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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7일 08시 53분 등록

MBC에서 장진감독이 일요일 아침 손님에 책을 읽어준다. 그 방송에서 초대손님으로 김C가 나왔었는데 바로 이외수씨 이야기를 했다. 이 외수씨에 대한 기억은 오래 전에 "벽오금학도"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김C와 잘 어울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악하악이라는 책을 읽고서 든 느낌은 이 작가가 자연을 참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벽오금학도 도 약간 그런 분위기가 나지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범접하기 힘든(?) 정신세계를 향유하시고 계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하는 내 뱉은 말들이 마음을 찌르고는 한다. 더구나 환갑을 넘은 나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존경하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나는 늙는다는 것은 성장을 멈추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환갑이 넘은 분이 젊은이들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놀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까 여겨진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경험이 늘어감에 따라 자신의 벽들은 두터워지는 것이 일반 사람들인 것 같다. 물론 나이 들어서도 철이 없이 젊은 시절의 생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겉으로는 철이 없어서 젊은이처럼 행동하는 것이랑 늘 새로워져서 젊은이들이랑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은 구별이 쉽게 가지 않는다.
나는 당연히 나이들면서 후자이고 싶다.

23. 사람들은 대개 두 종류의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하나는 자신의 외모를 비추어 볼 수 있는 마음 밖의 거울이고 하나는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볼 수 있는 마음 안의 거울이다. 그대는 어느 쪽 거울을 더 많이 들여다 보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오늘도 하늘 비친 몽요담에 귀를 씻는 모월봉. P.33
=
많은 사람들이 "거울"이라는 상징을 통하여 인생을 돌아본다. 내가 만난 거울은 사람 "거울" 책 "거울"이었다. 마흔이 되어서야 책 "거울"은 남을 비춰보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비춰보는데 사용하는 거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51. 인생의 정답은 알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답을 실천하면서 살기가 어려울 뿐. P.64
=
알기 쉽다는 인생의 정답조차 발견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정답을 실천하면서 살기는 요원한 문제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정답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정답을 늘 생각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남이 아닌 "내" 인생의 답인지를 고민하면서 사는 수 밖에..

63. 다목리 계곡에 사는 버들치들은 화천강에 잉어가 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행여 다른 물에 다른 물고기가 산다 해도 버들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바다에 고래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계곡은 저 혼자 흘러 바다에 이를 뿐 버들치를 데리고 바다에 이르지는 못한다.
=
우리가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가 변하려고 마음먹고 실천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승을 찾아 헤맨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스승은 버들치인 나에게 화천강에 잉어가 살고 있다고 말하고 바다에 고래가 살고 있다고 이야기를 할 뿐 그 이상을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의 경험으로는 그런 스승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승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 내게 없을 뿐이다.

75.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돈을 욕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 같은 놈의 돈, 원수 놈의 돈, 썩을 놈의 돈, 더러운 놈의 돈.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든 물건이든 욕을 하면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
인간이든 물건이든 욕을 하면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생각난다.

106.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모르면서 아는 척 설치는 것은 죄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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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도 없으면서 설친 적이 얼마나 많이 있었는지 부끄러워서 다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공부를 해가면 해 갈수록 이상하게도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새로운 배움의 출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그러므로 모르는 사람일수록 설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이 아니라 내가 그렇다. 늘 조심할 일이다.

115.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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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구중의 하나다. 당연히 나이 들면서 익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발효음식 하나인 청국장을 들면서 종종 하는 생각인데 자신이 그런 음식을 먹으면 참을 만하지만 남들이 먹은 티를 내면 참기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한 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나는 익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들에게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썩어가는 악취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한 착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자신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훈련을 하는 수 밖에 없다라고 생각한다.

120. 그대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도 없고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없는 처지라면, 그대의 인생길은 당연히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수많은 장애물을 만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두려워 하지 말라. 하나의 장애물은 하나의 경험이며 하나의 경험은 하나의 지혜다. 명심하라. 모든 성공은 언제나 장애물 뒤에서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
장애물을 만나면 피하고는 한다. 그러나 일을 어떻게든 해야 하기에 일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함은 더 들고 배우는 것은 없다. 나에게는 장애물을 맞설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130. 저는 붕어입니다. 인간들은 제 기억력이 0.4초 밖에 안 된다고 조롱하시지만 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 곁을 떠나서 지금까지 순전히 자립으로만 성장했습니다. 혹시 인간들 중에서 조낸 부끄럽다고 생각하시는 분 안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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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낸 부끄럽다. 서른이 다 되도록 부모의 보살핌을 받았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운이 좋아서 그럭저럭 남들이 보기에 좋은 직장들을 다녀서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은 없었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도 자꾸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한다. 마흔이 되어서야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 붕어야 조낸 부끄럽다.

178. 티끌 같은 노력으로 태산 같은 보상을 바라지 말라. 그런 사람이 축적할 수 있는 재산은 태끌같이 미흡한 존재이유와 태산같이 거대한 불평불만이다.
=
지난해 내 마음을 맴돌았던 차면 넘친다, 차야 넘친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인 것 같다. 앞에서 말한 MBC 북카페에서 노회찬 님이 소개해주신 책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다.(牛步千里)와 일맥상통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소의 해에 내 마음에 꽂히는 글귀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저절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묵묵한 소의 걸음으로 우직하게 그렇게 걸어갈 것이다.

196. 후배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 중에서 시험을 보면 수학 점수만 월등하게 높은 녀석이 하나가 있었는데 후배의 판단에 의하면 어떤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높은 점수를 얻어낼 재목이 아니었다. 어느 날 후배는 은밀하게 녀석을 다그쳤다. 솔직히 말해라 커닝했지. 그러나 녀석의 대답은 의외였다. 마음을 비우고 찍었어요. 후배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언어영역은 왜 점수가 그 모양이냐. 녀석이 대답했다. 아는 글자가 많이 나오면 마음이 안 비워져요. 실화다.
=
어떤 실화를 통해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인 것 같다. 아예 모르면 마음을 비울 수 있지만 조금 만 알면 마음을 비울 수 없다는 것은 진리인 것 같다. 그러니 늘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무것도 몰라서 마음을 비우고 있는지 (다 알아도 마음을 비울 수 있지만) 아니면 아주 조금만 알기 때문에 이렇게 설치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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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9.01.07 23:13:56 *.229.143.67
햇빛처럼님, 북 리뷰가 참 좋습니다.
늦은 밤 산방에 앉아서 미소를 머금고 읽었습니다.
마지막 구절에 가서는 혼자 아주 크게 웃었습니다.
고라니들 다 놀라서 깨어났을지도 모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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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1.08 04:25:28 *.220.176.217
아름다운놈 용규님//

먼저 웃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고라니들에게는 조금 미안하기는 해도..

오늘 이른 아침 님의 편지를 읽고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떨림을 전해 올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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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2009.01.16 22:44:27 *.155.44.104
그렇지 않아도 읽어보려고 점 찍어두었는데 햇빛처럼 님 덕에 미리 맛 보게 되었네요
이외수 님이 살고 있은 화천 사내면 다목리는 제가 사는 곳에서 고개 하나 넘으면 되는 곳이고
몇 해전에는 맑은 약수 담으러 가는길에 잠시 들러 구경도 하였는데..
정말 정신의 깊이가 무궁 무진한 분 같아..늘 경외감으로 대하곤 합니다
그분의 책은 열권정도 읽은것 같은데 한권 한권 모두가 깊이가 있고 삶에 도움이 되었지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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