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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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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5일 23시 22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유년시절 신의 체험을 무의식과 상징을 통해 자기실현의 과정으로 살다.

  프로이트에게서 무의식을 니체에게서 현실 세계와 내면 세계간의 조화 필요성을 배우고, 인류의 지적 축적을 자양분 삼아 자기탐험의 일생을 보낸 융은 행운아였다. 개신교과 가톨릭, 유대인과 독일인, 동양과 서양, 신화와 과학, 역사와 현실, 자기(眞我)와 자아, 신의 체험과 인간의 체험 그 경계를 걸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개인사를 배제하고 오로지 제2의 인격에 촛점을 맞춘 이야기는 그야말로 한 편의 신화이다. 그러나, 광기에 흐르지 않은 신적 체험 즉 제2의 인격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확장시켰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저자도 인정했듯이 심리학적 이론들은 주관적이라 인정하였고, 아마도 철저한 임상을 통해 객관성 확보가 심리학에 임하는 저자의 과학적 분석과정으로 이해된다. 많지 않은 임상사례를 통해서 환자를 대하는 저자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고, 프로이트와 니체의 비판 속에서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또한 융이 제시한 중요한 개념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 주었다.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개인이 가진 무의식 중 집단무의식은 전인류의 정신 세계를 의미하므로 융에겐 개인이 개인만이 아닌 까닭이다. 융의 용어로 자기는 동양적으로 보면 眞我를 의미한다고 보인다. 일체유심조가 모든 것이 마음의 작용이니 마음 잘먹어라가 아니라 그 마음은 진아를 가리는 교활한 놈이니 마음을 평정히 하여 진아가 드러나게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요가가 호흡을 통해 진아와의 소통이라면 융은 꿈을 통해 진아를 이성까지 끌어 올린다. 융이 이성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서양인 또는 과학자라는 점, 융이 추구하는 의미는 우리 안에도 밖에도 존재한다고 하였으니 밖을 인식하는 주체가 바로 이성을 통해서 이기때문이다.

  한가지 불편한 사실은 신적 체험을 한 융이 그러한 체험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변주될 것인가하는 점이다.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가 동기부여인데 우리는 그 동기를 체험할 행운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수한 길 중의 하나라고 치부하기엔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4권의 책 중에 가장 많은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였지만 시간을 들여 숙성시키기엔 흥분이 좀처럼 가라 앉지 않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과제를 끝나고 다시한번 융과의 느릿한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카를 구스타프 융은 1875년 스위스 케스빌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바젤 대학에 입학하여 의학을 전공했지만, 신경의학에 매료되어 취리히 대학의 부르크휠플리 정신병원에서 심리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경원시 되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연구를 지지하면서 콤플렉스의 경험을 명확히 하고 유형론을 정의하는 등 분석심리학을 확립하였다.
  융은 인간의 의식을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하고 무의식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는 프로이트와 같은 입장이지만, 무의식의 동인을 리비도에만 국한 시키지 않는다. 융은 그 무의식을 개인무의식과 집단무의식으로 구분하고 이 집단무의식은 융의 분석심리학의 핵심이 된다. 이런 차이가 프로이트와의 결별이유가 되었다.
  자신의 신비한 체험을 바탕으로 신화와 역사, 연금술과 만다라 등을 탐구하며 분석심리학을 실체화 시킨다. 융의 개념중의 집단무의식, 원형적 상징은 심리학을 너머 인문학 전부야에 걸쳐 현재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1961년 85세를 일기로 영면한다.



<내가 저자라면>
  편집에 관한한 번역자의 역량이 돋보인다. 전기로 시작해서 자서전으로 끝났다는 서문의 이야기처럼 한층 융과의 거리를 좁혀 준다. 이 글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유년시절의 신비한 체험인데 앞부분이 모호하게 흘러 개념잡기가 조금 힘들었다. 유년의 체험과 대학시절의 과학적 마인드가 정리 되고 나니 한결 글 읽기가 편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다루는 부분에서 고개를 많이 끄득이고, 니체를 평한 부분은 압권이다. 
  3주차, 4주차 책 모두 자서전 형식이라 '어떤 계기로 그에 따른 행동이 나오는' 고리를 유심히 보았는데 이 책은 그 부분이 상당히 느슨하게 느껴진다. 아마 너무나 극적인 상황을 이 책에 기대한 듯 하다. 그러나 유년의 뜻을 일관되게 평생 가져 갈 수 있었던 융에게 경의를 아끼지 않는다. 여행 챕터에서 힘이 빠지긴 했지만 글의 무게를 꾸준이 힘있게 끌고간 점도 경이롭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008 ‘나는 종종 융에게 외적 사건에 대해 물어보았으나 얻는 것이 없었다. 인생경험의 정신적인 정수만이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므로, 그것만이 애써서 말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009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selfstverwirklichchung)의 역사다.’

