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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2일 20시 48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저자의 기록 및 개인적 평가)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시간 대학에서 생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81년에는 맥아더 펠로우십에서 수여하는
천재 승인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는 창의력에 관해 15년 이상 연구 및 컨설팅 일을 해오고 있다.

 

그의 다른 저서로는 <발견: 과학지식의 변경에서 문제를 고안하고 풀기 Discovering: Inventing and Solving Problems at the Frontiers of Scientific Knowledge> <에이즈 다시 생각하기: 미성숙한 합의에 따른 비극적 비용Rethinking AIDS: The Tragic Cost of Premature Consensus>이 있다.

 

미셸 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생>의 공동저자이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 부인이기도 한 미셸 루트번스타인은 1081년 프린스턴 대학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공동으로 적용할 수 있는 창조적 상상력에 대해 공부하였다. 특히 그녀는 춤과 몸으로 생각하기를 배움과 창의력을 키우는데 중요한 도구로 생각한다. 최근에는 미시간 대학에서 Cultural Creativity 문화적 창의력에 대해 지원을 받으며 연구하고 있다.

 

그녀의 저서로는 역시 남편과 공동 집필한 <, 진흙, 구더기, 그리고 기타 의학적 경이들 History, Mud, Maggots and Other Medical Marvels>외 그녀 자신의 개인 에세이가 있다.

 

역자 박 종성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번역서는 누가 저자인지에 못지 않게,
누가 번역했는지가 엄청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 자신이 번역가이자 70~80명의 번역가들을 관리하는 번역 공동체의 팀장으로서, 같은 책이라도 번역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책이 만들어지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번역이란 한 국가의 문화적 지식수준을 나타내는 척도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의 번역 세계는 많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너무 많다,라는 의미이고 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사람들은 다름 아닌 날카로운 시선을 지닌 독자들이라 믿고 있다. 이 곳이 우리나라 번역업계를 논하는 자리가 아닌 만큼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생략해도 내가 왜 역자 박 종성에 대해 조사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되었을 것 같다.

 

역자 박 종성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KBS 1 라디오 프로듀서로 재직 중에 이 책을 그의 첫 역서로 번역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건, 과연 이 책이 그 어떤 번역 아카데미 과정도 듣지 않은 초보 번역가가 번역할 수 있는 책인가? 하는 의구점이었다 (영어를 잘하는 것과 번역을 잘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임을 이제쯤은 우리 독자들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었던 건, <에코의 서재>라는 출판사에의 믿음 때문이었다. (그렇다. 출판사에 따라 역자 선정 기준도 천차만별이고, 이 역시 언젠가는 독자들이 좀 더 알게 되어 우리나라의 출판 문화 수준이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이 책 다음으로 박 종성은 2008 2월 에코의 서재의 <감각의 매혹>, 2008 11월 웅진지식하우스의 <안녕하세요 기억력>이 있다. 두 곳 모두 번역가 선정에 까다로운 출판사인만큼 역자 박종성 역시 성실한 독종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다만 한 가지, 정치외교학이라는 이 책과는 다소 거리가 먼 분야를 전공한 역자가 어떻게 이 책 번역을 맡게 되었는지, 번역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지 등이 궁금했지만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나 기타 대화의 창구가 소개되지 않아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2: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인용문)

 

생각을 다시 생각하기

?  옥수수를 연구할 때 나는 그것들의 외부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안에서 그 체계의 일부로 존재했다. 나는 염색체 내부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모든 것이 그 안에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들은 내 친구처럼 느껴졌다. 옥수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이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나는 종종 나 자신을 잊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 내가 나 자신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 생물학자 바버라 매클린턱 (24).

?  다른 과학자들도 직관적으로 깨달은 후에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2단계 과정을 거친다고 말하며 매클린턱의 의견에 동의한다 (25).

?  창조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첫째, 느낀다는 것이다 (25).

?  모든 학문 분야에서 창조적 사고와 표현은 직관과 감정에서 비롯된다 (26).

?  대개 예술적인 착상은 비시각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들 역시 아인슈타인이나 매클린턱 같은 과학자들처럼 전달 가능한 표현수단으로 번역을 해야 한다 (27).

?  화가 막스 빌 역시 예술의 목적을 언급하면서, 예술이란 인간 정신의 표현이며, 마음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막연한 심상을 구체적인 형태로 가시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27).

?  시인과 작가들이 이미지와 느낌을 재현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를 과학자들과 예술가들도 경험하게 된다. 내적인 느낌을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외적인 언어로 변환 (번역)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28).

?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도전하려는 것은 느낌과 이미지와 감정의 초논리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일이다 (29).

?  초논리에 대해 현재 가장 근접한 개념은 직관이다 (29).

?  상상을 동원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 생각도구를 가지고 얻어낸 주관적인 통찰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식적인 언어로 변환 (번역)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를 통해서 그들의 생각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새로운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30).

 

상상력을 학습하는 13가지 생각도구

?  울프는 아버지가 받은 케임브리지의 교육이 일방적이고 두뇌만 집중적으로 사용토록 하여 정신을 불구로 만드는 교육이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가 받은 교육이 음악, 미술, 연극, 여행 같은 여가활동에 대한 심각한 결핍증을 불러왔고 그 결과 지적 편중과 좁은 시야를 갖게 했다는 것이다 (40).

?  실제는 예술이 어떻게 발생하고 삶과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지 우리가 이해할 때라야만 경험할 수 있다 (42).

?  상상할 수 없다면 창조할 수 없다. 폴 호건에 따르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45).

?  세상에 관한 모든 지식은 처음에는 관찰을 통해 습득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을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것들 말이다. 이런 느낌과 감각을 다시 불러내거나 어떤 심상으로 만들어 머릿속에 떠올리는 능력이 바로 형상화 (48).

