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나리
  • 조회 수 436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9년 2월 21일 16시 12분 등록
 

생각의 탄생




1. 저자에 대하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지음



“아, 내가 써야 할 책이 먼저 나왔구나!” 추천의 글을 쓴 이어령 명예교수의 탄성처럼, 처음 이 책을 접했던 나의 입에서는 “아, 내가 진작 읽어야 했던 책을 이제야 읽는구나!” 라는 한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생각의 탄생>은 부부가 함께 쓴 책이다.  남편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미시간 주립대 생리학과 교수로 맥아더 펠로우쉽(MacArthur Fellowship)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일명 ‘천재들의 상’으로 알려진 이 상은, 비범한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인류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그의 다른 업적을 모른다손 치더라도 <생각의 탄생>이라는 놀라운 창조물을 만나게 된 이상, 우리는 저자의 신뢰와 명성에 동의를 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토대로 현대 교육시스템 개선을 주장하는 한편, 이를 기업 경영에 접목시켜 ‘창조적 과학경영론’의 창시자로 불리게 되었다. 


특별히 <생각의 탄생>은 전공 분야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절반씩 분야를 분담해 완성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아내인 미셸이 시와 무용, 창작물 분야를 책임졌고,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이 과학과 수학, 시각 예술 분야를 맡아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미셸은 역사학자이자 작가로 역사와 창작을 가르치고 있으며 남편과 함께 <꿀, 진흙, 구더기, 그리고 기타 의학적 경이들>을 썼다. 

꿀, 진흙, 구더기....... 라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엉뚱한 조합이지만 <생각의 탄생>을 읽고 나니 이 엉뚱한 조합이 나름의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의미심장하게 전달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부부이면서 동시에 학문적 동지인 이들은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학문 간의 경계를 일시에 무너뜨리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퍼즐 조각처럼 각기 다른 모양새를 가진 지식들이 어느새 하나의 멋들어진 그림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두 사람은 의학과 문학, 철학과 수학, 음악과 물리학 등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분야의 예시를 통해, 천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창의력과 상상력, 직관을 통한 발견을 일반인들도 충분히 계발하고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창의력, 직관력은 부분적으론 타고난 재능이다.  그러나 누구든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재능을 계발할 수 있다.  학교에서 악기 연주나 그림 그리기를 배웠던 경험을 떠올려 보라.  천재의 대부분도 노력파였다.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도 잠을 줄여 가며 일했고, 그들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 냈다.  창의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천재들이 간 길, 그들이 활용한 생각의 도구를 습득하고 연마하는 것이다.  같은 노래라도 뛰어난 가수에게 배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위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이 <생각의 탄생> 출판과 관련해 한국의 한 매체와 인터뷰 한 내용이다.  이 짧은 답변 안에 그가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함축되어 있는데, 저자는 어지간히 안타까웠나 보다.  다소 노골적으로도 느껴질 만큼 자신의 집필 의도를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은가.  오로지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현 교육체제, 규칙에 얽매인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개탄하며 절절한 심정으로 책을 써 내려갔을 두 사람의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결국 이 책이 탄생하게 된 주된 목적은 현 교육체제의 반성과 개선에 있었다.  상상력과 창의성, 직관과 감성을 통한 통합교육이야말로 전인, 즉 신 르네상스인을 양성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나는 그들이 어디서 이토록 다양한 지식과 학문의 골수만을 뽑아 낼 수 있었던 건지, 그렇게 선별해 낸 지식들을 어떻게 뚝딱뚝딱 조립하여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건지 읽는 내내 궁금했다.  단지 일방적인 지식의 습득과 일대일 정보의 교환으로 일구어 진 결과는 결코 아닐 것이다. 


