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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3일 02시 40분 등록

괴테와의 대화, 요한 페터 에커만, 장희창 옮김, 민음사

10기 김정은

 

1. 저자에 대하여

 

요한 페터 에커만 (1792 ~ 1854)

 

에커만은 1792년 독일 루에 강변의 빈젠에서 출생했다. 독일 최고의 양서 <괴테와의 대화>의 저자인 에커만의 일생은 괴테를 만나기 전, 괴테와 함께, 괴테 사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괴테를 만나기 전

 

작품 초반부, 에커만의 어린 시절 가난했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세 많은 부모님과 많은 형제들을 부양하는 주 수입원은 암소 한 마리였다. 그 밖에도 1에이커의 밭은 에커만 가족이 1년 치의 식량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이었다. 어머니는 바느질로, 아버지는 계절마다 주요 물품이 바뀌는 보따리 장수로 부지런히 일했지만 수입은 보잘것없었으며 온 가족은 가난을 면치 못했다. 에커만은 배워야 하는 시기에 배움은 커녕 이삭줍기, 도토리 줍기, 땔감용 마른 나뭇가지 줍기 등으로 생계에 보탬이 되는 노동을 해야만 했다.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가장 즐거웠던 추억은 장사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마을에서 마을로 돌아다니며 짐을 날랐던 것이었다.

 

교양과는 거리가 먼 에커만의 어린 시절에도 기회가 찾아온다. 화가로서의 재능을 알아본 지방 행정관의 친절한 제안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지의 소산으로 그 기회를 놓치고 만다. 하지만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가 화가가 되었다면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양서 <괴테와의 대화>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술은 빵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은 에커만은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게 된다. 소위 돈이 되는 학문을 공부한다면 후원을 해 주겠다는 주위의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에커만은 그 모든 환경적인 제약에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 나는 에커만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에커만은 스물네 살에 스스로 시 몇 백부를 자비로 인쇄하여 시내에 돌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테스트해 보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정신적 교양이나 지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으므로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시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정신적 성숙을 도모하기로 한다. 그렇게 만난 것이 괴테의 시집이었다. 그렇게 운명적인 만남은 시작되었다.

 

괴테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던 에커만은 자기가 쓴 <시학 논고>를 괴테에게 보낸다. 괴테는 이를 호의적으로 평가하게 되고, 에커만은 괴테를 만나기 위해 열흘 동안 걸어 바이마르로 간다. 이 얼마나 적극적인 행보인가? 나도 그와 마찬가지로 시를 사랑했고, 존경하는 시인이 있었으며, 시인의 꿈을 한 순간도 버린 적은 없었지만 그 모든 것을 마음 속에 묻어 두고만 있었다. 에커만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

 

괴테와 함께

 

에커만의 자질을 알아본 괴테는 조력자이자 동료로서 그를 곁에 두게 한다. 그리하여 애커만은 괴테의 전집을 완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파우스트> 2부와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를 완성하고 <시와 진실>의 많은 부분을 마무리 짓는 데에 괴테는 에커만과 나는 대화에서 받은 영감이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괴테와의 대화 내용을 보면 에커만은 다양한 방면에서 상당한 재능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문학, 연극, 미술, 음악 등 예술 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교양을 갖고 있다 또한 관찰로 터득한 새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묘사한 장면이나 괴테의 <색체론>을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논리가 전개되는 장면으로 보아 과학에 대한 재능도 대단했을 것 같다. 괴테와 그의 손님들과의 자리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을 사교 기술과 매너 등도 그의 재능 중 하나일 것이다. 에커만의 인품은 또한 어떠한가. <괴테와의 대화>에서 괴테를 향한 지극한 사랑과 존경을 볼 수 있다. <색체론>에 대한 괴테와의 대화에서 오히려 스승을 보듬는 그의 말과 행동은 감동을 주었다.

 

에커만이 괴테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다방면에서 탁월한 재능을 고루 갖춘 그는 괴테를 만나지 않았어도 또 다른 분야에서 성공했을 것 같다. 괴테와 에커만의 만남이 에커만뿐만 아니라 괴테에게도 상당히 유익한 사건이었다. 에커만의 역할은 만년의 괴테가 그의 작품들을 마무리하는 데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으로 기여했다고 본다.

 

괴테 사후

 

1932년 괴테가 사망한 후, 곧 이어 에커만의 아내 요한나도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2년 뒤 <괴테와의 대화> 1, 2부가 출간된다.

 

구 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그분의 말씀의 풍성함에 견주어 볼 때, 내가 그 중에서 글로 옮겨 적은 것은 실로 미미하다. 그러므로 나는 마치 두 손을 활짝 펴고 상쾌한 봄비를 잡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그 빗물의 대부분을 손가락 사이로 흘려 보내고 마는 소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괴테와의 대화 1>의 머리말 내용이다. 아름다운 표현이다. 그 후 12년 뒤인 1848년에 <괴테와의 대화> 3부가 출간된다. 괴테와의 대화 곳곳에 예술가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천분을 타고 난 사람이라고 명명하듯, 에커만은 <괴테와의 대화>를 남겨 예술가로서의 소명을 다 하고 1962 6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

 

시와 시인에 대하여

 

P28 시적인 재능을 평가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정신적 성숙이 필요한 법 아닌가.

 

나는 시 몇 백부를 자비로 인쇄하여 시내에 돌렸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와서 아주 기분 좋은 친분을 맺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표현한 느낌과 견해에 공감하는가 하면, 그러한 일을 계속 해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대체로 나의 재능이 입증되었으니 그것을 더욱 키워나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인이 되고자하는 저자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P29 그 때부터 나는 시를 쓰지 않고 지내는 주일이 없을 정도였다. 이제 스물네 살이 된 나의 내면에서는 감정과 욕구와 선한 의지의 세계가 살아 넘쳤다. 하지만 나에게 정신적 교양이나 지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사람들은 나에게 우리나라의 위대한 작가들을 연구해 보라고 권했다. 특히 실러와 클롭슈토크를 추천하였다. 이 위대한 작가들이 걸어간 길은 나의 성향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위대한 작가라 할지라도 나와 맞지 않으면 소용없다. 나는 시를 사랑하지만 낭만주의 시인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은 꺼려진다.

 

나는 처음으로 괴테라는 이름을 듣고는 그의 시집 한 권을 샀다. 나는 그의 시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었다. 비로소 눈이 뜨이기 시작하고 참다운 자각에 도달하는 듯한 느낌이었으며, 이 시들 속에는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의 내면이 비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도 내 내면에 비치는 듯한 시들을 만난 적이 있다.

한국의 장정일, 미국의 랭스턴 휴즈, 독일의 브레히트이다.

 

내가 발견한 것은 모든 욕망과 행복과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의 마음이었으며 눈빛에 환하게 펼쳐진 대낮과도 같은 독일의 자연이었으며, 부드럽게 정화된 빛에 싸여 있는 순수한 현실이었다.

 

시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여야 한다. 인간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인문학의 꽃은 시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연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실로 다양한 것일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신의 내면 뿐만 아니라 외부의 다양한 세계를 더욱 분명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나는 괴테의 작품을 통하여 구체적 대상과 인간의 특성을 더욱더 잘 관찰하고 파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통일성의 개념, 즉 한 개인이 자기 자신과 가장 내밀한 조화를 이룬다는 통일성의 개념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연현상이든 예술 현상이든 간에 그 어마어마한 다양성이라는 수수께끼를 더욱더 잘 풀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위대한 시인의 시들을 보고 있자면 종이 한 장에 세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소설도 좋고 영화도 좋지만 내면으로부터 세계를 끌어내는 데 시가 단연 으뜸이다.

 

P31 고전적 교양 없이는 그 어떤 시인도 자신의 말을 능숙하고 힘차게 운용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내용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작을 쓰는 것을 피하도록 하게.”

 

P56 가능하면 대작을 쓰는 것은 피하도록 하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재능과 탁월한 능력을 겸비한 자라 할지라도 대작 앞에서는 고생하기 때문이네. 나도 그런 식으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알고 있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던가? 내가 잘해낼 수 있는 것만 착실히 했더라면 책 한 권이라도 썼을 텐데 말이야.

 

괴테가 에커만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작은 쓰겠다고 써지는 것도 아니며 사랑하는 제자가 어는 정도 수준에 오르기 전까지 지켜주고 싶은 심정으로 얘기했을 것 같다

 

현재는 언제나 현재로서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네. 시인의 마음속에 날마다 솟아오르는 사상이나 느낌은 모두가 표현되기를 원하고 또 표현되어야만 하네. 그러나 보다 큰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득 차서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모든 사상을 등지고 생활자체가 안락함까지 잃어버리는 걸세.

 

그렇다. 시상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가 없어 표현되어야 할 시상을 놓치곤 한다. 시상 기록은 매일 이루어져야 한다.

 

P57 일단 전체를 잘못 파악하면 모든 노고는 허사가 되고 말지. 더 나아가서 그처럼 규모가 큰 대상의 경우에는 개별적인 부분에서 그 소재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전체적으로 여기저기 결함투성이가 되고 마네. 그러면 비난을 받게 되겠지. 그리하여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시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많은 노력과 희생에 대한 보상과 기쁨이 아니라 불쾌함과 정력의 쇠퇴일 뿐이네. 반면에 시인이 날마다 현재를 염두에 두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한결같이 신선한 기분으로 다룬다면 무언가 좋은 걸 만들 수 있고, 때로는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모든 것을 잃지는 않는다네.

 

그렇다. 건축과 같은 원리이다.

P59 당분간은 작은 작품들만 만들어야 하네. 그리고 자네에게 날마다 주어지는 것을 곧바로 받아들이도록 하게. 그러면 대개 그 때마다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고 나날이 기쁨을 느낄 거야. 결코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자네 자신의 뜻에 따라야만 하네.

 

거대한 성을 쌓기 전에 벽돌부터 만들어 놓아야 한다.

 

모든 시는 어떤 계기에서 쓰여야 하네. 말하자면 시를 쓰는 동기와 소재가 현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거지. 그 때마다의 특수한 경우가 보편적이고 시적이 되는 것은 시인의 손길을 거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 지는 것이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시는 어떤 일을 계기로 쓰였으며, 그 모두가 현실에서 자극을 받고 현실에 그 뿌리와 기반을 두고 있어. 그러므로 나는 허공에서 지어낸 시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네.

 

현실로부터 나온 특수한 경우에서 보편성을 찾는 것, 그것이 시인의 임무다.

