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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7일 09시 48분 등록

빅터 프랭클의 심리의 발견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심리학 강의]

빅터프랭클 지음/강윤영 옮김/이시형 감수


삶의 의미.JPG


1) 저자에 대하여..

빅터 프랭클(Viktor Emil Frankl)은 1905년 3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빈 대학에서 의학박사와 철학박사를 받았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유태인이었던 그는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죽음 속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인간 존엄성의 위대함을 몸소 체험하였다. 빅터 프랭클은 1946년에 출판된 그의 첫 번째 책 ‘Man's Search for Meaning’에 수용소에서의 생활과 모든 형태의 존재에서부터 의미를 찾는 방법을 연대기적으로 풀어내려갔다. 이 책으로부터 그의 희망적인 자세와 삶의 의미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생기는 까닭은 그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겪었던 최악의 경험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제 2차 대전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 집단이었던 유태인이었던 그는 실제로 모든 것을 잃었다. 부모님도, 형제도 아내도, 친구도 모두, 인류 역사상 최악의 상황에서 죽었다. 그는 전쟁통에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비참한 환경에 처해도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설파했다. 저서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삶의 의미를 찾아서>, <의미를 향한 소리 없는 절규>등이 있다.

빅터 프랭클은 1997년 9월 2일에 숨을 거두었다.



2) 마음을 무찔러 오는 글귀들

서론-의미를 찾고 있는 사람들

15: ①의미를 찾고 있는 사람들

②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나 ‘스스로를 넘어서서 다른 대상에게 향한다’는 뜻

16:인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라

17:인간 존재를 핵심적으로 관통하는 것은...의미의지입니다. ... 의미를 채우는 것과 만남을 가지는 것, 이 두 가지는 인간들에게 행복과 쾌락을 느끼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18: ...진짜 자기 실현은 의미를 채움으로써 가능하다고 저는 감히 주장합니다. ...“한 인간을 이루는 것은 그가 헌신하는 대상이다”라고 한 칼 야스퍼스의 보충이 필요합니다.

20: 빅터 프랭클은 오늘날의 사람들이 존재적 진공 속에 살고 있고 이 허무는 특히 권태로 표현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제가 ‘존재족 진공’이라 부르는 ‘내적 공허감’ 때문에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막막함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이 서방 세계에만 한정되었다고 믿는다면 잘못 짚은 겁니다.

22: ①에른스트 블로흐도 같은 선상에서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죽을 때나 하던 걱정들을 사람들은 이제 아무 때나 하게 된다.”

②...누제닉 신경증..진짜 정신질환이라기보다는 막막한 의미상실감으로 인한 정신적 좌절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23: 아직 50년도 지나지 않은 과거에 제가 다닌 중학교의 자연사 선생님이 교실 안을 왔다갔다 하며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삶이란 결국 하나의 연소 과정, 즉 산화 과정에 불과하다.”
저는 손도 들지 않고 즉각 일어나서 질문 했습니다.

“정말 그렇다면 이 모든 삶의 의미는 뭐란 말입니까?”

...꿈 많고 야망 큰 젊은 사람 앞에서 냉소적으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들이란 지가방어 기재와 반응의 구성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한다면 그 젊은이는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24: ①...반응 구성론에 대한 제 반응은 “난 반응 구성이나 자기 방어 기재에 내 삶과 목숨을 바치고 싶진 않아.”였습니다.

②...괴테나 칸트의 저작들도 쿠르츠-말러나 마를릿의 책들처럼 알파벳 스물여섯 자로 이루어졌죠. 하지만 그게 핵심이던가요. <순수이성비판>이나 <노처녀의 비밀>이나 스물 여섯 글자를 되풀이해서 찍어 만든 책이긴 매한가지라고 누가 그럽니까.

③...의미란 그것을 이루는 개개의 요소들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법입니다. 의미는 요소들보다 더 높은 차원에 존재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므로 일련의 사건들의 의미는 그 사건이 벌어지는 차원 자체에서는 알아볼 수 없습니다.