012 인간은 자신이 제어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지배하는 일종의 심정 과정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 자신과 자기 생애에 대하여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014 내 생에 외적 사실들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희미해졌거나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다른 실체와의 만남, 즉 무의식과의 충돌은 나의 기억에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거기는 항상 충만하고 풍성하여 다른 모든 것은 그 뒤로 물러나게 된다.

026 ‘아버지’라는 말은 신뢰감을 주면서도 무기력함을 뜻하기도 했다. 이것이 내가 인생을 출발 하면서 함께 가져가야 하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036 그 꿈에서도 본질적인 것은 기묘한 상징적 치장과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라는 놀랄 만한 해석이었다.

040 나는 그 형상들이 벗은 몸으로 무화과나무 잎사귀를 걸치고 있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전에는 그런 형상을 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 아름다운 예술과의 첫 대면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041 서른 살이 되어 빈의 성스테판성당으로 들어갔을 때에야 비로소 어떤짓눌림 없이 ‘어머니 교회(Mater Ecclesia)’를 느낄 수 있었다.

046 ‘돌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나인가, 아니면 내가 돌이고 어떤 자가 내 위에 앉아 있단 말인가?

047 그 돌이 나와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다

047 나는 그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애냐하면 내 유년시절의 영원성이 번개같와도 같이 내게 깨달아졌기 때문이다.

051 전통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의 마음속으로 침투해 들어올 수 있는 영혼의 고태적 구성요소가 있다는 확신이 처음으로 나에게 생겼다.

067 신경증은 나의 또 다른 비밀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부끄러운 비밀, 일종의 패배였다. 그럼에도 신경증은 나를 결국 아주 꼼꼼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특히 부지런한 사람이 되게 했다. 그럴 무렵 나는 성실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 덕을 보려고 하는 외관상의 성실성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을 위한 성실성이다.

068 지금은 ‘내’가 이제 여기 있고, 내가 이제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069 나의 내부에 ‘권위자’가 자리잡았다.

070 하나는 수학도 잘 모르고 자신감이 없는 학생이었으나, 다른 하나는 위대한 권위를 지닌 중요한 인물로 경시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며

072 나는 두 시대에 살고 있고 서로 다른 두 개의 인격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결과에 혼란을 느끼고 깊이 숙고하게 되었다.

075 내가 알지 못하는 금지된 생각이 자꾸만 밀려들어 오려고 해서

077 아담과 이브를 말로 꾀도록 하기 위해 하느님이 그들보다 먼저 뱀을 창조했다,

078 그러므로 그들이 죄를 지어야만 하는 것이 하느님의 의도였다.

081 성서와 교회를 넘어서 전능하고 자유로운 하느님, 당신의 자유를 인간이 누리도록 촉구하고, 당신의 요청을 무조건 실현하기 위해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견해와 신념들을 버리도록 강요할 수 있는 하느님을 알지 못했다.

082 이랬다저랬다 하는 베드로가 교회의 반석으로 명명되었다는 사실

085 나는 내 감정들의 집합이었으며, 내 안의 다른 존재는 사간을 초월한 돌이었다.

087 나는 모든 경쟁을 싫어했다.

091 제2의 인격은 내 생애에서 주역을 맡았으며, 내부에서 나에게로 다가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길을 열어 주려고 노력했다.

091 나는 체험을 통해, 은총은 오직 하느님의 의지를 철저히 실현하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10 나는 교회로부터 굴러 떨어졌다. 그것이 나를 슬픔으로 가득 차게 했고,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줄곧 마음을 어둡게 했다.

121 그 무렵 나는 하느님은 적어도 나에게는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경험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되었다.

121 그것은 나에게 밀려온 것이었고, 그것을 생각하도록 나는 아주 참혹하게 강요당했다. 하지만 그런 후에 형언할 수 없는 은총을 받았다.

129 그곳은 단순히 지도 위의 장소가 아니라, 비밀스러운 의미들로 채워진 지정된 신의 세계였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동물조차 왠지 그것을 지각할 수 있는 감각을 상실한 듯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젖소의 슬프고 공허한 시선, 말들의 체념한 듯한 눈, 사람에게 매달리는 개의 충성, 그리고 심지어 집과 곳간을 서식처와 사냥터로 삼고 있는 고양이의 자신있는 발걸음에서도 볼 수 있었다.