 

P81 특수한 것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것 또한 예술 본연의 생명이라네. 보편적인 것에 머무른다면, 누구나 우리를 따라 할 수가 있어. 하지만 특수한 것은 그 누구도 모방하지 못한다네. 왜냐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자네의 시 아래에다가 그것을 쓴 날짜를 언제나 기입해 놓게

 

P89 이렇게 하시면 안 될까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마치 그림을 설명하면서 그 동안 거쳐왔던 단계들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눈앞에 완성되어 있는 것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방식 말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림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네. 왜냐하면 시라는 것도 역시 말로 되어 있는 이상, 말을 덧붙인다면 다른 말이 죽고 마는 걸세.

 

P97 시 전체의 일관된 특징은 대충 말하자면 드높은 윤리 의식에 의해 부드러워진 그지없이 생생한 사랑의 열정이다.

내가 거기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는 두 번 다시 그런 상태에 빠지고 싶지는 않네.

 

한 장의 카드에 거금을 걸 듯이 현재에다가 모든 것을 걸었네. 그러고는 그 현재를 과장 없이 가능한 한 높이려고 한 것일세.

 

한 장의 카드에 거금을 걸 듯 현재를 충실히 살아야 한다.

 

P128 그는 해당 계통에 있어서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것만을 보여주면서 예술가의 의도와 그 장점을 분명히 알도록 했는데, 나로 하여금 가장 뛰어난 자들의 생각을 깊이 숙고하면서 그들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괴테가 말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미감이라고 부르는 게 형성된다네. 왜냐하면 미감은 평범한 작품이 아니라 가장 뛰어난 작품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자네에게 가장 뛰어난 것들만을 보여주고 있는 거네.

 

P130 그는 나에게 순수한 시인에게는 세계에 대한 지식이 타고나면서부터 갖추어져 있으며, 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경험이라든지 커다란 경험적 지식은 결코 필요치 않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P131 나는 외부세계를 알기 전에 내부세계를 묘사하는 데서만 기쁨을 느끼고 있었네. 그리고 그 뒤에 세계란 것이 내가 생각한 그대로라는 걸 현상에서 확인하고는 진절머리가 나서 세계를 묘사하고 싶은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더군. 만일 내가 오래 기다렸다가 세계를 알고 묘사했더라면 그것은 세계에 대한 조롱이 되어버렸을 것이라고 말일세.

 

괴테는 바이런 경에 대해서도 그가 세계를 훤하게 꿰뚫어 보고 있으며 그 묘사는 예감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예감의 범위가 제한적인가 아니면 광범위한가의 정도에 따라 묘사의 재능 자체도 제한적이 되거나 아니면 광범위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이런의 시가 보고 싶다. 연구원 시인선이님도 아버님이 사 주신 바이런의 시집으로 시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P173 우리나라의 대개의 젊은 시인들에게서 모자라는 점은 주관성이 미약한 데다가 객관적인 사실들에서 소재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네. 기껏해야 그들은 자신들의 주관에 상응하며 자신들과 유사한 소재만을 발견하고 있어. 소재 자체가 시적이기만 하면 아무리 주관에 거슬린다 해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지 못하는 것이네.

 

우리나라 젊은 시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객관성이 결여된 시는 시작 연습 부족에서 오는 현상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작고의 연습과 절절한 생활환경을 통해서 수련되어야만 진정한 시인의 반열에 들 수가 있겠지. 그렇게 된다면 시인으로서의 소질이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잘 해 나가게 될 걸세.

 

P186 그 여성의 시들 중 하나는 자기 고향의 한 지방을 그리고 있는데 정말 독특한 성격의 것이네. 그녀는 외부의 대상들에 대한 올바른 방향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아울러 내면적으로도 훌륭한 소질이 없지 않네. 물론 그녀에게도 이런저런 비난을 받을 부분이 있겠지.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세. 그러면 그녀는 자신의 재능이 가리키고 있는 바른 길을 헤매지 않고 가게 될 것이네.

 

추밀고문관 레바인은 여성의 시적 능력이란 그에게는 종종 일종의 정신적 성욕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정신적 성욕이라고! 의사다운 해석일세!

 

일리 있는 말이다. 어쩌면 성욕을 능가할 수도 있다.

 

P207 영국의 시인으로서 높은 귀족 신분은 바이런에게 매우 불리했네. 왜냐하면 모든 재능은 세상으로부터 성가심을 당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지. 특히 그렇게 고귀한 태생에다가 그렇게 위대한 재능을 동시에 타고 났으니 말할 것도 없겠지. 중류 계급 정도의 신분이 재능을 가진 자에게는 훨씬 유리한 조건이네. 모든 위대한 예술가나 시인들이 중산층 출신인 것은 그 때문일세. 무제한적인 향한 바이런의 성향은 만일 그의 신분이 좀더 낮거나 능력이 좀더 모자랐다면 훨씬 덜 위험했을 걸세. 그러나 갑작스럽게 변덕을 부리며 행동에 옮기는 기질 때문에 그는 수많은 분규에 말려들었던 거네. 더군다나 자기 자신이 그렇게 고귀한 신분인 마당에 그 어떤 귀족을 존경하고 배려할 마음이 생겼겠는가? 그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발언했고, 그 때문에 세상과 끊임없는 갈등에 빠지게 되었던 걸세.

 

바이런의 시 뿐만 아니라 그의 일생도 궁금해진다.

 

P209 정신적 작품이란 우선 멋진 표현을 구사하는 주체에 전적으로 달려 있고, 그 소재는 몸소 체험한 위대한 삶에서 가져와야 하며, 그 구체적인 창작 방식에 있어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숙달되어 달인의 경지에 오른 기예를 요구하는 게 아닌가?

 

P213 마찬가지로 시인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왜냐하면 세계 전체가 자신이 다루어야 하고 표현해야만 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화가가 되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해야 하듯 시를 쓰기 위해서 때로는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P216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제한시키고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네. 함께 있는 동안이면 그는 언제나 나로 하여금 옆길로 새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며 늘 한가지 분야에만 집중하도록 당부했다.

 

암흑의 수용소에서 시상이 더욱 잘 떠올랐던 것은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P220 언제나 중요한 것은 우리들이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본성에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네.

 

P225 정의를 내리라고 해 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상황에 대한 생생한 감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이야말로 시인을 만드는 걸세.

 

P236 요즈음 만연하고 있는 주관주의라는 병에 걸려 있어서 그걸 고쳐 주고 싶었네.

 

P237 시인의 경우도 약간의 주관적인 감정 정도로 토로하고 있는 주제에, 아직까지 시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걸세.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표현할 수 있어야만 그제야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그는 밑천이 다하는 일도 없고, 언제까지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네. 반면에 주관적인 성질의 사람은 자신의 보잘것없는 내면을 금방 토해 내고는 결국 매너리즘에 빠져 파멸해 버린다네.

 

후퇴와 해체의 과정에 있는 모든 시대는 언제나 주관적인 것이네. 반면에 전진해 가는 시대는 늘 객관적인 방향을 지향하고 있네.

 

의의 있는 노력이란 내면에서 출발하여 세계로 향하는 것이야. 그러한 시대는 실제로 노력과 전진을 계속하여 모두 객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네.

 

P243 오직 특별한 재능만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으니 말일세.

 

P256 바이런 <베포> 이 시에서 우리는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 시인의 본래 타고난 위대하고 순수한 감각과 맞닥뜨리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사고 방식이 세속과의 뒤엉킨 삶에 의해 천편일률화되어 버린 모습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P261 보다시피 이 젊은이에게는 재능이 있어, 하지만 모든 걸 혼자서 배웠다는 건 칭찬할 일이 아니라, 비난해야 할 일이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다면 재능 있는 사람이 태어날 리가 없으므로 훌륭한 대가 밑에서 기량을 닦아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도록 해야 해.

 

맞는 말이다. 스스로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P277 프랑스 시

제가 프랑스인들을 칭송하는 것은 그들의 문학이 결코 현실이라는 굳건한 토양을 떠나는 일이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가령 시를 산문으로 고쳐 놓아도 그 시의 본질적인 것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프랑스 시인들이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네. 그와는 달리 독일의 바보들은 지식을 얻으려고 애를 쓰면 자기들의 재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거네. 재능이란 원래 지식을 통해서 길러져야 하고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만 자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말이야.

 

지식 없는 재능은 모래성이다.

 

P301 하지만 현실성 그 자체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들어 있단 말인가? 현실적인 것이 충실하게 그려진 걸 보면 우리는 기쁜 마음이 들지. 아니 더 나아가서 어떤 대상들의 경우에는 우리들에게 더욱 분명한 인식을 줄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들 내부의 보다 고귀한 본성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은 오직 시인의 마음으로부터 솟아 나오는 이상적인 것일 뿐이네.

 

P308 보통 수준의 재능을 가진 작가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시대의 유행에 사로잡혀 있으므로 그 시대 속에 있는 요소들로부터 양분을 얻는 법이네.

 

베랑제와 메리메에 대하여

이 사람들은 예외적이네, 그들은 자기 내면에 하나의 토대를 두고 있으며 시대의 유행적인 사고방식으로부터 자유롭게 거리를 두고 있는 위대한 재능의 소유자들이네

 

P325 역사가의 영역인 사실들만을 반복하려 든다면 시인의 존재란 도대체 무엇이겠나! 시인은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가능한 한 보다 고귀하고 나은 점을 보여주어야 하네.

 

P364 나로서는 현대 문학의 대표자로서 그 이외의 인간을 든다는 일은 생각할 수 없었네. 그가 금세기 최대의 재능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지. 게다가 바이런은 고대적이기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으며, 바로 현대 그 자체와 같은 인물이야. 나에게는 그와 같은 인물이 꼭 필요했었네. 게다가 그는 만족을 모르는 성격과 메솔롱기온에서 파멸하기에 이르렀던 그 전투적인 기질로 보아서는 참으로 제격의 인물이었어.

 

P380 만초니는 실러처럼 타고난 시인이라네. 하지만 우리 시대는 너무나 열악해서 시인이 자기 삶을 둘러싸고 있는 실제 삶의 영역으로부터 어떤 유용한 도움도 받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자신을 계발하기 위해 실러는 두 가지 위대한 수단, 즉 철학과 역사에 의지하게 되었고, 만초니는 다만 역사에 의존하게 되었던 것이네.

 

바로 이 두 가지 강력한 조력자, 역사와 철학이 곳곳에서 작품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어서 그 결과 순수한 시적인 성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네. 마찬가지로 만초니는 역사의 과잉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거야.

 

철학과 역사보다 인간의 순수성을 표현하여야 한다.

 

P381 시인들은 모두 자기들이 병을 앓고 있으며, 세상 전체가 마치 병원이나 되는 듯이 글을 쓰고 있다네. 그들 모두는 이 지상의 고통과 외로움에 대해 푸념하고 피안의 기쁨을 말하고 있어. 그리고 안 그래도 누구나 다 불만인 상태에다가 서로가 서로를 충동질해서 더 큰 불만족 속으로 빠져든다네. 이야말로 문학의 월권이며 남용일세. 시의 본분은 원래 인생살이의 자잘한 분쟁을 가라앉히고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이나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도록 만들려는 데 있는 것이지. 그런데 지금 세대는 어떤가. 모든 진정한 힘 앞에서는 두려워하면서 그 어떤 허약한 대상만을 상대로 해서 편안하고 시적인 감동을 품는 형편이 아닌가.