뜨개질을 즐기는 아내와 가구를 조립하는 데 열정을 쏟는 남편.  꿀과 진흙과 구더기를 관찰하는 평화로운 그들의 일상.  그들은 이미 단편적 지식과 단순한 조립의 경계를 넘어 생각이 ‘탄생’하는 바로 그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감성과 직관, 상상과 창의적 사고를 통한 일상의 발견이야말로 모든 생각이 탄생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두 사람의 삶 자체가 가만히 귀띔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한껏 들어간 어깨 힘을 스스르 풀고, 땀이 나도록 쥔 주먹을 가만히 놓아 보자.  그러면 그 때 비로소 스물스물 기어가는 까만 개미군대가 보이고, 두 뺨을 슬쩍 만지고 도망가는 저녁 바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미셸과 로버트가 흥미롭게 관찰했던 진흙과 구더기를 만나는 행운이 주어질 지도 모른다.  부디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이런 놀라운 행운이 찾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래본다.


  

-----------------------------------------------------------------------------------------------------------------------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오늘날의 교육시스템은 문학, 수학, 과학, 역사, 음악, 미술 등 과목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학생들이에 가르친다.  수학자들은 오로지 ‘수식 안에서’, 작가들은 ‘단어 안에서’, 음악가들은 ‘음악 안에서’ 만 생각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것은 ‘생각하기’의 본질을 절반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적인 사고’는 통찰을 서로 주고받는 데 있어 말이나 숫자만큼 중요하다.  통찰이라는 것은 상상의 영역으로 호출된 수많은 감정과 이미지에서 태어나는 것이므로 ‘느낌’또한 커리큘럼의 일부가 될 필요가 있다.


창조적 천재들은 그림을 ‘듣고’ 그림을 ‘본다’. (8P)


소설가들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로써’ 다룬다. 말은 내적인 느낌을 문자로 나타내는 기호일 분, 그 느낌의 본질은 아니다. (18P)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19P)

        

문제를 풀다가 답이라고 할 만한 어떤 것이 갑자기 떠올랐다면,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전에 이미 무의식 속에서 해답을 구한 경우다.  나에겐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다.  나의 확신은 절대적이었지만 말로 설명하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게 답이라고 확신했을 뿐이었다. (22P)


나는 내가 경험한 것들을 내 안에서 전부 살려낼 것이다.  난 글로 표기된 모든 것을 잊어버릴 것이며 그것들의 배후에 있는,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것들과 직접 접촉할 것이고 느낄 것이다.  (27P)


책은 내 마음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뱃속 어딘가에서 떠오른다.  그것은 내가 접근하지 못한 대단히 어둡고 비밀스러운 장소에 숨겨져 있으며 내가 그저 모호한 느낌으로만 짐작하는 것, 아직 형체도 이름도 색깔도 목소리도 없는 그런 것이다. (28P)


새로운 사실의 발견, 전진과 도약, 무지의 정복은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과 직관이 하는 일이다. (31P)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35P)


사진, 드로잉, 글은 잉크나 은으로 얼룩져 있는 종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실재’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이것들이 상징하는 감각적, 정서적, 경험적인 느낌들을 재창조해낼수 있는 기술에 달려 있다.  이것들이 진실이 되려면 우리 자신의 내부에 그것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생산적인 사고는 내적 상상과 외적 경험이 일치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그들은 ‘사실’을 습득했지만 그것의 의미는 상상해내지 못했다.  상상할 수 없다면 창조할 수 없다. (45P)


예술은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말이다. (47P)


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이 생각을 할 때 자신을 잊는다고 말한다. (50P)


생각의 도구들은 실제적인 것과 상상의 것 사이에 영속적인 연결망을 만들어준다. (53P)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찰은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와 다르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잠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57P)


관찰의 진짜 기술은 빠르고 예리한 시각적 식별력에 있다.  그것은 책 전체에 단 한번 나오는 단어를 찾기 위해 책장을 휙휙 넘기는 일과 같다. (64P)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한다.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  (70P)


우리가 보고, 기록하고, 구축한 모든 것들은 모든 지식의 틀이 뒤틀리는 것처럼 왜곡되곤 한다.  첫째는 우리 시대와 종족의 집단적 압력과 시대적 흐름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들 각자가 가진 개별적 성향 때문이다. (74P)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74P)