?  이 감각적 경험과 감각적 형상은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창조적인 사람들은 필수적인 생각도구로서 추상화를 활용한다 (48).

?  이 단순화는 자주 패턴화와 짝을 이룬다 (48).

?  패턴을 안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첫 걸음이다 (48).

?  사람들이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말과 공식을 발견하기 훨씬 이전부터 수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의 덩어리가 솟아오름을 느끼고있었던 것이다 (49).

?  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은 뭔가를 생각할 때 자기 자신을 잊는다고 말한다. 를 잊고 그것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49).

 

생각도구 1: 관찰

?  글쓰기에도 예리한 관찰의 기술이 요구된다 (61).

?  소설가 서머싯 몸은 사람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은 작가의 필수적인 자세다라고 했는데 그 말은 사람의 외관뿐만 아니라 대화, 행동까지 관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62).

?  소설가 다프네 뒤 모리에는 그녀가 십대 시절 자기 자신과 곧잘 나누곤 했던 혼란스러운 대화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그 때 그녀는 대화자로서의 의식과 이를 관찰하는 자로서의 의식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62).

?  스트라빈스키는 진정한 창조자는 가장 평범하고 비루한 것들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를 찾아낸다라고 했다 (71).

?  생각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관찰하는 우리의 행위도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정신적 편견과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확실히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74).

?  관찰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다. 결국 관찰행위의 목적은 감각적 경험과 지적 의식을 가능한 한 가깝게 연결하는 데 있다 (74).

?  우리의 교육 목표 중 하나가 평생 배우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관찰력을 연마하는 것보다 더 좋은 훈련이 뭐가 있겠는가? (80).

 

생각도구 2: 형상화

?  형상화라는 것은 현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서부터 특이한 추상능력, 감각적인 연상에 이르기까지 망라된다 (83).

?  또한 형상화할 때 마음에 떠오른 모든 이미지들은 다른 전달 수단으로 변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전달수단은 말, 음악, 동작, 모형, 회화, 도형, 영화, 조각, 수학, 논문 등 매우 다양하다 (83).

?  심상에 의지한 사고는 시인들 세계에선 보편적인 것이다. 시인 존 드라이든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시의 생명이자 장점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도넏르 머리는 자신이 언어형사고자가 아님을 발견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사고가 언어의 기록이 아닌 어떤 보는 과정, 즉 심상에 의지하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83).

?  많은 소설가들 역시 시각형 사고자들이다.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소설이 머릿속으로 보았던것을 글로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테네시 윌리엄스는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하나의 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84).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도 그랬지만, 때때로 어떤 작가들은 소설의 아이디어가 혓바닥 위에서 녹고 있는 비스킷이나 발 아래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자갈 포장도로처럼 살아있는 감각으로부터 튀어나온다고 말한다 (92).

?  윌리엄스는 형상화를 극단에까지 몰고 간 경우다. 그는 희곡을 써나가면서 자신이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희곡을 쓸 때면 마치 불을 훤히 밝힌 무대를 보는 것처럼 모든 상황이 다 보인다. 로마에 있을 때 나는 쓴 글을 한 줄씩 큰 소리로 읽곤 했다 (96).

?  결국 상상은 경험이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101).

?  시인 에이미 로웰 역시 시 낭송을 듣거나 문학작품을 낭독하는 것 역시 형상화 기술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시 낭송이나 소설 낭독에 귀를 기울일 때 내면의 소리는 커지고 눈은 종이책에서 해방된다 (101).

?  내면의 감각을 일깨우는 다양한 방법들 (102~103).

n  첫째, 자신의 시각적, 청각적, 기타 감각적 이미지를 인식해보라.

n  둘째,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마음껏 해보라.

n  셋째, 예술을 하라.

n  마짐막으로 내면의 눈, , , 촉감과 몸감각을 사용할 구실과 기회를 만들라.

?  우리는 아직 원시단계에 있기 때문에 마음에 떠오른 모든 이미지들은 다른 전달수단으로 변환 (번역)해야 한다 (104).

 

생각도구 3: 추상화

?  진정한 의미에서 추상화란 현실에서 출발하되,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가면서 사물의 놀라운 본질을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할 일은 추상화 자체의 본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111).

?  글쓰기의 본질은 종이 위에 단어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골라내고 버리는 데 있다 (121).

?  먼저 주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라. 그 다양한 특성과 특징을 두루 생각하라. 가장 본질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잡으라. 그 다음 시간이나 공간의 거리를 두고, 추상화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거듭 생각하라 (132).

 

생각도구 4: 패턴인식

?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안다는 것. 곧 무지의 패턴을 안다는 것은 무엇을 아는지 아는 것만큼 귀중하다 (152).

?  무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무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무에 가깝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부재. 삭제된 것. 발생하지 않은 것들을 인식하고 이것들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고 허스트는 논문에서 쓰고 있다 (153).

?  무에 대한 우리의 무지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패턴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재 하는 경우와, 지각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하느냐 이다 (153).

 

생각도구 5: 패턴형성

?  지금까지 말해온 미술과 음악, 수학의 패턴형성은 다른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낱말을 결합하여 문장과 단락과 시와 이야기와 책을 만들어내는 마술을 부린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패턴들을 생성해냄으로써 글의 구조를 만든다고 말할 수도 있다 (177).

?  니보코프는 글쓰기를 맥락이 끊어진 조각 글들로 조화로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178).

?  단순한 요소들이 결합해서 복잡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패턴형성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특징이다 (179).

?  패턴 형성에서 인상적인 것은 결합되는 요소들의 복잡성이 아니라 그 결합방식의 교묘함과 의외성이다. (180).

?  패턴 형성은 모든 학문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182).

 

생각도구 6: 유추

?  나는 삶을 베낀다. 그러나 삶의 외양을 베끼는 것이 아니고 진화해가는 삶의 행보와 단계를 베낀다. ? 조각가 에두아르도 칠리다 (188).

