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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4일 04시 39분 등록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구본형/ 생각정원/2013.01.03.                         오 미 경


‘저자에 대하여

구본형.jpg

위 사진은 EBS 고전읽기 월~금 오후 4~5시에 저자 구본형 선생님께서 이희구씨와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9기 예비연구원님들 및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사랑해주신 많은 회원님들을 위해 구본형 선생님을 모시고 인터뷰 하고자 합니다. 

소개하기에 앞서 간단한 약력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1954년 충남 공주 출생, 역사학을 전공, IBM에서 20여년간 근무하면서 변화경영의 실무 총괄, IBM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볼드리지 평가관으로 참석이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남이 시키는 일만 하는 직장인이 아닌 주도적인 삶을 위한 자기 혁명과 변화 경영을 시작합니다. 그는 지금 우리사회에서 ‘변화경영전문가’ ‘변화경영사상가’ ‘변화경영시인’으로 통합니다.


1998년 <익숙한 것과의 결별>출간했습니다. 첫 책 임에도 불구하고 20만부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변화에 대한 갈망이 절실했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구선생님은 1년에 한 권은 꼭 마음에 드는 책을 내기로 기준을 정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켜오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구본형 선생님이 출간해 온 책들을 보겠습니다.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2013><구본형의 신화읽는 시간.2012> <깊은 인생.2011><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2011><필살기.2010><더 보스 쿨한 동행.2009><세월이 젊음에게.2008> <사람에게서 구하라.2007><아름다운 혁명,공익 비즈니스, 2007><공익을 경영하라.2006> <코리아니티. 2005><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2004><일상의 황홀.2004>< 내가 직업이다.2003><사자 같은 젊은 놈들.2002><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2001><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2001><월드 클래스를 향하여2000><떠남과 만남, 2000><낯선 곳에서의 아침.1999>


질문1 : 바쁘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처음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 는지요?


구본형 : 1997년 여름, 한 달간 휴가를 얻어 지리산에 있는 단식원에 들어 갔습니다. 단식을 하다가, 새벽에 배가 고파 눈을 떴는데, 문득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라는 강한 의문이 들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득, 저 자신의 내면 깊이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일어나 글을 써라, 나는 글을 써보고 싶지 않았느냐?’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일어나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신이 부여하는 소명인 저의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IBM 에 다니는 일반 직장인 생활을 하면서 새벽 2시간을 내어 글을 쓰게 되었다. 그 첫 책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1998년>입니다. 그 이후 저는 매년 한권의 책을 내겠다는 저 자신과 약속을 했습니다.


질문2: 자신과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저로서는 많이 어려웠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매년 한 권의 책을 꾸준히 낼 수 있었는지, 

         어떻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결을 말씀해 주시지요.


구본형 : 1997년 여름 이후, 저는 매일 새벽 두세 시간은 글을 써왔습니다. 한해에 글만 쓰는데, 대략 1000시간 내외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최근 15년 동안은 20여권이 넘는 책을 냈습니다. 모두 새벽에 투자한 시간 덕분입니다. 저는 하루의 어느 시간보다도 이 새벽시간을 신성하게 생각합니다. 이 시간은 모든 시간에 우선합니다. 나의 하루는 22시간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언제나 이 시간을 먼저 떼어 놓고 하루를 시작하기 때문이지요.

매일 똑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양의 시간을 투입하여 정해진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매일 2시간의 투자로 , 한 해에 글만 쓰는 시간은 1000여시간, 10년 이면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1만시간의 법칙에 해당됩니다. 1만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이유는 어떤 분야가 되었든 먹고 살 만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 지독한 집중과 반복으로 새로운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실천은 투입되는 시간의 함수이기 때문이지요.


저에게 하루 두 시간의 새로운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거지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매년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는 힘은 여기에 있습니다. 매일이 모여 1년 만에 책 한 권이 되며, 매년이 모여 인생이 되고, 앞으로도 저는 수십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질문3: 선생님께서는 강한 의지보다는 좋은 습관을 가지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좋은 습관을 가지는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구본형: 고정적인 투자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대와 같은 양의 시간을 확보하고 집중하는 것입니다. 하나를 정하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해 나갑니다. 이 황금시간대에는 가장 중요한 일을 반복적으로 해야 합니다. 습관이 되면 의지력이 필요 없어집니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그 분야의 물리를 터득하게 되는데, 그건 마치 눈꺼풀이 하나 벗겨지면서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차원이 달라지면서 뭘 알게 되는 것, 이보다 훌륭한 보상은 없답니다.


두 시간 정도에 다른 여러 일들을 섞어서는 몰입해 흘러가는 시간의 맛을 알기 어렵습니다. 하나의 일에 통째로 다 바쳐야 합니다. 자신의 일에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의 기쁨이 거기에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양의 시간을 투입하여 정해진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일을 가장 중요한 일로 승인했다는 뜻이지요.


사람은 마흔이 되면 자신은 습관과 결혼해버리고 맙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나무껍질에 새겨놓은 글자 같아서 나무가 자라남에 따라 점점 커지게 되지요. 연습이 대가를 만들고, 세월이 우리를 정교하게 합니다.


질문4: 책을 쓰면 좋은 점이 무엇인지 선생님의 경험을 통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구본형: 책을 쓰면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이 많이 있지요. 대표적으로 꼽으라면

첫째는 저술활동 자체가 대단한 학습교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부해야 쓰고 알아야 쓰기 때문이지요. 둘째는 저서를 가진 전문가라는 점에서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줍니다. 사람들이 평범한 저를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모두 다 책을 통해서 저를 알아갔던 것이지요. 셋째는 책이 잘 팔리게 되면 언론매체에서 인터뷰, 기고,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개인 브랜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마케팅 측면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지요.


질문5: 선생님의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과 두 번째 책 <낯선곳에서의 아침>은 

2008년 개정판이 나왔는데요. 감회가 남다른 점이 있으실텐데요...


구본형: 저의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받고 실천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책은 '나를 혁명하게' 해주었습니다. 이 책 때문에 저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내가 살고 싶은 인생으로 뛰어 들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책은 '내 혁명이 일회성이 아니라 끝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나는 이 두 책 이후 매년 한 권의 책을 써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내 인생 중에서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질문6: 글쓰기에 대한 구 선생님만의 특별히 갖고 계신 생각이 있으신지요?


구본형: 첫째는 우선 마음속에 간절히 쓰고 싶은 것이 있어야 표현에 힘이 실립니다. 언젠가 나도 변화 경영에 대한 좋은 책을 써보아야겠다’는 마음이 오래된 준비였던 셈입니다.


첫 책인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쓸 때 그런 간절함이 절박했습니다.

둘째는, 많이 읽어야 합니다. 많이 읽어야 많이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언어와 자신만의 표현 방식이 형성됩니다. 첫 번째 책을 낼 때까지 한 번도 글다운 글을 써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쓰는 것에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그 동안 책과 가깝게 지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많이 써보아야 합니다. 매년 책을 한 권씩 낼 수 있는 것은 책 자체가 실험이고 배움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컬하지만 불완전한 책을 내는 것이 내가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주제에 대하여 1년 동안 내가 배우고 생각하고 익힌 것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학습 방법입니다. 내게 책은 어떤 주제에 대한 1년 동안의 사유를 기록한 한 권의정리 노트인 셈입니다. 저는 물결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매일 달라지는 변화와 특별함을 즐기기 위해 기록을 남깁니다.

넷째는 영원히 초보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입니다. 간혹 책 몇 권을 내고 그 분야의 중견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지나간 세월이 그들을 중견을 만들지만, 배움에는 중견이란 말은 없습니다. 늘 초보만이 있을 뿐입니다. 잊을 때마다 매번 붙들어 세워야 하는 것이 초심初心입니다. 글쓰는 것 역시 세상을 사는 것이며, 다른 일을 할 때와 다른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질문7: 선생님께서는 매년 수업료도 없이 무료로 연구원 제도를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현재 예비 9기 연구원들 2차 레이스가 시작되었으며, 지금까지 8기 즉 80여명의 연구원들을 배출하셨습니다. 그 연구원들 중에는 상당수가 책을 내고 일인 기업가로 혹은 작가로 성장했는데요. 힘들지 않으신지요? 무엇 때문에 사서 고생하시면서 연구원 제도를 운영하시는지요?


구본형: “자, 이제 독립도 성공했겠다. 그렇다면 무슨 일로 나의 삶이 의미 있음을 증명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이 질문을 함으로써, 삶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나눔과 공헌 및 봉사의 실천’ 없이는 의미의 문제를 채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꿈벗과 연구원을 모으고 가르치고 사회에 헌신하는 일이 저에게는 의미입니다. 저는 2005년부터 10년간 연구원제도를 실시하기로 저 자신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애를 써서 지극한 마음으로 나무처럼 키워 가야 하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까지 80여명의 가까운 제자들을 양성해 보았는데, 사람이 가진 덕성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성실함’입니다. 성실한 사람만이 멀리 갈 수 있지요. 그래서 그 사람을 쓰면 실수가 없습니다. 재능이 있더라도 성실하지 못하면 쓰기에 불안합니다. 인재는 오랜 시간을 두고 육성해야 합니다. 그 오랜 시간을 견디며 자신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성실할 수밖에 없지요. 성실한 사람이 모두 인재는 아니지만, 인재이면서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지요.

본업을 통해 세상의 밝음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저는 다른 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응원하는 일을 합니다. 이것이 저의 기쁨이며 행복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저는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 모두, 이미 죽었거나 아직 살아 있는 다른 사람들 덕에 살아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그리하여 이제는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주려고 그들을 위해 나를 쓰지 못해 안달을 하게 되었습니다. (^___^)


질문8: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변화경영’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요?


구본형: 변화의 핵심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은 가장 알기 어려운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알아가는 것이 인생의 과제이며, 자신의 진정한 본모습을 발견하고 나아가는 것, 점점 자기다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변화입니다.


생긴 대로 산다는 것은 게으르게 산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고, 강점을 발견하고 강화하는 것을 의미입니다. 타고난 재능도 그대로 방치하면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쓸 만한 것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지요.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 자기 혁명은 나의 주도성을 복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것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 나로 살게 하려는 정신적 르네상스입니다. 자신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며 자신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망한 사람입니다.


질문9: 책을 읽음에 있어서 연구원들에게 저자에 관하여, 내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내가 저 자 라면을 꼭 체크해가면서 읽으라고 강조하십니다.

           구 선생님께서는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이렇게 읽으셨는지요?


구본형: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그냥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많은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읽으면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됩니다. 첫 번째 목적은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아 오는 것’이어야 합니다. 좋은 책을 읽어 이해하게 되면 이를 통해 원래의 마음을 찾게 되지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경험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저자와 함께하는 여행이지요. 마치 붉고 정정한 적송들이 즐비한 오솔길을 산책하는 듯하고 대숲이 우거진 암자에 앉아 바람을 쐬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상쾌하고 시원합니다. 그것은 깊은 여행입니다. 그와 나 또는 그녀와 나만의 매우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여행이 되지요. 여행이 그 정도는 되어야 함께 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로 ‘저자에 대해’ 알면 그 책 내용의 반을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책은 저자의 산물이니 저자를 잘 알면 책의 절반은 이미 알았다고 할 수 있지요. 또한 책 속의 내용 또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요.


두 번째로 ‘내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를 꼭 쓰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언제든 자신의 책을 쓸 때, 기막힌 곳에 끼워 넣기 할 수 있습니다. 제 책도 보시면, 제가 읽은 책을 수시로 메모하고 인용한 내용이 있습니다. 자신의 책을 쓸 때 무한한 보고이며 활용 할수 있지요. 책에 나온 글귀를 보고 자신의 해석과 소감을 쓰다 보면, 자신의 삶과 글이 연결이 되는 신비로운 경험도 하게 되지요. 자신 속에 있는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내가 저자라면’은 여러분들이 나중에 책을 쓸 때, 구성력을 갖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 주제로 내가 책을 쓴다면 어떤 구성을 하게 될까’라는 관점에서 책을 읽다보면, 책의 구성력을 자연히 익히게 되지요, 이러한 연습과 반복이 책을 쓸 때 대단히 훌륭한 통찰을 얻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네 번째로, 책 한권을 읽으면 반드시 자신의 칼럼을 쓰도록 하세요. 칼럼은 바로 책 주제와 내용을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보는 그림입니다.


질문10: 선생님의 닉네임이 ‘부지깽이’인데요.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으신가요?


구본형: ‘부지깽이’란 뜻은 불짚일때 쓰는 나무나 쇠를 말합니다. 나무를 태울 때 잘 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요. 

만약 나무가 잘 타지 않으면 전소하도록 불길을 터주는 임무지요.