131 돌은 존재의 끝없는 신비, 영혼의 진수를 내포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그자체이기도 했다. 그 점에서 나는 돌과 나 자신이 서로 유사하다고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다시 말해 죽은 것과 살아 있는 것 그 양쪽에 다 신성이 있는 것이다.

132 나는 철학사에 관한 작은 입문서를 읽었고, 그로 인해 이미 사색되었던 모든 사상에 대한 일종의 개관을 얻게 되었다. 만족스럽게도 나는 나의 많은 영감이 그 사상들과 역사적인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133 나는 생각했다. 이들은 모두 자기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진정으로 알고 있지도 않은 것을 논리의 곡예로써 억지로 꾸미려 하고 있지 않은가. ‘이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사실은 체험이 문제인 것이다!’ 나에게는 그들이 코끼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소문으로 알고는 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제 그들은 논리적인 근거에서 그와 같은 동물이 존재하는 것이 확실하고 그 모양대로 그렇게 만들어졌을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논증으로써 증명하려고 애를 썼다.

134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신은 어떤 신성모독에 의해서도 기분 상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인간이 밝고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어둠과 불경스러움도 갖도록 신성모독을 요구하기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138 실제로 모든 화급한 문제들은 일상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어릴 적 비밀이 그러했듯이, 신의 세계에 속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

144 나는 교회와 거리를 두면 둘수록 더욱 마음이 편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르간과 합창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154 그때 갑자기 북쪽에서 배 한 척이 커다란 사각 가로돛을 달고 폭풍을 맞받으며 라인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라인강 위에 범선이라니!

167 제2의 인격은 제1의 인격을 까다롭고 배은망덕한 도덕적 과제, 종결되어야 할 일종의 숙제로 여겼다. 이런 과제는 일련의 결점으로 인하여 부담이 가중되었다. 그 결점이란 때때로 부리는 게으름, 의기소침, 침울, 아무도 가치를 두지 않는 이념이나 사물들에 대한 어리석은 열광, 혼자 착각하는 우정, 좁은 마음, 편견, 우둔함(수학!), 타인에 대한 이해부족, 세계관에 대한 모호성과 혼란, 기독교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독교인이 아닌 것도 아닌 이중성 등이다.

176 “밖으로 나가지 말라. 진리는 내적 인간에 깃들어 있다.”

188 우리는 태양 아래서, 기울고 차는 달 아래서 한 잔의 마르크그레플러산 포도주를 마시며 바일의 ‘아들러’를 논하고, 할팅겐의 ‘히르첸’을 논하며 온갖 것을 토론했다.

198 나는 나 자신이 니체를 닮을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불안을 느끼며 주춤했던 것이다.

199 차라투스트라는 니체의 파우스트였다, 이제 나의 제2의 인격은 차라투스트라였다.

200 마치 만사가 순조로운 것처럼 순진하게 조심성없이 말했다. 나는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이 좋지 않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200 그는 제2의 인격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세상에다 그것을 거리낌없이 앞뒤 재지도 않고 밝혀버렸다. 그는 자신이 겪은 황홀경을 함께 느끼고 ‘모든 가치의 전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리라는 유치한 희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단지 교양 있는 속물들을 찾아냈을 뿐이었다. 우스운 비극처럼 니체 자신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200 말로 전할 수 없는 신비에 빠진 상태에서 니체가 온갖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우둔한 대중에게 그 신비를 선전하고자 했을 때는 그도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니체는 과장된 문체, 도가 지나친 은유, 환희의 송가를 떠벌리게 된 것이다. 이런 것들은 연관성없는 배울 만한 지식들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알아듣게 하려는 시도이긴 했지만 허사였다. 그리고 그는 둘타는 광대로서 자기 자신의 한도를 넘어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이 세상에서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알지 못했고, 신들린 사람으로 주변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만 하는 인물이었다.

202 나는 철학자들을 좋지 않게 여겼다. 철학자들은 온통 경험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해서만 말을 늘어놓고, 정작 사실들을 가지고 답변해야 할 때는 침묵해 버리기 일쑤였다.

208 나는 인간의 영혼에 관해 어떤 객관적인 것을 경험했다.

210 생물학적 사실과 정신적 사실에 관한 공동경험의 장이 있었다. 정신의학은 자연과 정신의 충돌이 실제 사건이 되는 결정적인 분야인 셈이다.

