”

 

누군가가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준다면 그리고 그 재능을 키워주고 활용할 방향을 알려 준다면 그리고 그 분이 괴테라면 누가 그 말에 따르지 않겠는가? 구본형 선생님께서 나에게 남겨 주신 한 마디의 글이 있다. “희동 덕분에 즐거운 여행아 이참에 여행가로 전업해야 하나?

 

P56

가능하면 대작을 쓰는 것을 피하도록 하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재능과 탁월한 노력을 겸비한 사라이라 할지라도 대작 앞에서는 고생하는 법이기 때문이네. 나도 그런 식으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알고 있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던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것만 착실히 했더라면 백 권의 책이라도 썼을 텐데 말이야

 

너무 큰일은 모든 일상을 망쳐놓는다. 회사도 그렇다. 하지만 안 할 수 있는 재간은 없다. 사업은 사업이므로. 단지 그 일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더 중요한다.

 

P57

반면에 시인이 날마다 현재를 염두에 두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을 한결같이 신선한 기분으로 다룬다면 무언가 좋은 걸 만들 수 있고, 때로는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모든 것을 잃지는 않는다네.

 

P59

이미 말했다시피 당분간은 작은 작품들만 만들어야 하네. 그리고 자네에게 날마다 주어지는 것을 모두 곧바로 받아들이도록 하게. 그러면 대개 그때마다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고 나날이 기쁨을 느낄 거야. 그러고는 그것을 우선 포켓판 책자라든지 잡지에 게재하게. 그러나 결코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자네 자신의 뜻에 따라야만 하네.

 

작은 작품을 통해 훈련을 하고 단련이 된 후 큰 일을 도모하는 것.

 

P61

특히 내가 경고하는 바는 자기 멋대로 커다란 걸 꾸며내지 말라는 것이네. 그런 경우에 사람들은 사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억지로 나타내려고 하네. 젊은 시절에 성숙한 생각에 도달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도 말일세.

 

P70

괴테가 말했다. “나는 커다란 영향력의 배후에는 언제나 그에 걸맞는 중요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네.

 

P73

부정할 수 없는 점은 그가 인생을 철저히 탐구하면서 눈을 밝게 뜨고 있었다는 점일세.”

 

P81

하지만 특수한 것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것 또한 예술 본연의 생명이라네. 보편적인 것에 머무른다면 누구나 우리를 따라할 수가 있어. 하지만 특수한 것은 그 누구도 모방하지 못한다네. 왜냐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특수한 것이 공감을 얻지 못할까 염려할 필요는 없어. 모든 특징은 그것이 아무리 고유한 것이라 할지라도 보편성을 가지며, 돌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표현 대상도 마찬가지로 보편성을 가진다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반복되며, 이 세상에 단 한 번만 존재하는 건 없기 때문일세.

 

특수한 체험

 

P82

그 작품을 계기로 나는 이런 점을 깨달았다. 한 작가에 의하여 그저 평범하게 그려진 인물들은 실제 공연에서는 오히려 그 특징이 더 잘 드러난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인간인 배우들이 그 인물들을 생동하는 존재로 만들고 그들에게 개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위대한 각각에 의해 뛰어나게 표현된 인물들은 이미 뚜렷한 개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공연에서는 그 특성을 어느 정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꼭 들어맞는 연기란 불가능하며, 게다가 자기 자신의 개성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배우들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러한 것들이 모든 배우들의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며, 또한 작가가 자신의 개성을 완전하게 벗어버릴 수 있는 재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때문에 공연에서 혼합된 형태가 나타나게 되며, 인물들의 성격은 그 순수성을 상실하고 만다. 그러므로 정말 위대한 작가가 쓴 작품을 공연할 경우에 작가의 본래 의도가 살아나는 것은 극소수의 인물에 한정되어 있다.

 

P87

그런데 말이야, 자네는 희곡으로 작업해 볼 생각은 왜 하지 않나, 가령 정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런 식으로 잘게 나누면 쉽게 처리할 수 있고 또 대상의 다양한 측면들의 특징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을 텐데. 반면에 포괄적이고 보다 큰 전체를 다루기는 언제나 어렵네. 그렇게 하여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걸세

 

연구도 업무도 사랑도 모두 쪼개서 하나하나 집중하면 잘되려나?

 

P89

그러자 괴테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 그 독자라는 것 말인가!” “이렇게 하시면 안 될까요?” 하고 내가 말했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마치 그림을 설명하면서 그동안 거쳐왔던 단계들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눈앞에 완성되어 있는 것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방식 말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림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네. 왜냐하면 시라는 것도 역시 말로 되어 있는 이상, 말을 덧붙인다면 다른 말이 죽고 마는 걸세.”

 

P98

그것은 이런 연유네. 말하자면 나는 한 장의 카드에 거금을 걸 듯이 현재에다가 모든 것을 걸었네. 그러고는 그 현재를 과장 없이 가능한 한 높이려고 한 것일세이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괴테의 창작 방식을 명백히 보여주는 동시에 널리 경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의 작품의 다양성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걸어야 작품이 나온다. 영혼의 온 힘을 쏟을 때만 혼이 담긴 결과가 나온다.

 

P109

나는 이 만년의 시기를 단순한 연대기 이상으로 다루고 싶네. 말하자면 나의 생활보다는 나의 외적인 활동을 전면에 나오게 하겠네. 무릇 한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란 성장기라 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그것에 대해서 시와 진실의 몇 권에 이미 상세하게 언급했었지. 그리고 그 뒤부터 본격적으로 세상과의 갈등이 시작되는데. 이러한 것들은 거기에서 무언가 결과가 생겨날 때에만 흥미로운 것이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두각을 나타내면 세상의 풍파를 견디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세상은 그 높이를 인정해 준다.

 

P111

자자한 명성, 높은 지위란 인생에 있어서 좋은 일이야. 하지만 나의 모든 명성과 지위로 할 수 있었던 일은 기껏해야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그들의 견해에 대해 침묵하는 것뿐이었네.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은 나의 생각을 모르게 된다는 점에서 득을 보긴 했지. 하긴 그마저 없었다면 사실 지독히도 재미없는 삶이었겠지.

 

P112

정말 우수한 젊은이야! 산만하게 정력을 낭비하는 일만 없도록 유의한다면 상당한 걸 이룰 사람이네.

 

그 얼마나 많은 정력을 낭비했단 말인가? 그 많은 시간과 기회에 대해 나는 무엇을 선택했던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인지라남은 생을 더 보람차게 보내는 수밖에

 

P115

그러한 화가들은 푸생의 풍경화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포착하고는, 그 개념을 바탕으로 계속 작업을 해나간다네. 하지만 그런 그림들은 수작도 졸작도 아니라네. 졸작이 아니라는 것은 그러한 그림들의 도처에서 하나의 뛰어난 모범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수작이 아니라는 것은 그러한 화가들에는 일반적으로 푸생의 위대한 개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네. 시인들의 경우도 그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 이를테면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기법을 본받으려 하지만 아주 서투른 모방에 그치고 마는 시인들이 있지 않겠나.”

 

인간이 보고 싶은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본성을 인간에서 또 인간이 만든 창작품에서 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도 보편성이 아닌 개성을 말이다. 인간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 이므로 자연을 보면 아름답다고 여기게 되고 인간이므로 인간다운 것을 보면 아름답다고 여긴다. 사람은 자신을 모르므로 타인의 통해 자신을 알게 되는데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때 비로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나다움이다.

 

P119

쾨테가 미소를 지으면서 불쑥 말했다. “마이어는 언제나 이런 말을 하곤 했네. ‘생각한다는 일이 이렇게 어렵지만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일세.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든 생각은 생각 그 자체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아.” 괴테가 명랑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다만 천성적으로 정직하다는 것이 중요하네. 그래야만 훌륭한 착상들이 마치 신의 아들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언제나 우리들 앞에 나타나서 우리 여기 있네!’ 하고 소리쳐 부를 걸세.”

 

정직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태도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정직은 아마도 정직하지 않음에 대한 정직이 아닌가? 정직이란 제대로 본다. 제대로 듣는다. 모든 것을 제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고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정직인가? ‘정직하다와 대비되는 것으로 거짓이다로 이야기 한다. 거짓이 정말 정직의 앞에 마주설 수 있는 것인가? 그 자체로 있는 것이 정직이다라고 한다면 소통의 태도는 정직인 것이다.

 

P126

불멸이라는 이념에 몰두하는 것은 고상한 신분의 사람들이나 할 일이며, 특히 아무 할 일도 없는 여자들의 일이라네. 그러나 이미 이 세상에서 무언가 제대로 된 것을 이루려고 하면서 날마다 노력하고 투쟁하고 영향을 미쳐야만 하는 유능한 사람은 내세의 세계는 되는대로 내버려 둔 채 이 현세에서 유용한 일을 찾아 활동하는 법이지. 더군다나 불멸성이라는 관념은 현세에서의 행복이라는 점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네. 내 감히 말하지만 그 선량한 티트게의 운명이 보다 좋았더라면 그는 보다 나은 사상을 가졌을 걸세

 

P133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이 세계를 예감에 의해서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나는 눈 뜬 장님이었을 것이고 그 어떤 탐구나 경험도 전혀 쓸모 없는 헛된 노력에 지나지 않았을 거야. 물론 빛은 존재하고 색채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네. 하지만 자신의 눈 속에 빛과 색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외부세계의 빛과 색채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내 마음에 보석이 없다면 보석을 보아도 보석인줄 모르는 것이 사람이다.

 

P149

1시에 괴테와 마차로 드라이브를 했다. 우리는 여러 작가들의 문체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괴테가 말했다. “독일인은 대개 철학적인 사변 때문에 장애를 겪는다네. 그로 인해서 문체 속에 추상적이고 불가해하고 장황하고 종잡을 수 없는 것들이 섞여드니 말일세. 그러니 그들이 철학상의 한 유파에 헌신하면 할수록 좋은 글을 쓰지 못하게 되는 건 당연해. 하지만 실무가라든가 향락가와 같이 실제적인 일에만 관계하는 독일인들은 가장 좋은 글을 쓴다네.  실러의 문체도 그가 철학적인 사변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아주 장려하고 효과적이야. 오늘 그의 뜻 깊은 편지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지. 마침 그의 편지를 정리하고 있었거든. 마찬가지로 독일의 부인들 중에도 아주 뛰어난 문체를 구사하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많은 저명한 작가들 조차도 무색할 정도이네. 그리고 영국인은 대체로 타고난 웅변가이거나 현실에 눈을 돌리는 실천적인 사람들이므로 좋은 글을 쓰지. 그런데 프랑스인의 경우에는 문체만 보아도 그들의 일반적인 성격이 역력하게 드러난다네. 그들은 사교적인 성격이어서 자신들이 말을 건네는 청중의 입장을 잊는 법이 없네. 그들은 독자를 납득시키기 위해 명석하게 쓰려고 하며, 독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우아하게 쓰려고 하지. 대체적으로 보아 한 작가의 문체는 그 내면의 충실한 반영일세. 명석한 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우선 그의 영혼이 명석해야만 하며, 스케일이 큰 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우선 스케일이 큰 성격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지

 

내가 바로 서야 내 말이 바른 말이 되고 내 행동거지가 바르게 된다. 여기서 나는 무엇인가?

 

P155

자네의 그런 성향은 물론 사교적이 아니야. 하지만 우리가 타고난 자신의 경향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교양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사람을 우리에게 동조시키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네. 나는 결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네. 나는 인간을 언제나 자립적인 개인으로만 보면서, 그러한 개인을 탐구하고 그 독자성을 알려고 노력해 왔으나, 그 밖에 더 이상 그들로부터 동정을 얻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그리하여 나는 이제는 어떤 인간과도 사귈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만 비로소 각양각색의 성격들을 알게 되고 인생살이에 필요한 민첩함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일세. 성미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무난히 지내기 위해서는 자제해야만 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내부에 있는 모든 다양한 측면들이 자극을 받고 발전하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네. 그리하여 마침내 누구와 부딪쳐도 당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자네도 그렇게 해보게. 자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질이 있어. 그런데 이번 일에는 틀렸군. 하여간 자네는 넓은 사회로 들어가야 해. 물론 자네가 바라는 대로 처신하면 되겠지만.” 나는 이러한 좋은 말을 마음에 깊이 새기면서 가능한 한 그렇게 하려고 결심했다.

 

P157

예술이야말로 그들의 종교가 되어야 하는데도 거꾸로 종교를 예술로 삼으려는 그러한 예술가들의 잘못된 경향에 대해 이야기 했다. 괴테가 말했다. “종교도 예술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다른 모든 인생의 고귀한 영역과 마찬가지의 지위에 있을 뿐이라네. 말하자면 종교는 단순히 소재로서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 인생의 다른 모든 소재와 동등한 권리만을 가지는 것으로서 말일세. 신앙의 유무는 결코 예술 작품의 이해를 좌우하는 기관은 아니야. 오히려 그러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인간적인 여러 힘이나 능력들이 필요하다네. 사실 예술을 이해하는 기관을 길러주는 것은 예술이라네. 그렇지 않게 되면 예술은 목적을 놓치고 본래의 작용도 하지 않은 채 우리들 곁을 스쳐 지나가 버리고 만다네. 물론 종교적 소재도 마찬가지로 예술의 훌륭한 제재가 되기는 하지. 단 그것이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경우에 한해서 말일세. 이를테면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처녀는 정말 훌륭한 제재이기 때문에 이미 몇 백 번이나 다루어졌고 또 언제라도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네.”

 

예술 만이 예술을 키운다. 사람 만이 사람을 키우고. 사랑 만이 사랑을 키운다. 모두 같은 것이 같은 것을 키운다.

 

P158

“75세나 되면 이따금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더없이 편안해진다네. 왜냐하면 우리들의 정신은 결코 파괴되지 않는 존재이며, 영원에서 영원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활동이고 굳게 확신하기 때문이야. 그것은 지상에 있는 우리들의 눈에는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결코 가라앉지 않고 언제나 계속 빛나고 있는 태양과 같은 것이네.”

 

P168

우리들은 아침에 가장 현명하다. 그러나 모든 근심도 가장 많다. 그러나 근심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현명함과 같은 것이다. 비록 수동적인 현명함이긴 하지만, 여하간 어리석은 자에게는 근심이 없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군주에게 그만두라고 충고하는 건 좋지 않다.” “배우를 양성하려는 자는 무한한 인내심을 가져야만 한다.”

 

P178

내가 인상 깊게 느낀 것은 그가 단테를 지칭하면서 재능이라는 말에 만족하지 않고 자연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점이었다. 괴테는 자연이라는 단어를 더욱 포괄적인 것, 더욱 예감에 찬 것, 더욱 심원하고 더욱 광범위하게 자신을 넘어서 바라보는 것을 표현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연은 인류에게 언제나 신과 같은 존재다. 인간을 초월한 것이 자연이고 신이다. 그러니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보이는 인간은 신으로 보이는 것이다. 자연이란 표현은 이러한 신의 표현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P179

인생은 짧네.” 하고 괴테가 덧붙여서 말했다. “그러니 서로간에 즐거움이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맞다. 인생은 짧다.

 

P179

자연은 자신의 길을 가고 만다네.” 하고 그가 말했다. “우리에게 예외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을 자연법칙을 따른 것이지.”

 

P184

나라면 파우스트를 읽으라고 권하지는 않겠어요. 그것은 아주 기가 막힌 데가 있어서 모든 일상적인 감각을 초월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에게 묻지 않고 혼자서 읽기 시작했으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읽어보시지요. 파우스트는 아주 드문 개성의 소유자여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의 내면 상태를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성격도 그 반어 때문에 그리고 거대한 세계관찰의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꽤 난해할 겁니다. 그러나 어떤 빛이 당신에게 번뜩이게 될지를 잘 보도록 하십시오. 그에 비하면 타소는 일반적인 인간의 감정에 훨씬 가까이 다가가 있어요. 또한 그 형식도 잘 정돈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요.”

 

이번 독서를 계기 삼아 파우스트에 도전해 봐야 겠다.

 

P191

그대로 일세. 자네는 여기에서 모티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고 있는 걸세. 아무도 주목하려 하지 않지만 말이야. 우리의 여성시인들은 모티프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네. 이 시가 아름답다고 말할 때 그들은 느낌이라든지 단어 그리고 시구만 염두에 두면서, 시의 진정한 힘과 영향의 본질은 상황과 모티프에 있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않는 거네. 그리하여 모티프가 아무 구실도 하지 않은 채, 느낌과 시구의 울림을 통해서만 그 어떤 종류의 존재를 비추어주는 수천의 시들이 생겨나는 것 또한 무지의 소산이긴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네. 요컨대 아마추어들 그리고 특히 여성들의 시문학에 대한 개념은 매우 피상적이야. 그들은 보통 기교적인 것에만 능숙하면 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라고 스스로 여긴다네. 하지만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지.”

 

P195

사람들은 중심점을 찾으려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고 또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야. 우리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풍성하고 다양한 삶은 비록 그 어떤 뚜렷한 경향이 없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왜냐하면 경향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단지 개념을 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지.

 

P205

그의 혁명적 정신 및 그것과 연결되기 마련인 감정의 끊임없는 동요가 그의 재능을 제대로 발전시키는 데 장애가 되었던 거네. 뿐만 아니라 계속적인 저항과 반대는 지금 나와 있는 그의 뛰어난 작품들 자체에도 커다란 해를 끼치고 있네. 왜냐하면 시인의 불쾌한 감정이 독자에게 전달될 뿐 아니라. 모든 것을 부정하는 태도는 결국 부정적인 것으로 나아가기 때문이지. 그리고 부정적인 것이란 무와 다름없는 게 아닌가. 이를테면 나쁜 것을 나쁘다고 해보았자 무슨 이득이 있겠나? 게다가 좋은 것을 나쁘다고 하게 되면 그건 더욱 나쁜 일이 되고 마네. 올바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은 결코 비방을 해서는 안 되며, 불합리한 일이 있더라도 개의치 말고 오직 바른 일만 하면 되는 걸세. 요컨대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 그 무언가를 건설하는 게 중요하다네.

 

다음 두 마디가 다시 떠오른다. 모든 일에 Yes. 세상에 화낼 일이 없다는 간디의 말 내가 틀렸으면 화낼 자격이 없고, 상대방이 틀렸으면 내가 옳으니 화낼 이유가 없다

 

P210

한 국가에 있어서 불행이란 사람들이 서로 사이 좋게 살지 않고, 서로를 지배하려는 데서 오는 것이네.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의 불행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보면 기뻐하지 않고 모두들 각자 나름대로 새로이 만들려는 데 있는 것이지. 게다가 아무도 기존 문학 작품의 인도를 받아 자신의 길을 촉진시키려 하지 않고, 자신이 그 즉시 동일한 것을 새로 만들고 싶어 하네. 전체를 염두에 두는 진지한 자세는 없으며, 전체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다만 자기 자신을 부각시켜 세상에 가능한 한 분명하게 보이고 싶어 할 뿐이야. 이러한 잘못된 노력은 도처에서 행해지고 있네. 대개는 최근에 활동하는 대가들을 모방하려고 하지만, 이 대가라는 자들은 청중이 순수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곡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자신의 숙달된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그런 곡을 선택하여 연주하는 형편이네, 도처에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려는 개인들만 있고, 전체를 위해서 그리고 작품을 위해서 겸손하게 뒤로 물러서는 정직한 노력은 어디서도 볼 수가 없군.

 

우리 사회도 서서히 서로 지배하려고 하는 세력들이 많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자꾸 분란이 만들어진다. 서로 도와 잘살자는 구호는 아직도 여전한데 그 실천은 점점더 요원하다.

 

P212

인간이 지닌 힘을 공동으로 계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한 가장 뛰어난 방법일고 말하네만, 인간은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어. 인간은 각자 특수한 존재로서 자신을 연마해 나가야 하네. 그러나 그러한 특수한 것들 전체가 모여서 무슨 의미를 이루는가 하는 점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지.”