형상화는 시각과 청각은 물론, 후각과 미각, 몸의 감각까지 동원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내면의 눈, 내면의 귀, 내면의 코, 내면의 촉감과 몸감각을 사용할 구실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시의 생명이자 정점이다.  (88P)


형상화는 단순히 사물의 기하학적 형태를 보는 일을 넘어 사람들과 세계를 재창조하는 데까지 이른다.  (91P)


저는 머릿속으로 음악을 연습합니다.  피아노 앞에서 실제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더 많이요. 음악을 봐야만 해요.  그리고 그 곡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아주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진처럼 그대로 말이죠. (95P)


진정한 의미에서 추상화란 현실에서 출발하되,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가면서 사물의 놀라운 본질을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할 일은 추상화 자체의 본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추상은 어떤 대상의 전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덜 띄는 한두 개의 특성만을 나타내는 것이다.  (114P)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 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아라! 눈이 아니고 마음으로 보라! (116P)


글쓰기의 본질은 종이 위에 단어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골라내고 버리는 데 있다.  (121P)


패턴을 알아낸다는 것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아는 것이다.  (138P)


부재, 삭제된 것, 발생하지 않은 것들을 인식하고 이것들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153P)


하나의 요소나 작용을 일관적인 기법으로 다른 것과 병치하는 것은 둘을 단순히 합치는 것 이상의 종합적 패턴을 만들어 낸다.  (165p)


가장 단순한 작업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경이로운 것을 드러낸다.  (177P)


더 많은 패턴을 발견해낼수록 우리는 더 많은 실제지식을 소유하게 될 것이고 우리의 이해는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다. (181P)


나는 보고 들을 수 없었던 것들과, 맛, 냄새, 느낌으로 알았던 것들 사이에서 ‘수많은 연상과 유사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187P)


많은 철학자들은 유추가 비논리적이라서 판단을 그르치게 한다고 폄하하지만, 오히려 유추는 불완전하고 부정확하기 때문에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 다리가 될 수 있다.  유추는 우리가 기존지식의 세계에서 새로운 이해의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좋은 수학자란 사물들 간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사람이고 위대한 수학자는 유사성 간의 유사성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200P)


바흐의 음악을 듣는 것은 가장 위대하고 정교한 패턴제작에게서 방법을 배우는 것과 같았다.  (208P)


어떤 사물을 볼 때. ‘그것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이 될까’에 착안해야 한다. 그래야 사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9P)


피아니스트들은 근육이 음표와 소나타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손가락에 이 기억들을 저장한다.  그것은 마치 배우들이 몸의 근육 속에 자세와 몸짓의 기억을 저장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사고하고 창조하기 위해 근육의 움직임과 긴장, 촉감 등을 떠올릴 때 비로소 ‘몸의 상상력’이 작동한다.  이때가 사고하는 것은 느끼는 것이고, 느끼는 것은 사고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피아니스트들은 근육이 음표와 소나타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손가락에 이 기억들을 저장한다.  (218P)


머스는 켈러의 손을 허리에 붙인 채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스튜디오 안의 모든 눈이 여기에 쏠렸다.  그녀의 손은 머스의 움직임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그녀의 표정은 호기심에서 기쁨으로 바뀌었다.  켈러의 얼굴에 떠오른 희열이라니. 그녀는 ‘어쩜 이렇게 내가 생각한 것과 똑같지?’라고 하면서 공중으로 손을 뻗고 탄성을 질렀다.  (219P)


우리가 좋거나 싫은 감정을 느낄 때 마음은 내장에 연결되고, 내장은 다시 마음이나 근육과 통하게 된다.  (230P)


우리가 다루는 것이 더 이상 ‘타자’가 아닌 ‘나’의 연장일 때 그것은 우리의 의지와 욕구에 따르게 된다.  (235P)


