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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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6일 22시 26분 등록

책을 읽고 독후감이란 걸 두 번째로 쓴다. 개인적인 느낌을 풀어내니 서평이라 할 수는 없고, 독후감이 맞겠다. 이번 책은 구본형의 <사람에게서 구하라>다. 이 책은 6년 전에 한 번 읽었었다. 그 때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회 경험이 거의 전무’한 이십대 후반에 읽어 감흥이 적었고 이론적으로 많이 이해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회생활을 몇 년 경험한 삼십대 중반 근처에 읽으니 이 책은 너무 맛있게 읽혔다. 밑줄도 처음에 읽었을 때보다 더 많이 표시했다. 그러니 이 책은 사회생활 경험도 좀 있고, 사람들과 부대끼고 그 속에서 가슴앓이를 어느 정도껏 해 본 사람이 읽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책을 보다 깊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대한 느낌을 쓰려고 하니 처음에는 막막했다. 최근의 나는 평소보다 많은 활동을 하고, 생활도 과도기에 있는 것 같아 정신도 없고, 내 성향 상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더욱 그랬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사기열전> 속의 이야기가 무수히 나오고, 그와 관련된 동양 고전에 대한 내용도 다수 펼쳐진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도 ‘건달의 가랑이 밑을 기어든 겁쟁이’로 유명하다는 한신韓信이 떠올랐다. 왜 그가 떠올랐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생각났으니 한신에 대한 장을 폈다. ‘일생에 단 한 번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놓치지 마라’는 소제목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시 얘기하지만 이 책에는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무수히 담겨 있다. 다시 책을 읽어보니 이 챕터도 꽤 인상적인 이야기라서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글을 풀어나가기로 하자.


시작은 이렇다. ‘사람을 얻으면 가장 많이 얻는 것’이라고 한다. 한신은 중국 고대 사회에서 가장 뛰어난 전략가 중의 하나고, 한고조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할 때 그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그 대업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한신에 대한 이야기는 <사기열전> 32편 ‘회음후열전’에서 다뤄지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니 그는 젊은 시절을 하찮고 별 볼 일 없이 보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우연히 승상 소하의 눈에 뛰게 되고, 그의 덕으로 유방과도 인연이 닿게 된다. 소하는 유방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한신에 견줄 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왕께서 한중의 왕으로 만족하신다면 한신을 보내도 좋습니다. 그러나 천하를 다투려면 한신이 아니고는 함께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우여곡절은 있으나 유방은 결국 한신을 얻을 수 있었고, 그를 얻음으로써 천하를 얻어 400년 한제국의 시조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1983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채용원칙에 관해 1983년에 했던 한 인터뷰 내용을 먼저 들어보자. “우리 회사는 확고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고용예산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즉시 고용한다. 세상에는 일생에 단 한 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도 세상을 살다보면 삶에 빛이 되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를 것이니 그 수는 한 사람일 수도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다.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적은지는 모르겠다.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의견은 다를 것이다. 사람을 대접할 줄 아는 사람에게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행동 할 줄 아는 사람을 지극하다 하고, 이런 사람은 인복이 있다고 한다. 지극함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극함을 이야기하다보니 책을 읽고 기록해 둔 내용이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 왕이 된 작은 연나라 소왕이 강한 제나라를 치고 싶었는데 그건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천하의 인재를 얻기 위해 몸을 굽히는 것이었다고 한다. ‘곽외라는 사람을 얻어 커다란 집을 마련해 주고 스승의 예로 정성을 다해 섬겼다’고 한다. 그러니 천하의 인재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고 한다. 한 예가 더 있다. 위나라에 공자 신릉군 무기無忌라고 있는데 그의 리더십 핵심은 겸손이었다고 한다. ‘그는 공손하여 몸을 낮출 줄 알고 낯빛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유능한 인물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을 대접할 줄 아는 지극함과 스스로 먼저 몸을 굽히고, 낮출 줄 아는 것은 지금의 내가 하기 어려운 행동이라 마음에 크게 와 닿았고, 여러 번을 곱씹게 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에는 ‘사람에게서 구하라’는 제목처럼 사람과 관련된 아름답고 통찰력 있는 이야기들이 무수히 펼쳐진다. 그것은 책을 읽으며 스스로 직접 확인하면 좋겠다. 그럼 다음으로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또 하나의 생각을 이야기하자. 바로 저자의 인생 후반 정체성인 ‘변화’에 대한 내용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책 면면에 흐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변화경영은 변하는 것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들이 변하는 것들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인류 최고의 슈퍼스타라고 칭하는 공자를 좋아하는데, 공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그가 변해서는 안 되는 것들, 그것을 잃으면 결국 사람을 잃게 되는 바로 그런 인간적 초점과 핵심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변화에 관한 한 구절을 더 살펴보자. “변화는 매우 위험한 단어다. 잘 다루지 못하면 되돌아와 가슴에 꽂히는 비수 같은 단어다. 변화란 엄청난 힘을 필요로 하는 에너지 집약적인 활동이다. 에너지를 얻지 못하면 변화는 한 발도 움직이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되돌아와 변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을 궤멸시키게 되는 단어인 것이다…… 변화는 반드시 피를 원한다. 변화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전투가 있고, 이 전투에서 지면 교두보를 확보하기 어렵다. 싸움을 피하면 변화는 없다.” 개인적으로 최근 변화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위의 구절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변화를 전문으로 하는 것을 넘어, 변화경영의 사상가로 자리매김한 저자의 훌륭한 통찰을 옮겨놓으니 내가 더 추가할 것은 없다고 본다. 실은 나는 아직 배우는 입장이고 깊지 못하기에 대충 넘어가려는 수작이다.


정리를 하자. 마지막도 어쩔 수 없이 저자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그는 에필로그에 이렇게 적고 있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한 사람이 겪어야 했을 그 많은 고뇌와 성찰들을 말이다. 누군가는 ‘살아가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삶을 산다는 것은 쉬운 것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곧잘 우리는 상처받았을 때 사람에게 쌀쌀맞게 군다. 그래도 사람을 놓지는 말자. ‘사람과 사람 사이, 이 사이에 모든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이 다 들어가 있다’고 저자는 또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홀로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그래도 사람의 이야기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인간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고, 인생과 관련된 창조적인 지혜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익숙하고 유명해서 많이들 아는 책이지만 추천한다.


IP *.35.6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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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7 12:53:30 *.217.4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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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사자... 선생님이 그리신 것.. 검색하다 발견했는데요.. 인상적이라 함께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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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30 10:04:16 *.252.237.236

신웅씨.. 독후감 잘 읽었어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지네요.

명절 잘 보내시고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그간에 바웠던 이야기들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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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3 20:04:15 *.97.72.106

음력 정월 새해에 신웅을 만나니 반갑네. 청마처럼 펄펄 뛰고 나는 한 해가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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