 

푸념과 넋두리는 시가 될 수 없다.

 

P382 시의 본분은 원래 인생살이의 자잘한 분쟁을 가라앉히고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이나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도록 만들려는 데 있는 것이지.   

 

P420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모든 특출한 것들은 원래 다 그렇지 않은가? 모차르트는? 라파엘로는 어떤가? 세상은 본래부터 한없이 열정적인 정신적 삶의 위대한 원천에 대해 도처에서 야금야금 핥아먹기만 하고 있지 않은가? 이따금 조금씩 살짝 낚아채어 잠시 동안만이라도 귀한 양분을 취하게 되면 기뻐하면서 말이다.

 

그의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세계와 인류의 심원한 깊이로 몰입해 들어가기를 원하면서 그의 길을 뒤따라가는 탐구하는 인간들을 위한 것이고, 좁게 보자면 영혼의 환희와 고통을 시인에게서 찾고자 하는 열정적인 도락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표현 방식과 대상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다룰 것인가를 배우고자 하는 젊은 시인을 위한 것이다.

 

P474 대부분의 현대 작품은 그것이 새로워서가 아니라 허약하고 병든 것이기 때문에 낭만적인 걸세. 그리고 고대의 작품은 그것이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강력하고 힘차며 신선하고 건강하기 때문에 고전적인 것이네. 그러한 특성에 따라 고전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을 구분한다면 우리는 곧 그 진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일세.

 

P491 박자란 것은 시적인 정취로부터 나오는 거네.  마치 무의식에서 나오는 것처럼 말이야. 시를 쓰면서 그러한 것에 대해 이모저모로 생각하려 든다면 터무니 없는 짓일뿐더러 아무런 소득도 없을 테지.

 

일부러 운율을 맞추지 말자.

 

P510 아마추어다운 감각이군요. 재능이라기보다는 선한 의지로 시를 쓰는 이러한 사람에게는 고귀한 문학이 그 어떤 인공적인 언어를 내려주는 것이지요. 그 자신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문학이 운을 맞추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자네 말 그대로네. 내가 보기에 아주 빈약한 작품이야. 형상을 포착하는 직관은 없고, 오직 막무가내의 정신뿐일세. 그것고 제대로 된 정신은 아니고 말이야.

 

좋은 시를 짓기 위해서는 자기가 말하려고 하는 대상들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클로드 도랭과 같이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수중에 가지고 있지 않은 자라면 아무리 머릿속으로 훌륭한 이념을 갖고 있더라도 좋은 시를 쓴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지요.

 

타고난 재능을 갖춘 자만이 무엇이 요점인가를 알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소간의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밖에

 

P541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 특히 시인들의 경우에 그 체질이 허약하다는 것은 기묘한 일입니다.

 

괴테가 말했다. 그런 사람들이 해내는 비상한 일들은 매우 섬세한 체질을 전제로 하는 것이네. 그래야만 보기 드문 감수성을 발휘하여 천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런 체질은 세상사나 자연과 갈등을 일으키게 되면 쉽사리 혼란이 일어나고 상처 입게 되므로, 볼테르처럼 위대한 감수성과 아울러 비상한 끈기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늘 병에 시달리게 되는 법이네. 실러도 언제나 병을 앓았었지.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에 그 사람이 한 달도 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 하지만 그도 그 어떤 끈기의 소유자이었기 때문에 몇 년간이나 지탱할 수 있었네.

 

아플 때 특히 시가 잘 써지는 이유는 바로 이것일까

 

P555 바로 그런 사람에게서 우리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걸세. 비탄에 빠질 새도 없이 즉각 다시 활동에 나서면서 언제나 든든하게 두 다리로 서는 인간 말이야.

 

P560 나는 얼마 전에 밀턴의 삼손을 읽었는데 그 어떤 현대 작가의 작품보다도 고대인의 정신에 충실한 명작이더군. 그는 정말 위대한 작가이네. 그리고 그 자신이 장님이었기 때문에 삼손의 상태를 그렇게 진실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일세. 밀턴은 그야말로 진정한 시인이었어.

 

그렇다. 장님은 장님을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다. 장님도 하나의 자원인 셈이다.

 

P611 저는 시인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긍정적이어야 함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 시인을 필요로 합니다.

 

시의 목적이다.

 

P663 선생님의 머리 속에는 고대 세계라는 것이 아주 생생하게 살아 있음이 분명하다. 그 모든 인물을 그토록 생생하게 다시 살아나게 하여 자유자재로 활용하시는 것으로 보아서 말입니다.

 

P670 그러한 문학 작품은 마치 자기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물들처럼 관찰할 수 있는 확고한 중심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자연과의 소통을 높이 평가한다. 자연은 우리의 약점을 조장하는 일이 결코 없다. 자연은 우리들로부터 그 어떤 것을 만들어 내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는다.

 

P682 사람들은 너무도 보잘것없는 것들을 읽고 있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면서 말이야. 그러나 언제든 다른 사람들이 경탄해 마지않는 작품들만을 골라 읽어야 하네.

 

P685 좋은 소재를 찾기 위해서 멀리까지 여행 할 필요는 없다. 시인의 맘속에 생생한 내용만 들어 있다면 아주 사소한 계기로부터 그 어떤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P731 훌륭한 시인이나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천부적 재능이 필요한데, 그것은 결국 배울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지 않은가. 단순한 근원현상을 받아들이고 그 깊은 의미를 인식하며 그것을 적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개관할 수 있는 창조적인 정신이 필요한데 그것은 물론 아주 탁월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져 있는 드문 재능인 것이네.

 

P46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진무구하게 마치 꿈 속을 거닐듯이 창작에 전념해야만 그 어떤 위대한 것이 생겨날 수 있는 법인데, 이제 그러한 분위기는 전혀 불가능하게 되었네. 현재의 재능 있는 작가들은 말하자면 그 모두가 대중 앞의 쟁반 위에 놓인 격일세.

 

P178 문학작품이란 불가해하면 할수록 그리고 이성으로 파악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좋다

 

P232 우리는 시집을 연달아 출판함으로써 생산적이라고 여겨졌던 시인을 알고 있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비생산적일 뿐이네. 왜냐하면 그들이 쓴 작품에는 생명력도 영속성도 없기 때문이지. 그와 반면에 골드스미스가 쓴 시의 분량은 얼마 되지 않으나 그래도 나는 그를 생산적 시인이라고 말하겠네. 그가 쓴 것은 소량이긴 하지만 그 속에는 내재된 생명이 들어있어서 영속될 수 있기 때문이지.

 

많이 쓴다고 생산성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생명력과 영속성이 있을 때 생산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P258 우선 기본 자료를 아주 열성적으로 그리고 세심하게 모았어. 그리고 나서는 그 모든 것에다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영혼을 불어넣은 거지. 또한 그 서술이 아주 적확하고 간결해서 행동과 행위가 연속적으로 밀려오는 듯이 등장하고, 그 모든 장면이 너무도 생생하고 생동감이 넘쳐서 보고 있는 사람이 현기증이 날 정도이네.

 

P294 시인에게 이것은 이렇게 하시오, 저것은 저렇게 하시오.’ 하고 말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네. 나이 많은 전문가로서 나는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네. 자연이 시인에게 불어넣어 준 것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생겨날 수 없는 걸세. 만일 시인에게 억지로 다른 사람이 되라고 강요한다면 그건 그 시인을 망쳐버리는 일이네.

 

P309 베랑제도 그 묘사 능력이나 그 내면에 있어서 가치가 있는 사람일세. 훌륭한 개성이 돋보이지. 게다가 대단한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야. 자기 자신의 내부에 확고한 뿌리를 두고서 순수하게 자신으로부터 발전해 나가며 또한 철저하게 자신과의 조화를 유지하고 있네. 그는 무엇이 시류에 맞는가? 무엇이 효과적인가? 무엇이 대중의 인기를 끄는가? 따위를 결코 묻지 않는다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무얼 하고 있는가? 하고 물으며 그것을 모방하는 일도 결코 없다네.

 

P316 나는 시를 쓰면서 짐짓 허세를 부린 적는 결코 없었네. 체험하지 못한 것, 뼈저리게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면 시로 쓰지도 입에 담지도 안 하네. 연애시를 쓴 것도 내가 사랑에 빠져 있을 때뿐이었네.

 

P323 주어진 대상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절대적으로 필연적인 요소에만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은 물론 문학의 가장에게만 속하는 일로서,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이네.

 

적정한 거리 유지 그것이 어렵다.

 

P345 나는 작가로서의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전체를 이롭게 할까라고 물은 적은 결코 없었네. 언제나 자신의 통찰력을 키우고 자기 인격의 질을 높이면서 내가 훌륭하고 진실하다고 깨달은 것만을 표현하고자 늘 애를 써왔을 뿐이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보다 커다란 범위에서 영향을 미치고 이로운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네.

 

그외

 

 

괴테와의 대화 1

 

머리말

P8 책이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기의 운명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어쨌든 이 책을 나의 재산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것. 말하자면 이 책을 내 생애의 보물로 만들어준 저 높은 섭리에 나는 마음속 깊이 감사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세상 사람들이 나의 이러한 전달 작업에 대해 고마워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P9 이것으로써 괴테 내면의 전체 모습이 묘사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우리는 이 뛰어난 인간과 그의 정신을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다른 색을 반사시키는 다면체의 다이아몬드에 비교해도 좋을 것이다. 말하자면 괴테는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그가 만나는 인물에 따라서 다양한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경우에도 아주 겸손한 의미에서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이것은 나의 괴테, 라고 말이다.

 

들어가는 말

P18 동물들은 그들의 기관을 통해 배운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간은 그가 아주 우연하게 행한 일을 통해서 자신에게 잠재해 있는 더욱 높은 것을 배우게 되는 법이라고.

 

P20 그러다가 마침내 나는 장차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부닥치게 되었다. 희망대로였다면 나는 학문 연구의 길로 계속 나아가 김나지움에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꿈을 꿀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럴만한 돈이 전혀 없었던 데다가, 나는 자신만을 돌보는 게 아니라 궁핍한 부모님에게 약간의 도움이나마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랬던 것이다.

 

P23 그래서 나는 곧 깨달았다. 화가가 되려면 좀 더 다르게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식대로만 한다면 헛수고에 지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스승 밑으로 들어가서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시작하리라는 계획을 세웠다.