?  유추란 둘 혹은 그 이상의 현상이나 복잡한 현상들 사이에서 기능적 유사성이나 일치하는 내적 관련성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189).

?  가장 일반적인 견지에서 유사란 닮지 않은 사물 사이의 기능적인 닮음을 말한다 (191).

?  삼백여 년 전에 프랑스의 철학자 디드로는 인간의 감각 소질을 진동하는 민감한 현에 비유했다. 그리고 진동하는 현은 다른 현을 진동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도 두 번째 생각을 호출할 수 있으며, 둘이 모여 세 번째 생각을 불러내고, 이 셋이 네 번째를 다시 끌어내는 등 계속 이어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범위나 수에는 어떤 제한도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마음의 악기는 놀라운 도약을 가능하게 하며, 불려 나온 하나의 생각은 때때로 불가해한 간격으로 배음을 시작한다하고 말했다 (195).

?  아직도 불가사의한 현상들의 비밀을 벗겨내려면 우리에게 어떤 감각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성능 좋은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해도 감각범위와 민감도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감각 기관들이 감지한 것이 우리 자신에게 전달되려면 우리의 감각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그것을 변환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196).

?  켈러가 장애인이면서도 유추할 수 있었던 것은 보고 들을 수 없었던 것과 맛, 냄새, 느낌으로 알았던 것들 사이에서 수많은 연상과 유사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지각할 수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의 유사성을 만들어내는 일은 켈러가 직접 접근할 수 없었던 광범위한 정보를 습득하는 주요한 도구가 되었다 (196).

?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유추analogy와 닮음similarity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추란 둘, 혹은 그 이상의 현상들 사이에 기능적으로 유사하거나 일치하는 내적 관련성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유추라는 용어를 비교에만 한정하고 있다. 한편 닮음이란 색이나 형태처럼 관찰에 근거한 사물들 사이의 유사점을 말한다 (197).

n  시에서 쓰이는 전형적인 비유, 예를 들면 그녀의 입술은 딸기처럼 붉다라는 표현은 유추라기보다는 닮음에 대한 범례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비유는 단순히 붉다라는 관찰적 특징을 연결시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8).

n  그러나 한 어린이나 시인이 야구공을 태양에 비유했다면 그것은 유효한 유추라고 말할 수 있다. 야구공이나 태양이나 하늘에 아치를 그리면서 솟아오르고 떨어지는 공통점을 지닌다 (198).

?  전반적으로 많은 철학자들은 유추를 비논리적이고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으로 평가 절하한다. 그러나 오히려 유추가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것이기 때문에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들 사이의 다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불완전한 일치라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유추는 기존의 지적 도구로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이해의 세계로 도약하도록 우리를 도와준다 (198).

?   유추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유사성을 드러내서가 아니라 추상적 기능 간의 드러나지 않은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199).

?  유추라는 수단에 의해 과학자나 화가는 자연의 두 모습인 두 개의 현상을 병치 시킨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로 녹여 붙인다. 이것은 창조의 행위이고 거기에서 독창적인 사고가 탄생한다. 독창적 과학과 독창적 예술은 그런 점에서 모두 같다. (202).

?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시인은 객관적 세계가 아닌 주관적 세계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넓어지기를 원한다. 그러면서 지적, 정서적 연상을 동원해서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의 유사성을 찾으려 한다. 이 점에서 은유는 단순한 유추와 구별된다 (202).

 

생각도구 7: 몸으로 생각하기

?  형을 뜨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대한 완전한 지식이 필요함은 물론 인체의 모든 부분에 대한 심원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 (214).

?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에 의하면 지속적인, 그러나 무의식적인 감각의 흐름이 우리 몸의 동작 부위에서 나온다라고 한다. 이 감각의 흐름이란 우리가 6 혹은 비밀의 감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217).

?  생각하고 창조하기 위해 근육의 움직임과 긴장, 촉감 등이 불려나오는 순간이 바로 몸의 상상력이 작동하는 때다 (218).

?  우리는 모두 마음에서 기인한 몸의 고통이나 쾌락을 겪은 적이 있다. 그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걸 보면 마음과 장, 표정 사이에 강력한 해부학적 연계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28).

?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감정과 내장의 해부학적인 연계성이 직접적이며, 이 연계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밀접하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좋거나 싫을 때 느끼는 감정, 행복감이나 비애감을 느낄 때 마음은 실제로 내장에 연결되고, 내장은 다시 마음이나 근육과 통하게 된다. 마음과 몸은 하나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상호연계성을 어떻게 이용하고 촉진시켜야 할지를 배워야 할 것이다 (229).

?  고유수용감각적 사고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사물에 대한 우리의 느낌에까지 확대된다 (229).

 

생각도구 8: 감정이입

?  음악을 해석할 때는 자기 자신을 다른 모습으로 바꿈으로써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 (240).

?  무용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몸을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 (240)

?  감정이입을 하면 침팬지의 태도나 작은 변화를 나타내는 미세한 신호를 보다 잘 감지하게 된다. ? 동물학자 제인 구달 (240).

?  어떤 동물을 연구할 때마다 나는 그 동물이 되었다. 나는 그들처럼 생각하고 느끼고자 했다. ? 동물학자 데스몬드 모리스 (240).

?  배우는 스스로 극중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인물이 행동하는 것처럼 연기하게 된다. ? 연극연출가 콘스탄틴 스타나슬라브스키 (241).

?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것이다. 철학자 칼 포퍼는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을 공감적인 직관 혹은 감정이입이라고 보았는데, 이것은 문제 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의 일부가 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감정이입적 상상력을 촉진하고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연극경험이나 문학적 소양이 도움이 된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 가장 완벽한 이해가 가능해지기 대문이다 (241).