 

P214

왜냐하면 통찰력과 생의 활동은 서로 구분되어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그 구체적 실현이란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어렵고 커다란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어렵고 커다란 문제를 거장답게 극복하려면 자기 자신의 삶의 생생한 경험이 요구되는 법이다.

 

경험이 일천하면 나오는 작품도 일천하다. 그러니 작가는 젊을 때 세상에 몸을 던진다.

 

P214

나의 시 작품의 구체성은 내 눈의 빈틈없는 주의력과 연습 덕분이었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나온 지식도 높이 평가해야 하네.”

 

P216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제한시키고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네.” “함께 있는 동안이면 그는 언제나 나로 하여금 옆길로 새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며, 늘 한 가지 분야에만 집중하도록 당부했다. 내가 자연과학 분야에 눈을 돌릴 기미가 보이기라도 하면 그는 나에게 그것을 그만두고, 지금은 문학에만 힘을 쏟으라는 충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이 나의 현재의 길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경우에 괴테는 읽기를 그만두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아무런 실제적인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P218

그는 자신의 등장과 함께 두 가지 커다란 유산을 물려받았다. 오류와 불충분성이라는 유산이 그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그는 그것을 제거하려 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평생 동안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물려 받은 유산은 무엇인가?

 

P222

요컨대 사람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만 배우는 법이야.”

 

나에게 배우는 사람이 곧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나에게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나는 변해야 한다. 내가 먼저 사랑하는 수 밖에 길이 없다. 먼저 배우는 수밖에 길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P225

시인은 특수한 것을 포착해야 하네. 그리고 이것이 건강한 것이라야만 그 속에서 보편적인 것을 나타낼 수가 있네. 영국의 역사는 문학적인 표현을 위해서는 안성맞춤이야. 왜냐하면 영국의 역사는 튼튼하고 건강하며, 따라서 보편적이고 반복해서 나타나기 때문이지. 반면에 프랑스의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는 생의 한 시기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문학에는 적합하지 않네. 그러므로 이 민족의 문학은 그것이 그러한 시기에 계속 토대를 두는 한, 시대와 함께 낡아버리게 될 하나의 특수한 것으로 남아 있게 되겠지.

 

특수한 것이 보편적인 것이다. 보편적인 것인 무이다. 인식하지 못한 보편성 그것이 특수성이다. 보편성을 내재하지 못한 특수성은 논할 가치가 없는 것이므로.

 

P225

정의를 내리려고 해 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고 괴테가 말했다. “상황에 대한 생생한 감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이야말로 시인을 만드는 걸세.

 

날 것의 삶 날 것의 글 날 것의 말 생생한 사랑

 

P227

만일 내가 자연과학 연구를 통해 이 사람들의 입장을 시험해 보지 않았더라면 말이야. 여하튼 내가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인간들에게는 학문이란 그것이 밥벌이가 되는 한에 있어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며, 그들이 그것으로써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류마저도 신성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이네. 그리고 문학에 있어서도 사정은 별로 나을 게 없어. 여기에서도 위대한 목적이라든지 진실하고 유용한 것에 대한 순수한 감각 그리고 그러한 것들의 보급은 아주 드물게 밖에 볼 수가 없네. 남을 옹호하거나 받아들이는 것도 알고 보면 자기가 다시 옹호받거나 받아들여지기 위해서이지. 그들은 참으로 위대한 것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이 세상 밖으로 추방하려고 든다네. 그래야만 그들 자신이 좀더 유명해질 테니 말일세. 대개는 다 그렇고,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도 별로 나을 게 없어.

 

예나 지금이나 학자들의 세상은 가관이다.

 

P230

요즈음 나는 이런저런 일 때문에 마음이 바빴네. 온갖 곳으로부터 호의를 받고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으니 말이야. 내 작품들의 출판과 관련된 허가서가 각 궁정에서 연달아 도착했지만, 궁정마다 형편이 달랐으므로 그때마다 내가 일일이 다른 답장을 보내야 했네. 그리고 수많은 서적상들로부터 제안이 들어와서, 심사숙고하여 일일이 답장해야 했지. 그러고 나서 나의 바이마르 도착 기념일에 맞추어 수많은 축하 편지와 선물을 받았는데, 이직까지 감사의 답장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네. 알맹이 없는 겉치레의 말이 아니라 각자에게 예의 바르면서도 적절한 말을 하려고 하다 보니 말이야

 

인생은 잡동사니와의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지면 인생은 잡동사니가 된다.

 

P231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에는 그 결과가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현명하고 올바른 행동이라고 해서 언제나 유리한 결과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그 반대의 행동이라고 해서 언제나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오리려 정반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수가 종종 있으니까. 얼마 전에 나는 앞서 말한 서적상들과의 협상에서 하 가지 실수를 저질렀고, 그 일 때문에 몹시 자책을 했었지.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바뀌어서 만일 내가 그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커다란 실수가 될 뻔했네. 그러한 일은 인생에 있어서 종종 되풀이되는 법이어서, 이러한 사실을 꿰뚫어 보는 현실주의자들은 뻔뻔스럽고 대담하게 그들의 사업에 착수하는 거네.”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겠지요? 배팅을 해보는 거죠.

 

P233

빌헬름 마이스터에 나오는 사소한 일들의 배후에는 언제나 더욱 고차원적인 것이 자리 잡고 있네, 그러므로 작은 것들 속에서 보다 큰 것을 알아보려면 감식안과 세상물정에 대한 지식 그리고 조망하는 힘을 충분히 소유하기만 하면 되겠지. 필부들이야 세상을 겉모습대로 볼 뿐이겠지만 말일세

 

아 필부의 서러움이라 듣고도 알아 듣지 못함이요 보고도 알아보지 못함이라 아는 것이 없어 말할 것이 없음이다. 그러니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구나.

 

P239

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네. 약간의 주관적인 감정 정도를 토로하고 있는 주제에, 아직까지 시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걸세.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표현할 수 있어야만 그제야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그는 밑천이 다하는 일도 없고, 언제까지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네. 반면에 주관적인 성질의 사람은 자신의 보 잘 것 없는 내면을 금방 토해 내고는, 결국 매너리즘에 빠져 파멸해 버린다네.

 

무위와 작위다.

 

P240

자네에게 털어놓을 이야기가 있네. 자네도 앞으로 살다 보면 여러 모로 확인하게 되겠지만 말이야. 요컨대 후퇴와 해체의 과정에 있는 모든 시대는 언제나 주관적인 것이네. 반면에 전진해 가는 시대는 늘 객관적인 방향을 지향하고 있네. 우리 시대는 어떻게 보아도 후퇴의 시대이네. 왜냐하면 현대는 주관적이기 때문이지. 이러한 사실은 문학만이 아니라 회화나 그 밖의 많은 분야에서도 볼 수 있네. 이와는 달리 모든 의의 있는 노력이라 (모든 위대한 시기에서 볼 수 있듯이) 내면에서 출발하여 세계로 향하는 것이야. 그러한 시대는 실제로 노력과 전진을 계속하여 모두 객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네.”

 

우리 시대는 후퇴하고 있는 것인가?

 

P251

상징적이어야만 하네.”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즉 각각의 줄거리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면서도 더 한층 중요한 사건을 지향하고 있어야만 하네. 몰리에르의 타르튀프는 그런 점에서 위대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지. 첫 번째 장면만이라도 생각해 보게. 얼마나 훌륭한 서막인가? 앞으로 보다 중요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예감을 가지게 하니 말이야. 레싱의 민나 폰 바른헬름의 서막도 뛰어나지 그러나 타르튀프의 서막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것으로서, 이 종류에 있어서는 최대의 그리고 최상의 것일세.”

 

P256

여하간 내가 배포를 읽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았다. 바이런 경은 너무 많은 경험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의 삶을 우리에게 너무 많이 보여주었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의 고귀한 시적인 본성이 침묵을 지켰다는 의미에서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경험적 사고방식에 의해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P262

당신들 아마추어들에게 한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언제나 두 가지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이 없어서 남의 사상을 빌려오든가. 아니면 독자적인 사상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용하지 못하든가, 둘 중 하나인 것입니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모차르트가 음악에 관하여 한 이 위대한 말은 다른 모든 예술에도 통하는 것이 아닐까?

 

모짜르트가 한말이다. 모짜르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P280

예술이란 그 본질에 있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걸세. 위대한 거장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선배들의 장점을 잘 이용하였고, 바로 이 점이 그를 위대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 수가 있지. 라파엘로와 같은 사람들도 땅에서 그냥 태어나는 건 아니네. 그들은 고대와 그들에 앞서서 이루어진 뛰어난 것들을 토대로 성장하는 것이네. 만인 그들이 자기 시대의 장점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들에 대해서는 할 말이 거의 아무것도 없을 테지.”

 

P288

무엇을 쓸 것인가는 생각했어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았네. 더욱이 그 미쳐 날뛰는 밤에는 온갖 말이 다 나오지! 헬레나를 데려오도록 페르세포네를 설득하는 파우스트의 대사, 그리고페르세포네 자신이 그 말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도대체 어떤 대사가 적합하겠나! 이 모든 것을 쉽게 해낼 수는 없어. 게다가 아주 많은 부분이 운에 좌우되고, 거의 전적으로 그 순간의 기분과 에너지에 달려 있는 터에 말이야.”

 

P295

그것은 오십 년 전도 지금과 마찬가지였어. 그리고 오십 년 후에도 아마 마찬가지일 걸세. 젊은 사람이 쓴 작품은 역시 젊은 사람에 의해서 가장 환영 받는 법이지. 그러므로 현재의 세계가 그 문화나 좋은 취미에 있어서 진보했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그 옛날과 같은 거친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네! 세계 전체적으로 보아 아무리 진보했다 하더라도 젊은이는 언제나 처음부터 출발하여 개인으로서 세계 문화의 진화 단계를 차례로 경험해 가는 수밖에 없는 걸세. 나는 그러한 일에는 이제 초조해하지 않게 되었네. 나는 오래전에 그것과 관련하여 이런 시를 써본 적이 있네.

 

젊은 이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은 오래된 것이 없다. 그저 오래된 것이라고 말할 뿐이다. 접해보지 않고 알지 않고 쓸 줄 모르는 것은 늘 새로운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이 현재에 있는 것이다. 

 

요한 축제의 불을 끄지 마라. 즐거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 비는 쓸수록 닳아 없어지지만 어린아이는 끊임없이 태어나는 법.

 

창 밖을 내다보기만 하면 거리를 쓸고 있는 비나, 마구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소멸하고 다시 끊임없이 젊어지는 세계의 상징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가 있지. 그러므로 아이들의 놀이와 젊은이들의 즐거움은 시대에서 시대로 이어지며 뿌리를 내려가는 것이라네. 왜냐하면 그와 같은 것이 성숙한 어른들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아이들은 아이들임에 변함이 없고, 이것은 어느 시대이든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네. 그러므로 요한 축제의 불을 금지하여 아이들의 즐거움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네.”

 

P303

나는 시를 쓸 목적으로 자연을 관찰한 적은 결코 없었네. 그러나 나는 젊었을 때는 풍경화를 그렸고, 나중에 가서는 자연과학을 연구한 덕분으로 끊임없이 자연의 대상들을 정확하게 보는 태도가 몸에 배게 되었고, 따라서 자연의 극히 세부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점차로 암기하게 되었지. 그리하여 내가 시인으로서 무엇이 필요할 때는 그것을 마음대로 구사하여 좀처럼 사실에 반하는 것을 쓰는 일이 없어졌던 거네.

 

P305

자유란 불가사의한 것일세.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분수를 지킬 줄만 알면 누구라도 쉽게 충분한 자유를 얻을 수 있지. 그러나 자유가 넘칠 만큼 있어도 사용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이 방과 그에 연결된 옆방을 보게, 열린 문 사이로 내 침대가 보이지. 둘 다 그리 넓지 않은 데다가, 여러 일용품이나 책이나 원고, 그리고 미술품 등이 방이 비좁도록 들어차 있어. 그러나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네. 겨울 동안 내내 이 방에서 살아왔고, 바깥 방들에는 거의 발도 들여놓지 않았지. 이 넓은 집을 갖고 있어봤자 자유가 있어봤자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봤자, 그것들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건강하게 살면서 자기 일에 종사할 만한 자유만 있으면 그것만으로 족하네. 그 정도의 자유라면 누구든 쉽게 얻을 수가 있지. 그 다음에 우리는 자신들이 지켜야만 하는 일정한 제약 조건 아래서만 자유롭네. 가령 시민은 그가 태어난 신분에 맞추어 신이 정해준 한계를 지키고 있는 한, 귀족과 마찬가지로 자유이네. 귀족도 왕후와 마찬가지로 자유이네. 왜냐하면 귀족은 궁정에서 의례적인 것을 조금 지키기만 하면 자기도 왕후와 동등하다고 느껴도 무방하기 때문이지. 우리는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함으로써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존중함으로써만 자유로워지는 거네. 왜냐하면 우리는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존경함으로써 자기를 거기까지 높이고, 위에 있는 것의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우리 자신도 고귀한 것을 몸에 지니면서, 아울러 그것과 동등하게 될 가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네. 나는 여행 중에 종종 북독일의 상인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식사할 때 나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나와 동등하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나와 동등해지는 것은 아니야, 반면에 그들이 나를 소중히 여기면서 제대로 응대할 줄 알았더라면 나와 동등하게 되었겠지.

 

P314

봉해진 소포 꾸러미 하나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괴테가 그 위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이게 무슨 물건인지 알겠나? 코타 출판사에 인쇄차 보낼 헬레나의 원고일세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에 휩싸였으며, 그 순간의 의미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새로 건조된 배가 처음으로 바다를 향해 출항하지만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위대한 대가가 쓴 기념비적인 저작의 운명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그 책은 일단 세상으로 나아가서는 오랜 세월 동안 영향을 미치면서 다양한 운명을 만들어 내거나 다양한 운명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조선소를 짖고 있다. 아직은 통통배를 만드는 수준일 것이다. 어쩌면 엔진도 없는 나룻배이거나 이도 저도 아닌 뗏목일지라도 만들다 보면 물에 뜰 것이고 물을 익히면 좀더 큰 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없던 엔진을 넣으려면 도약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기술도입을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나의 책은 그렇게 나올 것이다.

 

P325

역사가의 영역인 사실들만을 반복하려 든다면 시인의 존재란 도대체 무엇이겠나! 시인은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가능한 한 보다 고귀하고 나은 것을 보여주어야 하네. 소포클레스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가 그 위대한 작가의 고귀한 영혼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지. 마치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셰익스피어의 영혼을 비추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그것이 옳은 길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해. 그래 셰익스피어는 앞으로 더 나아가서 그의 로마인들을 영국인으로 만들어버렸는데,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의 나라의 국민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했을 테니까.”

괴테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점에서 볼 때도 그리스인들은 위대했어.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기보다는 시인이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더 중점을 두었으니까 말이야. 다행히도 우리는 필록테테스라는 훌륭한 사례를 가지고 있네. 세 명의 위대한 비극 작가가 모두 그것을 소재로 삼았지만, 소포클레스가 최종적으로 가장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었지. 이 시인의 그 탁월한 작품 전체가 다행스럽게도 우리들에게 전해져 오고 있네. 반면에 아이스킬로스와 에우리리피데스의 필록테테스는 그 일부만이 전해져 오는데 그 단편들만 보더라도 그들이 대상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는 충분히 알 수가 있지.

 

P333

우리는 더 나은 이론이 발견되었는데도 여전히 뉴턴의 이론을 강의하는 교수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놀랄 일은 못되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러한 자들은 계속해서 오류를 범할 테지. 왜냐하면 그 오류 덕분에 먹고 사는 데다가 사고방식을 새로 바꾼다는 건 정말 성가신 일일 테니까.” 내가 물었다. “그런데 이론적인 토대가 잘못된 터에 그들의 실험이 어떻게 진리를 입증할 수 있다는 걸까요?” 괴테가 대답했다. “그자들은 진리를 증명하고 있지 않아 그럴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고, 오직 그들의 견해를 입증하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이야. 그러므로 그자들은 진리를 드러내거나 자기들의 이론이 부당함을 보여주는 그러한 실험들이라면 모조리 은폐시켜버리기도 하는 걸세.

 

홀로 진리를 외치는 자는 외롭다. 하지만 그의 믿음만이 그를 지켜준다. 하지만 틀렸을 때는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것이니 그 믿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각오로 정진해야 한다.

 

P346

자네에게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것을 말해 주고 싶군. 요컨대 자연에는 도달할 수 있는 것과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잘 분간하고 심사숙고해야 하네. 어떤 일을 끝내고 어떤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가를 통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이미 절반은 이룬 셈이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도 평생 동안 도달 불가능한 것에 매달려 헛고생만 할 것이네. 진리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서 말이야.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알 만큼 현명한 사람은 도달 가능한 것에만 정진을 하고, 그 영역에서부터 출발하여 모든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자기의 위치를 굳히는 것이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나아가다 보면 심지어는 도달 불가능한 것으로부터도 약간의 그 무엇을 얻어 낼 수도 있을 테지. 물론 최종적으로야 다음과 같이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말이네. 자연의 이런저런 일들에 접근하는 데는 그 어떤 한계가 있으며, 자연이란 그 배후에 언제나 인간의 능력으로는 캐낼 수 없는 그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라고 말이야.”

 

만사가 그렇다.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끝이 날까? 일이 커지기만 하고 끝내지 못할까? 등등. 이것이 안목이다. 만사 안목을 키워야 한다. 세상은 결국 인간들의 안목으로 이루어 진다. 이는 평가라는 것에서 나온다.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 안목인데 이 안목을 제대로 키운다는 것은 가치에 내제된 실상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가치라는 것은 공유할 수 있어야 하므로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이다. 결국 사랑이다. 그러므로 만사 시작할 지 말지 결정할 때 우선 따지고 볼일이 사랑이 담긴 일인가 하는 것이다.

 

P349

그리고 철학 수업을 할 때 이슬람교도는 반대를 제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맨 처음으로 가르치네, 그들은 젊은이들에게 어떠한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찾아내어 발표시키는 걸 과제로 줌으로써 그들의 정신을 단련하는데, 이로써 생각하는 힘과 표현하는 능력이 자라날 것임에 틀림없겠지. 하지만 제기된 모든 명제에 대하여 그 반대가 주장되고 나면, 이제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참으로 진실인가 하는 의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러나 의심하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의심은 정신을 북돋우어 더욱 상세한 연구와 실험에로 나아가게 하고, 이것이 완전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면서 확신이 생겨나는 거지. 이것이 목적이며, 인간은 거기에서 완전한 안심입명의 경지를 찾아내는 거네.

 

대한민국의 거리와 뉴스에는 항상 반대가 있는데 우리 주위의 생활 환경에서는 항상 반대가 없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반대에 대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난 반대. 귀엽지 않은가?

 

P356

나는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지만 종교 문제에 있어서의 여러 가지 이론이 예로부터 인간들 사이를 갈라놓고 서로 간에 적대시하게 만들었으며, 더 나아가 인류 최초의 살인조차도 신에 대한 잘못된 경배로부터 생긴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어서 나는 최근에 바이런의 카인을 읽었는데, 특히 제 3막과 살인 동기의 묘사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노라고 말했다. “정말이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 동기에 대한 묘사는 훌륭한 것이야! 거기에는 이 세상에서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만큼의 실로 유일무이한 아름다움이 있네.”