나무가 잘 타지 않으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

강연을 하다 갑자기 섬광처럼 제가 하는 일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명쾌한 듯 보였지만 어딘지 미진한 대목이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쏘시개 불꽃( an unexpected sparkle toward a destiny)'

제가 하는 일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잡을 수 없을 때, 잠시 ‘우연한 쏘시개 불꽃’이 되는 일입니다. 누구든 자신의 길을 갈 때는 내면의 등불을 밝히고 가야 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등불이나 등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가는 여행은 우리 속으로의 여행이니까요. 안으로 들어갈수록 오직 자신을 태우는 스스로의 등불로 길을 밝혀야 합니다. 막막할 때, 어딘가 주저앉아 있을 때, 우연히, 자신의 안에서 스스로 불을 켤 수 있도록 잠시 불을 빌려 주는 예기치 않은 쏘시개 불꽃이 되는 것, 이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이기에 ‘부지깽이’란 닉네임을 만들었습니다.


질문11: 마지막으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찾는 사람들이나 선생님의 책을 읽은 독자 들을 위해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구본형: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습니다. 스스로 모색하십시오. 헌신하고 모든 것을 거세요. 

그러나 그 길이 아니라 하더라도 실망하지 마시고요. 앞에 다른 길이 나오면 슬퍼하지 말고 새 길로 가보세요.

어느 길로 가든 휼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투자하십시오. 이것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인생의 최고의 투자입니다. 투자할 수 있는 종잣돈은 시간입니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하루의 어디서건 시간을 내어 실험하고 모색하고 학습하십시오. 나이 들어 초라해지는 사람도 있는 반면 더 지혜로워지고 빛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우리의 밝기를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구본형 선생님을 모시고 가상 인터뷰를 했습니다. 구본형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인터뷰 내용은 구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모은 자료를 토대로 했습니다. 선생님의 육성이 들리고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습니다.


제가 본 구본형 선생님은 ‘진정성authenticity'입니다. 구 선생님께서는 아마도 저를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2000년대 초반, 저는 개인적으로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번뇌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라디오를 듣던 중, 구 선생님께서 인터뷰 하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그때 구 선생님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밤에 무언가에 홀리듯이 정신없이 메일을 썼습니다. 메일을 쓰면서도 ’나처럼 평범한 사람의 고민이나 읽고 답장을 해주실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며칠 뒤, 장문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설마설마 했습니다. 저의 사연이 간곡해서인지, 신神이 “불쌍한 영혼이 있으니 도와주라”는 메시지를 구 선생님께 보내셨는지는 혹은 그 분 성품이 ’변화를 원하고 자기 혁명을 원하는 사람을 돕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셨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구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메일은 그 당시 저에게 희망의 등불이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꿋꿋이 가다보면 언젠가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거라는...‘ 아마 그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프린트해서 힘들 때마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저는 제 삶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2000년 대 초반보다 지금(2013년)의 저는 많이 변화했고 자기 혁명을 하면서 성장했습니다. 저에게 또 다른 변화의 시기가 왔음을 직감했습니다.


저자 구본형은 ‘글 따로 삶 따로’가 아닌 글과 삶이 함께 가는 삶, 바로 진정성의 작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깨어날 수 있도록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등불이 되어 주십니다. 스승이면서 친구이고, 친구이면서 스승인 사우師友 이십니다. 구 선생님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를 몸소 보여주시는 텍스트text입니다. 스스로 부지깽이가 되어 자신을 태우고 주위의 영혼이 그 부지깽이의 불씨에 힘입어 일어날 수 있게 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 선생님의 존재로, 부지깽이가 쓰신 책으로 방황하고 힘든 영혼들에 위로가 되고 길이 되어 줍니다.


~~구하고 계십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의 영혼들을

~~본보기를 보여주시니 훌륭한 스승이요,

~~형언할 수 없는 자기변화의 노력과 혁명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시니 위대한 스승입니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나의 소감과 해석, ..... : 중략)


 앙드레 보나르Andre Bonnard 같은 문학가는 “진정한 원시는 문명 속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 문명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에게 해를 중심으로 산지사방에 퍼져 있는 그리스 식민 도시들이다. 그들은 그 당시에 이미 그리스 본토에 갇혀 있는 대신 세계의 끝까지 나가보려는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가난이 그들을 떠나게 했고 적당한 도전이 그들을 성공하게 했다. (p12)


--> : “진정한 원시는 문명 속에 있다”는 인간이 상상하고 가질 수 있는 모든 욕구와 무의식을 이해하는 근본이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신화 속에 있다. 인간의 깊은 무의식, 잠재되어 있는 욕구가 상상으로 나타나고 그 상상이 행동으로 나타난다. 신화를 이해하고 원시를 알면, 인간이 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무언가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성공하려는 요소들 중의 하나는 ‘결핍’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결핍이 있어야 채우려는 욕구를 가진다. 그러한 욕구는 삶에 대한 도전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호기심의 발로이다.


 인류의 역사 속에는 거짓말하는 능력이 그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특별한 매력이었던 때가 있었다. 바로 호메로스Homeros의 시대였다. ..... 그렇다. 이 시대는 신사적이고, 관대하고, 절제하고, 근면하고, 정직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단순하고 용감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었다. (p13)


-->시대에 따라 인간상이 다르다. 요즘의 유행어 ‘트랜드trend'다. 척박한 땅에서 생존을 위한 해적질이 바로 시대가 원하는 인간상을 만들어 냈다. 단순해야 판단을 빨리 하고 결론에 따른 즉각적인 행동을 ’용감하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 반대로 원시와 야만 속에도 고귀한 것들이 빛나고 있었다. 전사들조차도 가족과 친족에게는 관대하고 자애로웠다. 오디세우스는 아내와 아들의 얼굴과 어깨에 다정스레 입을 맞추었고, 하인들에게는 더없이 친절했다. 트로이 전쟁의 또 하나의 영웅 아가멤논Agamennon은 하도 눈물이 많아 호메로스는 “그가 울면 바위 위에 시냇물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고 노래했다. 파트로클로스Patroklos에 대한 아킬레우스Achileus의 우정이 너무 깊어, 지금도 우리의 마음이 아플 정도다. ‘모든 나그네와 거지들은 신들이 변장하고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아카이아인들은 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선물까지 하면서 친절하게 대했다. (p14)


--> 가족에 대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모든 나그네와 거지들은 신들이 변장하고 찾아온 것’ 은 성경에 ‘주께 하듯 이웃에게 하라’는 말과 비슷하다. 주위에 도와줘야 할 사람이 있거든, 신이 변장하고 온 것으로 알고 그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도와줘야 한다. 신에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의식이다.


 거친 해적의 시기를 거쳐 오면서 그리스는 점차 세련되어졌다. 그리스는 인류 문명의 위대한 유산이 되었다. 묵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인류의 역사 속에 전설과 신화로 계속 더해졌다.

탈레스Thales는 고대 그리스의 일곱 현인 중 첫 번째 인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그를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렀다. 어떤 역사가는 그가 일식을 예언한 기원전 585년 5월 28일을 ‘그리스 철학이 시작된 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에 대한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다. 천문학에 빠져 있던 그는 어느 날 하늘을 쳐다보며 걷다가 그만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자 여자 노예가 그를 비웃었다.

“발밑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는 자가 하늘의 일을 알려 하다니!”

얼마나 그럴 듯한 비난인가! 플라톤Platon이 탈레스를 두둔하고 나섰다. (15p)

“이런 비웃음은 철학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진 것이다. 철학자는 가장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이 무엇을 하는지, 자기가 인간인지 다른 존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철학자는 노예들뿐만 아니라 법정에서나 사람들에게도 비웃음을 살 것이다. 웅덩이뿐만 아니라 온갖 어려움에 빠질 정도로 서툰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자란 인간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탈레스에 대한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그가 그렇게 현실적으로 한심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기도 한다. 한 번은 누군가가 “철학이란 아무짝에도 소용없으며, 철학자는 모두 가난뱅이”라고 조롱했다. 천문학에 능한 탈레스는 다음 해 올리브나무가 대단한 풍작을 맞이할 것을 알고, 밀레토스와 키오스 인근의 착유기를 미리 다 선점해버렸다. 과연 이듬해 가을 올리브 풍년이 들자 사람들은 기름을 짜기 위해 착유기를 빌리려 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착유기를 빌려주었다. 이 일화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학문의 목적이 부자가 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탈레스에 대하여 남아 있는 완전한 기록은 없다. 모두 단편적인 것들이 이어져 내려오는데, 그중 많은 것들이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고 싱싱하다. 만년에 그는 만장일치로 소포스Sophos, 즉 현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몰려들어 가지가지의 질문들을 퍼부은 모양이다. 그중에 이런 대화도 남아 있다. (15p)

p16.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

“당신 자신을 아는 것.”

“그럼 무엇이 가장 쉬운가?"

"조언하는 것.“

“신은 무엇인가?”

“시작도 끝도 없는 존재.”

“가장 가치 있고 정의로운 삶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을 비난할 때 그 비난당한 삶을 스스로 살지 않는 것.”

아폴로 신전이 있는 델포이에는 그가 했다는 말이 기둥에 새겨져있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 이 말을 널리 퍼뜨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되게 한 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였다.(16p)


--> 인간의 존재를 연구하는 사람이 철학자다. 인간의 마음과 생각, 사유체계를 연구하는 것. 인간이라는 존재를 당장 연구한다 하여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간을 알 수만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위 글귀를 메모해서 매일 읽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여 내 속에 잠재능력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나 자신을 안다면,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면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일 것이다. 나 자신을 알지 못하기에 남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장 쉬운 것이 남에게 조언하는 것. 남이 하는 말을 쉽게 자기 입장에서 생각 없이 하는 말들도 많다. 남의 말을 쉽게 하여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많다. 나 자신부터 남에게 말할 때는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이 이렇다 저렇다고 말하는 자체가 그것이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안에 있기 때문에 남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들려오고 보인다. ‘타산지석他山之石’ 이라는 말이 있듯이 남의 행동에서 배우고 자신을 반성하고 갈고 닦아서 매일 새로운 나로 태어나야 한다. 신은 정말이지 시작도 끝이 없다는 말이 명언이다.


 오늘 그리스인의 이야기에서 그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 안에서 가장 위대한 힘을 이끌어내 스스로의 삶을 영웅의 행적으로 끌어올릴 용기와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끌어올리는 힘, 즉 ‘엑셀시어Excelsior의 정신’은 우리를 도약하게 한다.(17p)


--> 독자 스스로가 행간을 읽으면서 독자의 몫을 더 많이 남겨두었다. 독자 스스로 변화하고 삶을 혁명으로 이끌어 신화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엑셀시어의 정신을 가지라고 한다.


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물리적으로 점령해야 할 땅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사적인 세계들이 여전히 우리가 점령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하나의 나라를 세우는 것과 같다. 하나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짐 굿나이트Jim Goodnight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캐리에 가장 특별하고 차별적인 SAS 인스티튜라는 기업을 창립했다. 그곳은 그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글로벌 제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며,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35시간 이상 일하지 않도록 권장 받는다. 나머지 시간에 가족과 자신의 인생을 즐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1976년 창사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기술적 경쟁력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분야에서 최고다. 모두 만족한 직원들이 만들어낸 성과들이다. 직원들은 회사를 좋아하고 짐 굿나이트를 따른다. 그는 기업의 세계에 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존경받는 자신의 제국 하나를 만들어냈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Joseph Cambell은 비교종교학과 신화학 분야에서 특별한 정신적 제국을 만들어냈다. 그는 어떤 조직을 만들어내지 않았지만 그의 해석과 통찰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생각을 통해 그 생각이 지배하는 자신의 지적 세계를 만들어냈다. 나 역시 그의 지적 세계에 영향을 받은 그이 정신적 제국의 일원이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세상은 크든 작든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3000년이 지나 우리는 가지가지의 문명들이 혼합된 글로벌 시대에 와 있다. 우리의 의식 세계는 문명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아직도 문명에 의해 순치되지 않은 신화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 그것이 자기 경영의 본질이다. 그래서 신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내면의 어둠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며 통로가 되는 것이다.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자주적 삶의 방식도 없고 정신적 독립성도 없는 대중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마침내 세상에 자신의 작은 왕국 하나를 건설해가는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를 교환하는 것.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모멸이 온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는 바로 이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18~19p)


-->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자신만의 영토를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보이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말이다. 주어진 대로 일상의 평범함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 변화해야 살아가고 의식이 깨어나야 삶을 혁명으로 이끌 수 있다.