?  작가는 묘사하고 있는 인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껴야 한다 (242).

?  소설가 조지 엘리어트는 글이 가장 잘 써질 때가 작중 인물의 감정에 완전히 지배될 때였다고 말한다 (242).

?  해석자는 반드시 자신의 모습을 다르게 바꿈으로써 낯선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243).

?  감정이입이야말로 자신이 도움을 주는 관계를 움직여나가는 데 있어서 중심이 되는 기술이다라고 펜실베이니아 주립의대 교수인 E.A.바스티안은 말한다 (245).

?  그들은 (의사들은) 크나큰 동정심을 가지고 환자들을 대할 때 환자들이 기꺼이 낯선 자신들에게 증상과 비밀을 털어놓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야만 듣고 싶지 않는 진단결과나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는 절차에도 협력하려 하고, 숨기고 싶은 몸과 마음을 기꺼이 열어보인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245).

?  선 불교의 철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물들이 타자가 아닌 것처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신과 관련 있는 모든 예술, 조경, 회화, 드로잉, 건축, 다도 등은 자연과의 감정이입능력을 요구한다 (247).

?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외부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만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되며 타인의 내부에서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감정이입은 형상화나 고유수용감각적 사고와 차별화된다. 감정 이입은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감정이입을 이해하는 열쇠는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248).

?  감정이입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해 독일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다음과 같이 썼다. 감정이입은 자신의 느낌을 가지고 어떤 대상, 예컨대 기둥이나 수정 혹은 나뭇가지, 심지어는 동물이나 사람들의 동적인 구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며, 스스로의 근육감각을 통해 대상의 짜임새와 움직임을 이해하여 그 구조를 내부에서부터 추적해가고자 하는 것이다. 감정이입은 자신의 위치를 여기에서 저기, 혹은 저 안으로 옮겨놓고자 하는 것이다 (248).

?  비슷한 시기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감정이입을 통해야만 가장 중요한 통찰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절대로의 도달은 오직 직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반면 그 나머지 지식은 분석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여기서 직관을 공감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그것을 이용해 우리는 자신을 어떤 대상의 내부로 옮겨놓을 수 있으며 거기서 우리는 대상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질과 공존하게 된다라고 주장한다. (248).

?  저명한 철학자 칼 포퍼는 더 나아가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사람이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 공감적인 직관 혹은 감정이입이라고 본다. 문제 속으로 들어가서 그 문제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248).

?  최고의 전기 작가들 역시 감정이입을 통해 정서적이고 지적인 이해를 촉진시킨다. 그들은 자신이 다루는 주인공의 마음, 다시 말해 그들의 생각과 감정, 심지어는 몸의 감각까지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이 보았던 것과 똑 같은 방법으로 사회와 현상으로 보려고 한다. 토머스 쇠더크비스트의 말이다 (251).

?  예술가들 역시 유기체적인 느낌에 의지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종종 작업 중에,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사물이 될 때까지 계속 앉아서 그것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다 (261).

?  중국과 일본의 화가들은 수천 년 동안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감정이입의 직관력을 배양해왔다. 900여년 전 중국의 소동파는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대나무가 내 속에서 자라나게 해야 한다. 손에 붓을 쥐고 눈으로 집중을 하면, 그림이 바로 내 앞에 떠오른다. 그럼 그것을 재빨리 잡아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냥꾼을 본 토끼처럼 그림이 잽싸게 사라진다라고 말하고 있다 (262).

?  우리가 자신이 아니고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 가장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시스템 내에서 특정 부분을 맡아 기능하고 연기한다는 것은 이해를 축조하는 일이다. 사실 감정이입에 관해서라면 세상 전체가 그 대상이 되는 무대인 셈이다 (264).

 

생각도구 9: 차원적 사고

?  조각이 평면 예술보다 어려운 것은 3차원적인 형태에 감응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색맹인 사람보다 형태맹인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 조각가 헨리 무어 (266).

?  내가 본 꽃을 그대로만 그렸다면 아무도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꽃이 작은 만큼 그림도 작게 그렸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그 꽃이 나에게 의미하는 것을 그려내려고 했다. 나는 꽃을 아주 크게 그렸다. 사람들은 놀라서 그림을 바라보았고, 그걸 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내가 꽃 속에서 본 것을 아무리 바쁜 뉴요커들이라 하더라도 시간을 들여 보게 만들었다. (280).

?  우리가 사는 공간도 매우 제한적이지만 우리는 또한 극히 작은 시간 영역 안에 살고 있다. 분야에 따라 활용하는 시간의 스케일도 달라 진다. 거의 영구적인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주 비행사와 지리학자의 영역에 있으며, 1조분의 1초 시간대에 발생하는 것들은 물리학자의 세계에 속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한쪽으로는 초 시간단위에, 다른 한쪽으로는 년 시간단위에 구속 받으며 살아간다. 모든 음악은 분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스케일의 문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는 다른 스케일을 가진 우주에서는 다른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시간에 관한 것이건 물질에 관한 것이건 스케일이 다르면, 그것들은 다른 종류의 현상, 다른 유형의 문제, 다른 물리적, 생리적, 지각적 개념들과 마주치게 한다 (281).

?  우리는 시간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시간 역시 우리가 취하는 크기와 시각에 따라 다르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통로, 혹은 제 4차원이라고 불리는 것을 보여 주었는데, 이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관찰자와 관찰 대상의 움직임에 따른 상대적인 것이다 (282).

?  시간의 탄성을 경험하기 우주 끝까지 로켓을 타고 여행할 필요는 없이 일상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바쁜 일에 매달려본 경험이 있다. 일을 하다 문득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면 도대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버렸는지 알 수 없었을 때가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주 지루해서 1초가 1분 같고 1분이 한 시간같이 느껴지는 때도 있었을 것이다 (282). 

