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2013년 3월 4일 18시 29분 등록

생산적 동면을 위한 28일간의 책 여행

 

목차

 

프롤로그

28일간의 성장 여행, 생산적 동면을 위한 4권의 독서노트

 

첫째 주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신화를 통해 발견하는 인생의 역동,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Book column 1: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둘째 주 공동체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여행

법의 기원을 통해 발견하는 나와 사회의 관계망,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Book Column 2: 정신줄 놓은 사회에서 법의 정신을 찾는 이유

 

셋째 주 현실 속의 영웅을 만나는 여행

삶과 구원이 하나 되는 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Book Column 3: 내가 아는 영웅에 대하여

 

넷째 주 배움으로 실천하는 삶

위대한 유산, 교육의 힘, 이희영의 솔로몬 탈무드

Book Column 4: 새로운 교육에 대하여

 

 

 

프롤로그

 

28일간의 성장 여행, 생산적 동면을 위한 4권의 독서노트

 

2월은 동면의 절정에 이르는 계절입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게 그러한 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게는 그렇습니다. 저는 계절을 많이 타거든요. 모든 동물들이 충만한 에너지와 식량과 태양광을 즐기는 여름과 가을엔 온갖 일에 열정을 불태웁니다. 잘 먹고 잘 놀고 누가 안 시켜도 흥에 겨워 일하지요. 누가 날 좀 말려야 하나 싶게 많은 일을 벌이고 감당을 못 할 때도 있지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눈부신 햇살이 저를 깨우고, 밤보다 훨씬 긴 이 제 열정과 에너지를 감당하기에 충분할 만큼 넉넉한 시간을 주니까요.

 

문제는 겨울과 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들뜬 연말연시가 지나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찬 바람과 지저분하게 얼어붙은 길바닥에 진저리가 나기 시작하는 1월 말부터 코 앞까지 다가온 봄을 도무지 실감할 수 없어 괴로운 3월 초까지의 늦겨울녁입니다. 아무리 부정하고 도망가려 해도 동면의 계절은 어김없이 다가와서,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지난 한 해의 피로가 온 몸에서 제 증상을 발현하기 시작하고, 정신은 더디 뜨는 아침 해마냥 느리게 의욕 없이 간신히 구동하며 오로지 휴식을 갈구하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므로 1월이 되면 저는 또 다시 동면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온 몸과 마음으로 실감하며 조바심을 냅니다. ‘어떡하면 이 시기를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 이때는 무슨 일이 눈 앞에 벌어지든 부정적인 예감에 시달리고요. 어떤 신나는 건수가 생겨도 어떻게든 도망갈 핑계를 찾게 된답니다. 이런 불길한 시기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며, 최대한 낮은 자세를 몸을 낮추고요. 실패할 게 뻔하니까요. 남들이 아무리 잘해낼 수 있다고 얘기해줘도 소용없습니다. 이런 시기를 바로 슬럼프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수년간 제 맘을 배신하고 저를 곤경에 빠뜨려온 이 놈의 동면기이렇게 에너지가 바닥을 뚫고 마이너스 상태로 추락할 때는, 최대한 몸을 사리고 지금 이 시간도 지나가리라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최대한 동면하는 동굴곰의 자세로 겨울을 나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 괴로운 동면기를 색다른 벗들과 함께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저 아무 일 없이 좀 지나가주기만 바랬던 겨울이 어느새 끝을 보이고 있더라고요. 뭐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었어요. 심지어 자발적으로 한 일도 아니었답니다. 뭘 했느냐 하면요. 그냥 책을 읽었어요. 책을 읽고 맘에 든 근사한 구절들을 옮겨 쓰고요. 감상도 적어봤어요. 그리고 책의 교훈을 나의 생각으로 정리하고자 끙끙대며 칼럼을 썼답니다. 호러와 SF, 추리물과 시대물 같은 장르소설에만 매달리던 제게는 진짜 낯설고 힘든 독서였어요. 거기에 이 낯선 내용들을 내 것으로 정리하려니 참, 진땀을 빼긴 했습니다. 그 중에는 이게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내가 이 어려운 내용을 이해를 하긴 한 것인 지. 부끄럽게도 에라, 나도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그냥 주구장창 그냥 옮겨 적기만 한 글이 절반이 넘고요.

 

그럼에도 4주는 지나갔고, 오색 포스트잇을 처덕 처덕 붙여둔 4권의 책들과 올망졸망한 독서노트가 제 앞에 놓였더라고요. 뭘 알고 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닌데, 무언가 응어리진 것이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어려운 책들과 씨름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양 뿌듯함도 느꼈어요. 가장 좋았던 건, 늘 무기력과 허무함에 시달리던 공포의 동면기가 저도 모르게 지나간 거예요. 한 주에 한 권씩, 태백산맥의 준령들을 차례 차례 정복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간 이 네 권의 책들 덕분에 다가올 봄을 위한 힘을 비축하는, 진정한 의미의 동면을 취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죽은 듯 엎드려,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 바라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인생의 겨울 같은 시련을 맞아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분들도 계실 거고요. 하던 일이 전처럼, 내 맘처럼 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슬럼프를 맞으면, 이것도 저것도 모두 또 다른 실패의 원인이 될까 봐 두렵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일, 내 지친 몸과 마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어줄 일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때 조용히 책을 드는 겁니다. 형광펜과 포스트잇을 옆에 두고요. 좋은 독서대가 있으면 금상첨화지요. 책을 열기 전, 나의 고민을 내려놓고 생각을 비워둡니다. 그건 도망가는 게 아니예요. 저자의 피와 땀이 어린 문장과 생각을 붙들고 씨름하다 보면, 나의 고민과도 거리를 두고, 3자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보다 냉철한 이성으로 나의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는 거예요.

 

그러려면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읽고, 가슴으로 읽어야 해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문장은 형광펜으로 줄을 긋고, 쉽게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알록달록 스티커도 붙여놓아요. 가능하다면 그날 그날 읽은 부분 중 가장 좋았던 문장, 잊고 싶지 않은 부분은 다시 옮겨 적어봅니다. 읽고 스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꼭꼭 만년필로, 키보드로 씹어 삼키는 거예요. 내 몸으로 소화해서 내 정신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요.

 

제가 28일간의 독서여행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방대한 세계를 가진 책들을 분석, 정리, 소개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사실 제게는 역부족이예요. 저는 이 책들을 온전히 제 것으로 소화해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있게 나눠줄 수 있는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어요. 그냥 이 책들 속에 뭔가 재미있는 내용이 있는 것 같군. 한번 읽어볼까? 어차피 뭔 일도 벌이기 힘든 시기인데, 까짓 거 책 속에서 잠깐 나들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이 동한다면, 그것으로 제 임무는 완성입니다.

 

그래서 이 독서노트는 아는 직장 후배에게 이야기하듯, 같은 동 엘리베이터 안에서 늘 마주치는 제 또래 엄마와 커피라도 한 잔 하며 이야기하듯 주절 주절 이야기 형식으로 적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재미있었던 부분만 골라 적었어요. 그냥  말하기 편하고 듣기 편하게요.

 

4주간 작성한 이 짧은 독서노트가 제 피곤하고 지친 정신에 꼭 필요한 외출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저의 독서노트가 이 멋진 네 권의 책들, 그리고 더 많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 더 큰 도약을 위한 생산적 동면을 취할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출발합니다!  

 

 

첫째 주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신화를 통해 발견하는 인생의 역동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모든 여행의 시작과 끝이 이듯, 모든 변화의 시작과 끝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지배를 받는 생물이라면 대부분의 활동을 접고 힘을 아끼며 조용히 자신 안에 칩거하는 계절, 겨울은 나를 들여다 보기에 적당한 시간이지요. 다가올 봄의 변화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아내기 위해 조용히 내면을 응시할 때인 것이죠. 그러므로 생산적인 동면의 첫 주를 함께 할 동지로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촉구하는 책을 고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는 아직 본인이 영웅임을 자각하지 못한 미숙한 젊은이가 자신의 운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온갖 고난을 겪은 끝에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이예요. 신화와 영웅이라는 키워드는 평범한 인간들의 삶과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이는 전지전능한 신들과 초인적인 영웅들의 해프닝으로 가득한 그리스 신화를 상기시키죠. 그러나 그리스인 이야기를 또 하나의 신화 읽기책으로 간주하는 것은 오해랍니다. 저자는 책 머리에 그리스인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촉구하는 바를 직접 밝히고 있어요.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자주적 삶의 방식도 없고 정신적 독립성도 없는 대중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마침내 세상에 자신의 작은 왕국 하나를 건설해나가는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를 교환하는 것,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모멸이 온 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는 이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신화 읽기를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그런 류의 책들은 너무도 많다. 이 책은 모험의 선동을 위해 쓰였다. 모험에의 초대,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p19)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나 자신의 신화 만들기란, 진정한 나의 모습과 나의 영역을 찾는 모험, 나아가서는 자기 혁명의 성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은 신화에서 시작한 책이지만, 신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아요. 지독한 운명을 수용하거나 맞서면서 한 자리에 머무르길 거부한 주인공들, 평범한 인간에서 스스로 신화가 되기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는 모험에 나선 인간들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신은 이 용감한 인간들의 조력자로 스쳐가듯 등장하고, 내용의 이해를 위해 양념처럼 소개될 뿐이죠. 여기서 목차를 한번 살펴보면 저자의 의도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프롤로그: 고대 그리스인처럼 모험하라

    

신화가 된 인간

 

미케네: 모험의 시작

프로메테우스

아르고스의 페르세우스

메두사

카시오페이아와 안드로메다

티린스의 페르세우스

Tip. 제우스

Tip. 신화 속의 기괴한 괴물들

 

크레타: 탐욕의 끝

크레타인

미노스왕

아리아드네

다이달로스

Tip. 신화 속 기억해야 할 동물들

Tip. 3대 마녀들

Tip. 디오니소스

 

아테네: 문명이 꽃피다

테세우스

메데이아

파이드라와 히폴리토스

아스클레피오스

Tip. 아폴론

Tip. 아테나

 

테베: 가장 장엄하고 비참한 자의 탄생

오이디푸스

이오카스테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크레온

 

트로이전쟁, 겨루는 자의 함성

 

아테네트로이: 출항

헬레네

아가멤논

Tip. 헤라

Tip. 신화 속 예언자들

 

트로이: 격돌

아킬레우스

파리스

헥토르와 안도르마케

Tip.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들

Tip. 헤파이스토스

 

혹독한 귀환

 

아테네: 운명의 굴레

클레임네스트라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이피게네이아

Tip. 아르테미스

 

8: 트로이이타카: 승리한 자의 고난

트로이의 오디세우스

칼립소

나우시카

폴리페모스

키르케

그리스의 영웅들: 저승에서 다시 만나다

헬리오스의 오디세우스

페넬로페이아

Tip. 포세이돈

Tip. 헤르메스

Tip. 하데스

 

9장 트로이로마: 위대한 로마의 탄생

트로이의 아이네이아스

헤카베와 폴릭세네

트로이의 유민들

여왕 디도

시빌라

라비니움의 아이네이아스

레아 실비아

Tip. 아프로디테

Tip. 아레스

Tip. 그리스신과 로마신의 대차대조표

 

에필로그: 키가 자라 머리가 별에 닿았네

 

그렇죠? 영웅과 인간의 딸들과 괴물이 전면에 나서고, 위대한 열두신은 각 영웅들을 소개한 끝에 주석이나 별도의 섹션으로 밀려있단 말입니다. 저자는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왜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고 신들을 들러리로 세웠을까요? 여기서 잠깐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1954 1 15일 충남 공주 출생. 서강대에서 역사학,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1980년에 IBM에 입사, 20여 년간 경영혁신 전문가로 활동했다. 1998년 첫 저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출간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2000 21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1인 기업 변화경영연구소를 설립하여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다. 이곳에서 그는 변화경영전문가로 저서활동과 강연활동 그리고 연구원 제도를 통한 후학양성에 힘써왔다.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라는 연구소의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변화와 성장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 혁신의 전도사이자 멘토의 역할에도 충실해왔다.

 

2005년 삼성 SDS e-캠퍼스 강사 3000명 중 최고의 강사로 선정되었고, 기업 CEO들이 꼽은 최고 변화경영이론가, 직장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강연자 1순위로 뽑히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낯선 곳에서의 아침>,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떠남과 만남>, <코리아니티>, <공익을 경영하라>, <깊은 인생>, <구본형의 더 보스>,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등 다수가 있다. 현재는 EBS에서 <고전읽기>를 진행하며 고전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리스인 이야기 외 다수 저작의 작가 소개에서 발췌)

 

저는 저자를 딱 한번,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그의 신작 소개를 겸한 강연회에서였지요. 말수가 많지 않은 듯 했고, 묵직한 저음으로 조용 조용 말을 이어 나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저는 그의 침착하고 단단한 문장을 닮은 진중한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에 대한 상상과 현실이 닮아 있어서, 저로선 흡족한 만남이었습니다.

 

그 후 책 속에서 만난 그는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난 그의 책에서 소개한 저자 구본형은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변화경영전문가로서, IBM에서의 화려한 경력을 중심으로 직장인의 멘토 또는 경영사상가로 매끈하게 포장된 모습이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훨씬 더 근본적인 개인의 변화, 자기 혁신을 중심으로 점점 더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탐구자이자 조언자이면서 실천가로서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잘 나가는 강남의 스타 강사에서 전쟁보다 치열한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는 제다이들의 스승 요다로 변신했다고나 할까요?  

 

첫 책을 내놓은 후 작가로서, 스타 강사로서, 1인 기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의 프로필에서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의 영원한 화두 변화입니다. 조직의 변화를 관리하는 직장인에서, 변화 경영의 를 설파하는 1인 기업가로, 삶에 있어 변화를 통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사람들을 위한 스승으로, 자기 혁명의 실천가로 더 깊어지고 뾰족해지는 과정에서 그는 변화라는 주제를 한번도 놓지 않았지요.

 

<그리스인 이야기>는 그가 천착해온 변화의 당위성을 인류의 집단적 기억, 공통의 이야기 창고에서 찾아내려는 시도예요. 저는 그가 그리스 신화에서 인생의 역동으로서의 변화를 끄집어내려는 시도가 맘에 들어요.

 

물론 굳이 다른 해석을 시도하지 않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읽어도 신화는 무척 재미있어요. 사랑, 증오, 질투, 신비, 공포, 잔인한 복수, 전쟁까지 모든 극적인 요소가 그 안에 있으니까요. 일단 그리스 신화의 내용에 익숙해지면, 오늘날 전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문화 컨텐츠 안에 들어있는 신화의 영향을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찾아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지요

 

하지만, 신화를 그저 신들의 소동으로 치부해버리면 우리 현실과 접점이 없어지잖아요. 나에게 그래서 무슨 의미인지를 되새겨 볼 건덕지가 없어진다고요. 신화도 결국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일 텐데 말이에요. 그리스 신화는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요. 우리의 건국 신화에서도 그렇지만, 순수한 신의 세계와 현실의 영웅들이 뒤섞이는 부분이 특히 그래요.