 

P360

나는 요즈음 아주 운이 좋게도 유명한 대가들의 뛰어난 스케치 작품들을 싼값으로 구할 수 있었네. 이러한 그림들은 아주 귀중한 것이야. 왜냐하면 그것들은 예술가의 순수한 정신적 의도를 그대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창조의 순간에 품고 있었던 기분 속으로 우리를 바로 이끌어 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네. 이 성전 안의 소년 예수를 그린 그림을 보면 필치 하나하나마다 예술가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위대한 명랑성과 밝고 고요한 결의가 드러나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러한 기분 좋은 느낌은 금방 우리들에게로 전해지지. 게다가 조형미술은 순수한 객관적 성질의 것이어서 감각을 심하게 자극시키지 않으면서도 우리들을 곧장 끌어당긴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네. 요컨대 이와 같은 작품은 우리들에게 전혀 말을 걸지 않거나, 아니면 아주 결정적으로 말을 걸거나 둘 중의 하나이네. 반면에 시라는 건 아주 막연한 인상을 주고, 감각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듣는 이의 성질과 능력 여하에 따라 그때마다 다른 것이 되지.”

 

찰나의 느낌을 좇아 그 느낌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예술이다. 인간의 변화 무쌍한 마음과 느낌을 표현해내고 공유하는 것 자 너희들 속에 이런 것이 있다. 보라고 그것이 예술이다.

 

P369

가령 내가 하인에게 불쑥 한스, 장화를 벗겨주게!’ 라고 말했다고 치세. 그러면 그는 그 말을 알듣겠지. 그러나 친구가 동석하고 있는 자리에서 그런 일을 부탁할 때는 이처럼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무언가 상냥하고 친근한 표현을 생각해 내야 하겠지. 그래야만 비로소 그 한인의 마음을 움직여서 친절하게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네.파리의 여러 당파들도 더 관용적이 되고 더 자유로워지고 지금보다도 더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면 한층 위대해지겠지. 그들은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영국인보다 더 높은 수준에 있다고 할 수 있네. 영국의 의회는 상호간에 대립하는 강대한 세력들로 성립되어 있어서 서로 그 힘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위대한 통찰이 관철되려면 여간 힘 드는 게 아닐세. 이 것은 캐닝의 예를 보아도, 그리고 이 위대한 정치가에 대하여 많은 불평이 쏟아지는 걸 보아도 잘 알 수가 있네.

 

내 사람일수록 상냥하고 친근하게 표현하자. 반성

 

P372

우리나라의 문학에 매우 정통한 그 영국인은 번역한 작품들에다가 언제나 작가의 생애와 작품 비평을 내용으로 하는 서문을 달아놓았다. 나는 푸케의 작품을 소개한 서문을 읽어보았는데, 작가의 생애가 재치 있게 그리고 상당히 세밀하게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뻤다. 또한 이 인기 있는 작가를 바라보는 비판적 관점에는 위대한 오성이 갖추어져 있었고 아울러 시적인 업적에 대한 보다 침착하고 온화한 통찰력이 깃들어 있었다. 이 재치 있는 영국인은 우리의 푸케를 음역이 넓지 않고 소수의 음들만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 소수의 음으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곡조를 노래하는 가수의 목소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그는 자신의 견해를 더 명료하게 나타내기 위해서 교회의 상황으로부터 비유를 끌어오기도 했다. 요컨대 그 영국인은 교회 내의 직급에 빗대어 푸케가 주교나 제1급 성직자가 아니라 부사제의 직위에 머무르긴 하지만, 이 중간 단계의 직책을 매우 잘 수행한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378

만초니의 작품을 뛰어나게 만드는 데는 특히 네 가지 요소가 기여하고 있네, 무엇보다도 우선 그는 탁월한 역사학자이네. 그 때문에 그의 작품은 커다란 위엄과 유용성을 얻고 있고, 그것도 우리가 보통의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고 있지. 두 번째로 그에게는 가톨릭 종교가 도움이 되고 있네. 그는 그 종교로부터 창작 기법에 유용한 많은 것들을 얻고 있는데, 만일 그가 프로테스탄트였다면 그것은 불가능했을 테지.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에 도움이 되었던 세 번째의 요소는 작가가 혁명의 과정에서 많은 고통을 격어야 했다는 것이네. 개인적으로는 얽혀들지 않았지만 그의 친구들이 관련되었고, 일부는 그로 인해 죽기까지 했으니 말이야.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 유리하게 작용한 요소는 그 줄거리가 코메르 호숫가의 매력적인 지역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네. 작가는 어릴 적부터 깊은 인상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그 지역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것이지. 그리하여 그 지역 풍광을 묘사함에 있어서의 명료함과 경탄스러울 정도의 세밀함이라는 또 다른 커다란 장점을 얻게 된 것이네.”

 

작가로 성장하려면 나의 토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 토대가 뭔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말이다. Me story가 중요한 이유를 알겠다.

 

P382

얼마나 빈약한 글인지 자네는 짐작도 못 할 걸세.” 하고 괴테가 말했다. “시인들은 모두 자기들이 병을 앓고 있으며, 세상 전체가 마치 병원이나 되는 듯이 글을 쓰고 있다네. 그들 모두는 이 지상의 고통과 괴로움에 대해 푸념하고 피안의 기쁨을 말하고 있어. 그리고 안 그래도 누구나 다 불만인 상태에다가 서로가 소로를 충동질해서 더 큰 불만족 속으로 빠져든다네. 이야말로 문학의 월권이며 남용일세. 시의 본분은 원래 인생살이의 자잘한 분쟁을 가라앉히고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이나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도록 만들려는 데 있는 거이지. 그런데 지금 세대는 어떤가. 모든 진정한 힘 앞에서는 두려워하면서 그 어떤 허약한 대상만을 상대로 해서 편안하고 시적인 감동을 품는 형편이 아닌가.”

 

P284

주관은 모든 현상들에 있어서 예상 밖으로 중요하네. 빌란트도 이미 이점을 매우 잘 알고 있었지. 왜냐하면 그는 종종 이렇게 말하고 했거든. 우리는 사람들이 즐거워할 태세가 되어 있을 때라야만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법이다. 라고 말이야.”

 

나 좀 웃겨주세요

 

P397

그 귀한 선물 때문에 정말 즐거웠네. 실러가 그 집에서 차를 마셨던 한 사랑스러운 부인이 공손하게 그의 말을 받아 적어 놓았던 모양일세. 그녀는 그 모두를 정말 깔끔하고 충실하게 옮겨놓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잘 읽을 수가 있었네. 그것을 들여다 보는 순간 곧바로 이런 느낌이 들었지. 수없이 많은 다른 중요한 것들은 다 사라져버리지만 이 경우만은 다행스럽게도 그때의 상황이 생생하게 그대로 종이 위에 고정되었다는 그런 느낌 말일세.

실러의 숭고한 성격은 여기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나 있네. 그는 차를 마시면서도 마치 추밀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듯 당당한 모습일세. 그 무엇에 의해서도 난처하게 되거나 속박되지 않고, 생각의 나래를 자유롭게 활짝 펼쳐 날면서 조금도 아래로 끌려 내려가지 않으니 말이야. 조금도 염려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언제나 자유롭게 자신의 위대한 견해를 토로한다네. 그야말로 참다운 인간의 본보기로서, 누구라도 그렇게 되어야겠지! 반면에 우리는 언제나 속박되어 있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네. 우리 주위의 사람들과 대상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네, 차 숟가락조차도 만일 그것이 금을 되어 있다면 우리를 괴롭히는 걸세. 그것이 은으로 되어야 마땅한데, 하고 말이지. 그렇게 천 갈래의 생각으로 마비되어버리면, 마침내 우리는 자신의 본성에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어떤 위대한 것을 자유롭게 표출하지 못하게 되는 거네. 말하자면 우리는 눈앞 대상들의 노예가 되어, 그것들이 우리를 수축시키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자유롭게 팽창할 공간을 주게 되고, 그에 따라 우리 자신도 때로는 왜소해졌다가 때로는 위대해졌다 하는 것이네.”

 

P419

나의 작품은 대중화 될 수 없네.그러니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거나 노력하는 자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지. 나의 작품은 대중을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그 어떤 비슷한 것을 원하고 추구하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네. … 나는 생각했다 그와 같은 작가, 그러한 고귀한 정신 그러한 광대무변한 천분을 대중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의 아주 작은 부분마저도 대중화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유쾌한 사내아이들과 사랑에 빠진 소녀들이 부르는 노래도 그 밖의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P425

그렇다네, 여보게하고 괴테가 말했다. “거기에 모든 것이 달려 있어. 사람이란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면 우선 무언가가 되어야한다네. 단테는 우리에게 위대해 보이지만, 사실 그의 배후에는 수백 년의 문화가 있네. 로트쉴트 은행은 화려하긴 하지만 그 많은 보물들을 얻기까지는 한 세대 이상이 걸렸어. 이러한 것들의 본질은 그 모두가 생각보다는 깊은 곳에 있네. 우리의 잘난 독일의 예술가들은 그러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고, 개성의 허약함과 예술적 무능함으로써 자연을 모방하고는 그 무언가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지. 말하자면 그들은 자연 아래에있었네. 무언가 위대한 것을 이루려면 그 전에 자신의 교양을 높이 쌓아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만 그리스 사람들과 같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실제적인 자연을 자신의 정신의 드높은 곳으로 이끌어 올릴 수 있고, (내적인 허약함에서든 외적인 장애 때문이든 간에) 자연 현상을 다룸에 있어서 지향점으로만 남아 있는 그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것이네.”

 

나도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

 

P428

다만 중요한 것은 진실을 사랑하고, 그것을 찾아내어 받아들이는 영혼을 가지는 것이네.”

 

P430

지금은 뛰어난 인재들이 자연과학 분야로 모여들어 있어. 그들을 바라보노라면 절로 흐뭇해진다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시작은 잘 했지만 오래가지 않아, 과도한 주관성이 그들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어버린 거야. 또 다른 일부는 지나치게 자료에 집착하여 수도 없이 모았지만 그것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게 되었네. 전체적으로 본다면 근원현상으로 밀고 들어가 개별적인 현상들을 지배할 수 있는 이론적인 정신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지.”

 

P436

난 자네 의견에 반대야.” 하고 괴테가 말했다. “바이런의 대담성, 당돌함과 웅대함, 이 모든 게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겠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순수함과 도덕성만을 인격 형성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피해야 하네. 모든 위대함은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의 인격을 높여주는 걸세.”

 

그는 인간성 전체에 대해 포괄하고 있다.

 

P437

그의 저작의 주된 관점은 철학을 배제한 하나의 입장, 즉 건강한 인간 오성의 입장을 지향한다는 데 있네. 도한 예술과 학문은 철학과는 별개로 자연적인 인간의 힘을 자유롭게 발휘할 때 가장 번성한다는 것이지. 이것은 정말 우리한테 꼭 들어맞는 견해이네. 나는 철학으로부터 늘 자유로운 관점을 견지해 왔으며, 건강한 인간의 오성이 언제나 나의 입장이었어, 그러므로 슈바르트는 일생 동안 내가 말하고 행동해온 것을 확인해 주고 있는 셈이지

 

P437

단 하나 내가 칭찬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어떤 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으며, 그래서 언제나 아주 정직하게 일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사실 때문이네. 헤겔과 마찬가지로 그는 기독교를 철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철학은 그래 봤자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데 말이야. 기독교는 그 자체로 강력한 실체이며, 영락하거나 고뇌하는 인류는 때로는 그것에 의지하여 언제나 자신을 일으켜 세워 왔네. 종교의 이러한 작용을 인정하는 이상, 종교는 모든 철학을 초월하며 그것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을 필요도 없는 것이지. 마찬가지로 철학자도 어떤 종류의 이론, 이를 테면 영혼불멸설과 같은 것을 입증하기 위해 종교의 명성에 의지할 필요는 없네. 인간은 불멸을 믿어야 하며, 그런 권리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본성에도 들어맞는 것이므로 종교의 약속을 믿어도 좋아. 그러나 철학자가 우리들의 영혼 불멸을 전설로부터 이끌어내려 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허약하기 짝이 없고 그다지 의미도 없는 것이 되고 마네. 내가 볼 때 영혼 불멸에 대한 신념은 활동의 개념에서 생겨나는 것일세. 왜냐하면 내가 인생의 종말까지 쉬지 않고 활동하는 가운데, 현재의 생존 형식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게 된다면, 자연은 반드시 나에게 다른 생존의 형식을 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일세

 

P438

이러한 말을 듣는 동안 내 가슴은 경탄과 사랑으로 두근거렸다. 나는 이보다 더 인간으로 하여금 고귀한 활동을 하도록 촉구하는 가르침은 지금까지 언급된 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보증을 발견한다면 그 누가 자신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활동하고 행동하지 않겠는가.

 

P440

괴테는 친화력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였다. 특히 독자들이 이전에는 결코 알지도 보지도 못했다가 마주치게 되는 중개인의 존재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말했다. “그 인물에는 물론 약간의 진실성이 담겨 있으며, 어쨌든 이 세상에서 한 번 이상 존재했던 자라는 사실은 분명하네, ‘친화력에는 내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들어 있지 않아. 그리고 거기에는 그 어떤 독자도 단 한번 읽고 알게 되는 것 이상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네.”

 

P445

위대한 수학자인 라그랑주가 언급되었는데, 괴테는 특히 그의 뛰어난 인품을 강조하였다. “그는 선량한 사람이야.” 하고 그가 말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위대하다네, 왜냐하면 선량한 인물이 재능을 갖추고 있으면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도록 도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 그가 예술가든 저연과학자든 시인이든 그 밖의 무엇이든 상관없이 말이야

 

선량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사심이 없는 사람? 늘 남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사람? 선량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지?

 

P446

그런데 무엇보다도 바이마르의 성을 건축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네. 나는 함께 작업에 참여해야 했고 심지어는 돌림 띠 장식도 그려야만 했지. 나는 숙달된 장인들보다도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기본 적인 의도에 있어서 내가 그들보다 우월했기 때문이네.”

 

영어를 잘하기 보다 말할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첫째이다. 그래서 밥 먹고 산다.

 

P447

모든 위대한 것과 총명한 것은 소수에게만 존재한다네. 국민과 왕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위대한 계획을 고독하게 수행한 장관들이 있었어. 이성의 대중화된다는 것은 바랄 수도 없는 일이야. 열정이라든지 감정은 대중의 것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이성은 언제나 소수의 뛰어난 자들의 것일 뿐이네.”

 

P449

재능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가 않아. 그보다는 오히려 총명할 필요가 있지. 또한 넓은 세계에 살면서 시대를 주도하는 인물들의 의도를 알아낼 기회를 가져야 하며 스스로도 이익과 손해를 감수하면서 함께 참여해야 한다네. 자연과학 연구에 정지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 모습을 결코 알지 못했을 거야. 자연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일에 있어서 우리는 순수 직관과 순수 사고, 감각의 오류와 오성의 오류, 성격의 허약함과 성격의 강력함에 좌우되고 말지. 모두가 다소간 유연성이 있고 가변적이며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어. 그러나 자연에게 만은 농담이 통하지가 않아. 자연은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진지하며 언제나 엄격하고 언제나 옳다네. 그러니 결함과 오류는 언제나 인간의 것일 뿐이야. 자연은 어중간한 자를 경멸하며, 다만 전력을 다하는 자, 진실한 자, 순수한 자에게만 복종하면서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네.

오성만으로는 자연에 접근할 수가 없어. 인간은 자신을 최고의 이성에로 이끌어 올려야 하네. 그래야만 근원현상들 (물리적인 것, 윤리적인 것을 막론하고)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신성에 도달할 수 있는 걸세. 신성은 그러한 근원현상들 뒤에 자리 잡고 있으며 또 그러한 근원 현상들은 신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네.

그러나 신성은 살아 있는 것 속에서만 작용하며 죽은 것 속에서는 작용하지 않는다네. 신성은 생성되는 것과 변형되는 것에만 있으며 생성된 것 그리고 굳어버린 것 속에는 없어. 그러므로 신성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성 또한 생성되는 것, 살아 있는 것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네. 반면에 오성은 생성된 것, 굳어버린 것을 그 대상으로 삼지. 유익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러므로 광물학은 오성의 학문이며 실제적인 삶을 위한 학문이네. 왜냐하면 그것이 다루는 대상은 더 이상 생성을 멈춘 죽은 것이기 때문이지. 그러니 여기서 종합을 바랄 수 없는 것이네. 기상학의 대상은 살아 있는 것으로서 우리가 날마다 그 작용과 활동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들이며 종합을 요구하는 것이네. 그러나 함께 작용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인간이 그러한 종합을 한다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 관찬하고 탐색해 보아도 허사가 되고 마는 게 아니겠나. 우리는 가설들을 향하여, 상상의 섬들을 향하여 힘차게 노를 저어보기도 한다네. 하지만 참된 종합은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땅으로 남고 말겠지. 그렇다고 놀랄 일은 아니야. 식물의 색채 같은 것은 아주 간단한 대상들에 있어서 조차도 종합에 이른다는 게 그처럼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나.”

 

P454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경지는 경탄이라네. 그리고 권원현상을 보고 경탄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네. 더 높은 것은 허락되지도 않고, 더 이상의 것도 그 뒤에서 찾을 수도 없으니 말일세. 이것이 한계야. 하지만 근원현상을 목도한 인간은 보통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네. 마치 거울 속을 들여다보고 난 후 즉시 뒤집어서 그 뒷면에 무엇이 있는가를 보려는 아이들처럼 말이야.”

 

경탄한다는 것은 알아차린다는 것 알아차린 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는 것 그러므로 경탄하는 경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경지이니 최상일 수 밖에

 

P464

그러나 괴테는 일단 자신이 인식한 법칙을 굳게 고수하고, 들어맞지 않아 보이는 그러한 경우에도 자신의 원리를 지키려 함으로써 아주 쉽사리 오류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하나의 종합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전혀 다른 식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는 경우일지라도 자신이 애써 발견한 법칙을 고수하였던 것이다.

 

오류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진심 전력해서 믿는 바에 대해 거짓을 갖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오류는 수정할 수 있지만 믿음이 없어지면 앞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아가는 것이다. 이 면에서는 에커만은 괴테에 비해 너무도 작은 사람이다.

 

P467

문학 작품의 경우에는 언제나 관용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모든 설득력 있는 반대 견해를 받아들였던 괴테가 그의 색채 이론에 있어서는 반대 의견을 관대하게 잘 수용하지 못했던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수수께끼는 풀릴 수 있다. 시인으로서의 그에게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최상의 찬사가 주어졌지만, 그의 모든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방대하고 가장 난해한 색채론은 오직 비난만 들어야 했던 것이다. 반평생 동안 사방으로부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반론에 부딪혀 왔으므로 그가 시종일관 일종의 도발적인 전투 상태를 견지하면서 열정적인 반대를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만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의 색채론과 관련지어 볼 때 그는 마치 선량한 어머니와도 같다. 자신의 뛰어난 아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 못할수록, 그 아이를 더욱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 말이다.

 

P485

수액이 어떤 사람에게는 원하지 않는데도 너무 과잉으로 주어지고, 그것이 정말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것과 같아. 주제는 좋아, 매우 좋았어.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장면들은 거기에 없었어. 반면에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장면들이 억지 춘향 식으로 다루어져 있더군. 나는 이것이야말로 병적인 것, 다시 말해 낭만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 우리의 새로운 이론의 기준에 따른다면 말일세.”

