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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8일 10시 03분 등록

영혼의 자서전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서전, 정효 옮김, 열린책들

2013-02-17 유형선

 

1. ‘저자에 대하여’

 

내가 처음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만난 것은 94년 대학교 1학년 때 였다. 학교 게시판에 붙여 있던 책 광고 포스터였다. 고려원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책 제목과 카잔차키스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 포스터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먼저 책 제목이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란다. 그리스도에게도 유혹이 있었다니? 아마도 십자가 사건이나 게세마니의 기도를 의미 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듣도 보도 못한 작가의 이름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니코스 뭐라고? 니/코/스/카/잔/차/키/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 이름이었다. 무엇보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사진이었다.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한 두 눈. 어둠 속에서도 빛을 스스로 내어 벽을 뚷고 사람의 마음 조차 읽어 버릴 것 같은 눈빛을 빛바랜 사진속에서도 나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삼학년 일학기를 마치고 그 해 11월 군에 입대하였다. 기갑수색대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워낙 군기가 엄해서 자다가도 누군가 깨워 일어나게 되면 그 와중에서도 ‘이병 유형선’이라며 관등성명을 말해야 했다. 그러나 거꾸로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갔다. 일년이 지나 상병이 되자 내무반에서 편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책을 한 권 한 권 구해 읽는 재미로 남은 군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병장 때 나는 드디어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만났다. 심장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내 영혼은 글자 그대로 ‘들불’처럼 타올랐다. 불타오르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을 읽었다. 98년의 이야기이니 벌써 15년 전 이야기다. 작년 일산의 어느 중고책 서점에서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내 영혼에 불을 질렀던 그 책을 찾았다. 고려원에서 출판한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왼편에 바로 그 책이 있다.

 

다시 한번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기억해 낸 사건은 작년 초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의 강연회였다. 박경철원장은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영웅이라며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소개했다. 오! 세상에. 이런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구나! 나에게 라디오를 통해 혹은 책을 통해 세계금융과 주식시장과 개인재무에 대해 알려준 금융스승의 입에서 니코스카잔차키스의 이름을 듣게 되다니! 그리고 그 역시 나와 똑같이 영혼이 타오르는 경험을 하였다니!

 

…… 단골 책방의 서가를 둘러보던 그 청년(박경철 원장 자신)은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라는 책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이름도 낯선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 그리스 작가의 책을 산 청년은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단숨에 읽어버립니다. 작은 불씨가 큰 산을 태우듯, 책을 읽어가면서 그의 가슴에는 점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불이 일었습니다. 마침내 그 뜨거운 불길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버렸습니다.

- <문명의 배꼽, 그리스> 박경철 지즘, 리더스북, p 6

 

박경철원장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을 찾아 한글 번역은 물론 그리스어를 읽지 못하는 관계로 영어로 번역된 작품과 메모까지도 찾아 읽었으며, 그를 흠모하여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여행을 쫓아 여행하며 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지금 내 오른쪽에는 박경철 그리스 기행 첫 번째 책 ‘문명의 배꼽, 그리스’가 놓여 있다.

 

박경철 원장의 강연이 계기가 되었을까? 작년 가을 드디어 이름도 유명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가르친 최고의 스승 조르바를 만났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조르바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저녁 만찬에서 초대되어 해변에 불을 피우고 잘 구운 양고기에 포도주를 마시며 크레타의 해변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찬란한 밤을 보냈다.

 

이십대 중반에 만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들불이었다면, 사십을 바라보는 직장인으로 만난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빗줄기였다. 내 가슴에 불을 지르면서 다 태워버리라고 외쳤던 작가는 빗줄기가 되어 사십이 다 된 내게 다가와 내 영혼 속 세상 허물을 남김없이 쓸어버렸다. 나는 정말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춤을 추었다. 비가 지나간 내 영혼에서 푸릇푸릇 새싹이 돋아 났다. 책을 읽거나 기도를 하며 내 영혼의 바닥으로 들어가 그 싹들을 고이 보듬고 있다.