 생명은 심연 속의 어둠, 즉 지하 세계의 죽음으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은 신화의 중요한 모티프다. 이것은 죽음, 지하 세계로의 하강 그리고 재탄생의 농업적 주기를 상징화한 것이다. 하나의 씨앗이 죽어 썩어지니 땅 속의 암흑에서 수십 배,수백 배의 낱알이 싹터 부활한다. 그러니 알로 상징된 생명이 밤과 어둠의 결합으로부터 탄생되었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알이 부화하여 껍질을 깨고 황금의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니 그것이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은 존재하는 것들끼리 서로 짝짓게 만들었다. 사랑이 태어나자 암흑의 혼돈을 거두어가기 시작했다. 사랑은 빛과 함께 낮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대지가 만들어지고 하늘이 생겨났다. 호메로스 이래 가장 독특한 또 한 명의 그리스 시인이었던 헤시오도스Hesiodos는 <신통기Theogony>속에서 만물의 생성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렇게 써 내려갔다.

넓은 가슴을 가진 풍요로운 대지가 일어섰네.

대지는 만물의 굳건한 발판이니

아름다운 대지는 자신의 짝으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가장 먼저 낳았다네.

다시 하늘은 대지를 품 안에 가득 한고

축복받은 신들이 머무는 영원한 거처가 되었다네. (24p)


--> 신화의 모든 출발점이 사랑으로 시작된다. 사랑으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모험을 떠나 역사를 이룬다. 신화에서 나오는 이름들이 자연과 삼라만상을 의인화 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 판도라는 ‘모든 선물’ 이라는 뜻이다. 판도라는 신들로부터 모든 것, 즉 강점과 약점, 저주와 축복 모두를 받은 여자가 되었다. 제우스는 한 사람 안에 너무도 많은 대립적 요소들을 넣어두면 그것들이 서로 부딪치고 갈등에서 하루도 고통과 번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모순, 갈등, 패러독스, 딜레마가 바로 태초의 인간의 조건이 되었다. (30P)


--> 인간의 고통과 번뇌에 대한 원인이 판도라 상자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구절이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아’라는 노래구절처럼 말이다. 인간이 가진 모든 번민의 원인이 마음속에 내재하는 대립의 원리임을 판도라의 상자에서 찾을 수 있다.


 아주 먼 옛날 시인의 영혼에 깃들어 인간과 신들의 이야기를 시로 지어 노래 불렀듯이 지금도 시인에게 찬란한 영감으로 찾아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인의 노래가 되돌아 인간을 감동시킨다.

시인뿐이 아니다. 작곡가든 미술가든 조각가든 가수든 무용수든 칭하여 예술가라 불리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무사이 여신들이 문득 천둥처럼 찾아와 가슴을 뒤흔들고 내 속에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되어 단 한 번의 손짓으로 심혼을 흔드는 불멸의 대작을 만들어내기를 염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렇기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도 어느 한 부분은 여전히 한 인류로서 중세인이며, 고대인이며, 그리스인이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인류의 모든 과거가 살아 숨 쉬고 있다가 어떤 야생의 순간에 원시의 순수한 힘으로 우주적 교감을 이루게 될 때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정신적 시선은 의식의 혁명을 겪게 된다. (32~33p)


-->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의 후세들이다. 변화의 싹틈은 절심함이 기도가 되어 순수한 의식이 우주적 교감을 이룬다. 기도가 응답하는 때이며, 명상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 혹은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마음이 안내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여러 가지 형태로 찾아오는 해답에 마음을 열어두라. 해답은 기도를 통해, 꿈을 통해, 도는 홀로 고요히 있는 시간을 통해서도 올 수 있다.’ 모든 것에 마음을 열어두면 해답이 찾아온다는 인디언의 지혜가 떠오른다.


 시인은 노래한다.

어제, 또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들,

고요한 일상의 호수에 문득 돌멩이 하나

다른 운명이 여울져 찾아온다네.

어리석고 위험한 젊은이 하나가 불행을 찾아 떠나네.

그것이 젊음이기에.

험준한 산을 넘고 깊은 계곡에 갇히며

기괴한 노파와 비밀스러운 요정에게 묻고 또 물어

빛나는 방패와 휘어진 칼로

마음속 괴물의 두려운 목을 자르네.

두려움을 이기니 바로 그 일이 진정한 영광. (38p)


--> 페르세우스에 대한 시다. ‘마음속 괴물의 두려운 목을 자르네.’ 두려움은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내 마음속에 있다.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은 바로 그 두려움 속으로 들어가 직면하는 것. 그 순간부터 두려움은 희미해서 사라진다. 내 안의 적인 두려움을 이기면, 바깥의 적은 쉽사리 해결할 수 있다.


 신화 속의 메두사는 두 개의 대극적 가치를 모두 붙들어 품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메두사는 괴물이면서 동시에 매혹적인 여인이다. 죽음이면서 또한 부활이다. 희생된 자이면서 죽인 자와 결코 다르지 않은 동질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43p)


--> 동전의 양면이다. 아테나 신전에서 메두사는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해 아테나의 분노를 산 희생자다. 아름다운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살아있는 뱀이 된다. 희생자인 메두사가 죽어서는 자신의 얼굴을 본 인간들을 석화石化시킨다.


 시인은 노래한다.

그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늘 닮아 있는 법.

속과 겉, 숨어 있는 것과 드러나는 것.

그것은 언젠가 어디선가 만나는 범.

서로 거울 속 자기라서 깜짝 놀라지.

교실의 왕따, 누가 봐도 지질이.

교실의 깡패, 누가 봐도 문제아.

하나는 괴롭히고 하나는 당하지만 둘 다 같은 사람.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문제는 사라지지 않아.

가운데 침묵하는 다수가 “그러지 마”라고 외쳐야 해결되지. (47p)


--> 가해자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피해자로 지목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현재 한국 학교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저자는 시로 잘 표현했다.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것도 죄’임을 말한다. 내가 희생자가 아니라하여 입을 다물고 그 자리를 피하면 그 피해는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 피네우스가 패거리를 데리고 와서 약혼자를 훔쳐간 떠돌이를 처단하러 왔다고 소리를 지르며 페르세우스에게 창을 던지려 하자 형인 케페우스 왕이 나서서 꾸짖었다.

"네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자는 것이냐? 안드로메다를 앗아간 것은 바다에서 솟아나 내 살을 말리고 내 피를 말리던 저 바다의 괴물이지 페르세우스가 아니다. 안드로메다가 너를 떠나간 것은 죽음을 앞둔 바로 그때였다. 그 아이의 삼촌이자 약혼자인 너는 그 아이가 사슬에 묶여 있을 때 무엇을 했느냐? 멀거니 서서 바라본 것 밖에 한 것이 더 있더냐? 그 아이를 위한다면 그 아이의 목숨이 명재경각이었던 그 순간에 그 절벽에서 구했어야 하지 않았느냐? 그때 네가 나서서 그 아이의 약혼자라고 주장했어야 했다. 신들이 내 딸에게 괴물의 제물이 되는 기구한 운명을 선언했을 때 인간의 약속은 취소되었다. 죽음에 의해 약속이 취소되듯이 말이다. 아무나 무서워 나서지 않았을 때 페르세우스가 나섰다. 그 사람이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그 아이의 목숨이 살아났다. 그래서 남편으로 선택된 것이다. 물러가라, 창피하지 않느냐?“(53p)


--> ~~피했잖아 안드로메다가 절벽에 서서 그녀의 목숨이 명재경각인 순간에

~~네가 구했어야 했던 약혼녀 안드로메다가 어찌 네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우길 걸 우겨야지.

~~스스로 페르세우스와 싸워 자멸의 길을 가네.


~~피해자인척 하고 있네. 비굴했던 너의 행동을 생각해보렴.

~~네 조카 안드로메다를 모른 척 하고 있다가 페르세우스가 그녀를 구하지

~~우습게도 메두사의 얼굴을 본 순간

~~스스로의 덫에 걸려 모두 돌로 굳어버렸네.


 시인은 노래한다.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는 곳. 그곳은 사랑.

씩씩한 청년과 눈이 맑은 여인은

서로 찾아 그리워하는 예쁜 짝.

그러나 용감한 자만이 사랑을 얻는 법.

오직 사랑만이 목숨을 걸 만한 것.

무엇을 가지지 못하면

불편하고

사람을 얻지 못하면 삶 자체가 허무.

세상의 보물 딱 하나만 들라면 단연코 사랑이지.

목숨을 건 것이 목숨을 살리는 법.

그걸 잡으려면 온 삶을 다 걸어야지. (55p)


--> 모든 것을 얻어도 사람을 얻지 못하면 인생이 허무하고 쓸쓸하다. 친구인 사람을 얻고 그 중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얻으면 행복은 배가 된다. 목숨을 거는 것, 온 삶을 걸어야 인생의 보물을 얻을 수 있다.


 시인은 노래한다.

나도 너도 모두 우주의 별이 환생한 것.

삶이 끝나는 날 다시 별이 되어 돌아가지.

무수한 별 무수한 운명.

어두운 밤 속에서 더듬어 찾듯 서로 만나 꽃다운 인연.

손잡아 별자리 되고 무리지어 은하수 되네.

어둠이 깊을 수록 별은 빛나고

슬픔이 클수록 사랑도 깊어가네.

우리 모두 맥박 치는 별 변광성.

나 너에 대한 열망으로 밝아지고

나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숨어버리네.(62p)


--변광성.jpg   변광성2.jpg   변광성3.jpg

순서대로 (1) (2) (3)임.

(1)중앙에 가장 밝은별: 외뿔소자리 Monoceros (유니콘자리 Unicorn) 모노케로티스

[출처] 외뿔소 자리에 있는 838번째 변광성 - V838 Monocerotis - September 2006|,http://blog.naver.com/hstar7123/140133081164 ,

(2) http://blog.naver.com/africanus_/32140230, 외뿔소 자리에 있는 838번째 변광성

3)http://blog.naver.com/qwead05?Redirect=Log&logNo=103647671 밝은 청색 변광성


-->별을 사랑하는 사람은 꿈이 있는 사람이다. 꿈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가슴에 별을 간직한 사람이다. 가슴속에 별이 반짝반짝 일때는 나의 꿈이 살아 숨쉬고 있으며, 평범한 일상을 그저 주어진 대로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면 가슴속의 별은 희미해진다. 바로 꿈이 숨쉬는냐 숨쉬지 않느냐를 ‘변광성變光星’으로 비유했다. 별이 반짝일때는 나의 의식이 살아 매일


 크레타 출신의 위대한 작가이며 그곳에 자신의 몸을 묻은 작가 니코스카잔카키스는 크레타인들이 그 옛날부터 황소와의 직접적인 접촉들을 통해 힘을 키웠다고 말한다. 육체가 지닌 유연성과 매력, 활활 타오르면서도 냉정하고 정확한 동작, 욕정의 훈련, 그리고 힘찬 황소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샘솟는 정력을 가꾸었다고 말한다. 이렇듯 길들지 않은 야수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인간의 미덕이 두려움에 승리를 거두는 숭고한 놀이로 변형되었다. 크레타인들은 황소를 적이 아니라 동지로 여겼기 때문에 황소를 죽이지 않고도 승리를 거두었다. 만일 황소가 없었다면 크레타인들은 그토록 튼튼하고 매혹적인 육체와 용맹한 정신력을 얻지 못했으리라. 그렇게 위험한 놀이를 견뎌내려면 잠도 못 자는 굉장한 훈련을 하며 담력까지 쌓아야 하지만, 경기의 비법을 체득하면 동작 하나하나가 단순해지고, 확실해지고, 우아해진다. 희망이 없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렇게 황소와 심연을 마주하는 이 영웅적이고 장난스러운 크레타인들의 눈을 그는 ‘크레타의 시선’이라고 불렀다. 그에게 크레타는 어머니의 젖가슴이었고, 끊임없는 영감과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고향이었다.(74~75p)


--> 크레타인이 두려움을 이기는 용맹성과 황소를 신성시하는 대목이다. 미노스의 아들이 황소를 닮은 미노타우로스인 것도 크레타인들이 황소를 동지로 여긴 이유이기도 하다.


 기원전 2000년을 전후하여 섬나라 크레타가 전성기를 누릴 때 크레타의 대담무쌍한 소형 함대들은 지중해의 섬들을 누볐다. 호메로스는 “검푸른 바다 한가운데 아름답고 풍요로운 땅 크레타가 있으며, 이 섬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구와 아흔 개의 도시가 있다”라고 노래했다.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는 트로이 전쟁이 있기 전, 그리스 문명 세계의 경제력을 주도하는 호화롭고 우아한 중심지였다. 크레타 최고 전성기의 왕이며, 또한 급속이 몰락한 시기의 왕이 바로 미노스다. (80p)


--> 크레타의 자연 풍광과 크레타 문명을 묘사했다.