?  우리는 잘 때나 명상을 할 때 시간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 (282).

?  헨리 무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3차원 물체를 완전히 지각하지 못하며, 그렇기 때문에 조각이나 건축물을 만드는 일은 고사하고 그것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조각 작업은 3차원 형태에 감응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그래서 아마도 조각이 모든 미술 분야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분야가 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확실히 조각은 2차원으로 이루어진 것, 평면적 형상이나 그 감각과 결부된 다른 어떤 예술보다 더 어렵다. 색맹인 사람보다 형태맹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285).

?  형태맹이라는 말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피에트 몬드리안에 의하면 평면적 시각이미지는 한 가지 관점에서만 유효하며 오직 한 사람의 감상자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에 조소나 디자인은 감상자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아야 하며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감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286).

?  그러나 다차원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은 예술의 범주를 뛰어넘는 중요성을 지닌다. 그 이유에 대해 몬드리안은 이와 같이 주장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의 위치에만 얽매이지 않고 가능한 모든 위치에서 사물을 보려고 한다면, 즉 보편적으로 사물을 보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단 한가지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게 되지 않는다. (286).

 

생각도구 10: 모형 만들기

?  오늘날 사람들은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에만 익숙해질 뿐, 진짜 금속을 만져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태도는 미래에 재앙을 몰고 올 것이다 ? 소설가 아서 클라크 (294).

?  모형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새로운 생각의 탄생 과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 생화학자 리누스 파울링 (295).

?  우리가 정치학이나 역사, 인류학을 배울 때 전투과정이나 건축양식의 혁신, 전통의술의 효능, 경쟁적인 경제활동의 결과물, 종교의식 등의 목적을 물리적, 기능적, 이론적인 모형으로 만들어 배운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295).

?  모형은 해당 대상의 구조와 기능에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소만을 추출한 것이다. (300).

?  모형만들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 책에서 다루어온 많은 생각도구들보다 상위에 있는 한편, 그것들에 의존하고 있는 생각도구다 (302).

?  피카소의 말대로 어떤 대상의 모형을 만드는 일은 그것을 소유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귀스트 로댕 역시 예전 시대 조각품들의 모형을 곧잘 만들곤 했는데, 그것들의 본질을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도 우울한 십대 시절에 모형 성곽을 즐겨 만들었다. 그는 그것을 통해 다른 시간과 다른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그 안에서 성장하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이루어나가고자 했다고 말한다. 조각가인 헨리 무어는 모형 만들기가 자신에게 전능한 힘을 부여한다고 말한다. 나는 손바닥 크기의 모형을 즐겨 만들었는데 이것을 돌리고 다듬다 보면 마치 내가 신이라도 된 것 같았다. 이들 모두는 모형 만들기가 어떤 기예나 학문에 대한 크나큰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302).

?  작가들은 허구적 인물과 사건을 가공해내기 위해 지인들과 직, 간접으로 경험한 상황들 속에서 표상적이고 때로는 기능적인 모형들을 찾아낸다. 그들은 또한 작품 구조를 세우기 위해 앞선 작가들의 작품에서 이론적 모형을 구하기도 한다 (303).

?  화가들도 유사한 표상적 모형을 활용한다. 시각예술에서 가장 흔한 모델링의 형태는 사전 스케치이다. 극소수의 화가만이 캔버스에 직접 그린다 (304).

?  스케치는 화가의 생각을 줄여 일정한 물리적 크기 안에 담아낸 것이다. (305).

?  모형은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생각이나 개념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311).

 

생각도구 11: 놀이

?  나의 작업은 예술이 아니라 놀이에 가깝다- 화가 모리츠 에셔 (323).

?  놀이에는 분명한 목적이나 동기가 없다. 놀이는 성패를 따지지 않으며, 결과를 설명해야 할 필요도 없고,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상징화되기 이전의 내면적이고 본능적인 느낌과 정서, 직관, 쾌락을 선사하는데, 바로 그것들로부터 창조적인 통찰이 나온다. 놀이는 우리 자신만의 세계와 인격, 게임과 규칙, 장난감, 퍼즐을 만들게 하여 지식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통해 새로운 과학과 예술이 가능해진다 (323).

?  놀이는 단순히 즐기는 것, 즉 어떤 부담이나 책임감을 크게 느끼지 않고 그저 무엇인가 하거나 만드는 즐거움의 추구 아니던가? 그러므로 놀이는 성패를 따질 수 없으며, 결과를 설명해야 할 필요도 없고,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도 아니다 (327).

?  어떠한 구분, 경계, 난공불락의 진실, 용도의 한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이를 하는 것은 각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람들이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태도다. 문법이 와해되고 논리가 전도되며 인식에 혼란이 오는 순간 우리는 게임이 시작되고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안다 (335).

?  놀이에 있어서 유일한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을 할 만큼 충분히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46).

?  우리가 플레밍이나 파인먼, 혹은 콜더나 모차르트에 매혹되는 이유는 어떤 면에서 그들이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T.H 헉슬리의 말을 빌자면 그들은 어린아이들처럼 자연을 대했다. 이들에게 모든 것은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흥분되고 신선한 것이었다. 관습적 태도나 사고, 행동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들 모두는 파인먼식으로 말하면 창조적 무책임성을 스스로 키웠고 그것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웠다 (346).

?  만일 당신이 야외활동을 좋아한다면, 빗속에서 철벅거리거나 진흙탕에서 장난치면서 원초적 충동과 감각이 마음껏 활개치도록 내버려 두어라 (347).

