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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5일 10시 04분 등록
병사와 소녀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 마벨 피에롤라 그림 / 김정하 옮김 / 문학과 지성사 출판


오늘은 8월 15일.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날이네요.
<병사와 소녀>는 전쟁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병사와 적군, 그리고 작전을 지시하는 사단 사령부, 평화 협상이 이루어지는 장소, 그리고, 각국의 권력자에게 차관을 대주는 다른 나라의 권력자 이야기.
그리고, 또 전쟁이 없는 평화시기에 사는 대가족의 이야기.

책에서 각자의 입장에서 하는 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감정상태인지 기억하고 싶어서 내용을 베껴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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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_6.jpg



* 맨 앞쪽에 나오는 헌사 혹은 감사의 글
이 이야기는 엘 로토의 그림에 담겨 있는  사상을 기초로 태어났다.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수많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병사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 


==

엘로토 El Roto는 1947년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만화가 안드레스 라바고의 필명으로 변증법적 철학을 담은 그림들을 주로 그렸다. '엘 로토'라는 말은 남미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 --> 하나의 예술작품이 다른이의 가슴으로 날아들고, 그것으로 다른 예술가가 또 다른 행위를 하면서 또 다른 이의 가슴으로 날아든다. 엘로토의 그림에서 작가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가 이야기를 쓰고, 나는 지금 조르디의 이야기와 마벨 피에올라의 그림으로 병사와 소녀의 이야기를 접한다.  이러한 전달이 아름답다. 

이야기 속에서 소녀는 병사가 죽음에 대해서 알아들을 만한 사람이라서, 그리고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전해준다. 병사는 새로 얻은 목숨으로 평화를 전한다.  전쟁터가 아닌 침대에서 죽는다.  어떤 죽음도 평화로울 수 있다고 얘기한다. 

==
이 책의 구성은 각장이 문양이 들어가면서 나뉘어져 있다. 각장에 제목은 붙어있지 않았지만, 나중에 기억하기 쉽게 나름대로 붙여 보았다.

1장 : 병사와 소녀
5. 진흙으로 뒤범벅된 병사는 두려움에 떨며 눈을 들어 땅을 바라 보았다. 
방금 전 전투에서 목숨을 건졌지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쪽이 자기 편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연기가 천천히 피어 올랐다. 폭탄이 폭발하면서 생긴 구덩이 속으로 떨어져서 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첫 번째 문장, 첫 번째 문단

7. 총알이 보였다.
검은 은빛 주사위같이 생긴 총알이 그의 이마를 향해서 빠른 속도로 똑바로 날아오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물러나려고 했찌만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기도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울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때 총알이 멈워 섰다. 
그의 얼굴 바로 앞 심오, 이십 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병사는 눈을 깜박거렸다.
이제 아무 소리도 들이지 않았다. 금방 전쟁이 멈춰 버린 것 같았다. 연기도 피어오르지 않았다. 번쩍이던 빛도 멈추었다. 
고동치던 심장 소리조차 멈춰 버렸다.
일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자신의 생이 마감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순간 눈앞에 한 소녀가 나타났다. 
* 1장 끝트머리. 소녀의 등장.
여기서 소녀는 '죽음'이라고 한다. 

2장. : 죽음의 실체
11. 소녀는 손에 꽃을 들고 있었다. 
"누구........지?" 병사가 물었다.
"죽음이에요." 소녀가 말했다.
조용하지만 않았어도 병사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뭐라고?"

12. "그렇지만 나는 죽음이 어떤지 알고 있어. 죽음은 어두워. 칙칙한 담요로 덮힌 해골과 같을 거야. 텅 빈 듯한 커다란 눈을 갖고 공허한 미소를 짓는 해골 말이야. 게다가 죽음은 손에 꽃을 들고 있지는 않아. 해골을 거두어들일 긴 낫을 들고 있지."

13."그들은 어저씨가 무엇인가를 위해서 싸운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이제 아저씨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서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것이 아젔의 의무라고 말했지만 이제 아저씨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나보고 무시무시하다고 했지만 나는 부드러워요."

