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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18시 57분 등록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9기 예비연구원 1차 과제
“그리스인 이야기(김대수)”

 
1. 저자에 대하여

 

저자 : 구본형,
변화경영전문가. 나이 58세, 충남공주 출신. 글로벌 기업 IBM 경영혁신팀장, 말콤볼드리지 모델 국제심사관.
1997년 그의 첫 책을 썼고, 그 후 2권의 책을 더 쓴 후 조직과 아름다운 결별을 한다. 그가 지금까지 쓴 저서는 아래와 같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1998)
낯선 곳에서의 아침(1999)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 / 떠남과 만남(2000)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2001)
사자 같이 젊은 놈들(2002)
내가 직업이다(2003)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 일상의 황홀(2004)
코리아니티(2005)
공익을 경영하라(2006)
사람에게서 구하라 / 아름다운 혁명, 공익 비즈니스(2007)
세월이 젊음에게(2008)
더 보스, 쿨한 동행(2009)
필살기(2010)
깊은 인생 /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사자같이 젊은 놈들 개정판) (2011)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2012)

 

< 평범한 직장인에서 대한민국 대표 1인기업가로….. >
찰스핸디가 말한 코끼리와 벼룩, 그는 벼룩으로서의 삶에 성공했고 이의 달콤한 과실을 따 먹으며 인생을 유유히 즐기고 있다. 서강대학교 역사학과를 나와 대학원을 다니다가 글로벌기업 IBM에 취업하게 된다. 좋은 직장이었다. 연봉도 높았고 80년대 대한민국 기업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복지시스템도 갖추었다. 하지만 조직은 그와 맞지 않았다. 제품을 많이 팔면 팔수록 인정받는 조직이었다. 회사 내에서 성공(임원이상의 승진)을 하려면 반드시 영업직을 거쳐야 했고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야 했다. 내성적인 그는 그런 조직의 무게중심에 맞지 않았다. 몇 년간의 영업부서 생활을 접고 경영혁신팀으로 옮기게 된다. 경영혁신팀은 그와 잘 맞았다. 입사 11년차에 회사생활의 전환점, 지금 돌이켜보면 생의 전환점을 만나게 된다. 말콤볼드리지 국제심사관으로 발탁된 그는 변화경영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는 변화경영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로 했다. 그 전까지 그는 조직에 속한 조직구성원이었지만 그 이후 그는 1인기업가로 일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변화경영에 몸을 담고 오랜 휴가를 통해 단식을 한다. 단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몸을 극한의 상태로 만든 그는 어느 날 아침 그의 얼굴을 비추는 햇살을 느끼며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일어난다. 할 것이 없었다. 무얼 해야 할 지 모르던 그 문득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변화경영전문가가 되고자 했던 그는 이를 글을 통해 담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매일 새벽 2시간 책을 쓴다. 오랜 시간 공부하고 조직에 적용해왔던 그의 노하우를 담아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쓴다. 약 1년여의 시간 동한 1권의 책을 냈고 그 책은 예상 외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게 2권의 책을 더 낸 뒤 그는 조직에 몸담기를 그만하고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기로 한다. 그러기를 13년, 그는 대한민국 대표 1인기업가이자 변화경영사상가가 되었다.


<22시간>
구본형의 하루는 22시간이다. 그는 십수년 간 새벽 2시간을 자신만의 시간으로 만들고 있다. 그 시간은 모든 다른 시간 위에 있다. 그는 그 시간이 글을 쓴다. 매일 2시간씩 1년간 쓰면 책 한 권이 나온다. 십수년간 그렇게 해왔고 공저를 제외하고도 그 간 나온 책만 스무권이 넘는다. 그의 하루는 앞으로도 22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죽을 때까지 책을 쓸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수십권의 그의 책을 만날 수 있다.
그의 하루 22시간에 대한 개념, 즉 하루 2시간 자신만의 시간 확보는 말콤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과 맞물려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실제 그의 연구소 프로그램 중에는 그의 연구원이 운영하는 ‘단군의 후예’라는 하루 2시간 자기만의 시간확보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현재 9기까지 배출하고 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만들어가고 있다.

< 사람 >
그의 생에서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젊은 시절 존경할만한 은사 한 분을 보고 과를 택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 시절 공부하는 내용들, 특히 ‘혁명사’는 그가 변화경영전문가로서의 독특한 위치를 구축하게 해주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는 경영학에 인문학을 접목시킨 대한민국 최초의 작가가 되었다. 그는 이제 그 반대편에서 많은 사람들의 스승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냥 스승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스승 제자가 존경하고 제자를 존경하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무뚝뚝하고 말없어 보이는 그가 오랜 기간 동안 제자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진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변화 >
그의 전문분야는 변화경영이다. 조직의 변화도 포함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변화경영, 자기경영, 자기혁신 쪽에 가까운 듯 보인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를 멘토로 삼고 있다. 변화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구본형 스스로도 매일 매일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그를 역할모델로 삼고 있다. 그의 이런 변화에 대한 열망은 바이러스와도 같다. 그가 양성하고 운영하는 변화경영연구소와 그 안의 연구원들도 변화를 추구한다. 조직구성원에서 독립된 주체를 꿈꾸고 평범한 어제에서 비범한 오늘과 내일을 꿈꾸며 변화를 추구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운영하는 변화경영연구소를 중심으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배출한 연구원들은 자신만의 이름으로 책을 내고,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개인의 변화를 도와주는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단군의 후예’,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나침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등 매해 개인의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연구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1인기업가를 지원하는 카페 ‘살롱9’를 오픈하여 매주 ‘화요강좌’, ‘목요 아카데미’ 등 인문학강연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예비)1인기업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연구소와 연구원들은 변화하고 있고 점점 진화하고 있다. 그와 그의 제자들 그리고 그의 연구소는 살아있는 세포다.

<신화>
요즘 그의 화두는 ‘신화’이다. ‘변화’와 오래된 이야기 ‘신화’와는 별로 닮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이러한 관심을 다소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꽤 되는 듯 하다. 과거 그가 변화경영에 대해 공부하고 책을 쓰고 강연을 할 때는 이론이나 기술적인 부분이 상당했다. 많은 경영서들이 참조되었고 인용되었고 재해석되었다. 그는 변화경영전문가였다. 그리고 지금은 스스로는 변화경영사상가로 부른다. 전문가에서 사상가로의 전환이 그가 ‘신화’를 화두로 잡은 이유다. 그는 신화를 인류의 원시적 사유방식이자 무의식이고 상징으로 본다. 그가 ‘신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변화라는 일종의 ‘기능’을 ‘사상’으로 전환시키기 위함이라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신화 속에는 우리 삶에 자리하고 있는 본능 또는 원시의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명은 원시를 품고 있다.” 그의 책 ‘그리스인 이야기’에서 인용된 이 문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이런 신화에 대한 관심과 사상가로서의 전환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그는 글귀

 