 

P486

사람들이 보잘것없는 명성 때문에 그토록 노심초사하여, 결국 잘못된 수단에 호소하는 행위는 저로서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하고 나도 공감을 표시했다. “여보게.”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명성이란 사소한 게 아니야. 나폴레옹도 그 위대한 이름 때문에 세계의 거의 절반을 쳐부수지 않았던가!” 대화는 잠시 끊어졌다. 그러나 괴테는 나폴레옹에 관해 쓴 새 책을 화제로 삼아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진실의 힘은 위대한 것이네. 신문 기자나 역사가나 시인들이 나폴레옹 위에 덧씌운 그 모든 후광이나 환영은 이 책의 경악스러운 리얼리티 앞에서 모조리 사라지고 말았어. 그런데도 이 영웅은 작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이 드러난 만큼 더욱 커져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말했다. “그 인격에는 일종의 독특한 마력이 들어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즉시 그의 것이 되어 매달리면서 그가 하라는 대로 했던 것입니다.” 괴테가 말했다. “물론 그의 인격은 탁월했어. 그러나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그를 지배자로 모시면 자기들의 목적이 이루어진다고 확신한 점에 있었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것이 되고 말았던 게지. 배우들도 자기가 좋은 역을 맡으리라고 믿으면 새로 온 무대 감독일지다도 그의 말을 잘 듣는 것과 마찬가지지. 이것은 낡은 이야기지만 여전히 되풀이되는 이야기라네. 인간의 본성이란 하여간에 그런 식으로 되어 있으니 말이야. 무턱대고 남을 섬기는 자는 없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득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꺼이 그렇게 하는 거지. 나폴레옹은 인간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인간들의 그러한 약점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거야!”

 

P497

그러나 그가 페스트 병 환자를 방문한 건 사실이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자라면 페스트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시범을 보이기 위해서였지. 그리고 그가 한 일을 옳았네! 나의 체험에서도 한 가지 사례를 들 수 있어. 부패열이 돌았을 때 어쩔 도리 없이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었지만 나는 단호한 의지력만으로 명에서 자신을 지켰네. 그러한 경우에 정신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믿기 어려울 정도이네. 말하자면 정신력이 온몸으로 스며들어, 온갖 해로운 영향들을 물리치는 적극적인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게지. 그와 반면에 공포심이란 나태하고 쇠약하며 예민한 상태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들로 하여금 어떤 적에게도 맥없이 굴복하도록 만든다네. 이러한 점을 나폴레옹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자신의 군대에 대해서 장엄한 모범을 보여주어도 별다른 위험이 따르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네.”

 

P511

괴테가 다시 말했다. “타고난 재능을 갖춘 자만이 무엇이 요점인가를 알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소간의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거네.” 내가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그 점은 소위 미학자들의 역할에서 확인됩니다.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마땅하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젊은 시인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만 합니다. 그들은 현실적인 것 대신에 이념적인 것을 논하며, 젊은 시인들에게 시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지적해 주기는커녕 그 시인이 본래 가지고 있는 것조차 혼란 속으로 빠트리고 맙니다. 예컨대 어느 정도의 위트와 유머를 타고 난 사람의 경우에, 자신이 그러한 재능을 타고 났다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않아야만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미학자가 그러한 뛰어난 재능을 칭찬하게 되고, 시인이 그것을 마음속으로 의식하게 된다면, 그 시인은 그 즉시로 자신의 재능을 막힘없이 발휘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됩니다. 말하자면 자의식 때문에 재능이 마비되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한 채 이루 말할 수 없는 장애에 부딪치고 마는 것입니다.”

 

P514

어느 시대건 거듭해서 말해져 온 것이지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하네. 하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었고, 원래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기묘한 요구라네. 인간이란 어떤 것에 뜻을 두고 어떤 것을 얻으려 할 때면 외부 세계, 즉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의지하게 되네. 그리고 자기의 목적에 필요한 만큼 그 외부 세계 알고 그것을 자기에게 쓸모 있게 만들지.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그가 즐기고 있거나 괴로워하고 있을 때뿐이야. 그래서 고통과 기쁨을 통해서만 그가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가를 배우게 된다네. 여하간 인간이란 불가해한 존재여서 자기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며, 세상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고, 더군다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나도 역시 자신을 알지 못하며, 또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아. 사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렇네. 내 나이 마흔에 이탈리아에 있었을 때. 나에게는 조형 미술에 대한 재능이 없고, 그러한 나 자신의 경향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정도까지는 자신을 알 만큼 현명했던 거네. 내가 무엇을 그릴 때라도 구상적인 것에 대한 충분한 욕구를 느낄 수 없었으니까. 대상들이 닥쳐와 스며들면서 나를 압도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그 어떤 두려움이 있었던 거지. 어느 편인가 하면 보다 연약한 것. 중용적인 것이 나의 성격에 맞았네. 풍경화를 그릴 때 나는 희미한 원경에서부터 그리기 시작하여 중경에 이른 후에는 언제나 전경에 합당한 심을 실어주기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나의 그림은 결코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가 없었어. 또한 연습도 하지 않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잠시 멀어져 있다가 다시 착수하기를 거듭하는 식이었지. 하지만 전혀 재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네. 특히 풍경화에서는 말이야. 그래서 하케르트는 곧잘 말하곤 했지. ‘십팔 개월만 저와 함께 계신다면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이 만족할 만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테데요말이지.

 

P521

일평생의 어느 시기든 그 전후 시기와 비교하면 장점도 단점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일세. 내가 마흔이었을 때에는 일부의 일에 있어서 현재와 마찬가지로 아주 분명하고 현명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나았던 점도 있었지. 그런 한편 지금 내 나이 여든에도 그 당시와는 바꾸고 싶지 않은 장점들이 있네.내가 대답했다. “말씀을 듣고 있자니 식물의 형태 변화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개화기에서 푸른 잎의 시기로 돌아가거나, 종자와 과일의 시기에서 개화기의 상태로 거슬러 올라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겠습니다.” 괴테가 말했다. “자네의 비유는 내가 말하고 싶은 걸 잘 나타내고 있네그가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가지런한 톱니 모양의 잎사귀를 생각해 보게. 마음껏 자라난 상태에서 갑갑한 떡잎의 상태로 왜 되돌아가고 싶겠는가? 생각해 보세. 여기에 최고 연령의 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식물이 있다면 그 아니 유쾌하겠나? 이제 개화나 결실기를 지나 더 이상 생산하지 ㅇ낳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성하게 성장을 계속하는 식물이 있다면 말이야.” 괴테가 계속해서 말했다. “애석한 것은 인간이 일생을 통해 그릇된 경향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서도, 마침내 거기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그런 그릇된 경향을 결코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네.”

 

P530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것이 유혹적이네. 우리는 실로 많은 문화가 보급되어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 문화는 말하자면 젊은 사람이 그 안에서 호흡하는 대기에까지 만연해 있네. 문학이라든가 철학의 사상이 젊은 사람의 내부에서 살아 활동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주위의 공기와 함께 들이마신 것일세. 그런데도 그들은 그것을 자신의 독자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는 거네. 그러나 시대로부터 받아들인 것을 다시 시대로 돌려버리고 나면, 그들은 가난뱅이가 되고 마네. 그들은 마치 분수와도 같아. 끌어올린 물을 잠시 뿜어대고 있으나, 그 인공적으로 모은 물이 다 소비되고 나면 그 즉시 흐르기를 멈추는 분수 말일세.”

 

P549

그동안 괴테는 제라르가 최근에 번역한 파우스트의 프랑스어 번역본을 손에 들고 책장을 넘기면서 여기저기 읽고 있는 듯했다. “묘한 느낌이야.” 하고 괴테가 말했다. “오십 년 전에 볼테르가 사용했던 언어로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니 말일세.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자네는 짐작도 못할테지. 나의 청년 시절에 볼테르와 그의 위대한 동시대인들이 얼마나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모든 교양 계층을 어떻게 지배하였는지 자네는 감도 잡을 수 없을 거네. 그러한 인물들이 청춘기의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들에 맞서 나를 지키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연과의 보다 참된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참담했는지 나의 전기에는 일일이 다 씌어 있지 않다네.”

 

P553

그러므로 생성과 성장, 파괴와 재생이라는 이 세상 존재의 영원한 형태 변형은 어머니들이 끊임없이 이루어내는 작용이다. 이처럼 이 지상에서 끊임없는 작용에 의해 새로이 생명을 얻는 모든 것에 있어서 여성적인 것이 주된 역할을 하는 만큼, 저 창조하는 신들을 여성적인 것이라고 보는 것도 당연하며, 그들에게 어머니들이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이치에 어긋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시적인 창작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므로, 자신에게 안정을 가져다 줄 만한 어떤 것을 발견하면 그로써 만족인 것이다. 우리는 지상에서 다양한 현상들을 보고나 다양한 작용들을 느끼지만, 그것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우리는 영적인 근원이나 신적인 것의 존재에 대해 추론하지만, 어떠한 개념이나 표현으로도 그것을 나타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거기에다가 인간의 모습을 부여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막연한 예감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고 포착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P574

그는 전집의 마지막 원고를 마무리하기 위해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을 위로 미루어야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단한 게 현명했어. 일이 진척이 잘 되고 있었고, 쓰고 싶은 것도 이미 여러 가지로 떠올라 있었지만 말일세. 계속 써 내려가다가 막혀버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편이 다시 연결하여 쓰기에 훨씬 편하기 때문이네.”

 

P576

사람이 혼자 있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야.” 하고 괴테가 말했다. “특히 혼자서 일한다는 건 좋지 않아. 무언가 일을 이루려고 하면 오히려 다른 사람의 협력과 자극이 필요한 거네. 내가 아킬레우스나 여러 담시들을 완성한 것도 실러 덕분이었는데. 그는 나로 하여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세웠던 거네. 내가 파우스트 제2부를 완성한다면, 그것을 자네의 공으로 돌려도 될 걸세. 이제까지 자네에게 종종 말하곤 했지만, 자네가 그 점을 알도록 하기 위해 이렇게 거듭 말하는 거네.”

 

P582

육체를 보존해 나가는 데 정신이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 말이네. 나는 종종 아랫배가 더부룩해지곤 하지만, 정신의 의지력과 상체의 힘으로 지탱하곤 하지. 여하간 정신이 육체에 지는 일만은 결코 없도록 해야 하네! 나는 기압계가 낮을 때보다 높을 때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그 때문에 기압계가 낮을 때는 한층 더 노력하여 불리한 영향을 입지 않도록 애를 쓰고, 또 그렇게 하면 잘된다네. 하지만 시문학의 분야에서는 억지로 일을 해도 안 되는 수가 있네. 정신적인 의지력으로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좋은 시간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그래서 나는 지금 그런 식으로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네. 모든 것이 그에 어울리는 힘과 기품을 갖추도록 기대하면서 말일세.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으니까, 자네가 출발하기 전에는 마무리가 되리라고 생각하네. 이 속에는 다소간 엉뚱한 것도 있지. 하지만 나는 그것을 특수한 대상에서 분리시켜 보편적인 것 속으로 편입시킴으로써, 독자가 여러 연관을 놓치지 않도록 배려하였네. 하지만 그 본래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를 걸세. 그렇지만 나는 모든 것을 고대적인 정신에 따라 명확한 윤곽으로써 나타내려고 했고, 낭만적인 기법에나 적합할 애매하고 불명확한 것은 없애려고 노력했네.”

 

P588

저녁에 돈 후안을 보면서 우리는 새삼 애정을 가지고 바이마르를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여기서는 모두들 목소리도 좋고 재능도 뛰어났으나, 거의 모두가 그 어떠한 대가들에게서도 배우지 못한 듯이 자연주의자들처럼 연기하고 말하였다. 그들의 연기는 명료하지 못했으며 마치 관객이 없는 듯이 행동하였다. 몇몇 배우들의 연기에서 확인되듯이, 고귀하지 못한 것이 개성마저 잃으면 그 즉시 참을 수 없이 비천한 것에로 떨어지며, 반면에 개성을 얻게 되면 그 즉시 예술의 드 높은 영역으로 높여진다.

 

P598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삶들이 저를 감동시키면서, 제 자신의 삶은 어떠한 모습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리하여 제 마음속에는 이제 세 가지 커다란 욕구가 꿈틀거리게 되었습니다. 나의 지식을 늘리고, 나의 삶을 개선시키며, 이 두 가지가 가능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그 어떤 의미 있는 일을 이루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이 마지막 욕구와 관련하여 제가 할 일이란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한 가지 일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고, 요 몇 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일에 몰두해 왔으니까요. 그 결과 일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새로 건조된 배에 닻줄과 돛만 달면 항해에 나설 수 있는 그런 단계라고 하였습니다. 그건 다름 아니라 선생님과 제가 나눈 대화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지식과 예술의 온갖 분야에서의 대원칙들, 고귀한 인간적 관심사들에 대한 해명, 지성의 산물들이나 금세기의 뛰어난 인물들에 관한 것 등, 지난 육 년 동안 제가 선생님 곁에 머무는 행운을 누리면서 자주 나눌 수 있었던 대화 말입니다. 그러한 대화는 저에게 무한한 교양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말씀을 듣고 마음속에 새기면서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그런 만큼 저는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운을 나누어주고 싶은 것입니다. 교양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말이지요.

 

P607

그러나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앞서 말씀드렸던 원고를 완전히 마무리 짓는 일이 가장 시급합니다. 저는 한 몇 달간 괴팅겐 부근에 있는 저의 약혼녀와 그 친지 댁에서 조용히 칩거하여 오직 이 일에만 몰두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오래된 짐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다시 미래의 새로운 일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삶은 몇 년 이래로 정체되어 있었으므로, 다시 한번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건강 상태는 허약하고 불안하므로,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남기려고 합니다. 저의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나마 주목을 받도록 말입니다. 하진만 저는 이제 선생님 없이는, 선생님의 허락과 격려의 말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저의 문제와 관련된 선생님의 앞으로의 소망에 대해 저는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높으신 분들이 저에게 어떤 은혜라도 베풀어주실 의향이 있으신 지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의 상황은 명백합니다. 저의 속마음을 선생님께 그대로 보여드렸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쉽게 판단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바이마르로 돌아간다면 행운이 보장되리라는 보다 분명한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흔들림 없이 저의 본래의 정신적인 계획에 따라 계속 매진하는 것이 나을는지 선생님께서 결정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P615

그대는 이제 나에게 말하라. 만일 진리를 발견하였다면,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야만 하는가? 만일 그대가 진리를 널리 알린다면, 그대는 정반대의 오류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박해를 받을 것이다. 그자들은 바로 그 오류를 진리라고 여기며, 그 오류를 파괴하려는 모든 것을 가장 커다란 오류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P620

색채를 매개하는 그 진기한 흉상 그림을 바라보면서 자네가 받았던 생생한 인상, 그리고 그러한 것을 자기 소유로 하고 싶어 했던 욕구, 그로 인해서 생겨난 즐거운 모험담, 거기에다가 그것들을 내게 여행 선물로 전해 준 선량한 생각, 이 모든 것은 자네가 그 장엄한 근원현상을 얼마나 투철하게 통찰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네. 여기 자네의 편지에서 드러나고 있는 그대로 말일세. 이러한 개념, 이러한 느낌은 일생 동안 자네를 따라다니면서 풍성한 결실을 맺어줄 것이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 정당성을 입증 받게 될 것이네. 요컨대 오류는 도서관 측의 것이고, 진실을 인간 정신의 편일세. 책은 책을 통해 그 세력을 늘리게 될지도 모르지. 그러나 생동하는 근원법칙에 전념하다 보면 정신은 만족을 얻게 되는 법이네. 단순한 것을 파악하고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며, 애매한 것을 명확하게 밝혀줌으로써 말이야.

 

P625

무엇보다도 우려가 되는 것은 그토록 고령에 있는 괴테가 아버지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의 격렬한 폭풍을 견뎌내지 못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나는 자신에게 말했다. 네가 도착하면 어떤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일까. 그분의 아들과 함께 떠났다가 이제 혼자서 돌아오다니! 그분은 너를 다시 만나고서야, 비로소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시겠지.’

 

P630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이 편지들을 여기저기에서 마치 발췌하듯이 편집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대개의 경우에 있어서 괴테다운 특성과 방식은 가장 사소한 대상들에 있어서도 일정한 지향점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 데 있으며, 그러한 특징은 이 편지들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즉 작가는 언제나 온전한 전체 인간으로서 핵심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훌륭하게 씌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괴테 자신의 탁월한 본성과 원숙한 교양에 어긋나는 곳은 단 한 줄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편지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그대로 전체를 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적인 구절들은 선행하고 있는 구절들이나 나중에 나오는 구절들에 의해서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고 확연하게 이해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P639

나는 신약성서를 읽으면서 괴테가 최근에 보여주었던 그림을 떠올렸다. 그것은 그리스도가 바다 위로 다가오자 베드로가 그를 맞이하려고 파도 위로 건너가다가 갑자기 용기를 잃는 순간 곧바로 가라앉기 시작한다는 장면이다. 괴테가 말했다. “이것은 가장 아름다운 전설 중의 하나로서 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일세. 그 속에 담겨 있는 심원한 가르침은 인간이란 믿음과 씩씩한 용기로써 어떤 어려운 순간도 헤쳐 나갈 수 있지만, 만일 추호의 의심이라도 내게 된다면 그 즉시 파멸해 버린다는 걸세.

 

P641

그러고 나서 나는 어떤 젊은 군인의 편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외국에서 근무하도록 다른 친구들과 함께 권한 적이 있었는데, 외국에서의 사정이 여의치 않자 자신에게 그 근무를 권했던 사람들 모두를 나무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충고를 한다는 것은 미묘한 일이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이 세상의 일이란 사려 깊게 시도한다 하더라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고 반면에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성공하는 경우도 종종 있네. 그러므로 잠시나마 그러한 이치를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함부로 충고하지는 않을 테지. 결국 충고를 구한 자는 앞일을 내다보지 못한 셈이 되고 충고를 하려면 자기 자신도 함께 도울 수 있는 일에 한해야만 하네. 만일 다른 사람이 나에게 조언을 바란다면 물론 조언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조언대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조건하에서만 그렇게 하겠네.”

 

P645

물론 예술에서든 문학에서든 결국 개성이 전부일세. 그러나 최근의 비평가나 미술 평론가들 중에는 좀 모자라는 양반들이 있어서 이런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네. 문학이나 미술 작품에 있어서 위대한 개성이라는 것을 보잘것없는 일종의 부속물 정도로 취급하면서 말이야. 그러나 위대한 개성을 느끼고 존경하려면 그 자신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지 않으면 안 되네. 에우리피데스의 숭고함을 부인했던 자들은 모두 그의 숭고함을 이해할 능력도 없는 하찮은 인간들이었지. 아니면 그들은 몰염치한 사기꾼들로서 판단력이 흐린 세상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실제 이상으로 보이고자 했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하는데 성공했던 것일세.”

 

P650

작가가 자기 인생의 각각의 단계에서 기념비를 남기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점들을 명심해야 하네. 타고난 소질과 선한 의지를 유지해야 하고, 어느 단계에 있어서도 순수하게 보고 느껴야 하며, 부차적인 목적을 가지지 않고 생각했던 대로 곧장 충실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네. 그렇게 하여 그의 글이 그 쓰인 단계에서 볼 때 옳았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올바른 것으로 남아 있게 되는 법일세. 훗날에 그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더라도 상관없이 말이네.”

 

P651

날마다 그 작품을 생각하고 구상하고 있네. 오늘은 구체적인 분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제2부의 원고를 철해 놓으라고 했지. 그리고 빠져 있는 제4막 부분에는 백지를 끼워 두었네. 그렇게 하여 완성되어 있는 부분이 나에게 자극을 주어 아직 남아 있는 부분을 완성하고 싶은 의욕이 샘솟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러한 감각적인 영역에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이 들어 있는 법일세. 그러므로 정신적인 작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네.괴테는 새로 철한 파우스트원고를 가져오게 했는데. 나는 그 분량에 놀랐다. 그 원고만으로도 족히 한 권의 책이 될 정도로 두툼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제가 이곳으로 온 뒤 육 년 사이에 쓴 것이 아닙니까. 그 동안에 다른 할 일도 많으셔서 원고를 쓰는 데 별로 시간을 낼 수도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여하간 이따금 틈을 내어 조금씩이라도 보충해 써 나간다면 결국에는 무언가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겠습니다.” “특히 나이를 먹게 되면 그 점을 분명히 알게 되네.하고 괴테가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하루 만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다행스럽게 건강만 유지된다면 나는 이 봄에 제4막을 마음껏 진척시키려고 하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 막을 구상한 것은 오래전이었지. 하지만 써나가다 보니 나머지 부분이 아주 불어나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처음 구상했던 것들 중에서 아주 일반적인 것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되었네. 그러므로 이제 삽입해 넣을 이 부분도 새롭게 구상을 하여 다른 부분에 뒤지지 않도록 충실하게 해야겠네.

