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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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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1일 16시 10분 등록

 

 

인생 반전을 위한 프로젝트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오병곤, 홍승완 지음, 위즈덤하우스


 firstbook.gif


1.
책이 내게로 왔다 (감상)

 

옮겨갈 회사를 미리 정하지 않고 대책 없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떠나야 할 시점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마음으로 그리워만 하던 이들을 찾아 다녔다. <굿바이 게으름>의 저자 문요한님을 오랜만에 만난 것도 그 때쯤 이었다. 맛있는 밥을 사주며 그는 회사를 옮기기 전까지 책 한 권의 초고 를 다 써 보라고 권유해 주었다. 내 책이라연구원 1년의 과정을 겨우 마쳤지만, 내게 책을 쓴다는 것은 동네 수영장에서 헤엄을 갓 배운 소년이 바다를 앞에 둔 것과 같은 막막함과 두려움이었다.


 
그 때에 이 책이 내게로 왔다. 책의 저자인 홍승완이 메일로 이제 갓 끝낸 초고를 보내온 것이었다. 프린트해서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연구원 생활을 하며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이 많았던 터라 한번 훑어보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50페이지 정도를 읽었을 때 정신 없이 밑줄을 긋고 있었다. 그리고 책의 반 정도를 읽었을 때 나는 화면을 켜고 하얀 바탕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늘 마음에만 두던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드디어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강사라는 직업상 주위 사람들의 꿈이나 비전을 자주 듣게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책을 쓴다는 것은 배운 지식이 경험이 되고, 경험이 다시 신념이 되었을 때에나 쓸 법한 거창한 것, 나이 50을 넘겨 사회적 성공이라는 이름의 말할 자격을 갖추었을 때에나 쓸 수 있는 아주 큰 목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책을 쓰는 것이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거나, 제법 큰 음식을 요리하거나,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곳을 여행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책을 내는 사람이 드문 이유는, 아마도 책을 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대, 이 책을 읽으라. 막연한 생각이 머리에서 마음을 거쳐 손으로 내려와, 어느 순간 인생을 옮겨놓고 있는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시중에 글을 잘 쓰는 것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책을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은 많지 않다. 이번에 책을 쓰면서 느낀 것이지만,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은 아주 다르다. 저자들도 책에서 그저 떠오르는 대로 쓰면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언젠가 자신의 분야에서 책을 한 권 쓰고 싶은 사람들, 책 쓰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쓰고 싶은 사람들, 샐러던트(saladent)를 넘어 샐러라이터(salawriter)로서 전문가가 되고 브랜드가 되고 싶은 사람들, 나아가 다른 이의 마음으로 파고들어 웃고 울리고 껴안아주고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어 기쁘다.

  

 

2.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문구들 (인용)

가슴을 뜨겁게 달군 몇 가지 문장들을 갈무리 해 두었다. 훑어보면 이 책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책 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이며, 자신의 소명과 행복을 찾는 절호의 기회다. 책 쓰기는 나의 마음과 만나는 작업이다. 거울이며 진실이다.

 

-      그렇지만 무엇보다 책을 통해 얻었던 값진 열매는 해냈다는 성취감이었다. 나는 지금 직장인이다. 그리고 한동안 직장인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직장인이면서 책을 써냈다는 그 사실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경험이다. 애초에 책을 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지만 써야 한다는 의식은 늘 염두에 두었다.

 

-      고독의 밑바닥을 치지 않고는 결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그건 슬픈 일이다. - 박완서의 《두부》중에서

 

-      . 앞으로 지식경제의 첨병은 ‘샐러던트’가 아니라 책을 쓰는 직장인, 즉 ‘샐러라이터(SalaWriter)’가 될 것이다. 이들은 ‘전문가 2.0’ 시대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      책은 인생 최고의 학위다. 자기계발의 최고봉이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도약하는 발판이다. 그런데 왜 책 쓰기를 시도조차 안 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 능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찌 보면 책은 손이 아니라 생각과 발로 쓰는 것이다. 당신이 취득한 학위와 자격증은 명함에 있지만 당신이 쓴 책은 다른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있다.