P24 예술도 뻥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적인 것을 숙달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예술을 하면서 생계까지 해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등의 말이었다.

 

P25 나는 상황에 굴복하여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았고, 그러다가 자리가 생기자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결정을 탓하지는 못하리라.

 

P26 당시에 나는 건강과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더 이상 미술 공부에서 실질적인 발전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에 그와 함께 우리의 공통의 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에 대해 매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P39 여전히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문학과 예술 그리고 더 높은 인간적 발전이었으며, 바로 그 때문에 대학에 들어가려고 여러 해 동안 열심히 노력해 왔던 것이다.

 

나도 그렇다.

 

P46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자신의 경지에 만족하면서 세상의 칭찬과 비난을 초월하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P53 자네가 묵묵히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 그래야만 마침내 가장 확고하고 순수한 세계관이 생겨나는 법이니까 말이야.

 

P63 괴테와의 실질적인 교제가 앞으로 나의 발전에 정말 커다란 도움이 되고 따라서 몇 년 후에 성숙한 단계에 도달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현재로서는 힘이 모자라는 일들도 훨씬 더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P85 대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나. 대상이 없는 예술론은 아무것도 아니네. 대상이 적합하지 않다면 그 어떤 재능이라도 허사야.

 

P86 누구나 여행을 하는 동안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어야만 한다네.

 

P110 나의 참다운 행복은 마음속에 시를 떠올리고 창작하는 데에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나의 공직 생활 때문에 얼마나 제한되고 방해를 받았던가! 공적인 활동에서 물러나 고독하게 살 수 있었더라면 나는 더욱 행복했을 것이고 시인으로서도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테지.

누군가가 세상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나면 세상 사람들은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말이었지.

자자한 명성, 좋은 지위란 인생에 있어서 좋은 일이야. 하지만 나의 모든 명성과 지위로 할 수 있었던 일은 기껏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처 주지 않기 위해 그들의 견해에 대해 침묵하는 것뿐이었네.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은 나의 생각을 모르게 된다는 점에서 득을 보긴 했지. 하긴 그마저 없었다면 사실 지독히도 재미없는 삶이었겠지.

 

시인으로서 창작의 기쁨을 맛보는 것 그것이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욕심을 내자면 좋은 시 하나 남기는 것 일 것이다.

 

P116 나도 그 말에 동의하면서 대학에 다니던 때의 경험을 말해 주었다. 교수들의 강의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 것들 뿐이며, 내가 나중에 직접 실행에 옮겨보지 못한 것은 모두 잊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전에는 화학과 식물학에 대한 강의는 의학에 도움이 될 만큼 적절한 수준이었고, 의사들도 그 정도면 만족이었지. 그러나 이제 화학과 식물학은 그 전체를 조감할 수 없는 독자적인 학문이 되었네. 그 하나만을 위해서도 전체 인생을 걸어야 할 정도니. 의사에게 그것을 요구한다는 건 무리지! 그런데도 그런 요구를 한다면 아무 일도 이루어질 수 없을 걸세. 하나를 하느라고 하나를 단념하고 잊어버리게 될 테니 말일세. 그러므로 현명한 자는 모든 산만한 요구를 거부하면서 하나의 분야에 자신을 제한하고 그 하나 속에서 유능해지는 거네.

 

P119 다만 천성적으로 정직하다는 것이 중요하네. 그래야만 훌륭한 착상들이 마치 신의 아들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언제나 우리들 앞에 나타나서, “우리 여기 있네!” 하고 소리쳐 부를 걸세.

 

P123 가장 분별 있는 행동은 언제나 스스로 지니고 태어난 일, 자기가 배워서 익힌 일에 힘쓰는 것이며, 다른 사람이 그들의 직분을 다 하는 걸 방해하지 않는 것이네.

 

자유당 사람들은 연설을 해도 좋겠지. 그들의 말이 이치에 맞는다면 사람들이 기꺼이 귀를 기울일 테니까. 하지만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왕당파 사람들이 연설을 하는 건 좋지가 않아. 그들은 행동을 해야 하네.

 

괴테의 실천주의자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P124 나는 내 모든 행동에 있어서 언제나 왕당파로서의 입장을 견지해 왔네. 다른 사람이야 지껄이든 말든 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행해 온 것이지. 나는 나 자신의 일을 전체적으로 조감하면서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어. 그러므로 내가 한 개인으로서 과오를 범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다시 올바른 길로 되돌릴 수가 있었던 거네

 

P130 어쨌거나 우리가 거듭 확인하는 바는 자신의 본성과 유사한 대상을 다루는 경우에 위대한 재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이네

 

P134 어떤 뛰어난 사람들은 즉석에서 무엇을 해내거나 금방 일을 처리하지 않고 그들의 천성에 따라 그때마다의 대상들을 여유를 가지고서 깊게 통찰한다네. 그래서 그러한 사람들은 이따금 우리들을 초조하게 만들지. 그들로부터 순간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그 어떤 걸 거의 얻을 수가 없으니 말일세.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최상의 것을 실현시키는 거네.

 

P135 매너리즘이란 언제나 완성만을 염두에 두면서 창작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태도다. 그러나 순수하고 진정으로 위대한 재능은 창작 과정에서 가장 커다란 행복을 누린다네.

 

재능이 시원찮은 자들은 예술 그 자체에 만족하는 일이 없어. 그들은 창작을 하는 동안에도 완성된 작품이 가져다 주리라고 예상되는 이득만을 눈앞에 그리고 있다네. 하지만 그러한 속물적인 목표와 방향으로부터는 아무런 위대한 것도 생겨날 수가 없겠지.

 

P149 그의 목소리는 얼마나 변화무쌍하고 힘에 넘치는가! 그리고 주름으로 가득한 그의 커다란 얼굴의 표정은 얼마나 풍부하고 생기에 넘치는가! 그리고 또 그 눈은!

 

독일인은 대개 철학적인 사변 때문에 장애를 겪는다네. 그로 인해서 문제 속에 추상적이고 불가해하고 장황하고 종잡을 수 없는 것들이 섞여 드니 말일세. 그러나 그들이 철학 상의 한 유파에 헌신하면 할수록 좋은 글을 쓰지 못하게 되는 건 당연해. 하지만 실무자라든가 향락가와 같이 실제적인 일에만 관계하는 독일인들은 가장 좋은 글을 쓴다네. 실러의 문체도 그가 철학적인 사변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아주 장려하고 효과적이야.

 

시가 철학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P150 대체적으로 보아 한 작가의 문체는 그 내면의 충실한 반영일세. 명석한 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우선 그의 영혼이 명석해야만 하며, 스케일이 큰 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우선 스케일이 큰 성격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지.

 

P151 나도 인간인 이상 인간으로서의 결점이나 약점도 갖고 있으므로 내 글이 그러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이지. 그러나 나는 자기 도야에 진지했고 끊임없이 자신을 개선시키고자 일해 왔기 때문에 착실하게 진보를 해왔네.

 

P155 자네의 그런 성향은 물론 사교적이 아니야. 하지만 우리가 타고난 자신의 경향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교양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사람을 우리에게 동조시키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네. 나는 결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네. 나는 인간을 언제나 자립적인 개인으로만 보면서 그러한 개인을 탐구하고 그 독자성을 알려고 노력해 왔으나, 그 밖에 더 이상 그들로부터 동정을 얻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그리하여 나는 이제는 어떤 인간과도 사귈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만 비로소 각양각색의 성격들을 알게 되고 인생 살이에 필요한 민첩함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일세. 성미에 맞지 않은 사람들과 무난히 지내기 위해서는 자제해야만 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내부에 있는 모든 다양한 측면들이 자극을 받고 발전하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네. 그리하여 마침내 누구와 부딪쳐도 당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여러 사람과 교우하면서 대화를 이끈 괴테의 면모가 보인다. 이런 점은 배워야 한다.

 

P158 죽음을 생각하면 더없이 편안해진다네. 왜냐하면 우리들의 정신은 결코 파괴되지 않는 존재이며 영원에서 영원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활동이라고 굳게 확신하기 때문이야. 그것은 지상에 있는 우리들의 눈에는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결코 가라앉지 않고 언제나 계속 빛나고 있는 태양과 같은 것이네.

 

P159 이 세상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기려면 말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두 가지가 요청된다네. 첫째로는 머리가 좋아야겠지. 그리고 둘째로는 위대한 유산을 이어받는 것이네. 예컨대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을, 프리드리히 대왕은 슐레지엔 전쟁을, 루터는 사제들의 어리석음이란 유산을 물려받았고, 나에게는 뉴턴 학설의 오류가 할당되었지. 지금 세대의 사람들은 내가 이 분여에서 이룬 업적을 전혀 알지 못하지만, 미래의 시대에는 내가 이어받은 유산이 결코 하찮은 게 어니었다는 점이 인정될 것이네.

 

P179 자네가 나쁜 것은 나쁜 것으로 알아보기만 하면 되지. 그것을 세상을 향하여 한 번 더 말 할 필요는 없네. 온 세상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꼴이니까 말이야.

그건 자네의 길이 아니야. 어쨌거나 정력의 분산을 조심하고 힘을 집중하게.

 

중요한 것은 결코 다 소진되는 일이 없는 재산을 이루는 걸세. 이것을 자네는 이제 시작하고 있는 영어와 영국 문학의 연구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네. 언제든 영국 젊은이들과 만나는 적절한 기회를 잘 이용하게. 자네는 고대어들을 어린 시절에 대부분 잊어버렸으니, 영국인처럼 유능한 만족의 문학에서 나름대로의 발판을 찾게나.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문학도 상당 부분 그들의 나라에서 유래한 것이니 말일세.

영국의 것에서 자신의 기반을 다지며 자신의 힘을 유용한 것에 집중하게. 그리고 자네에게 아무런 결실을 가져다 주지 않거나, 자네에게 맞지 않는 모든 일은 그냥 지나치게 내버려 두게나.

 

P178 괴테는 단테에 대해서 지극한 외경심을 가지고서 언급했는데, 내가 인상 깊게 느낀 것은 그가 단테를 지칭하면서 재능이라는 말에 만족하지 않고 자연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괴테는 자연이라는 단어를 더욱 포괄적인 것, 더욱 예감에 찬 것, 더욱 심원하고 더욱 광범위하게 자신을 넘어서 바라보는 것을 표현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P184 파우스트는 아주 드문 개성의 소유자여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의 내면 상태를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P198 실러의 인품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는 과감하게 커다란 대상에 도전하여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일정한 관점을 정한 후 그에 합당한 방식으로 다루었네. 그는 말하자면 대상을 밖에서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내부로부터의 조용한 전개 같은 것은 그의 영역이 아니었지. 그의 재능은 산만하면서 비약적인 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네.