내가 ‘나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 가장 완벽한 이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감정이입은 자신의 느낌을 가지고 어떤 대상, 예컨대 기둥이나 수정 혹은 나뭇가지, 심지어는 동물이나 사람들의 동적인 구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며, 스스로의 근육감각을 통해 대상의 짜임새와 움직임을 이해하여 그 구조를 내부에서부터 추적해가는 것이다.  감정이입은 자신의 위치를 ‘여기’에서 ‘저기’로, 혹은 ‘저 안으로’ 옮겨놓고자 하는 것이다.  (248P)


동물의 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동물의 눈이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보이지요.  (254P)


그래, 그런데 말야, 자넨 엔진 속의 피스톤이 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나?

(261P)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대나무가 내 속에서 자라나게 해야 한다.  손에 붓을 쥐고 눈으로 집중을 하면, 그림이 바로 내 앞에 떠오른다.  그럼 그것을 재빨리 잡아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냥꾼을 본 토끼처럼 그림이 잽싸게 사라진다.  (262P)


우리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 가장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진다.  (264P)


내가 만일 박테리아 염색체의 조각 일부라면 어떨까?  (261P)


2차원적 정신으로 3차원적 물체를 생각해낼 수 있을까?  (272P)


무게와 공간 같은 것들을 한곳에 수렴시킬 수 있는 납득할 만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선 단순히 모델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 정도로는 안 된다. 그것으로 무엇을 제대로 그려내기에 충분치 않다. (275P)


내가 꽃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면, 아무도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꽃이 작은 만큼 그림도 작게 그려야 했을 테니까. 나는 그 꽃이 나에게 의미하는 것을 그려내려고 했다.  나는 꽃을 아주 크게 그렸다.  사람들은 놀라서 그림을 바라보았고, 그걸 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내가 꽃 속에서 본 것을 아무리 바쁜 뉴요커들이라 하더라도 시간을 들여 보게 만들었다.  (280P)


모형은 실제 혹은 가정적 실제상황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규칙과 자료, 절차를 만들어내는 시뮬레이션이다.  (299P)


모형은 해당 대상의 구조와 기능에서 가증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소만을 추출한 것이다.  (300P)


모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어떤 상황이나 대상, 혹은 생각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이해가 부족한 지점이 어디인지를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302P)


스케치는 화가의 생각을 ‘줄여’ 일정한 물리적 크기 안에 담아낸 것이다.  (305P)


모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새로운 생각이 태어나는 과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311P)


모형은 상상력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320P)

누군가 그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올 때마다 그는 “미생물을 가지고 논다네.”라고 대답하곤 했다.  “물론 이 놀이에는 아주 많은 규칙이 있지.  그런데 어느 정도 이 놀이에 익숙해지면 그 규칙을 깨뜨리는 것이 아주 재미있다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생각조차 못해본 것을 알아낼 수 있게 되지.”  (325P)


놀이는 성패를 따질 수 없고, 결과를 설명해야 할 필요도 없으며,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도 아니다. (327P)


놀이감각이란 발명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발명은 머릿속으로 하는 즐겁고도 자유로운 연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330P)


그는 놀이를 통해 공간과 그 속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방식을 고찰했다.  이것은 그에게 동역학의 개념을 일깨워주었고 훗날 그가 조각 미술에 혁명을 일으키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의 스튜디오는 작업을 진행 중인 작품과 도중에 그만둔 작품들로 항상 어질러져 있었다. 마치 플레밍의 정리되지 않은 실험실을 보는 듯했다.  그는 그것들을 치우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다가 뭔가 놀라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했다.  (333P)


어떠한 구분, 경계, 난공불락의 진실, 용도의 한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이’를 하는 것은 각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람들이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태도다.  문법이 와해되고 논리가 전도되며 인식에 혼란이 오는 순간 우리는 “게임이 시작”되고,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안다.  (335P)


놀이의 힘이란 세계의 본질을 드러내주며, 새로운 대안을 고안해 냄으로써 상투적인 관행의 한계를 시험한다.  (342P)