25: ①...한 면위에 그려진 사인 곡선을 수직의 다른 면으로 자른다면 단면 위에 보이는 것은 점 다섯 개뿐이라 앞뒤의 이어짐은 놓치게 됩니다. 단면 위아래의 사인 곡선 부분들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낱낱의 사건들보다 더 넓고 깊은 의미의 맥락은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②...의미란 의도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26: ①앞으로 의미를 찾는 인간들의 사명을 북돋워주는 것은 선으로, 의미를 채우는 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악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②의미란 의도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겁니다. ...실제 삶에서는 의미 부여가 아닌 의미 발견이 중요합니다. 삶이란 로르샤흐 테스트(의미부여에 따른 성격, 정신상태, 무의식적 욕망 따위를 판단하는 검사법)가 아니라 퍼즐 그림입니다.

27: 의미는 찾아야 할 대상이며 또 인간에게는 의미를 찾아낼 힘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을 인도하는 것은 양심입니다. ...양심이란 의미를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28:①..교육은 지식만을 전달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양심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생의 어느 상황에나 깃들어 있는 과업을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이죠.

②...책임을 진다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29:①...삶이 의미가 있고 어떤 조건과 상황속에서도 삶은 그 의미를 잃지 않음...

②인간적 차원에서 고통을 삶의 의미로 승화시키는 것도 인간에게는 가능합니다.

③....“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 다른 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인간들이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보여주는 방식”(루 살로메)

2.대상을 대상으로 한 정신의학 교육

39: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화 상영이란 곧 대중들의 심리를 상대로 펼쳐지는 의료 행위임을 똑똑히 인지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4. 숙명론적인 태도

49: 인간은 무엇에나 적응할 수 있는 존재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이 옳았음을요.

50: 오늘날의 사람들은 속도를 통해 좌절을, 불만족을, 의미를 찾고자 하는 채워지지 않은 의지를 마취시킵니다. ...괴테의 희곡 <에그몬트>...“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고 어디에서 왔는지는 기억할 수 없네.”

8. 원숙의 정신위생

75: 죽음에 대한 불안은 사실은 양심의 불안이라고요. ...인생에서 이미 놓쳐버린 기회에 대한 가책입니다.

78: 양심은 우리에게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도 운명에 맞서라고, 그것이 어떤 운명이든 간에 당당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양심은 우리가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가기를, 행동하여 가능한 한껏 운명을 손에 쥐라고 명합니다.

79: 되돌릴 수 없게 잃어버린 것이 아닌 잃어버리지 않도록 간직된 것들, 과거 속으로 보존된 것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겁니다.

9. 최면술

83:...심리치유의 효과란 결국에는 환자 자신의 개인적 선택에 달려있기 마련입니다.

10. 불안과 불안신경증

90: ①“경험의 주체는 인간이다.”라고요. 환경이 얼마나,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깨닫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②극도의 고난과 위기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신경증 발생이 준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 개개인의 삶에서도 적당한 부담, 인간에게 노력을 요구하는 종류의 부담은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자주 경험하셨을 겁니다. ‘허물어져가는 아치 위로 하중을 더 줌으로써 굳건히 만들 수 있다.’

91: ...일요일 신경증...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자 밥벌이를 넘어서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줄 만한 과업의 빈자리를 느껴 정신적 불만족감에 내면이 뻥 뚫린 것을 스스로 인지하게 되는 겁니다.

93l ①...훨씬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완전히 잊는 것, 즉 자기 자신의 내적 상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이 부여받은 구체적인 과업에 내적으로 헌신하는 것....한스 트뤼프가 강조했듯 세상을 향해 나섬으로써만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로 도달할 수 있습니다.

②칼 야스퍼스가 자기 자신만을 토대로 한 인간은 바닥이 없다고 적절히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인간은 다른 이에게 자신을 내줌으로써 비로소 인간이 된다.”

