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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7일 20시 56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에이미 추아 / 이순희 옮김


에이미 추아를 말하려니, 먼저 <선의 황금시대>의 저자 오경웅 박사가 떠올랐다.

두 사람 모두 각 세대를 대표하는 중국계 미국인(이민자)으로서, 미국의 핵심적인 지성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경웅 박사가 중국의 미국 이민 1세대였다면, 에이미 추아는 그 딸 뻘 되는 이민자 세대, 즉 “끼인 세대” 쯤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경웅 박사가 중국 중심의 동양 사상을 서양 사회에 전달하는 메신져 역할을 담당했다면, 추아 박사는 동서양 사회에 직면한 국제관계의 모순과 문제점을 진단, 처방하는 국제관계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연인지 몰라도 연구원 과제의 3차, 4차 선정 책이 중국계 미국인의 시각으로 본 동양, 서양의 사상과 역사라니 개인적으로는 좀 더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에이미 추아를 일약 유명 스타로 만든 것은 2003년 발표한 <불타는 세계>를 출간하면서 부터였다.  <불타는 세계>는 ‘세계화’가 어떻게 전세계의 민족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지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세계화’의 모순을 밝히는 책이다.  당시 이 책은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성공한 이민자의 롤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던 추아 박사의 이력은, 책의 내용은 물론이고 미국 내 이민자 파워를 한층 더 부각되게 만들었다. 

그렇다.  에이미 추아 교수는 중국계 미국인 2세다.  그녀의 아버지는 필리핀에서 태어나 MIT에서 유학한 뒤, UC 버클리대 교수로 재직했고 추아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국제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듀크, 스탠퍼드, 뉴욕대학교를 거쳐 현재 예일 대학교 법학 교수로 있으며, 동료 교수인 제드 러벤펠드(Rubenfeld)를 남편으로 맞아 든든한 학문적 동지로 삼고 있다.  국제 경영과 인종 갈등, 국제관계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며, 정계와 재계 그리고 학술계를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그녀의 삶은 언뜻 보면 혹독하고 고된 ‘이방인’으로서의 삶이라고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란 피부색의 작고 왜소한 몸, 찢어진 눈과 검은 머리,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외모일 수밖에 없었던 동양인 이민자의 삶은, 모두의 예상대로 역시 평범할 순 없었다.

눈초리를 치켜 올리고 “레스토랑”을 중국식 억양으로 흉내 내며 킬킬거리던 남자 아이 때문에 다시는 중국식 발음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어린 추아.  보온병에 담은 중국 음식을 학교에 가져가기 싫었던 어린 추아의 모습은, ‘중국인’으로서 ‘미국’이란 나라에 동화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서글프고 가슴 짠한 이야기로 비춰졌다.  

더군다나 “나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미국인이다.”라고 말하는 추아의 심경은, 이 동양인 이민자들이 미국이란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고 필사적으로 몸부림 쳤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 이민자들은 처절하고 필사적인 노력으로 말미암아 마침내 미국 주류 사회에까지 진입하게 되지만, 그들 곁에 언제나 모순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가 모두 모순이었다.  우리가 미국이라는 도가니 안에서 승승장구하고, 미국을 대표해 해외에 나가 있을 때에도, 나의 부모님은 늘 우리가 전통 뿐 아니라 혈통까지 이어받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셨다.”


에이미 추아의 고백대로 그녀는 전통 뿐 아니라 혈통까지 이어받은 중국인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임에도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존재에 대해 ‘모순’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1980년 추아가 난생 처음 자신의 뿌리, 중국을 찾았을 때의 충격은 ‘모순’이라는 표현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입에 물었던 수박씨를 끈적끈적한 식당 바닥에 힘차게 내뱉던 공학기술 연구소 소장을 기억하면서, 추아는 묻는다.  이것이 중국의 위대한 문명 가운데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이란 말인가? 

아마도 추아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뿌리에 대해 여전히 모순과 혼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녀가 동양인 이민자로, 미국이란 거대한 제국에 당당히 뿌리를 내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방인으로서의 성공적인 ‘입신양명’(立身揚名)이, 현대 미국 사회가 놓치고 있는 “관용”에 대해 당돌하면서도 서슬 퍼런 충언으로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털어 놓지 않을 수 없다.  <제국의 미래>를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통쾌함과 짜릿함이 느껴졌다는 것을.  현실을 회피하려는 거대 미국에 대한 통렬한 문제 제기와 날카로운 비판, 지나온 역사들을 들이대며 이래도 모른 척 할거냐고 위협하는 그녀의 당당함에, 나는 아마도 감정적인 대리 만족을 느꼈던 걸지도 모른다. 


에이미 추아.  그녀의 거칠 것 없는 행보에 우리는 계속 촉각을 세워야 할 것이다.  세계화의 ‘고발자’ 에서 제국의 ‘가치 선도자’로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에이미 추아의 미래는 그녀가 제시한 ‘제국의 미래’를 훨씬 앞서 나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제국의 역사에 관한 도발적인 경고장이면서, 동시에 고난과 역경을 딛고 미국 사회에 당당히 자신의 입지를 굳힌, 어느 이민자의 감동적인 자서전이라고도 느껴질 만했다.  에이미 추아는 이 점을 아주 영악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저자 후기에서 밝혔듯이, “나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미국인이다.” 라는 단정적인 코멘트는, 에이미 추아가 ‘중국인이면서 동시에 미국인’인, 아니 오히려 ‘미국인이면서 중국인’인 자신의 정체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1945년 맥아더 장군의 승리로 해방을 맞았을 때, 그녀의 아버지가 함성을 지르며 미군의 지프차 뒤를 쫓아 달리던 일, 미군들이 스팸 깡통을 던져주던 일은 마치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듣는 것만 같았다.  같은 동양인이어서인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갖는 양가감정은 비단 저자의 것만이 아니었다. 