놀이에 있어 유일한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을 할 만큼 충분히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 (346P)


놀이는 상징화되기 이전의 내면적이고 본능적인 느낌과 정서, 직관, 쾌락을 선사하는데,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창조적인 통찰이나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할 때, 관습적인 생각이나 행동, 지식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의 장애가 될 때, 놀이는 이 모든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하는 재미있고 위험 없는 수단이 되며, 압박감을 주지 않는 학습과 공포를 유발하지 않는 탐험의 방식이 된다.  놀이는 우리 자신만의 세계와 인격, 게임과 규칙, 장난감, 퍼즐을 만들어 내게 함으로써 지식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이것들을 통해 새로운 과학과 예술이 가능해진다.  (348P)


변형적 사고는 상이한 분야를 연결해주는 메타패턴을 드러내주어 특정 영역에 치우친 사고보다 더 가치 있는 통찰을 낳는다. 


라에톨리 발자국의 발견과 해석의 과정은 창조적 상상의 정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리키와 그녀의 팀원들은 놀았고, 관찰했고, 패턴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패턴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내 차원적 사고를 했으며, 몸의 움직임을 상상했고, 역할을 연기했고, 패턴을 만들고, 유추하고, 모형을 만들었다.  (359P)


자신의 깨달음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할 필요가 있다.  (361P)


어떤 구상이나 통찰이 많은 생각도구들을 거쳐 변형되거나 하나 이상의 표현매체로 변환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364P)


변형적 사고의 힘은 그것이 음악, 유전자, 전신, 시, 수학 등 서로 상이한 분야를 연결해 주는 메타 패턴을 드러내준다는 데 있다.  (368P)


이성적 사고야말로 인간 고유의 특질이다.  이성적 사고라는 수단을 통해 우리는 감각적인 가치들의 순서를 정할 수 있으며 그것에 따라 예술작품을 창작해낸다.  그런 점에선 수학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그것이 물체와 물체, 군집과 군집, 움직임과 움직임 간의 과계에 대한 과학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들을 포착해서 그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369P)


변형은 수학이나 언어, 이미지에 한정되지 않는다.  파인먼은 많은 방정식을 소리로 변환시켰다.  등차수열은 꾸준히 연속적으로 상승하는 음계가 되었다.  등비수열은 점차 빨라지는 ‘외침’이 되었다.  그는 콧노래를 부르고, 손으로 두드리기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지각하는 육체적 감각과 물리적 세계의 개념을 서로 결부시킨다.  (372P)


변형작업이 독특할수록 놀라운 통찰을 얻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신경학이나 물리학 같이 경계가 분명한 분야의 학자들도 자료를 무용이나 무보법으로 변형시킬 경우 아주 아름답고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374P)


음악은 오로지 시간을 따라 한 방향으로 가면서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각적인 다성 음악은 어떤 방행에서든, 또는 방향들의 조합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그럼으로써 음악에는 존재하지 않는 관계성이 만들어진다.  어떤 정서나 생각, 자료를 변형하는 일은 결코 동일해질 수 없기 때문에 변형과정은 클레의 경우처럼 예기치 않은 발견을 낳을 수 있다.  그 결과 변형적 사고는 숱한 창조적 인물들이 의식적으로 채택하는 전략이 되고 있다.  (377P)


생각이라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공감각적이다.  종합지는 이러한 공감각의 지적 확장이 되는데, 공감각이 미적 감수성의 가장 고급한 형태라면 종합지는 궁극적인 이해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앎과 느낌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통합한 것을 말한다. 상상하면서 분석하고, 화가인 동시에 과학자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최고의 상태에 이른 종합지적인 사고의 모습이다. 


