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Nathan
  • 조회 수 4209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9년 12월 25일 23시 31분 등록

장면1. 1968년 1월 23 독일의 학생들

우리의 자본이시여,

서방 세계에서 이름을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투자가 임하시오며,

유럽에서 그랬던 것처럼 윌 스트리트에서도

이익을 내고 이윤을 증가시켜 주옵소서.

우리에게 일용할 자본의 회전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의 채권자들에게 신용을 베푸는 것처럼

우리의 신용을 늘리게 하옵소서.

우리를 파산하지 않도록 하옵시고,

노동조합의 위험에 들지 않게 하옵소서.

지난 200년 동안 이 세계의 절반은 권세 있는 자들과

부유한 자들의 것이었사옵니다.

아멘.

 

장면2. 영화 비트의 우성의 대사

난 말이야 태수야 냉면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장면3. 영화 팬도럼

2528년 식량문제와 자원문제에 직면한 인류는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해 떠난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주인공들은 상황을 파악하고자 컴퓨터를 켜고자 한다. 맙소사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두꺼비 집이 나간 것도 아니고 220V 플러그도 분명 연결되어 있는데 방법은 하나 오로지 이두박근의 팔힘으로 돌리는 자가 발전으로 컴퓨터를 켠다.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는 태도와 행동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삶, 사회, 세계가 종말과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면서 변화를 촉구하는 선동이다.

 

장면11968년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에 나오는 문구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루터의 나라에서 신학생들은 사제의 설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권리를 논의하고 있었다. 특히 많은 학생들은 사제들이 부조리한 사회 체제와 부도덕한 전쟁을 지원하는 데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루디 두취케는 교회를 도덕과 국가에 대한 생각을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곳으로 바꾸고자 애쓰던 서베를린 신학생 가운데 한 명이었다. 1 23일 서독 함부르크에 있는 성 미카엘 교회의 우익 성향의 목사 헬무트 틸릭케는 자신의 설교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을 교회에서 몰아내 줄 것을 군대에 요청했다. 학생들은 그 교회에서 자신들이 만든 주기도문 전단을 나눠 주고 있었다. 여기에 나오는 주기도문의 내용을 강남역 2번 출구에서  한 번 뿌려 보자. 결코 촌스럽지 않을 것이다. 2009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바라는 기원은 몇 십년 전의 기원과 동일하다. 우리는 지난 400년간 지속되어온 세계관의 연속선상에 있다.


 데카르트와 베이컨과 뉴턴의 기계론적 패러다임이 우리 세계에 침투한 이후, 우리는 우리의 세계관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았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이고 여가와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세대이며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시대이다. (왜 보내는지 잘 모르겠지만) 인류를 달나라까지도 보낼 수 있는 세상이다. 끝없는 진보, 경제적인 성장이 이 세상의 제일 큰 화두인 시대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세계가 정말로 인류 역사상 최고로 좋은 태평성대일까? 염상섭삼대의 조씨 할아버지처럼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손자를 보며 아니 이 좋은 태평성대에!!!라고 읊조리며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은이는 하면 된다.!라는 군대식 문화에 물들은 우리에게 애기한다. 해도 안 되는 것, 한계라는 것이 있다.,세상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라고 확실히 현재의 우리는 가히 선조들이 누려보지 못 한 물질적 풍요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선조들이 누려보지 못 한(?) 갖가지 문제들로 힘들어 하고 있다. 확실히 현 상태는 기존의 뉴턴의 기계론적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그러기에 지은이는 세계관의 전환을 요구한다. 현재의 기계론적 고에너지 흐름의 세계관이 아니라 엔트로피적 저에너지 흐름의 세계관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크고 집중화 되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맥도날드의 빅맥 세트가 아니라 필요성에 근거한 스님의 공양 셋트가 필요하다고 애기한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장면2. 한 시대를 풍미한 정우성의 비트. 짥고 굵게 살다가는 기계론적 세계관의 삶이 아니라 엔트로피적 세계관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대사, 난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되시겠다. 사실, 강준만 교수의 한국 현대사 산책만 보더라도 성장만 해 온 한국 현대사에서 가늘고 길게라는 패러다임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 시대에 짧고 굵은,큰 것은 강함의 상징이고 승리자의 표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미국의 신자본주의가 전세계를 뒤덮고 글로벌화가 가속되어 왔지만 가늘고 길게 사는 것 역시 이 시대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이다.