 

P653

지나친 자유방임주의가 어떤 어려움을 초래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었다. 요컨대 과도한 자유방임주의는 개인의 여러 가지 욕구들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결국에는 그 중에서 어느 것을 충족시켜주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었다. 또 정치권력은 지나치게 부드럽고 온건한 정책이나 도덕적인 섬세함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는데, 그것은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는 영역들을 다루어야 하고 때로는 무법천지의 흉악한 세계도 통제하면서 존중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아주 거대한 사업이어서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통치권자가 지나치게 부차적인 방향, 예컨대 예술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렇게 되면 군주의 관심뿐 아니라 온 나라의 힘까지도 보다 시급한 일들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며, 따라서 전적으로 예술에 몰두하는 것은 부유한 개인들의 사적인 선택에 맡길 문제라는 것이다.

 

P660

요컨대 목적에 대한 질문, 그런가를 묻는 질문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네. 그러나 어떻게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셈일세. 왜냐하면 내가 황소는 어떻게 하여 뿔을 가지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이 질문은 나로 하여금 황소의 신체 조직을 관찰토록 만들며, 아울러서 사자에게는 왜 뿔이 없고 또 뿔을 가질 수도 없는가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네.

 

P671

괴테는 이러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와 인생이 수수께끼를 데몬적인 것이라고 불렀다. 괴테가 그 본질에 관해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아! 그렇구나 하고 느낀다. 그리고 우리 인생의 그 어떤 배후를 가리고 있던 장막이 걷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하여 우리는 보다 넓게 그리고 보다 분명하게 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곧 깨닫는다. 그 대상은 너무도 크고 다양하며, 우리의 눈은 그 어던 한계까지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간이란 대체로 작은 일만을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인지라, 자기에게 알려져 있는 영역만을 보며 거기에서만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위대한 전문가는 그림의 본질을 파악한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보편적인 것에다가 여러 개별적인 것들을 연결시킬 줄 안다. 그러므로 그는 전체든 부분이든 생생하게 느낀다. 그는 그 어떤 얼굴이 역겨운지 아니면 아름다운지, 그 어떤 장소가 밝은지 어두운지를 묻지 않고, 그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지 또는 법칙에 따르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문외한을 상당한 크기의 그림 앞에 데려다 놓으면, 그 사람은 전체를 보지 못하거나 혼란에 빠져버리고 만다. 개별적인 부분에 따라 그림은 그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밀쳐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이나 사소한 것 앞에 멈추어 서서, 이 투구는 잘 그려졌고 저 펜대로 잘 그려졌다는 식으로 칭송을 늘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세계라는 거대한 운명의 그림 앞에서 우리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다소간 저 문외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겠다. 빛을 받고 있는 부분은 우리를 밀쳐낸다. 전체는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며, 많은 모순된 것들이 거기에서 유래한다고 보고 있는 저 유일한 존재의 이념을 우리는 헛되이 추구한다.

 

P676

데몬적인 것이란 오성이나 이성에 의해서는 해명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네. 그것은 나의 천성 속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나는 그것에 지배되고 있지.” 내가 말했다. “나폴레옹은 데몬적인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바로 그런 사람이었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더군다나 최고도로 데몬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에게 비교될 수가 없을 정도였지. 돌아가신 대공께서도 마찬가지로 데몬적인 분이었네. 무한한 행동력에 넘치고 쉴 줄을 모르셨기 때문에 자신의 나라가 그분에게는 너무나 작았네. 물론 아무리 큰 나라라도 그분에게는 성이 차지 않았겠지. 그리스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데몬적인 사람을 반신의 대열에 포함시켰던 것일세

 

P678

인간에게는 거쳐 지나가야 할 인생의 여러 단계가 있으며, 그 단계들은 각기 고유한 미덕과 결정을 가지고 있네. 그러한 미덕과 결점은 그것들이 나타나는 시기에 있어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걸세.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 그 사람은 아주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리게 되고, 이전의 미덕과 결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네. 그리고 그 자리에 다른 기질이나 나쁜 버릇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서 마침내는 궁극적인 변화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그때 우리가 어떤 모습일는지 우리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걸세.”

 

P685

나는 이 편지를 보고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되어 무척 기뻤다. 좋은 소재를 찾기 위해서 멀리까지 여행할 필요는 없다. 시인의 마음속에 생생한 내용만 들어 있다면 아주 사소한 계기들로부터도 그 어떤 의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P695

인간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법이야. 예컨대 어떤 사람들은 이류 정도의 것으로 자신의 생계를 꾸리고 있는 터이므로, 어느 정도 장점을 가진 문학을 보게 되면 농간을 부려 실제로 비난할 만한 것을 기어이 찾아내고 그것을 철저하게 비난하고 혹독하게 깍아내리는 걸세. 그렇게 해야만 자기들이 칭찬하는 이류 정도의 것을 더욱 훌륭하게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

 

내가 한일에 대해 칭찬하지 않는 사람은 내가 한 그 일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결국 칭찬이 인색한 사람은 일을 모르는 사람이다.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모르면 배우고 알면 칭찬하자.

 

P696

그러한 힘에 순종한 것은 잘하신 일이었습니다. 데몬적인 것의 본성은 아주 강력해서 끝내는 자신의 뜻대로 이루고 마니까요.” 그러자 괴테가 대답했다. “하지만 인간은 또한 데몬적인 것에 대항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도록 노력해야 하네. 나로서도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과 사정이 허락하는 한 열과 성을 다하여 일을 훌륭히 마무리 짓도록 애써야만 하겠지. 이러한 일은 프랑스인이 코디유라고 부르는 놀이와 같은 걸세. 던져진 주사위가 많은 걸 결정하지만, 그래도 놀이판 위에서 말을 잘 써나간다는 것은 그 놀이를 하는 사람의 현명함에 달려 있으니까 말이야

 

P704

야만의 시대가 도래하리라고 보았던 니부어의 견해가 옳았어. 그 시대는 이미 와 있고, 우리는 벌써 그 한가운데에 있네. 왜냐하면 뛰어난 것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야만의 증거니까 말일세.”

 

지금도 그런 세대는 아닌지? 무엇이 뛰어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고 그 뛰어난 것에 대한 갈망도 잘 보이질 않는다.

 

P714

나는 거기에다가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약간의 상징을 넣으려고 했네. 나의 책에다가 시와 진실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그것이 보다 고귀한 것을 지향함으로써 저급한 현실 속의 종교로부터 벗어나자는 의도 때문일세. 장 파울도 자신의 생애의 진실을 모순 반박의 정신으로부터 기술하였네. 그러한 사나이의 삶으로부터, 작가는 속물이야 하고 규정하는 것 이상의 진실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는 투로 말이야! 그러나 독일인들은 그 어떤 예사롭지 못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네. 그래서 독일인들은 보다 고귀한 것을 눈앞에 뻔히 보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종종 흘려보내 버리고 마는 걸세. 요컨대 우리들 인생의 사건이나 사실은 그것이 실제 현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무언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한에 있어서만 중요한 걸세.”

 

 

P718

로이터른 씨는 내가 그 빈 공간에 무언가를 써넣기를 바라고 있네. 하지만 그의 테두리 그림은 너무도 화려하고 예술적이어서 내 필체가 그 그림을 망칠까 두렵네. 하지만 나는 그 목적을 위해 벌써 시 몇 구절을 지어 놓았고, 또 그 시를 전문 필사가에게 맡겨 써넣게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점도 생각해 두었네. 그러고 나서는 내 손으로 서명할 생각인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 좀 해보게.” “제가 로이터른 씨의 입장이라면 그 시가 다른 사람의 필체로 쓰인 것을 보고 섭섭해할 겁니다. 반면에 선생님 자신의 필적을 확인한다면 만족할 테지요. 그 화가는 자신의 예술을 충분하게 닦았으므로, 필체 같은 데는 별 관심도 없을 겁니다. 그에게는 다만 그 필적이 진짜인지, 선생님의 것인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그리고 감히 말씀드리자면, 라틴 문자가 아니라 독일어 문자로 써넣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필적은 독일어 문자의 경우에 그 특징이 더 잘 드러나고 또 고딕적인 배경에는 그것이 더 어울리기 때문입니다.”하고 내가 대답했다.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군하고 괴테가 말했다. “결국은 내가 시를 직접 써 넣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겠지. 아마도 며칠 기다리다 보면 용기가 날 테고 그러면 써 넣을 생각이네. 그러나 내가 아름다운 그림에다가 보잘것없는 얼룩만 남기는 결과가 된다면 그건 자네 책임일세.” 하고 그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내가 말했다. “일단 해보시지요. 저절로 잘될 테니까요.”

 

P724

괴테가 이런 말을 하면서 소리 내어 웃었다. “한번 지나간 일은 어쩔 수가 없는 걸세,” 하고 괴테가 오늘 말했다. “자네가 나의 유고를 편집할 때 그 잡다한 글들을 다시 잘 정리해 주는 수밖에는 말이야. 내 작품을 다시 인쇄에 붙일 때 그 글들을 잘 배분하여 자기 자리로 제대로 찾아가도록 해주게. 그러면 편력시대도 잡다한 글들과 그 두 편의 시와는 상관없이 원래 의도대로 두 권으로 묶여질 수 있을 테지.”

 

P726

괴테는 자기 자신이 저지른 조그만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그러한 것을 보는 경우 별로 기분이 좋지 않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자신의 도덕적인 자아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여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 예민한 양심을 말해 주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러한 양심은, 만일 부지런한 활동을 통해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는 우울증 환자를 만들어내고 만다네.”

 

스스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라.

 

P736

시인이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면 하나의 당파에 투신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는 시인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걸세. 그는 자유로운 정신과 편견 없는 전망에 이별을 고하고 그 대신 편협한 태도와 맹목적인 증오라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써야만 하기 때문이지. 시인은 인간으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 그 조국을 사랑하겠지. 그러나 그의 시적인 힘과 시적인 활동의 조국은 선이며 고귀함이며 아름다움이어서 특별한 주라든지 특별한 나라에 한정되어 있지 않네. 어디에서든 선과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대로 그것을 붙들어 묘사하는 걸세. 그 점에서는 독수리와 닮았네. 독수리는 여러 나라의 상공을 자유롭게 내려다보고 날아다니다가 쏜살같이 내려가서, 자기가 붙잡으려고 하는 토끼가 프로이센 지방을 달리고 있든 작센 지방을 달리고 있든 상관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괴테와의 대화2

 

P13

그의 자제력은 대단한 것으로서, 그의 존재의 탁월한 특성이었다. 자제력은 언제나 자신의 대상을 지배하면서 그의 작품들에 경탄스러운 예술적 완성을 부여하는 저 고귀한 분별력의 자매인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자제심 때문에 그는 자신의 여러 저작들과 구두상의 표현에 있어서 종종 스스로를 속박하고 지나치게 신중해졌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이 찾아오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강력한 데몬이 그의 내부에서 발동을 하고, 저 자제심은 사라져버리게 된다. 그럴 때면 그의 이야기는 청춘의 자유를 얻어, 마치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강물과 같이 쏴쏴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그러한 순간에 그는 자신의 풍요로운 본성 속에 있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훌륭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순간과 관련하여 그의 옛 친구들이 말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 그가 입으로 한 말은 그가 쓰고 인쇄한 말보다 훌륭하다는 것이다.

 

P36

오늘은 태양이 다시 태어나는 날일세!”

 

동지를 이렇게 잘 표현한 말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P37

자기 어머니를 거기서 맞으나 여기서 맞으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이해시킬 수도 없고 말이야. 어쨌든 내 며느리의 이번 겨울 여행은 힘만 들었지 소득은 없을 거네. 하지만 그렇게 아무 소득도 올리지 못한다는 게 오히려 젊은이들에게는 무한히 많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 여하간 전체적으로 봐서 의미 없는 일은 아닐세! 이따금 정신 나간 짓도 해보아야지, 다시 정신 차리고 삶을 제대로 살게 되니까 말이야. 나도 젊은 시절에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그런 상태를 그럭저럭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거네.”

 

P38

과학 분야에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인간의 에고이즘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에고이즘이 일단 발동하기 시작하면 성격상의 모든 약점이 너무나 빨리 폭로되곤 합니다.”

 

P39

그러나 과학의 경우에는 다루는 방법이란 아무것도 아니며, 모든 성과는 오로지 독창성에 달려 있다네, 거기에는 보편성과 주관성이란 거의 없어. 다만 자연법칙의 개별적인 현상들만이 모두 스핑크스처럼 수수께끼에 싸여 우리와는 상관없이 확고부동하게 말없이 누워 있을 뿐이지. 그리하여 새롭게 인지된 현상이라면 그것이 바로 발견이며, 발견은 곧 재산이 되는 걸세. 그러니 누군가가 그 재산에 손을 대기라도 한다면 눈을 부릅뜨고 달려드는 것일세.”

 

P40

우리는 뉴턴 세계의 기초를 세우고 굳히는 데 오십 년이나 연구를 계속했으니, 그것을 허무는 데도 오십 년이 걸리겠지.”

 

P41

나는 그런 일에는 익숙해 있고 또 각오도 되어 있네.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위대한 뉴턴과 모든 수학자들, 그리고 뉴턴과 함께 위대한 계산가들이 색채론에 있어서 결정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이 위대한 자연의 대상에 관하여 수백만 명 중에 올바른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십 년 동안이나 자신에게 말해 왔으니, 과연 자랑할 만하지 않단 말인가? 이러한 우월감 때문에 나는 적대자들의 어리석은 오만함에도 견딜 수 있었던 거네. 사람들은 온갖 방법으로 나와 나의 학설을 적대시하고 나의 생각을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했지.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의 완성된 작품에 대해 커다란 기쁨을 느껴왔네. 반대자들의 공격은 다만 내가 그들의 인간적인 약점을 확인하는 데 오히려 도움을 주었을 뿐이야.”

 

P43

저런! 연애가 마치 지성과 관련이 있기라도 한 듯이 말하는군요! 우리가 여성을 사랑하는 것은 지성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지요. 아름다움이나 젊음이라든지, 익살과 신뢰감이라든지, 성격, 결함, 변덕 그리고 그 밖의 것들 때문에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지 결코 여성의 지성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지요. 물론 여성의 지성이 빛난다면 우리는 그것을 높이 평가하고, 그 처녀는 그럼으로써 우리의 눈에 그 가치를 무한히 높이게 되겠지요. 그리고 이미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면 지성은 두 사람을 묶어주는 역할을 할 테지요. 하지만 지성 자체는 우리를 불타게 하거나 열정을 불러일으킬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P48

나는 또 베르터가 출간되었을 때 그토록 굉장한 반응을 일으킨 것은 그 시대 때문인가 하는 문제를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이러한 견해에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베르터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출현 자체에 있는 것이지 그 책이 특정한 시대에 나타났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대던 말로 나타낼 수 없는 고통과 남모르는 불만족과 인생의 권태가 허다하게 있는 법이며, 개개인의 경우에 있어서도 세상과 불화도 많고, 자신의 본성과 사회 제도 사이의 갈등도 많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베러트는 오늘날 나왔다 하더라도 획기적인 반향을 일으켰을 겁니다.”

 

P50

사람들은 결코 나라는 인간에 만족하지 않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나와는 다른 인간이 되기를 나에게 요구한 셈이었지. 또한 세상은 내가 만들어낸 작품에 대해서도 만족하는 일이 드물었어. 나는 불철주야 전력을 다하여 새로운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세상에 공헌하려고 애썼네. 하지만 세상은 그 작품을 좋게 보아주었으니 오히려 나더러 감사의 표시를 하라는 식이 아니겠나. 사람들은 나를 칭송했지만, 나는 그것을 기뻐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네. 그들을 기뻐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네. 그들은 나로부터 내심 그 어떤 겸양의 말을 기대하면서, 내 스스로가 자신의 인물과 작품이 전혀 무가치하다는 점을 밝히도록 요구하는 것이었네. 하지만 그런 행동은 나의 본성에 거슬리는 것이었어. 만일 내가 그와 같은 위선과 거짓을 행하려고 했다면, 나는 가련한 룸펜에 지나지 않았겠지. 그러나 자신이 느끼는 진실 그대로를 보여줄 만큼 충분히 강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자부심이 있는 인간으로 여겨졌고, 오늘날까지도 그렇게 여겨지고 있다네. 종교적인 일이나 과학적, 정치적인 일 할 것 없이 온갖 분야에서 나는 위선적으로 행동할 수가 없었으며,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도록 용기를 가져야만 했네.

 

P55

한 민족이 거대한 개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하느님도 그들과 함께 하시면서 그 개혁을 성공시킬 것이네. 하느님은 그리스도와 최초의 제자들과 함께 있었음이 분명하네. 왜냐하면 여러 민족들이 사랑이라는 새로운 가르침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하느님은 또한 루터와도 함께 하셨음이 분명하네. 왜냐하면 성직자 제도에 의해 일그러진 가르침을 정화시킬 필요가 있었던 게지. 그러나 내가 언급한 이 두 위대한 힘은 기존 체제의 벗이 아니었네. 오히려 이 두 힘은 낡은 누룩을 털어내야 하고, 더 이상 거짓과 불의와 결함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던 걸세.”

 

P62

그러면 아는 게 많을수록 관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기존의 지식이 오류와 결합되어 있는 경우라면 물론 그렇겠지!”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그 어떤 편협한 유파의 학문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라면, 편견 없는 엄정한 관찰이란 어림도 없는 것이네. 단호한 화성론자는 오로지 화성론의 안경을 통해서만 보려고 하며, 수성론자와 최근의 지각융기론의  신봉자들도 자신들의 안경을 고집하기는 마찬가지야. 배타적인 유일한 관점에 사로잡힌 그러한 모든 이론가의 세계관은 그 순진무구함을 상실하였으며 대상들은 더 이상 그 자연적인 순수함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네. 그래서 그러한 학자들이 나중에 깨달은 내용에 관해 보고하더라도 (물론 그 학자들 개개인은 진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할 테지.) 우리는 대상들에 대한 진리를 결코 얻지 못하고, 오히려 매우 강력한 주관이 개입된 관점만을 가지고서 대상들을 받아들이게 될 뿐이라네. 하지만 편견 없는 올바른지식이 관찰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할 생각은 조금도 없네.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는것에 대해서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다는 오랜 진리가 옳을 걸세.

 

P63

학문의 세계에서도 우리는 학식과 가설에 사로잡힌 나머지 더 이상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자들을 보게 된다네. 그러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모든 것이 신속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말지. 그들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것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거리에서 절친한 친구들 알아보지 못하고 뛰어 지나가버릴 정도로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과도 같네. 그러나 자연을 관찰함에 있어서는 어떠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떠한 선입견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차분하고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네.

 

P75

하지만 내가 몸가짐을 철저히 지키고 언제나 자기 자신을 절제함으로써 극장의 주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거지.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조심성도 언제나 잃지 않았네. 그것이 없으면 어떠한 권위라도 금방 허물어지는 법이니 말이야.”