19.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자주적 삶의 방식도 없고 정신적 독립성도 없는 대중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19.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를 교환하는 것, 승리와 환희와 패배와 모멸이 온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는 바로 이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19. 이 책은 모험의 선동을 위해 쓰였다. 모험에의 초대,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24. 생명은 심연 속의 어둠, 즉 지하 세계의 죽음으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은 신화의 중요한 모티브다. 이것은 죽음, 지하세계로의 하강, 그리고 재탄생의 농업적 주기를 상징화한 것이다.
25. 기괴한 신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던 원시의 시대를 지나 드디어 천신 크로노스의 여섯 번째 아들 제우스가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의 도움으로 아비를 쫓아내고 하늘의 패권을 장악했다. 하늘은 평정되었고, 세상은 새로운 신들에 의해 질서가 부여되었다.
29. 아비를 쫓아낸 제우스가 언젠가 다시 그 자손에게 쫓겨나리라는 것은 영원한 무의식의 강박으로 남게 되었다. 이것은 아버지의 세대는 언젠가 반드시 지나가고 자식의 시대가 오며, 그 자식은 또 그 자식에게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상징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은 시간의 비극이며 또한 축복이다.
⇒ 봄이오면 결국은 겨울이 오듯, 인간의 생도 꽃을 활짝 피울 때가 있는가 하면, 그 꽃잎이 지고 결국 떨어져 새로운 생명을 위한 거름으로 작용하는 것이 이치이다. 나이가 들면 젊은 피들에게 무대의 중앙을 넘겨주는 것도 어느 정도 당연한 이치. 다만 무대 밖으로 밀려나서도 자신만의 빛깔과 역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30. 제우스는 한 사람 안에 너무도 많은 대립적 요소를 넣어두면 그것들이 서로 부딪치고 갈등해서 하루도 고통과 번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모순, 갈등, 패러독스, 딜레마가 바로 태초의 인간의 조건이 되었다.
31. 사악함이 세상을 뒤덮고 인간은 고생과 슬픔으로부터 하루도 벗어날 길이 없었다. 힘이 정의가 되었고, 선량한 사람은 약한 자가 되어 더욱 살기 어려워졌으며, 범죄를 보고도 분노하는 자가 없었고, 누구도 가엾은 사람에게 선을 베풀지 않았다.
32. (시인은 노래한다) 생명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낱알 하나가 죽어 수십 배의 생명으로 솟아나듯 죽음의 어둠을 거치지 않은 탄생은 없는 법. 해는 아침마다 어둠의 밤과 산에서 떠올라 한 번도 새로운 날의 약속을 어긴 일이 없으니, 다시 시작하라.
33. 우리의 무의식 속에 인류의 모든 과거가 살아 숨 쉬고 있다가 어떤 야생의 순간에 원시의 순수한 힘으로 우주적 교감을 이루게 될 때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정신적 시선은 의식의 혁명을 겪게 된다.
38. (시인은 노래한다) 어제 또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들 고요한 일상의 호수에 문득 돌멩이 하나 다른 운명이 여울져 찾아온다네. 어리석고 위험한 젊은이 하나가 불행을 찾아 떠나네.
42. 다른 두 자매가 잠에서 깨어나 페르세우스를 쫓지만 하데스의 투구를 쓴 그는 삼베 바지에 방귀 사라지듯 흔적도 없이 도주했다.
47. (시인은 노래한다) 그 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늘 닮아 있는 법, 속과 겉, 숨어 있는 것과 드러나는 것, 그것은 언제나 어디선가 만나는 법, 서로 거울 속 자기라서 깜짝 놀라지
54. 싸우기 전에는 페르세우스에게 가장 위험했던 메두사의 머리가, 일단 페르세우스가 승리하여 그의 전리품이 되자 적들을 물리치는 결정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그 머리는 페르세우스의 영광이 되었다. 위험이 명예가 되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된 것이다.
55. (시인은 노래한다) 무엇을 가지지 못하면 불편하고 사람을 얻지 못하면 삶 자체가 허무, 세상의 보물 딱 하나만 들라면 단연코 사랑이지. 목숨을 건 것이 목숨을 살리는 법. 그걸 잡으려면 삶을 다 걸어야지.
60. W자(카시오페아)로 반짝이는 별다섯 개는 유난히 밝아 북두칠성과 더불어 누구나 쉽게 찾아내는 별자리지만 남편인 케페우스의 별자리를 이루는 별들은 모두 빛이 흐리다. 신화 속에서 활달하고 말 많고 고집 센 여인은 별자리에서도 빛나지만, 좀 멍청하고 공처가이며 우유부단한 왕은 죽어서도 투미하다.
61. 아내의 안색에 따라 인생이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하는 변광성 같은 여린 남자들은 모두 케페우스의 후손들이다.
62. (시인은 노래한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빛나고 슬픔이 클수록 사랑도 깊어가네. 우리 모두 맥박 치는 별 변광성. 나 너에 대한 열망으로 밝아지고 나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숨어버리네.
65. 학자들은 제우스의 바람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지배신이 이미 있는 도시에 그리스인들이 들어가 영향력이 커지면 제우스 숭배도 함께 퍼지게 되면서 원래의 토속신과 하나로 융화하게 된다. 그러면 그 토속신의 아내 역시 제우스에게 양도된다. 이 과정이 바로 제우스의 끝없는 외도 행각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다.
⇒ 신화는 인간에 의해 창조되었으나, 세력확장이나 교화, 감동 등 그들의 편의를 위해 교묘하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74. 모든 문명은 원시를 품고 있다.
74. 크레타 출신의 위대한 작가이며 그곳에 자신의 몸을 묻은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크레타인들이 그 옛날부터 황소와의 직접적인 접촉들을 통해 힘을 키웠다고 말한다. 육체가 지닌 유연성과 매력, 활활 타오르면서도 냉정하고 정확한 동작, 욕정의 훈련, 그리고 힘찬 황소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샘솟는 정력을 가꾸었다고 말한다. 이렇듯 길들지 않은 야수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인간의 미덕이 두려움에 승리를 거두는 숭고한 놀이로 변형되었다.
79. 그렇게 단 며칠 만에 발굴터는 방과 통로와 기초를 갖춘, 진짜 미궁 같은 독특한 궁전으로 변모했다. 그것은 대단히 특별한 양식이었다. 그 궁전은 어떤 축이나 대칭구조도 없이 기복이 심한 지형 위에 유동적이면서도 극적으로 불규칙한 주랑과 현관을 따라 개방된 공간과 밀폐된 공간이 무정부적이고 비대칭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80. 그 소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남풍이 녹지 않은 백설처럼 희었고 목의 흰 살은 더할 나위 없이 튼튼했으며 뿔은 장인이 공들여 닦아놓은 듯이 반짝였고 눈빛은 부드러웠으며 표정은 평화로웠다.
81. 화가 난 에오스는 그를 놓아주면서 “네 아내도 너처럼 절개가 굳을까?” 라는 한마디를 남김으로써 케팔로스의 가슴에 의심의 씨앗을 심어두었다.
⇒ 하나의 편견, 고정관념이 사물과 사람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일정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듯, 의심과 불신이란 작은 씨앗이 수십 년간의 사랑과 우정을 파괴 시키는데 그리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87.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시스타나 성당의 벽화 <최후의 심판> 오른쪽 하단에 미노스와 미다스의 얼굴을 결합한 체세나 추기경의 얼굴을 그려두었다…… 교황 바오로 3세의 추기경이었던 비아지오 디 체세나는 당시 가장 독선적이고 탐욕스러웠던 인물로,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역겁고 이교적인 음란함”으로 가득찬 그림이라고 힐난했다…..  “ 내 아들아, 주님은 나에게 하늘과 땅을 다스릴 열쇠만 주었다. 지옥에서 나오고 싶다면 미켈란젤로에게 가서 말해라.” 그리하여 체세나는 아직도 지옥의 뱀에게 생식기를 물린 채 채벌을 받고 있다.
88. (시인은 말한다) 이것은 내 것, 저것도 내 것, 탐욕은 황폐의 참상을 낳게 되느니 한 때 탐욕으로 얻어 자랑한 것이 뼈아픈 후회가 되리니 미노스가 죽어 저승의 판관이 된 것은 살아서 못한 것을 죽어서 제대로 해보라는 신의 숙제.
89.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의 이야기는 바로 크레타가 에게 해를 장악하면서 해상 권력의 정점을 차지했던 시기를 지나 그 힘의 우위가 그리스 본토로 넘어가는 미케네 시대의 도래를 반영하는 신화라고 할 수 있다.
92. 네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지.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는 실. 그러나 그 실만은 변치 않아.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궁금해하지. 너는 그 실에 대해 설명해야 해. 그렇지만 그 실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그 실을 꼭 잡고 있는 한,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아. 살다 보면 슬픈 일도 일어나고, 사람들은 상처를 입거나 죽기도 하지. 너도 고통 받고 늙어갈 테지.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어.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으면 안돼.
⇒ 테세우스의 구세주이자 길잡이 아리아드네. 영화 ‘인셉션’에서도 ‘아리아드네’란 인물이 등장한다. 사실 난 영화를 통해 그녀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 영화 속의 ‘아리아드네(앨런페이지)’도 신화 속의 그녀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신화 속의 아리아드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미로에 빠질 위험에서 실패를 건네줘 길은 안내하고 구해주는 것처럼, 영화 속 아리아드네는 꿈 추출자인 주인공 ‘코브(디카프리오)’를 꿈과 기억이라는 미로 속에서 그를 구해준다. 주인공 ‘코브’가 자신의 임무를 띄고 꿈속에 들어갔으나 자신의 과거 또는 업(카르마, 콤플렉스, 트라우마 등)으로 인해 미로 속에서 헤매게 되고 ‘꿈의 주입’라는 임무를 망칠 위험 앞에서 그를 설득하고 안내하고 결국 현실세계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미로 속에서 헤매는 주인공을 구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의 인물명은 아마도 그녀의 역할을 고려하여 신화 속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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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셉션’의 ‘아리아드네’ 역할을 한 배우 앨런페이지>


