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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5일 12시 29분 등록
달과 6펜스

시대를 앞서간 화가, 폴 고갱을 다룬 소설 <달과 6펜스>
아마 직접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도 한 번쯤 이야기는 들어봄직한 소설이다.

 

서머셋 몸은 고갱이 타히티에서 숨을 거둔 지 1년 뒤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타히티를 방문한다.
그리고 그 곳에 남겨진 고갱의 흔적들을 그러모아 한 편의 소설로 엮은 것이 바로 <달과 6펜스>
정작 고갱 자신이 그토록 비참한 생을 살다간 것과는 달리 몸은 이 소설로 유명해진다. 예술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인간의 원형을 찾아 일생을 신화와 비교 종교학에 몰두한 신화학자 죠셉 캠벨에 따르면 고대 시대 사람들의 정신 세계를 이끌었던 샤먼 역할을 현대에서는 "예술가"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만큼, 예술가들은 세상과는 때로 한 걸음 떨어져 보이지 않는 우주의 흐름을 가늠하기도 하고, 그것을 전파하기도 하고..

그런데 말이다. 책에서 주인공인 스트릭랜드가 자기 아내가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혼자말처럼 "남자의 영혼은 우주를 흐르는데, 여자들이란.."이란 독백을 하는 장면이 있다. 여자로서 순간 걸리는 문장이긴 했지만, 19세기 유럽이란 시대적 배경을 감안할 때 그럴 수도 있겠지..하고 넘어갔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건 남자와 여자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소설 속 스트릭랜드의 삶보다 현실에서의 고갱의 삶은 훨씬 더 비참하고 절망스러웠다. 그 자신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파리에서 마지막 전시회를 열고 다시 타히티로 돌아갈 때는 깊은 나락의 구렁텅이에서 기차 역에서 울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져 내려오니 말이다..

궁핍과 고통속에서만 꽃 피우는 것이 예술일런지... "고통은 천재성을 키우기도 하지만, 천재성을 말살시키기도 한다"라는 고갱의 말처럼,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때론 천재적 삶이란 것이 잔인하리만치 가혹한 경우가 너무도 많다.


폴 고갱의 의자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소설 속 스트릭랜드가 그러했던 것 처럼, 세상의 룰, 세상의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사람들 안에 잠재한 천재성이 깨어나지 못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도 하는 소설이다. 부유한 금융인이 되어, 안정적인 생활 속에 어떻게 인간이 태어난 근원지와 인생의 의미를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을까. 그러기에 풍요에 젖은 사람들의 욕망은 세상에서 요구하는 성공에의 짐들을 잔뜩 짊어진 체, 그 영혼이 깨어있기에 너무도 버거울 수 있을 것 같다.

새해 직장인들의 목표 1순위가 자기계발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진정한 내 모습을 찾고,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을 꾸리기 위한 자기계발인지
새해에도 변함없이 사회가 내게 원하는 모습에 나를 맞추기 위한 자기계발인지,
그 출발점부터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고갱의 마지막 작품인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에서 고갱이 얻으려던 답을 2010년 우리는 과연 얻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해 서머셋 몸은 스트릭랜드의 마지막 순간을 통해 자신만의 대답을 주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 그림은 더 이상 한 개인의 작품이 아닌 우주와 하나가 되어 이루어낸 자기실현의 작품이라고..

나 역시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영혼 깊숙이 자리잡은 태초의 생명력을 지닌 나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강렬한 여운을 지니게 만드는 너무도 탁월한 소설이다. 역시 대단한 명성에 걸맞는 대단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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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18.5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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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2011.01.17 11:54:37 *.5.147.52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에요^^ 어느샌가 몰입되서 책장이 쑥쑥 넘어가던..
참 강렬한 느낌의 이야기였는데..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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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8 10:49:12 *.118.58.142
그죠? 한번 빠지면 주인공의 삶에 마구 끌려가는 ㅋㅋ
"강렬함"이란 단어가 참으로 어울리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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