 

-      소명은 배움을 통해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소명은 삶의 어느 순간 전혀 기대하지 않을 때 우리에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 보내기도 한다. 그것에 큰 가치를 두지 않거나 알아채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소명은 전환의 첫걸음이자 변곡점으로 우리 삶을 바꾼다.

 

-      (구본형) 나는 20년 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첫 책을 쓰면서 진정한 나로 다시 태어났다. 첫 책을 손에 쥐는 순간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모든 감정이 무찔러 드는 것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      매일 글을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글 쓰는 시간을 정한다. 둘째, 의자에 앉아서 쓴다. 셋째, 정해진 시간을 채울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넷째, 매일 반복한다. 이상 끝.

 

-      글을 쓰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시작하는 습관화된 의식을 가지고 있다. <도쿄 타워>를 쓴 에쿠니 가오리는 글을 쓰기 전에 반드시 목욕을 하고, 헤밍웨이는 매일 아침 여러 개의 연필을 깎으며 글쓰기를 워밍업 했다. 칸트는 잠옷을 입은 후에 글을 썼다. 구본형 소장은 물 한 잔을 마시지 않으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의식들은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효과가 있다면 굳이 의심할 필요가 있겠는가. 글쓰기를 하려면 자신만의 시작 의식이 필요하다.

 

-      어떤 사람은 글쓰기는 헤파이스토스(노동의 신)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즉 글쓰기는 힘겨운 노동이라는 뜻이다. 또 어떤 이는 글쓰기는 뮤즈(예술의 신)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영감으로 가득 찬 놀이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즐겁다, 글쓰기는 괴롭다, 글쓰기는 놀이다, 글쓰기는 노동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글쓰기는 괴로운 일이자 즐거운 놀이다.

-       

베스트셀러? 그저 잘 팔렸으니까 베스트셀러겠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대니얼 부어스틴

 

-      “쓰는 사람도 무엇을 쓰는지 모르고 쓰는, 그런 ‘차원 높은(?)’ 원고 말고, 여기저기서 한줌씩 뜯어다가 오려 붙인, 그런 ‘누더기’ 말고, 마음의 창을 열고 읽으면 낡은 생각이 묵은 껍질을 벗고 새롭게 열리는, 너와 나, 마침내 우리를 더불어 기쁘게 하는 땀으로 촉촉이 젖은 그런 정직한 원고.

 

-      일할 만큼만 먹고 먹을 만큼만 생산하는 삶, 그것이 그가 선택한 삶이었다. 소로우는 최소한의 의식주만을 해결한 후 남은 시간은 숲을 산책하고 동식물을 관찰하며 독서와 명상을 하며 보냈다. 사람들은 그를 빈둥거리며 삶을 소비하는 실패자로 여겼지만, 그는 온몸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관찰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썼다. 이 책이 바로 《월든Walden》이다.

 

-      “나는 평생 결정적 순간을 찾아왔다. 하지만 내 인생의 매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요. 박승오(28, 마케팅 기획자) : 영광입니다. ㅋㅋ

 

-      컨셉트란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것이다. 아이디어가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라면 컨셉트는 그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다듬고 숙성시킨 결과물이다. 아이디어가 창의적 산물이라면 컨셉트란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좋은 컨셉트는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차별화된 장점이다. 차별화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고 만드는 과정이다.