94. 그러나 그녀(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증오하여 자신을 망치는 일을 하지 않았다. 메데이아가 자신을 버린 이아손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사랑하는 두 아이를 제 손으로 죽이고 스스로 지옥의 길을 걷게 된 것과는 달리 그녀는 이 고동 속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97.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의 미로를 밝혀준 여인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미궁 속에 길이 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삶이라는 슬픈 미궁을 미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다. 운명이 주어지면 그것을 따른다. 그것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그녀는 인생이라는 미로를 사랑했기에, 그 속에 길이 있기에 그 길을 고통스러워도 버리고 파괴하지 않는다.
98. 니체가 디오니소스의 입을 통해 아리아드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는 ‘사랑한 것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배신하고 떠나는 사랑을 어찌 미워하지 않으리. 그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니 인간은 복합하고 이율배반적이며, 패러독스이고 스스로에게 딜레마인 것이다. 즉 ‘나는 너의 미로’인 것이다.
102. 그러므로 기술자들은 ‘왜?’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오직 ‘어떻게?라는 질문에만 몰두한다. 주문 받아 제작된 물건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건 그물건의 주인이 알아서 할 뿐이다. 장인은 오직 어떻게 만드는가에 신경을 쓸 뿐이다.
⇒ “이미 각 기업의 화이트 컬러 노동자 중 상당수가 모니터를 보고는 있으나 눈은 이미 풀려 있는 ‘좀비 사원’들일 수 있다. 기업으로서도 기가 막힌 일이겠지만, 가장 아까운 것은 의욕을 잃은 당사자들의 인생이다.” – ‘스마트워크(김국현 저)’ 중 -
구본형 선생님이 변화경영을 외치는 주된 이유이자, ‘그리스인 이야기’를 통해 모험을 선동하고자 하는 주된 이유. ‘왜’라고 묻지 않는 현대인들.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과연 이 일이 나의 일인지에 대해 묻지 않는 현대인들이 대부분이다. 그저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일당을 받아가면 그만인 사람들. 우리가 신화를 읽고 모험을 선동해야 하는 이유가 그들이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102. “무언가 매력적인 기술이 눈에 띄면 우리는 일단 거기에 달려들어 일을 벌인다. 그 기술이 성공한 다음에야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따져본다. 원자폭탄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102. 마치 판도라가 금단의 상자를 열어 모든 죄악을 이 세상에 뿌리듯이 그(스티브잡스)도 스마트폰을 만들어 이 세상에 뿌림으로써 ‘생각없음’을 인류에게 선물했다.
103. 사람들은 이것(스마트폰)과 함께 일어나고 이것과 함께 잠이 든다. 지하철에서 책 보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생각이 사라지고 정보가 주가 되면서 오락과 채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사람들과 연결은 혁명적으로 증진되었으나 앞에 마주 앉은 사람을 버려두고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서로를 모독한다. 사람들은 몰입을 잊어버렸다. 또한 사람들은 기억하려하지 않는다. 그저 이 작은 기계에게 물어본다. 한 번 갔던 길을 다시 찾을 수 없고 노래 가사를 기억하지 못함으로써 시를 잊었다. 결국 메모리를 잊어버렸다.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생각하지 않는 죄’가 전염병처럼 범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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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도 스마트폰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