 

가령 테세우스를 만나볼까요? 테세우스는 다이달로스가 만든 유명한 미궁에서, 소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한 미노타우르스를 죽인 모험으로 유명한 영웅이지요. 그리고 다양한 모험을 마친 뒤 아테네의 왕이 되어 민주주의의 기초를 세운 지도자로 신화와 역사를 넘나드는 인물입니다. 사실 저는 어린 시절에 본 그리스 신화에서 테세우스의 신비로운 모험만 기억했지, 그가 실제로 아테네의 왕이었다는 사실은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사 속의 그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져 아테네를 그리스 최고의 국가로 만든 위대한 왕이었어요저자가 소개한 테세우스를 한번 들여다보죠.

 

테세우스는 현명하고 공정한 왕이 되었다. 그는 백성 위에 군림하기를 원치 않았다. 각 마을에 있던 공회당이나 행정청들을 없애고 아크로폴리스에 공동의 공회당을 지었다. 그리고 도시의 이름을 아테네로 정하고 공동의 제사를 지냈다. 시민들이 투표할 수 있는 의회를 짓고 공화국을 만들었다.

그는 도시를 확장하기 위해 평등을 조건으로 외지에서 적극적으로 인구를 유입시켰다. “모든 민족이여, 이 땅으로 오라.” 이것이 그의 기치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민주정치를 펴기 위해 왕의 자리를 내던진 인물이 바로 테세우스였다다른 도시국가들이 한 사람의 절대군주 밑에 머리를 조아리는 체제를 구축해갈 때 아테네는 모든 나라와 도시 중에서 가장 자유롭고 번영하는 도시가 되었다. 테세우스는 국민들이 스스로 통치하는 위대한 나라의 초석을 놓았다.(p128)

 

참 대단한 위인이죠? 그런데 이토록 위대한 지도자이자 불세출의 영웅 테세우스의 영광은 사실 인간으로서 차마 씻어낼 수 없는 비극적인 실수와 뼈아픈 배신으로 얼룩져 있답니다. 미궁을 빠져 나오게 해준 생명의 은인이자 연인 아리아드네를 배신했고, 어이없는 실수로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거든요. 그토록 많은 공적을 세운 그리스의 영웅이건만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 이토록 비극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진정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을 함께 성공적으로 꾸려나가기는 힘들기 때문일까요? 위대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개인적 삶이 비극으로 가득 찬 예는 현실에도 참 많습니다. 저자는 테세우스의 빛나는 업적보다는, 오히려 배신과 실수를 안고 마침내 위대한 영웅이 된 테세우스의 고단한 삶을 통해 인생의 양면성과 고통 없이 이뤄질 수 없는 자기혁명의 본질을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테세우스의 배신으로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아리아드네의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아리아드네는 아버지와 조국을 배신하고 테세우스의 도전을 돕습니다. 영웅이 미궁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실타래를 쥐어준 것이 그녀였죠. 배은망덕하게도 테세우스는 고국으로 금의환향하는 여정에서 도중에 들른 섬에 그녀를 냅두고 가버린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처절한 배신을 당한 아리아드네는 연인의 변심을 슬퍼할 지 언정 그를 미워하거나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면서 스스로를 망가뜨리지 않아요. 저자는 여기서 니체의 시를 인용해 자신의 운명을 사랑한 아리아드네의 현명함을 칭송합니다.

 

현명하구나, 아리아드네여.

너는 작은 귀를 가졌으며, 너는 나의 귀를 가지고 있으니

그 안에 지혜로운 말 하나를 담아두어라.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자기가 먼저 미워해서는 안 되는 법

나는 너의 미로이니라.(p96)

 

아리아드네는 삶이 미궁임을, 그리고 미궁 속에 길이 있음을 아는 여인이었습니다. 삶이라는 미궁 속에서 무엇을 만나든, 그것을 어찌할 수 없는 실타래의 일부로 여기고 전체로서의 삶을 헝클어버리거나 끊어내지 않는 현명함을 가졌어요. 저자는 그녀가 살아낸 좌절과 극복의 삶을 통해 삶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 살아내야 하는 것임을 조근 조근 이야기합니다. 삶이 변화 그 자체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으로 지켜낸 아리아드네의 인생을 다른 어떤 영웅들의 삶보다 가치 있게 조명하는 것이죠.    

 

삶이란 어떤 것인가 하면(The way it is)

 

네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지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가는 실

그러나 그 실만은 변치 않아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궁금해하지.

너는 그 실에 대해 설명해야 해.

그렇지만 그 실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그 실을 꼭 잡고 있는 한,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아.

살다 보면 슬픈 일도 일어나고,

사람들은 상처를 입거나 죽기도 하지.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어.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으면 안돼.

윌리엄 스태퍼드(William Stafford, p92-93)

 

여기서 실의 의미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희망, 인생의 목적, 나 자신에 대한 믿음, 삶 자체이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되었던 온 우주의 중심을 나로 놓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라 해야 할까요? 저는 이것을 한 마디로 표현할 재간은 없습니다. 탈무드에서 본 한 글귀가 제 이해를 가장 가깝게 표현한 것 같아요.

 

호주머니에는 언제나 두 가지를 적어두는 것이 좋다.

하나에는 나는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하나에는 이 세상은 나를 위하여 창조되었다.

-       부남 드 프시케 (이희영의 솔로몬 탈무드에서 발췌)

 

이 상반된 듯한 두 개의 가치관이 아리아드네의 삶을 설명한다고 느껴져요. 아무리 대단한 영웅에게도 삶은 영광과 미덕으로 포장된 일직선의 도로가 아님을, 곳곳에 좌절과 배신과 비극이 숨어있는 미궁임을 경험하고 끝내 위대한 지도자가 된 테세우스. 그리고 슬프지만 신비한 미궁 같은 삶을 사랑하고 운명을 사랑함으로써, 스스로의 인생을 구원한 아리아드네. 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리스인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라, 인생은 모험이니까!’라고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 밖에도 천하의 악녀로 잘 알려진 메데이아, 고향을 찾아 수십년을 방랑한 오디세우스, 비극의 정점의 선 슬픈 영웅 오이디푸스, 로마를 세운 영웅 아이네이아스를 통해 운명에 도전하는 인간의 이야기, 진정한 자신을 찾는 모험을 만나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여는 저자의 일성을 음미하는 것으로 독서노트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름없는 사람들,

자신의 세상을 갖지 못한 사람들,

아직 긴 모험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신화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위험한 모험을 선동하는 북과 나팔이다.

그러므로 이 위험한 대화를 기억하라.

 

너는 왜 아버지의 집을 떠나왔느냐?”

불행을 찾아서지요.”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중에서

 

Book column 1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처음 신화는 내게 역할 놀이의 스크립트였다초딩 시절 처음 만난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나는 열두 신의 이름과 특징만 달달 외워 이 중 누가 나의 수호신이 되어야 하는 지를 상상하며 순정만화 삘의 낙서로 연습장을 수없이 채웠던 것 같다나 혼자 지혜롭고 용감한 아테네가 되었다가신비롭고 역시 용감한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도 되었다가내친 김에 맘에 드는 남신들과 나의 수호 여신들을 내키는 대로 중신까지 서가며 온갖 유치찬란한 이야기들을 꾸며 내곤 했다물론 들어주는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지만어쩌다 만화며 동화에 등장하는 그리스 로마의 신들을 만나면이런 저런 해설을 하며 잘난 척도 좀 했던 것 같고어린 내게 신화는 상상의 보고이자 이야기 보따리로서 충실히 그 역할을 해주었다.

 

갓 대학에 입학해 ‘영미문학의 배경’이라는 전공필수 과목에서 다시 만난 신화는 헤브라이즘과의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영미 문학 양대 산맥의 그늘진 골짜기였다물론 헬레니즘이 헤브라이즘에 전사했다는 결론은 내가 내린 것이 아니다영미 문학의 근간이 된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부하게 되어 있던 강의 계획서를 읽고 나름 기대에 부풀었던 터였으나강단에 선 교수님의 첫 일성을 듣고 그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열혈 기독교 신자였던 그녀는 한 학기 내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향이 왜 기독신앙에 비해 미미한가또는 헤게모니를 빼앗겼는가를 설명하고 갖가지 교회 모임을 소개하며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전도에 열과 성을 다했기 때문에, 학기 도중에 어느 용감한 학생이 강의 시간에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정신적인 폭력이라며 교수님께 익명의 항의 서신을 보내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게 되었다항의 서신을 공개하며 노발대발하는 교수님을 보며 결국 속으론 그게 아닌데하면서도 그 분의 성향대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영향을 논하라는 마지막 기말고사를 성경 문구로 도배를 하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점수는 A+이었지만 입맛이 썼다그리고 나는 유학을 앞두고 교수님이 추천서를 써주시며 강권한 교회 모임을 결국 나가지 않았다.

 

다시 20 여 년이 흘러서, <그리스인 이야기>를 만나 신화란 무엇인가를 처음으로 곰곰이 생각해본다생각해보니 그간 신화라는 단어를 나는 영 엄한 데서 자꾸 만나는 바람에 멀미를 느꼈던 듯 하다창업 신화성공 신화주식 투자의 신화마케팅 신화서울대 합격 7 8기의 신화 등등이런 장삿속 가득한 선전문구에서 만난 신화들을 때로는 부러워하고 대게는 혐오하며 아둥바둥 살았던 30대도 이제는 지나 보냈다.      

 

그리고 맞은 성년의 사춘기 마흔에 들어서서참 오래도록 무심했다 다시 만난 신화 속의 인물들은 내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전처럼 가볍게 다가와 아폴론과 다프네의 사랑을 이야기하지도 않고피그말리온의 사랑을 달콤하게 전해주지도 않는다이제는 달콤한 처녀들의 사랑과 신들의 재미난 소동이 아니라쓰라린 운명에 짓밟혀도 그저 살아갈 뿐인 그녀들모험이 끝나도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치열히 싸워야 하는 가혹한 운명의 사내들을 응시하게 한다메데이아의 분노와 죄악을 연민으로 바라보게 하고아이아네스의 덧없이 짧은 3년간의 왕위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보게 한다.

 

용감한 아테네도빛나는 아르테미스도최고 신 제우스도 아닌어둠의 여신이자 교차로의 수호신인 헤카테와 경계의 신 헤르메스를 중심에 올려 본다우리는 매 순간 위태롭게 또는 자유롭게 경계에 서 있으며구름 한 조각으로 칠흑 같은 어둠과 휘황한 달빛은 한 밤에 공존함을 알아야 하는 그런 시기를 맞은 것이다변화가 곧 삶이고도전이 곧 살아 있음이며기나긴 항해 끝에 마침내 보이는 항구는곧 다가올 치열한 전쟁을 의미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나에게 이제 신화는안일한 일상에 만족하려는 나를 쿡쿡 찔러대는 날카로운 창 끝이 되었다.     

   

 

둘째 주 공동체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여행

 

법의 기원을 통해 발견하는 나와 사회의 관계망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통독한다는 것은법학도나 철학도가 아니고서는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저는 4주간 정복할 네 권의 책 리스트에 <법의 정신>이 끼어있는 것을 보고서는 스멀 스멀 걱정이 피어올랐다가,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하드커버 장정의 책을 받아든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음을 고백합니다. 1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과제물의 제출해야 하는 레이스를 중도 포기할 뻔 한 것도 이 책의 위용에 지레 겁을 먹고 손이 얼어버린 탓입니다. 그럼에도 어찌 어찌해서 책을 읽고, 또 하나의 쑥스러운 독서노트와 칼럼을 남겼지요.

 

힘들었습니다그런데 걱정했던 것만큼은, 책이 난해하지는 않더라고요. 방대함이 문제였지요. 게다가 어설픈 번역이 안 그래도 방대한 책의 흐름을 자꾸 끊어 놓는 것이 좀 괴롭긴 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발견의 재미가 있었던 이 책을 읽고 난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저는 반드시 이 책을 제 아들 두 녀석들을 위한 평생독서계획리스트에 집어넣을 것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사회 진출을 하기 전까지 반드시 읽도록 권할 생각입니다. 왜냐구요? 이 책은, 제 생각에, 나의 탐구를 시작한 청년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사회 속에서 개인의 역할, 개인과 국가, 국가와 국가에 대한 역할과 관계를 정의하는 최초의 교과서 같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온통 불법과 탈법이 전부인 듯한 언론 보도와 좌절스런 사회 경험을 통해 개인과 법, 정치, 국가의 관계와 역할에 대해 무관심과 혐오의 감정이 고착화되기 전에, 저는 제 아들들이 이 책을 만나길 원해요. 이 책을 통해 법의 기원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법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내가 속한 사회와 나는 어떤 관계로 맺어져야 하는 지 원점에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법의 정신>수능대비 핵심 키워드식으로 정리하자면, ‘삼권분립의 제창으로 민주정치제도의 기틀을 제공한 사회과학분야의 고전정도 될 것 같습니다.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분리와 상호견제를 통해 사회균형을 이루는 정치제도로 확립하고자 한 저자의 주장은 가깝게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제도를 이루는 근간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한 대부분 국가의 정치제도는 이 삼권분립과 균형의 원칙을 근본으로 하지요.

 

그런데 지구는 둥글다는 자연법칙처럼, 오늘날 정치사회학에 있어 자연법칙처럼 받아들여지는 삼권분립의 원리와 그 원리를 뒷받침하는 <법의 정신>은 사실 출간 당시에는 정치, 사회, 종교적으로 엄청난 찬사과 비난을 한 몸에 받은 문제작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저자가 그런 반응을 염려한 나머지 익명으로, 그것도 고국 프랑스가 아닌 스위스에서 책을 출간하면서, 머리글을 이렇게 시작했다니까요.

 

이 책에 쓰여진 무수한 사항 가운데 만일 예기했던 것과는 반대로 독자를 격분시키는 사항이 있다 할지라도 적어도 악의로 그리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천성이 남을 중상하는 성질이 못 된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 시대에 태어난 것을 하늘에 감사하였다. 나 또한 지금 살고 있는 정부밑에 삶을 주시어 하늘이 나로 하여금 사랑하도록 정하여 주신 사람들에게 복종하시기를 바라시는 바를 하늘에 감사하고 있는 바이다.

 

나는 독자에게 관용을 구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데,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두렵다. 그것은 20여 년에 걸친 역작을 잠시 속독에 의하여 판단하지 말아달라는 점이다. 두셋의 장구가 아니라 이 책 전체를 칭찬하거나 나무라 주기를 바란다. 독자께서 지은이의 의도를 찾아 내고자 한다면, 그것은 이 책의 구상 안에서만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먼저 인간을 검토했다. 그리고 이 제도와 풍속의 수많은 모습 속에서 인간은 단순히 그 자의에 의해서만 인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P17)

 

안타깝게도 이런 간곡한 저자의 당부에도 불구, <법의 정신>은 출간되자 마자 교회의 발매금지령을 받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출간 2년 만에 무려 22판을 찍어내는 기염을 토했으니, 지금 수준으로 판단해도 초대박 베스트셀러였던 겁니다

 

그런데, 대체 이 책은 왜 이렇게 격찬과 경악을 한 몸에 받게 되었을까요?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법의 정신>이 출간된 당시의 시대 배경과 저자의 인생을 잠깐 들여다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몽테스키외는 1689년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라 브레드성에서 법조가문 귀족의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처음부터 부유한 집안에 태어난데다, 젊어서 역시 부자였던 숙부의 상속을 받았으며, 촉망 받는 법학도였고, 스물일곱에 이미 법관직을 상속받아 사회적, 재정적 안정을 얻었다고 해요. 거기다 학문이 깊고 글재주마저 뛰어나 법학, 역사학, 물리학, 동식물학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연구와 논문 발표를 거듭하다 서른 초반에 <페르시아인의 편지>라는 걸작을 익명으로 발표했는데, 페르시아인 여행자의 눈을 통해 정치, 종교, 사회 계급을 넘나들며 당시 프랑스의 시대 상황을 날카롭게 풍자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페르시아인의 편지>로 최초의 명성을 얻은 후 몽테스키외는 파리의 화려한 궁정생활을 경험했지만 환멸을 느끼고 학문에 전념하기로 결심합니다. 이후 유럽을 두루 여행한 뒤 영국에서 여러 학자 및 저명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저술활동을 하며 프리메이슨 단원으로 가입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프랑스로 돌아와 학문 연구와 저술 활동에 일생을 바쳤다고 하지요. 특히 영국에서의 경험은 후일 법의 정신전반에 이상적인 공화정체로서 영국의 정치제도가 여러 번 묘사되는 데 영향을 미쳤어요.