12. 건강염려증과 히스테리

103:공포란 공포의 대상을 다 불러와 버립니다. 무언가를 바라면 그것을 자꾸 생각하게 되듯 어떤 일을 두려워하면 두려워하던 그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마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3. 사랑에 대하여

111: 사랑이란 누군가를 긍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만의 고유하고 유일한 본질을 알아보는 것, 즉 그 사람일 수밖에 없는 존재를 보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되어야 하는 것까지 함께 봅니다. 그 사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뿐만 아니라 미래의 어떤 모습까지도요.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름답게 표현했듯이 사랑한다는 것은 신께서 본래 의도하셨던 모습으로 다른 이를 보는 행위입니다.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 비로소 눈이 뜨일 뿐 아니라 멀리 보게 되고 꿰뚫어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존재에게서 더 가치로워질 가능성을 본다는 것은 아직은 현실이 아니고 실현되지 않은 미래에 실현되어야 할 가능성을 읽어낸다는 뜻이니까요.

14. 불안신경증과 강박신경증

119: 스스로에게 웃어주는 순간 승리를 얻습니다. 웃음이란 거리를 두는 행위고, 이로써 환자는 신경증과 신경증적 증상에 거리를 만듭니다. 어떤 대상과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는 데는 유머만한 것이 없지요.

20. 자비인가 살인인가

157: 환자가 스스로 자살 시도를 하여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음을 입증했을 때에도 우리 의사들은 안락사를 거부해야 합니다. 자살 시도를 한 환자에게 의사가 개입하는 것은 권한일 뿐 아니라 의무기도 합니다. 의사는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합니다. 운명에 따르라고요? 아니요, 자살 시도자를 운명에 맡기는 의사는 자신이 운명 노릇을 하고 싶어 하는 것뿐입니다.

만약 자살 시도자가 정말 죽을 운명이었다면, 어떻게 그 환자가 때맞춰 발견되어 의사에게 보내졌겠습니까?

21.정신적 저항력에 대해서

164: ①동물은 본능을 가진 게 아닙니다. 그냥 본능 자체일 뿐입니다. 내가 곧 본능인 거죠. 하지만 인간은 본능을 따르기 전에 매번 본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을 따로 거쳐야 합니다.

②인간이 곧 자유 자체입니다. ...설사 인간이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더라도 그 결정 자체는 자유 의지로 행해지는 겁니다.

165:인간이 자유롭고 말고의 여부는 이론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바로 지금 여기 우리가 하는 행동을 통해 드러납니다.

22. 의학적 견지에서 본 정신과 육체의 관계

169: ...캘리포니아 의대의 교수 한 명은 진짜로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갑상선의 항진 말고 기능 저하를 근거로 그 캘리포니아 동료는 다음과 같은 논증을 펼쳤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로 지적 발달이 떨어지는 크레틴 병 환자에게 갑상선 호르몬을 주입하면 지능지수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로 인간의 정신이란 갑상선 호르몬에 다름 아니다.”

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모든 게 동떨어져 보이고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낯설게 느껴지는 감각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 정신의학자들은 소격체험이나 이인증이라고 일컫는 증상입니다. ....그리고 이 정신적 증상은 부신호르몬을 소량 주입하면 치유가 됩니다. ...그렇다고 인간의 인격이, 자아가 부신호르몬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171: 정신은, 인간의 영혼은 뇌에 자리한 것이 아닙니다. L. 클라게는 뇌 연구의 과업은 영혼이 있는 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정신 활동을 위한 전제 도구로 서 뇌의 작용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등으로 밝혀진 퓨즈를 떼어내면 불이 나간다. 하지만 퓨즈가 있던 자리가 빛이 있던 자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23. 강신론

177: 세상에는 영적인 것이 존재하지만 진짜 정신적인 힘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꽃병을 깨트리는 폴터 가이스터(집 안에 원인 모를 소리나 사건을 일으키는 유령)와 같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24. 현대미술에 대하여