 미노스는 죽어서도 지하 세상의 판관으로 법과 정의를 집행하고 있다. 시인은 말한다.

신의 은총으로 권력을 얻게 되면

더 이상 개인일 수 없는 공인公人.

만인의 재산을 개인의 이익으로 취하지 말라.

서임 의식을 치루는 동안 신의 대리인이라는 겉옷을 입은 것이니

공익을 탐하면 신의 분노로 재앙을 입게 되리라.

이것은 내 것, 저것도 내 것.

탐욕은 황폐의 참상을 낳게 되느니

한때 탐욕으로 얻어 자랑한 것이 뼈아픈 후회가 되리니.

미노스가 죽어 저승의 판관이 된 것은

살아서 못한 것을 죽어서 제대로 해보라는 신의 숙제.( 88p)


--> 미노스가 자신이 가장 적합한 왕의 후계자임을 만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징표로 위풍당당한 황소 한 마리를 보내주기를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간청했다. 포세이돈은 이 기도를 들어주어 신성한 수소를 주었다. 마침내 미노스가 왕위가 되었다. 미노스는 포세이돈이 보내준 황소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반해, 그 황소를 제물로 바치지 않고 우리 안에 가둔 소들 중 하나를 제물로 바쳤다. 이에 화가 난 포세이돈은 왕비 파시파에가 황소에게 욕정을 품도록 낳은 아들이 바로 미구에 갇힌 미노타우로스다.


~파국에 치달은 욕정이 다아달로스에게 목우를 만들게 했네.

~시린 가슴을 달래려다가 포세이돈이 놓은 덫에 걸렸구나

~파르르 떨면서 낳은 아이가 사람 몸에 소머리를 가진 미노타우로스라니.

~에우로페와 제우스의 아들 미노스의 탐욕이 너를 그렇게 만들었구나.


미노타우로스 : 미노스의 탐욕과 파시파에의 오르는 복수와 정욕이 소를 낳으니 그는 미궁인 라비린토스Labyrintos에 로스(loss버림)해졌네.


 아이아드네를 사랑한 시인 윌리엄 스태퍼드William Stafford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하면The way it is> 이라는 시에서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되는 실에 대해 이렇게 노래한다.

네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지.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는 실.

그러나 그 실만은 변치 않아.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궁금해하지.

너는 그 실에 대해 설명해야 해.

그렇지만 그 실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그 실을 꼭 잡고 있는 한,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아.

살다보면 슬픈 일도 일어나고,

사람들은 상처를 입거나 죽기도 하지.

너도 고통받고 늙어갈 테지.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어.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으면 안 돼. (92~93p)


--> 자신에게 놓여진 운명의 실을 놓지 말고 꼭 잡고 살란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순간 그 실은 끊어지는 거지. 끊어진 실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들지. 그래서 실은 놓아서는 안 될 끈, 자신의 길잡이이자 등불인 운명이다.

 아리아드네를 사랑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Georg Strauss가 1912년에 작곡한 <낙소스의 아리아드네Ariadne auf Naxus> 2막 ‘고귀한 공주님’에서 희극 배우 체르비네타가 버려져 실의에 빠진 아리아드네를 위로하기 위해 부르는 고난도 아리아 ‘신과 같이 내게 다가오네, 그의 발걸음에 나는 귀먹었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94p)

가장 고귀한 공주님,

당신의 슬픔은 평범한 사랑이 알 수 없어.

나는 오직 한 남자의 여인이기를 꿈꿔왔으나

어찌 그 마음이 그렇게 미로와 같은지 놀라워.

남자들은 신처럼 나타나 내 손에 키스하지.

그리고 나은 신의 죄수가 되어버리니.

달콤하고 쓰디쓰구나.

누가 이처럼 고통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남자를 저주하지 않을 거야.

자유가 내 찢어진 가슴을 축복해주나니. (95p)


아리아드네: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난 테세우스의 거시기가 ~~리워지.


~~아득하여라, 님이라고 믿었던 테세우스가 그녀를 떠나니

~~리드했던 실의 운명이 허망하구나

~~아낌없이 주었던 사랑은

~~드라마가 되고

~~네이비블루 빛을 띤 에게해의 섬 낙소스에서 디오니소스를 만나네


디오니소스는 였어 술이라는 소스에 그 섬이 바로 낙소스~~~


 아리아드네를 사랑한 시인이며 철학자인 니체Friedrich Willhelm Nietsche는<디오니소스의 송가Dionysos-Dithyramben>에서 고통을 제 운명으로 받아들인 그녀를 위해 이렇게 말한다.

현명하구나, 아리아드네여.

너는 작은 귀를 가졌으며, 너는 나의 귀를 가지고 있으니

그 안에 지혜로운 말 하나를 담아두어라.

자기가 사랑한 것을 자기가 먼저 미워해서는 안 되는 법,

나는 너의 미로이니라. (96p)


-->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의 미로를 밝혀준 여인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미궁속 에 길이 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삶이라는 슬픈 미궁을 미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다. 운명이 주어지면 그것을 따른다. 그것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그녀는 인생이라는 미로를 사랑했기에, 그 속에 길이 있기에 그 길이 고통스러워도 버리고 파괴하지 않는다.

니체가 디오니소스의 입을 통해 아리아드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는 ‘사랑한 것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배신하고 떠나는 사랑을 어찌 미워하지 않으리, 그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니 인간은 복잡하고 이율배반적이며, 패러독스이고 스스로에게 딜레마인 것이다. 즉 ‘나는 너의 미로’인 것이다. 아리아드네야말로 미로 탐험 전문가가 아닌가! 아리아드네야말로 사랑이 미로이며, 삶이 미궁이며, 스스로가 미궁임을 잘 알고 있는 현명한 여인이었다. 여기서 니체는 외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


시인은 노래한다.

모든 영웅이며, 미궁으로 들어서라.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로 가는 길

나를 지나면 영원한 슬픔에 이르는 길

나를 지나면 길 잃은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길‘

그 길을 통과하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결코 잊지 마라.

희미한 소명의 길은 미궁과 같으나

어두운 내면을 통하지 않고는 내가 없으니

두려우리라 생각한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죽으리라 생각한 곳에서 살게 되리라. (97p.)


-->‘사랑이 미로이며, 삶이 미궁이며, 스스로가 미궁’인 것이 아리아드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다. 빠져나올 수 없는 답답한 현실이 미궁이다. 그 미궁속에 길이 있음을, 넘어진 곳에서 다시 일어서야 함을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자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이룸으로써 화려한 복수를 하는 것이 진짜 복수다. 남을 해하거나 저주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 다이달로스는 바로 이 두 명-아테나 여신과 헤파이스토스 대장장이-의 위대한 기술과 기예의 신으로부터 직접 사사한 지계 제자인 셈이다. 그러나 장인의 대명사인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이 모자라는 사람이기도 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든 자기 작품의 주인이 아니다. 그들은 주로 주문을 받는다. 헤파이스토스 역시 그랬다. 자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장차 물건의 주인이 될 사람의 주문에 따를 뿐이다. 그러므로 기술자들은 ‘왜?’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오직 ‘어떻게’라는 질문에만 몰두한다. 주문받아 제작된 물건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건 그 물건의 주인이 알아서 할 뿐이다. 장인은 오직 어떻게 만드는가에 신경을 쓸 뿐이다.

오래전부터 기술자들은 기술이 윤리적으로 중성이라고 생각했다. 인류 스스로를 파멸시킬 물건들 역시 만든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사용한 사람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최초로 핵을 이용한 대량 살상 무기가 만들어질 때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단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Oppenheimer는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 매력적인 기술이 눈에 띄면 우리는 일단 거기에 달려들어 일을 벌인다. 그 기술이 성공한 다음에야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따져본다. 원자폭탄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그 역시 시장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냈다. 마치 판도라가 금단의 상자를 열어 모든 죄악을 이 세상에 뿌리듯이 그도 스마트폰을 만들어 세상에 뿌림으로써 ‘생각 없음’을 인류에게 선물했다. (102p.)

사람들은 이것과 함께 일어나고 이것과 함께 잠이 든다. 지하철에서 책 보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생각이 사라지고 정보가 주가 되면서 오락과 채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사람들과의 연결은 혁명적으로 증진되었으나 앞에 마주 앉은 사람을 버려두고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서로를 모독한다. 사람들은 몰입을 잊어버렸다. 또한 사람들은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이 작은 기계에게 물어본다. 한 번 갔던 길을 다시 찾을 수 없고 노래 가사를 기억하지 못함으로써 시詩를 잊었다. 결국 메모리를 잊어버렸다.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생각하지 않는 죄’가 전염병처럼 범람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아이히만Karl Adolf Eichmann은 수많은 유대인을 죽였으나 특별한 악인도 악마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웃집 아저씨였을 뿐이다.(103p) ‘악의 평범성’, 그 원천은 바로 ‘생각하지 않는 죄’에서 온다. 시키는 일을 그저 따르는 자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갖지 않음으로써 주도적 삶도 사라진다.(104p)


--> ‘생각하지 않는 것’은 죄다. 생각하는 것을 멈추면 인간이 아니다. 질문하지 않는 죄, ‘왜’라고 묻지 않는 것은 나의 주체성이 없어진 남의 명령에 따라 사는 거다. 몸만 인간이지, 사유하지 않는 인간은 살아있는 시체다. 스마트폰이 모든 사람들에 손에 쥐어줌으로써 현대인들은 메모리를 잊어버렸다.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기억력을 상실했다. 기억력 상실증 환자들이다. 인간이 스마트폰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인간 기억력의 주도권을 스마트폰에게 모두 넘겨버렸다.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상상하는 능력도 잊어버렸다.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는 현대의 아이들. 세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하는 인간들,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주인이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길거리에서 영화관에서 같은 종인 인간보다는 기계인 스마트폰에게 이야기한다. 스마트폰에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한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알림소리는 일의 집중을 떨어뜨렸으며, 스마트폰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자는 왕따가 되었다. 스마트한 시대에 스마트한 인간이 스마트폰에 기억력의 능력을 이양함으로써 전혀 스마트하지 않는 인간으로 퇴화되어 가고 있다.


신문에서 읽은 내용 중요한 부분만 옮겨본다.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글을 읽다 보면 인간의 두뇌 회로 자체가 그쪽으로 길들여져 인지 능력과 종합적 사고 능력이 저하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기술전문가인 제이런 래니어 박사는 '픽셀읽기'는 인지 방식의 폭을 축소시켜 인간의 두뇌를 '모노 브레인mono brain'으로 만든다고 경고한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520649&ctg=20


남편에게 전화로 이 내용을 읽어주었다. 그는 여기에 덧붙여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었다. 네비게이션 나오기 이전에 운전할 때는 초행인 경우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서 운전을 했다. 그때는 한 번 다녀온 길은 모두 기억해서 두번째는 주위의 건물이나 나무를 보고 길을 찾았다. 그러나 네비게이션이 나온 이후 두 번째 가는 길도 초행인 것처럼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단다. 네비가 ‘인간이 두뇌 사용하는 걸 내버려둔다’ 해서 아마도 네비일거라고 했다.(^__^)


 다이달로스 역시 전형적인 장인이었다. 그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 오직 주문받은 것을 가장 잘 만들어내는 기예의 1인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가 아테나 여신의 저주를 받아 평생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벌을 받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왜라고 묻지 않은, 생각 없음이 만들어낸 죄’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조카를 질투하여 죽였다. 다이달로스가 기술에 있어 더 이상 자신을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자부심에 부풀어 있을 때 그의 누이가 페르딕스Perdix라는 자신의 아이를 다이달로스이제자로 들여보내 기술을 연마하게 했다. 페르딕스는 매우 뛰어난 젊은이였다. 그는 물고기의 척추 뼈를 보고 철편의 가장자리를 파내 톱을 만들었다. 또 두 개의 철편 한쪽을 못으로 연결하여 컴퍼스를 만들기도 했다.

속이 좁은 다이달로스는 조카의 재주를 시샘했다. 어느 날 그는 높은 탑 위에 조카와 함께 올라갔다가 뒤에서 조카를 밀어 떨어뜨렸다. 그러나 페르딕스의 재주를 사랑하고 다이달로스의 음험한 질투를 미워한 아테나 여신이 추락하는 페르딕스를 새로 변신시켜주었다. 그 새의 이름이 페르딕스다. 메추라기 과에 속하는 이 새는 이때의 두려움 때문에 높이 날지도 못하고 나뭇가지 위에 앉지도 않으며 그저 울타리 속에 집을 짓고는 몸을 움츠리고 살게 되었다.