 

1734, 그는 또 다른 대표작 <로마인의 위대함과 쇠락의 원인에 관한 고찰>을 발표한 뒤 거의 시력을 잃을 뻔 했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법률과 정치학에 대한 필생의 대작을 기획하죠. 결국 14년 간 끈질긴 집념과 방대한 조사를 통해 1748년 드디어 <법의 정신, 또는 법이 각국의 정부 구성, 풍습, 기후, 상업 등의 구성과 맺는 관계에 관하여>를 출판하기에 이릅니다. 종교계 및 정치계의 사상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국이 아닌 스위스에서 본명 대신 어머니 없이 생긴 아들이라는 표어만 붙인 채 출판했다고 해요. 과연 내용을 되짚어 보면 종교계 및 당시의 프랑스 정치가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바는 없으면서도, 뜨끔하게 할만한 내용들이 여기 저기 들어 있지요.

 

<법의 정신>은 출간되자마자 교회와 프랑스 정권의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고, 결국엔 교회의 발매금지령을 받았는데, 출판 후 2년 뒤 이미 22판을 인쇄할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교회의 공격에 대응하고 발매금지령을 풀기 위해 쓴 <법의 정신에 관한 변론> 1950년도에 출간한 후 그는 마침내 세계적 명성을 얻었어요. 그러나 40여 년의 집념으로 완성한 <법의 정신>을 세상에 내놓은 뒤 그는 기력을 다한 듯, 말년에는 거의 실명 상태에 이르러 1954년 죽음을 맞았다고 합니다.

 

다시 법의 정신이 그토록 큰 파장을 일으킨 이유로 돌아가보죠. 이 책이 출간된 1748년은 절대 왕권을 휘두른 루이 14세가 서거하고 서서히 왕권의 쇠락이 진행되고 있었던 시기로,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약 50년 전입니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을 통해 군주정체, 공화정체, 전제정체를 가차없이 비교하고 각 정체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절대 왕권이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중이었고, 계몽사상이 움을 틔운 시기이기는 하나 군주정체로서 프랑스의 정치제도는 아직 확고했고, 특히 사회현상과 정치제도를 자연법과 실증주의에 입각해 설명한 몽테스키외의 주장들은 당시 종교계의 입장에서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그는 책 전반에서 노예제, 결혼제도, 풍토성에 기반한 민족성과 정체의 관계성 등 종교계 및 당시 기득권층을 불편하게 할 만한 다양한 이슈를 제기했지요. 결국 그는 2년 뒤 교회 및 사회 각계층의 비난에 대한 변론으로 <법의 정신 변호론>를 저술하기에 이릅니다.  

 

<법의 정신>을 읽다 보면, 이런 문장들은 당시의 기득권층에게 가슴 뜨끔한 경고로 보였겠구나 싶은 구절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 놀라운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뜨끔한 경고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공화정체에 있어서 과도한 권익이 갑자기 한 시민에게 부여되면 군주정체 또는 군주정체 이상의 것이 형성된다. 군주정체에 있어서는 법률이 국가제도로서 갖추어져 있거나 또는 거기에 적응해 있다. 정체의 원리가 군주를 제약한다. 그러나 한 시민이 과도한 권력을 장악한 공화정체에 있어서는 법률은 그 점을 예상하고 있지 않으며, 그를 제약할 아무런 수단도 없으므로 이 권력의 악폐는 보다 더 크다. (p37)

 

뭐 굳이 300년 전 유럽이나, 로마쇠망사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과도한 권력을 쥔 개인이 나라를 망치는 경우는 가까운 우리 근현대사에서 줄곧 관찰된 현상이지요. 비상시라는 둥 나라의 위기라는 둥, 긴급한 필요를 강조하며 한 개인의 손에 권력을 몰아갈 때 나타나는 결과는 예나 지금이나 서양이나 동양이나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법은 귀족에 대해 상업도 금지하여야 한다. 이렇게 권세 있는 상인은 모든 종류의 독점을 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업은 평등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직업이다. 그러므로 전제국가 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것은 군주가 상인인 국가이다. (p76)

 

민주국가라도 권력이 과도하게 중앙에 집중하는 대통령제에서, 정치지도자가 상인 또는 상인 출신인 것은 국토 전체를 장사(공사)판으로 여겨 국가 경제와 환경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목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12장 형벌의 힘

사람이 형벌을 받고도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폭정의 결과이다. 폭정은 악당에 대해서나 정직한 사람에 대해서나 동일한 형벌을 과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잔혹한 형에 의해서만 사람들이 억압되어 있는 나라가 있다고 하면 그것도 역시 대부분이 정부의 폭력 결과라고 간주하여야 한다. 그러한 정부는 이런 형을 가벼운 죄에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악폐를 교정하고자 하는 자는 가끔 그 교정 밖에 생각지 않는다. 그의 눈은 이 대상에 향해서 열려 있기는 하나 그것에서 생기는 불평에 대해서는 닫혀져 있다. 한번 그 악폐가 교정되면 사람들의 눈에는 벌써 그 입법자의 가혹함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국가에는 이 가혹함이 자아낸 결함이 남는다. 즉 인심이 부패하여 전제주의에 습관화된다.

 

리잔드르가 아테네에 대하여 승리를 거두었을 때 포로 재판이 행해졌다. 아테네인은 2척의 군함에 실었던 포로 전원을 바다 속에 던지고, 또 회의에서 장차 잡게 될 포로는 모두 손목을 자르라는 의결을 하였다고 해서 탄핵되었다. 그들은 오직 한 사람 그 명령에 반대한 아디만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학살되었다. 리잔드르는 필로클레스를 처형하기 앞서 그를 이렇게 문책했다. “너는 인심을 황폐케 하고 그리스 전토에 잔학의 교훈을 주었노라.”

 

플루타르코스는 이렇게 말한다. “아르고스 사람이 그 시민 중 15백명을 처형하였을 때 아테네는 속죄의 제물을 신전에 바쳐 놓고, 아테네인의 마음으로부터 이 같은 잔혹한 관념을 털어주소서 하고 기도하였다.”

 

타락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 하나는 국민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이 법에 의하여 타락당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고칠 수 없는 병폐이다. 왜냐하면 타락이 치료법 자체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p107-108)

 

형벌을 받고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폭정의 결과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나요? 지금 우리는 정부가 가하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법률, 타락이 법률 속에 이미 내재함으로써 고칠 수 없는 병폐를 조장하는 법 체계라는 지적에 대해 자유로운지 모르겠습니다. 왠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6장 군주정체의 원리와 부패

국민이 원로원, 집정관, 재판관으로부터 그 기능을 빼앗을 때 민주정체가 멸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군주정체는 국왕이 차츰 여러 단체의 특권이나 도시의 특권을 빼앗을 때 부패한다. 전자의 경우는 그것이 만인의 전제정체에 이르고, 후자의 경우는 단 한 사람의 전제정체에 이른다.

 

중국의 어떤 저술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진과 수의 왕조를 멸망시키는 것은, 군주가 일반적인 감찰로 그치지 않고 옛사람들이 행하였듯이 모든 일을 직접 자기가 통치하려고 한 데가 있다. 이 저술가는 여기서 거의 모든 군주정체의 부패 원인을 말해주고 있다. (p139)

 

이것은 국가든 기업이든 여러 사람이 모여 조직을 이루는 어떤 곳에서나 유효한 가르침입니다. 아무리 제도를 갖추어 놓아도, 기능을 담당할 사람, 부서에 권한을 주지 않고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쥐고 흔들려 할 때 시스템 마비가 오고 정치는 부패하는 것이죠. 어차피 권한이 내 손 안에 있지 않음을 알게 된 사람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한 사람의 눈치만 살피는 조직과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한 거니까요. 밀실 인사, 깜짝 인사, 지도자의 한 마디에 모든 일이 움직이고 중단될 수 있는 1인 체제의 병폐는 군주정체나 전제정체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쉽게 볼 수 있어요.

 

국가가 작을 때는 외세의 의해서 파괴되고 클 때는 내부적 결함에 의해서 멸망한다. 이 이중의 결함은 민주정체도 귀족정체도, 그것이 좋든 나쁘든 마찬가지로 해가 되는 것이다. 병은 사물 그 자체에 있으므로 그것을 고칠 어떠한 정체도 존재치 않는다. (p155)

 

역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3장 자유란 무엇인가

민주정체에는 국민이 자기가 바라는 바를 하고 있는 것같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적 자유란 바라는 바를 행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 국가, 즉 법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자유란 바라는 것을 행할 수 있고 바라지 않는 것을 강제당하지 않는 데 있다….

 

사람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에 의해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구조는 그 누구도 법이 강제하지 않는 바를 행하도록 강제당하지 않고, 또 법이 허용하는 바를 행하지 못하도록 강제당하는 일이 없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p178)

 

정치적 자유과 권력에 대한 정의 중 이렇게 쉽게 명쾌하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처음입니다. 법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자유란 바라는 것을 행할 수 있고 바라지 않는 것을 강제 당하지 않는 데 있다고요. 이건 꼭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외워뒀다가 써먹을 거예요.

 

5장 특히 중용과 신중을 필요로 하는 특정한 탄핵

마술이나 이단의 기소에는 매우 신중성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중대한 격률이다. 이 두 가지 범죄의 탄핵은, 만일 입법자가 그것을 제한할 줄 모르면 극도로 자율을 침해하고 무한한 폭정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직접적으로 시민의 행동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시민의 성격에 관해 사람들이 품고 있는 관념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시민의 무지에 비례해서 위험한 것이 된다. 그리고 이럴 경우 시민은 언제나 위험에 처해있다. 왜냐하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행동도, 가장 순수한 도덕도, 모든 의무의 실천도 이런 죄의 혐의에 대한 보장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p214)

 

마술이나 이단이라는 죄명은 사라졌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국가보안법이니 명예훼손 같은 카테고리안에서 비슷한 처벌들이 행해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행위 자체의 위험성이나 실질적인 손해 등은 미지의 것이지만, 권력을 손에 쥔 자가 불편해하고 뜨끔해하는 이슈에 관한 한 그 위험성을 확대 해석하는 것이죠.

 

관련해서, 12 12장에서 경솔한 말에 대한 몬테스키외의 정의는 지금의 법관들과 위정자들, 조직의 모든 리더들에게 정말 유효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말과 글로 일어나는 사단을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경솔한 말과 그 말을 참아내지 못하는 리더들의 잘못된 대응이 빚어내는 이슈들을 늘 접해 왔던 터라, 특히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었습니다.

 

12장 경솔한 말

말은 결코 명백한 행위를 형성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관념 속에 남을 따름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그것 자체로는 의미를 갖지 않고 말하여지는 말투에 의해서 의미를 갖는다. 때때로 같은 말을 되풀이해도 같은 뜻을 갖지 않는 수가 있다. 그 의미는 말이 다른 것과의 사이에 갖는 관계에 의한다. 때로는 침묵이 모든 발언 이상의 뜻을 나타낸다. 좌우간 모두가 이처럼 애매모호한 것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을 불경죄로 몰 수가 있겠는가. 이런 법이 만들어지는 곳에서는 어디든지 자유란 존재치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그림자마저도 없어지게 되어 버린다….

 

말이란 범죄 행위를 준비하고 그것에 수반되거나 그것에 따르는 경우 외에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 말을 다만 극죄의 표징으로 보지 않고 말을 극죄로 본다면 만사는 혼란되고 만다. (p219)

 

테오도시우스, 아르카디수스 및 호노리우스 등 여러 황제들은 근위 사령관 루피누스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써보냈다. “누가 나의 일신 또는 나의 정부에 대해 욕을 한다 해도 나는 그를 벌할 생각이 없다. 그가 경솔하게 말했다면 그를 경멸해야 한다. 또 분별없이 말한 것이라면 그를 불쌍히 여겨야 한다. 그것이 모욕이라고 한다면 그를 용서해야 한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경은 그것을 나에게 보고하라. 내가 인물에 따라서 말을 판단하고, 그 말을 처벌할 것인가 또는 방임할 것인가를 잘 생각할 수 있도록.”(p220)

 

이 얼마나 현명한 황제들인가요. 로마가 그토록 거대한 제국을 이루고 찬란한 유산을 남긴 데에는 이런 훌륭한 지도자들이 있었던 거죠.

 

4장 노예제 권리의 다른 기원

마찬가지로 나는, 종교는 포교를 쉽게 하기 위해서 이를 신봉하는 자에게 이를 신봉하지 않는 자를 노예로 만들 수 있는 권리를 준다고 말하고 싶다. 아메리카의 파괴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도와주는 것은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었다. 그들이 그토록 많은 민족을 노예로 만드는 권리를 근거지은 것은 이런 관념 위에서였다. (p269)

 

드디어 종교계가 격분할 만한 문구가 등장하네요. 특히 유일신을 믿는 종교들의 유난한 배타성은, 잔혹한 노예제를 정당화한 논거로 이용되었다는 지적입니다

 

14장 어떻게 하여 종교는 시민법에 영향을 미치는가

포상의 나라 관념은 필연적으로 처벌의 나라 관념이 따른다. 그리고 사람이 다른 쪽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쪽을 바랄 때 시민법은 더 이상 힘을 갖지 않는다. 저승에서 틀림없이 상을 탈 수 있다고 믿는 자는 입법자로서는 처치 곤란하다. 그들은 죽음을 너무나 경시할 것이다. 집정자가 과할 수 있는 최대의 처벌도 일순간에 끝나면 자기 행복이 시작되는 것이 확실하다고 여기는 인간을 법에 의하여 억제할 방법이 있을까?(p478)

 

종교가 정치를 압도하는 사회에서 법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됩니다. 당시는 물론 현대 사회 역시 종교 원리주의자가 권력을 주고 있는 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지요. 명백한 사실이지만 종교계로선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였겠지요.

 

이 밖에도 몽테스키외는 서양 문명의 정치 체제와 습속 뿐 아니라, 동양의 정치 체제와 습속에 대해서도 상당한 장을 할애해 그 관계를 설명하고 있어서, 지금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가령, 19, 국민의 일반 정신과 습속 도덕을 이루는 원리와 관계에서의 법, 20장에 등장하는 중국인의 역설에 대해 살펴보면요.    