⇒ 나는 네이게이션을 쓰지 않는다.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이다. 생각하는 능력이 없어지고 싶어지지 않아서이다. 나에게 스마트폰은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이 아니다. 인터넷폰이고 mp3폰이고 연락처관리 폰이다. 나는 출근길에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목이 아파 가끔 고개를 들면 잠자는 사람 50%, 스마트폰 보는 사람 30%, 기타 20%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한 량에 5명이 될까 말까다. 너무 빨라지는 사회, 돈이 지배하는 사회, 생각이 없어지는 사회, 사람간의 끈이 없어지는 사회, 감정이 없어지는 사회. 우리는 이런 사회를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무차별 폭력이나 약자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폭력 등의 극단적인 사회현상을 시시각각 듣고 보면서도 생각은 없어지고 우리의 감정은 점점 감각을 읽고 있다. AI(인공지능) ROBOT 에 의해 지배를 당하는 사회는 어찌 보면 영화 속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104. ‘악의 평범성’(2차세계대전 전범 아이히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원천은 바로 ‘생각하지 않는 죄’에서 온다. 시키는 일을 그저 따르는 자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갖지 않음으로써 주도적 삶도 사라진다.
105. 그의 아들 이카로스의 추락사는 조카 페르딕스의 추락과 닮아 있다. 그는 ‘왜’라고 묻지 않은 벌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저지른 짓과 똑 같은 방법으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잃고 말았다.
123.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종종 회자되는 이 짧고 유명한 이야기는 자기가 세운 일방적 기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억지로 꿰 맞추고 재단하는 독선과 편견을 뜻하는 관용구가 되었다.
123. (시인은 노래한다) 아직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서 고정관념이라는 철제 침대에 맞춰 살고 있는 우리, 그대로 되먹여 치기를 당하듯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그대로 세상도 우리에게 보답하나니 자기 혁명은 현실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만 이루어지는 것.
135. (그리고) 배신당한 분노가 끓어오르자 마음속에 마녀의 본성이 이글거리며 되살아났다. 어려움에 처해 도움이 절실했던 사람을 사랑한 것이 얼마나 큰 함정이었는지 비로소 그녀는 알게 되었다. 필요가 없어지는 날 사랑처럼 보이는 것들은 사라지고 그 동안 쏟았던 모든 헌신들 또한 헛되어지니, 배신감은 열 배 백 배가 되어 가슴을 찔러왔다.
135. 이아손은 얼음처럼 냉랭했다. 그는 아무것도,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지독한 이기주의자이며 철저한 계산자로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그의 논리는 소피스트들의 수법으로 냉소적이었다. 그는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도 그만큼은 돌려주었다고 말한다. 특히 거칠고 사나운 야만이 지배하는 콜기스로부터 정의가 지배하는 그리스로 그녀를 데리고 왔다는 말이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반면 메데이아는 불길처럼 타오르는 열정의 인간이다. 그녀는 여전히 이아손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 사랑은 배신당했다. 그녀는 분노와 증오라 불타올랐다.
138. 메데이아가 더불어 사랑한 것은 그 아이들이었다. …… 그러나 분노와 복수심에 사랑을 삼켜버렸다. 분노는 의지보다 강해 스스로 삭힐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이 뻗쳐 나갔다. 우리는 그 악마적 힘에 대항할 수 없으며, 그 힘이 우리를 철저하게 파괴한다. 메데이아가 복수에 성공하는 순간, 바로 그 승리의 순간에 그녀는 완전히 파괴되어버린다. 악마가 영혼을 쥐고 흔든다. 상황은 끝났다.
140 <메데이아, 또는 악녀들을 위한 변명>을 쓴 독일의 작가 크리스타 볼프는 메데이아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악녀, 용서받지 못할 독부, 반이성적인 살해자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자유인, 꼿꼿한 인간,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여인, 신통력을 가진 선지자로 말이다. 그녀는 이방인이었지만 귀부인처럼 꼿꼿했다. 자신의 무서운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선각자였고 예지자 였으므로 자신의 무서운 미래가 먹구름으로 다가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141.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로, 카톨릭의 신앙을 가질 수 없었던 선한 자들과 현인들은 천국에 이르지 못하고, 그렇다고 지옥의 형벌로 고통스러운 곳도 아닌 림보에 머물게 된다.
⇒ 위에서 언급한 영화 ‘인셉션’에서는 ‘림보’란 개념도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의 림보는 정해진 시간이 아닌 시간에 꿈 속에서 죽게 되면 빠지게 되는 상태로 꿈의 가장 밑바닥에 해당한다. 현실로 빠져나올 수 없음은 지옥이지만, 그 꿈 속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천국으로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림보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지만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 아닌 지옥이다.
141. 악마에게 영혼이 넘어가는 순간 신은 영혼을 악마의 손에서 구원한다. 그레첸 역시 그랬다.파우스트에게 버림받고 미쳐서 제 손으로 제 자식을 죽이고는 가장 비참한 나락에 떨어졌을 때 신은 그녀를 구원해주었다. 신은 인간의 바닥에 존재한다.
⇒ 사람들이 신(종교)를 찾는 대부분의 순간은 자신이 인간으로서 해볼 수 있는 만큼을 다 해보아도 안됐을 때, 예를 들면 큰 죄를 지어 회계를 할 때, 본인 또는 주변 사람들이 불치의 병에 걸려 현대의학을 통해서는 해결이 나지 않을 때와 같이 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신을 찾게 된다. 영화 ‘피에타(자비를 베푸소서)’에서도 주인공 강도(이정진)는 행방불명된 엄마 미선(조민수)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행한 극도의 채권추심으로 인해 삶의 나락으로 떨어진 채무자들(그 가운데, 승려가 된 채무자도 있다)을 보게 되고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의 피로서 구원을 얻으려 한다. 신은 진정 인간의 바닥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142. 인간은 영원한 기쁨의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타락한다. 그러나 그 타락이 없었다면 구세주도 없었을 것이다. 이때 이 승화는 그냥 낙원에 머물 때의 의식보다 더 높은 의식의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그 타락이 없었다면 더 높은 영혼으로의 승화도 없을 것이다.
142. 그러니 그 타락이 얼마나 달콤한 타락인가! 죄악, 바로 육체의 죽음 없이는 정신적 존재로의 재생도 없다. 선불교의 스승 육조혜능은 그리하여 기가 막힌 명언 하나를 남겨두었다. “우리의 순수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 속에 있다.”
149. “마차가 바위에 부딪히는 바람에 살아 있는 내장은 튀어나오고, 힘줄은 나무부리에 걸려 끊어지고, 뼈는 부러지고, 사지는 따로 놀아서 어느 것 하나도 예전의 그 사람임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육신이 전부 그저 거대한 하나의 상처였다.” (테세우스의 저주에 의해 포세이돈의 황소와 그가 뿜어낸 물로 인해 상처 입은 히폴리토스의 상태)
151. (시인은 노래한다) 사랑을 하면 배신을 하지 말고 비밀을 보았거든 입을 덮어 바위가 되라. 비밀이 자라 곧 피처럼 붉은 불행이 되리니 그 비밀에서 멀리 도망쳐라. 숨겨둔 어두운 곳은 언젠가 밝은 곳이 되는 법. 결코 불행을 전하는 전령이 되지 말지니 사랑할수록 미움도 크고 복수가 지나칠수록 후회도 크니 언젠가 분노 속에서 저지른 일을 뉘우칠 때 그 일을 전한 자를 가장 미워하리라
154. 매년 커지기 위해 허물을 벗어야 하고, 허물은 과거의 것이니 허물을 벗는 행위는 해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상징이다. 또한 뱀은 자신의 꼬리를 물면 원이 된다. 원은 돌고 돌아 끊이지 않는다. 즉 영원이다. 아직도 우리는 구급차에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이를 감싸고 있는 뱀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과 문명의 상징체계 속에서 면면히 이어진다.
155. (시인은 의신을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노래한다) 일 외에 다른 더 큰 즐거움이 없을 때 일은 놀이가 되나니, 운명을 따르라. 투덜거리지 마라. 그러나 높은 하늘을 지나는 바람은 수시로 그 행로를 바꾸니 무엇이 운명인줄 어찌 알겠는가. 다만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릴 뿐.
156. (시인은 마음을 다 털어내지 못하여 다시 노래한다) 자신의 일을 하다 죽기 바라네. 태어난 운명대로 길을 가고 그 길 위에서 늙으리니.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천직이니 천직을 다한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되나니.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그만두고, 평생 가야 할 길로 들어선 자는 황금의 시기를 맞이하리니 그들에게 퇴직은 없다. 죽음이 바로 퇴직이므로.
161. “음악은 온갖 기쁨을 드높이고 모든 슬픔을 진무한다. 모든 병을 몰아내고 고통을 어루만져주니, 예부터 고대의 현자들은 의술과 음악과 시가를 떼놓지 못하고 함께 숭상했다.”
172. (시인은 노래한다) 어려움이 닥치면 무너지지 마라. 환희가 가득한 기쁨 앞에서도 자만하지 마라. 인간이 해야 할 몫이 있고 하늘이 정해준 길이 있으니 오직 땅에 발을 댄 겸허함으로 온 힘을 다할 뿐.
182. 나라를 방어하다가 죽은 에테오클레스를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성대한 장례식이 치러졌지만 쫓겨난 왕자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는 짐승의 밥이 되게 했다.
183.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법을 내리신 이는 신이 아니며, 확고한 하늘의 법을 왕의 법이 넘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내가 신들 앞에서도 인간의 법을 어긴 죄인일 수는 없어요.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죽었는데도 장례도 치러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가슴 아픈 일이지요. 나는 죽을 몸, 두렵지 않아요.”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금지한 크레온의 칙령을 어긴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화 중)
184. 안티고네는 비유컨대 구부러지지 않고 곧게 뻗은 길이다. 다시 말해 그녀는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녀의 판단이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뜻을 굽히지 않는다.
185. 안티고네에게는 하나의 패밖에 없다. 그녀는 유일한 패에 전부를 건다. 안티고네는 그런 면에서 자신에 대한 광신자다. 자신의 믿음에 절대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비타협과 불관용이 필수적이고 또한 효과적이다. 물러서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고귀함은 배타적이다. 안티고네의 고귀함은 고독을 감수해야 한다. 동굴에 같이 그녀는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이제 자살할 수 밖에 없다. 그녀가 목을 매면서 그녀의 삶은 끝났다. 안티고네라는 영웅은 한계에 다다르고 벽에 부딪쳐 추락한다. 이것이 바로 비극의 핵심이다.
185. 비극의 주인공들은 시속 3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카레이서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궤도를 탄환처럼 달린다. 그리고 벽에 부딪혀 충돌하고 파멸한다. 그 벽 너머에는 인간세상이 아닌 신의 영역이 존재한다.
185. 그리스 비극의 위대함은 듣고 보도 못한 용기와 믿음으로 스스로를 넘어섬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멀리 밀어낸 사람들의 추락과 파멸을 다룬다.