?  놀이는 상징화되기 이전의 내면적이고 본능적인 느낌과 정서, 직관, 쾌락을 선사하는데,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창조적인 통찰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창안자가 될 수 있다. 규칙에 얽매인 일이 우리가 원하는 통찰이나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할 때, 관습적인 생각이나 행동, 지식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의 장애가 될 때, 놀이는 이 모든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하는 재미있고 위험 없는 수단이 되며, 압박감을 주지 않는 학습과 공포를 유발하지 않는 탐험의 방식이 된다. 놀이는 우리 자신만의 세계와 인격, 게임과 규칙, 장난감, 퍼즐을 만들어내게 함으로써 지식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이것들을 통해 새로운 과학과 예술이 가능해진다 (347).

 

생각도구 12: 변형

?  변형적 사고는 음악, 유전자, 전신, , 수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메타 패턴을 드러낸다 (353).

?  현실세계에서 창조적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규정할 때, 그 문제를 조사할 때, 그리고 해답을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표현할 때 적합한 생각도구들을 동원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여러 가지 생각도구를 연속적, 혹은 동시에 사용하여 생각도구끼리 영향을 주고받거나 작용하게 하는 것을 가리켜 변형 혹은 변형적 사고라고 부른다. 변형적 사고는 상이한 분야를 연결해주는 메타패턴을 드러내주어 특정 영역에 치우친 사고보다 더 가치 있는 통찰을 낳는다 (353).

?  어떤 종류의 창조적 노력이든 간에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항상 어떤 구상이나 통찰이 다수의 생각 도구들을 거쳐 변형되고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표현매체로 변환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360).

 

생각도구 13: 통합

?  과학자는 우주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보고, 시인은 시간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느낀다. ?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388).

?  스트라빈스키 음악에서 느껴지는 그 푸르름과 투명함은 아주 세련되고 아름다운 17세기 중국을 생각나게 한다. ?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388).

?  통합적 이해는 감각적 인상과 느낌, 지식과 기억이 다양하면서도 통합적인 방법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389).

?  상상하면서 분석하고, 화가인 동시에 과학자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최고의 상태에 이른 종합지적인 사고의 모습이다 (389).

?  나보코프는 자신이 가진 여러 겹의 의식을 우주적 동시성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감각과 의식이 서로 맞물릴 때 내면은 우주와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흘러 넘쳤다. 그 순간 그는 과학자는 우주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보고, 시인은 시간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느낀다라고 믿게 되었다. 모든 감각과 모든 의식은 모든 앎이 되었으며 이 감각과 의식과 앎은 합쳐져서 그의 상상력으로 가득 찬 작품들의 원천이 되었다 (390).

?  종합적 이해는 감각적 인상과 느낌, 지식과 기억이 통합적인 방법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391).

?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시각과 소리, 그 밖의 다른 모든 감각들이 서로 뒤섞인다. (393).

?  이 외에도 그는 특정한 색에서 연상되는 음의 종류에 대해 추가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남색은 플롯, 파란색은 첼로, 검은색은 베이스, 하는 식으로 말이다 (394).

?  흥미롭게도 시인이자 소설가 메이 사턴은 자신이 쓴 시와 소설에 맞는 음조를 찾고 있다. 또 극작가 해럴드 핀터는 나는 글을 쓰면서 계속 음악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395).

?  차에 적신 마들렌느 과자를 한 입 베어 문 것에 관한 돌연하고도 강렬한 기억을 묘사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타난 묘사는 연상적 공감각의 원형이라고 할 만하다. 주인공에게 차에 적신 과자의 냄새와 맛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시간과 경험의 모든 부분에 연결된 생생한 감각적 세부들을 일깨워준다 (397).

?  신경생물학자 사이토윅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공감각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정상적인 뇌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의식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398).

?  철학자인 스티브 오딘은 일본의 문화를 주목한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화가와 철학자들이 공감각을 가장 고급한 형태의 미적 체험으로 여겨왔으며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배양해왔다. 다도 같은 전통 의식은 음식과 도자기 예술, 실내장식, 조경, 동작법이 결합되어 있다. 이 의식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미각, 촉각, 후각, 시각, 청각, 고유수용감각을 고양시키고 있다. 오딘의 말을 빌면 감각들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색, 소리, , , 감촉, 온도감각 등 모든 감각들이 섞이면서 느낌의 연속체로 융합된다라는 것이다 (398).

?  우리는 어떤 체험이 공감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에 비로서 진정 자신을 잊고 그것 (체험)과 일체가 된다 (401).

?  통합이라는 말에는 감각적이거나 미학적인 것 이상의 큰 의미가 담겨 있다. 나보코프와 라이트힐 모두 공감각은 사물을 한가지의 지각양식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의 경험과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열쇠와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이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올더스 헉슬리의 정의를 차용할 수 있다. 그는 아는 것은 수동적인 것이며, 이해한다는 것은 앎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401).

?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감각적으로 경험한 것을 능동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402).

?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감각융합능력을 키우건 안 키우건 간에 생각이라는 것은 감각과 지식 사이에 만들어지는 결합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감각 기관들이 따로따로 지각작용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것들을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통합하고 조정해야 한다 (403).

?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의 모든 감각은 마음과 협력한다. 그것은 마음과 육체가 협력해서 동작의 균형을 취하게 하는 것과  똑같다 (404).

?  이제 우리는 세계를 복합적이면서 동시적으로, 그리고 교차감각적으로 지각하고 이해한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404).

?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항상 여러 가지 방식을 동원해서 감각과 인식을 동시에 결합한다 (406).

?  마음과 몸은 별개의 것이 아닌 하나다. 감각과 감성은 분리될 수 없다. (406).

?  상상하면서 분석하고, 화가이면서 동시에 과학자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종합지적인 사고의 모습이다 (408).

?  새로운 인간은 지각과 분석의 대상이 되는 외부세계와 느낌과 정서를 담고 있는 내부세계를 융합해낼 수 있다. (411).

?  우리에게는 통합적인 마인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오늘날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 중에서 단일한 학문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분석적이건, 정서적이건, 아니면 전통적이건 한 가지 접근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412).