 

기묘한 일이 있는데, 그것은 그 생활이 완전히 예()에 의해서 인도되고 있는 중국인이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부정(不正)한 국민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입법자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즉 그들은 백성이 순종하고 평온할 것과 또 노동에 부지런하게 종사하길 바랐다. 기후와 토지의 성질에 의해서 이 백성은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 부지런함과 노동에 의하지 않고서는 그 생활은 보장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복종하고 모든 사람이 노동할 때 국가는 행복한 상태에 있다. 모든 중국인에게 이득에 대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탐욕을 준 것은 필요와, 아마도 풍토의 성질일 것이다. 그래도 법은 그것을 막으려고는 생각지 않았다. 폭력에 의해서 얻는 것이 문제가 되면 모든 것이 금지되었다. 책략이나 두뇌에 의해서 획득하는 경우에는 모두가 허용되었다. 그러므로 중국인의 도덕과 유럽의 도덕을 비교하는 것은 그만두어야 한다. 중국에서는 저마다 자기에게 유익한 일에 주의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사기꾼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마음을 쓴다면, 당할 사람도 자기 이익을 위해 마땅히 주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 (p334)

 

중국이 예를 중시함으로써 통치자의 지배를 용이하게 한 반면, 부정(不正)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힘든 관용을 갖고 있다는 지적, 그리고 부정을 용인하는 관습은 풍토와 생활 환경의 자연적인 필요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은 참으로 놀라운 통찰력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웃인 우리로서도 참 이해하기 힘든 중국인의 국민성, 특히 간간히 터지는 식품 파동 등을 통해 경악하게 되는 중국인들의 부정에 대한 무감함을 저는 몽테스키외의 설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결국 그들의 입장에선 속는 사람이 바보라는 거잖아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 책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여드리려는 생각이 없어요. 워낙 방대한 내용이고 중요한 부분도 많기 때문에 빠짐없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제 능력 밖입니다. 그래도 전체를 한번 보려고 한다면 소주제를 뺀 목차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이 책의 대략의 얼개는 보이거든요.

 

1

1편 법 일반

2 편 정체의 본성에서 직접 생기는 법

3편 세 가지의 정체의 원리

4편 교육법은 정체의 원리와 관계되어야 한다

5편 입법자가 제정하는 법은 정체의 원리와 관련되어야 한다는 것

6편 시민법 형법의 단순성, 재판 수속 형 결정 등에 관한 여러 정체의 원리 결과

7편 사치금지법, 사치와 여자 지위에 관한 세 가지 정체의 여러 원리 귀결

8편 세 가지 정체 원리의 부패

2

9편 법과 방어력의 관계

10편 법과 공격력과의 관계

11편 국가구조와의 관계에서 정치적 자유를 구성하는 법

12편 정치적 자유를 구성하는 법과 시민의 관계

13편 조세 징수와 국가 수입이 자유에 대해 갖는 관계

3

14편 법과 풍토의 관계

15편 시민적 노예제의 법은 풍토성과 어떻게 관계되는가

16편 가내 노예제 법은 풍토성과 어떤 관계인가

17편 정치적 노예제 법은 풍토성과 어떤 관계인가

18편 법과 토지 성질과의 관계

19편 국민의 일반정신 및 습속 도덕을 이루는 원리와 관계에서의 법

4

20편 상업법의 본질과 특성 고찰

21편 상업에 관한 법 세계적인 변혁에 의한 고찰

22편 화폐 사용에 관한 법

23편 주민수와 관계되는 법

5

24편 교의와 그 자체로 살펴본 종교에 관한 법

25편 종교의 설립과 그 대외정책에 관한 법

26편 법이 판정하는 사물질서 관계에서의 법

6

27편 상속에 관한 로마법 기원과 변천

28편 프랑스인의 시민법 기원 및 변천

29편 법을 만드는 방법

30편 군주정치 확립 관계에서의 프랑크인의 봉건법 이론

31편 프랑크인 봉건법 이론과 그 군주정체 변천 관계

                                                                                                

1-6부가 각각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가장 핵심인 법과 정체, 정치적 자유와 국가 구조를 다루는 1,2, 그리고 풍토와 국가구조, 법의 관계를 다룬 3부는 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눈 딱 감고 한번 쯤은 서문에서 저자 연보까지 일독을 해볼 것은 권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저는 이 책의 핵심을 어떤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 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문장이 하나 있었어요. 저는 이 문장을 한번 되짚어 보는 것으로 둘째 주의 독서노트를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인간은 분명히 평등한 것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사람이 자연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는 평등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은 법에 의해서만 다시 평등해진다. (p137)

 

사회가 잃게 만든 평등을, 다시 찾아줄 유일한 이성의 도구, 법의 정신을 파헤치고 공유함으로써 몽테스키외가 외치고 싶었던 주장이 이 문장에 녹아 있다고 믿습니다. 인간은 법에 의해서만 평등해질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3백 여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법으로 평등한 사회가 요원한 우리에게 몽테스키외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법으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 의무를 물려 받았습니다.  

 

Book Column 2.

정신줄 놓은 사회에서 법의 정신을 찾는 이유

 

늘 멀고 차가웠다기댈 일도 당할 일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이 놈의 법딱히 죄지은 일도 없는데 법대로 하자는 말처럼 무서운 말이 없다결정적으로 급할 때 기댈 법조인이 친지 중 아무도 없다그대 앞에서만 서면 나는 왜 이리 작아지는가… 교통 사고 한번 안 낸  평범한 소시민인 나그럼에도 법…이라 하면 왠지 코너에 몰린 듯 심장이 쫄깃해지는 이 불편한 진실무언가분명 잘못되었다

   

몽테스키외를 통해 만난 법은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에게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창조물이다민족과 민족 사이에 있어통치자와 피통치자의 사이에 있어시민과 시민 사이에 있어 관계를 정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무엇보다도 사회와 구성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고안되고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법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소식통들은 법이 본래의 기능대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주는 경우가 드물다. 24시간 쉬지 않는 뉴스를 통해 목격하게 되는 불법적이고 탈법적이고 초법적인 행위와 사건들이 공공의 영역을 뒤덮고 있기 때문에법은 원래의 제 용도를 공감해주는 시민들을 잃었다.    

 

그 결과법은 불평등한 사회 속의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들어줄 유일한 이성의 도구에서힘없고 평범한 시민의 일상을 언제든 우지끈 망가뜨릴 수 있는 망치로 전락했다법이 승리하고양심이 승리하는 것을 목격한 기억이 너무 멀기에나 같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법은 그 본래의 목적을 잃고 side & negative effect, 부작용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흉악한 존재로 변하고 말았다이것은 분명히 무언가 잘못되었으며누군가의 음모다.

 

법이 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시민들은 법을 멀리 한다법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공포스럽고 혐오스러우니까 멀리 하게 되었고 멀리 하다 보니 잊게 되었다잊은 것은 되찾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잃게 된다시민들의 관심을 잃은 탓에 법을 알거나살 능력이 있는 자들은 더욱 자유롭게 탈법을 하고 불법을 저지를 수 있게 되었다법을 아는 자는 시민이기를 거부하고 초법적인 존재가 되어 갔다.

 

법이 시민의 소유를 떠난 사회는 야만보다 잔혹하고 정글보다 비정하다우리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쟁을 견뎌내고 혁명을 일으키고 쿠데타를 심판한 것이 아니다몽테스키외는 사회가 평등을 잃게 만든다고 했다그런 사회 속에서 인간은 오직 법에 의해서 다시 평등해질 수 있다고 했다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을 천명한 지 3세기가 지난 지금우리는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다그가 ‘가내 예속제’라 칭한 모욕적인 여성의 상황이 일하는 엄마들로 바뀌었다 해서, ‘그 피부가 너무 검어서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다 상상하기 힘들다’는 흑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해서 현대의 사회를 평등한 사회라 말할 수는 없다억압은 보다 교묘해졌고차별은 보다 세련되어졌다.

 

실망과 두려움과 무관심 속에서법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우리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또는 법을 알고 소유한 듯 휘두르는 세력들의 흉포한 무기로 전락했다한때 그에게 ‘정신’이 있었음을 아는 사람들이 그를 깨워 일으켜 세울 때까지법은 시민의 편이 되어 주지 못한다지켜보고 질문하고 항의하는 다수의 관심 만이 정신줄을 놓은 사회에 법이라는 나침반을 찾아줄 수 있다.  

 

 

셋째 주 현실 속의 영웅을 만나는 여행

 

삶과 구원이 하나 되는 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제 소싯적만 해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십대들은 통과의례처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습니다. 아시죠? 그 유명한 데미안의 대사,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안주하던 세계를 떠나야 한다, 그런 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도 변화와 성장을 화두로 하는 책이었군요. 여하간 저는 <영혼의 자서전>을 만나고 이것은 내 성년의 <데미안>이구나 싶었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본인의 전기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한 <영혼의 자서전>을 죽음을 앞두고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죽고 나서야 출간되었어요. <데미안>이 조숙하고 외로운 소년에서 양면성과 모순이 공존하는 세상에 눈을 뜨는 청년으로 커가는 성장통에 대해서 썼다면, <영혼의 자서전>은 작가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예감하는 노인이 되어 이 책의 집필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멈추지 않고 해답을 찾고자 노력한 인간의 일생을 보여줍니다. <데미안>이 서슬 퍼런 청년기의 정점에서 펜을 멈췄다고 하면, <영혼의 자서전>은 정말 끝장을 본 셈이에요. 그리고 주제를 선명하게 하기 위한 일부 내용의 가감을 제외하면 실제 작가의 삶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어서, 비장함과 무게가 남다릅니다.

 

시각후각촉각미각청각지성  나는 내 연장들을 거둔다밤이 되었고하루의 일은 끝났다나는 두더지처럼 내 집으로땅으로 돌아간다지쳤거나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니다나는 피곤하지 않다하지만 날이 저물었다.

 

해는 졌고 언덕들은 희미하다내 마음의 산맥에는 아직 산꼭대기에 빛이 조금 남았지만 성스러운 밤이 감돌고 있으니밤은 대지로부터 솟아 나오고하늘로부터 내려온다빛은 항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구원이 없음을 안다빛은 항복하지 않겠지만숨을 거두어야 하리라. (p11)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 없이 이 프롤로그를 접했을 때는, ‘아 참 멋진 문장인데정도의 감흥이었어요. 그런데 이것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려는 노작가의 마지막 분투임을 알고 다시 읽어보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적어도 지금껏 제가 접한 책들 중에서, 최고의 프롤로그를 <영혼의 자서전>에서 만났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 프롤로그는 작품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작가의 치열한 인생을 구석 구석 따라다닌 후에 다시 읽었을 때 그 맛이 배가됩니다. 이 프롤로그는 반드시, 시작할 때 한번, 그리고 책을 끝까지 읽은 후 돌아와 다시 한번, 이렇게 두 번 이상 읽기를 권합니다.

 

우리들은 매를 맞고 눈물을 흘리는 노예가 아니라, 배불리 마셔서 이제는 아쉬운 바가 없는 왕처럼 이 땅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마음은 아직도 가슴속에서 발버둥을 치며 소리지른다. ‘잠시만 더 머물게 하라!’(p13)

 

그토록 치열한 삶, 영혼을 완전 연소해서 재조차 남지 않을 것 같은 놀라운 삶을 산 저자가 아직도 발버둥을 치며 조금만 더를 외치는 것을 보면, 그 불굴의 의지에 숭고함마저 느껴지지요.

  

장군이여전투가 끝나가니 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나는 여기서 이렇게 싸웠노라나는 부상을 당해 쓰러졌고용기를 잃었지만 싸움터를 버리지는 않았다비록 겁이 나서 이빨이 덜덜 떨리기는 했지만나는 피를 감추기 위해 빨간 수건을 이마에 질끈 동여매고는 공격을 하러 달려갔다.

 

나는 피와 땀과 눈물로 빚은 작은 한 덩이 흙만 남을 때까지 내 갈까마귀 영혼의 소중한 깃털을 하나씩 하나씩 뽑으리라나는 짐을 벗기 위해 당신에게 내 투쟁의 이야기를 하겠노라나는 짐을 벗기 위해 미덕과 수치와 진실을 던져 버리겠다내 영혼은 당신의 작품인<폭풍같은 톨레도 칼>을 닮아서노란 번갯불과 위압적인 검은 구름을 허리에 차고빛과 어둠에 대항해서 필사적으로 물러설 줄 모르는 싸움을 벌인다당신은 내 영혼을 보고칼날 같은 눈으로 살펴보고심판을 내리리라. <실패한 곳으로 돌아가고성공한 곳은 떠나라>는 엄숙한 크레타의 격언을 당신은 아는가만일 실패했다면나는 목숨이 단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더라도 공격을 하러 돌아가리라. 성공을 거두었다면나는 땅을 갈라 열어서 당신에게로 가 그 옆에 누우리라.

 

그러니 장군이여내 말을 듣고 심판하라내 삶의 얘기를 듣고 할아버지여만일 내가 당신과 함께 싸웠으며만일 내가 다쳐 쓰러졌으며남들이 내 고통을 알지 못하게 숨겼으며만일 적으로부터 내가 한번도 도망친 적이 없었음을 알겠다면…..

나에게 축복을 내리소서! (p20) 

 

대단한 기백이지요. 자신의 삶을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글을 시작하며 이런 말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작품 내내 저자는 몸을 내던져 삶을 끌어안고 도전하지 못하고 글로 인생을 사는 수동적 삶에 머무르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부끄러워 합니다. 그러나 카잔차키스는 실제의 삶에서 작가로서 뿐 아니라, 격변하는 세계 정세와 조국 그리스의 운명을 위해 행동한 정치가로서도 그 모든 족적을 한 인간의 생에 담아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삶을 살았습니다. 여기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그리스를 대표하는 행동하는 지성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인생을 들여다 보는 것이 좋겠어요.

 

1883터키 지배 하에 있던 크레타섬 이라클리오에서 태어난 카잔차키스는 해방을 위해 싸웠던 조부와 아버지의 영향을 깊이 받았습니다유년 시절 두 번의 반란을 경험했으며결국에는 크레타의 해방을 맞은 후 아테네 대학에 진학하여 법학을 공부했고요이때 첫 소설과 희곡을 발표하여 이름을 얻고파리 유학을 시작으로 평생 외국을 떠돌며 공부하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이른 나이에 얻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카잔차키스는 책상 머리에 앉아 세상을 논하는 지식인에 머무르지 않고 2차 발칸 전쟁이 일어나자 참전했어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세계 각지에 피난해있던 그리스인들을 본국에 귀환시키는 사업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지요. 러시아 혁명에 관심을 갖고 러시아를 방문하기도 했던 그는 새로운 사회와 시대를 꿈꾼 러시아의 시도에 깊은 감명을 받고 이 경험들을 소설과 여행기로 남겼습니다. 그러나 평생 신과 구원자유와 투쟁의 주제로 씨름하던 그가 평화를 얻은 것은고향 크레타로 돌아와 조르바라는 생명력 넘치는 그리스 사내를 만나서가 아닌가 싶어요

 

영혼의 자서전은 그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임한 작품이며그가 일생에 걸쳐 탐구한 신과 위인들과의 만남과 투쟁, 화해와 구원궁극적인 자유로의 여정을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그 외에도 워낙 뛰어난 다수의 작품들을 발표했고, 정치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는데 다음의 연대기를 보면 그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1883 2 18일 크레타 섬 이라클리오에서 소상인 미할리스와 농부의 딸 마리아의 장남으로 태어남

1997(14) 크레타에서 일어난 두번째 반란으로 자치권을 얻음. 프랑스 수도사들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수학

1906(23소설 ‘뱀과 백합’ 출간

1907(24희곡 ‘먼동이 틀 때’ 발표파리 유학

1908(25소설 ‘부서진 영혼’ 완성

1909(26법철학과 국가철학으로 본 니체 논문 발표단막극 ‘코메디’ 발표

1911(28갈라테아와 결혼

1912(29자원입대하여 발칸전쟁 참전

1917(34) ‘그리스인 조르바’의 모델이 된 요로고스 조르바와 갈탄 채굴 및 벌목 사업

 

1919(36그리스 공공복지부 국장에 임명러시아 내전으로 발이 묶여 처형위기에 처한 그리스인 구출작전에 참여. 1927년에 작전 종료

1923 ‘신의 구세주들’ 출간

1925 ‘오디세이아’ 1-6편 완성

1929 ‘토다 라바’ 집필

1936 ‘돌의 정원’ 집필

1937 ‘스페인 기행’ 출간

1938년 서사시 ‘오디세이아’ 최종 원고 완성출판

1943 ‘그리스인 조르바’ 발표

1945 2차 대전 종료 후 그리스 정무장관 취임했으나 사임알레니 사미우와 재혼

1948 ‘그리스인의 수난(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는 그리스도출간. 1951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름

1949년 그리스 내전을 소재로 한 ’전쟁과 신부’에 착수희곡 ‘쿠로스’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1950 ‘미할리스 대장’ 집필

1951 ‘최후의 유혹’ 초고 완성

1953년 소설 ‘성 프란체스코’ 집필. ‘미할리스 대장’ 출간       

1954(71) ‘최후의 유혹’이 로마교황청의 금서 목록에 오름

1957(74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대학병원에서 아시아독감으로 사망.

