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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2일 13시 50분 등록
 

세월이 젊음에게, 청림출판, 2008

 


모든 중요한 일은 오전에 끝낸다. 오전은 일의 급소다. 오후는 여분이며 진보를 위해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고 나를 계발해야 하는 시간이다. ...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에 나의 프로그램 하나를 꼭 가진다. 자격증 공부를 해도 좋고, 영어를 위해 써도 좋다. 혹은 그림을 그려도 좋고, 시를 써도 좋다. 퇴근 후의 시간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체다. 156쪽


저자가 첫 직장에 출근하는 딸을 위하여 쓴 책. 딸과 그 친구들에게 이제껏 살아 온 삶에서 건진 엑기스를 건네느라 어조는 더욱 간곡하고 내용은 더욱 함축적이다. 한시절 살아 온 내가 보기에 이것은 모조리 좋은 삶을 위한 금과옥조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진실들 앞에서 나는 진저리를 치곤 했다. 그렇게 살지 못했으나 아직 늦지 않았을까 인생의 비밀을 엿본 설레임에 진저리치고, 내 아이들을 비롯해서 인생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모든 이를 대신해서 가슴이 뛰었다. 해답이 여기 있다. 좋은 삶을 위한 수칙은 모조리 이렇게 평범한 것이다.


모든 중요한 일을 오전에 끝내고, 저녁에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하나 넣는 사람에게는 세월 자체가 성취일 것이다. 성공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늘 시간이 많았으므로, 자신을 다잡는데 서툴러서, 즉흥성이 자유인 줄 알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나 같은 이에게는 세월이 질곡이다. 가을이 되어도 수확할 것이 없다!


마음속에 이루지 못한 꿈을 품어라. 자신의 이야기를 품어라. 그리고 매일 조금씩 그 길을 가라....... 긴 이야기가 필요 없다. 꿈을 꾸기 시작하면 도중에 그만두지 마라. 다시 사거리로 되돌아오지 마라. 끝까지 가라. 125쪽


설마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심하고 돌아서서 이내 자신이 결심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것이 다반사일 텐데 그는 모든 결심을 지켜 냈다. 가까운 곳에서 그를 지켜본 나는 이 명백한 인과관계에 소름이 끼친다.


스스로 자신을 사로잡아라. 자신을 놀라운 존재로 인식하라. 자신에 대해 탐구하라. 세상을 살며 자신을 아름답게 다듬어 가는 것보다 큰일은 없다. 자신이야말로 가장 크고 원대한 평생의 도전이다. ‘나’를 아름다운 작품으로 만들어 가라. 73쪽


짐짓 평이해 보이는 이 구절 속에 놀라운 자기극복과 두려울 만큼의 성실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소름이 끼칠 수밖에. 영화 <레드2>는 조잡했지만 이병헌은 빛났다. 저것이 사람의 몸인가 싶을 정도로 단아한 인간조각 그 자체였다. 촬영 전에 시나리오에 처음 접했을 때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그의 몸은 완벽했다.” 그 한 줄짜리 지문을 보고 이병헌은 3개월짜리라는 것을 직감했고, 3개월을 하루 같이 치열하게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러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도달하고 싶은 지점을 설정하고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행위를 매일 하는 것 외에 비법은 없다. 그렇게 이룬 작은 성공이 쌓여가며 그는 점점 이 비법의 달인이 되어 간다. 구본형이 책을 써 온 세월도 이와 같다. 요즘 집중적으로 그의 책을 다시 읽다 보니, 그의 경륜이 더해지는 것이 보이는듯 하다. 숱한 책을 읽으며 그의 안에 들어 온 것들이 합해지며 가공되며 그에게 새로운 실험정신과 비전을 주곤 했다. 이 책은 모든 꼭지를 ‘이야기’로 시작하는 실험 속에 이루어졌다. 세상의 이야기들이 그에게 모여 들어 그의 일부가 되었다. 그 중의 하나를 읽으며, 정신적으로는 어느 정도 자존감이 있으나 물리적으로는 바닥인 내가 보여 움찔했다.^^


아주 못생긴 남자가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러다 모래 속에서 뭔가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였다. 거울 조각이었다. 그는 몸을 숙여 거울을 잡고는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다. 한 번도 거울이라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그는 거울 속에 참으로 추한 모습이 비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얼른 거울을 집어 던지며 중얼거렸다.

“세상에, 끔찍하군. 사람들이 이렇게 아무데나 버릴 만하구나.” --루미 70쪽

 

 

 

글쓰기를 통해 최고의 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으며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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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4 17:02:40 *.225.176.251

흠.. 정말 새삼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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