186. 끝까지 간 사람들, 그들이 영웅들이다. 그들은 원래 평범했으나 삶을 통해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간다. 그러므로 물로는 비극을 쓸 수 없다. 비극은 눈물과 피로 쓰일 수밖에 없다.
186.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은 두 개의 법이 부딪히고 두 개의 가치가 부딪히고 두 개의 문화가 부딪히고 두 개의 종류가 부딪힐 때마다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투쟁의 이야기다.
186. 비극은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186 비극이 태어나게 된 조건들이 존재하는 한 비극은 오늘을 사는 인간들에게도 여전히 열려 있다. 열려 있는 그 문은 인간의 미래를 향한다.
187. (시인은 노래한다) 함께하지 않으면 바로 적이고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외치는 광신이여. 각자 쥐고 있는 유일한 패, 오직 하나의 집착에 모두를 거는구나, 얼음같이 찬 죽음을 맞으려는 불타는 심장이여.
188. 가해자(크레온)와 희생자(안티고네)가 너무도 흡사한 인물들이라는 것은 아테나와 메두사의 관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89. 진정한 핵심은 원칙의 우열과 옳고 그름이 아니라 개성이 강하고 다르게 생긴 인간들의 갈등, 바로 그 개인들이 작렬하는 갈등인 것이다. 바로 이 때 두 사람의 갈등은 시공을 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가 매일 여기저기서 겪는 오늘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 그렇다. 옳고 그름이 아니다. 다름이다.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이 있으니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나 가치관에 옳고 그름으로 나누어 이원화 시켰을 뿐,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면 조직은 조금 더 일하기 편한 곳,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뀔 것이다. 
191. 오늘날 읽어도 섬뜩하리만큼 전혀 낡지 않은 모습으로 신선한 냉수처럼 우리의 갈증을 축이며 목구멍을 넘어간다.
193. (시인은 노래한다) 오만한 자들은 끝에 가서야 깨달음을 얻는 법.
198. 공격하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 트로이 전쟁은 그렇게 시작된 무수한 전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길었던 떼거리 전쟁이었다. 그러나 문학은 이 전쟁을 사랑을 위한 전쟁으로 만들었다.
198. 실제의 전쟁은 잔혹했으나 호메로스의 전쟁은 아름다웠다.
201. 그는 먼저 사전으로 러시아 알파벳을 익혔다. 힘들게 문법을 배우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리스 영웅의 모험담을 러시아어로 암송했다. 그가 큰소리로 암송하는 소리가 싸구려 하숙집 담을 넘어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했다. 결국 그는 하숙집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그는 기죽지 않고 계속 외워댔다.
202. 모든 학자들이 시적 상상력의 사물이라고 믿었던 트로이는 실재했다. 트로이는 독학으로 공부한 신출내기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기적으로 남게 되었다. 그에 의해 트로이 발굴은 세기의 로맨스가 되었다. 트로이만큼 감동적인 일생을 살아간 이 사람의 이름은 하인리히 슐리만이다. 호메로스의 이야기에 미쳐 살던 그는 자신의 일생을 고고학의 신화로 만들어버렸다.
⇒ 한 인간의 인생이 마치 신화와 같이 느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꿈(욕망)을 향한 그의 숭고하고도 순진하며 우직하게 나아간 결과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신화들 가운데 인간신화의 대표적인 형태.
213. 100척의 배와 10만명의 그리스 병사가 트로이를 향해 떠나기 위해 아울리스에 집결했다. 헬레네의 아름다움은 그래서 ‘1000척의 배를 띄우고 10만명의 병사를 동원할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비유된다.
214. 그는 정이 많은 사람으로 가족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 했다. 또한 그리스를 사랑했다.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후손들에게 영원히 빛나는 길을 찾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는 심리적으로 나약한 인간이었고 마음은 있으나 의지는 허약한 인간의 전형이었다 현실 속으로 달려드는 의지력이 약해 늘 상황에 휘둘리는 몽상가였다.
⇒ ‘그리스인 이야기’에서는 신화 속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현대인을 비춰주는 듯하다. 독보적인 전투능력을 가진 아킬레우스나 영특하고 영악한 오디세우스와 비교해 봤을 때, 아가멤논은 가장 보편적인 인간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215.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영웅은 한낱 비겁자에 불과할 뿐인데, 그는 비겁한 길을 선택했다.
223. 미래는 인간에게 늘 불안하며 궁금한 영역이었다. 알 수 없다는 것,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 알 수 없음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늘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했다.
242 그(아킬레우스)는 파리스가 쏜 화살에 발뒤꿈치가 꿰뚫려 죽고 만다. 빠른 발의 아킬레우스가 태어날 때 어머니 테티스는 그를 스틱스(증오의 강) 강에 담가 어떤 인간의 칼과 창으로도 죽일 수 없는 불사의 몸을 만들어주려 했으나 그녀가 손으로 잡고 있었던 발목부분만은 강물에 닿지 않아 그의 약점이 되었다. 바로 아킬레스건이라는 그 약점을 파리스의 화살이 맞힌 것이다.
245. (시인은 노래한다) 인간이 모여 할 수 있는 일이 전쟁만은 아닌데 서로가 죽이고 죽어 죽어가는 적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는구나. 통곡하는 이유는 적을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도 아닌 전장으로 자신을 데려온 어리석음 때문.
⇒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꼭 한가지 유형만은 아닐 것인데, 많은 현대인들은 정해진 성공루트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달려간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마스터 하고 중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영어를 마스터하고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고등1,2 과정을 마스터 하고 SKY에 대학에 들어가면 ‘성공’이란 녀석이 눈앞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많은 사람들은 기업이라는, 조직이라는 레드오션에서 피 튀기게 전쟁을 하고 있으나 그의 인생인 상처뿐인 승리로 채워지는 것 같다. 그 중에는 좀비사원도 상당하다. ‘왜’를 묻지 않는 다이달로스 같은 인간들.
254. 쫓는 자는 쫓기는 자를 잡을 수 없고, 쫓기는 자는 쫓는 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256. “…… 아칼레우스여, 신을 두려워하고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하여 나를 동정하시오. 나는 그분보다 더 동정 받아 마땅하오. 나는 세상의 어떤 사람들도 차마 못한 짓을 하고 있지 않소! 내 자식을 죽인 사람의 얼굴 앞에 손을 내밀어 간청하고 있으니 말이오.”
⇒ 오빠인 폴리케이네스의 장례를 치루어 주려 했던 안티고네와 아들 헥토르의 죽음 앞에 제대로 된 장례도 치뤄주지 못함을 원통하게 여기는 프리아모스의 심정이 다른 듯 같게 보인다.
256. 그녀(안드로마케)는 말을 삼가고 얼굴을 찌푸리고 앉았으며 앞에 나서서 다른 사람들의 오해와 험담을 듣는 것을 싫어했고 부질없는 잡담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더욱이 남편에게 권유할 때와 양보할 때를 잘 분별하는 여인이었다.
273. 트로이 전쟁의 승리자들은 또한 그 승리의 희생자들이기도 했다. 너무도 긴 싸움 속에서 몸은 피폐해지고 정신은 소진되었다.
274.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패배자는 물론 승리자에게도 전혀 영예롭지 않은 죽음과 상처만을 남겼다.
274. 한편 망국의 백성들은 그리스군에게 유린당하고 폐허가 되어버린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기약 없는 모험길에 올랐다.
275. 오로지 희망 하나만을 품고 용기를 끌어 모아 전진하는 것밖에는, 그들은 수없이 넘어질 때마다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 위에 올랐다. 그들은 어떤 순간에도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276. 폐허에 주저앉는 대신 미래를 향해 용감하게 길을 나선 그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모든 종족들 위에 1000년간 군림했다
279. “칼자국 상처에서 피가 몹시 흘러 새빨간 핏줄기가 검붉게 내 몸을 물들이는데, 나는 그게 어찌나 기쁜지,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자비로운 비를 받아 기뻐하는 통통한 껍질 속의 보리알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기뻐하세요. 기뻐할 수 있다면 말이에요. 나로서는 큰 자랑이니까요. 이 사람은 수없이 많은 재앙의 저주를 술잔에 채워두고 귀국해서 자신이 마셔버렸으니까.”
280. (시인은 노래한다) 하고 싶기만 하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니지 못한 자, 운명에 쉽게 굴복하면서 그 두려움에 대한 항복을 용기라 부르는 자, 비겁한 자는 자신의 왕이 되지 못하는 법. 속으로는 떨면서 부러질 듯 단호한 자는 어리석으니 어리석은 자의 집착만한 재앙은 없다. 속은 기둥처럼 강하고 겉은 머릿결같이 부드러운 사람만이 남과 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나니 무덤까지 존경이 따라가리라.
283. “ 오, 제우스 이시여, 이 일을 어찌합니까? 다행입니까? 무섭기는 하지만 좋은 일일까요? 자기의 불행으로 자기가 살아나다니, 아,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285. 여자 아이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즉 여자 아이가 아버지에게 가지는 강한 소유욕적인 애정을 카를 융은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불렀다.
286. “ 밤과 낮 사이에, 내가 눈을 뜨고 누워 있을 때 뭔가가 내 위로 기어 올라와. 그건 말도 아니고, 고통도 아니고, 나를 내리누르지도 않아. 날 질식시키지도 않아.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심지어는 악몽도 아니지. 그러나 그건 너무 무서워서 내 영혼은 스스로 목매달려 지기를 간절히 바랄 정도야. 그러면 내 수족들은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지. 그러나 난 계속 살아 있고, 심지어 아프지도 않아. 내가 환자처럼 보이니? 살아 있으면서 죽어 없어질 수 있을까? 썩은 시체처럼? 아프지도 않은데 썩어 문드러질 수 있느냐고? 산 채로 부스러진다. 나방에게 먹혀지는 한 조각 천처럼? 그리고 난 잠이 들고 꿈을 꾸지. 내 몸 속에서 골수들이 녹아내리는 꿈이야. 그리고 난 놀라서 잠에서 벌떡 깨어나지. 그러나 물시계의 열 번째 부분도 아직 지니자 않은 시간이야. 커튼 아래에서 싱글거리고 있는 것은 창백한 새벽의 햇빛이 아니라, 마치 내 잠자리를 염탐하는, 생명체처럼 무섭게 깜박이는 문 앞의 횃불이야. …… “
⇒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에 포함된 부분으로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남편 아가멤논과 전리품 카산드라를 죽인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느끼는 죄책감을 표현한 장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서 인상적인 장면들 중 하나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과 친구 강우(신하균)의 아내 태주(김옥빈)가 서로 사랑(욕정)에 빠져 결국 낚시터 강가에서 강우(신하균)를 죽인 후에 느끼는 죄책감을 묘사한 장면이다. 완전범죄로 보였고 이제는 행복할 것만 같던 그들의 날들은 점점 죄책감에 휩싸여 스스로를 지옥으로 몰아간다. 침대에 누우면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물을 한껏 먹어 임신한 듯 터질 것만 같은 배를 가진 신하균이 입에서 물을 토해내며 누워있고 침대는 물에 흠뻑 젖어있다(신하균은 익사했다). 그렇게 불면의 밤은 계속되고 죄책감으로 그들의 관계도 냉소, 과민, 의심으로 채워지고 싸움으로 번지더니 결국 죽음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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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과 태주 사이에 누워 있는 강우의 환영>