 지은이는 미래를 그려 본다. 에너지 소모와 무질서가 난무하는 대도시는 황폐해져 많은 사람들이 교외로 이동할 것이고 농업은 고엔트로피 에너지인 재생 불가능한 화석자원 기반의 대규모 농업이 사라질 것이며 서비스 산업의 축소로 많은 사람들이 노동집약형의 중간 기술로 이직할 것이다. 더불어 자동차, 우주항공 등의 산업은 에너지원 변화로 사라질 것이다. 태양이라는 새로운 저엔트로피 에너지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기술은 집중적이고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생적 기술에서 분산적이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기술로 바뀌어 갈 것이다. 또한 기존의 화석연료가 아니라 태양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저엔트로피 에너지를 사용함에 따라 인구 증가는 억제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태양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광고에서 보는 태양 전지판을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점이다. 현재 상용화 되어 있는 태양 에너지 기술은 전지판을 만들어 태양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어 저장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의 방식과 별반 틀린 점이 없다. 단순히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태양으로 바꾸었을 뿐, 기존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뉴턴의 기계적인 패러다임의 변환은 아니라는 것이다.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지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 사회가 사용하는 고에너지의 기술 방식이 아니라 엔트로피적 패러다임에 맞춘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슈마허의 중간 기술,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는 물레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제 슬슬 지은이에게 짱돌을 던질 차례다. 아니, 그럼 고에너지원의 확보가 힘들다는 애기인데 그럼 자동차는 어떻게 타고 다녀요?,공장에서 물건은 어떻게 만들어 내요? 등등등. 그래서 이것이 세계관의 전환, 엔트로피적 패러다임인 것이다. 저자의 답은 이렇다. 자동차 타지 마세요,물건 사지 마세요”… 앞에서도 애기했듯이 엔트로피적 패러다임은 한계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가 즐기는 이 모든 것에 종말이 오고 있다는 것을 열역학 제 2법칙, 유용한 것은 무용한 것으로, 획득가능한 것에서 획득불가능한 것으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흐른다는 엔트로피 법칙에 근거해 설명하고 있다. 역으로 저자는 이렇게 애기한다. 자동차가 없으면 주유소에서 줄 설 필요도 사고로 고생할 필요도 보험료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개인의 사고의 변화가 아니라 한 시대의 세계관의 변화이기에 개인들이 납득하기에는 무언인가 꺼림직하다. (그렇다. 우리 회사의 모과장님..."성우야. 결혼하려면 차 필요하다." 윽...)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실천해 옮기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자전거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떠올랐지 아니한가? (덕분에 실적도 없는 삼천리 자전거 주식이 7배나 뛰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풍요가 영원히 끝없이 지속될 것이고 현재의 문제는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기계론적 과학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장면3. 미래로 가보자. 팬도럼이란 영화에서 주인공은 컴퓨터를 손으로 돌리는 발전기로 켠다. 엔트로피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 장면이 우리 일상의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지금의 시기가 에너지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기라는 점이고 에너지원의 변화는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우리의 세계관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점이다.

 언제까지 재생불가능한 화석연료로 연명해 갈 것인가. 아니면 영화에서처럼 우주로 탈출을 꿈꿀 것인가. 영화에서는 운 좋게 새로운 낙원에 무사히 인류가 도착한다. 그런데 지구와 같은 환경의 행성을 발견해 열심히 우주선 건조해서 정착하는 확률보다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써서) 운동해서 여기서 사는 것이 좀 더 살아남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책에는 없지만 열역학에는 엔트로피 이외에도 엔탈피라는 개념이 있다. 오랜만에 전공책을 뒤져 개념을 찾아봤더니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공 공부를 할 때 일본 교수가 쓴 책에서 이 개념에 대한 신선한 접근 방법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간단하게 애기해서 모로 가도 서울에만 가면 된다.가 엔탈피의 대략적인 개념이다. , A에서 B라는 상태로 이동함에 있어서 굉장한 고통을 수반한 방법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직선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빙 돌아서 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B라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필요하다. 사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도 막연하다. 당신은 낙관주의자가 될 수도 있고 실용주의자가 될 수도 있고 향락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내가 먼저 이 패러다임을 행동으로 옮겨야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엔트로피 세계관으로의 이동에 있어 자신이 선택한 태도가 기계론적 패러다임에서 엔트로피적 패러다임으로 이동하는데 비용의 지불 정도를 결정할 것이다.

 개인적인 삶으로 비유해서 애기해 보자.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간다. , 엔트로피 관점에서 보면 태어나면서부터 무질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어떻게 엔트로피의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비용이 따를 것이다. 작게는 오늘 먹을 점심의 선택부터 직업의 선택까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원은 유한하다. 이 풍요도 끝이 난다. 그래서 당신과 나,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이 책을 보면서 계속 떠올랐던 여러 생각들

- 이 글을 쓰는 것, 자신의 아이를 낳는 것, 성공도 다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활동일까?