?  <비상사태에 처한 인간성>이라는 에세이에서 버크민스터 플러는 진화과정에서 과도한 전문화와 분화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철학자이면서 과학적인 사람, 즉 종합적 이해력을 갖춘 사람이지 세분화된 고급 기술만을 구사하는 기술자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412).

?  세계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은 오직 전인만이 해결할 수 있다. 그는 기술자, 순수과학자, 예술가 중 하나만 되는 것을 드러내놓고 거부하는 사람이다.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그 필요성은 분야의 수많은 저명 인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종합지는 이상이나 꿈이 아니다. 그것은 당위이며 필수다 (412).

 

전인을 길러내는 통합 교육

?  창조적인 사람들의 감정과 이성을 들여다본 결과, 우리는 상상력이 생각도구의 숙달과 종합지적인 이해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구에 의해 길러지고 연마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현재의 교육에서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416).

?  통합 교육이 지향하는 8가지 기본 목표 (415~420쪽 중에서)

n  첫째,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창조의 과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u  능동적 이해는 수동적 지식을 포섭해서 그 위에 스스로를 세우는 것이다.

n  둘째, 창조 과정에 필요한 직관적인 상상의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u  모든 분야에서의 창조적 사고는 논리나 언어가 아닌 형태로 출발한다.

u  생각하는 것은 느끼는 것이고, 느끼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n  셋째, 예술과목과 과학과목을 동등한 위치에 놓는 다문학적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u  과거를 돌아보면 예술이 융성하던 시절에 수학이나 과학, 기술도 꽃을 활짝 피웠다. 미래에도 그것들은 흥망을 같이 할 것이다.

n  넷째, 혁신을 위해 공통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교과목을 통합해야 한다.

u  지식을 파편화시키고 자신의 분야 밖에서는 소통할 수 없는 전문가만 양성하는 교양과목과 과학 과목을 가르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

u  지식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교육은 그 줄기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 공통의 핵심으로부터 큰 가지, 잔가지, 잎사귀들이 뻗어나오기 때문이다.

u  사고하기 위한 도구들도 이 핵심에서부터 나오며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공통의 언어를 제공해서 혁신과정에 대한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게 하고, 그들 각자의 창조적 작업들을 연결해준다.

n  다섯째, 한 과목에서 배운 것을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u  응용할 수 있는 지식과 마찬가지로 생각도구들도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n  여섯째, 과목 간의 경계를 성공적으로 허문 사람들의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u  학생들은 모든 정신적 창작물 뒤에 육체를 가진 인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들도 창조행위를 할 수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u  모든 교과목에서 수많은 혁신가들이 혁신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이 다양한 분야의 개념과 도구들을 융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n  일곱째, 모든 과목에서 해당 개념들을 다양한 형태로 발표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n  여덟째, 상상력이 풍부한 만능인을 양성해야 한다.

?  이들은 전문가가 아니고 전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대한 관심사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그것 때문에 자신의 분야에 공헌할 수 있었다 (425).

?  박식가는 중요한 단계에서 지식활동을 제어할 줄 알고 지식들 간의 근본적인 연관성을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426).

?  그러나 심리학자들의 오랜 관찰 결과를 보면, 혁신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보다 광범위한 지식 활동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활동에 필요한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26).

?  시인 게리 스나이더의 예를 들자면, 그는 아주 뛰어난 정비공이나 요리사는 시의 대가 못지않게 시작에 대해 가르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부품이나 재료를 다루고 작업을 하려면 머리 쓰는 법을 배워야겠죠. 여러 가지 것들을 조합하거나 조립하는 법도 알아야 할 테고요. 이게 바로 진짜 유추라는 겁니다. 대가는 어디서나 대가입니다 (427).

?  박식과 상상력은 서로 동반한다. 경험을 변형할 줄 알고 지식을 통합할 줄 아는 전인들만이 우리를 종합지의 세계로 이끌 수 있다.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의 말을 빌면 종합지의 세계는 자연 속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진정한 이해의 영역이다 (427).

?  우리에게는 박식가와 개척자가 필요하다. 그들은 상상력이 발흥하는 때가 언제인지 아는 사람들이다 감각적 체험이 이성과 결합하고, 환상이 실재와 연결되며, 직관이 지성과 짝을 이루고, 가슴 속의 열정이 머릿속의 열정과 연합하고, 한 과목에서 획득된 지식이 다른 모든 과목으로 가는 문을 열어젖히는, 그런 때를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429).

?  그러므로 교육의 목적은 전인을 길러내는 데 있어야 한다. 전인이야말로 축적된 인간의 경험을 한데 집약하여 전인성을 통해 한 조각 광휘로 타오르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통합교육이 이루고자 하는 바른 오로지 그것 하나이다 (429).

 

 

3: 내가 저자라면 (주제 및 주제구성 / 감동적인 장절 / 보완점 평설)

 

3-1. 주제 및 주제 구성

이 책의 주제는 전문적 지식은 늘어나지만 학문적 교류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지식의 풍요 속에 암흑기를 맞고 있는 현 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책으로 지식을 재통합할 수 있는 신르네상스인을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신르네상스인이 되려면 창조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하기에, 동서고금 천재적 사고로 유명한 많은 이들의 사례를 예로 들면 13가지 생각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

 

주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느낌은 산해진미가 가득 쌓인 부페 레스토랑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례를 넘나들며 설명하기 때문에 책 한 권이 그대로 내 것이 된다는 느낌보다는 책 한 권 중에서도 골라 먹어야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직 인문학 서적에 대한 내 깊이가 얕아서인지, 나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사례가 널려있는 부페식 레스토랑보다는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양은 적어도 아주 맛있는 음식으로만 짜여진 레스토랑이 훨씬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13가지 생각도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및 통합. 이 역시 전반적 느낌과 비슷했다. 정말 감동적으로 깊이 다가오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응용화하기 어려운 장도 있었다.