1961년 사후 자전적 소설 ‘영혼의 자서전’(Report to Greco) 출간

1968년 아내 엘레니 사미우가 쓴 전기 ‘니코스 카잔차키스’ 출간

1988 ‘최후의 유혹’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됨

 

이것이 한 사람의 궤적이 맞나 싶을 정도예요. 이러니 그가 작가 노트에서 독자에게 남긴 당부는모두 작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실은 외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혼의 자서전>은 자서전이 아니다나 한 개인의 삶은 오직 나에게만 지극히 상대적인 약간의 가치를 지닌다그 삶에서 내가 인정하는 가치라고는 그것이 지닌 힘과 끈질긴 인내심에 의존하여 내 나름대로 <크레타의 경지>라고 이름지은 가장 높은 정상에 다다르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그러므로 독자여그대는 이 지면에서 내 핏방울들이 남긴 붉은 자취를인간과 정열과 사상을 찾아다닌 내 여로의 자취를 찾게 될 것이다. 인간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모든 인간은 십자가를 지고 그의 골고타를 오른다수많은 사람들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걸음 나아가다가 여로의 중간에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지기 때문에 골고타의 정상에그러니까 의무의 정상에 이르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여 다른 자의 영혼을 구원하지 못한다십자가의 처형이 두려워 그들은 마음이 약해지고부활에로의 길이 십자가 뿐임을 모른다다른 길은 없다.(p7)

 

인간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모든 인간은 십자가를 지고 그의 골고타를 오른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그리고 ‘다른 길은 없다는 저 단호함. 자신의 길을 찾아 헤메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카잔차키스의 작가 노트는 마치 신탁과도 같은 절대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문장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비장한 선언이자 간곡한 당부인 글이라 그대로 옮겨봅니다.

 

내가 오르는 길의 결정적인 단계는 넷이었고그 단계는 저마다 성스러운 이름을 지닌 인물들의 영향을 받은 시기였다이제 날이 저물기 시작했으니나는 이 위대한 영혼들을 하나씩 거치는 피의 여로를  거칠고쉴 곳도 없는 운명의 산을 참고 견디며 오르는 인간의 여로를  이 여행기에 남기려고 노력할 터이다내 영혼 전체는 외침이요내 모든 작품은 그 외침에 대한 설명이다.

 

내 생애에 항상 나를 괴롭히고 채찍질을 한 단어는 언제나 <오름하나 뿐이었다여기에서 진실과 환상을 섞어 가며 나는 산을 오르느라고 남긴 붉은 발자취와 함께 이 오름을 기록하고 싶다대지에서 내가 지나가며 남긴 자취는 그 핏자국 뿐이므로, <검은 투구>를 쓰고 흙으로 되돌아가기 전에나는 어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마음이 초조하다내가 글로 썼거나 실제로 한 행동들은 무엇이든 물에다 쓰고 행하였으므로 벌써 사라졌다.

 

나는 기억하기 위해 내 기억력을 더듬었고허공에서 내 삶을 엮었으며장군 앞의 병사와 같은 자세로 그리스인에게 이 말을 한다그 까닭은 그리스인은 나와 같은 흙으로 빚어졌고과거나 현재의 어떤 투쟁자보다도 나를 더 잘 이해할 터이기 때문이다그는 바위에 똑 같은 붉은 자취를 남기지 않았던가?  (작가노트. p7-8)  

 

저자이자 화자인 는 어린 시절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질문하는 사람, 탐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젊은 시절의 는 신의 존재와 구원의 의미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메며, 수도자로서의 부름을 고민합니다. 아테네 법학대학에서 수학한 젊은 카잔차키스에게는 창창한 미래가 열려 있었지만, 그는 눈 앞의 아름다운 소녀도, 마음만 먹었다면 그리 어렵지 않았을 입산양명의 기회에도 눈을 돌리지 않았어요. 오로지 신과의 고독한 논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던 그는 나중에는 아예 수도원에서 수도원으로 순례를 떠납니다. 저는 사실 그가 빛나는 젊은 시절을 영혼의 전쟁에 저당 잡힌 듯 해 답답하고 안타까웠어요

 

    

젊음은 눈멀고 사리를 분별치 못하는 야수이다젊음은 먹이를 탐하지만 먹지 않고 머뭇거리기만 하며발길에 채는 행복을 마음만 먹고 주우면 되는데도 줍지 않고샘터로 가서 시간이라는 물을 쓸데없이 흘러 말라 버리게 그냥 내버려둔다스스로 야수인 줄을 모르는 야수  그것이 젊음이다. (p174)

 

야수 같은 젊음이 그의 소중한 시간을 영혼의 투쟁으로 채워서, 다른 어떤 것에도 눈을 돌리지 못하게 했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수도원 순례의 끝시나이 산에서 저자는 아주 중요한 인물을 만나게 돼요. 자신과 같은 크레타 출신의 늙은 수도사, 젊어서 크레타의 반란군으로 활약했고 인생의 모든 풍상을 맛본 뒤 수도승이 되어 이제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는 저자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맞아서, 외딴 수도원에 자신을 유폐시키지 말고 인생을 껴안고 뒹굴어야만 진정한 구원을 이해하게 될 거라고 말해주지요

 

“그래요그건 사탄이지만유혹을 정복할 방법은 하나 뿐이니 그것을 껴안고맛보고경멸할 줄 알게 되어야 해요… 시간과 포만과 수련은 이런 어두운 힘을 정신력으로 바꿔 놓는답니다.(p415)

 

그토록 먼 길을 떠나와서, 궁극의 길로 통할 것 같았던 시나이산의 수도원에서, 영혼의 여정 제 1장을 닫고 새로운 장을 열게 해줄 가르침을 하필 같은 흙에서 나고 자란이제는 갈 길을 알고 죽음을 맞이할 늙은 수도승의 입을 통해 전달한 까닭은 무엇일까요이것은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드는 이 여행기에서작가가 결국 내 눈앞에 있었음에도 모르고 지나친 해답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 넣은 필연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그리스도의 종교는 또다시 도약하게 되죠그리스도의 종교는 지금처럼 반쪽인 영혼만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 전체를 받아들일 테니까요그리스도의 자비심이 더 넓어지죠그리스도의 종교는 영혼 뿐 아니라 육체도 받아들여 신성화하고육체와 영혼은 적이 아니라 동지임을 깨닫게끔 그렇게 가르칠 거예요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악마는 우리들에게 영혼을 거부하라고 설득하며신은 육체를 거부하라고 합니다영혼 뿐 아니라 육체도 긍휼히 여기고그리스도의 마음이 두 야수를 화해시킬 만큼 언제 넓어질까요?(p416)

수도승이 전해준 육체와 영혼의 화해, 선과 악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는 제 가슴에도 와 닿았어요. 분명 한 인간 안에 존재하는 땔 수 없는 부분을 억지로 분리시키고,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고, 나와 같지 않은 신을 믿는 것을 악으로 규정하고,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의 부작용을 자꾸 목격하는 탓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수도원을 떠나서 그리스를 떠나서 이제는 더 넓은 세상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지요. 파리와 빈, 스페인, 러시아 등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종교와 철학을 탐구하고 끊임없이 구원의 의미를 찾아 다닙니다. 그런데, 그는 고향 크레타에 돌아와서 만난 촌부들은 자신이 그토록 치열하게 찾아다니던 해답을 이미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언젠가 어느 크레타인이 나에게 말했다. “천국의 문 앞에 네가 나타났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으며문을 두드리지 마라어깨에서 총을 내려 쏘아 버려.

“정말 신이 겁을 내고 문을 열어 주리라 믿으세요?

“아냐얘야신은 겁을 내지 않아하지만 네가 싸움터에서 돌아오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문을 열게 되지”(p419)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산을 오른 사람. 그런 사람은 펜을 들고 싸우든 총을 들고 싸우든, 쟁기를 들고 싸우든 인생의 투사이고 신은 그런 용감한 투사를 인정해주신다는 이야기겠지요

 

나의 젊은 시절 중 가장 중요하고가장 굶주린 순간에 니체는 나에게 견실하고 용맹한 자양분을 주었다나는 푸짐하게 기름을 발랐고, 인간이 스스로 몰락한 상태와 인간에 의해 몰락한 그리스도의 상태에 대해서 너무나 답답함을 느꼈다비겁한 자와 노예가 된 자와서러움을 받는 자로 하여금 위안을 주어 주인 앞에 참고 머리를 조아리며 (우리들이 유일하게 확신하는현세의 삶을 인내하게끔 만들기 위해 내세의 보상과 벌을 심어놓은 종교는 얼마나 교활한가나는 격분해서 소리쳤다현재의 삶에서는 하찮은 것을 내놓으면서 내세에서의 불멸이라는 재산을 주도록 알량하게 계산하는 주님의 계획서 같은 종교는 얼마나 약삭빠른가얼마나 단순하고얼마나 간악하며,얼마나 인색한가그렇다천국을 바라거나 지옥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유로울 리가 없다희망의 술집이나 공포의 지하 술 창고에서 취하는 우리들은 부끄러운 존재들이다이것을 깨닫지 못하며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왔던가격렬한 선지자가 나타나 나로 하여금 눈을 뜨게 했다는 사실은 필연이었다. (p456)

 

어떤 확실성에 이를 때마다 항상 나에게는 자신감과 휴식이 곧 끝나버린다새로운 불안과 회의가 재빨리 확실성에서 파생되고나는 마지못해 과거의 확실성으로부터 나 사진을 해방시키고 새로운 확실성을 찾아내어결국은 새로운 확실성이 성숙하고 다시금 불확실성으로 바뀔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는데…그렇다면 우리들은 불확실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불확실성은 새로운 확실성의 어머니이다.(p464)

 

책의 어디에선가 저자가 누군가와의 문답 속에서 종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의 종교는 불안입니다라고 답합니다. 저자는 불안과 회의를 운명으로 타고 났어요. 투쟁과 탐구가 그의 역동이기 때문에, 그는 안정과 확실함 속에서 머무르지 못합니다. 변화를 통해 자신을 개발하려는 모든 사람들이 또한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화자이자 저자인 카잔차키스는 변화를 추구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궁극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 책과 글을 통해 신을 만나고 자신만의 투쟁을 벌이던 저자는 빈에서 만난 유대인 여인을 통해 빈민들의 비참한 삶을 바꾸려는 사회주의 운동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러시아 혁명의 현장에서 현실을 바꿔놓는 신화, 행동하는 철학의 힘을 목격하게 되지요.

 

러시아의 광활한 땅에서러시아의 가엾은 영혼 속에서 진행되는 처참한 실험이 지닌 범인류적이고 총체적인 의미를 나는 조금씩 조금씩 헤아리기 시작했다전에는 지극히 유치하고 이상향적이라고만 여겨졌던 혁명의 구호들을 나의 이성은 점차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굶주린 얼굴들과푹 꺼진 뺨들과불끈 움켜쥔 주먹들을 둘러보면서 나는 인간이 지닌 신적인 양상의 전조를 보게 되었으니, 신화를 믿고 그것을 갈망함으로써, (눈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피와 땀만으로는 부족하니피와 땀과 눈물을 모두 흘려 더럽힘으로써인간은 신화를 현실로 바꿔 놓는다.

 

나는 겁이 났다창조적인 인간의 간섭이 어떠하며그의 책임이 얼마나 큰 지를 나는 생전 처음으로 깨달았다우리들이 갈망하는 형태를 현실이 취하지 않는다면그것은 인간의 탓이 된다우리들이 갈망하면서도 충분히 힘을 들이지 않았던 대상은 ‘비존재’라고 사람들은 말한다원하는 대상을 우리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범벅을 하고 나면 그것은 형체를 갖추게 된다현실이란 우리들의 욕망과 고난에 종속되는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p539-540)  

 

러시아에서 혁명을 목격한 이후, 그는 그리스에서 정치에 뛰어듭니다. 그리고 공공복지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카프카스에서 볼셰비키에 의해 처형될 위기에 처한 그리스인 15만 명을 송환시키는 임무를 맡아 완수합니다. 유대인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처럼, 저는 그가 이 지점에서 의식하든 하지 않았든 현실 속에서 신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염소처럼 책으로, 종이로 고픈 배를 채우며 현실에 뛰어들지 못한다며 스스로를 비하하던 그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정치혁명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변화가 있기 전에 결정적인 만남이 있었어요. 바로 그의 일생의 친구이자 롤모델이 된 조르바를 만난 것입니다. 저자는 전쟁이 일어나 연료가 모자라게 되자, 크레타섬으로 가서 갈탄사업을 벌이지요. 이때 인부들을 지휘할 십장으로 채용한 사람이 조르바예요. 종교와 철학의 형이상학적인 고민으로 늘 머리 속이 복잡한 샌님 같은 주인을, 이 단순무식하고 용감한 사내 조르바는 번번히 놀려먹으면서도 한없는 애정으로 보필하지요.

 

먼저 먹고 봅시다. 배를 채워 놓고 난 다음에 생각해봅시다. 모든 것은 제 때가 있습지요. 지금 우리 앞에는 필라프가 있으니 우리 마음도 필라프가 되게 해야죠. 내일이면 우리 앞에는 갈탄이 있을 테니 그때 우리 마음은 갈탄이 되어야만 하는 겁니다! 어정쩡한 놀음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으니까요.”(그리스인 조르바, 동서문화사, p46)

 

고기를 앞에 두면 우리 마음도 고기가 되고, 갈탄을 앞에 두면 마음도 갈탄이 되어야 한다니. 조르바는 대체 어떻게 이토록 단순하고 명쾌하게 인생의 진리를 전해주는 걸까요. 시나이산에서 만난 수도승이 이야기했듯, 인생을 껴안고 뒹굴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선과 악을 한 형제로 보는 촌부 조르바는 저자에게 처음으로 삶은 사랑하고 즐길 대상임을 깨닫고 몸소 맛보게 해줍니다.          