 

P201 중요한 점은 관객의 기호와 관심에 부합하는 방향을 적절하게 선택할 줄 아는 데 있는 것이라네. 재능의 방향이 관객의 그것과 일치한다면 모든 걸 얻은 셈이지.

 

P204 괴테는 바이런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했다.

끊임없이 무한을 추구하는 그의 기질로 보아, 그가 삼일치 법칙을 지켜 자신을 제한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어. 하지만 윤리적인 면에서도 그렇게 자신을 제어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테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결국 그의 파멸의 원인이 되었네. 말하자면 그는 자유분방함 때문에 파국을 맞게 되었다고 해야 마땅하겠지.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어. 매일매일 열정에다 자신을 맡긴 채,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네. 자기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다른 사람은 도무지 인정하지 않았으니 결국 자신은 엉망이 되고 세상은 그에 대한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거지.

 

인습적인 것이나 애국주의에 결별을 선언한 것이 그토록 탁월한 인간을 개인적으로 파멸시켰으며, 그의 혁명적 정신 및 그것과 연결되기 마련인 감정의 끊임없는 동요가 그의 재능을 제대로 발전시키는 데 장애가 되었던 거네. 뿐 만 아니라 계속적인 저항과 반대는 지금 나와 있는 그의 뛰어난 작품들 자체에도 커다란 해를 끼치고 있네. 왜냐하면 시인의 불쾌한 감정이 독자에게 전달될 뿐 아니라 모든 것을 부정하는 태도는 결국 부정적인 것으로 나아가기 때문이지.

 

부정적인 것이란 무와 다름없는 게 아닌가. 이를테면 나쁜 것을 나쁘다고 해보았자 무슨 이득이 있겠나? 게다가 좋은 것을 나쁘다고 하게 되면 그건 더욱 나쁜 일이 되고 마네. 올바른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사람은 결코 비방을 해서는 안되며 불합리한 일이 있더라도 개의치 말고 오직 바른 일만 하면 되는 걸세. 요컨대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 그 무엇인가를 건설하는 게 중요하다네.

 

P209 한 국가에 있어서 불행이란 사람들이 서로 사이좋게 살지 않고 서로를 지배하려는 데서 오는 것이네.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의 불행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보며 기뻐하지 않고 모두들 각자 나름대로 새로 만들려는 데 있는 것이지. 

 

전체를 염두에 두는 진지한 자세는 없으며, 전체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다만 자기 자신을 부각시켜 세상에 가능한 한 분명하게 보이고 싶어 할 뿐이다.

 

P212 내가 조형 예술에 실제로 힘을 쏟았던 건 잘못이었네. 이탈리아 여행 동안에 수월한 기분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은 깨지고 말았네. 드넓은 시야를 얻은 대신에 사랑스러운 재능은 사라진 셈이지. 게다가 예술적인 재능이라는 것은 기교나 미학에 의해서 발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결국 나의 노력은 무가 되고 말았지.

 

인간이 지닌 힘을 공동으로 계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한 가장 뛰어난 방법이라고들 말하네만 인간은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어. 인간은 각자 특수한 존재로서 자신을 연마해 나가야 하네. 그러나 그러한 특수한 것들 전체가 모여서 무슨 의미를 이루는가 하는 것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지.

 

P214 괴테는 다방면에서의 통찰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으면서도 실제의 생의 활동에서는 단 한 분야에만 몰두했다. 그는 단 하나의 재능만 닦았고 그것도 대가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말하자면 독일어를 쓰는 것이 그것이었다.

 

P215 인간은 자신의 교육의 한계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으면 안 된다는 것이 또한 그의 생각이었다.

자연과학자들이 특히 그렇게 잘못될 우려가 있네. 왜냐하면 정말이지 자연을 제대로 관찰하려면 매우 조화롭고 광범위한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일세.

하지만 이와는 달리 자신의 전문 분야에 꼭 필요한 지식의 경우라면 누구든 편협함과 일면성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괴테의 견해였다.

 

P218 괴테가 그렇게 다방면에 몰두하게 된 것은 모든 분야를 탐구하면서 지상에서의 일들을 분명히 인식하고자 한 그의 경향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것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의 요구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등장과 함께 두 가지 커다란 유산을 물려받았다. 즉 오류와 불충분이라는 유산이 그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그는 그것들을 제거하려 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평생 동안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괴테가 뉴턴의 이론을 인간의 정신에 극히 해로운 커다란 오류로 보지 않았다면, 그가 자신의 <색체론>을 집필하고 오랜 세월 동안 그러한 비전문 분야에 매진할 생각이 들었겠는가? 그렇다! 오류와의 갈등 관계에 있는 진리에 대한 감정이야말로 그로 하여금 이 어두운 분야에 자신의 순수한 일을 비추어주도록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 지식인의 임무다.

 

P221 레싱과 빙켈만, 그리고 칸트가 나보다 연장자였고, 앞의 두 사람은 나의 청년 시절에, 뒤의 한 사람은 나의 노년 시절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졌던 것이었네.

 

P222 사람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만 배우는 법이야.

 

그렇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배울 수 없다.

 

P227 내가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인간들에게는 학문이란 그것이 밥벌이가 되는 한에 있어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며 그들이 그것으로써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류마저도 신성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네.

 

P229 인간에게 자유를 인정하는 순간 신의 전지전능은 끝장나는 것이네. 왜냐하면 내가 하려는 것을 신이 아는 순간, 나는 신이 아시는 대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지, 내가 이러한 예를 드는 것은 인간이 아는 것이 얼마나 조금밖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신의 비밀에 손을 대려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네.

 

P231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에는 그 결과가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현명하고 올바른 행동이라고 해서 언제나 유리한 결과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그 반대의 행동이라고 해서 언제나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오히려 정반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수가 종종 있으니까.

 

P263 그래 정말 귀여운 그림이야. 거기에는 정신과 소박함과 감수성이 모두 나란히 갖추어져 있어. 그 신성한 소재는 보편적인 인간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거쳐야만 하는 인생의 한 단계에 대한 상징이 되고 있네. 이러한 그림은 영원불멸의 것일세. 왜냐하면 그것은 인류의 가장 먼 옛날로 돌아감과 동시에 또한 가장 먼 미래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지.

 

P264 시대의 모든 장점을 재빨리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그럼으로써 모든 것을 뛰어 넘는 새로운 재능이 나타나야만 해.

 

P279 그것이 예술의 제 1법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네도 금방 알아차릴 걸세. 부분 부분을 보면 괜찮은 작품이지만 그 전체를 놓고 보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드러나므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자네도 의아하게 생각하게 되겠지. 그 이유는 그 그림을 그린 대가가 충분한 재능의 소유자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 재능을 이끌어가야 할 정신이 저 여타의 고전풍을 모방하는 화가들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어두침침하게 흐려져 있기 때문이네. 그는 완전 무결한 거장들을 무시해 버리고 불완전한 선배들에게로 되돌아가서 그림을 모범으로 삼았던 걸세.

 

P280 라파엘로와 같은 사람들도 땅에서 그냥 태어나는 건 아니네. 그들은 고대와 그들에 앞서서 이루어진 뛰어난 것들을 토대로 성장하는 것이네.

 

P295 그것은 오십 년 전도 지금과 마찬가지였어. 그리고 오십 년 후에도 아마 마찬가지일 걸세. 젊은 사람이 쓴 작품은 역시 젊은 사람에 의해서 가장 환영 받는 법이지. 그러므로 현재의 세계가 그 문화나 좋은 취미에 있어서 진보했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그 옛날과 같은 거친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네! 세계가 전체적으로 보아 아무리 진보했다 하더라도 젊은이는 언제나 처음으로 출발하여 개인으로서 세계 문화의 진화 단계를 차례로 경험해 가는 수 밖에 없는 걸세.

 

P300 제어하기 어려운 것,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종종 강제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과 경건한 마음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게 이 노벨레의 목표였지.

 

P304 실러의 모든 작품에는 자유의 이념이 일관하고 있네. 이 이념은 실러가 자신의 교양을 점차로 높여가면서 이전의 자신과 딴사람처럼 변함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게 되었지. 그를 고뇌케 하고 그것을 시로 창작케 한 것은 청년 시절에는 물리적 자유였고, 만년에는 정신적 자유였네.

 

실러의 작품을 보고 싶다.

 

P305 우리는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함으로써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 위의 것을 존중함으로써만 자유로워지는 것이네. 왜냐하면 우리는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존경함으로써 자기를 거기까지 높이고 위에 있는 것의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우리 자신도 고귀한 것을 몸에 지니면서 아울러 그것과 동등하게 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네.

 

그런데 이런 물리적 자유가 청년 시대의 실러를 그토록 괴롭혔던 것이네. 물론 부분적으로는 그의 정신적 기질 때문이었지만 대부분은 그가 사관학교에서 당해야만 했던 압박 때문이었네.

그러나 나중에 성숙기에 도달하여 물리적 자유를 충분히 얻게 되자 그는 정신적 자유의 추구로 넘어 갔지. 그리고 감히 말하자면 이 이념이 그를 죽였던 거네. 요컨대 그는 정신적 이념 때문에 자신의 육체에 대해 힘에 부치는 과도한 요구를 했던 걸세.

 

P323 요즘 들어서 더욱더 잘 알게 되었지만 시라는 것은 인류의 공동재산이며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수백의 인간들 사이에서 생겨난 것이네.

 

시적 재능이란 건 그렇게 진귀한 게 아니며 좋은 시를 썼다고 해서 자만할 만한 특별한 까닭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아야 하네.

 

P324 민족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오늘날 별다른 의미가 없고 이제 세계 문학의 시대가 오고 있으므로 모두들 이 시대를 촉진하도록 노력해야 해. 그러나 이처럼 외국문학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그 어떤 특수한 것에 매달려서 그것을 모범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 예컨대 중국의 작품이 모범적이라든가, 혹은 세르비아의 작품이, 혹은 칼테른이, 혹은 니벨룽겐이 모범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네. 오히려 그 어떤 모범이 필요할 때는 언제라도 고대 그리스인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네. 그들의 작품에는 항상 아름다운 인간이 그려져 있으니까. 그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해서 우리는 단지 역사적으로만 검토를 하면서 그중 좋은 것을 가능한 한 받아들이면 되는 거네.

 

P325 역사가의 영역인 사실들만을 반복하려 든다면 시인의 존재란 도대체 무엇이겠나! 시인은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가능한 한 보다 고귀하고 나은 것을 보여 주어야 하네.

 

P336 허셀은 너무 가난해서 망원경을 살 수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손으로 망원경을 만들었지. 그러나 이것이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던 거네. 왜냐하면 이 손으로 만든 망원경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뛰어났고, 이것을 사용하여 자기의 위대한 발견을 이루었기 때문이지.