영화 ‘박쥐’는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나는 아직까지 그 책을 읽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느끼는 죄책감과 비슷한 묘사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 그(로랑:송강호)는 파사주의 철책 문을 열고 계단의 작은 문을 두드릴 것이며, 그렇게 하면 테레즈(김옥빈)가 그를 맞아들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었다……간통의 달콤한 공포와 뼈에 스미는 듯한 기쁨을 회상했다. 그의 추억은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현실이었다…. 마침내 그는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자기가 기다리던 테레즈가 하얗게 차려 입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갑자기 몸을 움직이자 환각이 사라졌다. 마룻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왔다. 무서웠다…… 유리창 너머로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는 다시 공포에 사로 잡혔다. 짓밟는듯한 어리석은 공포였다…. 그는 자신의 방을 의심의 눈길로 쳐다 보았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서두르면서도 조심하여 침대로 올라갔다. 그는 몸을 움츠리고 마치 자신을 위협하는 무기나 칼을 피하려는 듯이 침대 속으로 숨었다. 피가 목으로 마구 올라왔다. 목이 화끈 타올랐다. 그는 목에 손을 대었다. 손가락 밑으로 카미유(신하균)가 물어뜯은 상처가 만져졌다….. 그는 피부 위에 난 흉터를 새삼 확인하고는 공포에 떨었다. 그 흉터가 몸을 뜯어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흉터를 느끼고 싶지 않아 그는 다급히 손을 떼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흉터가 살을 파헤치고 목에 구멍을 뚫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피부를 할퀴지 않으려고 두 무릎 사이에 두 손을 꼭 끼었다. 긴장하여 뻣뻣하게 굳은 채로, 목에 불이 붙은 듯한 아픔을 느끼며 공포에 이를 떨면서 오랫동안 그렇게 있었다……이 때 침대가 이상스럽게 흔들리는 듯 했다. 그는 카미유가 침대 밑에 숨어서, 자기를 떨어뜨려 물어뜯기 위해 그렇게 흔드는 것이라고 상상했다. 미친듯한 눈에 머리카락이 그는 자꾸 더 심하게 흔들리는 것 같이 침대에 꽉 매달렸다…… 몽상이 다시 시작됐다. 그는 테레즈와 자기를 갈라놓고 있는 길을 다시 갔다. 계단을 내려가고 뛰어서 지하실 앞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그는 눈을 뜨고 꿈꾸고 있을 때 이미 갔던 모든 길을 다시 따라갔다…… 문을 살그머니 두드렸다. 그러나 속치마를 입고 가슴을 드러낸 테레즈가 아니라, 카미유가 문을 열어주었다. 시체공시장에서 본 그대로, 푸르죽죽하게 변한 끔직한 모습의 카미유였다. 그 시체는 흰 이 사이로 거무스름한 혀 끝을 보이고 흉하게 웃으면서 그에게 두 팔을 내밀었다…… <소설 ‘테레즈 라캥’ 중 p.167~170 일부>
288. (오레스테스는) 죽이기 전에는 죽여야 된다는 책임에 시달렸고 죽인 후에는 살모殺母의 죄의식에 시달렸다.
288. 꿈속에서 그녀는 뱀을 낳았는데, 그 뱀을 아기처럼 포대기에 싸서 자신의 젖을 먹였다. 그 뱀이 젖을 빨자 젖 속에서 핏덩이가 터져 나왔다.
289. *오레스테스: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때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땅에 엎드려 가슴의 옷을 찢고 젖가슴을 들이댄다) *클리타임네스트라: 기다려라, 오레스테스. 이것을 보아라. 내 아들아, 이 젖에 매달려 잠들면서 이빨 없는 잇몸으로 맛있는 젖을 빨지 않았는냐?
292. “나는 어머니가 없으므로 모든 일에서 남성의 편을 들겠다. 오레스테스는 무죄다.”
⇒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어땠는지를 알게 하는 부문. 최첨단의 21세기에도 아직 이런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국가가 꽤 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인도의 경우, 여성은 결혼시에 ‘다우리’라는 결혼지참금을 내야하는데 여자 측 부모가 평생 모은 돈의 60% 가량을 내야 할 정도로 심하다고 하다. 이런 부담 때문에 인도에서 여자아이에 대한 낙태가 성행해 남녀성비가 불균형하며, 심지어 태어난 후에 살해까지 하고 있다. 이런 여성경시 풍조가 여성을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남성에 종속된 객체로 보는 힌두교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니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5. 인간의 목숨은 하찮은 것이었고, 전리품으로서의 여자는 매력적이면 첩이 되었고, 못생겼으면 노예가 되었다. 해적질은 훌륭한 명예는커녕 어느 정도 명예가 되기도 했다.
305. 영악하고 치밀한 사기꾼이며, 거짓말쟁이인 오디세우스는 당시 가장 모범적인 인간이었다.
306. 해변에 앉은 그의 두 눈에서 눈물도 말라버렸고 달콤한 인생도 날아가 버렸으며 그는 애달프게 귀환을 갈망한다. 밤마다 그는 텅 빈 동굴 속 칼립소 곁에서 마지못해 이끌려 잠들지만 낮이 되면 바위에 앉거나 해변에 퍼질러 앉아 눈물과 한숨으로 마음을 달래며 요동치는 마음을 바라본다.
306. 그러나 그 이름을 모르면 어떤가? 그들은 그 후 한 번도 자신을 세상에 알릴만한 일을 하지 못했으니 그 이름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322. 한꺼번에 두 명을 강아지 잡듯 움켜쥔 후에 땅바닥에 내리쳤다. 그러자 전우자들의 골이 땅바닥에 흘러내려 대지를 젹셨다. 그리고 토막을 쳐서 저녁을 준비했다. 산속에 사는 사자처럼 내장이며 고기며 골수가 들어 있는 뼈들을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인육과 물 타지 않은 젖으로 거대한 배를 채우자 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 잠이 들었다.
323. 오디세우스는 얼른 가죽 부대에 가득한 포도주를 커다란 대접에 따라 권했다…. 기분 좋게 취한 거인은 오디세우스에게 이름을 물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이름이 “아무도 아니(Outis)”라고 말했다. 그러자 거인은 술을 준 대가로 그를 가장 마지막에 잡아 먹겠다고 선심을 썼다.
⇒ 영리한 거짓말쟁이 오디세우스의 기지가 제대로 발휘된 에피소드. 그는 후에 폴리페모스의 눈을 찌르고 도망갈 때 이 거짓말 하나로 인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탈출한 기쁨에 폴리페모스를 약올리며 그의 이름을 이야기 하니,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하는(?!) 대표적인 예를 보여주기도 한다.
325. (시인은 노래한다) 다른 우주적인 것들을 죽여서 먹어야 겨우 삶이 지탱되는 슬픈 운명의 인간들.
⇒ 모든 죽은 생명(또는 죽인 생명)을 먹고 수명을 유지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삶에 조금 더 솔직하고 진지하게, 열성적으로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어릴 적부터 들어온 ‘밥값’ 하라는 말이 이렇게나 깊은 뜻이 있다니.
328. 그들은 정신은 멀쩡하여 사람이라는 분별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지만 몸은 이미 돼지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서로 꿀꿀거리며 한탄했다.
331. 가야 할 길이라면 두렵지만 가야 하고 고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거부하지 않으리라.
336. 시시포스는 거대한 돌덩이를 두 손으로 굴려 올렸다. 그는 두 손과 두 발로 버티며 그 돌덩이를 산꼭대기 너머로 밀어 올렸다. 그가 돌덩이를 산꼭대기 너머로 넘기려고 하면 돌의 무게가 그를 뒤로 밀어냈다. 그리고 그 저주스러운 돌덩이는 도로 들판으로 굴러 내려가고, 그러면 그는 기를 쓰고 다시 그것을 끌어올렸다. 그의 사지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고 그의 머리 위로는 먼지가 구름처럼 일었다.
339. 그리하여 그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천천히 흐르는 강물과 별빛이 되비치는 바다와 금수 초목을 안아 기리는 산과 날마다 새롭게 웃는 대지” 속에서 삶의 기쁨을 누렸다.
339. 호메로스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는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했지만 신들이 보기에는 입이 싸고 교활하며 신들을 우습게 여기는 심히 마뜩잖은 인간이었다…. ‘무익하고 희망 없는 일의 반복’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고 생각한 신들의 생각은 일리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340. (시인은 노래한다) 날마다 같은 일을 땀 흘려 반복하는 것은 아직도 직장인들이 매일 하는 바로 그 일. 수없이 기를 써 올리지만 수없이 다시 굴러 떨어지는 저놈의 바위. 언제는 일이 그친 것을 보았느냐. 세월이 얼굴에 깊은 고랑을 파고, 무의미를 반복하다 쓰러지는구나, 우리는.
347. “신이라 하더라도 그대의 계략을 이기려면 영리하고 교활해야 할 것이다. 이 가혹한 거짓말쟁이여, 꾀 많은 자여, 계략에 물리지 않는 자여. 그대는 자신의 나라에 와서도 그대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기만과 교언을 멈추려 하지 않는구나.”
348. 두 사람은 서로 목을 끌어안고, 마치 “아직 깃털도 나지 않은 새끼를 농부들에게 빼앗긴 바다 독수리”보다 더 하염없이 펑펑 울었다.
349. 트리키온에서 쉰두 명의 젊은이들이 와 있고, 사메에서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는 스무 명 그리고 이타카에서는 열두 명의 왕자가 와 있었다. 모두 108명의 구혼자들이 각기 하인과 시종까지 달고 있으니 두 사람이 대적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가 그들의 부인이자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108명의 적을 무찔러야 하는 것이 마치 불교에서의 108번뇌를 이겨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왠지 이 전쟁이 자신과의 싸움을 의미하는 것 같으며, 왠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그리스신화와 불교 간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356. (시인은 노래한다) 젊음의 10년은 전쟁터에서 살았고 또 10년은 불운의 풍랑을 헤치며 살아왔다. 마지막 가장 위험한 고향에서 맨손으로 일어서니 비로소 한 사내는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머리와 어째는 위엄과 젊음으로 오히려 10년 전보다 더욱 빛나니
356. (시인은 노래한다) 우리도 그렇게 젊은 날들은 공을 세우기 위해 전쟁처럼 바삐 살고 또 그만큼은 칼립소에게 억류되어 날마다 바다를 보고, 한숨을 쉬듯 매너리즘에 젖어 산다. 그러나 인생은 모험, 날마다 새로운 파토와 겨뤄야 하니 알게 되리라, 삶은 이타카를 향하는 도중(途中) 에 있음을.
⇒ 모든 여행은 목표지점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라 목표지점에 다다르기 위한 여정 위에, 그 시간들 위에 있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다.
362. 두 마리의 뱀은 결합과 해체, 선과 악, 불과 물, 상승과 하강, 남성과 여성 등 대립적 요소를 상징한다. 그러니 헤르메스는 공간을 넘나들 뿐 아니라 대극적 가치의 쌍방을 넘나들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신이기도 하다.
368.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들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과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들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들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