185: 얼핏 보기에는 대충 막 그린 듯한 것이 사실은 내적인 필연성에 의해 창조되었음

25.의사와 환자의 고통(안락사)

190: 인간 삶의 의미가 오로지 몇 시간을 일할 수 있느냐에 달린 듯 구는 것은 모든 아프고 병든 자들의 살 권리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26. 인간은 유전과 환경의 생산물인가

195: 유전과 환경 외의 제 3의 요소는 바로 인간 자신의 결정이고, 이것을 통해 인간은 주어진 조건을 딛고 일어설 수 있습니다.

197: 우리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겪은 것은 인간의 결정이 가진 힘이었습니다. 전쟁 포로든 강제수용소의 수감자든 모든 것을 빼앗기더라도 단 하나만은 빼앗기지 않습니다. 바로 주어진 환경에서 스스로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이냐를 선택할 자유지요. 사람마다 결정을 다양했습니다.

27. 영혼을 재고 무게를 달 수 있을까

204: 오늘날 사람들이 영혼을 재고 무게를 달 수 있어야만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시대 분위기상 그럴만 합니다. 프리드리히 폰 실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혼이 말을 하는 순간 말을 하는 그것은 더 이상 영혼이 아니게 된다.” ...단순한 테스트의 결과로 파악되는 것은 더 이상 인간의 본질이 아닙니다.

205: 만약 우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면, 그것은 인식과 이해의 다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다리의 거점은 두뇌가 아닌 심장입니다.

추가] 책을 치유수단으로

210: 만약 삶에 의미가 있다면 설령 그 삶이 아무리 짦을지라도 그러할 것입니다. 삶에 의미가 없다면 아무리 오래 산 삶이라 해도 그러할 것입니다. 설사 낭비한 것처럼 보이는 삶일지라도 우리는 잘못을 반추하고 성장함으로써 그것을 귀중한 경험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3) 내가 저자라면..

-의미를 찾아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

뉴질랜드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스무 명 남짓한 일행과 함께 캠핑카를 타고 이동해야 했던 일정 때문에, 우리에게는 뉴질랜드 땅을 밟고 있는 시간보다 차에서 이동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처음에는 뉴질랜드 남섬의 여기저기를 두루 유람하고 다니느라 캠핑카 여행이 지겨운 줄도 몰랐다. 장엄한 눈산, 햇빛이 반짝이는 바다, 너른 목초지, 한가로운 소와 양떼들, 그림 같은 풍경들이 창밖으로 지나갔다.

 그런데 끝없는 절정을 쉴 새 없이 보고 나니 곧 좋았던 풍경들도 어느새 평범한 풍경으로 전락해 버렸다. 나중에는 차만 타면 한숨 자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쯤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닷가 어느 집 담벼락 앞에 붙어 있는 좌변기 세 개였다.

겉에서 보기에는 여느 가정집에 있는 평범한 변기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새하얀 색깔, 엉덩이 밑에 깔고 앉는 받침대, 물을 내리기 위한 손잡이 꼭지, 변기를 덮고 있는 뚜껑까지.. 너무나도 평범한 변기였다. 딱 하나, 대변이 담겨 있어야 할 자리에 꽃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그랬다. 그것은 ‘변기 화분’이었다. 내가 본 아이디어들 중에서 가장 멋있는 녹색 재활용이었다!


아무 특색도 없는 버려진 변기를 꽃을 기르는 화분으로 사용하다니. 가장 더럽고 추한 것에서부터 영롱한 아름다움을 피워낸다는 훌륭한 역설 덕택에 변기화분 속의 꽃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화분으로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아주 멋있는 쓰임새였다. 더욱 멋졌던 것은 보통 때에 물을 담아 놓은 변기 뒤쪽의 큰 통에 물을 반쯤 채워두었다가 손잡이만 아래로 당기면, 꽃에 물을 주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당장 사용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였다!