 

말썽이 나는 게 질색이라고요?” 조르바는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럼 도대체 주인님이 원하는 게 뭡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는 것 자체가 말썽입니다.” 조르바는 말을 이었다. “죽으면 말썽이 없지요. 산다는 것 그게 뭘 의미하는 지 알기나 해요? 당신의 허리띠를 풀고 말썽을 찾아나선다는 뜻이라고요!”

(그리스인 조르바, 동서문화사, p120)

 

조르바는 저자의 인생에 만난 그 어떤 위대한 영혼보다 저자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늘 영혼의 투쟁으로 지쳐있던 저자는 조르바를 만나고 나서야 마음의 평화, 또는 구원에 이르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 진 것입니다.

 

내 삶에 가장 큰 은혜를 베푼 요소는 여행과 꿈이었다죽었거나 살았거나내 투쟁에 도움이 된 사람은 극히 드물다하지만 내 영혼에 가장 깊은 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면 나는 아마 호메로스와붓다와니체와베르그송과조르바를 꼽으리라첫번째 인물은  - 내가 생각하기에는  기운을 되찾게 하는 광채로 우주를 비추고 태양처럼 평화롭고 찬란하게 빛나는 눈이었으며붓다는 세상 사람들이 빠졌다가 구원을 받는 한없이 싶은 까만 눈이었다베르그송은 젊은 시절에 해답을 얻지 못했던 나를 괴롭히는 철학의 온갖 문제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었으며니체는 새로운 고뇌로 나를 살찌게 했고불운과 괴로움과 불확실성을 자부심으로 바꾸도록 가르쳤으며조르바는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P619)

 

살면서 내가 가야 할 길, 나에게 해답을 줄 누군가를 찾는 일은 참 외로운 투쟁이지요. 카잔차키스는 그의 말마따나 목숨이 한 시간만 남아있어도 전장에 달려가겠다는 자세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일생을 오르고 또 오르는데 전력을 다한 정말 특별한 영혼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신과 전력을 다해 싸우는 전쟁을 사는 동안 내내 치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럴 수도 없구요사실 많은 사람들은 한번도 내면에서 그런 전쟁을 느껴본 적이 없거나그저 한때의 열정으로 여기고 한 켠에 조용히 밀어놓고 매일의 삶을 밥과 잠을 위해 필요한 노동으로 채우며 살아갑니다하지만 일단 자신의 세계를 찾는 여행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카잔차키스의 불꽃 같은 삶을 담은 이 책, <영혼의 자서전>은 마치 안개 낀 바다 위를 헤메는 자신을 인도해줄 등대 불빛처럼 다가올 것입니다

 

모든 순수한 인간은 그의 내면에가장 깊은 그의 마음 속에 신비한 중심을 지녔으며다른 모든 만물이 그 주위를 맴돈다이 신비한 소용돌이는 그의 사상과 행동에 통일성을 부여하고그로 하여금 우주 조화를 발견하거나 창조를 도와준다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중심이고또 어떤 사람에게는 인정이나 아름다움이 중심이며또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지식에 대한 갈망이나 황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중심이다그들은 다른 모든 대상의 상대적인 가치를 검토하고그것을 중심되는 정열에 종속시킨다절대적인 군주가 자신의 내면을 다스린다고 느끼지 못하는 인간은 불운하다다스림을 받지 않는 무질서한 삶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p688)

내 마음 속의 신비한 중심을 찾는 긴 여정, 저는 이 책을 생산적 동면의 마지막 단계를 마무리하기에 더 없이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내면의 절대적 군주를 찾지 못한 분, 저처럼 다스림을 받지 못하여 사방으로 흩어지는 무질서한 삶을 고민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 책 속의 기도문을 읽고 던져보는 것으로 셋째 주의 독서노트를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세 가지의 영혼세 가지의 기도.

첫째나는 당신이 손에 쥔 활이올시다주님이여내가 썩지 않도록 나를 당기소서.

둘째나를 너무 세게 당기지 마소서주님이여.  나는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셋째나를 힘껏 당겨주소서주님이여내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겠나이까?

(p9)

 

여러분은 어떤 기도를 선택하는 사람인가요화살이 수없이 부러져도 게의치 않았을 카잔차키스의 인생을 보면서, 저는 어떤 선택을 했나어떤 선택을 더 하게 될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젊음이 버겁고 인생이 성공 내지는 생존을 행한 일직선의 고속도로여야 하는 줄 알았던 때 첫 번째 기도를 마음에 품었던 것 같아요끝없는 오름길에 질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고치 속의 평화를 원했던 마흔 즈음의 내가 한 기도는 나를 너무 세게 당기지 말아 달라고 한 것이었고요인생을 일관성 있게 하나의 기도로 가는 꿋꿋함을 저는 가지지 못했습니다이제 부러지면 좀 어떠냐는 담대함과 용기를 가져볼 때가 온 것일까요아직 모르겠지만, 뭐 괜찮습니다한참을 오르다 보면 내가 무슨 선택을 한 것인지, 저절로 깨닫게 되는 그런 기도이리라 믿습니다.

 

 

Book Column 3. 내가 아는 영웅에 대하여

 

영웅이라는 단어 앞에서굴복하지 않는 인생이라는 단어 앞에서 나의 할머니를 떠올린다성인이 되어서자신 앞에 깊숙이 살아 숨쉬는 부모와 가족과 먼 먼 조상들까지 발견하고 놀라는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의식하든 하지 않든 나는 나 혼자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모는 너무 가깝다한때 나의 모든 것이었고 어린 시절 나의 우상인 적도 있었을 아버지나 어머니를 다시 냉정히 돌아보는 것은 고통스럽다늙어 왜소해지고 힘이 빠져갈 부모는 내가 작은 만큼 커 보였던 것이고이제 내가 성숙해가는 만큼 본인의 욕구에 노골적인 노인으로 퇴행하는 모습을그것도 눈을 돌릴 수도 없는 근거리에서 보여줄 것이므로나는 아직 그들에게서 거리를 둘 방법을 찾을 수 없다.

 

할머니는 다르다할머니에게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많다어떻게 견뎌냈을까 싶은 고난과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은 젊은 시절이 있다.

 

내가 아는 할머니의 인생은 열네살에 시작한다그녀가 지금은 가볼 수도 없는 멀고 먼 북쪽 지방강씨들의 집성촌에 민며느리로 들어온 것이 그 나이였다혼인하고 얼마나 남편과그러니까 나의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냈는지는 모르겠다여하간 장남은 대체로 선생이 되어야 했던 집안 내력에 따라 할아버지는 서울로 유학을 가버렸으니까할머니의 십대는 어렵기만 한 시부모님과 집을 건사하며 살아낸 애달픈 삶이었을 것이다.

 

6.25가 터지기 직전이미 숙청이 시작된 고향을 등지고 네 살 아홉 살 난 두 아이와 싱거 미싱 하나를 수레에 담아 피난을 떠나면서 할머니의 역사는 시작되었다서울에 와서 남편을 만나기는 하였을까같이 지내기는 하신 걸까할머니는 그 시절 이야기를 아끼셨다아니어떤 것이든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하시는 것은 들은 적이 없다늘 지금현재 해야 하는 일에 온 힘을 쓰고 불평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피난 내려와 처음 하신 일이 묵장사라 하셨다그것도 아버지가 말해서 알았다할머니가 장사를 위해 식혀둔 묵을 배고플 때마다 양껏 떼먹다 혼났던 기억같이 묵장사를 하던 아주머니의 아들은 혼날까 봐 늘 묵에 손도 못 대고 배를 곯다가 그만 굶어 죽었다고 하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은 이야기를 듣고 알았다.

 

내가 기억하는 일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바지를 수북이 쌓아놓고 ‘가새’로 귀신같이 실밥을 따던 모습이다어찌 어찌하였는지 할머니는 실향민들이 터를 잡은 동대문 시장에서작업복이라 부르던 남자바지와 잠바조끼 같은 옷들을 만들어 파는 도매 장사로 자리를 잡았다그 난리 통에도 버리지 않고 꼭 끼고 온 미싱이 어찌 됐든 제 역할을 한 셈이다.         

 

동대문 시장미로 같은 상가를 한참은 헤메야 도착하는 ‘융창사’라 이름한 할머니의 가게를 드나든 기억이 난다할머니는 이 가게를 세 아이를 키우며 일궈냈고한참 장사를 하던 시절에는 공장까지 운영하며 서른 명이 넘는 식구들을 먹여 살리셨다지금 그때를 엿볼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은 공장 식구들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뿐이다고단한 일상을 잊고 하루 소풍을 나온 듯 했다정릉이라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여하간 커다란 능 앞에서 공장 식구들과 돗자리를 펴놓고 도시락에 과자에 이것 저것 음식을 늘어놓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의 낡은 흑백 사진 한 장이 달랑 남아있다.   

 

할머니는 일흔이 되어서야 새벽에 나가서 다섯 시에 마감하는 가게일을 삼촌에게 완전히 넘겨주고 그만두셨다이 오랜 세월 동안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순간은 몇 번 안되었던 듯 하다작은 집을 두고 할머니와 그 자식들은 뒷전이었던 터라 그랬을 것이다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오빠를 낳고 얼마 안되어 돌아가셨다 했다원망도 많았을 텐데할머니는 작은 집도 건사하셨다작은 집의 삼촌과 고모들도 나는 그냥 친고모삼촌인 줄 알고 자랐다.

 

할머니는 아흔 여섯에 돌아 가셨다가시기 전 몇 달기억과 기력이 모두 쇠하여 안타깝긴 했지만 그래도 큰 병 치레 없이큰 소리 내는 일 없이 늘 웃는 낯으로 지내다 가셨다저 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다들 미륵 같은 양반이라고 했다모진 삶이었을 텐데힘들다 어떻다 표현도 없고 ‘그래그래괜찮어. 그 양반 옆에 있으면 정말뭐든 게 괜찮았고 모든 게 제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할머니처럼 아무런 후회도 푸념도 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그냥 지금여기만 존재한다는 듯온전히 현재에 사시고 용감하게 처한 현실을 부딪쳤던 그 분이 내게는 영웅이다불평할 줄 몰라서안 힘들어서 그러셨던 것은 아닐 게다그렇게 무덤덤하게 책임을 다하셨던 그 분으로 인해 가능했던 삶들이 몇이나 되는 지 생각해본다그랬음에도 말이라도 본인의 덕을 내세운 적 한번 없었다그냥 그게 내가 할 일이었다는 듯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듯 사셨다현실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인생현재에 가장 충실하게 매일 매일을 산 그녀세상에서 가장 쿨했던 할머니를 통해 나는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의 영웅을 본다.  

 

넷째 주 배움으로 실천하는 삶

 

위대한 유산, 교육의 힘. 이 희영의 솔로몬 탈무드

 

저는 부끄럽게도,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여다 본다는 탈무드식 교육, 우리 아이 천재로 키우기…’ 같은 부류의 책을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유대인에 대한 제 지식은 쉰들러 리스트’, ‘소피의 선택같은 2차 대전 당시의 유대인 학살을 소재로 한 영화나, 전쟁 당시 유대인 수용소의 비참함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이 다입니다. 그리고는 중동의 화약고, 평화를 깨는 주범으로 등장한 강경한 이스라엘의 모습에 반감을 갖고 있는 정도였지요.

 

그러니까 솔로몬 탈무드는 제게 유대인의 정신과 역사를 제대로 만난 첫 경험입니다. 그 첫 경험이 8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장서라 진땀을 빼긴 했어도, 발견의 기쁨은 노고를 상회하고도 남는 것이었지요.

 

예멘 유대인 마을, 어느 날 팔레스타인에 조국이 세워졌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5만 명의 유대인들은 달랑 냄비 하나만 들고 약속된 땅을 향해 나섰다. 2000년을 하루 같이 기다리며 악착같이 모은 재산을 버리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유대인의 정신 위에 이스라엘은 건국된 것이다. 독립선언 이튿날, 아랍 5개국은 1차 중동전쟁의 포화를 퍼부었지만 그 불길이 약속의 땅으로 돌아오는 유대인의 발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p7)

 

, 2000년을 기다려 돌아온 조국이라니, 저는 일단 이 장면에서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어요. 이건 정말이지 어떤 신화의 모험보다 극적인 역사, 어떤 종교의 기적보다 놀라운 현실이니까요. 이들은 피와 눈물의 박해를 받으며 전세계를 떠돌아다닌 2000년 동안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기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오롯이 유지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을 지켜온 것일까요.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한 힌트를 일찌감치 머리말에 내어 놓습니다.      

 

다른 민족들이 남의 영토를 정복하는 일에 전념하는 동안, 유대인들은 자기를 정복하기 위하여 노력해왔다. 유대인들은 아무리 패배해도, 그리고 어떤 역경에 처할지라도, 결코 자기들의 내적인 힘을 잃은 적은 없었다. 내적인 것이란, 곧 그들의 정신이요, 가족이요, 문화요, 교육이다. 그리고 가족과 민족의 단결인 것이다.(p50)

 

유대인이라는 존재가 위대한 문명을 일으켰지만 역사 속에 사라진 민족들과 어떻게 달랐고, 왜 지금까지 살아남아 전세계의 리더들로 두각을 나타내는 지 알 것도 같습니다. 세계 최대의 신전과 궁궐들, 화려한 도시 문명을 꽃피우는 대신, 타 민족의 박해를 피해 천막 속에서 하루 하루를 버티면서 생존을 고민하고 다시 성공할 날을 꿈꾸며 현실을 살아나가야 하는 사람들이었으니. 살아남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에게 어찌 당해낼 재간이 있겠습니까.

 

인류역사에서 유대인은 제국을 세우지도, 대성전을 짓지도 않았다. 다만 그들은 모든 에너지를 인간성 연구에 쏟았다.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예지 습득에 힘써 왔다. 그것은 인내와 더불어 이스라엘 민족이 역사로부터 받은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p9)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빼앗기지 않고 온전하게 나의 것일 수 있는 유일한 것, 어떤 일이 있어도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 유대인들이 매달린 것은 인간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그리고 5천년 간의 박해를 통해 견디면서 벼려낸 인내력과 빛나는 통찰력이 유대인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유대인들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놀라운 성취를 거두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고, 역사상 정말 많은 위대한 인물들을 배출했습니다.

 

유대인은 전세계에 1300만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60억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다. 얼마 안 되는 인구로 그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창조적 인재를 탄생시켰으며 세계 역사를 지배해왔다.

 

노벨상에서 경제 65%, 의학 23%, 물리 22%, 화학 12%, 문학 8%의 유대인 수상자를 배출하였고, 미국 유대인 세대의 소득 수준은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이다. 유대인은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부호 상위 400가족 중 24%, 최상위 40가족인 경우는 42%를 차지한다.