 

P86

아주 다양한 절차를 거쳐야 하니까 말이야. 이미 어느 정도의 명성을 얻고 있는 신인 배우라면 나는 그에게 연기를 시켜본다네. 그러면서 다른 배우들과 잘 어울리는지. 그의 태도와 연기 방식이 우리 앙상블에 지장을 주지나 않는지 그리고 그의 참여로 우리의 부족한 부분이 메워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지. 그러나 무대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젊은이라면 우선 그의 인품을 살펴본다네. 그러면서 그에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 어떤 매혹적인 힘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네. 왜냐하면 자기 통제력이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아주 호감 가는 인물로 만들어 보여주지 못할 정도의 배우라면 대체적으로 재능이 없기 때문일세. 그래, 배우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언제나 타인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리고 그의 외모와 태도가 내 마음에 드는 경우에는 책을 읽혀 보면서, 그의 감각기관의 힘과 크기뿐 아니라 정신적 능력까지 알아본다네. 그리고 그에게 우선 위대한 작가의 숭고한 작품을 손에 쥐어 주면서 그가 참으로 위대한 것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지. 그 다음에는 정렬적이고 격정적인 작품을 주어서 그의 힘을 시험해 본다네. 그러고 나서는 맑고 이성적인 것과 재기 발랄한 것, 그리고 반어적인 것과 기지에 찬 것 등을 보여주면서, 그가 이러한 것들을 앞에 두고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또 정신적인 자유를 충분히 유지하는지를 살펴보는 걸세. 그 다음에는 상처받은 가슴의 고통과 위대한 영혼의 고뇌가 담긴 작품을 주어서, 그가 감동적인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능력이 있는지 알아본다네.

 

P87

나는 그 사람이 아주 뛰어난 배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 걸세. 충분한 근거가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가 몇몇 방면에서 유달리 장점을 보이는 경우에는, 그에게 우선적으로 어떠한 분야에 정진케 할 것인지를 명심해 두었네. 아울러 그의 약점들도 파악하여 그가 무엇보다도 이 약점을 보완하면서 자신을 수련할 수 있게 이끌어 주었지.

 

P88

우선 그의 개성에 적합한 역을 주면서 당분간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연기에만 전념토록 한다네. 만일 그가 지나치게 불 같은 성품의 소유자라면 그에게 느릿하고 담담한 역을 주었네. 그러나 침착하고 느려 보이는 사람에게는 정렬적이고 민첩한 배역을 주었네. 그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성격 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야.”

 

P89

괴테는 자연의 근원을 탐구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만유를 포괄하려 했기 때문에, 전 생애를 걸고 특수한 방향에 헌신한 비중 있는 자연과학자들 개개인에 비할 때 불리한 입장에 있었다. 이들 자연과학자들은 한 영역의 무한히 세밀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반면에 괴테의 삶의 목표는 더욱 보편적인 거대한 법칙을 직관하는 데 있었다. 괴테는 언제나 그 어떤 거대한 종합을 추구하기는 했지만 세부적인 사실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자신의 예감을 확증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괴테가 그토록 노골적인 애정을 보이면서 저명한 자연과학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지속하려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에게서 모자라는 것을 그들에게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미비한 점을 그들로부터 보완하려고 했다. 그는 이제 몇 년 안에 여든 살이 된다. 하지만 그의 연구심과 체험에 대한 열정은 지치지 않을 것이다.

 

P90

자신의 연구의 그 어떤 방향에서도 그는 함부로 종결하거나 가볍게 끝을 내버리는 법이 없다. 그는 끊임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끝없이 배우고, 또 배우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럼으로써 영원한, 조금도 시들지 않는 청춘의 인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P92

누구든 여론을 좇다 보면 너무도 쉽게 그릇된 입장에 빠지고 만단 말이야! 나는 지금까지 민중에 반하여 죄를 지은 기억이 없는데. 이제 와서 내가 결코 민중의 벗이 아니라는 말을 들어야 하다니. 물론 나는 혁명을 내세우는 천민의 벗은 아니야. 그들은 약탈과 살인과 방화를 일삼으면서도 공공 복지라는 거짓 간판을 내걸고서 비천하기 짝이 없는 이기적인 목적에만 눈이 어두워 있지 않나. 나는 그런 무리들의 편이 될 수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루이 15세의 편도 아니네. 여하간 나는 어떠한 폭력적 혁명도 찬성하지 않네. 그것으로 좋은 결과가 얻어지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파괴도 초래되기 때문이지. 나는 혁명을 일으키는 사람이나 그 원인을 조성하는 사람들을 다 같이 미워한다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민중의 벗이 아니란 말인가?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지는 않겠지? 자네도 알다시피 미래에 무언가를 약속해 주는 개혁이라면 나는 언제든 환영이야. 하지만 지금 말한 바처럼. 폭력적인 것이나 돌발적인 것은 모두 내 마음에 들지 않아. 왜냐하면 그것들은 부자연스럽기 때문이야.

 

P98

극장의 번창에 가장 해로운 것은 극장의 운영진에게 회계 수익의 많고 적음에 대해 직접 책임을 묻지 않고, 한 해 동안 발생한 재정상의 부족분을 연말에 다른 재원에서 보충하게 해줌으로써 아무 걱정도 없이 안정되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라네. 개인적으로 이익을 본다든지 손해를 본다든지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으면, 마음이 해이해지기 쉬운 것이 인간의 본성이니까 말이야.

 

P99

우리 극장의 규정에는 여러 가지 벌칙 조항은 있으나 뛰어나 공적을 격려하고 포상하는 조항은 단 하나도 없네. 어건 커다란 결점이야. 왜냐하면 과실이 있을 경우 그때마다 월급이 깎이는 것을 감수하는 마당에. 자기가 할당 받은 책임 이상의 업적을 올린 경우 포상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지. 극장의 구성원 각자가 모두 예상과 요구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림으로써 극장은 비약할 수가 있는 거네.”

 

P102

하지만 무언가 자연적이거나 아름다운 것을 대중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게. 최소한의 시간은 걸리는 법이고 또 온갖 묘책도 필요하니까 말이야. 나도 물론 이 브라반트의 궁술이 멋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 거기에 비하면 우리 독일의 볼링 놀이는 거칠고 조잡하고 아주 속물적이야.”

 

P111

자네는 활에 취미를 가지고 있다가 아주 훌륭한 지식을 얻게 되었군. 실제 체험으로만 얻을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 말이야. 그 어떤 열정을 가진다는 건 그래서 언제나 좋은 걸세. 우리로 하여금 사물의 핵심으로 이끌어주니까. 또한 탐구하면서 오류를 범하는 것도 좋아.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우게 되고, 사실 자체뿐만 아니라 그 전체 과정을 통찰하게 되니까 말이야. 그러니 내가 식물과 색채에 대해 도대체 무얼 알 수 있었을까. 만일 내가 나의 이론을 완성된 상태로 물려받아 그 두 분야를 익히 알고 있었다면 말이네! 그러나 내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탐구하고 발견하고 또 때로는 오류를 범해야 했기 때문에, 내가 그 두 분야에서 무언가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거네. 종이 위에서 말하는 것 보다는 더 많이 말이야.

 

P114

그는 하늘을 향해 겨누면서 활 시위를 당겼다. 그는 불멸의 청춘을 내면에 간직한 아폴로와 같이 서 있었지만 역시 몸의 나이는 어쩔 수 없었다. 화살은 얼마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내가 달려가서 화살을 주워오자 괴테가 다시 한번!”하고 말했다. 이번에는 수평 방향으로 정원의 모래 길을 겨누었다. 화살은 삼십 보 가량 어느 정도 똑바로 날아가더니 곧 모리를 숙이고 획 소리를 내면서 땅에 떨어졌다. 괴테가 활을 쏘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마음에 들었으며, 다음과 같은 시구가 떠올랐다. 나이가 나를 떠나버렸는가? 또다시 나는 어린아이가 되었단 말인가? 나는 화살을 주워 와서 다시 그에게 주었다. 괴테는 나에게 다시 한번 수평 방향으로 쏘아보라고 청하면서 자기 서재의 덧문에 나 있는 점 하나를 과녁으로 정해 주었다. 나는 쏘았고. 화살은 목표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화살이 무른 나무에 너무 깊이 박히는 바람에 빼낼 수가 없었다. “그대로 놔두게하고 괴테가 말했다. “며칠 동안은 이번 놀이의 기념이 될 테니까.”

 

P117

알고 보면 인간은 단순한 존재야. 인간의 본성이 제아무리 풍부하고 다양하고 헤아릴 수 없다 하더라도. 인간이 처하고 있는 모든 상황은 금방 들여다보이는 법이네.

 

P119

즉 예술가의 수련도 다른 모든 재능의 수련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지. 말하자면 우리의 강점은 내버려두어도 어느 정도 저절로 형성되지만, 우리의 본성 속에 잠재되어 있는 싹이나 소질은 날마다 자기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의 강점으로 발전시키려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걸세.

 

P120

그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네. 자연을 관찰함에 있어서 우리는 어떤 대상을 그것만 따로 떼어내 보는 경우는 결코 없고, 모든 대상을 그 앞과 뒤, 그 옆 또는 아래나 위에 있는 다른 대상들과 함께 연관지어 보는 법일세. 또한 어떤 개별적인 대상 하나가 특히 아름답고 그림같이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그러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대상 하나만에 의해서가 아니라네. 사실은 그 옆이나 뒤나 위에 있는 것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효과가 나타나는 걸세. 주변의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해서 말이야.

 

P121

자연에 있어서는 그 어떤 대상도 만일 그것이 자연법칙에 따르는 진실된 것이 아니라면 결코 아름답지가 않네. 그리고 이 자연의 진실함을 그림 속에서도 나타내려고 한다면, 그 진실함은 함께 작용하고 있는 다른 사물들에 의해 입증되어야 하네. 가령 내가 개울가에서 모양이 좋은 돌을 발견했고, 그 돌의 표면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녹색 이끼가 덮여 있다고 가정해 보세. 물론 이끼가 생긴 것은 물의 습기 때문만은 아니네. 북향의 산비탈이라든지 나무 그늘과 덤불 그늘 같은, 바로 그 돌이 있는 개울의 주변 환경도 함께 작용을 한 것이지. 그러므로 그러한 주변 환경이라는 요소를 제외해 버린다면, 내 그림에는 진실도 본래의 설득력도 없게 되고 마는 거네.

 

P126

그래, 그의 책을 읽어보니 어떤가?” 하고 괴테가 물었다. “핵심을 아주 잘 다루고 있지 않은가?” 내가 대답했다. “아주 묘합니다. 저에게 이 책만큼 많은 생각을 던져준 책도 없고, 또 이 책만큼 저를 그렇게 자주 모순에 빠지게 한 책도 없으니까요.” “바로 그게 핵심이야!” 하고 괴테가 말했다. “천편일률적인 것은 우리를 수동적이게 만들지만, 모순은 우리를 생산적으로 만들어준다네.”

 

P132

요컨대 보편적인 미덕과 상반되는 행동 방식을 국가이성이라는 말로 부를 수는 없는 거네. 크레온은 폴리네이케스의 매장을 금지시킴으로써 썩어 가는 시체로 공기를 오염시켰을 뿐만 아니라 개와 독수리들이 죽은 자의 너덜거리는 시신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게 함으로써 재단마저 더럽히게 했네. 인간과 신을 욕되게 하는 이러한 행동 방식이 국가 이성일리는 없으며 국가 범죄에 불과한 것일세. 또한 크레온은 작품 전체의 인물들과 대립하고 있네. 합창대의 일원을 이루고 있는 국가의 원로와 시민들과 테이레시아스 그리고 자기 자신의 가족과도 대립하고 있는 걸세. 그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무도한 만행을 고집하여 그의 가족들마저 파멸하게 만들고 그 자신도 마침내는 망령이 되고 마는 거지.”

 

P132

그 점이 바로 소포클레스가 거장이라는 것을 말해 주며, 바로 거기에 극예술의 생명이 들어 있는 걸세. 등장인물들 모두가 뛰어난 웅변술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행동의 정당성을 확신을 가지고 주장하기 때문에, 청중은 거의 언제나 마지막으로 발언한 인물의 편이되고 마는 거네.

 

P136

나는 젊은 시절부터 몰리에르를 알았고 또 좋아해 왔네. 그 때문에 평생 동안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지. 해마다 그의 작품 몇 편을 빠뜨리지 않고 읽었는데. 그건 뛰어난 것과의 접촉을 지속하고 싶어서였네. 그리고 내가 그에게 매혹되는 이유는 단지 완벽한 예술적 처리방식 때문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 시인의 사랑스러운 천성과 고상한 심성 때문이네. 그의 내면에는 우아함과 기교적인 것에 대한 감각과 세련된 사교적 성향도 들어 있는데. 그러한 요소는 그와 같이 아름다운 천성을 타고난 사람이 그 시대의 가장 탁월한 인물들과 매일 같이 교류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었던 걸세.

 

P138

슐레겔이 수없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네. 그의 엄청난 지식과 다독은 누구라도 놀랄 만하지. 하지만 그것으로 다 된 건 아닐세. 제 아무리 박학다식하다 해도 그것이 결코 판단 기준이 될 수 없어. 그의 비평은 한마디로 지극히 편파적인데. 그것은 그가 거의 모든 극작품에 있어서 대략적인 줄거리와 구성만을 염두에 두고, 또 언제나 위대한 선배 작가들과의 사소한 유사성만을 따지기 때문이네. 해당 작가가 고귀한 영혼의 우아한 삶과 교양을 서술하는 가운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지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으면서 말이야. 하여간 그 무든 현란한 기교가 무슨 소용일까! 어떤 극작품에서 사랑스러운 요소나 작가의 위대한 개성을 느껴지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리고 바로 이러한 것만이 대중의 문화에 도움이 되는 거네.

 

P141

슐레겔 자신의 옹졸한 인격으로는 그토록 고귀한 천성을 타고난 사람들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

 

P145

제가 보기에 그 배우는 자기 앞의 대상에 대해 커다란 애정을 쏟는 것 같았습니다. 부지런히 자신의 배역을 연구하여 모든 세부적인 것을 하나하나 분명하게 체득함으로써 주인공의 삶을 완전히 익히고 아주 자연스럽게 거기에 푹 파묻힙니다. 그래서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정확한 강세로 발음할 수 있게 되는데, 너무도 확실한 연기여서 프롬프터가 조금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P146

다른 모든 선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바로 하느님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네. 이것은 결코 인간 성찰의 결과물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 아름다운 천성이지. 이것은 인간 누구에게나 조금씩 부여되어 있지만, 천부의 자질을 타고난 아주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최고도로 주어져 있는 거네. 이러한 사람들은 위대한 행위나 가르침을 통해 그들의 성스러운 내면을 드러내며, 또 이러한 내면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과 존경을 보내고 힘닿는 한 그것을 본받으려 하는 걸세. 그리고 윤리적 미의 가치와 선의 가치는 체험과 지혜를 통하여 깨달을 수가 있었던 거네. 왜냐하면 악이라는 것 그 자체는 결국 개인과 전체의 행복을 파괴한 것으로 드러났고, 반면에 숭고하고 정당한 것은 개인과 전체의 행복을 가져오고 확고하게 해준 것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윤리적 미는 가르쳐질 수 있었고, 또 명백한 형태로 온 민족에게 전파될 수 있었던 걸세.”

 

P150

나는 미학자들이 우스워 죽겠어.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라는 말로 부르고 있긴 하지만 표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을 몇 마디 추상적인 말로써 개념화하려고 애쓰고 있으니 말이야. 그러나 미는 근원현상이네. 그것 자체가 현상으로 나타나는 일을 결코 없지만, 그 반영은 창조적 정신의 다양하기 그지없는 발현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네. 자연 자체와 마찬가지로 그토록 다양하고 무수한 형태로 말일세.

 

P153

내가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에서 결론을 끌어낸다면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까요? 어떤 생물이든 그 자연스러운 발전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입니다.” “바로 그렇다네.”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발전의 절정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먼저 말해야겠지.” 내가 대답했다. “이런저런 생물에 고유한 특성이 완전하게 나타나는 성장의 시기라고 봅니다만.” “그런 의미라면 별다른 이론은 없을 걸세.”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게다가 이렇게 덧붙인다면 더 안성맞춤일 테지. 그러한 특성이 완전하게 나타날 뿐더러, 생물의 모든 부분의 성장이 자연의 사명에 합치될 때, 즉 합목적성을 띨 때라고 말한다면 말이야.

 

P158

화가는 자연을 그 세세한 부분까지 충실하게 있는 그대로 그려야 하네. 어떤 동물의 골격이라든지 근육과 힘줄의 위치를 마음대로 바꾸어 본래의 특성을 상실하게 해서는 안 되네. 그렇게 된다면 자연을 망쳐버리는 게 되니까 말이야. 그러나 예술적 기법의 보다 높은 영역에서는, 즉 하나의 그림에 독자적인 개성을 부여하는 과정에 있어서 화가는 보다 자유롭게 운신할 수가 있네. 이 경우 화가는 루벤스가 이 풍경화에 이중의 빛을 사용한 것과 같이 가공의 영역으로까지 넘어가도 무방한 걸세.

 

P159

예술가는 하나의 전체를 통해서 이 세상을 향해 발언하려 한다네. 그러나 이 전체는 예술가가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 자신의 정신이 만들어낸 산물이거나 아니면 결실을 맺게 하시는 하느님의 입김이 작용하여 빚어진 것이네.

 

P160

우리는 어떤 화가의 붓 자국과 신인의 말 하나하나를 지나치게 정확하고 세심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네. 오히려 우리는 대담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을 가능하다면 똑 같은 정신으로 다시 직관하고 즐겨야 하는 걸세

 

P167

하지만 파리 같은 도시를 한번 생각해 보게. 거대한 나라의 가장 뛰어난 지성들이 한곳에 모여 날마다 교제하고 논쟁하고 경쟁하는 가운데 서로 가르쳐주고 서로 이끌어주고 있지 않은가. 전 세계를 통틀어 자연과 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것을 날마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세계 도시를 한번 떠올려 보게. 그 어디로 다리를 지나든 광장을 지나든 그 하나하나가 모두 위대한 과거를 상기시키며, 길모퉁이 모퉁이마다 역사의 한 토막이 펼쳐져 있지 않은가. 더욱이 음침하고 활기가 없었던 시대의 파리가 아니라 9세기의 파리를 한번 생각해 보게. 그 세기의 삼 세대 동안에 걸쳐 몰리에르나 볼테르, 디드로 같은 인물들이 나타나서 그토록 풍요로운 정신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경우는 두번 다시는 없을 걸세. 그러니 자네도 이해하겠지. 앙페르와 같이 머리가 좋은 사람이 그러한 풍요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란 덕분에 스물네 살의 나이에도 상당한 인물이 될 수 있었다는 걸 말이야.

 

P169

그러니까, 이 사람아.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네. 재능을 가진 어떤 사람이 신속하면서도 신나게 발전하려면 국민 사이에 지성과 교양이 널리 퍼져 있어야 하는 거야.

 

P171

우리 독일인들은 이제 겨우 턱걸이를 했을 뿐이네. 물론 한 세기 전부터 우리는 꽤나 교양을 쌓아오기는 했지. 하지만 아직도 몇 백 년은 거 기다려야 할 걸세. 높은 지성과 우아한 교양이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고 보편화되어 그리스 사람들처럼 미를 숭상하고 어여쁜 노래에 열광하면서 독일인들이 야만인이었던 건 옛날 이야기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까지는 말일세.”

 

P176

독일인은 정말 묘한 존재이지요! 어느 곳에서든 심오한 사상과 이념을 탐구하고 그것을 아무 데나 갖다 붙임으로써 인생을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만들어버리니까. , 그러니 이제 용기를 내도록 합시다. 감명받은 것에 몰입하고, 스스로 기뻐할 줄도 알며, 감동받을 줄도 알고 자기를 고양시킬 줄도 알며, 기꺼이 배우고, 그 어떤 위대한 것을 향하여 열정을 불태우고 용기를 낼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추상적 사상이나 이념이 들어 있지 않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만은 부디 없어야 합니다.