213 정신의학은 아주 넓은 의미에서 변든 정신과 ‘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의사의 정신 간의 대화이며, ‘병든’ 인격과 치료자 인격 간의 대결이다.

213 마지막 시험을 치른 날 저녁, 나는 오랫동안 열망했던 사치스러운 소원을 이루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극장에 간 것이었다.

214 그녀와의 만남은 내 소년시절의 향수와의 최종적인 작별이었다.

215 나는 그녀가 이전부터 미리 자신의 신변을 세세한 데까지 모두 정리해둔 사실이 알려졌을 때 깊은 감명을 받았다. 사실 그녀는 나에게 낯선 사람처럼 여겨졌으나 나는 그녀를 무척 존경했다.

217 나는 치료법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소위 정상적인 것의 병적인 변형들은 내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았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정신에 관해 보다 깊은 인식에 이를 수 있는, 그토록 바라던 가능성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었다.

230 그녀는 총명했으며 내가 자기를 진지하게 대해주고 자신과 아들의 운명에 관심을 보여준 데 대해 무척 고마워했다. 이것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었다.

235 그녀는 신부라는 사람은 직무상 자신의 고백을 듣기만 하지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도덕적 판단하에 받아들일 거라고 추측했다. 그녀는 사람과 동물들이 자기를 떠나가는 것을 경험하고는 이 소리 없는 판결에 그토록 충격을 받고 더 이상 저주의 징벌을 견딜 수 없게 된 것이다.

241 정신병에서 새로운 것이나 미지의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자신의 존재의 바탕과 마주치게 된다.

250 정신치료자는 단지 환자만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의사 자신이 자기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련의 필수조건은 이른바 교육분석이라고 일컬어지는 자기분석이다. 환자의 치료는 말하자면 의사로부터 시작된다.

260 모든 질투의 핵심은 사랑의 결여에 있다.

260 원형적인 상황과 관련하여 종종 관찰되는 전형적인 동시성 현상이다. 무의식에서 시간과 공간을 상대화함으로써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떤 일을 지각할 수 있었다. 집단무의식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으로, 고대에서 ‘만물의 공감’이라고 불렀던 것의 시초이다.

264 사람들은 지위, 결혼, 명성, 와적인 성공, 재물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들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조차 사람들은 여전히 불행하고 신경증을 앓는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너무나 좁은 정신적인 한계에 갇혀 지낸다. 그들의 삶에는 흡족한 내용과 의미가 없다. 그들은 좀더 폭넓은 인격으로 발달할 수 있다면 신경증은 보통 사라진다. 그런 이유로 인격발달이라는 관념이 나에게는 처음부터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268 그녀는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제약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강박신경증에 걸린 것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본성에 의해, 바로 강박신경증을 통해 제약을 받게 되는 법이다.

276 나의 치료과정에서는 신경증의 많은 사례에서 성욕의 문제는 다만 부차적인 역할을 할 뿐이고 다른 요인들이 주요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사회 적응, 비극적인 삶의 정황으로 인한 억압, 체면차리기 등의 문제들이었다. 나중에 나는 그러한 사례들을 프로이트에게 제시했으나, 그는 성욕 외의 다른 요인들은 원인으로 여기려 하지 않았다. 그 점이 나로서는 자못 불만스러웠다.

279 그 당시의 나 경험으로는 그 어떤 사람도 프로이트에 견줄 수 없었다. 그의 태도에는 진부함이 전혀 없었다. 내가 보니 그는 무척 총명하고 예리하며 어느 면에서나 괄목할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그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모호한, 말 수 없는 구석이 여전히 남아 있는 느낌이긴 했다.

281 “친애하는 융, 성이론을 결코 버리지 않겠다고 나에게 약속하십시오. 그것은 가장 본질적인 것입니다. 보시오. 우리는 성이론을 가지고 하나의 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보루 같은 것 말입니다.”

281 그것은 과학적 판단과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개인적인 권력충동과 관계가 있을 뿐이다.

283 프로이트에게는 ‘성적 리비도’가 ‘숨은 신’의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284 프로이트는 왜 자신이 성에 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야만하는지, 왜 그러한 생각이 자신을 그토록 사로잡고 있는지 한 번도 자문해보지 않았다. ‘해석의 단조로움’이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도피, 혹은 아마도 ‘신비주의적’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 자신의 또 다른 us으로부터의 도피를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가 그러한 측면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그는 결코 자신과의 일치에 이를 수 없었다.