14. 소녀는 병사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아저씨에게 거짓말을 한 거예요."
그들은 아저씨를 속였어요.
이상한 말이었다.
그러나 소녀의 말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

3장 : 어린 병사(적)
17-18. 적의 군복을 입은 다른 병사가 보였는데 그도 자신과 똑같이 더러웠으며, 아직도 허물어져 가는 참호에 기대어 총구를 겨냥하고 있었다.
"누구지?"
"당신에게 총을 쏜 병사예요."
미움이 솟아 올랐다.
단순한 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왜 우는 거지?"
"당신에게 총을 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믿어지지 않아."
"믿어야 해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모든 것을 다 알아요." 소녀는 부드럽게 병사를 바라보았다. 
"무얼 안다는 거지?"
"저 병사는 어제 급하게 전선에 도착했어요. 그는 열여덟 살이고 당신처럼 평화를 사랑해요. 오늘까지 아무에게도 총을 쏘아 본 적이 없고 아무것도 죽여 본 적이 없어요. 당신이 저 병사의 첫 번째 희생물인 셈이지요."
"그러면......"
"당신 때문에, 그리고 자신 때문에 울고 있는 거예요."
"그렇지만 이건........ 전쟁이야."
그들은 아저씨를 속였어요.
"적이란 사악하고 천박하고 인정도 없이 잔인하고 피에 굶주리고 증오로 가득 차 있다고 그들이 말했지요? 아저씨와는 다르다고 했지요?"
"그랬지."
적군의 눈물을 보았다. 적군 병사 역시 자신만큼이나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살았잖아." 병사가 슬픔에 잠겨 말했다.
"내일 나는 저 병가에게로 가야 해요." 소녀가 말했다.
"아!"

4장. 적의 참호 속 병사들
21-22. 병사는 수류탄을 던지고는 달렸었다.
"저들을 보세요."
"왜?"
"이제 진실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을 보았다. 이제 그에게는 몇 분 전에 느꼈던 공포도, 요 며칠 동안 느꼈던 미움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적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살펴보니 그들도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몇몇 병사들은 수류탄이 터지자마자 죽었다. 몇몇은 좀더 시간이 지난 뒤에 죽어갔다. 한 병사는 자신의 팔에서 떨어져 나간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펼쳐진 손은 그 병사 바로 앞에 떨어져 있었다. 다른 병사 하나는 주머니에서 꺼낸 사진을 보고 있었다.
병사도 역시 주머니에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저 사진과 몹시도 비슷한 사진을 ......
아기를 품에 안은 여자가 보였다. 가정이 있고 미소가 있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누군가가 있어."
병사가 고통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죽음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목이 맨 채로.......
"나는 내 아내와 내 아들, 그리고 나의 조국과 자유를 위해서 싸웠어. 나의 ........"
그들은 아저씨를 속였어요.

5장. 사단 사령부
28-29.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언덕을 점령하는 일이오. 총공격 말입니다."
"자살행위입니다."
"우리의 영광스러운 군대 정신이 되살아날 것이이오. 이기든 지든 말이오."
"몇 명이나 죽을까요?"
"전체의 칠, 팔십 퍼센트가 죽겠지요."
"적당한 값이군요."
"적당하다구요? 언덕은 이 전쟁만큼이나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철수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적과 우리 모두 말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그 목소리는 큰 목소리들 사이에서 조그맣고 힘없이 들려오는 새로운 목소리였다.
"장군님, 총살할까요?"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아니."
"그러면 좋소. 내일 아침 언덕을 공격합시다.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남아서 저 언덕에 깃발을 꽂아야 하오. 후퇴는 없소. 차라리 죽음을 택해야 할 것이오. 각하께서는 우리를 자랑스러워할 것이오!"
"그게 바로 정신이지요!"
 
29. "'아저씨'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싶나요?" 소녀가 물었다.
"내 전투는 없어."
"아무것도 아닌 것, 언덕 하나를 위해 죽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나요?"
병사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진리를 위해 싸웠어." 병사는 흥분했다.
"진리는 항상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6장. 전쟁과 정치인
31. "어제는 이 전쟁에서 일만사천명이 죽었어요. 일이 너무 많았어요. 그리고 이만 명이 부상을 입었어요. 심한 부상도 있고 가벼운 부상도 있었어요."
"전쟁에서는 언제나 사람이 죽게 마련이야. 그렇고말고."
"오늘은 칠천 명이 죽고, 구천 명이 부상을 입어 괴로워할 거예요. 내일은 일만구천 명이 죽거나 다칠 거고요. 내일 총공격이 있을 예정이거든요."