그는 선생님과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누면서 선생님이 손에 들었던 꽃과 매고 있던 넥타이, 상기된 표정, 새의 지저귐, 길 위로 펄럭이며 날아가는 나비, 학교에 걸려 있던 그림의 인상, 자신이 씹고 있던 풀줄기의 맛을 “동시적으로, 그리고 생생한 명징함으로”느꼈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내내 강렬하고도 평온하게 나 자신 속에 있는 여러 겹의 의식을 ‘의식’하고 있었다.”  (390P)


방정식을 볼 때면 그 글자들이 색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말을 할 때마다 얀케나 엠데의 책에서 본 베셀함수가 희미한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을 본다.  j는 밝은 황갈색, n은 엷은 자청색, x는 흑갈색을 띤 채 내 주위를 날아다니는 것이다.  나는 그것들이 학생들에게는 대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393P)


감각들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색, 소리, 맛, 향, 감촉, 온도감각 등 모든 감각들이 섞이면서 느낌의 연속체로 융합된다.  (399P)


세잔의 그림은 그 내부에 풍경의 냄새를 품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물체의 모양이나 색뿐만 아니라 그것의 매끄러움, 단단함, 부드러움, 심지어는 냄새마저도 볼 수 있다.  (399P)


마음은 몸이고, 몸은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 둘을 별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사용하는 사람은 시간을 초월해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 일종의 ‘천상적 현실’을 갖게 되며 공간을 자유롭게 활보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면에 천국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408P)


세계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오직 ‘전인’만이 해결할 수 있다.  그는 기술자, 순수과학자, 예술가 중 하나만 되는 것을 드러내놓고 거부하는 사람이다.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412P)


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들이 화가이자 과학자로서, 음악가이자 수학자로서, 무용수와 공학자로서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419P)


창조적인 인물들은 어린 시절의 열망과 성인이 되어서의 관심을 조화시킬 줄 알았고, 일과 취미를 한데 엮어낼 줄 알았다. 이런 태도가 그들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고 혁신가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도록 해주었다.  이들은 전문가가 아니고 ‘전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대한 관심사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그것 ‘ 때문에’ 자신의 분야에 공헌할 수 있었다. 그들은 개척자요, 보편주의자였다.  그들은 전문가의 영역들 사이에 다리를 놓았으며 제각각 떨어져 있는 지식의 제반 분야를 통합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려 했으며 박식가가 됨으로써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했다.  (425P)


우리에게는 박식가와 개척자가 필요하다.  그들은 상상력이 발흥하는 때가 언제인지 아는 사람들이다  감각적 체험이 이성과 결합하고, 환상이 실재와 연결되며, 직관이 지성과 짝을 이루고, 가슴속의 열정이 머릿속의 열정과 연합하고, 한 과목에서 획득된 지식이 다른 모든 과목으로 가는 문을 열어젖히는, 그런 때를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전인’을 길러내는 데 있어야 한다.  전인이야말로 축적된 인간의 경험을 한데 집약하여 ‘전인성’을 통해 한 조각 광휘로 타오르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통합교육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오로지 그것 하나이다.  (429P)



-----------------------------------------------------------------------------------------------------------------------



3. 내가 저자라면



피카소의 강렬한 눈빛과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가 어서 빨리 이 놀라운 책을 열어 보라며 은근히 나를 종용했다.  심지어 무심한 듯 그러나 아주 집요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한 남자는 이래도 책장을 안 펼칠 거냐며 소리 없는 호통을 쳐댔다.  그랬다.  나는 이들이 내뿜는 야릇한 카리스마에 이끌려 겁도 없이 덥석 책을 집어 들고 말았다. 