 

역사적으로 이름은 남긴 유대인은 철학 스피노자, 베르그송, 마르크스, 룩셈부르크, 비트겐슈타인, 스미스, 사뮤엘슨, 촘스키가 있다. 또한 심리학 프로이트, 아들러, 자연과학 뉴턴,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음악 멘델스존, 쇼팽, 말러, 발터, 거슈윈, 미술 피사로, 모딜리아니, 샤갈, 영화 에이젠슈타인, 채플린, 와일러, 알렌, 스필버그, 스트라이선드, 문학 하이네, 프루스트, 카프카, 싱어, 샐린저, 경제금융 로스차일드, 뒤풍, 시트로엔, 머독, 소로스, GE, IBM, 골드만삭스, 언론출판 퓰리처, 로이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정치 디즈레일리, 레닌, 키신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예수 또한 유대인이다. 이 지상 최강 성공집단의 경이적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p9)

 

이 사람들이 정녕 다 유대인이었다니, 세상은 유대인이 지배한다는 말을 들을 만도 하네요. 이토록 경이로운 성공 뒤에는, 교육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유대인들의 가치관이 큰 몫을 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기원 전 6세기 경 이미 유대인들은 어린이들에게 성서를 가르치는 학교를 전국 곳곳에 건설했으며, 이것을 의무교육의 효시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2신전시대에는 이스라엘 방방곡곡에 어린이들에게 성서를 가르치는 학교가 있었다. 세계 최초의 의무 교육이 유대인에게서 시작되었던 것이다.(p41)

 

이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한 유대인의 교육은 탈무드에서 시작되어 탈무드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저자는 심지어 인종적인 정의를 공유하기도 힘든 유대인이 한 민족의 정체성을 갖는 것은 오로지 그들이 유대교라는 사상과 탈무드의 가르침을 공유하고 그것에 따라 살아감으로써 생겨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유대인은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동의 셈계 민족이므로 오늘날에도 셈족의 특징적인 골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유대인은 피에 의해 유대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유대교라는 사상에 따라 살아감으로써 유대인이 된다.

 

자기 나라를 갖고 있지 못했던 유대인에게는 성서와 탈무드야말로 조국이었다. ‘유대인다움은 성서와 고대에 씌어진 성전(聖典)에 의해 만들어졌다.  (p83)

 

유대인들은 매일 탈무드를 공부하고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노력, 즉 배움과 실천을 통해 신께 다가간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므로 교육은 유대인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빼앗길 수 없는 권리이자 의무였습니다

 

그리하여 벤 자카이는 예루살렘의 신전이 로마군에게 파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유대인은 로마인이 파괴할 수 없는 것을 가져야만 했다. 그것은 바로 교육이다. ‘교육만이 칼보다 강하다라고 생각했다. (p48)

 

어떤 면에서는 죽을 때까지 공부 공부를 부르짖는 공부 콤플렉스 우리 민족과 닮은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죽하면 6.25때 가진 것을 다 잃고 부산으로 피난을 내려왔어도, 그 난리통에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천막치고 학교를 세우는 것이었다고 하잖아요. 원래 가진 것이 많지 않은 민족이 살아남기 위해 매달릴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 사람인 것이니, 그 자산을 최대의 효용 가치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휼륭한 인재로 만들기 위해 해야 일이 교육이라는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유대인의 교육과 우리의 교육이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목적과 내용이에요. 매일 매일 새롭게 신께 다가가고자 인간을 공부하고 또 일상에서 배움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한 유대인과, 오로지 입신양명을 위해 보다 많은 정보를 꾸역 꾸역 집어넣는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방향이 완전히 다르지요. 사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그때 이것만 알았더라면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 무엇보다 나를 이해하고 다스리지 못한 데서 오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잖아요. 한민족의 학구열에 유대민족의 목적의식이 접합되면 참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유대인에 있어서 탈무드의 가치가 어떠한 것인지 알았으니, 이제 탈무드의 내용을 좀 들여다 보기로 하지요. 탈무드는 본래 수천 년에 걸쳐 주해를 덧붙이면서 성장해온 살아있는 경전이기 때문에, 수만 여 장에 달하는 어마 어마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저자 이희영은 이 방대한 내용들을 부족함 없이 전달하고자 많은 애를 썼지만, 내용 자체의 방대함으로 인해 전체의 모양새를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저는 어떤 상황에서든 서문에서 에필로그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을 고집하지만, 이 책만은 1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장들은 순서에 너무 구애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목차

유대인은 솔로몬 탈무드를 만들고 솔로몬 탈무드는 유대인을 만든다.

 

1.  불굴의 방패, 절대의 가치

유대 5000년 솔로몬

율법학자 랍비

연구하고 또 연구하고

생명의 물줄기 탈무드

탈무드의 두 갈래

 

2.  유대인은 누구인가

엘리트 유대인

유대인과 돈

유대인의 금전철학

 

3.  유대 부자철학 78:22

유대인의 경영원칙

돈을 낳는 생활

유대 부자철학 78:22

역경을 떨치고 일어서라

 

4.  돈 버는 방법, 돈 쓰는 방법

유대식 협상

돈과 지혜의 조크

행복한 부자 되는 법

 

5.  유대 역전의 발상

창출하는 머리, 선택하는 눈

21세기 가장 우수한 이노베이션 유대

365일 용기가 필요하다

6.  유대정신 어떻게 솟아나나

유대의 힘

전통을 안고 가는 생활

정신의 자유를 가져라

 

7.  유대인 세상살이 방법

여자 다루는 법 남자 다루는 법

이마에 땀 흘리고 빵을 먹어라

일하며 공부하며

 

8.  남보다 뛰어나게 아닌, 남과 다르게 키우는 교육

아이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라

무엇이 되라는 말 절대 하지 마라

매일 머리 훈련하는 유대인

 

9.  눈물과 웃음의 예지

한바탕 배꼽 잡고 웃어라 길이 열리리라

단 한 번뿐인 인생이 아닌가

 

10.인생 최고의 지혜

신이시여, 왜 이런 일을 하셨나이까

슬픔을 익사시키는 방법

기적을 일으키는 랍비

행운은 누구의 편인가

두드려라 그러면 열리리니

 

11.걱정하지 말고 살아라

너의 생애에 끊임없는 기쁨이 이어지리

모든 일은 받아들이기 나름

위대한 것은 작다

 

12.뿌린 대로 거두리라

기쁨이 윙크할 때

신은 누구를 사랑할까요

어떤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일까

 

13.행복을 만드는 유대 사고방식

사랑과 우정

깨달음이 머무는 곳

신이 내린 선물

 

14.불멸의 영원한 가르침

마음을 밝히는 등불

 

15.토라에 진리가 있다

유대정신의 샘

노아 자식들의 계율

이상을 찾아서

소중한 것은 몸가짐

시험

우물이 가르쳐 주는 것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대인의 귀환

엑소더스

밖으로부터의 충고

정치적 교훈

탄생의 신비

생명에의 경외감

죽음에 이르는 혀의 죄

넉넉한 마음으로 손을 펴라

위대하며 존경해 마지않는 지도자

 

사실은 이 기나긴 목차도 각 소제목 밑에 하부 장들이 적어도 5개에서 20개에 이르도록 붙어 있거든요. 그래서 목차만 무려 15페이지랍니다. 내용의 충실함에 비해, 구성이 조금 미비한 것, 그래서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유대인의 역사와 시대 상황 등에 대한 설명 등은 좀 모자란 것 같아요. 그것이 이 성실한 책의 흠이라면 흠일 겁니다.

 

여하간 솔로몬 탈무드에서 저자는 탈무드와 유대인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필두로 유대인의 재물에 대한 철학, 발상의 힘, 정신의 원류, 처세술, 교육, 행복론, 낙관주의와 유머, 유대 경전 토라에 이르기까지 충실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대인들의 재물론에 상당히 많은 장을 할애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대부분 사회에서는 돈에 대한 솔직함, 소유욕을 보이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풍조가 일정 부분 있다고 생각되는데, 유대인들의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돈에 대한 철학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어요. 특히 유대인의 금전 철학을 적극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래 구절을 읽고 나서입니다.

 

돈은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것을, 나쁜 사람에게는 나쁜 것을 준다

유대인은 그리스도교인처럼 육체에 특별히 낮은 지위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육체는 육욕의 원천이며, 따라서 육체를 죄 많은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유대인은 육체는 정신의 그릇이기에 소중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도, 육체 자체가 죄를 범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돈에 대한 유대인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돈은 그 자체로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그리스도교인은 돈을 악으로 여기고, 죄악이라고 줄곧 가르쳐왔다.

 

유대인은 이런 견해를 인간으로서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라고밖에 생각지 않는다. 육체와 돈이 인간보다 위에 있으며,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p113)

 

이것은 육체 경시, 노동 경시, 물욕 경시로 이어지는 기독교, 불교, 유교, 힌두교의 철학과 완전히 다르고, 어느 시대에나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훨씬 건설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탈무드를 조금만 더 일찍 접했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마저 들었어요.

 

특히 나의 아이들에게 돈에 대한 교육은 전혀 한 적이 없고, 하려고 들어도 그저 말문이 막혔던 과거를 돌이켜 보니 더욱 그랬지요. 내 아이들부터 돈을 두려워하거나 매달리지 않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좋은 것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욱 자신 있게 일하고 돈을 모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습니다. ,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런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그 책 한 권에서 깨달은 나의 무지를 메우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책들로 채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되니정말 배움은 끝이 없네요.  

 

유대인은 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관련된 좋은 경구를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인용구들을 몇 개 적어봅니다.

 

-       돈은 기회를 제공한다.

-       속이 비어있는데도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무엇일까? 무엇인가 가득 들어 있는 자루는 무겁다. 그러나 빈 자루가 더 무겁다는 속담처럼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빈 지갑이다.

-       성서는 빛을 주고, 돈은 따스한 온기를 준다.

-       몸은 마음에 의지하고 마음은 지갑에 의지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빈 지갑이라니으악몸서리치며 공감합니다.

-       돈은 당신이 가지고 있지 않을 때는 매우 소중하게 보인다.

-       돈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돈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겨울에 장작을 사는 데 사용해야 할 돈을 여름휴가에 사용하지 마라.

-       상인이 되거든 이 말을 명심하라. “나는 당신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현금으로 지불해 주십시오.”

-       어떤 빚이든 입구는 크고 출구는 좁다.

-       가난뱅이는 4계절 밖에 고생하지 않는다. , 여름, 가을, 겨울

-       의학은 가난한 사람 말고는 다 고칠 수 있다.

-       가난을 이길 수 있는 미모는 없다. (p115)

가난에 대한 경구도 참, 마음을 건드리는 구석이 있죠? 최근에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이라는 영화를 보다가 가난한 교구 목사인 아버지가 사랑 없는 사람과 결혼하기 싫다고 하는 딸에게 한 말이 기억나요. “가난 만큼 사람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없단다, 얘야…”  아버님 말씀이 맞거든요. 탈무드는 가난은 영혼 뿐 아니라 미모도 망가뜨린다고 하는군요. 가난이 죄는 아니라지만, 참기 힘든 고통인 것은 분명해요. 고통을 너무 오랫동안 버티면, 결국엔 신체든 정신이든 기능이 회복될 수 없게 망가지기도 하잖아요. 그러므로 유대인의 현실적인 금전철학을 적극 받아들이렵니다.

 

평판은 최선의 소개장이다(p135)

 

이거 정말 말 되지요? 듣도 보도 못한 헤드헌터나 인사담당자가 너의 평판을 익히 들었다며, 스카우트 제안을 하는 경우가 딱 그런 경우죠. 사실 PR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평판은 최선의 보험이다란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리고 평판은 쌓는 데는 수 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하다라는 것도요. 모아 보니 괜찮은데요? 평판 삼종 셋트 경구로 묶어서 써먹어야겠어요.

 

유대상술에 있어서의 상품은 두 가지 밖에 없다. 그것은 여자와 입이다.(p148)

 

유대인이 믿는 것은 3개월 동안의 숫자 뿐이며, 개인적인 감정 같은 것은 계산에 넣지 않는다.(p154)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계약은 본래 평등한 입장에서 평등한 의무를 지니기 위해 하는 것인데, 유대인 사회에서는 오히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계약사상이 발전해 온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점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수고한 보람으로 먹고 마시며 즐겁게 지낼 일이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선물이다.’(전도서 3 13)(p157)

 

이토록 영리에 밝고 돈에 관한 한 부모 자식 사이라도 믿지 않는다는 유대인들이, 그토록 중시하는 계약 사상을 약자의 보호를 중심으로 발전시켜왔다는 것은 참 경이로운 일입니다. 또한 유대인들은 재산을 모을 때 철두철미하고 무서운 면모를 보이지만, 자선과 선행에 대해서는 신의 의무와도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탈무드에서는 이런 면모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우화가 있습니다.

옛날 어떤 왕이 백성 중 한 명에게 사자를 보내, 곧 입궁하라는 전갈을 했다. 그 사람에게는 세 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아주 친하게 지냈고, 두 번째 친구는 첫 번째 친구처럼 친하게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 친구는 친구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가까이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 사람은 왕의 사자가 왔으므로 분명 무엇인가 문책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곰곰 생각하던 그는 두려운 마음에 세 친구에게 동행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평소 제일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부탁을 했으나 그는 냉담하게 거절을 했다. 두 번째로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는 왕궁 문 앞까지만 같이 가 주겠네하고 말했다. 그런데 대단치 않게 생각했던 세 번째 친구는 같이 가세. 자네는 아무 잘못도 없을 테니 나와 함께 임금님을 만나러 가세나하고 말했다.

 

탈무드에 의하면 첫 번째 친구는 재산이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죽을 때는 가지고 갈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친구는 친척이다. 겨우 화장터까지만 함께 가 준다. 세 번째 친구는 선행이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죽은 후에도 남는 것은 이것 뿐이라고 탈무드는 설명하고 있다. (p415)

 

이런 얼핏 반대되는 듯한 가치를 균형있게 추구하는 유대인의 지혜와 미덕이 참 지혜롭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돈을 버느냐는 질문에 이토록 단순하고 명쾌한 답이 또 있을까요. ‘사람은 모름지기 수고한 보람으로 먹고 마시며 즐겁게 지낼 일이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선물이다라니. , 유대인들, 정말 쏘쿨입니다! 아예 사는 목적이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는 것이라고요? 이토록 솔직하고 즐거운 민족인 줄은 몰랐습니다. 완전 맘에 들어요!

 

사는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유대인에게 물으면 매우 간단하면서도 엉뚱한 대답이 나온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유대인은 사는 목적은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p162)

 

이토록 현실적이고 소박한 인생관이라니. 그래, 인생 뭐 있나요? 사는 동안 즐겁게 살아야지요. 일하고 돈 벌고 먹고 마시고 배우는 신성한 의무를 마치면 유대인들은 무엇을 할까요. 바로 쉬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계율로 지켜가며 엄격하게 휴식을 지키지요.

 

유대의 안식일에는 미래를 효과적으로 응시할 수 있도록 시간적으론 공간적으로 고요한 오아시스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 유대인이라면 매주 25시간은 일과 관련된 모든 물건과 활동을 제쳐두어야 한다…. 유대인들은 일상적인 창조 활동 및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스스로 제한함으로써, 행동을 하는 주체가 되는 것을 피한다. 대신 세계의 마술에 걸리는 객체가 된다. 주위 환경에 창조적인 힘을 가하지 못하도록 막는 이유는 그렇게 할 때 환경이 제시하는 바를 보다 잘 흡수할 수 있는 위치가 되기 때문이다. 일주일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이 쪼개진 시간은 대단한 호사이기도 하지만 그 주의 나머지 시간 동안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데 필수적인 도움을 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그들의 존재는 송신 상태가 아닌 수신 상태가 된다.(p177)

 

휴식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지 인간이 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그렇고, 유대인들의 휴식에 대한 관점이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또한 꼭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같은 책에서도 비슷한 주장들을 볼 수 있는데, 놀라운 것은 창조성을 기르고 싶거나 생활의 중심을 나로 세우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픈 사람들에게 휴식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서 잘 알고, 그 오랜 세월 동안 민족 전체가 아예 의식을 만들어 지켜왔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행복론은 생각보다 단순하지요. 그리고 악착 같은 면모와 달리 의외로 낙관주의예요. 자신에 대한, 인생에 대한 깊은 신뢰로 어떤 절망스런 상황에도 구원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낙관주의가 없었다면 그 긴 고난과 박해의 세월을 어떻게 살아남았겠어요?