버려진 변기는 한 마디로 정의하면 애물단지다. 통째로 버리자니 부피가 너무 크고, 더럽고, 잘 깨지고, 만들어진 용도로는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재활용하기에 꺼림칙하다. 그것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수단적 존재다. 물건이다.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그 물건은 폐기되어야 했다. 그러나 확실하게 산산조각 나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 변기의 전주인은 변기를 버리기 위해서 망치로 그것을 두드릴 노력이 도리어 아깝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것이 어떤 싱싱한 손길에 의해 생명을 기르는 땅의 자궁으로 변모하게 된다. 가치 있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폐기되어야 했을 변기에서 우리는 희망을 버린 스스로의 불행한 자화상을 보기도 한다. 더 이상 아무 쓸모도 없고, 만들어진 목적을 상실해 버린 데다, 더 나은 다른 이로 대체 되어버린 작고 나약하고 초라한 나의 모습을 말이다. 분명히 그렇게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구석에 박혀있을 사람이 주체가 된 삶은 아주 지겹고, 어제와 오늘을 바꾸어 놓더라도 별반 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삶일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 너무 긴 것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종말을 좀 빨리 앞당기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너무 많고, 인생에는 목적이 없으니까. 그런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을 화분으로 변모시켜줄 창의적인 주인은 어디에 있는가?



-의미 발견을 위한 발걸음


『심리의 발견』 칼럼을 쓰기 얼마 전부터, 나의 10대 풍광을 처음부터 다시 써보고 있었다. 예전에 올렸던 10대 풍광은 너무 낡고 유치해보였다. 이제는 스스로가 한 단계 위로 올라가도 될 만큼 성장했다고 판단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번째 10대 풍광이 절실했다.

처음부터 10대 풍광이 삶의 의미라는 구체적인 단어와 연결시킬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10대 풍광을 쓰면서 대면하게 된 나 자신은 이미 가치 있는 삶이란 관점을 앞으로의 10년과 연결시켜 놓고 있었다. 그동안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희생했으니, 앞으로는 내가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삶을 살아야지. 어떤 삶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어떤 삶의 단편들이 이 삶을 구성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습관에 관한 세 가지 풍광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몇 주째 계속 반복하고 있는 변화의 씨앗들을 기록 했다. 하루를 해가 뜨기 전에 시작하는 것,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독서에 관해서는, 연구원들이 훈련 받고 있는 방식의 칼럼으로 정리하기를 원칙으로 세웠다. 네 번째 풍광이 2010년에 졸업하면서 책을 내는 것이어서 쓰기를 염두에 둔 독서와 글쓰기가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가슴 벅찬 10대 풍광 쓰기는, 『심리의 발견』칼럼이 난관을 맞이한 것과 동시에 다섯 번째 풍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내 앞에는 수많은 미래들이 다양하게 펼쳐져있었다. 그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나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예전 10대 풍광이 그랬듯이, 나만의 삶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한 풍광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화려한 빛깔을 잃고 처분 될 것이었다. 냉정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빨리 끝내는 것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다섯 번째 풍광을 써내려갔다. 그 제목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을 시작하다.’였다. 커다란 아이디어로서 사랑의 화두는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을 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고민일 때, 삶이 팍팍하고 미래가 막막하다고 느꼈을 때, 내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신이 나고 좋을까. 물론 애정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히 자신의 내부에 변화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고,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내가 사랑할 대상이 될 것이다. 최소한 지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그들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고 사람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나무를 다시 길러내는 것을 도와주고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아주 행복한 인생이 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 아이디어가 돈벌이가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경제성이 보장되어있는 취업이라는 대안들은 더 넓고 큰 비전을 수반하지 못하는지를 한탄하기도 했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나의 삶의 의미가 추구하는 바가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전쟁은 내 적성이 아니다. 사람들을 모아 대양으로 나아가 피터지게 싸우고 전리품을 챙겨 돌아오는 것은 자신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스스로 거부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보는 것이 나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게임의 규칙은 자신이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의미란 규칙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즐거운 나의 삶

삶의 의미가 얼마나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것만 찾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미란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서 찾아 나아가는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삶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는 아직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다.