 

-      제목으로 독자를 농락해서는 안 된다. 제목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책 제목짓기는 자녀의 이름을 짓는 것처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      짧은 글 한 편을 쓸 때는 글의 구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간략하게 개요를 짜고 쓰거나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쓰면 된다. 그러나 책을 쓸 때는 글의 개요와 전개 순서 등을 생각해야 한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쓰면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어렵다. 글쓰기에서 문체가 중요하다면 책 쓰기는 콘텐츠를 구성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단 한 사람만을 떠올리며 책을 쓰는 것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저자가 자신에게 함몰되지 않고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집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이제까지 문체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지만 책 쓰기에서 문체는 최우선의 요건은 아니다. 특히 첫 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문체에 지나치게 부담을 갖지 마라. 첫 책에서는 오직 자신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자신의 문체가 생긴다.

 

-      서문은 책의 첫인상이다.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그 사람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      초고에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지 마라. 문장이나 어휘에 신경 쓰지 마라. 초고는 말 그대로 처음 쓴 글일 뿐이다. 대부분의 작가는 초고보다 퇴고에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글쓰기여 다시!

 

-      ‘최근효과recency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는데, 사람은 가장 마지막으로 본 정보에 가장 강한 인상을 받는다는 뜻이다. 한 권의 책에서 독자의 눈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은 결론이다. 결론을 잘 맺어야 좋은 책이 된다.

 

-      고쳐 쓰기를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고쳐 쓰기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고쳐 쓰기를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쳐 쓰기는 할 때는 고단하지만 결국에는 노력한 만큼 보답을 준다.

 

-      귀가 울리는 이명은 당사자만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모른다. 그러나 코골이는 당사자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안다. 연암은 글에도 이명과 코골이 같은 것이 있다고 말한다. 열심히 글을 썼지만 아무도 몰라준다면 그것은 귀가 울리는 사람이 자기 입장만 생각해서 썼기 때문이다. 남들이 자기 글을 비평하는 데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슨 소리인 줄도 모르고 글을 썼기 때문이다.

 

-      사람들의 머릿속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연구한 칩 히스와 댄 히스는 《Stick 스틱!》에서 좋은 스토리의 유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도전 플롯, 연결 플롯, 창의성 플롯이 그것이다.

 

-      좋은 스토리 = 낯섦 × 공감대

 

-      창조는 창의적 모방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뉴유New有를 만드는 것이 창조다.

 

-      이 많이 팔리면 좋겠지만 책이 잘 안 팔린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보다는 편집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 책이 예상보다 늦게 나온 경우,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 심지어는 오탈자가 많이 보이는 경우 등 출판사에서 정성을 쏟지 않은 경우에 사람들은 아쉬워한다.

 

-      우리는 출판사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저자와 책의 내용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다. 인간관계처럼 책과 출판사의 만남에도 인연이 있다. 인연은 결국 저자와 편집자의 관계다. 저자와 편집자의 관계가 좋으면 좋은 책이 나온다. 그리고 좋은 관계의 핵심은 애정과 관심이다.

 

-      (고세규 인터뷰) 베스트셀러를 의식하면 책이 엉뚱하게 갈 수 있습니다. 목적을 베스트셀러로 두면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자신과 자기 책 한 권을 읽을 독자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저자의 중요한 책임감입니다.

 

-      어떤 문장을 쓸 때 이 문장을 읽고 있을 독자를 상상해봐야 합니다. 한 문장, 한 글자를 쓰는 건 고통스럽지만 만약 그게 독자에게 행복감을 전해줄 수 있다면 가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책을 쓸 때는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를 늘 상상해봐야 합니다. 그러면 힘이 날 것입니다. 어떤 책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볼 독자를 생각하면 책에 대한 책임감이 커집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독자와 일대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고 책을 써야 합니다. 십만 대중을 생각하면 일대일 대화가 안 됩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가상독자란 없는 것이라고 봐야지요.

 

-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에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고세규 대표였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추가해주세요. 독자가 내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이유 하나를 반드시 만들어라. 그 이유가 분명할수록 그리고 많을수록 그 책의 성공 이유도 분명해진다.