 

P177

전체적으로 볼 때 시인으로서 그 어떤 추상적인 것을 구상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나의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인상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었습니다. 활기찬 상상력이 나에게 제공하는 감각적이고 생명감 넘치며 사랑스럽고도 다채로운 갖가지의 인상을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시인으로서 내가 한 일은 그러한 직관과 인상을 마음속에 서 예술적으로 다듬고 형성하고 또 생생하게 묘사하여 나타나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내가 묘사한 것을 듣고 읽는 동안 나와 똑 같은 인상을 받도록 하는 일 이외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시인으로서 그 어떤 이념을 묘사하려고 했을 때는, 통일성이 분명하고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짤막한 시로 그것을 표현하였습니다. ‘유언이라든지 그 밖의 시들 말입니다. 비교적 큰 부피의 작품으로서 의도적으로 일관된 이념에 따라 쓰고자 했던 것으로는 친화력이 유일할 테지요. 그래서 그 소설은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보다 더 잘 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문학작품이란 불가해하면 할수록 그리고 이성으로 파악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좋다고 말이지요.”

 

P193

그리고 나이 들어서는 종종 이런 생각이 들더군. 내가 여기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영광을 보는 것도 이로써 마지막이라고 말이야. 그러나 언제나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지 뭔가. 그러니 오늘도 나는 이렇게 바라네. 우리 둘이 언젠가 이곳에서 좋은 날을 다시 함께 보내게 되겠지 하고 말이야. 앞으로는 더 자주 이곳에 오기로 하세. 사람이란 좁은 집구석에만 있으면 쭈그러들기 마련이야. 이곳에서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위대한 자연처럼 위대하고 자유롭다는 느낌이 드는 걸세. 아니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야.”

P235

그 같은 인물들은 천재적인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어서 독특한 데가 있네. 말하자면 그들은 청춘의 반복을 체험하는 걸세.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단 한 차례의 젊음이 주어질 뿐인데 말이야.

 

P241

자네도 알겠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그 중년기에 전환점을 맞이한다네. 청년기에는 만사가 순조롭고 행복하게 돌아가던 사람도 어느 순간 그 운명이 돌변하여 재난과 불운을 잇달아 겪게 되는 법일세. 내 말의 의도를 알겠나? 사람이란 결국 무로 돌아가는 거라네! 모든 비범한 인간은 그가 이루어야 할 그 어떤 소명을 타고나는 법이며, 그것을 이루고 나면 더 이상 사람의 모습으로 지상에 머물 필요가 없어지는 게지. 그리하여 하느님의 섭리는 그를 또다시 다른 용도로 돌려쓰게 되는 걸세. 이 지상에서는 모든 일이 순리에 따라 이루어지며 데몬은 차례차례 사람의 다리를 걸어 쓰러뜨리는 거네. 나폴레옹도 그랬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랬지. 모차르트는 서른여섯 살에 죽었고, 라파엘로도 거의 비슷한 나이에 죽었으며, 바이런은 그보다 겨우 몇 년 더 살았네. 하지만 그들 모두 자신의 천명을 완벽하게 이루었지. 그들은 가야 할 나이에 갔네. 그리고 이 땅에 더 오래 살도록 되어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걸세.”

 

P246

그건 그렇고 우리들 연로한 유럽 사람들에게는 다소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형편이 정말 열악해져가고 있어. 우리의 환경은 지나치게 인공적이고 복잡하며, 음식이나 생활 방식에 있어서도 건강한 자연을 상실하고 있네. 모두들 세련되고 정중하기는 하나 다정다감하고 진솔할 수 있는 용기가 결여되어 있고, 그 때문에 자연스런 성향과 마음씨를 가진 정직한 사람은 아주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 거지.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가식적인 뒷맛이 남지 않는 인간적인 생활을 순수하게 누려보기 위해서, 저 남쪽 바다의 섬나라에 그야말로 야만인으로 태어나 살았으면 하고 바랄 때가 종종 있네.

 

P250

요는 그들이 자연이 만들어 준 그대로 있고자 하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일세. 그들에게는 일그러지거나 뒤틀린 데도, 모자라거나 삐딱한 데오 없어. 그들은 인간으로서 언제든 완벽해. 물론 이따금씩 완전한 바보도 있다는 걸 나도 인정하지. 하지만 자연이라는 저울에 올려놓고 보면 그들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묵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거네. 개인적 자유의 행복. 영국의 명성에 대한 자각,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그들에게 주어지는 중요한 비중과 같은 것에 그들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익숙해 있었던 터라, 그들은 우리 독일 사람의 경우보다도 가정생활에서나 학교생활에서나 훨씬 더 소중한 대우를 받고 또 훨씬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간다네.

 

P250

이 나라에서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일찌감치 길들이겠다는 명목으로 모든 자연성이나 독창성이나 야성을 몰아내기 때문에 그 결과 속물밖에는 남지 않게 되는 거네.

 

P251

그들은 나 같은 사람이 즐겁게 느끼는 것을 무가치하고 시시하게 보고 있고, 오로지 이념에 푹 절어 고차적인 사변의 문제에만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게 확연히 드러나는 걸세. 건전한 감각이라든지, 감각적인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라든지 하는 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으며, 젊은이다운 감정이나 청춘의 환희와 같은 것은 모두 제거되어버렸으며 또 회복하지도 불가능한 상태이네. 여하간 이십 대에도 젊지 않았으니 사십 대에 어떻게 젊어질 수 있단 말인가!”

 

P252

반면에 그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 정신적 육체적 정열이 부족하네, 실제로 사회에 나가 유능한 활동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인데도 말이야. 그리고 인간들을 다루는 정치가의 생활에 있어서도 사랑과 호의는 필요하지 않은가? 자기 자신이 이미 불쾌한 기분에 빠져 있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거나 호감을 베풀 수 있단 말인가? 모두들 정말 불행해! 책상에 들러붙은 학자든 정치가든 그 삼분의 일은 신체가 좀먹고 정신은 우울증이라는 귀신에 사로잡혀 있으니 말이야. 이런 형편이니 윗사람들이 조치를 하여 최소한 다음 세대들만은 그러한 파멸에서 보호해야 할 테지.”

 

P254

말하자면 그것은 내 적들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고 또 남을 해치지도 않는 무기였네. 나는 그 무기를 가만히 수중에 넣고 있었지만 실은 그 무기를 잘 활용하였던 걸세. 다른 사람들의 악의 때문에 내 마음속에 독한 감정이 생기는 걸 그 무기로 방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야. 만일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적들의 공개적이고 이따금은 악의적인 해코지를 아프게 느끼고 또 부풀리기까지 하면서 시달렸을 테지. 그러므로 저 짧은 시들은 나에게 사적으로 중대한 도움을 주었던 걸세. 그러나 독자들에게 나의 사적인 시빗거리를 밝혀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았고 또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았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러한 시들 중의 일부를 아무 걱정 없이 공개할 날이 올 테지

 

P255

그곳에는 그 아름다운 여배우의 그림이 있었다 그 그림을 한참 동안 함께 들여다보던 괴테가 말했다. “여보게, 그렇지 않은가. 정말 애쓴 보람이 있는 그림이야! 슈틸러는 조금도 어리석지 않았어. 그는 이 아름다운 처녀를 나를 유혹하기 위한 미끼로 사용했네. 그런 재치를 부려 나를 모델의 자리에 앉힘으로써, 나로 하여금 혹시 그의 붓끝에서 천사라도 나타나지나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했으니 말이야. 사실은 노인의 머리를 그리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도 말일세.”

 

P262

여하간 자네는 이점을 알고 있을 테지? 세상이란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만큼 그렇게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는 건 아니라는 걸 말이야. 진보를 가로막는 데몬들이 끊임없이 여기저기 도처에서 나타나, 전체적으로 보면 앞으로 나아가기는 하나 그 속도가 아주 느릴 수밖에 없는 걸세. 더 살아보게. 그러면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네.” “인류의 발전은 수천 년 단위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고 내가 말했다. 괴테가 대답했다. “누가 알겠나. 수백만 년 단위의 문제일지도! 어쨌든 인류는 오래도록 존속할 테지만 그 앞길에 헤쳐 나가야 할 장애물은 언제든 있기 마련이고, 인류의 힘을 길러줄 온갖 역경도 무수히 등장할 것이네. 물론 인류는 앞으로 보다 더 현명해지고 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고 보다 많은 실행력을 가지게 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네. 시대마다 편차가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게 차라리 맞겠지. 나는 하느님이 더 이상 인류에게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시간이 오리라고 보네. 그러면 하느님은 모든 것을 파괴하여 다시 한번 새롭게 청조하게 될 걸세. 나는 모든 것이 그러한 방식으로 예정되어 있음을 확신하며, 먼 미래에 그러한 회춘의 시대가 다가올 시간까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고 있네. 하지만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물론 좋은 시절도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 사랑스럽고 오래된 대지 위에서 몇 천 년이고 온갖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게 될 것이네.”

 

P264

모든 일에 대해 아주 능숙하게 함께 말할 수 있는 군주들은 많아. 하지만 그들은 사물의 핵심으로 파고들어 가지는 못하고 그저 표면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뿐이네. 그리고 그것도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네. 궁정 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군주가 처하게 마련인 그 끔찍한 산만함과 구질구질함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지. 군주는 온갖 일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네. 이것도 찔끔 알아야 하고 또 저것도 찔끔 알아야 하지. 그리고 다시 또 이것저것 알아야 하네. 그러다가 보면 아무것도 결실을 맺거나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되는 거지. 그러므로 그러한 요구에 일일이 응하느라 자기 생활이 연기처럼 허무하게 사라져버리게 되는 꼴을 겪지 않으려면 강력한 심성이라는 재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걸세. 물론 대공은 그러한 모든 일을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 거대한 그릇으로 태어난 인물이었네.”

 

P266

그분은 어떤 일이든지 직접 확인하고 스스로 판단을 내렸으며 모든 경우에 이어서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가장 확고부동한 근거로 삼았네. 게다가 그분은 과묵한 성격이어서 한번 꺼낸 말은 반드시 행동으로 옮겼지.”

 

P266

이 시대에 중요한 것은 인류라는 저울 위에 자신을 달아보는 거라네. 그 밖의 모든 것은 헛된 일이야. 훈장을 매단 외투라든지 여섯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는 가장 비천한 대중들에게는 어느 정도 감명을 줄 테지.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얘길세. 게다가 대공의 낡은 마차에는 깃털 쿠션이 거의 장치되어 있지 않네. 그래서 그분과 함께 마차를 타는 사람은 혹독한 충격을 참아내야만 했지. 그러나 그분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네. 그분은 거칠고 불편한 것을 좋아했으며 온갖 종률의 유약함을 싫어하셨네.”

 

P271

독일의 통일 여부를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네. 우리 나라의 훌륭한 도로와 앞으로 생겨날 철도가 그 할 일을 다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호 간의 사랑으로 하나가 되고, 일치단결하여 외적에 맞서는 게 중요하네. 독일의 탈러 화나 그로센이 전국 어디서나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는 점에서 하나가 되고, 나의 여행 가방이 독일의 서른 여섯 개 모든 나라 어디에서나 검열 없이 통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일이 되기를 바라네. 예컨데 바이마르 시가 발행한 여권이 인접한 큰 나라의 국경 관리로부터 외국인 여권으로 취급되어 불충분하다는 말을 듣지 않는 방향으로 통일되었으면 좋겠네. 그리고 독일의 각 나라 어디에서나 내국이니 외국이니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하네. 그 밖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도량형이나 무역 등등 그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진 독일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네. 그러나 독일 통일의 본질을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잘못이네. 아주 큰 나라의 수도는 단 하나의 커다란 수도를 가져야 하며, 이 커다란 하나의 수도만으로 인재들이 각자 발전을 이룰 수 있고, 또 국민 대중의 번영도 보장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잘못일세.”

 

P276

나는 자네의 통상 조건을 받아들이겠네. 자네가 나의 레몬 잼을 맛있게 다 음미하고 나면 잊어버리지 말고, 다른 것을 보내 달라고 명령하게. 그러면 때맞추어 나의 시로써 보답하겠네.”

 

P281

그는 책 읽기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은 독자들의 무지몽매함을 조롱하였다. 많은 독자들이 아무런 예비적인 연구나 준비된 지식도 없이 마치 소설책이라도 읽는 듯이 철학과 학문의 저작들에 곧장 덤벼든다는 것이었다.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철부지 독자들은 독서하는 법을 배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가를 모르네. 나는 팔십 년간이나 거기에 몸을 바쳤지만 아직도 목표에 도달했노라고 말할 수 없는데 말이야.”

 

P282

그러한 과학 학술 모임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말이네. 하지만 그러한 회의의 장점은, 서로 간에 알게 되고 또 서로 간에 좋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데 있네. 그 결과 어떤 중요한 인물의 그 어떤 새로운 학설이 인정을 받게 되고, 또한 이 인물이 다시 어떤 다른 분야에 서로 우리 견해를 인정하고 지원해 줄 가능성이 마련되기 때문이지. 어쨌든 현실의 사정은 어떤가. 어떤 일이 생겨나도 그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아무도 모르는 형편이 아닌가.”

 

P283

진정한 상상력이란 이 지상의 현실적 토대를 떠나지 않으며, 현실적인 것과 이미 알려진 사실을 척도로 삼아서 예감하고 추정할 수 있는 대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말하네. 그러므로 이러한 상상력은 에감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며 또한 그러한 예감이 이미 알려진 다른 법칙과 모순되지 않는가를 검토한다네. 그러나 이러한 상상력은 그 전제조건으로, 생동하는 세계를 조망하고 그 법칙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포괄적이면서도 냉정한 머리를 필요로 하네.”

 

그 동안 막연했던 상상력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여기 있었다. 창조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는데 그 상상력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라고 하니 정말 명쾌하다

 

P289

참다운 자유주의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수단을 사용하여 가능한 좋은 일을 많이 이루려고 노력한다네. 하지만 종종 피할 수 없는 결함에 직면한다 하더라도 즉각 총칼을 들고 달려들어 그것을 제거하려고 하지는 않네. 현명하게 한 발짝씩 전진함으로써 사회의 결함을 차츰차츰 제거하려고 한다네. 그래야만 폭력적 수단으로 흔히 좋은 것까지 동시에 파멸시켜버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는 걸세. 언제나 불완전하기 마련인 이 세계에서는, 보다 좋은 것을 이룰 수 있는 때와 상황이 주어질 때까지 현재의 좋은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법이야.”

 

P292

그는 생생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아주 명랑한 기분인 것처럼 보였다. 그가 말했다. “, 어서 오게. 이리 와서 앉게! 오랫동안 위협하던 벼락이 마침내 우리를 맞힌 거네. 적어도 우리는 더 이상 끔찍한 불확실성에 시달릴 필요는 없게 되었네. 이제는 우리가 자신의 생을 어떻게 다시 제자리에 놓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네.” 나는 괴테 앞에 놓은 종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것이 선생님의 위안입니다. 일을 한다는 것이 우리를 고통 속에서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뛰어난 방편이 아니겠습니까.” 괴테가 대답했다. 살이 있는 동안에는 머리를 하늘로 높이 쳐들고 있어야 하네.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동안에는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하네.”

 

P297

정신을 똑바로 차려 이 갑작스런 이별에 적응해야겠네. 죽음이란 참으로 이상한 그 무엇이야. 매번 죽음을 치르면서도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죽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으니 말이야. 하지만 죽음은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예기치 않게 찾아오네. 말하자면 죽음이란 갑자기 현실화되어 나타나는 그 어떤 불가사의한 영역인 것 같네. 익숙한 현실 세계로부터 조금도 짐작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옮겨가는 게 너무나 강제적이어서, 뒤에 남은 사람에게는 참으로 깊은 충격을 안겨주는 걸세.”

 

P299

방금 우리 곁을 떠나간 그 사랑스럽고 젊은 처녀에 대해 자네가 그처럼 관심을 보이며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내 마음속에 온통 옛 추억이 되살아나는군. 저 매혹적인 릴리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시 눈앞에 떠오르는군. 행복하게도 다시 그녀 곁에서 그 숨결을 느끼고 있는 듯한 기분이네. 사실 그녀는 내가 마음속 깊이 진실하게 사랑한 첫 번째 여성이었으며, 도 마지막 여성이었다고도 할 수 있네. 그 뒤로 나의 인생에 있어서 내 마음을 움직였던 온갖 자잘한 애정들은 저 첫사랑에 비하면 그저 가볍고 피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네.

 

P302

괴테는 아주 생산적인 시기에는 대체로 독서를 하지 않았다. 어쩌다 읽는다고 해도 가볍고 명랑한 책을 택해 휴식에 도움이 되도록 했고, 아니면 현재 다루고 있는 소재와 조화를 이루거나 글의 진행에 도움이 되는 책만 골라서 읽었다. 반면에 아주 중요하고 심한 자극을 주는 독서는 아예 피하였는데. 그 이유는 차분한 창작에 방해가 되고, 또 그의 현재 관심을 분산시켜 본궤도에서 탈선시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요즈음 <르 글로브> 지와 <르 탕>지를 제쳐두는 것도 이런 식으로 자신의 관심이 분산될까 우려해서였다.

 

P316

나는 시를 쓰면서 짐짓 허세를 부린 적은 결코 없었네. 체험하지 못한 것, 뼈저리게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면 시로 쓰지도 입에 담지도 않았네. 연애시를 쓴 것도 내가 사랑에 빠져 있을 때뿐이었네. 그러니 증오심도 없는 터에 어떻게 증오의 시를 쓸 수 있었겠나! 그리고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나는 프랑스인을 미워하지 않았네. 물론 프랑스인의 지배에서 벗어났을 때는 하느님께 감사드렸지만 말이야. 문화냐 야만이냐를 중요하게 여기는 내가. 세계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뛰어난 민족의 하나이며, 또한 나 자신의 교양의 커다란 부분을 힘입고 있는 민족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단 말인가!”

 

P319

살다 보면 좋은 일을 꼭 관철시켜야 할 때도 있는 법이야

 

P321

나는 희곡 작가들이 지나치게 긴 작품을 쓰는 걸 보면 썩 마음에 들지가 않아. 쓰인 대로 공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긴 경우에 말이야. 그런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으면, 나는 그 작품에서 얻게 될 즐거움을 이미 절반이나 잃어버리게 된다네. 한번 보게나, ‘게마 폰아르트가 얼마나 두꺼운 책인지.” “실러의 경우에도 그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아주 위대한 희곡 작가가 아닙니까.” 하고 내가 대답했다. 그러자 괴테가 말을 받았다. “몰론 그 점에서 실러도 잘한 건 아니네. 특히 그가 넘쳐흐르는 청춘의 열정으로 써 내려간 초기 작품들은 끝날 줄을 모르네. 자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마음속에 많은 생각들을 품고 있었고, 또 할 말도 너무나 많았던 게지. 나중에서야 그러한 잘못을 깨닫고는 연구도 하고 논문도 쓰고 하면서 그것을 극복하려고 무진 애를 썼네. 하지만 제대로 잘 되지가 않았지. 주어진 대상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절대적으로 필연적인 요소에만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은 물론 문학의 거장에게만 속하는 일로서,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이네.

 

P335

오히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자연적인 힘을 타고난 사람들이 대체로 가장 겸손하네. 그와 반면에 특히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거만하다네. 은혜로운 자연은 보다 높은 관점에서 볼 때 자연 자신으로부터 무시당했다고 볼 수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균형과 보완을 위한 수단으로써 자만심을 내려주었네.

