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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5일 21시 58분 등록

진화에 대한 가장 오만한 오해가 진화라는 것이 이전의 부족한 부분을 고치거나 개선이 되어서 현재 인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아닐까 한다. 진화를 오해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해 왔다는 것을 가지고 현재 원숭이가 오래 지나면 인간이 되는가 하는 질문이다. 바이러스에서 시작을 해서 모든 고등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의 현재가 진화의 결과라는 것을 이해하여야 진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창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 중의 하나인 "지적 설계론" 이라는 것도 자세히 보면 인간이 모든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 처럼 보인다. 이 또한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살펴 보는 것으로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Kluge라는 책은 재미있어 보이는 심리학자 개리마커스가 컴퓨터 세계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Kluge(혹은 Kludge)라는 용어를 통해서 인간의 심리들을 살펴본 책이다. Kluge(혹은 Kludge)라는 용어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Kludge(kluge) a software or hardware configuration that, while inelegant, inefficient, clumsy, or patched together, succeeds in solving a specific problem or performing a particular task.
즉 어떤 특정한 문제를 풀거나 어떤 일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세련되지도 않고 효율적이도 않으며 서투르기 조차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말한다.

 바로 책이 가르쳐 주는 지혜는 바로 인간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며 얼마나 주변환경이나 자신의 선입관에 의해서 오해를 잘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인지를 알려준다. 그러므로 스스로의 한계를 파악하고 자신의 판단이 그러한 오해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물어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자신의 판단에 여유를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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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존은 최선의 진화를 방해한다. 한마디로 말해 진화는 종종 옛 것 위에 새로운 체계를 쌓아 올리는 식으로 전개된다. 신경과학자 존 앨먼은 자기가 방문한 적이 있는 발전소에 비유해 이런 생각을 멋지게 표현했다. 그곳에서는 적어도 세충의 공학이 겹겹이 쌓여 동시에 사용되고 있었다. 최신 컴퓨터 공학이 곧바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1940년대에 만들어진 진공관을 통제하고 있었고, 이것은 다시 가스를 밀어 넣는 더 오래된 기체역학을 통제하고 있었다. 만약 발전소 기술자들에게 천체 체계의 작동을 멈추는 것이 허락된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낡은 체계들을 다 뜯어 버리고 새롭게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력을 끊임없이 공급해야만 했기 때문에 야심 찬 재 설계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생명체는 끊임없이 생존하고 번식해야만 하기 때문에 진화를 통해 최적의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있다. 발전소 기술자들처럼 진화도 생물의 작동을 멈출 수는 없으며, 때문에 그 결과는 옛 기술에 새로운 기술을 쌓아 올리는 것처럼 꼴 사나운 것이 되곤 한다. P.26~27

= 이 부분은 개개인의 성장과정에 비유해도 적절한 비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현실(밥벌이)을 떠나서 자아를 개혁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물론 그런 혁명적인 성장을 이루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현실(밥벌이)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아주 작은 부분을 개선하는 모양이 될 것 같다. 많은 자기개발 전문가들이 하루의 한 시간 5%의 시간을 자신의 개혁을 위해서 써야 한다는 이유도 그런 연유가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혁명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개혁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 "우보천리"의 마음이 없다면 조금 밖에 바뀌지 않았으므로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모든 생활을 딱 끊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혁명적인 길을 택하든 대부분의 옛 기술 위에 새로운 것들을 조금씩 쌓아 올리는 길을 택하든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없다. 진화에 필요했던 시간이  수 천 만년 수억 년이었음을 기억할 일이다.

2. 클루지가 선사하는 독특한 기회.마음의 한계와 생각의 함정을 포착하기(p.28~p.29), 위대한 것과 아쉬운 것 구별하기(p.30~p.31), 이해하고 개선하기(p.32~p.33)

우리가 진화해온 현재의 모습 그대로를 솔직히 들여다 볼 때, 우리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불완전 하지만 고귀한 우리의 마음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p.33)

=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정리해 놓은 부분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이 자연선택을 통해 어떻게 훌륭한 해결책들이 나에게 되었지 설명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왜 그렇게 시종일관 오류에 빠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하여 침묵하는 것에 대하여 저자는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가 심리학자여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요즘에 그런 쪽으로 관심이 있어서 그렇게 해석하는지 모르지만 저자의 진화에 대한 생각을 우리 인생에 적용시켜도 매우 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 인용한 문장을 이렇게 바꾸어도 좋은 문장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성장해 온 현재의 모습 그대로를 솔직히 들여다 볼 때, 우리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불완전 하지만 고귀한 우리의 마음을 삶을 아름답게 키우는데 활용할 수 있다.