 

인간의 감정과 사고는 인생의 통제력을 압도할 만큼 강하다. 그러므로 자신의 인생을 신뢰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절망에 빠질 때가 있어도 반드시 구원은 있다. 행복한 인생을 신뢰하는 자에게만 찾아온다. (p256)

 

같은 맥락에서 참 좋은 글이 이어집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늘 걱정을 만들어서 달고 다니는 저를 돌아보게 되네요. 이 글 꼭꼭 새겨둬야겠습니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공포 속에 살아가는 것과, ‘나에게 일어나는 것은 모두 최고다. 그러니 모든 것을 받아들이자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은 마음의 안정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만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다가오는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생각하고 눈앞에 다친 일을 하나 하나 처리해나가는 자세가 되어야 비로소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 좋은 것만 선택하여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p257)

 

유대인들은 성서의 지혜를 바탕으로 수많은 탈무드의 랍비들이 해석한 가르침들을 늘 인용하며 살아왔습니다. 좋은 내용들이 너무도 많지만, 아래는 그 중에서도 남다른 감흥으로 다가온 것들입니다.

 

호주머니에는 언제나 두 가지를 적어두는 것이 좋다.

하나에는 나는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하나에는 이 세상은 나를 위하여 창조되었다.’

부남 드 프시케(p322)

 

이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마음 가짐으로 나와 내 인생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가지고 사는 한편, 그럼에도 나에게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로 생각합니다. 버트란드 러셀의 행복론을 읽을 때도 비슷한 가르침이 있었어요. 위대한 사람들의 가르침은 표현이 다를 뿐 결국은 통하는 것인가 봅니다.

 

어린이는 세 가지 것을 가르쳐 준다.

이유도 없이 즐거울 수 있다.

잠시도 쉬지 않는다.

바라는 것은 꼭 손에 넣는다.

  투브 벨 판 메첼리추(p323)

 

이렇게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 순수한 인간의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다행히 늘 그 마음을 상기시켜줄 아이들이 제 곁에는 둘이나 있네요.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영화를 보면 유대인들이 늘 별모양의 딱지를 붙이고 다니잖아요. 다윗의 별이던가요. 유대인의 상징이 별이 된 이유를 여기서 처음 알았습니다. 아픈 역사이기도 하고, 불굴의 끈기와 희망을 보여주는 시적인 상징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아브라함을 비롯하여 유대 민족은 끝도 없는 사막을 여러 번 건넜고, 길을 잃었을 때는 별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별은 희망의 상징이고 목표를 나타내는 이상이 되었다.(p332)

 

여기서 탈무드를 있게 한, 오늘날 유대인을 세상에서 가장 많은 박해를 받고 가장 끈질기게 살아남은 기적의 민족으로 만든 계기가 된 사건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마사다의 전투지요. 저자는 로마군에 의한 요새 함락을 앞두고, 노예가 될 운명을 거부하고자 전 주민이 목숨을 끊는 결단의 순간에, 이 비극을 후세에 전해 역사 속에 유대 민족을 영원히 살아가게 하기 위해 단 한명의 메신저를 살아 남게 하는 왕의 결단과, 민족의 멸망을 목격하며 이 모든 것을 후세에 전하겠다고 결의하는 청년 다윗의 고뇌를 어떤 첨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줍니다.  

 

로마인은 마사다의 엘리아자르 벤 야이르를 격파하고 유대를 멸망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대인이 그 뒤에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자신들의 문화를 침투시키면서 생존해 나가리라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p402)

 

유대인의 불굴의 생명력을 이해하는데 있어, 이 책이 전하는 탈무드의 정신을 이해하는 데 있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부분을 딱 한 장절만 고르라면, ‘마사다를 기억하라를 읽어야 합니다. 10여 페이지에 이르는 긴 대목이라 모두 옮기지는 못했지만, 한 구절 한 구절 놓칠 수 없고 감히 중간에 자리를 뜰 수 없을 만큼 그 비장한 역사의 기록을 읽는 내내 가슴이 시렸습니다. 작가의 직접적인 설명이나 주석이 없이도, 마사다 전투의 비극과 다윗을 통해 살아남은 유대민족의 비장한 결의를 가슴으로 만날 수 있도록 조용히 기술해준 이 장절에서 때로는 경이롭고 때로는 질리도록 모진 유대인의 모습을 일부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수천년간 오로지 사람을 연구하고 배움을 매일 매일 실천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살아왔던 유대인들은, 인간에 대한 깊숙한 이해에서만 나올 수 있는 가르침들을 시처럼 아름다운 경구로 남겼습니다

 

사람은 비누로 몸을 씻고 눈물로 마음을 씻는다

또 하나 아름다운 속담이 있다.

천국 한 구석에는 기도 드리지는 않았지만 우는 사람을 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p430)

 

아주 어리석은 사람보다 반쯤 어리석은 사람이 더 어리석다.

완전히 침몰한 배는 다른 배의 항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반쯤 침몰한 배는 다른 배의 항해에 방해가 된다.’ (탈무드 중에서, p382)

 

탈무드에는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가 실려있다.

인간의 눈에는 흰 부분과 검은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어째서 신은 검은 부분을 통해서만 사물을 보게 만든 것일까?”

그리고 이런 해답이 적혀있다.

인생은 어두운 곳을 통하여 밝은 곳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p340)

 

성서가 전하는 하느님의 명령, 카잔차키스에 의하면 인간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모든 인간의 의무, 신화가 된 영웅들의 고단한 모험까지. 28일의 동면기에 제가 만난 모든 책들은 하나같이 떠남을 종용합니다.

 

네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창세기 12 1)

이것은 유대 민족의 조상인 아브람이 태어난 메소포타미아에서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떠날 때 하느님이 준 계시의 내용이다. 히브리어 원전에서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은 어순으로 되어 있다.

떠나가거라, 너를 향하여, 네 고향으로부터, 네 친척으로부터, 네 아비의 집에서, 내가 장차 보여줄 땅으로.(p371-372)

 

유대인의 생활규범인 율법은 너는 떠나가거라하고 말한다. 우리는 내가 놓여 있는 현재 상황에서 떠나간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생각해야 한다. ‘떠나가거라로부터 나와서 내게로 간다는 것이다. (p373)

 

지금 네가 안주한 그 곳에 머물지 말고, 진정한 너의 땅, 너의 신화, 참된 너 자신을 찾으러 떠나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지루한 삶이라는 종신형을 내리지 말고 칼을 들고 일어서라 합니다. 저는 이 동면의 계절을 버티게 해준 이 대견하고 부끄러운 독서노트를 사무엘 울만의 <청춘>을 다시 한번 적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합니다.

정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정열을 가리킵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말합니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합니다.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도 60살 노인에게 청춘이 있습니다.

나이를 더해 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습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습니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마음이 시듭니다.

고뇌 공포, 실망에 의해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가 됩니다.

 

60살이든 16살이든 인간의 가슴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기쁨, 용기,

그리고 힘의 영감을 받는 한 그대는 젊습니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아이러니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혀버릴 때

스무 살이라도 인간은 늙습니다.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살이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습니다.

 

 

Book Column 4 – 새로운 교육에 대하여

 

대한민국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교통사고를 넘어 해마다 상승하고 있는 자살율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대한민국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성적 문제공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대답이 전체 학생의 1/3에 해당한다는 놀라운 통계가 현실이다. 2년 전 전세계적으로 각 지역사회에 가장 시급한 청소년 건강 이슈에 대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자는 본사의 계획에 따라우리나라 청소년의 문제를 들여다 보던 중 발견한 사실들이었다아이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자신으로서 온전히 삶을 책임지고 주도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제공되는 교육이 아이들에게는 죽음을 통해서라도 잊고 싶은 현실이 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교육은 평범한 대한민국 가정 경제를 파탄내는 주범에서 나아가가족의 형태를 바꾸고 가정을 해체하는 원인으로까지 악화되고 있다한국의 교육체계를 우습게 뛰어넘을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소수의 부유층을 제외하고공교육의 한계와 사교육의 부담을 벗어나고자 원치 않는 이산 가족이 되는 가정들이 얼마나 많은가그리고 그 결과가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되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너무 드물다.

 

언제부터 교육이 이토록 대한민국 국민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패악을 부리게 된 것일까오바마가 칭찬하듯이우리 민족의 교육열은 오늘날 세계 11위의 나름 경제대국으로 일어서는 데 일조한 바 있다유교적인 전통에 더해 조선시대에 들어와 실력있는 인재들을 제대로 발탁하겠다는그 시대로서는 파격적인 과거제도를 통해 만들어진 교육지상주의의 전통이 우리에게는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입신양명이 공부의교육의 목적이 되었을 때의 순기능은 분명히 있다계층을 막론하고 높은 교육열과 전반적인 학력의 증진제로에 가까운 문맹율은 분명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이다

 

문제는 교육의 목적과 주제에 있어 일방성이다여기가 굴곡 많은 역사를 공유한 유대인의 교육을 들여다 볼 지점이다. 5000년의 유랑생활과 학살과 핍박을 살아남아 찬란한 성공을 이룬유대인이 무엇을 공부했고 왜 교육을 칼처럼 갈아왔는지 되새길 지점이다유대인은 5천년 역사 동안 신성한 성전을 세우고 위대한 도시를 건설하는 대신끊임없이 추방당하고 학살당하는 핍박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도 계속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으로서 교육을 추구했다인간성을 연구하고나를 다스리는 방법을 연구하며 모진 삶을 의미있게 살아갈 지혜를 쌓아 후손에게 전하면서배움을 행동으로 옮기는 교육을 평생의 목적으로매일의 일상으로 삼아 왔다.

 

수학과 영어와 논술을 공부하고 스펙을 쌓느라 자신을 알 여유가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답답한 입시 관문을 건너도 인생이 존재한다는, 나의 더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르쳐 줄 진짜 공부가 필요하다. 가족과 친구와 선생님과 건강하게 관계 맺으며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 공부사회를 ‘스스로 뛰어들어 나를 세울 기회의 장’으로 바라볼 자신감과그 과정에서 직면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현실의식을 심어줄 인생 공부가 필요하다재테크와 경영 서적 속에서 길을 잃은 성인들에게는나 자신을 믿고 새로운 길을 떠날 수 있도록매일 매일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도록 사막의 별이 되어줄 인생 공부가 필요하다.   

 

모든 민족은 전체가 공유하는 배움과 철학이 있다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과 지혜가 있다그것을 정리하고 모든 이들이 매일의 일상에서 되새겨 필생의 배움으로 살려낸 유대 민족의 성공은모든 민족에 유효한 교훈이다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너무 오래 등한시했다원래 우리는 작지만 어떤 강대국도 영원히 굴복시키지 못한 민족이었다모든 강대한 문명의 영향 속에서도 가치를 발하는 제 것을 갖고 있는 민족이었다그걸 다시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알고더 넓게 우리 인류의 이야기를 알고 인간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역사를철학을문화인류학을심리학을 만나 넓어지는 생각의 지평을소수의 사람들만 누리지 않도록 모든 교육 과정에 처음부터 심어야 한다

 

가장 훌륭한 교육은 이야기를 통해 이뤄진다탈무드가 구전의 교육이었듯이우리 교육에 결핍된 인간성에 대한 공부자신을 알고 사랑하기 위한 공부를 이야기로 만나게 해주는 접근이 필요하다젊은이들에게 토크 콘서트란 형태의 강연이 대세인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아마도 비슷한 이유에서 올해부터 초등학교 교과 커리큘럼에 스토리텔링  교육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접목하는 것도 같다.문제는 제목이 달라졌을 뿐 주제는 여전히 국영수사과라는 기본 입시과목에 한정되어, 새로운 형태의 문제집과 참고서가 시중에 선보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제발이제는 매해 개편을 거듭하다 못해 난수표에 가까워진 교과과정을 잠시 좀 놔두고 아이들이 자신과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생각하여 행동할 수 있는 자생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줄 교육을 고민해보자인문학이라 이름해도 좋고 인성 교육이라 이름해도 좋다무엇이 되었든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게 해줄 따뜻하고 냉철한 인간성의 교육이 우리에게는 절실하다.  

 

 

 

#       #       # 

 


IP *.20.137.74

프로필 이미지
2013.03.04 18:47:18 *.20.137.74

분량 때문인지 어떻게 붙여도 서체며 사이즈가 균일하게 보이질 않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첨부파일로 보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81882
738 <9기 레이스 프로젝트 5주차-나는 누구인가-박진희> file [7] 라비나비 2013.03.04 4650
737 9기 레이스 5주차 프로젝트 - 최재용 file [3] jeiwai 2013.03.04 4640
736 <9기 레이스 5주차 프로젝트-조현연> 전투적 책읽기 [3] 에움길~ 2013.03.04 5146
735 9기 레이스 5주차 프로젝트 - 이효은 file [1] 꽃마리 2013.03.04 4675
734 <9기 레이스 5주차, 세상을 유혹하는 책읽기>-오미경 file [1] 오로라 2013.03.04 4489
733 <프로젝트>우리 아이와 함께 읽는 4권의 책 이야기-서은경 file [1] [2] tampopo 2013.03.04 4472
732 <예비 9기 지적레이스 5주차 > 어느 초보 독서가의 4주... file [5] 땠쑤 2013.03.04 4879
731 예비9기 5주차 레이스-나는 별이다-인문학 독서란 무엇인가-유... file [5] [1] 유형선 2013.03.04 4992
730 9기 5주차 프로젝트<다시 시작이다!>-용경식 file [1] [1] 엘모99 2013.03.03 4119
729 <9기 레이스 북리뷰 5주차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책들... [1] 델게르마아 2013.03.02 4605
728 9기 레이스 4주차 <솔로몬 탈무드> 이효은 file 꽃마리 2013.02.25 4293
727 <9기레이스 북리뷰4주차-솔로몬 탈무드>-오미경 file 오로라 2013.02.25 5272
726 <9기 레이스 4주차 북리뷰-조현연> 솔로몬 탈무드 [7] 에움길~ 2013.02.25 4985
725 9기 레이스 4주차 - 솔로몬 탈무드 - 강종희 file [1] 종종걸음 2013.02.25 4475
724 제9기 레이스 <솔로몬 탈무드> -최재용 file [1] jeiwai 2013.02.25 4770
723 <9기 레이스 4주차 북리뷰> 솔로몬탈무드 - 서은경 file [3] tampopo 2013.02.25 4101
722 9기 레이스 북리뷰 4주차 - 솔로몬 탈무드 - 유형선 file 유형선 2013.02.25 3992
721 <9기 레이스 북리뷰 4주차-솔로몬 탈무드-박진희> file 라비나비 2013.02.25 4417
720 9기 북리뷰4주 <솔로몬 탈무드>-용경식 file 엘모99 2013.02.24 4038
719 <9기 레이스 북리뷰 4주차 - 솔로몬 탈무드 - 김준영> 델게르마아 2013.02.24 4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