369. 같은 해 10월 15일 로마 카피톨리누스 언덕의 폐허에 서 있는 기번에게 로마의 쇠퇴와 멸명에 대한 제국의 역사를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찾아들었다. 그것은 영감이었다. 이 느닷없는 생각이 에드워드 기번을 평범한 사람에서 불후의 명작을 써낸 불멸의 역사학자로 만들어주었다.
⇒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실로 간단하다. 갑자기 무언가가 쓰고 싶어졌다. 그뿐이다. 정말 불현듯 쓰고 싶어졌다.”
1978년 도쿄의 진구 야구장의 맨흙더미 외야수에 누워있다. 타자가 친 공이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문득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을 한 그, 글을 한번도 써보지 않았지만 왠지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의 이 영감이 이제는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작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에 책도 많이 읽지 않았고 글도 잘 쓸 줄 모른다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인 나. 매 주말저녁 개그콘서트의 엔딩을 보면서 시간의 공허함을 느끼고 있던 시절, 문득 ‘글을 쓰고 싶다, 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글을 써보면 왠지 모를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한계가 없는 흰 바탕에 조금씩 쌓여가는 다양한 검은 선들의 조합과 형태, 이들이 글자라는 일종의 약속으로 표현되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자유. 신화는 이렇듯 본능에 가까운 욕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370. “암컷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가 새로운 도시를 만들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그 도시에 줄 것이다. 그리하여 로마라 부를 것이다. 나는 이 도시에 무한한 번영과 끝없는 지배권을 주리라.”
372. “…… 정의의 원수, 독사 같은 무법자, 여기서는 저쪽을 비장하고 저쪽에 가면 이쪽을 헐뜯으며 정다운 사이에 이간질로 증오를 끌어들이는, 저 두 개의 혀를 날름거리는 사내를 섬겨야 하다니…….”
374. 내 어머니는 돈이 있다면 돈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고, 돈이 없다면 눈물로 사실 것이다.
374. 그녀는 평온을 잃지 않았다.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가슴이 남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옷깃을 여몄다. 그녀는 모욕을 당하고 죽어야 하는 패배의 순간에도 인간은 명예를 지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376. 전쟁의 이름은 모두 다르나 하나같이 모두 참혹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379. 당신은 이렇게 묻고 싶겠지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조국과 가정을 떠나 이방의 남자를 따라 집을 나온 것이냐고 말이지요. 그러나 누가 제우스와 아프로디테의 뜻을 막을 수 있겠어요?
⇒ 헬레네가 변명하는 이 장면은 오디세우스와 시시포스의 달변과도 비슷한 듯하다. 오디세우스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그리스인들의 여신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381. 트로이 전쟁은 결국 그리스와 소아시아국가들이 서로 연합하여 자웅을 가린, 당시의 가장 큰 전쟁 중의 하나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크고 작은 전쟁들의 성패는 신화 속에서 상징적으로 담겨 있게 마련이다…… 신화는 역사가 아니라 은유지만 우리는 이 지점에서 신화와 역사가 맞닿아 있는 접점에 이르게 된다.
391. (시인은 노래한다) 풍랑이 내던져놓은 새로운 운명의 해변에서 폭우가 지나간 하늘은 다시 푸르게 살게 하나니, 모든 죽음은 영원한 평화, 그러니 살면서 아무 일 없는 무풍의 권태를 참지 마라. 떠나지 못한 모험은 삶에 대한 쓰라린 모독이니.
392. 디도는 소 한 마리의 가죽을 실처럼 얇게 잘라 꽤 넓은 면적을 얻어내게 되었다.
394. 사랑의 정염이 부드러운 그녀의 골수를 파먹었고 불길에 휩싸인 듯이 디도를 견딜 수 없게 했으니, 화살에 맞은 흰 암사슴처럼 그녀는 옆구리에 치명적 상처를 안고 사랑의 길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397. “그대는 자신의 왕국과 운명을 모두 잊었는가? 하늘의 제왕인 제우스께서 직접 나를 그대에게 보내셨다. 바람을 헤치고 달려온 내가 그분의 명령을 전하니, 당장 이곳을 떠나 그대에게 예전의 왕국을 찾으라. 커가는 그대의 아들 아스카니우스의 희망을 생각하라. 이탈리아 왕국과 로마 땅은 그의 몫이니.”
398. 여왕이여, 내 생명의 입김이 나의 사지를 지배하는 동안 결코 당신을 기억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오.
400. ‘여자는 남자의 몸에서 머물 산을 찾고, 남자는 여자의 몸속에서 배를 찾는다. 갈 곳을 잃은 밤의 한가운데에서.’
400. 세상 모든 남자의 사랑은 바닷가에 묶인 배, 세상 모든 여자의 사랑은 그 배를 묶어둔 밧줄.
407. 사랑의 욕망으로 타오르던 디도는 얼음 같은 증오로 아이네이아스를 떠났다. 타오르던 불이 이내 재로 변하듯 디도의 불 같은 사랑은 차디찬 얼음으로 바뀌어 스스로를 멸망시켰다. 아이네이아스는 마음이 심하게 요동쳤고 디도가 사라진 후에도 한동안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408. 아들이 아무리 애원하며 아버지를 잡으려 해도 아버지의 환영은 아들의 두 팔을 빠져나갔다. 가벼운 바람결처럼, 그 무엇보다도 날개 달린 꿈처럼.
410. (시인은 노래한다) 갈 곳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 난 길을 멋모르고 달리 듯이 걷다 보면 문득 길이 끊기고 어두운 숲, 거미줄이 얼굴에 걸릴 때쯤 알게 되리 인생은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414. 분노한 농민들이 무장하고 버티고 있고, 투르누스의 군대는 성문 앞에 진을 친 채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고, 안에서는 왕비가 가세해 아이네이아스와 라비니아와 결혼을 반대하고 있으니 라티누스 왕이라도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아이네이아스는 결국 미래의 장인에게서는 아무런 도움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 첩첩산중, 설상가상. 불운은 결코 홀로 오지 않는다.
418. “에우리알로스, 신들이 어째서 이런 열정을 내 마음속에 넣어주셨을까? 아니면 나의 뜨거운 욕구가 내 속에서 신이 되는 것일까? 내 마음은 조용히 쉬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구나……”
426. “그대에게 관용을 빌지 않겠소. 그대의 행운을 마음껏 이용하시오. 그러나 목숨을 빼앗긴 내 육신을 내 가족에게 돌려보내주시오. 그대가 이겼소. 라비니아는 그대의 아내요. 그대는 더 이상 나를 증오하지 마시오.”
427. 인간은 한때의 행운이 떠받쳐주면 절제할 줄 모른다. 곧 따라 죽어야 할 운명인 것을 모르고 승리의 기쁨으로 빼앗아 과시한 전리품이 그가 한 짓을 증명하고 말았다.
431. “꿈에서 본 환영이 부디 감사한 것이기를…….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확실한 그것. 내가 이리온(트로이)의 불을 지키고 있을 때 내 머리 위에서 털실로 짠 머리 끈이 미끄러져 내려와 존엄한 불 앞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 머리 끈의 양끝에서 하나씩 두 그루의 종려나무가 자라났지. 그 중 한 그루가 쑥쑥 자라나서 그 우람한 나뭇가지들이 전세계를 뒤덮고 꼭대기의 우듬지는 하늘을 감싸 높은 별에 닿았지. 내 삼촌 아물리우스가 그 두 그루의 종려나무에 도끼질을 하고 있었어. 난 너무 무서웠지. 마르스 신의 상징인 딱따구리와 암늑대가 쌍둥이 나무를 살리기 위해 삼촌과 싸워 두 나무를 지켜냈지. 그 덕분에 둘 다 살아나게 되었다.”
433. 쌍둥이들은 팔라티누스 언덕 근처에서 발견되었고 암늑대 루페르칼이 잔뜩 불은 젖을 먹여 키웠다.
433. 어떤 운명이 그들(로물루스와 레무스)을 이끌어주기까지 그들의 인생은 그러 그런 하루 잡배의 인생에 지나지 않았다.
434. 하늘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자 화가 난 레무스는 쉽게 건너뛸 수 있는 고랑으로 도시의 경계를 정한 형을 비웃으며, 고랑을 훌쩍 뛰어넘어 들어갔다. 로물루스는 모욕을 당하자 분개하여 칼을 뽑아 레무스를 찔렀는데 그만 동생이 죽고 말았다. 그는 곧 자신이 한 일을 깊이 후회하고 동생을 아벤티누스 언덕 아래에 묻어주었다. 로물루스는 나중에 알바롱가의 땅을 흡수 통합하여 로마 시를 만들었다. 제국 로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로마사를 잘 모른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을 통해 그렇게 많이 듣고 영화를 통해서도 많이 다루어졌고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등의 속담을 통해 그리도 많이 접해봤지만, 그 어떠한 것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없었다. 엄청난 분량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 작은 에피소드로 로마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알아보려 한다.
435. 모든 시작은 초라하다. 그것은 하나의 꿈에서 시작한다. 꿈속의 씨앗 하나가 자라 하늘의 별에 닿을 때 새로운 제국 하나가 생겨났다. 로마는 한 여인의 고단한 꿈에서 태어났다.
435. 악티움 해전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옥타비아누스가 ‘존엄한 자’ 아우구스투스가 되자 그(베르길리우스)는 가장 위대한 제국의 탄생하는 서사시를 쓰게 되었다. 결국 트로이의 장군 아이네이아스는 유민을 이끌고 이탈리아에 오게 되고, 그의 아들 이울루스는 알버롱가 가문을 만들어내고, 그 피는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가 속한 율리아(‘이울루스’라는 이름으로부터 파생되었다) 가문의 근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아우구스투스의 피는 신화와 맞닿게 되었다.
449. 메두사는 뱀이 넘실대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빛나는 안광으로 나를 쳐다보고 페가소스는 날개를 휘저으며 내가 올라타기를 바랐다. 아프로디테는 희고 풍만한 가슴을 열고 내 머리를 젖가슴에 묻어 숨막히게 했고 아테나의 부엉이는 어두운 밤 나직하고 기괴한 목소리로 지혜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450. 나의 세계를 찾아내 그 주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기 혁명인 것이다.
450. 신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어느 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자각하고는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수련하여 드디어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이야기다.
451. 나는 삶을 시처럼 살다 가고 싶다. 책이 보고 싶으면 책을 즐기고, 비가 내리면 비를 즐기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걷고,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자식을 낳아 그들이 커가는 것을 보고, 내 세계 하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사람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는 살아 있는 흥분과 떨림이 중요하다.
451. (시인은 노래한다)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 문을.” 푸른 바다를 향한 열망이 나를 이미 선원으로 키웠으니 나는 독에 매어둔 배에 올라 묶어둔 줄을 풀고 두려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바다로 나서네, 나의 세상을 찾아서.
⇒ 우리들도 우리만이 세상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 건 아닐까……