 

이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자서전 ‘내 영혼의 자서전’을 통해 작품이 아닌 작가로서의 삶을 보았다. 작가는 자신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자신의 영혼에 영향을 준 요인과 그것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영혼이 어떻게 변화되어 갔는지를 남김없이 쓰고 있다. 육체의 쾌락, 국가, 죽음 따위 온갖 형태의 속박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거치는 투쟁. 자유가 투쟁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투쟁이라는 과정 자체에 이끌리는 삶. 이를 두고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유로부터 자유가 되어’ ‘구원으로부터의 구원’ 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투쟁’과 ‘오름’의 인생관을 펼친다. 이러한 작가의 인생을 이해할 때, 이 자서전의 이름이 ‘Report to greco’임을 이해할 수 있다. 투쟁하며 사는 삶을 알려준 조상들에게 바치는 ‘전투 보고서’가 바로 자신의 자서전이다.

 

박경철 원장처럼 나 역시 결국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모든 작품을 읽게 될 것이다. 이것은 운명이다! 또한 내 스스로 약속한다. 이윤기 선생님이나 박경철 원장처럼 나 역시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찾아가 인사드릴 것이다. 내 나이 오십 전에 크레타섬으로 가 니코스 그 유명한 카잔차키스의 묘비를 찾아가겠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의 묘비 앞에 정중히 고개 숙여 묵념을 하고, 술잔을 올리고, 절을 두 번 올리겠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중략

 

3. ‘내가 저자라면’

(자신이 이 책의 저자가 되어 이 책의 목차와 전체적 뼈대를 논하고, 특히 감동적이었던 장절 그리고 보완점을 평설할 것)

 

무슨 말이 필요한가? 저자는 마치 마법의 수정구슬을 통해 과거를 보듯 자신의 가장 어릴 적 기억부터 시작하여 꿈속의 내용까지 모두 글로 담아내었다. 자신의 영혼에 영향을 끼친 모든 것을 담아내면서 자유를 넘어서는 자유를 찾아, 영원한 오름의 길을 걷는, 투쟁하는 영혼을 그려낸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

 

1. 어릴 때 경험한 학살을 묘사하면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영혼에 새기는 대목

장총을 장전한 채 아버지는 문 뒤에 서서 기다렸다. 아버지가 숫돌이라고 부르던 길쭉한 돌멩이를 손에 들었던 기억도 난다. 아버지는 손잡이가 까만 기다란 칼을 숫돌에다 갈았다. 우리들은 기다렸다. <터키인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면 그들의 손에 당하기 전에 내 손으로 식구들을 죽일 생각이야> 아버지가 우리들에게 말했었다. 어머니와 여동생과 나는 모두 좋다고 동의했다. 우리들은 기다렸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기도 한다면, 그 시간에 나는 내 영혼이 성숙하는 과정을 틀림없이 보았으리라. 나는 몇 시간 사이에 갑자기 아이에서 어른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p 112)

 

<똑바로 봐!> 아버지는 다시 명령했다.

목이 매달린 남자들이 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목이 매달린 이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네 머릿속에서 절대로 사라지면 안 된다. 알겠지!>

<누가 그들을 죽였나요?>

<자유가 죽였어!>

나는 이해하기 못했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는 대추야자나무의 낙엽 지는 잎사귀들 사이에서 천천히 흔들거리는 세 사람의 시체를 노려보고 또 노려보았다. (p 115)

 

2. 아토스산에서 내려올 때 본 아몬드나무 꽃

우리들은 거룩한 산을 40일 동안 여행했다. 마침내 우리들이 순례를 끝내고 떠나려고 …… 가장 결정적인 기적이 우리들을 기다렸다. 한겨울이었는데도 초라하고 작은 어느 과수원에서는 아몬드나무에 꽃이 피었던 것이다!

친구의 팔을 잡고 나는 꽃이 핀 나무를 가리켰다.