-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 역시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스르지는 못 했다
   다만 방식이 틀렸을 뿐이리라

- 에니메이션 xxx HOLIC 中에서, "요즘은 시체가 잘 썩지 않는다고 해요. 우리가 먹는 음식에 방부재가
   너무 많아서…"
è     이제는 죽어서 썩지도 못 하는가 가공 식품의 엔트로피적 폐해일까.

-  로마 시대에는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쉬었다고 하는데 난 너무 일하는 것 같다.

-    뉴턴의 기계론적 패러다임하에서 권력과 제도는 위기가 올수록 강화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위기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흘러갈까. 파시즘의 강화로 흘러갈까.

- 이 책 읽다가 찾아본 책들 (제대로 안 읽은 책도 많습니다만 참고로 올립니다.)

  1968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 나날 타리크 알리
 
열역학 
  불확실성의 시대 / 갈브레이드

  소비의 사회 / 쟝 보드리야르

  소유냐 존재냐 / 에리히 프롬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슈마허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 리오 휴버먼

  제조업은 영원한가 / 에몬 펑글턴 
  한국 현대사 산책 / 강준만
  
※ 책 읽으면서 나름대로 마인드맵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첨부 올립니다.)

IP *.202.19.98

프로필 이미지
2009.12.27 15:21:07 *.67.223.154
허걱~
첫번째 북리뷰일텐데....엄청난 내용을 담고있군요.

일본은 잘 다녀왔구요?

68혁명 세대가 지금 유럽의 정치판을  꾸려가고 있는 것 같던데...
변화는 과연 그들이 원하는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가끔, 혁명은 본질을 바꿀 수 없어 시간만 바꾸며 계속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해요.
과연, 우리 성우씨는 엔트로피의 분수령에서 어느쪽 길을 골라가려는지 궁금해요. 

성탄절에 놓친 눈이  오늘 내리는군요.
창밖에 커다란  크리스마스 카드가 펼쳐져있어요.
카드속에서 자동차가 엉금엉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예언자 네이던의 목소리와 잘 어울립니다. ㅎㅎㅎ 
프로필 이미지
Nathan
2009.12.28 12:55:28 *.136.209.2
네. 잘 다녀왔습니다. 다녀오면서 감기몸살을 달고 와서 뜻(?) 깊은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
저 역시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해야 겠죠. 어떤 길을 선택하든 신 들린 무당처럼 한번 놀고 싶습니다. ^^
선배님. 눈 많이 내렸는데 길 조심하시고 감기 조심 하세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84133
738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 What's the right thing to d... [2] 하모니리더십 2010.10.29 4216
737 현실과 허구, 환타지를 잘 버무려준 김려령의 "너를 봤어" 한 명석 2013.08.04 4216
736 책을 찾고 있습니다. [2] 불광불급 2010.06.23 4217
735 행운을 창조하는 사람 현운 2009.09.01 4218
734 <북리뷰>아파트 신화의 덫에 걸린 사람들 -『하우스푸어』 구름을벗어난달 2011.02.01 4218
733 <10기 레이스 1주차 북리뷰> 열하일기 - 이동희 file [1] 희동이 2014.02.10 4218
732 읽을 때마다 새로운 통찰을 주는 책, ‘학문의 즐거움’ 승완 2009.12.28 4219
731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 김용빈 2010.03.01 4219
730 어떤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어떤 경험을 하는 것이 더 ... [2] 승완 2009.11.23 4220
729 새로운 롤 모델, 마이클 더다 이희석 2010.10.26 4222
728 The Boss-쿨한동행 심신애 2009.02.16 4223
727 선의 황금시대 심신애 2009.03.02 4223
726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꼭 던져야 하는 질문 한 가지 승완 2009.09.24 4223
725 10-2리뷰 블루오션(김위찬과 르네 마보안 지음) 인희 2010.10.11 4223
724 [7기도전리뷰] <신화의 힘> 조셉캠벨&빌모이어스_내마음을무... 양경수 2011.02.19 4223
723 생각의 탄생-2차 2회 [1] 정철 2009.02.23 4224
722 단순하고 실용적인 의사결정 도구, 10-10-10 승완 2009.09.21 4225
721 리뷰 3주차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윤인희 2010.03.01 4225
720 [북] 왜 일하는가? 대답할 수 있는가? 하모니리더십 2010.11.24 4225
719 나만의 여행 스타일 만들기 현운 2009.08.14 4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