286 프로이트는 객체가 어떻게 그 충동에 굴복하는가를 제시했으며, 아들러는 인간이 객체를 지배하기 위해 어떻게 그 충동을 사용하는가 제시했다. 운명의 손에 넘겨져 꼼짝할 수가 없게 된 니체는 스스로 ‘초인’을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287 프로이트가 성욕이 신성한 힘이며 그것은 일종의 신이면서 악마라는 심리학적 진리를 좀더 고려했다면, 생물학 개념의 한계에 갇히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니체도 인간존재의 바탕을 좀더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면, 아마도 감정의 과잉으로 세계의 가장자리 밖으로 나가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287 ‘니르드반드바’를 말한다. 나는 이것을 명심하고 있다. 마음의 진동추는 바른 것과 그른 것 사이가 아니라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295 “하지만 나의 권위를 위태롭게 할 수는 없어!” 그 순간 그는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 프로이트는 개인적 권위를 진리보다 더 내세웠다.

300 그 꿈 개인 정신의 밑바닥에 있는 선험적이고 집단적인 것에 대한 최초의 암시였다. 나는 이것을 우선 정신기능의 초기양식의 흔적이라고 보았다. 그후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그리고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기초로 해서 나는 그것을 본능의 형태, 즉 원형으로 인식하게 된다.

300 나에게 꿈이란 자연의 일부로서 속이려는 의도를 품고 있지 않았다. 식물이 가능한 한 자라나려 하고 동물이 가능한 한 먹이를 찾으려고 하는 것과 똑같이, 꿈도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한다. 이러한 생명의 형태들을 우리는 눈을 속이려고 하지 않으나, 우리 자신이 근시안이어서 스스로를 속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귀가 막았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것이지 귀가 우리를 속이는 것은 아니다.

301 나는 의식의 잔꾀가 무의식의 자연과정에도 확대된다는 가정을 믿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 반대로 나날의 경험을 통해 오히려 무의식이 의식의 경향에 대해 얼마나 강하게 저항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311 그가 우리 문화에 준 충격은 무의식으로 통하는 길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꿈을 무의식과정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정보원으로 인정함으로써

318그 즈음 끔찍한 환상이 되풀이해서 나타났다. 원가 죽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그런 환상이었다.

319 나는 무의식에는 고대 체험의 유물이 남아 있다는 프로이트의 견해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 꿈과 비슷한 꿈들과 무의식의 실제 체험을 통해 나는 이 유물이 결코 죽은 형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정신에 속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되었다.

320 “이토록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내버려둬보자.” 그리하여 나 자신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의 충동에 맡겨버렸다.

321 이 순간이 내 운명의 전환점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마침내 그 놀이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아이의 놀이를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을 때 크나큰 체념과 굴욕감의 고통이 따랐다.

325 요가는 내가 안정되어 무의식과 더불어 다시 작업을 시도할 수 있을 때까지만 했다. 나 자신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자마자 나는 감정제어를 풀고 환상의 이미지와 내부의 소리가 새롭게 말하도록 했다. 인도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다양한 정신 내용과 이미지를 완전히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요가를 사용하고 있다.

334 살로메는 하나의 아니마 형상이다.

336 필레몬은 나에게 인도인이 구루라 부르는 존재와 같았다.

338 “영혼의 구루도 있습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 있는 사람을 구루로 삼지만, 늘 영혼을 구루로 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340 나는 내 안에 있는 여성상이 남성 무의식 속에 있는 전형적인, 또는 원형적인 형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아니마’라고 불렀다.

345 《파우스트》제2부는 문학적 시도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철학적 연금술과 그노시스파사상에서 시작하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에까지 이어지는 ‘황금사슬’의 한 고리다. 또한 세계의 다른 극점을 향한 탐험여행으로, 대부분 인기가 없고 모호하며 위험하기도 하다.

346 환상에 관한 작업을 하던 그 무렵, 물론 나는 ‘이승’에 발판이 필요했다. 그것은 가족이며 직업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347 나는 저 세상이 아닌 이 세께의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토록 방황하고 침체되어 있던 때이긴 했지만, 내가 체험한 모든 것은 나의 실제적인 삶과 연결됨을 나는 항상 알고 있었고 삶의 의미를 폭넓게 채우고자 노력했다. 나의 좌우명은 ‘도전에 맞서 싸워라!’였다.

347 그러므로 나의 가족과 직업은 다행스럽게도 늘 현실감을 잃지 않게 했으며, 내가 정상인으로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증해 주었다.