 

식물학의 세세한 대상에까지 연구를 넓힌다는 건 나의 본분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므로 이 분야에 있어서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그 일을 맡아야겠지.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다만 개개의 현상을 일반적인 원리로 환원시키는 것일 뿐이네

 

P339 우리는 묵묵히 올바른 길을 가기만 하면 되네 다른 사람이야 멋대로 자기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두세. 그것이 가장 좋아.

 

P346 자연에는 도달할 수 있은 것과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잘 분간하고 심사숙고해야 하네. 어떤 일을 끝내고 어떤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가를 통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이미 절반을 이룬 셈이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도 평생 동안 도달 불가능한 것에 매달려 헛고생만 할 것이네. 진리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서 말이야.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알만큼 현명한 사람은 도달 가능한 것에만 정진을 하고, 그 영역에서부터 출발하여 모든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자기의 위치를 굳히는 것이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나아가다 보면 심지어는 도달 불가능한 것으로부터도 약간의 그 무엇을 얻어낼 수도 있을 테지. 물론 최종적으로야 다음과 같이 고백할 수 밖에 없을 것이지만 말이네. 자연의 이런저런 일들에 접근하는 데는 그 어떤 한계가 있으며 자연이란 그 배후에 언제나 인간의 능력으로는 캐낼 수 없는 그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P391 내가 그보다 앞서 사라져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어. 하지만 신은 자기가 좋을 대로만 하시는군. 그러니 우리들 가련한 인간들로선 언제까지나 꿋꿋하게 견디며 머리를 꼿꼿이 세우는 수 밖에.

 

P419 나의 작품은 대중화 될 수가 없네. 그러니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거나 노력하는 자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지. 나의 작품은 대중을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그 어떤 비슷한 것을 원하고 추구하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네

 

나는 생각했다. 그와 같은 작가, 그러한 고귀한 정신, 그러한 광대무변한 천분을 대중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의 아주 작은 부분마저도 대중화 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유쾌한 사내 아이들과 사랑에 빠진 소녀들이 부르는 노래도 그 밖의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P425 사람이란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면 우선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네. 단테는 우리에게 위대해 보이지만 사실 그의 배후에는 수백 년의 문화가 있네. 

 

P428 우리는 물론 소질을 타고 나기는 하네. 하지만 우리가 발전해 나가는 것은 넓은 세상의 헤아릴 수 없는 영향 때문이지. 거기서 우리는 자신의 능력과 기질에 적합한 것을 우리 것으로 받아들인다네.

 

혼란에 찬 세계에 진리로 들어가는 입구를 다시 마련해 주려고 노력한 것, 그것이 나의 공적일세.

 

P436 바이런의 대담성 당돌함과 웅대함 이 모든 것이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겠나? 한치 오차도 없는 순수함과 도덕성만을 인격 형성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피해야 하네. 모든 위대함은 우리가 그것을 알아 차리는 순간 우리의 인격을 높여주는 걸세.

 

P438 철학자가 우리들의 영혼불멸을 전설로부터 이끌어내려 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허약하기 짝이 없고 그다지 의미도 없는 것이 되고 마네. 내가 볼 때 영혼불멸에 대한 신념은 활동의 개념에서 생겨나는 것일세. 왜냐하면 내가 인생의 종말까지 쉬지 않고 활동하는 가운데, 현재의 생존 형식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게 된다면 자연은 반드시 나에게 다른 생존의 형식을 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일세.

 

P443 바이마르에서 살게 되었던 처음 몇 년간의 이야기도 있었다. 시적인 재능과 현실과의 갈등이 커다란 문제였는데, 자신이 궁정에 자리를 잡고 다양한 분야에서 공직에 근무함으로써 커다란 이익을 얻게 되었던 그런 현실과 연관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처음 십 년간 주목할만한 문학 작품은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았다. 단편들이나 낭독하고 연애 사건 들로 인해 우울한 나날들이 계속 되었으며, 부친은 초조한 마음으로 궁정 생활을 반대했다. 창작생활로 되돌아가기 위해 이탈리아로 도주를 했다.

 

P467 문학 작품의 경우에는 언제나 관용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모든 설득력 있는 반대 의견을 받아들였던 괴테가 그의 색채론에 있어서는 반대 의견을 관대하게 잘 수용하지 못했던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수수께끼는 풀릴 수 있다. 시인으로서의 그에게는 세상 사람들부터 최상의 찬사가 주어졌지만, 그의 모든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방대하고 가장 난해한 색채론은 오직 비난만 들어야 했던 것이다. 반평생 동안 사방으로부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반론에 부딪쳐 왔으므로 그가 시종일관 일종의 도발적인 전투 상태를 견지하면서 열정적인 반대를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만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의 색체론과 관련 지어 볼 때 그는 마치 선량한 어머니와도 같다. 자신의 뛰어난 아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 못할수록 그 아이를 더욱 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어머니 말이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다. 논리를 충분히 펼칠 수 있음에도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거 에커만으로 부터 배워야 할 덕목이다.

 

P474 고전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의 의미로 넘어갔다. ‘이 두 개념의 관계를 그런대로 나타낼 새로운 표현이 떠올랐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고전적인 것은 건강한 것, 낭만적인 것은 병적인 것이시라고 부르겠네. 예컨대 니벨룽겐의 노래나 호메로스의 작품은 고전적인 것이네. 왜냐하면 이 둘은 건강하고 힘차기 때문이지. 대부분의 현대 작품은 그것이 새로워서가 아니라 허약하고 병든 것이기 때문에 낭만적인 걸세. 그리고 고대의 작품은 그것이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강력하고 힘차며 신선하고 건강하기 때문에 고전적인 것이네. 그런 특성에 따라 고전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을 구분한다면 우리는 곧 그 진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일세.

 

P487 물론 그의 인격은 탁월했지. 그러나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그를 지배자로 모시면 자기들의 목적이 이루어진다고 확신한 점에 있어.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것이 되고 말았지.

 

인간의 본성이란 하여간에 그런 식으로 되어 있으니 말이야. 무턱대고 남을 섬기는 자는 없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득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지. 나폴레옹은 인간들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인간들의 그런 약점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거야.

 

P522 그릇된 경향은 생산적이지 못해. 비록 생산적이라 해도 거기서 생산된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네. 그리고 타인에게서 그런 사실을 깨닫기는 어렵지 않으나 자기 자신에게서 그것을 깨닫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그러기 위해서는 커다란 정신의 자유가 필요한 것이니까 말이야.

 

P532 칸트가 말할 나위 없이 우리에게 유익한 점은 그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경계를 확인하고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었다는 데에 있네. 영혼불멸에 대해 철학적 사변이라면 해보지 않은 것이 없건만, 도대체 얼마만큼 진보했단 말인가! 나는 우리들 존재의 영속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네. 왜냐하면 자연이란 엔텔레히 없이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니 말이야. 그러나 우리들 모두가 똑 같은 방식으로 불사라는 것은 아니네. 자기 자신이 미래에 하나의 위대한 엔텔레히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현재도 또한 엔텔레히여야만 하네.

 

P553 그러므로 생성과 성장, 파괴와 재생이라는 이 세상 존재의 영원한 형태 변형은 어머니들이 끊임없이 이루어내는 작용이다. 이처럼 이 지상에서 끊임없는 작용에 의해 새로이 생명을 얻는 모든 것에 있어서 여성적인 것이 주된 역할을 하는 만큼, 저 창조하는 신들을 여성적인 것이라고 보는 것도 당연하며 그들에게 어머니들 이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이치에 어긋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영적인 근원이나 신적인 것의 존재에 대해 추론하지만, 어떠한 개념이나 표현으로도 그것을 나타내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거기에다가 인간의 모습을 부여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막연한 예감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고 포착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세기에서 세기로 민족들 사이에 전승되어온 모든 신화는 그런 식으로 생겨났다.

 

P576 사람이 혼자 있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야. 특히 혼자서 일을 한다는 건 좋지 않아 무언가 일을 이루려고 하면 오히려 다른 사람의 협력과 자극이 필요한 거네. 내가 아킬레우스나 여러 담시들을 완성한 것도 실러 덕분이었는데, 그는 나로 하여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 세웠던 거네. 내가 파우스트 제2부를 완성한다면 그것은 자네의 공으로 돌려도 될 걸세.

 

P578-580 그는 나에게 12사도와 함께 있는 예수의 조각상을 보여줬다. 이 사도나 저 사도나 다 그게 그거야. 개성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생명과 행위가 거의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일세. 이번 기회에 재미 삼아 성경에 나오는 열두 명의 인물들을 나란히 그려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 각각의 인물들이 서로간에 다르면서도 개성적인 의미를 가지도록 묘사해 놓으면 조각가들이 고마워하며 그것을 소재로 삼게 되겠지.

 

제일 처음에는 가장 아름다운 남자인 아담을 상상 가능한 완벽하게 묘사하겠네. 한 손을 삽 위에 올려 놓은 모습도 괜찮을 테지. 인간은 땅을 일구도록 운명 지어 있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서 말이네.

 

다음은 노아의 차례이네.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이 인물은 인도의 디오니소스 신 다운 그 어떤 면모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네. 차례로 모세, 다윗, 이사야, 다니엘은 긴 머리를 드리우고 있는 부드러운 모습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 요한은 짧은 곱슬머리를 한 정열적인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다음은 카페르나움의 수장일세. 즉 믿는 자들의 대표자로. 그 다음은 막달라의 차례, 참회하는 자, 용서를 필요로 하는 자, 개과천선을 갈구하는 인간의 상징으로서 말일세. 말하자면 이 두 인물 속에 기독교의 정수가 들어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네. 바울, 야곱,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민족들이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의 대표로서 말이네. 마지막 인물은 베드로이네. 조각가는 이 인물을 출입문 가까이에 배치하고 또 그에게 방안으로 들어오는 자들을 유심히 살피는듯한 표정을 주어야 할 것이네. 그들이 성전에 들어 설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서 말일세.

 

그리고 괴테에게 그런 구상을 종이 위에 옮길 것을 청했고 괴테는 그러겠노라고 약속했다. 나는 이 모든 구상을 철저하게 검토 하겠네. 그래서 완성되면 최근에 나온 다른 작품들과 함께 제 39권에 싣도록 자네에게 건네 줄 예정이네.

 

성당에서 주말마다 보는 그림인데도 그런 스토리가 있는지 몰랐다. 괴테의 인물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에 깜짝 놀랐다.

 

P598-599 선생님과 제가 나눈 대화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지식과 예술의 온갖 분야에서의 대원칙들, 고귀한 인간적 관심사에 대한 해명, 지성의 산물 들이나 금세기 뛰어난 인물들에 관한 것 등, 지난 6년 동안 제가 선생님 곁에 머무는 행운을 누리면서 자주 나눌 수 있었던 대화 말입니다. 그런 대화는 제게 무한한 교양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말씀을 듣고 마음 속에 새기면서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그만큼 저는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운을 나누어 주고 싶은 것입니다. 교양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말이지요.