 

 

-      어떤 방법으로 책을 쓰든지 간에 반드시 돌파해야 할 세 가지 관문이 존재한다. 첫 번째 관문은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다. 두 번째 관문은 책을 읽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고 한편의 글을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책을 내기 위해 콘셉트와 목차를 잡고 원고를 쓰는 것이다

 

-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자신은 독자가 아닌 저자다. 모든 인간의 삶은 저마다 한 편의 놀랍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삶은 관조하거나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써나가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써내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써내는 행위다.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함으로 도약할 수 있는 창조적인 투자다.

 

 

3. 내가 저자라면 (서평)


가장 돋보이는 것은 두 저자의 호흡이다. 나는 그들을 잘 알고 있다. 오병곤은 기획과 구성, 논리와 감정의 흐름을 조율하는 것에 강하다. 홍승완은 글의 울림이 좋고, 독자의 마음으로 파고들어 깊이 공명할 줄 아는 사내다. 그러나 내가 받아본 이 책은 그들 둘을 합친 것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척 하면 척 아는그들의 우정과 애정이 깊은 울림의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따뜻하게 품고 섞은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기에 공저의 힘을 알 수 있었다. 함께 고난을 이겨낸 우정이 가장 깊다하던데, 함께 술을 끊는 고행을 함께해서일까?

 

책의 미끈한 목차는 오병곤의 승리다. 군살은 빼고 키울 곳은 영치기 영차, 옆에서 구령을 부르고 상세히 짚어주며 책 쓰기라는 주제에 집중하여 흘러간다. 왜 책을 써야 하는가 하는 필요에서부터, 책을 쓰는 원칙, 구상하고 기획하여 목차와 서문을 만들고, 마음이 담긴 글을 쓰고, 출판사를 정하는 것까지 책을 쓰는 일련의 과정이 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처음 휴대폰을 샀을 때 들어있는 상세한 매뉴얼을 보는 듯 그 구성이 탄탄한 것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책 쓰기만을 위한 아집스런 경험 늘어놓기는 아니다. 책의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인용과 예화, 저자들의 사례를 듣고 있노라면 책을 쓰는 것이 곧 인생을 살고, 때로 살아내고, 다시 살아가는 것과 다름 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인용된 사례들이 주제와 적절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속에 삶과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서문의 <잠수종과 나비>에서부터, <결정적 순간>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말, 공지영의 구치소 방문, 에릭 호퍼의 책과 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 이야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은 마음을 울리고, 주먹을 불끈 쥐게 하기에 충분하다. 홍승완의 승리다.

 

중간중간의 액센트를 주는 신선한 내용들도 마음을 끈다. 글쓰기의 시작 의식을 만드는 것, ‘관심 상자를 통한 자료 수집 방법, 오병곤이 경험한 책을 쓴 후의 사건들과 성취감, 연애편지처럼 읽고 쓰기 등의 재미있는 개념과 장치들이 다채롭다. 실용서이므로 빠질 수 있는 모범 답안 식의 진부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다.  

 

더불어 책은 친절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중간중간 드는 궁금증들을 바로 그 꼭지의 뒷장에 사례를 들어 잘 해결해 주고 있다. 배고플 때 먹는 밥 만큼 맛있는 밥이 어디 있던가. 배고픔이 오래가면 밥맛이 더 없어지는 법이다. 꼭지와 연관된 FAQ를 글 뒤에 바로 붙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FAQ의 질문자들의 익숙한 이름을 보는 것이 쏠쏠한 재미였다. ㅎㅎ)

 

또 하나의 친절함이라면 구본형, 안상헌, 한근태 등 책 한 권을 통해 인생 반전을 꾀한 유명 인사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힘을 준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도약, 그것은 어쩌면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훌륭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확신이 들게 한다. 윽박지르고 때리고 때로 어르고 달래기 때문이 아니라 주변의 모델을 그저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레 마음이 동하는 것이다.