이 사건 이후 다이달로스는 그 벌로 아테나 여신의 명대로 세상을 떠돌며 살게 되었다. 그리고 주인이 주문한 것들을 만들어주었다. (104p)

살던 곳을 떠나 크레타로 가서 왕비 파시파에를 위한 목우를 만들고 미노스의 명으로 미로를 지었으나 다시 쫒겨나 미노스의 추격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의 아들 이카로스의 추락사는 조카 페르딕스의 추락과 닮아 있다. 그는 ‘왜’라고 묻지 않은 벌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저지른 짓과 똑같은 방법으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잃고 말았다.

시인은 노래한다.

뛰어난 재주로 신의 사랑을 받았던 다이달로스,

‘정교한 손끝’으로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내는구나.

기예의 명성만 따랐던 그대,

조카를 높은 탑 위에서 밀어 오직 1인자가 되려 했던

검은 구름 같은 질투,

준 대로 받고, 뿌린 대로 거두는 것.

왕비가 부끄러운 죄를 짓도록 돕더니

마침내 아들을 조카처럼 죽이는구나.

생각 없음이여.

‘왜’라고 묻지 않는 기술은 생명을 거두는구나.(105p)


-->‘왜’냐고 질문하지 않는 것은 너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그 끝이 죽음이구나.

다이달로스: 다이(die)해도 돼, ‘왜why'냐고 질문하지 않고 라는 대로 만들어주니 

네 소중한 생명과 아들 이카로스의 목숨을 로스(loss)하지 않더냐.


이카로스:미 아비가 말했거늘. 스이를 날아 오를 때 태양 가까이 가면 네 날개가 타서 네 목숨이 로스(loss)해진다고.


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는 자기가 세운 일방적 기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억지로 꿰맞추고 재단하는 독선과 편견을 뜻하는 관용구가 되었다.

시인은 노래한다.

옛날 아테네의 강가에

사람을 죽이는 강도가 있어

침대 위에서 사람을 죽였지.

작은 사람은 침대만큼 늘여 죽이고

큰 사람은 침대에 맞게 잘라 죽였지.

아직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서

고정관념이라는 철제 침대에 맞춰 살고 있는 우리,

그대로 되먹여 치기를 당하듯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그대로 세상도 우리에게 보답하나니

자기 혁명은 현실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만 이루어지는 것. (123p)


--> 프로크루스테스: 프로네 사람죽이는 데는. 크루즈 타고 온 테세우스에게 당하니, 

                                네가 행 한 일은 침대 테두리에 맞지 않는다 하여 러리트가 되다니.


 시인은 노래한다.

미궁에서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버리고 떠나야 하네.

사랑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내,

만인이 환호하는 영웅이 되었으나

한 사람도 사랑할 수 없는 불임의 영웅.

아비를 배신하고 사랑을 선택한 여인,

잡아야 할 손은 자신의 손밖에 없는

그 손을 남몰래 놓아버리고

검은 돛을 단 채 제 아비를 죽이고 말았구나.

한 번 사랑한 것은 먼저 미워할 수 없으니 네 운명을 사랑하라. (127p)


-->아테네의 왕이자 테세우스의 아버지 아이게우스의 슬픈 운명이여.

아이~아이 ‘테세우스’가 살아올 날만을 기다리다가 검은 돛을 보고

~~게임에서 졌을 거라고 추측했네.

~~우울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졌네. 그 바다 이름은 에게 해.


 메데이아는 아주 유명한 다음의 시구로 자신의 갈등을 정리한다. 138p그것은 마음속에 깃든 악마의 분노였으며, 살인적인 증오였다.

“나의 분노는 나의 결심보다 강하다네.”

이 대사에 꼭 맞는 그림이 바로 들라크루아의 그림이다. 두 아이를 죽이기 위해 비수를 든 여인, 자신의 생을 지옥으로 몰아놓게 될 행위를 하기 직전의 여인, 사랑하는 것들을 죽여야 하는 그녀의 얼굴은 분노 너머의 절망과 허무를 담고 있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죽게 될 내 사랑들.” 아이들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어미의 모습. 그녀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보는 것은 처음 잘못된 사랑을 시작한 자신의 젊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리라. 왕이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불운한 남자를 사랑한 여인, 그리하여 왕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마지막 유혹에 져서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한 여인마저 배신한 남자에 대한 복수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여인.

메데이아가 더불어 사랑한 것은 그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의 ‘빛나는 시선’을 마주할 때는 마음이 뒤집어지곤 했었다. 품에 안고 있을 때도, 심지어 그 아이들을 죽일 때도 못 견디게 아이들을 사랑했다. 그러나 분노와 복수심이 사랑을 삼켜버렸다. 분노는 의지보다 강해 스스로 삭힐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이 뻗쳐 나갔다. (138p)


--> 남편의 배신에 대한 메데이아의 심정을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분노는 결심보다 강하고 사랑보다 강하다. 분노는 인간의 모든 이성을 마비시킨다. 불을 삼키듯이 인간 스스로를 삼켜버리며 파멸로 치닫게 한다. 불같이 일어나는 것 그것은 바로 화火다. 사랑이며 아이들을 분노로 태워 사랑을 죽이고 두 아들을 죽인다.


 우리는 그 악마적 힘에 대항할 수 없으며, 그 힘이 우리를 철저하게 파괴한다. 메데이아가 복수에 성공하는 순간, 바로 그 승리의 순간에 그녀는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다. 악마가 영혼을 쥐고 흔든다. 상황은 끝났다.

에우리피데스는 스스로 불행을 만들어간 두 남녀의 싸움을 이렇게 종결지었다.


이아손: 인간의 여자가 아닌 암표범, 꺼져버려라. 자식을 죽인 피에 젖은, 비열한 인간아, 나는 애 운명을 혼자 슬퍼할 뿐이니.

메데이아: 나에게 어떤 은혜를 입었는지. 그 갚음으로 당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제우스께 서 모르실까. 나와의 인연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나를 조롱거리고 만들고는 자기 는 즐거운 생활로 보내려 들다니……. 암표범? 날 마음대로 불러요. 당신을 마 음껏 때려 부숴놓았으니.

이아손: 그렇게 말하는 그대 또한 슬프고 불행하리니.

메데이아: 기꺼이 괴로워하겠어요. 당신에게 조롱만 받지 않는다면,

이아손: 아아, 내 아이들아, 어찌 이런 혹독한 어미를 만났느냐.

메데이아: 아비의 죄로 죽음을 당한 거예요. 이 애들은.

(메데이아의 수레가 천천히 움직인다. 둘은 서로를 저주하며 헤어진다)

이아손: 이 천하에 고약한 계집.

메데이아: 집에 가서 새 아내나 묻어주시지.

이아손: 두 아이를 잃은 몸...

메데이아: 진정한 슬픔은 늙어서야 뼈에 사무칠걸,

이아손: 아아, 소중한 내 자식들아.

메데이아: 소중히 여긴 것은 나예요.

이아손: 그렇다면 왜 죽였단 말인가?

메데이아: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

이아손: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부드러운 살을 만지게 해주오.

메데이아: 안돼요. 사정해도 소용없어. (139P)


악독한 짓을 한 메데이아는 아이들의 시신을 태운 채 신비한 헬리오스의 마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 도망쳤다. <메데이아, 또는 악녀들을 위한 변명Medea, Stimmen>을 쓴 독일의 작가 크리스타 볼프Christa Wolf는메데이아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악녀, 용서받지 못할 독부, 반이성적인 살해자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행도하는 자유인, 꼿꼿한 인간,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여인, 신통력을 가진 선지자로 말이다. 그녀는 이방인이었지만 귀부인처럼 꼿꼿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선각자였고 예지자였으므로 자신의 무서운 미래가 먹구름으로 다가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140p)


--> 남성의 시각에서 본 역사가 그의 역사 his + story , 즉 history이다. 그리스 시대에는 여성의 지위가 자유인인 남성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노예와 같은 등급이었다. 신화에 남성이 질투한 예보다는 여자가 질투해서 살인한 경우가 더 많다. 메데이아는 자신의 두 아이들이 이방인들에게 살해되는 것보다는 자신이 죽여야 하는 고통을 담고 있다. 아비 테세우스의 이기심과 탐욕이 아이들을 죽게 만들었으며 메데이아를 배신했다.


 선불교의 스승 육조 혜능은 그리하여 기가 막힌 명언 하나를 남겨 두었다.

“우리의 순수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 속에 있다.”

시인은 노래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세상을 가져야 해.

부모의 세상은 너무 좁아.

황금 마차를 타고 불행을 찾아 아버지를 떠나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새로운 세상을 언약하지.

오직 사랑과 신뢰만으로,

사랑의 배신은 그러나

불같은 여인을 냉혹한 마녀로 만들고 말지.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어

그를 찌른 칼이 다시 나를 찌르게 되지.

그의 심장을 찌를 수만 있다면 나의 심장쯤이야, 오 달콤한 죄악.(143p)


-->메데이아는 남편 이아손이 자신의 세상이었다. 타인이 나의 세상이 될 수 없다.

타인의 성취가 나의 세상이 되었을 때, 나의 방은 타인으로 채워진다. 남편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고, 아이가 공부 잘해서 성공하는 것도 나의 성공으로 한다면, 도대체 내가 이룬 나의 세상은 무엇인가. 남들이 보기에 내가 이룬 것이 보잘 것 없을지라도, 자신의 방에서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 타인의 크나큰 성취보다 낫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메데이아에게 말하고 싶다. 사랑은 늘 변하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라는 그 말만 변하지 않는 진리이고, 다른 모든 것은 변하지. 자연이 사시사철 변하듯이,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거늘 어찌 사랑이 변하지 않으랴.


 시인 핀다로스Pindaros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스클레피오스 죽음을 애도했다.

“아, 나의 영혼이여, 불멸의 삶을 갈구하지 마라. 그 대신 너에게 주어진 운명에 지치도록 탐닉하라. 어찌하여 불가능한 일을 탐하는가? 발 앞에 일을 직시하라. 앞에 놓인 인간의 운명, 죽어야 할 우리의 조건을 잊지 마라.”(149p)


--> 죽어야 할 인간을 살려놓는 것은 자신의 목숨으로 대신해야 할 운명을 알고 있었겠지.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죽음은 필멸의 운명인 것을 어찌 자연의 흐름을 거스려는가. 죽음이 있기에 살아있는 순간이 아름답고 빛나는 것을.


 코로니스의 부정을 보고 고자질을 하고 큰 상을 기다리던 충실한 큰 까마귀는 아폴론의 저주를 받았다.

시인은 이 까마귀를 비웃어 노래한다.

사랑을 하면 배신을 하지 말고

비밀을 보았거든 입을 덮어 바위가 되라.

비밀이 자라 곧 피처럼 붉은 불행이 되리니

그 비밀에서 멀리 도망쳐라.

숨겨둔 어두운 곳은 언젠가 밝은 곳이 되는 법.

결코 불행을 전하는 전령이 되지 말지니.

사랑할수록 미움도 크고

복수가 지나칠수록 후회도 크니

언젠가 분노 속에서 저지른 일을 뉘우칠 때

그 일을 전한 자를 가장 미워하리라. (151p)


--> 남의 비밀을 퍼뜨리는 자는 그 비밀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특히 그사람에게 치명적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말을 할 때는 경계해야 할 네 가지가 있다. 내가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지 않거나 해를 가하게 하는 말은 정말 삼가야 한다.

<조선 지식인의 말하기 노트 중에서 인용>

첫째는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기 위한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다른 사람을 헐뜯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는 진실이 아닌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는 바르지 못한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 아래 시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돌려진 영광의 노래다.

고통을 없애주는 상냥한 장인,

지독한 아픔을 덜어주는 이,

건강을 되찾아 주는 기쁨의 원천. (153p)


--> 아파본 사람은 알 것이다. 건강이 얼마나 삶의 축복인지를. 건강한 몸 안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육체와 정신이 균형을 유지하는 삶은 웃음짓게 한다.


 뱀은 재생과 불멸의 상징성을 갖는 동물이다. 매년 커지기 위해 허물을 벗어야 하고, 허물은 과거의 것이니 허물을 벗는 행위는 해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상징이다. 또한 뱀은 자신의 꼬리를 물면 원이 된다. 원은 돌고 돌아 끊이지 않는다. 즉 영운이다. 아직도 우리는 구급차에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이를 감싸고 있는 뱀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과 문명의 상징체계 속에서 면면히 이어진다.

시인은 의신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노래한다.


아쉽구나, 신의 분노 속에서 태어나고

다시 신의 분노로 운명을 다하는구나.