최소한 우리는 저 변기보다는 운이 좋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누군가로부터 부여받아야 하는 게 아닌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능력 있는 존재다. 우리의 DNA는 우리에게 그렇게 하도록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 인간이기에 우리는 누가 해주지 않아도 의미에 관한 일련의 과정들을 스스로 밟을 수 있는 힘이 내재되어 있다. 필요한 것은 그런 자신에 대한 믿음뿐이다. 우리는 단순한 변화를 넘어서 폐기물을 화분으로 바꾸는 위대한 손길 그 자체로 남을 수 있다.

빅터 프랭클은 이미 1997년에 숨을 거두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던, 그래서 모두가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행복의 자취만을 남긴 채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있다. 삶의 의미를 찾았던 사람들의 마지막 의무는, 그것을 찾는 능력을 깨우는 의지를 의미 없이 인생을 흘려보내고 있는 인간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이미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를 찾은 사람들의 삶의 의미, 그리고 그에 대한 굳은 의지를 혈액 속에 수혈 받아 그들의 DNA를 마음에 담아라. 아직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따뜻한 피를 품고 있는 가슴 뛰는 삶을 선택하라. 하품 나오는 지겨운 인생에 당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그리고 그 안에서 즐겨라. 그것이 당신의 삶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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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7 10:49:32 *.227.22.57
꽃이 핀 변기라... 예쁜 그림이 머리 속에 피어오르네.

네 글을 읽고 보니 내 풍광도 다시 관심을 쏟아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고마워. 계속 이어지는 너의 풍광들도 기대할께.

참! 그리고 메인에 들어간 네 사진은 당분간 그냥 유지해야겠다. 사람들 호응이 좋아서 말이지~ ㅎㅎ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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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09.07 19:01:41 *.47.177.73
제작년에'Man's Search for Meaning' 읽고 ,
이제는 '힘들다는 말은 하지 말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다짐은 지키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다짐을 합니다. '힘들다"라는 말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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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언
2008.09.07 23:03:58 *.160.33.149
신종윤// 이런, 대부분의 분들이 몽골 현지인으로 오인하셔서 그런걸까요...?? 할수 없지요, 그렇다면..
사실 그동안은 풍광을 실제로 다시 써보아야 겠다고 실천에 옮긴 적은 없었습니다. 써야할 풍광이 열 개나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하나씩 차근차근 써보면 꽤 커다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더군요. 오히려 풍광은 쓰기를 저지르고 고치는 편이 생각만 하는 것 보다 더 쉬운 것 같습니다.

김지현// 그래도 힘이 듭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힘이 빠집니다. 그래도 다시 고개를 들고 똑바로 걸어가야지 싶어요. 순간을 지나고 돌이켜보았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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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09.11 00:49:09 *.131.127.69
부지불식간에... 스승님을 안(?!) 닮으려고 노력했겠지?

review 를 올리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달리 필요한 것만 팍팍 찍어서 ,,, 나머지는 다 생략하고
마음에 드는 것만... 올렸겠다.^^

계곡에서 뛰어 내리더니...
글로 봐서는 한 성질하겠고마...^^ 외부의 전쟁을 싫어한다니...
관찰력, 의미부여,,, 단호함 같은 냄새는 ?
그건 내면의 치열한 전쟁의 전리품같은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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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욱
2008.09.16 12:18:07 *.3.17.2
해언아! 안녕! 드뎌 아저씨가 해언이가 쓴 글을 보게 되는구나. 이미 쓴 것이 있는지는 몰라도..
암튼 반갑구나! 우리 멋장이 아가씨...근데, 넘 길다.ㅋㅋ 앞으로는 쪼매 줄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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