356 만다가가 참으로 무슨 의미인지 나는 차츰 깨달아갔다. 그것은 ‘형성, 변환, 영원한 마음의 영원한 재창조’였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즉 인격의 전체성이었다. 모든 것이 잘돼가면 조화로우나 자기기만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이었다.

357 만다라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 모든 것, 내가 걸어온 모든 길, 나의 모든 발걸음이 하나의 점, 즉 중심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다라가 중심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그것은 모든 길의 표현이다. 그것은 중심을 향한 길, 즉 개성화의 길이다.

357 대략 1928~1920년에 나는 정신적 발달의 목표가 ‘자기’임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직선적 발달은 없고 다만 자기를 중심으로한 순환이 있을 뿐이다. 단일형의 발달도 있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시작단계에서나 있는 일이고, 그 뒤에는 모든 것이 중심을 향한다.

365 분석 심리학은 본질적으로 자연과학에 속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다른 학문보다도 훨씬 더 관찰자의 개인적인 가설에 영향을 받기 쉽다. 그러므로 적어도 심각한 판단착오만이라도 범하지 않으려면, 심리학자는 역사나 문헌에서 찾은 유례에 많이 힘입어야 한다.

366 그노시스적인 야훼와 창조주 하느님이라는 주제는 원초적 아버지와 음산한 초자아에 관한 프로이트의 신화 속에서 새롭게 재연되었다. 프로이트의 신화에서 야훼는 실망과 환각과 고통의 세계를 만들어낸 데몬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물질의 신비에 몰두하던 연금술사들에게서 이미 나타난 물질주의적 경향은 프로이트로 하여금 그노시스의 보다 넓은 본질적 측면, 즉 보다 높은 신으로서의 영혼의 원초상을 보지 못하게 된다.

367 그노시스의 전통에 의하면 인류에게 크라터, 즉 정신적 변환의 용기를 부여한 것은 바로 그 보자 높은 신이었다. 크라터는 여성원리로서 프로이트의 가부장적 세계에서는 자리 잡을 데가 없다.

367 연금술엣 가장 중요한 여성상징의 하나는 물질의 변환이 완성되는 그릇이었다. 나의 심리학적 발견의 핵심도 이와 같은 내면의 변환과정, 즉 개성화였다.

372 내 무의식의 심리학은 역사에서 대응물을 만나게 된 셈이었다. 이제 나의 심리학은 역사적 토대를 얻게 되었다. 연금술과의 비교는 그노시스주의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정신적 연속성과 함께 나의 심리학에 실체성을 부여해주었다. 고대문헌들을 연구해나감으로써 내가 진료실에서 수집한 환상 이미지의 세계와 경험자료, 그리고 거기서 도출한 결론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이제야 나는 그것들이 역사적 관점에서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의 전형적인 성격에 대해 신화연구를 하면서 이미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그러한 이해가 이제 더욱 심화되었다. 원초적 이미지와 원형의 본체가 내 연구의 핵심을 이루게 되었고, 역사 없이는 심리학, 특히 무의식의 심리학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82 그 시대에 신적인 카이사르에 의해 구현된 로마제국의 막강한 권력은, 수없이 많은 개인뿐 아니라 모든 민족이 자주적인 삶의 방식과 정신적인 독립성을 빼앗긴 세계를 만들었다. 오늘날의 개인이나 문화공동체도 비슷한 위협, 즉 대중화의 위험에 처해있다. 그리하여 많은 곳에서 그리스도 재림의 가능성과 거기에 대한 희망이 이미 활발하게 논의되고 환상을 보았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데, 그것은 구원을 기대하는 마음의 표현인 셈이다.

397 나의 모든 저술은 말하자면 내부로부터 부과된 과제인 셈이다. 그것은 숙명적인 강요로 이루어졌다. 내가 쓴 것은 내부로부터 나에게 엄습해온 것들이다. 나는 나를 충동질하는 영혼으로 하여금 말을 하도록 허용했다.

413 보상적인 현상인 은자의 환각

424 나는 그러한 대답을 벽에다 그림의 형태로 그려놓기까지 한다. 마치 수세기에 걸친 조용한 대가족이 그 집에 모여살고 있는 것 같다. 거기서 나는 ‘제2의 인격’안에 살면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생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439 살아 있는 정신구조에서는 단순히 기계적인 방식으로 일어나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은 전체적으로 관리되며 전체와의 관계성속에서 일어난다. 그것은 특별한 목적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의식은 전체에 대한 조망이 없으므로 대개 이러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452 ‘신과 우리’라는 이러한 동등한 관계가 인디언들의 저 부러워할 만한 의젓함의 근거가 되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한 인간은 문자 그대로, 참으로 자기 자리에 있는 사람인 것이다.