현실을 아는 자들은 신이 그에게 허락한 것을 즐길줄 알고,

그 천직의 즐거움이 삶임을 믿는다.

일 외에 다른 더 큰 즐거움이 없을 때

일은 놀이가 되나니.

운명을 따르라. 투덜거리지 마라.

그러나 높은 하늘을 지나는 바람은 수시로 그 행로를 바꾸니

무엇이 운명인 줄 어찌 알겠는가.

다만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릴뿐. (154p)


 시인은 마음을 다 털어내지 못하여 다시 노래한다.

자신의 일을 하다 죽기 바라네

태어난 운명대로 길을 가고

그 길 위에서 늙으리니.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천직이니

천직을 다한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되나니.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그만두고,

평생 가야 할 길로 들어선 자는

황금의 시기를 맞이하리니

그들에게 퇴직은 없다.

죽음이 바로 퇴직이므로. (154p)


--> 자유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간다는 것, 자신에게 부여된 재능과 소명 그리고 욕망을 아는 것, 그 욕망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 하고 싶은 일도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깊은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욕망, 그것은 조금씩 매일 할 수 있을 때 서서히 이루어진다.


 아폴론은 변해가는 다프네를 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슬피 말했다.

“그대는 이제 나의 아내가 될 수는 없으니 나의 나무가 되게 하리라. 그대를 나의 왕관으로 쓰리라. 그대를 가지고 나의 리라와 화살통을 장식하리라. 위대한 정복자들이 개선할 때 그 머리 위에 그대의 잎으로 엮은 승리의 관을 쓰게 하리라. 나는 영원한 청년이니 그대 또한 영원한 상록수가 되게 하리라. 그리하여 그대의 잎이 시들어 떨어지지 않게 하리라.”(160p)


--> 중학교 역사시간에 월계관이 올림픽 승리자에게 주는 것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었다. 사물에 대한 기원을 알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든 사물에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아폴론은 그리스인들에게 가장 널리 숭상된 영향력 있는 신이었다. 그들은 아폴론을 사랑하여 포이보스phoebos라고 부르기도 했다. ‘밝다’ 또는 ‘순수함’라는 뜻이다. 오직 제우스와 레토만이 태양신 아폴론의 존재를 견딜 수 있었다. 그에 대한 두려움과 그의 권위는 그가 가지고 다니는 활로 나타났고, 그의 부드러움은 리라로 표현되었다. 그가 음악과 시와 의술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세 가지 기능의 불가분성 때문인 것 같다. 시인이자 의사인 존 암스트롱은 이 연결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음악은 온갖 기쁨을 드높이고 모든 슬픔을 진무한다. 모든 병을 몰아내고 고통을 어루만져주니, 예부터 고대의 현자들은 의술과 음악과 시가를 떼놓지 못하고 함께 숭상했다.”(161p)


--> 아폴론은 약의 신이며, 약의 효능을 알고 있다. 음악과 시는 인간들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마음을 위로해주고 상처를 낫게 하는 것, 마음에 약초를 발라주는 행위가 바로 의술이다. 병이 생긴 원인은 알지 못한 채, 현상에만 집착하다 보면, 제대로된 치료를 할 수 없다. 본질을 알고 현상을 치료하는 것, 상처난 마음에 음악과 시로 치료하고, 약을 발라주는 것이 진정한 의술행위다.


 ‘미네르바(아테네)의 부엉이‘ 라는 말은 헤겔Georg Wilhelm Friendrich Hegel이 <법철학> 서문에서 한 말, 즉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서야 그 첫 날개를 편다”라는 말에 의해 유명해졌다. 무슨 뜻일까? 이 문장에 이어지는 <법철학> 서문의 문맥을더 살펴보도록 하자.

철학은 늘 너무 늦게 도착한다. 철학은 세계의 사상인 이성(절대정신)이 그 형성과정을 끝내고 난 뒤에 비로소 철학의 시간 속에 나타난다……. 철학이 회색에 다시 회색을 덧칠할 때 삶은 이미 늙어버린 모습이 되어 있다. 잿빛에 잿빛을 덧칠하면 그 삶의 모습은 젊음을 다시 찾지 못하고 단지 인식될 뿐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서야 그 첫 날개를 편다.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다. 그러나 헤겔에게 철학은 앞날을 예측하게 하는 새벽의 학문이 아니다. 이미 이루어진 역사적 조건 아래서 비로소 그 뜻이 분명해지는 저녁의 학문이다. 자유는 모든 것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며, 진리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사물을 파악하는 사유다. (164p)

국가의 권유나 종교적 도그마에 얽매인 사유로는 진리에 접근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규정된 사유는 자유로운 사유가 아니가 때문에 진리가 아니다. 진리란 무지와 몽매와 왜곡과 편견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지혜는 우리를 묶어두는 역사적 조건이 사라진 다음에야 찾아온다. 철학은 이미 일어난 일을 해석하여 지혜를 얻은 것이므로 발걸음이 늦을 수밖에 없다. 대략 이런 뜻이 아닐까? 그러나 헤겔은 오독誤讀의 철학자다. 어렵고 모호하고 희미하다. 그래서 영어에서 ‘sound like Hegel'이라고 말하면, ’얘 또 뭔 소리를 하는겨?‘ 라는 뜻이 된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가보자. 미네르바의 부엉이에 맞서는 개념이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의 ‘갈리아의 수탉’이다. 서양인들은 갈리아 지역(지금의 프랑스)이 닭의 원산지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닭을 ‘갈리아의 새’라고 불렀다. 갈리아인들은 고대부터 수탉을 새벽의 새로 신성시했다. 수탉은 갈리아의 신으로 숭상되기도 하고 갈리아 군대의 기당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를 상징하는 동물도 수탉이다.

‘갈리아의 수탉’은 마르크스가 헤겔은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낸 맞불 개념인데, 수탉은 아침에 울어 세상을 깨운다. 철학은 새벽의 학문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것들에 앞서 그것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 현실이 다 지나간 다음에야 따라오는 늙은이의 지혜가 아니라 실천과 행동에 의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유명한<(포이어 바흐에 관한 테제> 속에서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상을 해석만 해왔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철학자의 사명은 현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혁명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역시 갈리아의 수탉이 등장하는 전후 문맥으로 살펴보자. (165p)


종교적 비참은 현실적 비참의 표현이자 현실적 비참에 대한 항의다. 종교는 곤궁한 피조물의 한숨이며, 무정한 세계의 감정이며, 또 정신없는 상태의 정신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철학이 프롤레타리아트 속에서 그 물질적 무기를 발견하듯이 프롤레타리아트는 철학 속에서 그 정신적 무기를 발견한다……. 모든 내적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독일 부활의 날은 ‘갈리아의 수탉’의 울음소리에 의해 고지될 것이다.(166p)


--> 철학은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지나간 과거만을 가지고 이야기 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 운명은 이미 이루어졌다는 것을 오이디푸스도 그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도 알지 못했다. 시인은 노래한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운명을 따를 것이니

단지 성패를 아직 모를 뿐

오만한 자들은

스스로 승리를 쟁취했다 여기겠지

승리와 패배 모두 미리 예견된 것.

어려움이 닥치면 무너지지 마라.

환희가 가득한 기쁨 앞에서도 자만하지 마라.

인간이 해야 할 몫이 있고

하늘이 정해준 길이 있으니

오직 땅에 발을 댄 겸허함으로 온 힘을 다할 뿐. (165p)


--> 이미 정해진 운명의 수레바퀴를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겸허함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 오이디푸스는 미약한 존재로서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우주가 전하는 부름을 받고 가장 불운한 삶의 길을 견뎌갔다. 그리고 그는 오히려 거기서 더 나아간다. 그는 이 불행에 협력하여, 스스로 두 눈을 찌르고 고국에서 추방당함으로써 그 불행을 정점까지 끌어올렸던 것이다. 불행의 절대적 의미를 완성했던 것이다. 더 이상 그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게 되자 그를 그렇게 몰아 세웠던 운명의 수레바퀴는 멈춰 섰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그 너머로 들어선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신을 느끼게 되면서 비로소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시체는 아테네와 그리스 전체를 수호하는 성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이제 한 인간이 기나긴 고난을 지나온 후 자신의 지독한 운명을 용서하고 화해하게 되었다.

시인은 노래한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에 무지한 것,

아무것도 모른 채 예까지 왔구나.

신은 참혹한 덫으로 먼저 그를 파멸시키고

그 다음 다시 일으키니

그의 죽음은 삶의 투쟁 끝에 찾아온 평화.

누구보다도 불행과 더불어 살았던 자,

이제 두려움에서 해방되나니

많은 불행을 겪은 또 하나의 영웅,

불행한 손으로 또 하나의 불행한 손을 이끌리니

비천한 삶이 주는 고통이 운명과 화해하게 하리라. (179p)


--> 자신의 불행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니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바닥을 쳐본 사람은 그 바닥을 느낀다. 끝없는 심연의 끝에 닿아보면 올라 올수 밖에 없다.


 안티고네는 외삼촌 앞에서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변호했다. ‘글자로 쓰이지는 않았으나 영원한 법, 양심을 지배하는 법, 편협한 왕이 제멋대로 정한 법보다 더 높고 고귀한 신의 법’에 복종했노라고 항변한다.(183p)


--> 인간이 정한 법보다 우선한 것은 바로 ‘양심의 법’이다. 현실의 법에 얽매이지 않고 한 핏줄로 태어난 형제의 장례를 치르는 일. 

그 일이 비록 그녀 자신의 목숨이 달린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행하는 용기가 있다. 나는 그녀에게서 배운다. 

마음의 소리에 따라 사는 삶은 자유로움을 준다는 것을.


~~크나큰 죽음의 그림자가 덮치리니

~~네(레) 주위의 모든 이들이

~~온전히 죽음으로 너에게 항거하리니.


 안티고테는 비유컨대 구부러지지 않고 곧게 뻗은 길이다. 다시 말해 그녀는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녀의 판단이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뜻을 굽히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충절이 대단하다. 이 충절을 굽히게 되면 그녀의 세상은 단번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에게 사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말로만 하는 사랑을 증오한다. 안티고네는 오직 하나의 사랑, 여기서는 오빠 폴리네이케스에게 모든 것을 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다. ‘전부를 바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184p)


-->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안티고네였다. 나의 신념에 따라 모든 것을 걸수 있는지 자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 자신의 본성을 깨우는 것. 그 본성에 따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고 싶다.


 안티고네에게는 하나의 패밖에 없다. 그녀는 유일한 패에 전부를 건다. 안티고네는 그런 면에서 자신에 대한 광신자다. 자신의 믿음에 절대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비타협과 불관용이 필수적이고 또한 효과적이다. 물러서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고귀함은 배타적이다. 안티고네의 고귀함은 고독을 감수해야 한다. 동굴에 갇힌 그녀는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이제 자살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목을 매면서 그녀의 삶은 끝났다. 안티고네라는 영웅은 한계에 다다르고 벽에 부딪쳐 추락한다. 이것이 바로 비극의 핵심이다.(185p)


--> ~~안타깝구나,

~~티내게 아버지 따라 고생하더니, 죽음의 문턱에서도

~~고뇌하면서 선택한 것은 결국

~~네 스스로 목숨을 끊었구나.

 

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대표적인 고대 그리스 비극으로 가장 오래된 이야기들 중 하나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가르침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여기서 그리스인들에게 비극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비극이란 주인공의 극적인 투쟁을 담고 있다. 투쟁을 통해 인간 본성이 지닌 힘을 확장하여 한계의 벽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므로 모든 비극은 평범한 인간을 영웅으로 끌어올리는 투쟁과 모험을 담고 있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시속 3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카레이서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궤도를 탄환처럼 달린다. 그리고 벽에 부딪혀 충돌하고 파멸한다. 그 벽 너머에는 인간 세상이 아닌 신의 영역이 존재한다.

신은 인간이 자신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리스 신들은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그리스 비극의 위대함은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용기와 믿음으로 스스로를 넘어섬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저 멀리 밀어낸 사람들의 추락과 파멸을 다룬다.(185P)


-->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밑도 끝도 밀어닥치는 불행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이는 용기로 끝없이 질주하고 충돌하고 파멸한다. 삶의 태도를 배우게 한다. 조금 힘들다고 조금 어렵다고 놓아버리고, 반복으로 좋은 습관을 형성하지 못한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한다. 위대한 것을 하려는 게 아니라, 삶에서 조그만 좋은 습관들이 모여 위대한 삶을 이루거늘. 어찌 조그만 좋은 습관을 들이려는 의지가 없이 삶이 바뀌겠느냐?