작가는 다가가기 어렵고 난해한 내용의 주제를 적당히 쉽고 재미나게 엮어 이야기한다.   사백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이, 겁먹었던 것보다 술술 쉽게 읽혀 사실은 조금 싱겁게 끝나버린 느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저자가 풀어 놓은 이야기들이 네 아귀를 잘 맞춰 개킨 하얀 이불보같이 매끈하게 딱 떨어진다는 얘기다.  잘 말려진 이불보가 착착 개켜질 때의 그 정돈되고 바삭한 느낌이란.  이것은 장황한 설명이나 꾸미려는 가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고자 애쓴 저자의 노력의 댓가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생각’을 다시 생각하기

둘째, 상상력을 학습하는 13가지 생각도구

셋째, 전인을 길러내는 통합교육


‘생각’을 다시 생각하다니?  이 무슨 재미없는 말장난이냐고 면박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던진 이 화두는 그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아주 절묘한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있다.  환상적인 맛을 위해서는 요리 ‘재료’보다 요리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곧 옥수수 유전자가 되었던 매클린턱이나, 뱃속 어딘가에서 떠올라 이름도 형체도 없는 느낌만으로 글을 썼던 도로시 캔필드 피셔의 에피소드는, 생각의 초점이 ‘무엇’이 아닌 ‘어떻게’로, ‘재료’가 아닌 ‘방법’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말해 주고 있다.


작가는 ‘생각’이라는 개념을 재정립하여 인지할 것을 주문하면서, 느낌이나 감정 혹은 직관의 힘이 논리와 이성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실로 명쾌한 진리가 아닌가 싶다.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고 특정한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이 '생각'의 한계가 아니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이들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제시하면서 우리에게도 그들의 지난 행적을 따라가 보기를 권한다.  남겨진 증거를 확보하며 범인의 실체를 하나씩 벗겨가는 베테랑 형사처럼, 우리는 어느새 숨을 죽이며 작가의 의도대로 발걸음을 따라 옮기게 된다.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시대를 앞서간 천재들의 비범한 생각은 우리들의 그것과는 과연 어떻게 달랐던 것일까?  혹시라도 책 속에서 그들의 좋은 생활 습관이나 바람직한 가치관 따위를 기대했다면 당신은 이내 실망할 지도 모른다.  위인전에 실린 영웅들의 멋들어진 일화를 기대했다면 더더욱 실망할 것이다.  거기엔 다소 엉뚱하고, 약간은 기괴하게 보일 수 있는 그들의 ‘별난’ 생각들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엉뚱하고 기괴한 생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에 숨겨져 있는 놀라운 비밀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비밀이라는 것은, 이들의 업적과 삶을 통해 발견해 낸 ‘13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말하는데 저자는 이것을 창조적 비범함에 이르는 길로 제시하고 있었다.  동시에 우리에게도 그 길을 다시 한 번 밟을 수 있는 용기를 내주길 독려하고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장에서는 이 13가지 생각의 도구를 하나하나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 준다.  생각의 도구들을 관찰-형상화-추상화-패턴인식-패턴형성-유추-몸으로 생각하기-감정이입-차원적 사고-모형 만들기-놀이-변형-통합 순으로 나열하고, 관련된 예시를 통해 매우 설득력 있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특히나 군데군데 삽입된 사진과 그림, 인용구들은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장면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시각화시켜 준다.  

엄청난 분량의 예시를 제시하고 그것을 다시 일일이 꿰어 맞추는 작업을 통해 이 책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인용한 생생하고 간결한 에피소드들에 매료되어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무려 백여 명에 이르는 인물들이 쏟아 내는 작은 에피소드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들은 그 하나하나가 나의 ‘생각’의 기준을 완전히 뒤엎어 버리고 있었다.  이 순간순간이 강렬한 섬광이 되어 번뜩였고 짜릿한 전기적 떨림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작가는 우리가 그들과 같이, 생각의 끈을 한군데에 고정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시키는 독특한 사고 능력을 찾아내기를 요구한다.  보는 것이 아닌 ‘관찰’, 듣는 것이 아닌 ‘이해’,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변형과 통합을 이용한 ‘창조’의 사고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생각’이 탄생하는 과정임을 만천하에 공표하고 있는 것이다. 