470 가장 합리적이라는 국가들이 성의 차이를 가장 많이 소멸시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동성애가 맡은 역할은 대단하다. 그것은 부분적으로 모성콤플렉스의 결과이며 일부는 자연의 합목적적 현상(번식의 저지!)이다.

488 그들의 지혜는 그들에게 속하고,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만이 나에게 속할 뿐이다.

489 나는 그가 말하는 지혜가 하나의 고유한 깨달음인지, 수천 년 이래 저잣거리를 돌고돌던 격언인지 알지 못한다.

491 진정한 해방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했을 때,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을 헌신하여 철저히 참여했을 때 비로소 가능한 법이다.

497 ‘그리스도의 모방’이 기독교 이념의 발전을 치명적으로 가로막은 것처럼 말이다.

497 그리스도도 유대인들에게 “당신들은 신들이다〈요한복음〉10:34!”라고 외쳤다.

503 인도는 어떤 자취도 없이 나를 스쳐지나간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영원에서 다른 영원으로 옮겨가는 자취들을 나에게 남겨놓았다.

527 존재하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이었다. 주관적인 반론 없이 말이다. 현존재의 조건을 내가 보는 그대로, 내가 이해하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527 나는 자신의 숙명을 긍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그럼으로써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도 자아는 굴복하지 않게 되는 법이다. 참아내며 진리를 견디며 세계와 숙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패배에서도 승리를 체험하게 된다. 밖에서든 안에서든 아무것에도 방해 받지 않는다. 자신의 고유한 연속성이 인생과 시간의 흐름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의 숙명의 의도를 주제넘게 간섭하지 않을 경우에만 이루어질 수 있는 법이다.

528 나는 또한 사람이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온갖 평가를 뛰어넘어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옳으냐 그르냐 하는 법주는 항상 존재하지만 그것은 구속력이 없다 왜냐하면 생각이라는 존재가 주관적인 평가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평가 또한 존재하는 생각으로서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들도 전체성의 현상에 함께 속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542 어쨌든 부인하는 자는 ‘무’를 향해 가는 반면에, 원형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547 그리하여 그들이 생전에 습득하지 못한 의식성 부분을 죽음으로 얻으려고 요구하게 괸다.

551 어딘가에서 이미 도달하게 된 의식성의 수준은, 내가 보기에는 죽은 자가 도달할 수 있는 인식의 상한을 이룬다고 여겨진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지상의 삶이 그토록 큰 의미를 지니며, 사람이 죽을 때 ‘저편으로 가져가는 것’이 그리도 중요한 모양이다.

560 나는 양쪽 다 옳다고 생각한다. 서양인은 외향적인 경향이 강하고 동양인은 내향적인 경향이 강한 듯하다. 서양인은 의미를 투사하여 객체에 의미가 있는 듯이 추정한다. 동양인은 그 의미를 자신의 속에서 느낀다. 그런데 의미는 밖에도 있고 인에도 있는 법이다.

561 추측하기로는, 내가 죽으면 나의 한 일들이 따라올 것이다.

562 나의 존재의미는 인생이 나에게 물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나 자신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하나의 물음이며, 나는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단지 세계가 주는 대답에 의지할 뿐이다. 그것은 내가 오로지 고심 끝에 인식하게 된 초개인적인 인생과제다.

563 내가 전생에 반항하는 기질의 중국인이었어서 그의 동양적인 영혼을 유럽에서 발견해야 하는 벌을 받고 있다고 한 리하르트 빌헬름의 농담 같은 추측이 옳았던 것인가?

563 내가 조상 인생의 결과로서 또는 개인적인 전생에서 얻은 카르마로서 느끼고 있는 것은, 아마도 오늘날 전세계를 잠시도 쉬지 않게 하고 특히 나를 사로잡고 있는 비개인적인 원형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신성한 삼위의 장구한 발전, 그 삼위와 여성원리의 대립, 또는 악읜 근원, 다시 말해 불완전한 기독교 신의 이미지에 관한 그노시스적인 물음에 여전히 미진한 대딥 같은 것들이다.