 

 


3. 내가 저자라면

 

 ‘그리스인 이야기’는 총 3부, 9장으로 이루어졌다.
1부 : 신화가 된 인간,  (미케네, 크레타, 아테네, 테베 – 4장)
2부 : 트로이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 (아테네→트로이:출항 , 트로이: 격돌 – 2장)
3부 : 혹독한 귀환 (아테네:운명의 굴레, 트로이→이타카: 승리한 자의 고난, 트로이→로마: 위대한 로마의 탄생 - 3장)


이야기의 흐름은 시간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1부에서는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자식들을 통해 인간 문명의 발달을 이야기 하고 있고 문명의 주요지역인 크레타, 미케네, 아테네, 테베를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10여년에 걸쳐 지난하게 치뤄진 그리스군과 트로이 간의 패권다툼, 트로이전쟁을 다루고 있고 (물론 이 전쟁의 시발은 트로이군의 왕자 파리스와 그리스군 라케다이몬(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의 사랑이었다.) 3부는 트로이전쟁 이후의 이야기, 즉 승리한 그리스군과 패배한 트로이의 행보가 어떠하였는지, 대제국 로마의 건립의 시초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로마제국 건립의 시초까지 다루고 있는 책은 각 장마다 주요 인물들의 사건과 관련된 신화들,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따라서 절대적인 시간 순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지는 않다. 큰 흐름은 시간 순이나 세부항목은 인물(신 또는 인간)별로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개념, 전후 상황이 다소 혼동되기도 한다.


[ 감동적인 장절 ]

*다이달로스 : ‘왜’는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에만 몰두한 장인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그 역시 시장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냈다. 판도라가 금단의 상자를 열어 모든 죄악을 이 세상에 뿌리듯이 그도 스마트폰을 만들어 세상에 뿌림으로써 ‘생각 없음’을 인류에게 선물했다. 사람들은 이것과 함께 일어나고 이것과 함께 잠이 든다. 지하철에서 책 보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생각이 사라지고 정보가 주가 되면서 오락과 채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사람들과 연결은 혁명적으로 증진되었으나 앞에 마주 앉은 사람을 버려두고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서로를 모독한다. 사람들은 몰입을 잊어버렸다. 또한 사람들은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이 작은 기계에게 물어본다. 한 번 갔던 길을 다시 찾을 수 없고 노래 가사를 기억하지 못함으로써 시를 잊었다. 결국 메모리를 잊어버렸다.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생각하지 않는 죄’가 전염병처럼 범람하게 되었다. (p.102~3) 다이달로스 역시 전형적인 장인이었다. 그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 오직 주문 받은 것을 가장 잘 만들어내는 기예의 1인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가 아테나 여신의 저주를 받아 평생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벌을 받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왜라고 묻지 않는, 생각 없음이 만들어낸 죄’ 때문이다.(p.104) 그는 ‘왜’라고 묻지 않은 벌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저지른 짓과 똑 같은 방법으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읽고 말았다.(p.105)
⇒ 구본형 선생님의 주 분야인 변화경영에 대한 이야기와 신화가 명쾌하게 어우러진 장절이다.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장 명확하고 쉽게 마음에 와 닿는 장이다. 직장인들의 신화와 변화경영의 연관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레아 실비아 : 그녀의 꿈에서 제국은 시작되었다
하늘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자 화가 난 레무스는 쉽게 건너뛸 수 있는 고랑으로 도시의 경계를 정한 형을 비웃으며, 고랑을 훌쩍 뛰어넘어 들어갔다. 로물루스는 모욕을 당하자 분개하여 칼을 뽑아 레무스를 찔렀는데 그만 동생이 죽고 말았다. 그는 곧 자신이 한 일을 깊이 후회하고 동생을 아벤티누스 언덕 아래에 묻어주었다. 로물루스는 나중에 알바롱가의 땅을 흡수 통합하여 로마시를 만들었다. 제국 로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p.434) 불멸의 번영, 팍스로마나, 제국의 고난과 비탄, 광기 어린 형제들, 로마 시민의 쾌락 영원의 도시를 찾아온 위기와 그 극복. 2000년간 화려하게 살아 숨 쉰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싸움에 져서 떠나온 자가 고난을 이기고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고 그들의 자식들이 다시 그 나라를 떠나 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면서 인류의 위대한 역사는 만들어져 왔다. 그들은 한때 이름 없는 사람들이었으나 자신의 모험을 떠남으로써 자신의 이름으로 나라 하나를 건설했다. 모든 시작은 초라하다. 그것은 하나의 꿈에서 시작한다. 꿈속의 씨앗 하나가 자라 하늘의 별에 닿을 때 새로운 제국 하나가 생겨났다. 로마는 한 여인의 고단한 꿈에서 태어났다. (p.435)
⇒ 모험에 대한 선동을 제대로 하고 있다. 현재의 실패와 초라함이 끝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구체적인 예를 통해 전달하고 있으며, 나아가 로마사에 대한 호기심까지 유발하고 있다. ‘변화’라는 주제가 ‘신화’를 넘어 ‘역사’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이다.

 

‘감동적인 장절’을 택하는데 있어 고민이 조금 있었다. 지략가(?!)인 오디세우스의 고난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부분도 괜찮았고, 로마제국의 시조인 아이네이아스와 이울루스가 패배 후 이탈리아로 자리잡아 알바롱가를 세우는 장도 극적이었으나, ‘신화와 변화의 관계’와 ‘독자의 지적 호기심의 확장’ 측면에서 위의 두 장을 선택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책이었다. 어릴 적 읽었던 기억으로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펼쳤던 페이지는 말 그대로 첩첩산중 이었다. 복잡한 인물관계도 관계이거니와 생소한 이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인물관계를 정리하면서 읽었는데 대략 A4지로 약 5매 정도가 나왔다. 구본형 선생님의 책이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점, 직장인들이 대부분 심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의 내용과 구성은 다소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각 장마다 (신을 포함한) 주요 인물관계도를 넣어준다면 이해나 책을 접하는데 있어 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장마다의 대략적인 시기를 표기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예상치 않게 책의 몰입을 방해했던 부분 중의 하나는 각 장이 끝나고 난 뒤에 나오는 부록, 즉 Tip이었다. 이 부분은 추가 정보를 제공받는데 도움은 되었지만, 전체적인 몰입을 다소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용이 큰 흐름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느낌이었고, 페이지의 색깔이 어두워 독서를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Tip을 ‘책 속의 책’ 또는 ‘사전’처럼 책의 맨 뒤편에 같이 모아 놓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다 읽고 난 느낌은 꽤 고무적이다. 나의 관심이 ‘그리스인 이야기’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신화’와 ‘영웅’ 그리고 ‘역사(로마사)’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정리하면서 읽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과연 이처럼 정리하면서 읽을 수 있을지, 그리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표지는 괜찮았다. 많은 현대인 또는 직장인들의 그것에 비유될 수 있는 다이달로스가 그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잃게 되는 소중한 아들 ‘이카로스’를 표지의 중앙에 배치시켰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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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3 19:04:58 *.6.13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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