 

매 글 꼭지 결론 부분의 여운이나 선동이 좀 약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저자들이 책에서 밝혔듯 최근 효과(recency effect)때문에 여운을 남기는 결론이란 생각보다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저자들의 능력을 알아서일 것이다. 그들이 가진 감성에 비해 대부분의 글의 맺음 부분이 글을 요약하고 메시지를 주는 형식으로 조금 평이해 보였다. 마지막 장면에 생리대를 힘껏 외치는 멜 깁슨처럼, 조금 더 선동적이고, 의외이지만 기꺼이 수긍할 수 있는, 그래서 여운이 남는 문장을 고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안다. 쉽지 않은 일이란 걸.. -_-;)

 

또 하나의 아쉬움은 책의 제목이다. 저자들이 책에서 밝힌 좋은 책 제목의 6가지 기준에 비추어보면 우선 첫 책이라는 의외성(unexpectedness)과 구체성(Concreteness), 그리고 단순성(Simplicity)에서는 괜찮은 제목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한 가지의 중요한 기준이 빠진 듯 하다. (아마도 칩 히스와 댄 히스의 6가지의 기준이 일반적인 마케팅과 관련한 내용이라서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접근성(accessibility)이 그것이다. 물론 6가지의 기준 중에 접근성에 포함되는 기준들이 있다. 그러나 본래 그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깊이로서의 접근성 이라기보다는, 책 쓰기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까지 한번쯤 책을 손에 잡고 그래, 나에게도 필요한 책이구나!’하고 느낌표를 찍도록 유혹할 수 있는 폭과 넓이로서의 접근성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책을 쓰는 첫 번째 목적은 책을 쓰고 싶도록 강렬하게 유혹하는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관심한 고객의 필요를 클릭해 주는 것, 그것이 마케팅과 세일즈의 중요 단계라는 관점에서 보면 제목이 2% 부족하다.

 

책이 나올 시점에 저자인 홍승완을 만났을 때 그도 책 제목에 대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이 책 제목을 듣고 선물해줄 사람의 숫자가 몇 명이 떠오르는가. 그것이 좋은 제목의 한 가지 기준이다라고 했다. 아쉽게도 이 책이 인쇄가 들어간 이후이지만.  저자들의 능력을 알기에 ‘3할대 타율에 대한 바람이 있는데, 행여 제목으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것은 아닐까.

 

허나 좋은 책은 꾸준히 올라가게 마련이다. 나는 이 책이 언젠가 스테디셀러의 자리에 오를 것을 의심치 않는다. 스캇 펙의 책 아직도 가야 할 길 25년이 지나서 베스트 셀러와 스테디 셀러에 등극했듯 말이다. 그들은 훌륭한 책을 썼다. 이 사실이 중요하다. 연구원 선배로서 매년 꾸준히 책을 써내는 모습, 다시 말해 최고의 모델이 되어주었고 짠한 우정을 통해 품고 섞는 것의 즐거움을 알려 주었다. 이것만큼 나에게 고마운 일도 없다.

 

 

 

 

IP *.208.19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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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8.12.11 19:25:06 *.251.155.92
친구들에게 최고의 리뷰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은 지난 2년동안 나름대로 내공을 키워왔지만 오늘 승오의 리뷰를 보니 다시한번 더 분발해야겠다는 긍정적 자극을 받게 되는구나.. 객관성과 주관적 애정이 균형을 이룬 훌륭한 리뷰다. 조만간 나도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써야하는데 살짝 부담이 되는구나.. 그러나 나 역시 너와 별반 다르지 않은 최상주의자이기때문에 기꺼이 또 다른 수준의 최상에 도전할 수 밖에.. 기둘려라.. 너에게도 이런 리뷰도 가능하다는 것을 한번 보여주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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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8.12.15 10:03:08 *.232.127.164
승오야, 정성스런 리뷰 고맙다.
이제까지 쓴 세 권의책 중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아마 열심히 마음을 다해 썼기 때문인 것 같아.
그리고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과 썼기 때문일거야.
거기에 너의 서평을 읽으니 행복하구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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