 

그러나,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스트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읽었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감동적이고 나를 뒤흔든 몇몇 장들은 지적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3-2. 감동적인 장/

1 생각도구, 관찰. 나 역시 어릴 때 다프네 뒤 모리에처럼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가상의 상대를 만들어 놀기도 하였다. 중학교 때부터는 그러한 행동이 어쩐지 정상적인 것 같지는 않아 더 이상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것이 나와 주변 사람들 그리고 주변 세계를 관찰하는 작가들이 흔히 행하는 아니 꼭 필요한 세상에의 관찰임을 알게 되었다. 이 페이지를 읽은 데 마음 저 밑바닥이 괜히 기뻤다. 그래, 내겐 작가적 소질이 있었던 게야. 내가 늘 꿈꾸던 작가가 될 수 있어.

 

다음으로, 2 생각도구, 형상화. 찰스 디킨스는 자기가 본 것을 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고 한다. 나 역시 아무리 짧은 글을 쓰거나 가벼운 글을 쓸 때라도 무의식적으로 어떤 장면을 떠올리거나 대화체를 끌어다 쓰는 것을 즐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칼럼을 쓸 주제가 막 떠오르며, 그 역시 선명한 한 장면으로 일주일 내내 내 머릿속을 멤돌았다. 그러면서 서서히 내 피가, 내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변 세계에 대한 관찰이나 형상화를 좀 더 깊이 파고들어도 좋겠다는, 어쩐지 벅찬 감동 같은 것을 느꼈다.

 

재미있는 건, 4, 패턴인식과 5, 패턴형성 그리고 6장 유추는 글쟁이로서의 나보다는 비즈니스맨의 나에게 더 어울리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역시 내 안에는 글과 비즈니스라는 커다란 두 세계가 공존하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일을 하다 보면 A라는 일에는 어떤 패턴이 있는지, B라는 일에는 어떤 패턴이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파악해서 그 두 가지로부터 C라는 일을 기획하는 것을 아주 즐긴다. 지금까지는 비즈니스에 대한 내 자질을 외면하며 피하려고만 했었는데 꿈벗을 다녀오면서부터는 서서히 그런 나까지도 즐겁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이 책에서 말하는 패턴인식과 패턴형성 그리고 유추라는 생각도구를 비즈니스 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스쳐 지나갔다. 이 역시 즐거운 부분이었다.   

 

다음으로 감동적인 장은 제 8, 감정이입이었다. 이 장은 작가로서의 나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나로서도 깊이 빠져들어 읽었던 장이었다. 앙리 베르그송의 말처럼 통찰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이 타인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선불교의 말을 빌자면 자기 자신, 즉 자아를 내려놓는 일이될터이고. 이는 인간세계를 꿰뚫어보는 작가의 시각을 기르기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성숙한 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제 13장 역시 8장과 비슷한 이유에서 내게는 감동적인 장이었다. 개개인이 자신의 전문분야만이 최고라 내세울 때, 그 사회는 진정 작가의 말처럼 지식의 풍요로움 속에서 암흑기로 빠져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 분야를 통합할 수 있는 신르네상스인을 기대하는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는 여전히 아쉬웠다.

 

3-3. 보완점 평설

일단 위에서 말한 것처럼 주제를 풀어나가는 구성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너무 방대하고, 너무 다양해서,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둘째, 작가가 주장하는 바가 각 전문분야를 통합할 줄 아는 신르네상스인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예술가가 과학 분야를 알아야 하고, 수학자가 시인이 되어야 할까? (물론, 시인이 꼭 물리를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사고의 원천이 그러하다는 것은 나 역시 잘 이해했다).

 

, 내가 제기하고 싶은 의문점은, 13가지라는 생각도구를 펼치며 습득해야 하는 것이 결국 각 전문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 인간이라면, 이는 창조적인 인간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그야말로 생각하는 인간에 더 집중해야 하고, 그렇다면 그것은 어릴 때부터 인문학에 뿌리를 둔 책 읽기와 글쓰기로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저자가 과학 분야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너무 그 쪽으로 치우져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하자면, 난 이 책이 다루는 출중한 주제에 비해, 흩어놓은 것 같은 구성이나 방대한 사례가 못내 흡족하지 못한 것 같다 (비록 저자는 계속 분야를 넘나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서도!).

 

그러므로 내가 저자라면, 난 이 책을 적어도 2~3권으로 분리해서 낼 것 같다. 아직 그만한 역량이 되질 못해 어떻게 분류할지까지는 정확히 집어내지 못하겠으나, 최소 인문학에 뿌리를 둔 하나의 주제아래, 거기에 필요한 생각도구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식이다. , 독자층에 맞게 좀 더 세분화해주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것이 커다란 기대감을 갖고 이 책을 샀지만 정작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지 못해 높은 벽만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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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08:38:19 *.78.105.123
수희향님^^ 저는 개인적으로 글의 내용보다는 편집해 정리하신 모양새에 훨씬 마음이 끌리네요. 제가 글을 쓰면서 항상 불만이었던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거든요. 일목요연하게 분류하고 보기 쉽게 내용을 정리하여 누가 봐도 한눈에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게끔 만드는 힘!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하나의 책을 읽고도 이렇게 다양한 관점과 방향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재밌고 흥미롭네요.
저도 이제 주절주절 많은 내용을 생각없이 풀어 놓는 게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돈하여 이야기 해야 할 듯 합니다. 많이 보고 배울게요!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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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11:42:30 *.255.182.40
제 직장생활 중 가장 어려웠던 상사님께서 가르쳐주신 거에요 ㅋㅋㅋ
그러게요. 특히 이번 책은 책자체가 워낙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어서 그런지
감동받은 부분도 제각기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나리님도 화이팅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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