 

P607-608 저는 한 몇 달간 괴팅겐 부근에 있는 저의 약혼녀와 그 친지 댁에서 조용히 칩거하며 오직 이 일에만 몰두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오래된 짐을 벗어 버리고 자유롭게 다시 미래의 새로운 일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삶은 몇 년 이래로 정체되어 있었으므로 다시 한번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건강 상태는 허약하고 불안 함으로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남기려고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 괴테가 에커만을 놓아주길 간절히 바랬다.

 

P609 제 마음속 깊숙이 계시는 분은 오직 선생님 한 분 뿐이며 그 한 분께 무한한 존경과 변함없는 사랑을 드립니다. 어디에 있던 전 온전히 선생님의 것입니다.

 

가슴이 찡하다. 진심에 진심을 더한 표현이다.

 

P644 이 그림들 모두에는 무언가가 빠져있는데 그건 바로 남성다운 면일세. 이 그림들에는 그 어떤 솟구치는 박력이 빠져있네. 이전 시대에는 온갖 분야에서 표현되었던 그 박력을 지금 우리 세기에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네. 그런 현상은 그림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예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일세. 말하자면 종족 자체가 약해졌다는 것인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남자다운 정신은 무엇보다도 루벤스의 풍경화들에서 특히 잘 나타나 있습니다. 물론 그가 그린 것들은 나무와 대지, 물과 바위와 구름에 지나지 않으나, 그의 힘찬 마음은 그런 형상들을 꿰뚫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잘 알려져 있는 자연을 보면서도 동시에 예술가의 힘이 스며들어 있는 자연, 즉 그의 정신에 의해 새롭게 창출된 자연을 보는 것입니다.

 

루벤스의 풍경화를 찾아서 감상해 보아야겠다.

 

P650 인생의 각각의 단계에서 기념비를 남기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점들을 명심해야 하네. 타고난 소질과 선한 의지를 유지해야 하고, 어느 단계에 있어서나 순수하게 보고 느껴야 하며, 부차적인 목적을 갖지 않고 생각했던 대로 곧장 충실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네. 그렇게 하여 그의 글이 그 쓰인 단계에서 볼 때 옳았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올바른 것으로 남아 있게 되는 법일세. 훗날에 그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더라도 상관없이 말이네.

 

사람들은 언제나 생각하지. 세상 물정을 알려면 나이를 먹어야 한다고 말이야. 그러나 사실은 나이를 먹게 되면 이전처럼 현명하게 처신하기가 어려워진다네. 인간은 다양한 인생의 단계에 있어서 그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점점 더 나아진다고 볼 수는 없는 거네. 어떤 영역에 있어서는 20대에도 60대만큼 옳을 수가 있기 때문이지.

 

세계는 평지에서 바라볼 때와 앞산 꼭대기에서 바라볼 때 그리고 원시산맥의 빙하 위에서 바라볼 때 물론 다르게 보이며, 어떤 입장에서 보면 세계의 일각이 다른 입장에서 볼 때보다 잘 보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나의 입장이 다른 입장보다 옳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네.

 

P661 더 나가서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가축에게 먹이를 주시고 인간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충분하게 내려주심으로 그분을 숭배한다고들 하네. 그러나 내가 경배하는 하느님은 그러한 풍성한 생산력을 이세상에 내려주신 하느님이네. 비록 그 중에서 백만 분의 일만이 생명을 얻게 된다 할지라도 이세상을 온갖 생물로 가득 넘쳐 흐르게 만드시는 하느님, 그리하여 전쟁과 역병에도 홍수와 화제에도 이세상을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게 하시는 하느님, 바로 그 분이 나의 하느님일세.

 

P705 어떠한 종류의 안락함이든 원래 나의 본성에 조금도 맞지 않기 때문이네. 내 방을 보게나. 소파도 없지 않은가. 나는 언제나 나의 오래된 나무의자에만 앉아 왔고, 며칠 전부터 겨우 머리받침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야. 안락하고 우아한 가구에 둘러싸여 있노라면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고 그저 편안하고 수동적인 상태가 되어 버린다네. 젊을 때부터 그런데 익숙해 있다면 별 문제지만 여하간 화려한 방이나 우아한 가구란 생각도 없고 또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네.

 

괴테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P714 우리들 인생의 사건이나 사실은 그것이 실제 현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무언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한에 있어서만 중요한 걸세.

 

P734 나는 기력이 왕성한 그의 모습을 날마다 보고 있었으므로 그러한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만 생각하여 그의 말을 이해하고 기록해 두는 것을 등한시 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시일을 놓치고 말았는데, 나는 1832 322일 수천의 고귀한 독일인들과 함께 메울 수 없는 손실을 슬퍼해야만 했던 것이다.

 

P739 프리드리히가 천을 헤쳐주는 순간 나는 그 신과도 같이 장엄한 사지를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가슴은 넓고 솟아 있는 모양이 실로 당당했다. 팔과 허벅다리는 풍만하면서도 부드러운 근육질이었다. 발은 고상하고 그 선이 고왔다. 신체 중 어느 부분에도 살이 찌거나 너무 야위거나 쇠약한 흔적은 볼 수 없었다. 하나의 완전한 인간이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앞에 누워 있었다. 감동에 찬 나머지 나는 불멸의 영혼이 이 육체에서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잠시 동안 잊었다. 나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대보았다. 한없이 깊은 정적뿐이었다. 나는 옆으로 몸을 돌려 참았던 눈물을 쏟고 또 쏟았다.

 

괴테와의 대화 2

 

P12 괴테와 나의 관계는 독특하여 아주 섬세한 성격의 것이다. 그것은 제자와 스승, 아들과 아버지, 미숙한 인격과 풍요로운 인격 사이의 관계이다. 그는 나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더 높은 존재에 대한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향유에 참여토록 했다.

 

P72 가장 중요한 점은 대공께서 나에게 전적인 재량권을 주어 내 뜻대로 할 수 있게 해주셨던 점이네. 나는 좋은 작품에 역점을 두었지. 어떤 작품이 나의 선택을 받으려면 무언가 의미 있는 내용이 들어 있어야 했지. 위대하고도 유익하며 명랑하면서도 우아해야 했네. 그리고 어떤 경우든 건강하고 어떤 핵심이 들어 있어야 했네. 병적인 것, 허약한 것, 애처로운 것과 감상적인 것뿐만 아니라 무시무시한 것 소름 끼치는 것 그리고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것이라면 그 모두를 배제시켰네. 그런 것들 때문에 배우나 관객을 망치게 될까 봐 말이야.

 

P74-75 나는 자신을 위태롭게 했을지도 모르는 두 가지 적 앞에서 자신을 지켜야 했네. 그 하나는 재능 있는 자에 대한 나의 열렬한 애정이었는데 그 때문에 나는 편파적으로 될 우려가 있었지. 다른 하나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자네는 눈치챘겠지. 우리 극장은 젊고 아름답고 게다가 영혼이 우아하기 그지없는 여성들이 없지 않았네. 그들 중 몇몇의 경우에는 나도 열정적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을 어찌 할 수 없었고, 여성 쪽에서도 나를 받아들일 태세였지. 그러나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에게 말했네. ‘더 나아가선 안되!’라고 말이야. 나는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있었고 또 내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네. 나는 여기서 개인적인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한 단체의 지도자로서 있는 것이며, 이 단체의 성공이 나 자신의 순간적인 행복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말일세. 내가 그 어떤 연애 사건에 빠지기라도 했다면, 나는 마치 그 옆구리에 자석을 달고 있어서 올바른 방향을 제대로 가리킬 수 없는 나침반과도 같은 꼴이 되었겠지.

 

P86 무대 경험이 한번도 없는 젊은이라면 우선 그의 인품을 살펴본다네.  그러면서 그에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 어떤 매혹적인 힘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네.

 

P98 극장의 번창에 가장 해로운 것은 극장의 운영진에게 회계수익의 많고 적음에 대해 직접 책임을 묻지 않고, 한해 동안 발생한 재정상의 부족한 부분을 연말에 다른 재원에서 보충하게 해 줌으로써 아무 걱정도 없이 안정되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라네. 개인적으로 이익을 본다든지 손해를 본다든지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으면 마음이 해이해지기 쉬운 것이 인간의 본성이니까 말이야.

 

이 또한 괴테가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고 있음을 반증한다.

 

P149 우리는 동시대인이나 동시대의 경쟁자 보다는 몇 세기 이래로 변함없는 가치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지난 시대의 위대한 인물들 연구해야 하네. 진정으로 높은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그러한 요구를 느끼게 마련이지. 왜냐하면 위대한 선배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그런 욕구야 말로 보다 고귀한 재능을 드러내 주는 표시이기 때문이네. 물론 몰리에르 연구도 해야 하고 세익스피어 연구도 해야겠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대 그리스 작가와 그리스 사람들을 연구해야 하네.

 

P153그리고 또 빛이나 햇볕이나 비나 바람 같은 모든 작용은 사방으로부터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장소가 좋겠지. 바람이나 폭풍의 영향이 없는 안온한 곳에서 자라면 떡갈나무는 망치게 된다. 자연과 100년은 싸워가며 자란 나무라야 참으로 강하고 당당하게 되며 또 누구라도 그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감탄하게 되는 거지

 

어떤 생물이든 그 자연스러운 발전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가장 아름답다.

 

P169 고대 그리스인들은 비극 작품에 경탄을 보내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건 개개의 작가들이 아니다. 그 작가들의 작품이 설 수 있었던 그 시대와 국민이라네.

 

전체를 통틀어 개관해 본다면 그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일관된 특성 만이 있기 때문이네. 그것은 바로 웅대함, 유익함, 건강함, 인간적인 완전함 거기다가 고상한 생활의 지혜와 숭고한 사고방식과 순수하고 강력한 직관이라는 특성을 가진다네.

 

P176 독일인은 정말 묘한 존재이지요! 어느 곳에서나 심오한 사상과 이념을 탐구하고 그것을 아무데나 갖다 붙이면서 인생을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만들어 버리니까요. , 그러니 이제 용기를 내도록 합시다. 감명받은 것에 몰입하고, 스스로 기뻐할 줄도 알며, 감동받을 줄도 알고, 자기를 고양시킬 줄도 알며, 기꺼이 배우며, 그 어떤 위대한 것을 향하여 열정을 불태우고 용기를 낼 수도 있어야 합니다.

 

P200 실러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야. 우리 두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서로간에 아주 달랐지만 우리는 하나의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우리 사이를 아주 긴밀하게 묶어 주었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가 되었던 걸세.