3. 우리의 기억은 한편으로는 대단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우리를 실망시킨다. 우리는 몇 십 년 전의 고등학교 졸업 앨범에 실린 사진들을 알아보기도 하지만, 어제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도무지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기억이 왜곡되기도 하고 융합되기도 하며 그냥 맞지 않을 때도 있다. (p.35~p.36)

=
추억은 늘 아름답게 포장된다. 흔히 남자들이 술을 마시면서 군대 이야기를 할 때 군대 생활을 얼마나 잘 이겨냈는지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얼마나 어려운 시절을 잘 보냈는지를 이야기 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인간의 기억은 왜곡되며 실제로 보았다고 생각하는 것 조차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실험들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인간의 기억에 의한 진술 즉 증인의 증언에 의한 재판의 결과가 그 뒤에 유전자검사라는 방법이 등장하면서 얼마나 많이 뒤집혀 졌는지도 소개되고 있다. 이런 것을 알아야 하는 자신이 보고 들었던 것에 대한 기억들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스스로 인간 한계를 알고 한 번씩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 정말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흔들림 없이 참된 전제에서 참된 결론으로 나아가면서, 오직 참된 것만을 믿을 것이다. 그러나 진화의 산물이자 쿨루지인 우리 인간은 종종 결론에서 출발해 그것을 믿기 위한 이유를 찾는 식으로 꺼꾸로 나아가는 비합리적인 존재이다.

=
"헌법의 풍경"이라는 책에서 본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칭 삼류법률가인 저자는 우리가 여러 공판을 걸치면서 모든 증거를 바탕으로 최종 심판을 할 것 갈은 대법관들 조차 많은 경우에 자신의 첫인상(?)으로 결정을 한 다음 그에 합당한 증거들만 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하물며 보통사람이야 어떻겠는가? 수많은 일에서 자신의 믿음에 합당한 일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내가 나를 볼 때에도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고 있으며 심지어는 다른 사람이 "아"라고 말한 것을 "어"라고 했다고 싸우는 경우도 있었음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성장을 바란다면 이러한 인간이 가지는 스스로의 한계를 아는 것은 필수가 아닐까 한다.

5. 이메일이나 전화 통화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이유.
대학생들에게 문법적으로 애매한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큰 소리로 읽으라고 요구하였다. Angela shot the man with the gun. 여기서 총은 앤젤라의 살인 무기였을 수도 있고 피해자가 마침 들고 있던 총일 수도 있다. 이때 연구자는 피험자들에게 문장들이 애매하다는 주의를 사전에 주었으며, 각자가 원하는 만큼 힘껏 단어들에 액센트를 주어도 된다고 하였다. 연구자가 관심을 가진 문제는 사람들이 뜻한 바가 상대방에게 성공적으로 전달되었는지 여부를 사람들이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연구결과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과제수행이 형편 없었으며, 자기가 얼마나 형편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피험자들이 특정 문장의 의미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한 경우에도 거의 절반 정도의 상대방은 그것을 다르게 이해하였다. 다른 한편 말을 들은 사람들도 말을 한 사람들보다 특별히 더 낫지 않았다. 그들은 종종 자기가 제대로 이해했다고 잘못 추축하였다.

= 위 실험이 말해주는 바는 바로 인간의 축복이자 저주인 언어에 대한 내용이다. 남의 말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설명해 준다. 왜 전화를 했을 때 나는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 상대방은 저렇게 이해해서 서로 언성이 높아지게 되는지를 설명해 준다. 근래에 관심이 있는 것이 바로 듣기 훈련이다. 스캇펙은 그 듣기는 훈련을 통해서 잘 할 수 있다고 희망적으로 이야기를 해 준다. 당연히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이야기를 해준다. 상대방의 말을 착각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내 말에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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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많은 내용이 나온다. 대부분 인간들이 만물의 영장이므로 완벽한 설계의 산물이라는 오만을 통쾌하게 지적하는 연구나 통찰들이다. 우리가 그런 kluge와 유사한 진화의 결과물인 이상 우리의 한계를 알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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