 

P337

제대로 지워 없앨 줄 알려면 노련한 도사가 되어야 하네. 실러는 이 점에서 특히 탁월했지. 언젠가는 그가 문예 연감의 원고를 손보면서 22개의 연으로 장황하게 쓰인 시 한 편을 일곱 개의 연으로 줄여버리는 것을 본 적도 있네. 그러나 이렇게 무참하게 수술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만들어진 그 시는 아무 손상도 입지 않았네. 오히려 이7연의 시는 저22연의 시에 들어있던 모든 유익하고 좋은 생각을 그대로 담고 있었지.”

 

P341

이제부터는 자연 연구에 있어서 프랑스에서도 정신이 물질을 지배하는 주인이 될 것이네. 사람들은 위대한 창조의 원리. 하나님의 비밀에 찬 역사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될 테지! 자연과의 소통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만일 우리가 분석적인 방식으로 개개의 물질적인 부분들을 처리하면서 정신의 작용을 느끼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 정신이란 것은 결국 물질의 모든 부분이 나아갈 방향을 정해 주면서 조금도 탈선하지 않도록 내적인 법칙에 따라서 통제하고 제어하는 것일 것.

 

P342

물질에 대한 정신의 지배를 확인하는 것은 내가 평생을 바친 일이며 또한 그 무엇보다도 나의 몫으로 주어진 일이었으니까.”

 

P344

내 생각으로는 모든 개인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며 우선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해야 하네. 그리고 저기에서부터 마침내 전체의 행복이 틀림없이 생겨나는 거네. 게다가 그 교의는 내가 보기에 전적으로 비실제적이며 실천 불가능한 것이네. 모든 자연과 모든 경험에 반하는 것이며, 수천 년 이래의 모든 일들의 진행과정과 모순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의 의무를 다하고 모두가 자신이 맡은 일의 테두리 내에서 정직하고 유능하게 행동한다면 전체의 안녕은 저절로 이루어지네. 나는 작가로서의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전체를 이롭게 할까?라고 물은 적은 결코 없었네. 오히려 언제나 자신의 통찰력을 키우고 자기 인격의 질을 높이면서, 내가 훌륭하고 진실하다고 깨달은 것만을 표현하고자 늘 애를 써왔을 뿐이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보다 커다란 범위에서 영향을 미치고 이로운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네. 다만 이것이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전적으로 필연적인 일의 과정, 즉 자연적인 힘들의 작용에 있어서 언제나 일어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이라는 점을 알아야 하네. 만인 내가 작가로서 거대한 대중이 원하는 바를 목표로 삼고 그것을 충족시키려 했다면, 잡다한 이야기를 늘어 놓으면서 그들을 조롱이나 했겠지. 저 복도 많은 코제부처럼 말이야.”

 

P346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네. 그러나 몇 가지의 악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말고 그대로 내버려두세. 그래야만 인간들이 자신의 힘을 계속 발휘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남아 있게 될 테니 말이야. 그러나 나의 원칙은 잠정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네. ‘아버지는 자기 집을, 수공업자는 자신의 고객을, 성직자는 이웃간의 사랑을 돌보고, 경찰은 시민들의 기쁨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이네!”

 

P352

모든 언어는 명백한 인간적 욕구. 인간적인 일. 그리고 일상적인 인간의 느낌과 직관으로부터 생겨났지. 그러므로 보다 높은 뜻을 가지 인간이 자연의 비밀스런 작용과 힘에 대한 예감과 통찰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그가 물려받은 언어로써는 일상적인 인간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그러한 것을 표현하기에는 불충분한 거네. 그러므로 자신이 깨달은 걸 만족스럽게 표현하려면 그에게는 그야말로 신령스런 언어가 주어져야 하는 거지.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가 못하네. 그러므로 진기한 자연의 현상들을 직관했다고 하더라도 진부한 표현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궁색한 입장에 처하게 되어 자신의 깨달음을 깎아 내리게 되거나 아니면 훼손하고 망쳐버리게 되는 걸세.”

 

P354

마찬가지로 부적절한 것은, 프랑스인들이 자연의 산물에 대해 말하면서 합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이네. 조각조각 만들어진 기계의 부분들은 함께 조립할 수가 있고, 그런 대상의 경우에 합성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무방하겠지. 그러나 그 하나하나가 살아서 스스로를 형성하며 하나의 공통적인 영혼에 의해서 스며 있는, 유기체의 부분들에다가는 그러한 용어를 적용시킬 수 없네.” “제 생각에는 합성이라는 말은 순수한 예술과 문학의 작품들에 대해서도 부적절하고 가치를 떨어뜨리는 표현으로 여겨집니다.” 하고 내가 대답했다.

 

P357

자연에 대한 연구보다 우리에게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은 없네. 자연의 비밀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지만 우리 인간들은 점점 더 깊이 그것을 들여다볼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네.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불가해한 것으로 남게 된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자연은 우리에게 영원한 매력을 가지는 걸세. 그리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자연에로 다가가서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발견을 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이네.”

 

P364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먼, 더 나은 것이라니! 실제로 더 나은 것이 있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있겠나! 예술가가 그 어떤 우대한 경지에 일단 오르고 나면 그의 작품들 중의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더욱 완벽하든 말든 그건 거의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걸세. 감식안이 있는 자라면 어떤 작품에 서든 그 대가의 솜씨와 그 재능과 수단의 크기 전체를 알아보는 법이니까.”

 

P366

프랑스인들은 미라보를 자기들의 헤라클레스라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그들은 전적으로 옳아. 하지만 그들은 거대한 조각상도 각각의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대의 헤라클레스도 집단적인 존재로서 자기들의 행동과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하나로 모은 거대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거네. 아무리 자기 멋대로 하려고 해도, 우리 모두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집단적 존재이네. 생각해 보게나.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 우리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적으며, 우리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말일세! 우리 모두는 우리 앞에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로부터 받아들이고 배워야 하네. 가장 위대한 천재라 할지라도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내부로부터 끌어내려고 한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될 테지. 그런데도 다수의 매우 유능한 사람들이 그 점을 깨닫지 못하고서 독창성이라는 미몽에 사로잡힌 채 반평생을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다니는 것이네.

 

P368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본래 나의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어디 있겠나. 보고 듣고 분간하고 선택하고, 본 것과 들은 것에다가 약간의 정신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어느 정도 숙달된 솜씨로 재현해 내는 능력과 경향을 제외한다면 말이야. 나의 작품들은 결코 나 자신의 지혜에 의해서만 생겨난 것이 아니라, 나의 외부에 있으면서 작품의 재료로 주어졌던 수천의 사물과 인물에 힘입은 것이네. 바보와 현명한 자, 총명한 자와 고루한 자, 어린아이와 청년들, 그리고 원숙한 노인들, 그 모두가 자신의 감각으로 느낀 것, 그들이 생각한 것, 그들이 살아오고 활동하고 축척한 경험들을 나에게 말해 주었지. 그러므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하여 씨를 뿌린 것을 손으로 움켜쥐거나 수확하는 일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던 것이네. 그러므로 근본적인 의미에서 어떤 사람이 그 무슨 일을 자기 자신의 힘으로 아니면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이루었는지를 따진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네. 자기 자신을 통해서 아니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 작용했는지 묻는 것도 마찬가지로 무의미하네. 다만 중요한 것은 뜻을 높게 두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재능과 끈기를 발휘하는걸세. 그 밖의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 그러므로 미라보가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외부의 세계와 그 힘을 이용한 것은 전적으로 옳았네. 그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재능 있는 자들은 그의 강력한 천성의 데몬에 이끌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와 그의 지도에 기꺼이 따랐던 거지. 그리하여 그는 한 무리의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들을 주변에 두게 되었으며, 그러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열정을 불어넣어 자신의 보다 높은 목적을 이루게 행동하도록 만들었던 거네. 그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행동할 줄 알았다는 바로 그것이야말로 그의 천재성이고 그의 독창성이며 그의 위대함이었던 걸세.”

 

P372

교회의 규약들에는 어리석은 요소들이 많이 들어 있네. 하지만 교회는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머리를 수그리고 자진해서 지배를 받는 우매한 대중이 필요한 거네. 그러므로 많은 급료를 받는 고위 성직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이 하층민들이 각성을 하는 거네. 성직자들은 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대중들이 성서마저도 멀리하도록 해왔지. 교구의 가난한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고액의 봉급을 받는 주교들의 제호와도 같은 호사스러움에 대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제후와도 가은 주교가 여섯 필의 말이 끄는 의전마차를 타고 요란하게 행차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복음서에는 제자들과 함께 겸손하게 걸어갔던 그리스도의 가난함과 곤궁함이 여실하게 나타나 있으니 말일세!

 

P374

지긋지긋한 신교의 종파주의도 막을 내리게 될 것이고, 아울러 아버지와 아들, 형제 자매 간의 증오심과 적대의식도 그치게 될 테지.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순수한 가르침과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한다면 누구든 인간으로서 위대하고 자유롭다고 느낄 것이며 이런저런 외형적인 예배의식 따위에는 더 이상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차츰차츰 말씀과 신앙의 그리스도교에서 벗어나 의지와 행동의 그리스도교로 발전하게 될 거네.”

 

 

3. 내가 저자라면

 

a. 책의 구성에 대하여

 

괴테와의 대화는 대문호 괴테와 에커만 사이에 오간 대화를 중심으로 제1, 2부가 구성되었고 여기서 빠진 부분과 소레 등 다른 사람들의 메모를 토대로 만들어진 제 3부로 구성되었다. 책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초반 부는 에커만의 유년 시절과 괴테를 만나기 까지의 여정을 보여 준다. 어찌 보면 에커만의 자서전을 읽는 느낌을 받게 된다. 괴테와의 대화는 괴테와 그의 아내 요한나의 사망 후 출판되는데 이 시점에 에커만의 나이가 45세이다. 그 당시의 평균 연령을 볼 때 적은 나이가 아니었을 것이고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이 곁을 떠남으로 인해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고 자신의 작품으로서 괴테와의 대화를 세상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괴테와의 대화 중에 에커만의 이탈리아 여행 부분이 나온다. 이 시점에서 에커만은 괴테와의 그간의 대화를 모은 것을 정리하여 출판할 것을 결심하게 된다. 에커만은 문학에서 세상의 명성을 얻는 것에 대한 욕구가 대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괴테라는 어마어마한 큰 산속에 들어가 길을 잃고 그 숲의 아름다움에 취해 그만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잠시 숲을 벗어나게 되었고 다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괴테와의 대화의 도입부분에 에커만의 괴테와의 만남 이전의 여정이 담긴 것은 이러한 에커만의 작은 소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처음 괴테와의 대화라는 제목을 통해 읽는데 에커만의 여정이 담겨 있어 다소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는데 완독을 하고 보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괴테와의 대화라는 제목에는 다소 맞지 않는 도입부분이라 하겠다.

 

본 책은 전체적으로 일기 형식이다. 대화의 날짜가 명시되어 있으며, 대화가 오간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다. 따라서, 대화의 대상이나 주제가 상황 묘사에 더해 잘 부각되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 주고 있다. 일기 형식이다 보니 특정 주제에 대한 괴테의 생각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위해서는 괴테의 자서전인 시와 진실을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괴테의 모든 생각을 잘 정리해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괴테라는 한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졌었고 그걸 말로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일상은 늘 혼란과 번잡함으로 가득하다. 괴테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의 방문과, 궁정 일에 따른 여러 일정, 편지에 대한 답장, 자신의 집필 등등으로 하루 하루가 80 즈음의 나이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그러한 일정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갖고 사안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 해나가는 것을 보면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난 두 가지를 배울 것을 권한다. 첫째 괴테의 세상을 보는 태도와 생각, 둘째 에커만의 괴테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경외 그리고 겸손함이다. 

 

 

b. 감동적인 장절

 

쾨테가 미소를 지으면서 불쑥 말했다. “마이어는 언제나 이런 말을 하곤 했네. ‘생각한다는 일이 이렇게 어렵지만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일세.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든 생각은 생각 그 자체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아.” 괴테가 명랑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다만 천성적으로 정직하다는 것이 중요하네. 그래야만 훌륭한 착상들이 마치 신의 아들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언제나 우리들 앞에 나타나서 우리 여기 있네!’ 하고 소리쳐 부를 걸세.”

 

정직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태도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정직은 아마도 정직하지 않음에 대한 정직이 아닌가? 정직이란 제대로 본다. 제대로 듣는다. 모든 것을 제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고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정직인가? ‘정직하다와 대비되는 것으로 거짓이다로 이야기 한다. 거짓이 정말 정직의 앞에 마주설 수 있는 것인가? 그 자체로 있는 것이 정직이다라고 한다면 소통의 태도는 정직인 것이다.

 

 

어느 시대건 거듭해서 말해져 온 것이지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하네. 하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었고, 원래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기묘한 요구라네. 인간이란 어떤 것에 뜻을 두고 어떤 것을 얻으려 할 때면 외부 세계, 즉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의지하게 되네. 그리고 자기의 목적에 필요한 만큼 그 외부 세계 알고 그것을 자기에게 쓸모 있게 만들지.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그가 즐기고 있거나 괴로워하고 있을 때뿐이야. 그래서 고통과 기쁨을 통해서만 그가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가를 배우게 된다네. 여하간 인간이란 불가해한 존재여서 자기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며, 세상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고, 더군다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나도 역시 자신을 알지 못하며, 또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아. 사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렇네. 내 나이 마흔에 이탈리아에 있었을 때. 나에게는 조형 미술에 대한 재능이 없고, 그러한 나 자신의 경향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정도까지는 자신을 알 만큼 현명했던 거네. 내가 무엇을 그릴 때라도 구상적인 것에 대한 충분한 욕구를 느낄 수 없었으니까. 대상들이 닥쳐와 스며들면서 나를 압도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그 어떤 두려움이 있었던 거지. 어느 편인가 하면 보다 연약한 것. 중용적인 것이 나의 성격에 맞았네. 풍경화를 그릴 때 나는 희미한 원경에서부터 그리기 시작하여 중경에 이른 후에는 언제나 전경에 합당한 심을 실어주기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나의 그림은 결코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가 없었어. 또한 연습도 하지 않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잠시 멀어져 있다가 다시 착수하기를 거듭하는 식이었지. 하지만 전혀 재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네. 특히 풍경화에서는 말이야. 그래서 하케르트는 곧잘 말하곤 했지. ‘십팔 개월만 저와 함께 계신다면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이 만족할 만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테데요말이지.

 

자신을 알라고 한다.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을 잘 제시해 주고 있다. 모든 것은 경험적이고 그 경험을 세기는 것이다.

 

c. 보완점

 

괴테와의 대화는 제목 그대로 대화록이다. 더 넣고 빼고 한 것이 아니라 대화를 정리해서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그 대화의 주체가 괴테라 그 울림이 크고 영향력이 큰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괴테의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내가 가진 정보의 취약점이다. 당대의 많은 인물들이 언급되고 책들이 언급된다. 또한 많은 자연 과학의 시도들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짤막한 주석으로는 그 인물이나 책의 내용에 대해 알 수가 없고, 그에 대한 괴테의 생각이 어떤지 가늠해 볼 수가 없는 것이 매우 아쉬운 점이다.

 

이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에커만의 생각에 대해 괴테의 생각을 제시하는 부분들이 많아진다. 이는 에커만의 교양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괴테에게는 새로운 대화의 주제를 던져주는 역할을 에커만이 한 것으로도 보인다. , 약간의 인터뷰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커만의 생각을 정리한 분량이 점점 늘어난다. 이 부분이 읽다 보면 괴테의 생각인지 에커만의 생각인지 혼란을 주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괴테와의 대화를 통해 에커만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 괴테와의 대화를 일기 형식으로 정리하다가 이를 출판하기로 마음먹고 그 이후에는 이 책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가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생각을 괴테에게 물어보는 형식을 띄는데 후반에 보면 괴테는 그의 생각에 대해 평하고 그에 대해 괴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준다. 이 점이 괴테의 생각만을 보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약간의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커만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괴테와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세상에 보이고 괴테라는 대문호를 통해 동의를 받거나 평을 받은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으로 보인다.

 

 

괴테와의 대화 북리뷰 - 이동희.docx

IP *.253.47.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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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2 13:28:23 *.253.47.187

출장중 업무 PC를 사용중이라 파일 첨부를 못합니다.

파일은 월요일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서 올리겠습니다.

고객사 세미나 후 저녁 비행기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모든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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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2 15:46:10 *.65.152.55
와!! 출장 중 바쁜 일정에도 1등 하셨네요...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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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2 21:40:31 *.253.47.132

존경은 무슨 존경이십니까? 오늘 예정된 일정을 마치면 비행기를 타야해서 올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돌아가게 되네요. 아무튼 1등 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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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2 16:46:34 *.7.195.97

우와, 대단하세요 희동이님!

출장투혼 놀랍슴다.


근데 이거 본문 어떻게 올렸어요? 난 활자가 깨어지던데...

보기도 읽기도 아주 좋아요, 놀라운 실력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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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2 21:45:31 *.253.47.132

의도치 않게 우연히 잘된 일이 있습니다.

그냥 워드에 적고 표시하고 긁어서 붙여넣기 밖에 한 것이 없다고 하면 약오르실 것같은데요.

정말 그것 밖에 한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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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2 18:09:40 *.7.195.97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특히 작가론에 대한 혜안이 번득입니다.

책을 어떻게 읽고 정리해야 할지 여러 수 배웠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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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2 21:42:23 *.253.47.132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마음에 드셨는지요?

에커만에 대해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탈리아에서 괴테의 아들과 헤어진 것입니다.

그 이유가 이 책을 출간하고 싶었던 것이구요.

그러니 이 책은 괴테의 아들 목숨과 바꾼 책이겠네요.

괴테는 아들 같은 책을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참으로 참담했을 듯합니다.

그 동안 많은 격려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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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3 10:44:35 *.196.54.42

"한 사람으로서 에커만을 볼 때 사람의 재능에 비해 자란 환경이 아쉽고괴테라는 너무 큰 산에 가서 어쩌면 자신을 잃어 버리고 괴테의 조력자로만 남은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하지만 그로 인해 괴테와의 대화라는 놀라운 작품 아닌 작품을 세상에 내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의 소명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괴테와의 대화에서 에커만이 보여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놀라워하며 탄성하고 깊이 존경하는 마음은 그를 더 큰 세상으로 이끌었고괴테로부터 늘 곁에 있을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게 하였던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 특히 마음에 닿습니다.

시야가 넓어 전체를 개관하는 능력이 탁월하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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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18:22:00 *.94.41.89

괴테와의 대화를 읽을 수록 도입부의 에커만의 마음이 계속 겹쳐 읽혔습니다.

나라면 그의 입장에서 어떻게 했을까? 이탈리아에서 에커만이 자기도 책을 쓰고 싶다고 한 부분에 저는 완전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죠. 이걸 저는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나에게 질문할 때 답해야 할까? 내가 세상에 질문을 해야 할까?

무엇이 먼저일까?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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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3 01:52:38 *.124.78.132

출장 일정도 많이 힘드실텐데 먼 곳에서 과제까지 충실히 해내시는 모습이 넘넘 감동스럽습니다 ^^ 게다가 1등이라니!!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 좋은 결과 있어서  또 뵐 수 있었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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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18:23:29 *.94.41.89

사실 출장을 요번처럼 재미있게 보낸 적이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겼으니까요.

책을 보는 것도, 요약하는 것도, 칼럼을 쓰는 것도 모두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글을 기다리는 것도 저에게는 설레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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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10:57:27 *.14.90.161

출장지에서 1등으로 올리신 걸 보고 깜짝놀랐습니다.

시차때문에 날짜가 헷갈리신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답니다.

그 부지런함과 성실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 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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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18:24:51 *.94.41.89

회의 일정과 비행일정 (16시간)때문에 하루를 포기한 것이죠.

하루가 없다고 생각하고 밤에 잠을 쪼개자며 진행하다보니 겨우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박수쳐주셔서 감사하고 언제 참치 한번 쏴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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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5 08:06:41 *.213.30.2

한번 큰 맘 먹어볼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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