 

P204 우리 모두는 비밀에 싸여 거닐고 있으며, 그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 거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우리의 정신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말이야. 하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우리 정신의 안테나가 그 육체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으며, 우리 정신에 예감할 수 있는 능력, 즉 가까운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선도 허락되는 걸세.

 

P205 우리 인간은 모두 비밀과 기적의 가운데를 더듬거리며 가고 있는 걸세. 또한 인간의 정신은 다른 인간의 정신에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나는 그런 경우를 여럿 알고 있네 나에게는 아주 자주 있는 일이지만 잘 아는 사람과 함께 걸으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게 되면 그 사람이 나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것과 꼭 같은 말을 즉시에 입에서 꺼내는 경우가 있지.

 

우리 모두는 내부에 전기력과 자기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네. 그래서 같은 종류의 것과 접촉하느냐 아니면 다른 종류의 것과 접촉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마치 자석처럼 그것들을 끌어당기거나 밀쳐내게 된다네.

 

P228 반평생 동안 문짝이 삐거덕거리는 소리에 화를 내면서도 기름 몇 방울 쳐서 날마다 겪는 불쾌감을 해소할 결심을 하지 못했던 사나이 말일세. 그러나 우리 삶이란 다 그런 거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우리의 운명을 만들어버리는 거지. 그러므로 날마다 데몬으로 하여금 우리를 끈으로 묶어 인도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지도 받고 또 그대로 하기 위해서 말이야.

 

괴테가 에커만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건강을 염려하여 한 말이다.

 

P235-236 개개의 엔텔레히는 영원의 일부이기 때문에 몇 년 동안 이지상의 육체와 결합되어 있다 해도 늙어지는 건 아니라네. 하지만이 엔텔레히가 열등한 종류의 것이라면 육체의 요구에 가려져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육체가 득세하게 되네. 그리고 육체가 늙게 되면 엔텔레히는 그 육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장만 초래하게 되는 걸세. 그러나 모든 천재적인 인물의 경우에 그렇듯이 엔텔레히가 아주 강력한 종류의 것이라면 그것은 육체로 생생하게 스며들어 그 조직을 활기차고 소중하게 만들어 줄 뿐만아니라 정신의 우세를 유지하는 영원한 청춘이라는 특권을 계속 유지하게 해주네.

 

P241 이 지상에선 모든 일이 순리에 따라 이루어지며 데몬은 차례차례 사람의 다리를 걸어 쓰러뜨리는 거네. 나폴레옹도 그랬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랬지. 모차르트는 서른 여섯 살에 죽었고, 라파엘로도 거의 비슷한 나이에 죽었으며, 바이런은 그보다 겨우 몇 년 더 살았네. 하지만 그들 모두 자신의 천명을 완벽하게 이루었지. 그들은 가야 할 나이에 갔네. 그리고 이 땅에 더 오래 살수록 되어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남아있는 걸세.

 

P246 사람의 본성은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어서 거의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우리를 위해 무언가 좋은 걸 마련해 준다네. 나는 평생 동안 눈물을 흘리며 잠든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때마다 그 눈물 속에서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 나타나 나를 위로하고 축복해 주었네. 그러고 나면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원기를 찾아 씩씩하게 일어나곤 했지.

 

그렇다. 나는 오뚜기같은 내 본성을 믿는다.

 

P251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일찌감치 길들이겠다는 명목으로 모든 자연성이나 독창성이나 야성을 몰아내기 때문에 그 결과 속물 밖에는 남지 않게 되는 거네.

 

요즘에 어린아이들도 속물이 많은 이유가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로부터 독창성이나 야성을 몰아냈기 때문이다.

 

P252 우리 독일 사람도 철학을 줄이고 행동을 증가시키며 이론을 줄이고 실천을 배운다면, 2의 예수와 같은 성인의 출연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상당한 구원을 받게 될 거네.

 

괴테의 실천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P253 인간들을 다루는 정치가의 생활에 있어서도 사랑과 호의는 필요하지 않은가? 자기 자신이 이미 불쾌한 기분에 빠져 있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거나 베풀 수 있단 말인가? 모두들 정말 불행해! 책상에 들러붙은 학자든 정치가든 그 삼분의 일은 신체가 좀 먹고 정신은 우울증이라는 귀신에 사로잡혀 있으니 말이야.

 

P313 각자는 하느님이 정해준 천분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나는 반세기 동안이나 무척 고생해 왔네. 나의 몫으로 정해진 분야에 있어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하면서 힘 닿는 한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고 실행해 왔으니까 말이야.

 

P368 다만 중요한 것은 뜻을 높게 두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재능과 끈기를 발휘하는 거지. 그 밖의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

 

P369 그가 다른 사람들과함께그리고 다른 사람들을통하여행동할 줄 알았다는 바로 그것이야말로 그의 천재성이고 그의 독창성이며 그의 위대함이었든 걸세.

 

P374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순수한 가르침과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 자기 것으로 한다면 누구든 인간으로서 위대하고 자유롭다고 느낄 것이며 이런저런 외형적인 예배의식 따위에는 더 이상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3. 내가 저자라면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는 문학 작품이다. 1인칭 시점의 일기 형식을 빌어 당대 최고의 대문호 괴테를 묘사한 산문이다. <괴테와의 대화>를 통해, ‘에커만의 괴테를 만나볼 수 있다. 에커만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다른 색을 반사시키는 다면체의 다이아몬드와 같은 괴테의 정신 세계를 자신의 관점으로 재탄생 시켰다. 괴테의 제자이자 조력자 에커만이 아니라면, 그 누구라도 괴테를 이토록 내밀하게 표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에커만은 결코 가난 때문에 자신의 길,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가난 때문에 둘러 가긴 했지만, 그의 예술가로서의 행보는 적극적이었다. 스물네 살에 자신의 시를 공개하고 인정받았고, 자유문필가로 활동하면서 서른 살에 <시학 논고>를 발간한다. 그에게 시적 영감을 주는 괴테에게 직접 원고를 보내고, 열흘이나 걸어 만나러 가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존경하는 괴테와 교우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에커만은 괴테와의 만남 6년 만에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탈리아 여행 중 자신이 원하는 일을 떠올리게 되고, 괴테에게 허락을 구하는 편지를 보낸다. 이 장면이 나에게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로 다가왔다. 나는 에커만의 괴테와 함께 하는 여정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에커만이 자신의 독자적인 길을 찾아 나서길 기대한 것 같다. 아니, 간절히 바랬다. 에커만이 그의 약혼녀와 함께 지내면서 독자적인 작품을 쓸 수 있기를!

 

하지만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자도 그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천분이 있는 것 같다. 괴테 아들의 사망과 괴테의 만류로 그는 눌러 앉게 된다. 그리하여 괴테와의 대화 1, 2, 3부가 출간된다. <괴테와의 대화>는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양서임과 동시에 한 명의 예술가로서 에커만의 일생을 담은 한 편의 소설이자, 영화 같다.

 

또한 <괴테와의 대화>는 시인을 꿈꾸는 나에게 에 대해 알려주는 최고의 교재이기도 하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또한 시를 사랑했던 나는 에커만과 닮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나는 밥벌이가 되는 학문을 선택했고, 존경하는 시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커만처럼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지 못했던 점에서 그와 다르다. 나도 에커만처럼 가난함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면 시인이 되었을까?

 

현실에서 특정한 장면을 보았을 때,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을 때가 있다. 그것은 그림으로, 사진으로, 또는 시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나의 스승이 된 괴테와 에커만이 알려준 시와 시인에 대하여를 정리해 보았다. 앞으로 내가 시를 쓸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시인이 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것들

대가의 가르침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인식

작고의 연습과 절절한 생활환경을 통해서 수련

위대한 작가에 대한 연구

ü  내면 뿐만 아니라 외부의 다양한 세계를 더욱 분명하게 의식하게 된다

ü  구체적 대상과 인간의 특성을 더욱더 잘 관찰하고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고전적 고양

ü  자신의 말을 능숙하고 힘차게 운용할 수 있다.

미감

ü  가장 뛰어난 작품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다

 

시인으로서 가져야 할 것들

정신적 성숙

교양과 지식

자신을 제한시키고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내면에서 출발하여 세계로 향해야 하며 객관성을 유지할 것.

형상을 포착하는 직관

위대한 감수성과 비상한 끈기

진실되게 표현하여야 한다

언제나 긍정적

생명력과 영속성

자기 자신의 내부에 확고한 뿌리를 두고서 순수하게 자신으로부터 발전해 나가며 또한 철저하게 자신과의 조화를 유지해야 한다

주어진 대상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절대적으로 필연적인 요소에만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잘해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시 아래에 그것을 쓴 날짜를 기입하라

현재의 포착

ü  마음속에 날마다 솟아오르는 사상이나 느낌은 모두가 표현되어야 한다.

소재와 동기

ü  시를 쓰는 동기와 소재가 현실로부터 나와야 한다

ü  그 때마다의 특수한 경우가 보편적이고 시적이 되어야 한다.

ü  한 장의 카드에 거금을 걸 듯이 현재에다가 모든 것을 걸어라

 

시인으로서 피해야 할 것들

역사와 철학이 시의 순수함을 방해하면 안 된다

이 지상의 고통과 외로움에 대한 푸념은 안 된다.  

 

괴테의 한 마디

 

대작을 쓰는 것을 피하도록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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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3 17:58:37 *.196.54.42

"또한 <괴테와의 대화>는 시인을 꿈꾸는 나에게 '시'에 대해 알려주는 최고의 교재이기도 하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또한 시를 사랑했던 나는 에커만과 닮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나는 '밥벌이가 되는 학문'을 선택했고, 존경하는 시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커만처럼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지 못했던 점에서 그와 다르다. 나도 에커만처럼 가난함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면 시인이 되었을까?"


여기 숨은 시인이 한분 계셨군요^^

시인 이 뭐 별건가요, 지금 시를 쓰고 있다면 시인인 것이지요.

가볍게 생각하시고 계속 시를 써 나가시길....


저도 시를 사랑하는 한 사람입니다.

방랑시인 곽재구를 좋아하여 그 처럼 시적 기행기를 써 볼까 생각하곤 합니다.


괴테를 시의 선생으로 삼아 정리해 주신 장절 감사히 퍼 갑니다.

특히,

ü  시를 쓰는 동기와 소재가 현실로부터 나와야 한다

이 말씀엔 지극히 공감합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시인으로 보일러공 시인인 이면우가 있죠^^


앨리스님의 습작시도 구경 좀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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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18:33:59 *.65.152.249
"대작을 쓰는 것은 피하도록 하게."

어찌나 찔리던지요^^ 좋은 시 쓰고 싶은 욕심때문에 현재의 시상들을 놓치곤 했지요.... 이제는 사소한 것들부터 꽉 잡아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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