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평은 바로 이런 영웅들의 부딪힘에 의해 알려진다. 어느 영웅이 넓혀놓은 경계는 다른 영웅이 나타남으로써 다시 조금 더 확장된다. 모든 영웅의 공통점은 그때까지 알려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척후병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의 변방을 넓혀왔다. 끝까지 간 사람들, 그들이 영웅들이다. 그들은 원래 평범했으나 삶을 통해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간다. 그러므로 물로는 비극을 쓸 수 없다. 비극은 눈물과 피로 쓰일 수밖에 없다.

안티고네의 죽음은 그것으로 끝나 잊히는 그런 죽음이 아니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은 두 개의 법이 부딪히고 두 개의 가치가 부딪히고 두 개의 문화가 부딪히고 두 개의 종교가 부딪힐 때마다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투쟁의 이야기다. 고대의 이야기 하나가 오늘날까지도 깊은 감흥과 사라지지 않는 숨결로 우리에게 속삭이는 이유는 그것이 먼지 낀 과거로 죽어버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극은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극은 끝나는 법이 없다. 비극이 태어나게 된 조건들이 존재하는 한 비극은 오늘을 사는 인간들에게도 여전히 열려 있다. 열려 있는 그 문은 인간의 미래를 향한다.(186p)


--> 인간사회는 갈등과 대립의 역사다. 개인의 갈등이 사회로 확장되고 그 갈등이 사회와 사회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다섯 번의 행복한 기억보다 한 번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이 어쩌면 비극이 슬프고 깊이 각인되기 때문일 것이다. 비극의 슬픔이 있기에 희극의 기쁨을 더 갈망하는 것이다.


 가해자와 희생자가 너무나도 흡사한 인물들이라는 것은 아테나와 메두사의 관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스인 이야기Civilisation Grecque>를 쓴, 매우 특별한 경력의 문학가인 앙드레 보나르는 이 두 사람을 “닮은꼴 성격, 상반된 영혼”이라고 표현한다. 기질과 성격은 판박이지만 지향점은 서로 반대라는 것이다. 굽힐 줄 모르고, 강인하고, 잔인할 만큼 지독하고,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타협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은 자신에 충성하는 광신자들이다. (188p)

 진정한 핵심은 원칙의 우열과 옳고 그름이 아니라 개성이 강하고 다르게 생긴 인간들의 갈등, 바로 그 개인들의 작렬하는 갈등인 것이다. 바로 이때 두 사람의 갈등은 시공을 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가 매일 여기저기서 겪는 오늘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안티고네는 “나는 증오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나누어 갖기 위해 태어난”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그녀의 마음은 비옥하다. 사랑은 그녀의 천성이고 황홀함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신들의 법칙이란 오늘 만들어진 것도 어제 만들어진 것도 아니야. 언제나 그렇게 있어왔지……. 내가 때 이른 죽음을 맞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알 수 있어. 그 죽음이 나에게는 좋은 일이라는 것을……. 죽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고통일 뿐이야. 내 어머니의 아들을 무덤도 없이 버려두는 것이 고통이지. 그게 바로 불행이지.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아.” (189p)


--> 안티고네는 ‘마음이 시키는 삶’을 살다가 간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지만, 자신의 양심을 걸고 신념을 지키면서 죽는 것을 택했다.


 열정과 몰입 그리고 실전이 6주에 하나씩 언어를 익히는 비결이었다. (201p)


--> 내가 좋아하는 단어다.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면서 실천해가는 삶으로 매 순간 가슴뛰는 삶을 살고자 한다.


 하인리히 슐리만은 몽상가였고 이상주의자였다. 그러나 그는 확신에 찬 이상주의자였으며 실천하는 몽상가였다. 그는 자신이 “고전의 대지 위가 아니면 어디에도 살지 못할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었다. (202p)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면서 스스로 운명을 결정한다. 

결정한 운명을 믿고 평생을 올인하는 삶은 그 만의 역사를 써나가고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간다.


 헬레네의 아름다움은 ‘1000척의 배를 띄우고 10만 명의 병사를 동원할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비유된다.(213p)


-->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워야 1000척의 배를 띄우고 10만 명이 병사를 동원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헬레나는 미모도 미모지만 말을 잘하는 스토리 텔러였던 거야. 화술이 뛰어나서 그녀와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모두 설득 당했던 걸꺼야. 여자 나이 마흔이면 미모의 평준화라고 하지 않던가. 남자들이 말하는 “그애 예뻐”라는 말속에는 A-age, B-background, C-career, D- degree, E-economic state, F-free or not ...등등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지 않던가.


--> 아가멤논은 예언자 칼카스가 전하는 부조리한 신탁 자체에 대항하지 못하고 의무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에 지고 말았다. 부조리한 신탁을 거부해야 할 곳에서 이를 할 수 없이 받아들이고, 딸을 지키기 위해 당당해야 할 것에서 사령관의 명예와 의무 속으로 숨어버렸다. 자신이 만들어낸 난폭하고 비정한 상황을 받아들임으로써 부조리에 복종해버렸다. 부조리에 맞서는 대신 애원하는 두 여자,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이피게네이아의 간청에 꼿꼿이 맞서 ‘꼭 필요한 전쟁’이라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했다. 명예를 존중하나 사랑을 저버렸고, 왕의 체면을 지키느라 진실을 버렸다. 그리고 그 비정함을 왕의 용기로 포장했다.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영웅은 영웅이 아니라 한낱 비겁자에 불과할 뿐인데, 그는 비겁한 길을 선택했다. (215p)


-->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자신의 합리화에 능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의 삶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다.


 하늘에 묻는 행위, 이것이 바로 고대인들에게는 신전에서 신탁을 듣는 것이었다. 우리의 내면은 여전히 원시의 목소리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덮여 있다. ( 224p)


--> 나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인디언의 지혜를 되새긴다.

‘ 마음이 안내하는 소리에 귀기울이고, 그 소리를 따르라. 여러 가지 형태로 찾아오는 해답에 마음을 열어 두라. 해답은 기도를 통해, 꿈을 통해, 또는 홀로 고요히 있는 시간을 통해서도 올 수 있다.


 젊은 아킬레우스가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배움을 준 스승은 켄타우로스인 케이론이다. 그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의술을 가르쳐준 현명한 인물이다. 케이론은 아킬레우스에게 사냥하는 법과 말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또 노래와 리라 연주도 가르쳐 주었다. 더불어 세속적인 부에 대한 경멸, 거짓에 대한 혐오, 정념과 고통에 대한 절제 등 고대의 미덕들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의 육체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케이론은 그에게 용맹을 심어주기 위해 사자와 멧돼지의 내장을 먹였고, 온화함을 키워주기 위해 꿀을 먹였고, 설득력을 키워주기 위해 곰의 골수를 먹였다.( 243p)

 <아킬레우스>에 관해 시인은 노래한다.

햇빛이 꽝꽝 쏟아지는 날

전장에 서면 마주 봐야 하는 것은

무찔러야 할 적군보다 내 속의 두려움.

남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징그러운 대국

고함을 지르고 악을 써서 잊으려 하네.

인간이 모여 할 수 있는 일이 전쟁만은 아닌데

서로가 죽이고 죽어

죽어가는 적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는구나.

통곡하는 이유는 적을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도 아닌

전장으로 자신을 데려온 어리석음 때문. ( 245p)


-->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고대부터 내려오는 인디안들 조상들의 지혜다. 나 아닌 남을 아프게 하면, 그 아픔은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몇 배로 돌아온다. 내가 남에게 친절을 베풀면 그 친절 또한 나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이다. 두려움은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자신 속에 살고 있는 두려움이 자신을 집어 삼킨다.


 <아킬레우스 죽음>에 오이노네가 울부짖는 것을 보고 시인은 노래한다.

경계하라 여인들이여,

멋진 옷을 입고 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를.

사랑의 여신이 그대 손을 이끌어 그에게 데려간 듯하지만

사랑밖에 몰라 사랑을 선택한 남자는

새 여인에게 가기 위해 옛 여인을 배신한다는 것을.

사랑을 위해 부도 힘도 택하지 않았기에

그 선택이 가슴을 울려 따라나섰건만

밤새 술병 속에서 쏟아지는 것은 별이었건만

아침에 발견한 것은 들판 이슬 속의 나.

사랑의 단명함이여, 필멸의 인간의 불멸의 꿈이여. (250p)


-->사랑밖에 몰라 사랑을 선택한 남자는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난다는 것이 그 속성이 맞나보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 보면 사랑에 대한 스토리가 거의 위 시와 비슷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사랑밖에 모르는 남자는 조심해야 하나(?)


 이야기는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게 보복하는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에게로 넘어가게 되었다. 시인은 노래한다.

하고 싶기만 하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니지 못한 자,

운명에 쉽게 굴복하면서

그 두려움에 대한 항복을 용기라 부르는 자,

비겁한 자는 자신의 왕이 되지 못하는 법

속으로는 떨면서 부러질 듯

단호한 자는 어리석으니

어리석은 자의 집착만 한 재앙은 없다.

속은 기둥처럼 강하고

같은 머릿결같이 부드러운 사람만이

남과 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나니

무덤까지 존경이 따라가리라. ( 280p.)


 남편에게 복수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악몽으로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시인은 노래한다.

마음을 어둡게 가지면

싸움이 싸움을 낳고

당하지 않아도 될 불행을 당하는 법

끝없이 슬퍼하고

언제까지나 괴로움이 그칠 날이 없구나.

긴 머리털을 잘라 아버지의 무덤에 바치고

술을 부어 떠나간 영혼이 쉬기를 바란다.

피의 앙갚음을 하는 자가 없다면

부끄러움도,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없으리니

마음을 괴롭혀 불행에 불행을 더하는구나. ( 288p)


-->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의 양심을 속일 수가 없다. 남편 아가멤논을 죽인 죄책감이 그녀를 괴롭힌다. 신문에 어느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죄를 짓고 도망 다닌 자는, 감옥에 있는 괴로움보다 심적인 괴로움과 스트레스로 자살한 경우가 있다’고,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자신 스스로가 마음의 벌을 가하고 있다.


 아테나가 복수의 여신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별도로 평화롭게 거주할 수 있는 땅을 떼어주고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경배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는 저주 대신 자비와 축복을 내리는 권한을 가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대지로부터의 은총과 더불어 하늘로부터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게 하고 가축들의 풍요로움이 항상 찾아오게 하여 인간을 편안하게 하고, 불경한 자들을 징벌하고 모든 옳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축복을 맡게 했다.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는 이것을 받아들였다. 그 후부터 이들은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라는 이름 대신 자비의 여신 에우메니데스라고 불리게 되었다. 나중에 오이디푸스는 이들이 사는 콜로노스의 숲에 이르러 그 동안의 모든 고행을 끝내고 이들의 축복을 얻게 된다.(293p.)


--> 저주가 축복이 되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 어머니를 죽인 오르스테스에 관해 시인은 노래한다.

신은 용서했으나

스스로는 용서할 수 없구나.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양심은 잠을 이루지 못하니

오직 스스로의 땀으로만 씻어낼 수 있으리라.

요행이 없는 고행의 길을 걸어라.

비극이 시작된 곳으로 달려가라.

아비가 딸을 죽이자 원한에 찬 어미가 아비를 죽이고

다시 아들이 어미를 죽여 아비의 원수를 갚으니

첫 원한의 매듭을 풀어라.

보복은 끝이 없고, 결국 가장 사랑하는 것을 죽이게 되나니, 바로 나. ( 298p)


-->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죽일 만큼 미워도 어머니를 죽여야 했던 심정이 오죽 했으랴.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또 아들이 어머니를 죽이는 이 무슨 비극이란 말인가.


 <펠레로페이아>가 남편 오디세우스에 대한 일편단심에 대해 시인은 노래한다.

사람은 죽어도 죽지 않아

오직 마음에서 잊힐 때 죽게 되지.

누군가에 대한 사랑은

그 사랑을 품은 사람이 살아 있는 한,

살아 있는 것이니 10년 20년 동안, 어쩌면 더 오래.

무엇이 돌아오지 않는 그리운 것을

오늘도 기다리게 하는가?

바로 어제까지 기다린 그 기다림 때문이지.

하루하루 쌓여 100일이 되고 1000일이 되어

이제 강물 같은 그 기다림을 그칠 수 없게 되었네.

기다림이 새로운 하루가 되어 그것 없이 살 수 없게 되었으니. (310p)


--> 병든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병든 것은 내 몸 하나 추스르면 되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것은 내가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군가가 죽는 다는 것은 물리적인 죽음이다. 하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잊혀지면,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 가슴속에 살아 있지 않으면 그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기억 속에 잊혀 진다는 것,마음속에 살아 있지 못하는 것은, 그 마음속에 존재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 오디세우스에 대해 시인은 노래한다.