34. "국경이 B지점을 통과한다면 구리 광산은 저들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우리는 구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수은이 필요해요."
"여러분, 양측이 협정을 맺으면 어떻겠습니까? A와 B 지점의 중간 부분으로 국경이 지나도록  한다면......."
"안됩니다."
"안됩니다."
"그러면 양국이 함께 그 광산들을 개발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는 데는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듭니다."
"맞아요. 하루에 수억 원씩 듭니다."
"그래요. 수억원입니다."
그들은 생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8장. 권력, 커다란 시가를 피는 남자.
37. 그들은 평화 협정이 열렸던 곳을 떠났다. 여러 나라의 국기들이 바람에 휘날렸다. 상징들이었다. 때때로 사람들은 여러가지 색깔의 그림이 그려진 한 조각의 천을 위해서 죽어갔다. 저마다 자신들의 색깔이 가장 아름답다고 믿으면서. 그러나 색깔조차도 해가 가고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가면 변하게 마련이었다.

38-41. "그들이 다시 대출을 요구했습니다."
"어떤 나라가요?"
"양국 모두입니다."
"담보가 있습니까?"
"거의 없습니다."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그걸 알 수가 없단 말입니다. 비슷비슷해요. 길고 긴 소모전입니다."
"우리가 전투를 계속할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한다면, 누구에게서 무엇을 사겠습니까?"
"우리 것을 사겠지요."
"우리 것을  살 겁니다."
"결정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것은 협약 사항입니다. 대량 살상 무기는 허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전염된다면, 누가 협상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자금이 없다면요?"
"전쟁은 끝날 겁니다."
침묵
"우리가 대출을 해 주면 얼마나 벌겠습니까? 그리고 당신들은 무기 판매로 얼마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겠습니까?"
숫자는 매우 길었다. 존재하지 않는 숫자 같았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돈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만일 그만한 돈이 있다면?
"좋습니다."
그는 만족한 듯이 손을 비볐다.
"평화 협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결렬될 겁니다."
"맞습니다."
"모두 다 자기 편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신께서 함께 해 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가엾은 신이시여. 이쪽 저쪽에서 불러 대고 있으니."

* 이 부분을 시가 피는 남자로 붙인 이유는 이야기 초반에 시가 이야기가 나와서이고, 그 시가라는 것으로 인해서 시간을 쫒아가는 <모모>라는 아이가 나오는 소설 속의 시가피는 남자가 생각나서 이다. 멀더와 스컬리가 나오는 미드 시리즈에서도 시가피는 남자는 아주 기묘하게 나온 적이 있다. 이것 또한 하나의 상징이 된 듯 하다. 세상의 지배원리는 나름대로 알고 있지만, 그것을 권력의 유지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인물쯤 되지 않을까.


41. "그들은 부자가 되기를 원해요. 전쟁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일이지요. 모두들 더 많은 것을 원합니다. 그리고 평화협상을 하고 있는 자들은 전쟁터에서 죽지는 않지요."

42. "파괴와 재건이라. 항상 그래 왔지요."
"항상 그랬습니다."
"더 많은 차관과 물자와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다음 전쟁은요?"
"준비되어 있지요. 언제나처럼. 열두 곳 정도가 있지요. 어쩌면 더 될지도 몰라요."
"어디입니까?"
"여기, 여기, 또 여기도."
지도는 마치 여러 색의 나라들이 그려진 놀이판 같았다.
"무기와 탄약들, 자금......."
"세계는 커다란 시장이지요."

9장. 괴물, 어리석음 
45. "그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을까?"
"네."
"우리 모두는 적에게는 괴물이야."
"유일한 괴물은 어리석음이에요. 그리고 편견과 몰이해, 이기심, 강자의 우월감 등이 또한 괴물이고요."
"이건 정당한 전쟁이라고 했어."
정당한 전쟁.
그들은 아저씨를 속였어요.

46. "삶이란 아름다운 거야." 병사가 한숨지었다.
"무척 아름답지요."
"그렇지만 짧아. 결국은 네가 이기게 되어 있지."
"저는 각각의 인간 존재에 있어서 순간일 뿐이예요. 한 순간의 바람이라고나 할까요? 정말 위대한 것은 영원이지요."
병사는 다시 몸을 떨었다.
죽음은 부드러웠다.
한 소녀였던 것이다.
*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니. 우리는 죽음의 순간을 미리서 끌어다가 경험해본 후에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먼저 죽고 다시 태어난다는 것, 거듭난다는 것, 그건 축복인 것 같다. 