565 노년에 인간은 그의 내면의 눈으로 추억들을 펼쳐보며 과거의 내적·외적 이미지들 속에서 자신을 생각하면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저승의 전단계거나 거기서 존재하기 위한 준비와도 같으며

570 ‘아, 그렇구나. 그 사람이 나를 명상하고 있었구나.’ 그가 하나의 꿈을 꾸었는데 그것이 나다. 그가 깨어난다면 나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573 오로지 삶의 공간을 넓히고 합리적인 지식을 어찌해서든지 증가시키는 데만 관심을 두는 시기에는 자신의 단일성과 유한성을 의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단일성과 유한성은 동의어다. 이것 없이는 무한성을 지각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의식화라는 것도 없다. 단지 군중과 정치권력의 열광에서 표출되는 그런 것과의 망상적 동일시가 있을 뿐이다.

575 신화는 델피의 신탁이나 꿈처럼 이중의미를 지니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성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또한 욥이 이미 파악했듯이, 본능이 우리를 긴급히 도와주고 신이 신에 맞서 우리를 지지해주리라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580 우리는 선악의 대극에 더 이상 이끌려서는 안 된다.

581 하지만 윤리적 결단이 요구한다면, 버릇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도덕적인 선이라고 알려진 것을 경우에 따라 피하고 악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행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한다.

582 교육은 각 개인의 사적인 경험에 관해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들을 결코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이상주의자적 관념들이 교육되고 있다.

583 우리는 오직 의식을 확장해주는 학문을 통해서만 자연의식에 이르게 된다. 그와 같이 심화된 자기인식도 학문, 즉 심리학을 필요로 한다.

597 어떤 학문도 신화를 대체하지 못하고 어떤 학문으로도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왜냐하면 ‘신’이 아니라 신화가 인간 안에 있는 신적인 삶을 계시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것을 고안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종의 ‘신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620 그가 한줌의 지혜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는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며 미지를 미지라고, 즉 신의 이름으로 명명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열등함, 불완전함, 그리고 의족성을 시인하는 것이며 동시에 진실과 오류 사이에서 선택의 자우를 증언하는 것이다.

625 공동체는 모든 개체가 자신의 개성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과 동일시되지 않는 곳에서만 만개하게 된다.

627 나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보다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동시에 훨씬 덜 필요로 한다.

630 그렇다. 마치 나를 그토록 오랫동안 세계와 갈라놓았던 저 생소함이 나의 내면세계로 옮겨와서 나 자신에 대한 예기치 않은 낯설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여겨진다.

651 자기실현-자기 전체의 인격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인간 매부에서 우러나오는 필연적인 요구로, 자기가 보내는 메시지를 자아가 파악하여 현실세계에 능동적으로 실천해나가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자아는 자기의 메시지를 받기에 적합한 상태에 있지 않으므로 자기는 비상한 수단을 통해 자아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 비상수단이 바로 상징이다.

652 렐리기오-다시 태어나다, 다시 생각한다는 뜻이다. 자기가 상징을 통해 보내는 메시지에 자아가 깊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를 가리키는 용어다. 삶에 에너지를 주는 원천, 즉 삶의 기반에 주목함으로써 자신의 뿌리를 만나고자 하는 태도다. 자기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렐리기오 상태를 견지해야 한다.

652 자기실현의 과정-페르소나에서 자아를 분리하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다음 무의식의 의식화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그림자를 인식하고, 아니마·아니무스를 의식화하며 자기의 메시지를 렐리기오의 태도를 통해 듣고 자기 전체로서의 삶을 구현해나가야 한다. 이러할 때 진정한 개성화가 이루어진다. 그 과정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는 것과 같은 깨어짐과 아픔이 따른다.

653 개성화에서 경계해야 할 점

1)개인지상주의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고의적으로 개인적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아의 특질을 내세우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진정한 개성화라고 볼 수 없다. 히피운동에서 보듯이 개인 지상주의자들일수록 무의식적으로 더욱 강하게 집단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2)자기팽창과 구별해야 한다. 원형층이 자아의식을 점차 동화시켜가면 의식에 변화가 생겨 자아가 신화적 인물과 동일시되어 이른바 마성인격이 되기 쉽다.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스스로 영웅이나 구세주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행동한다. 조울증의 조양증 분열 환자의 과대망상에서 이런 현상을 보게 된다. 정상적인 일반인의 경우에도 자기가 무슨 위대한 사명을 받은 것처럼 흥분상태에서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것은 자기실현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팽창에 불과하다. 자기팽창은 의식성의 결여와 객관성의 상실을 초래한다.

3)완전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완전한 자기실현은 불가능하다. 완전주의를 추구하게 되면 오히려 독단적이고 파괴적이 되기 쉽다. 완전성이 아니라 원만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대극의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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