 '천재'라는 단어가 주는 엄청난 무게감에 압도되어 그저 시기와 부러움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우리였다.  하지만 저자는 나와 같은 평범한 이들도 충분히 비범해 질 수 있다며 살아있는 작은 희망을 제시했다.  책은 그래서 그들이 실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던 길을 있는 그대로 따라 갔던 것이다.  그러나 조심스레 그 길의 끝에 서게 된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예상과는 달리 ‘천재’가 아닌 ‘전인全人’이었다.  개척자이며 보편주의자인 그들은 전문가의 영역 사이에 다리를 놓아 환상과 실재를 잇고, 시공간을 초월해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존재이다.  과연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사이, 이미 우리의 선배들은 그 의심을 넘어 실재하고 있었다. 


저자의 목소리는 간결하고 분명하다.  ‘천재’를 넘어 ‘전인全人’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모든 것’이 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못한다는 말 역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가는 묻는다.  현 시대에 또 다른 다빈치와 또 다른 피카소, 또 다른 파인만이 탄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겠느냐고.  나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선배들이 남겨 놓은 발자국을 묵묵히 따라 가는 것이 그 가능성을 보다 높일 수 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그러면 언젠가 뱃속에서 올라오는 형언할 수 없는 느낌으로 글을 쓰고, 검은 8분 음표가 되어 피아노를 치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거침없는 상상과 즐거운 놀이, 경계를 허무는 일상의 조크를 통해 우리는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울릴 때, 우리는 비로소 제 2의 피카소가, 제 3의 파인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우리에겐 두려움과 의심을 버리고 상상 속의 실재를 만나러 가는 일만이 남았다.   여기엔 아무런 조건이 없다.  그저 그 길을 향해 발을 뗄 수 있는 ‘작은 한걸음의 용기’만이 필요할 뿐이다.     



IP *.78.105.123

프로필 이미지
이승호
2009.02.23 08:50:55 *.107.35.44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가장 먼저 읽고 내용을 올리시다니.
짝짝짝~
프로필 이미지
2009.02.23 18:48:33 *.153.108.196
겨우겨우 시간에 맞추어 과제를 올리느라 헥헥대는 저의 모습을 비추어 보니 부끄럽네요.
부지런쟁이 나리님께 나도 박수!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84521
78 파일첨부 안되는 경우 참고하세요 file [13] 관리자 2008.12.30 9849
77 생각의 탄생을 읽고 [3] 정세희 2009.02.22 7673
76 <생각의 탄생>을 읽고 [2] [2] 수희향 (박정현) 2009.02.22 5497
75 생각의 탄생 -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 [7] 류춘희 2009.02.22 6112
74 생각의 탄생 [3] [2] 이승호 2009.02.22 6233
73 생각의 탄생 [2] 박안나 2009.02.22 5462
72 <5기2차2회> '생각의 탄생' 리뷰 [4] [1] 장성우 2009.02.22 4543
» <생각의 탄생> - 2차 과제 [2] 나리 2009.02.21 4362
70 다석 유영모 어록_두레 [1] 맑은 2009.02.20 7235
69 지식의 단련법_타치바나 타카시 [4] 맑은 2009.02.17 5404
68 구본형의 The Boss-쿨한 동행 [6] 오병곤 2009.02.16 4324
67 2차 1회- 구본형의 The BOSS 쿨한 동행 [1] 김홍영 2009.02.16 4291
66 [1주차] 구본형 THE BOSS 쿨한 동행 신아인 2009.02.16 4264
65 구본형의 THE BOSS 조영재 2009.02.16 4241
64 구본형의 THE BOSS [1] 좌경숙 2009.02.16 4220
63 [5기 2차 1회] 'The Boss 쿨한 동행 ' (리뷰 진현주... 진현주 2009.02.16 4206
62 구본형의 THE BOSS 쿨한 동행 4월하늘 2009.02.16 4220
61 구본형의 THE BOSS ★ 쿨한 동행 (김미성) 기대이상 2009.02.16 6445
60 The Boss-쿨한동행 심신애 2009.02.16 4240
59 구본형의 The Boss 쿨한 동행을 읽고 정철 2009.02.15 4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