<제국의 미래>는 이러한 저자의 출신 배경, 성장 환경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진정한 비결은 관용이었으며, 지금 그 비결을 잃어버릴지도 모를,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 그녀다. 



경고한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우선 전제가 되어야 한다.  위험천만한 길로 들어서는 어린 자식을 보고, 온몸으로 막아서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미국인이면서 중국인’인 그녀가 바라보는 미국이란 제국이, 현재 얼마나 위험한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는 건지 감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이 책은 제국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의 제국인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과 오만한 정책을 비판하고, 더불어 실현 가능한 미래의 제국을 예견하고 있었다.

<제국의 미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비결과 향후 갈 길을 “관용” 이라는 독특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국》의 저자 닐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가 "고대 페르시아 제국부터 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제국의 흥망성쇠를 독창적 이론으로 흥미진진하게 다룬 교양서"라고 호평했듯이, 방대한 내용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재밌게 읽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


과거 제국으로 평가된 나라는 페르시아(아케메네스 왕조), 로마, 당나라, 몽골,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고, 반면 제국에 이르지 못한 나라로 오스만, 명나라, 무굴제국, 독일과 일본을 들고 있다.  


페르시아에서부터 현대의 미국, 중국까지 두루 섭렵하는 그녀의 놀라운 지식의 향연 앞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방대한 역사적 자료와 사례들은 모든 초강대국들의 전제 조건이 ‘상대적인 관용’이라는 그녀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페르시아 키루스의 종교적 관용, ‘로마인’이 되고 싶게 만들었던 로마의 매력적인 문화적 관용.  외국인과 문화, 종교적 차이에 관대했던 당의 관용까지.  시대마다 나라마다 행해진 관용의 형태는 달랐지만 그 공통된 줄기는 변함이 없었다. 


한 사회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인종, 종교, 배경을 따지지 않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능력과 지혜를 갖춘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만 한다......그들이 이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의지해온 것이 바로 관용이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관용은 인종, 종교, 민족, 언어 등 여러 면에서 이질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그 사회에 참여하고 공존하면서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유를 일컫는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의 핵심적인 개념은 상대적인 관용이다.



"내가 말하는 관용은 인권(人權)과 같은, 현대적 의미의 관용이 아니다.  이질적인 집단이 특정 사회에서 생활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초강대국을 만들기 위한 인적 자원은 어느 시대이건 한 민족이나 종교 집단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최고의 인재를 뽑아 쓰려면 종교나 인종 차별의 벽을 없애야 한다.  제한된 시민으로 전사를 충원했던 스파르타는 결국 실패했다."



저자는 풍부한 사례를 인용하며 일관된 주제의식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신이 중국계 미국인 2세로서 미국 관용정책의 산물임을 시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이 걷고 있는 쇠퇴의 길은 지난 날 미국의 불관용의 결과라고 말하면서 더 이상 오만해선 안 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시작한 미국이 도리어 이민자 문제를 필두로 환경 문제, 중동 정책 등 강력한 불관용 정책을 펼치면서 세계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더 다원주의적이고 관용적일 때만이 성공한 제국, 초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 무굴 제국의 실패 사례처럼 강력한 패권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열쇠는 강요와 독점, 위협이 아닌 종교적, 인종적, 문화적 관용에 있다.  역설적이게도 제국은 관용을 베풀면서 세계 패권을 획득하지만 동시에 관용을 상실하면서 붕괴의 수순을 밟게 된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의 쇠퇴 원인을 관용의 상실에서 찾고 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초강대국의 지위를 잃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관용’이라는 개념으로 그 해결의 길을 찾고자 했던 에이미 추아.  그리고 동시에 저자는 이 나라가 이민자에게 베푼 관용에 대해 감사를 전하고 있다.  여러 결점을 가졌지만 추아의 부모님을 이끌어온 나라, 추아의 가족이 번영하고 변화하면서 미국인이 될 수 있게 해 준 나라, 미국에 대한 사랑과 예의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시선에 따라 그녀의 메시지가 강자에 대한 비굴함으로, 정치적인 페인트(feint)로 비춰 질수도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경고, “관용을 잃지 말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개개인의 시선 때문에 나라가 초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요인, “상대적인 관용”이 가려지게 된다면 힘들게 이 책을 읽은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느냐 못하느냐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저자가 이처럼 노골적인 자세로 미국의 초강대국 재건을 운운하는 것은 그것이 미국의 미래이기에 앞서 인류(제국)의 미래이기 때문이 아닐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물론 ‘미국인’이 아닌 입장에서, 인류의 미래가 미국의 미래와 너무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영 껄끄럽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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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7 21:08:13 *.78.105.123
드디어....드디어....마지막 과제를 끝내는 순간입니다!!!
한 달 넘게 주말 내내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다 보니 얼굴도 몸도 온통 열꽃이 필 지경입니다.
방금 전 경비 아저씨가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사무실 전체 불을 끄는 바람에 갑작스런 공포로 소리도 못 내던 저였습니다.
아아~~시간이 이렇게 흘러 마지막 과제라뇨^^
모두들 땀 흘리며 열심히 읽고 쓰고 계시겠죠!

그야말로 고군분투한 우리 모두에게 진심으로 잘했다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월요일 저녁, 시원한 동동주에 파전 한 장으로 지친 몸과 영혼을 조금씩 위로해 보아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합시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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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09.03.08 23:32:35 *.168.109.134
저자에 대하여와 내가 저자라면을 읽어보니 나리님이 얼마나 자료수집을 하셨고 그에따른 공을 들였는지 느낌이 오네요. 정말 수고 많으셨고요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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