앙겔로스. 내가 말했다. 순례를 하는 동안 줄곧 우리 마음은 수많은 복잡한 문제로 괴로움을 받았어. 그런데 이제 답을 얻었구나!

꽃이 핀 나무에서 푸른 눈을 떼지 않은 채 친구는 기적을 행하는 거룩한 성상 앞에서처럼 성호를 그었다. 그는 한참 동안 말문이 막혀 서 있었다. 그러다니 그는 천천히 말했다. 짤막한 하이카이(  ) 내 입에서 솟아 나오는구나.

그는 다시 아몬드나무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몬드나무에게 말했노라.

<누이여, 신의 얘기를 해다오>

아몬드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다. (p 320)

 

3. 시나이산에서 수도원장이 들려준 이야기

신과의 싸움을 절대로 중단하지 말아요. 그보다 더 훌륭한 수련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더 자신감을 가지고 싸우겠다며 마음속의 검은 뿌리인 본능을 뽑아버릴 생각은 집어치워요. 당신은 여자를 보기만 해도 죽을 지경으로 겁이 나죠. 당신은 그것이 사탄이라고 생각해서 <사탄아 물러가라>고 말합니다. 그래요. 그건 사탄이지만, 유혹을 정복할 방법은 하나뿐이니 그것을 껴안고, 맛보고, 경멸할 줄 알게 되어야 해요. 그러면 그것은 다시는 유혹을 하지 않아요. 그러지 않으면, 백 년을 산다고 해도 여자들을 즐기지 못하면, 그들은 당신이 잠들었거나 깨었거나 언제라도 찾아와 꿈과 영혼을 더럽히죠. 벌써 했던 얘기지만 다시 하겠는데, 본능의 뿌리를 뽑으면 힘을 뽑아버리는 셈이니 – 시간과 포만과 수련은 이런 어두운 힘을 정신력으로 바꿔 놓는답니다. (pp 414-415)

 

천사는 고상해진 악마에 지나지 않아요. 아시겠어요? 인간이 그런 사실을 이해하게 될 날이 올 텐데, 그러면…… 그런 날을 보게 될 때까지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p 415)

 

…… 그러면 그리스도의 종교는 이 땅에서 또다시 도약하게 되죠. 그리스도의 종교는 지금처럼 반쪽인 영혼만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 전체를 받아들일 테니까요. 그리스도의 자비심이 더 넓어지죠. 그리스도의 종교는 영혼 뿐 아니라 육체도 받아들여 신성화하고, 육체와 영혼은 적이 아니라 동지임을 깨닫게끔 그렇게 가르칠 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악마는 우리들에게 영혼을 거부하라고 설득하며, 신은 육체를 거부하라고 합니다. 영혼뿐 아니라 육체도 긍휼히 여기고, 그리스도의 마음이 두 야수를 화해시킬 만큼 언제 넓어질까요?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4. 초월하려는 물고기

나는 수천 년 전에 지은 궁전 벽화에서 본 물고기가 나 자신의 영혼 이기라도 한 듯 굉장한 흥분과 우애를 느끼며 쳐다보았다. 필연성을 초월하여 자유를 숨 쉬려고 뛰어오르는 물고기. 이것은 크레타의 성스로운 물고기이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ICHTHYS 그리스도는 똑 같은 대상을 추구하느라고 인간의 숙명을 초월하여 신과 그러니까 완전한 자유와 결합하려 하지 않았던가? 투쟁하는 모든 영혼은 울타리를 부숴 버리려는 똑 같은 목적을 추구하지 않는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죽은 영혼을 나타내는 이러한 상징의 탄생이 크레타에서 처음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가에 나는 기뻤다. 날아가는 물고기 – 투쟁하는 불굴의 인간 영혼을 보라! (p 632)

 

 

보완점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안정효 번역자님께 감사드린다. 다만 이 책을 펴낸 열린 책들에게 아쉬운 것은 책 뒤편 어딘가에라도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의 목록을 실어 놓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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