49-51. "각 사람마다 중요한 일이 일어나는 순간이 있어요. 우리는 그것이 언제인지, 왜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지요. 그러나 그런 일들은 일어나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과 우리 존재의 일부분이 되지요. 또한 우리의 미래의 모습과 미래에 하고 있을 일들이 되기도 하고요. 그 때가 아저씨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그 때가 말이야?"
"네."
"그렇게 단순한 일이?"
"그렇다니까요."
"그래서 지금 네가 여기 있는 거니?"
"중요한 것을 아실 만한 분이니까요."
"그렇지만 나는 지금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면서 죽어갈거야. 네가 말했잖아. 그들이 나를 속였다고."
"진신을 아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지금 나에게 진실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 나는 죽을 거야. 어쩌면 몰랐던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
"모르는 게 진실보다 더 나을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지금 ....... 진실을 안다 해도 무엇을 할 수 있겠니? 나의 죽음은 황량한 것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 될거야. 그러고 나면..... 전쟁은 끝날 테고 죽은 자들의 수를 세겠지. 모든 것은 변함없이 계속될 거고. 나의 아내는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겠지만 아직은 젊으니까 시간이 흐르면 다른 남자를 만나서 결혼도 하게 될 거야.
내 아들은 내가 누구였는지도 모르는 채, 내 손의 온기도 느끼지 못한 채, 내 눈의 사랑도 느껴보지 못한 채, 나의 따뜻한 충고 한 마디 듣지 못한 채 자라게 될 거야. 내가 영웅이었다고 말해 주겠지.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위해서 버려야 했던 내 목숨에 보답해 주기 위해 아름다운 글자들이 새겨진 메달을 간직하게 되겠지."
병사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아니야, 이건 올지 않아."
그들은 아저씨를 속였어요.

51-52. "또 나를 속인 것이 무엇이 있지?"
대답이 없었다.
"나를 버리지 말아줘." 병사가 간절히 부탁했다.
"저는 아저씨와 함께 있어요." 소녀가 부드럽게 병사의 손을 잡아주었다.
"총탄을 바라보아야 하니?"
"총성을 들으셨지요. 아저씨를 향해 날아올 거예요. 그러면 움직이시겠지요." 소녀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기다려!"
"저는 여기 있어요. 여기에요. 실제 모습만 없어질 뿐이에요."
시간은 다시 흘러가지 시작했다.
총성이 들렸고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움직였다.
그 때 다시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온 바로 그 순간, 병사는 절망적으로 뛰어올랐다. 총알이 그에게 날아왔다.

10장.
그를 향해 날아오는 총알도 없었다. 그의 몸을 조각 낼 수류탄도 없었다. 그의 고막을 파열시킬 포격도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적만이 깃들었다.
그렇지만 세상은 움직이고 있었다. 연기가 피어올랐고 놀란 개미 한마리가 발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도 불어왔다.
바람이 불었다.
비가 내렸다.
"꿈이 아니었어. 나는 알아." 병사가 속삭이듯 말했다.

에필로그
63. "새 생명을 가지고 무엇을 하셨지요?"
"전쟁을 피하도록 했고 평화를 위해서 일했지. 권력과 편견, 어리석음 등에 대항해서 싸웠고 ........ 어디에든 다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일을 하셨네요."
"죽음이 가르져 준 거지."

iPhone_1.jpg
작전 사령부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 들어간 삽화.
작전 사령부에서는 사람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그냥 하나의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iPhone_2.jpg
시가를 피는 사람이 나오는 부분. 권력자들이 생명보다는 돈을 먼저 생각하는 부분에 나오는 삽화.

iPhone_3.jpg
평화협상을 하는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의 삽화. 갖가지 옷을 입는 나라 사람들보다 눈에 들어 온 것은 피뭍은 손을 씻은, 핏물이 담긴 개수대. 빨간색이 이렇게 강렬할 줄 몰랐다. 
이 책의 주요색은 무난한데.... 가끔 핏빛 색이 있다. 눈길을 확 잡아둔다. 
 

iPhone_4.jpg
병사에게 죽음이 스쳐간 이후 비를 맞는 장면.
비를 만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iPhone_5.jpg 침상에서 죽음인 소녀는 만나는 장면.
IP *.39.1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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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 지적Race) 열하일기_10기 연구원 지원자_류동일 file [1] 류동일 2014.02.10 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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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한 명석 2013.09.22 4168
745 그리스 고전 문학 '단숨에' 읽기 연지원 2013.09.16 5255
744 그리스 비극을 읽는 기본지식 연지원 2013.09.16 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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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 정유정의 < 28 >, 소름끼치는 리얼리티 [3] 한 명석 2013.08.14 6402
741 현실과 허구, 환타지를 잘 버무려준 김려령의 "너를 봤어" 한 명석 2013.08.04 4102
740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그는 늘 나를 일으켜 세운다 한 명석 2013.07.28 4375
739 9기 레이스 - final - 강종희 생산적 동면을 위한 28일간... file [1] [1] 종종걸음 2013.03.04 4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