승리자에게 승리가 없는 전쟁,

몸은 가족을 떠나 진흙 위를 구르고

정신은 사람을 죽여 포악한 짐승이 되었구나.

그대로는 부드러운 아내 곁에서 사랑을 즐길 수 없어

돌아가는 길, 푸른 바닷물로 참혹한 전쟁의 마음을 씻어야지.

신들은 물을 휘몰아쳐 고초를 겪게 하여

전쟁이라는 어리석음을 자초한 자들에게

전쟁이 평화가 아님을, 승리가 곧 패배임을,

창끝으로 죽인 자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게 하네.

그리하여 알게 되지, 남에게 한 짓이 곧 내게 한 짓임을. (316p)


--> 전쟁에서는 승리자가 없다는 말이 있다. 서로를 죽이고 죽인 창끝이 내게로 다시 오나니.


가야 할 길이라면 두렵지만 가야 하고 고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거부하지 않으리라(331p)


--> 두렵다고 피한다고 해결될 일은 없다. 삶에서 문제를 직면하는 것만이 문제를 가장 쉽게 잘 해결할 수 있다. 두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그 두려움속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 세상을 떠나 죽은 자들의 통치자가 되느니 차라리 이승에서 재산도 없고 가난한 머슴이 되는 것이 더 좋겠다.(334p)


--> 옛 말에 ‘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기억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것에 대한 동경, 살아있음에 대한 축복을 알 수 있다.


 시시포스는 “천천히 흐르는 강물과 별빛이 되비치는 바다와 금수 초목을 안아 기르는 산과 날마다 새롭게 웃는 대지”속에서 삶의 기쁨을 누렸다.

시시포스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날마다 굴려야 하는 형벌에 처해졌다. 그리하여 그는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이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아직도 영원히 바위를 밀어올리고 있다.

호메로스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는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했지만 신들이 보기에는 입이 싸고 교활하며 신들을 우습게 여기는 심히 마뜩잖은 인간이었다. 그래서 가장 무서운 형벌을 받은 것이다. ‘무익하고 희망 없는 일의 반복’ 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고 생각한 신들의 생각은 일리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시인은 노래한다.

조심하라, 신은 영리한 인간을 좋아하지 않아.

경솔하구나, 신인 듯 부귀와 권세를 누리는 자들.

모든 것을 용서하는 신들도 불경은 기필코 응징하나니

물이 출렁거려도 마실 수 없고 과일이 주렁거려도 딸 수 없으리.

가장 많이 가진 것 때문에 괴로워하게 되리니, 신의 것을 훔치지 마라.

날마다 같은 일을 땀 흘려 반복하는 것은

아직도 직장인들이 매일 하는 바로 그 일.

수없이 기를 써 올리지만 수없이 다시 굴러 떨어지는 저놈의 바위.

언제는 일이 그친 것을 보았느냐.

세월이 얼굴에 깊은 고랑을 파고, 무의미를 반복하다 쓰러지는구나, 우리는. (339p)


--> ‘무익하고 희망 없는 일의 반복’이 일상을 아무런 희망이나 기대없이 살아간다면 숨막힐것이다. 일하는 기계와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 있고, 생각을 실천할 수 있고, 실천하면서 발전하고 변화되면서 진화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지 못하면 살아있는 의미가 있겠는가.


 <오디세우스>에 대해 시인은 노래한다.

젊음의 10년은 전쟁터에서 살았고

또 10년은 불운의 풍랑을 헤치며 살아왔다.

마지막 가장 위험한 고향에서 맨손으로 일어서니

비로소 한 사내는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머리와 어깨는 위엄과 젊음으로 오히려 10년 전보다 더욱 빛나니.

우리도 그렇게 젊은 날들은 공을 세우기 위해 전쟁처럼 바삐 살고

또 그만큼은 칼립소에게 억류되어 날마다 바다를 보고

한숨을 쉬듯 매너리즘에 젖어 산다.

그러나 인생은 모험, 날마다 새로운 파도와 겨뤄야 하니

알게 되라라, 삶은 이타카를 향하는 도중(途中)에 있음을. (356p)


--> 삶은 목표를 향해 가는 길 위에 있다. 목표를 향해 가는 길 위에서 겪는 체험이 나를 성장하게 하고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성찰하게 한다.

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들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과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들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들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 그들이 세운 제국 로마가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번영을 누리고 오늘날까지 그 위대함이 바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 368p)


--> 로마인을 묘사하는 대목이다. 외워두고 싶은 구절이다.


 문학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입을 빌려 폴릭세네의 죽음을 이렇게 묘사했다.

병사들이 그녀를 끌고 갔으나 그녀는 당당했다. 그녀는 칼을 배든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옷을 찢어 가슴을 드러내 보이며 말했다.

“빨리 나를 찔러 내 고귀한 피를 보아라. 이것이 내 가슴이다. 이곳을 찌르고 싶다면 찔러라. 목을 찌르고 싶다면 여기 내 목이 준비되어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나 폴릭세네는 노예로 죽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알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라앉힐 신의 분노는 없다. 내게 마지막 소원이 있다. 나는 처녀의 몸이니 내 주검에 남자의 손이 닿지 않게 해다오. 자유인인 처녀의 몸으로 스틱스 강을 건너달 수 있도록 해다오. 나를 죽여 마음의 평정을 얻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노예를 죽인는 것보다는 자유인을 죽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 이 말을 하는 것은 노예 폴릭세네가 아니라 프리아모스의 왕녀인 자유인 폴릭세네다. 내 주검을 다치지 말고 그대로 다 내 어머니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내 어머니는 돈이 있다면 돈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고, 돈이 없다면 눈물로 사실 것이다.”(373p)


-->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장 자신답게 죽는 법을 선택한 폴릭세네에게서 배운다. 이왕 자신에게 닥친 운명이라면, 

두려워하고 피하기 보다 그 속으로 들어가 직면하는 법을.


 <아이네이아스>에 관해 시인은 노래한다.

인간은 이 운명에서 저 운명으로 부름을 받는 것,

부름이 끝나 한곳에 머무는 순간

삶은 저녁처럼 저문다.

그러니 풍랑과 폭우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떨림의 기쁨으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니.

풍랑이 내던져놓은 새로운 운명의 해변에서

폭우가 지나간 하늘은 다시 푸르게 살게 하나니

모든 죽음은 영원한 평화, 그러니

살면서 아무 일 없는 무풍의 권태를 참지 마라.

떠나지 못한 모험은 삶에 대한 쓰라린 모독이니, ( 390~391p)


-->죽음을 앞둔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그들은 말했다. “살면서 했던 일은 별로 후회가 없으나, 해보고 싶었거나 마음먹은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그렇다. 경험은 그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고 했다. 마음먹은 일이 있다면 실행에 옮겨보자. 삶을 항해하는 키가 다른 곳으로 안내할 수 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하지 않던가.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항해하는 것, 실험하는 곳이 바로 지금 발 앞에 놓인 현실이고 우리들 삶이다.


 인간의 운명은 여신 하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 신도 인간의 운명을 제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것. 가혹한 신이 있으면 온정으로 도와주려는 신도 있는 법. ( 391p)


--> 가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사람 앞에서는 새로운 문이 열린다.


 자결한 디도를 태우는 화장 불꽃이 하늘로 차올랐다. 시인은 노래한다.

사랑이 타오른다, 불처럼 빨갛게 날름이며

‘여자는 남자의 몸에서 머물 산을 찾고,

남자는 여자의 몸속에서 배를 찾는다.

갈 곳을 잃은 밤의 한가운데에서

미지의 불안으로 가득한 신세계를 그리며,

미친 듯 더듬어 서로 찾아 타오르는 절정에서

사랑의 길은 갈린다, 남자의 사랑으로 여자의 사랑으로,

세상 모든 남자의 사랑은 바닷가에 묶인 배,

세상 모든 여자의 사랑은 그 배를 묶어둔 밧줄.

천둥 치는 만남은 잠시, 이내 영원한 엇갈림의 운명이여. (399~400p)


-->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의 가사가 떠오른다. 이 시를 읽고 있자니, 미용실에서 머리 커트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혼한 50대 여성이 두 남자를 사귀고 있었다. 한 남자는 동년배인 유부남이요, 또 다른 남자는 연하의 원싱(원래싱글)인 남자였다. 그런데 이 여성에게 고민이 있었다. 원싱은 남자를 만나면, 설레이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무덤덤한 반면에, 유부남인 남자를 만나면 설레이고 자신이 여성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 끝에 이 여성이 점집을 갔더란다. 그런데 그 점집 할머니가 여든이 넘었네. 여성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할머니 왈 “ 바다위에 배 지나간다고 표시가 나나?” (띵~~~~?????)


 "불행하게 머리를 숙이지 마세요. 그럴 때마다 더 꿋꿋해져야 해요.“ ( 401p)

 시빌라에 대해 시인은 노래한다.

갈 곳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 난 길을 멋모르고 달리 듯이 걷다 보면

문득 길이 끊기고 어두운 숲,

거미줄이 얼굴에 걸릴 때쯤 알게 되리

인생은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살면서 가장 큰 모험은

죽음을 미리 겪어보는 것.

황금 가지를 꺾어 손에 들고 700년을 산 시빌라의 안내를 받아

지난 삶을 건너 새로운 포구에 이르면

살아야 할 새 삶이 나타나는 법. (410p)

 "에우리알로스, 신들이 어째서 이런 열정을 내 마음속에 넣어주셨을까? 아니면 나의 뜨거운 욕구가 내 속에서 신이 되는 것일까? 내 마음은 조용히 쉬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구나. 아까부터 싸움터에 뛰어들어 뭔가 큰일을 해내야 한다고 외치고 있구나. “(418p)


--> 가슴이 뛰고 열정이 들끊고 있다. 마음속에서 내면에서 들리는 그 소리에 따라 살아라.

 오직 의미 없는 분노와 복수와 광기의 여신들이 창백한 얼굴로 바람처럼 이 전장을 휩쓸고 다녔다. (420p)

 아이네이아스는 아토스 산처럼 광대하고, 거대한 참나무들을 흔들며 눈으로 뒤덮인 봉우리를 하늘로 밀어 올리는 아펜니노 산맥처럼 웅대했으며, 50개의 입에서 불길을 뿜어내고 100개의 손에 50개의 단단한 방패를 들고 50개의 예리한 칼을 휘두리는 아이가이온Aegaeon처럼 그렇게 온 들판 위로 승리의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 425p)

 인간은 한때의 행운이 떠받쳐주면 절제할 줄 모른다. 곧 따라 죽어야 할 운명인 것을 모르고 승리의 기쁨으로 빼앗아 과시한 전리품이 그가 한 짓을 증명하고 말았다. 팔라스의 유품을 보자 아이네이아스는 미칠 것 같은 잔인한 고통으로 분통이 터졌다. (426p)


--> 한때 승리의 전리품이 자신의 목숨줄을 죄어오는 것임을 어찌 알았겠는가. 잘나간다고 자만하지 말며, 원하는 일이 안되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 보이지 않는 운명의 손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니까. 전자제품의 대명사 소니가 하루아침에 망할 것을 누가 예측이나 했던가.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은 내려오는 일밖에 없다고 한다. 산 정상에 올라가면 잠깐의 휴식과 물 한모금, 그리고 인증샷 후에 바로 내려온다. 정상은 잠깐이고 산을 둘러싼 걸음걸이는 오랜 시간이다. 오래 함께 걸을 수 있는 동행과 함께 가는 것, 진정한 삶의 재미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 후세의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로마를 찬양했다. 그는 “로마 민족은 다른 민족들에게 예술과 과학을 남겼고, 그들의 제국 아래에 온 세상의 사람들을 복속시켜 겸허한 자들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오만한 자들은 가차 없이 진압하는 절대복종 무저항의 통치를 이끌도록 운명 지어진 민족”이라고 기록했다.

불멸의 번영, 팍스로마나Pax Romana, 제국의 고난과 비탄, 광기 어린 황제들, 로마 시민의 쾌락, 여원한 도시를 찾아온 위기와 그 극복, 2000년간 화려하게 살아 숨 쉰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싸움에 져서 떠나온 자가 고난을 이기고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고 그들의 자식들이 다시 그 나라를 떠나 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면서 인류의 위대한 역사는 만들어져왔다. 그들은 한때 이름 없는 사람들이었으나 자신의 모험을 떠남으로써 자신의 이름으로 나라 하나를 건설했다. 모든 시작은 초라하다. 그것은 하나의 꿈에서 시작한다. 꿈속의 씨앗 하나가 자라 하늘의 별에 닿을 때 새로운 제국 하나가 생겨났다. 로마는 한 여인의 고단한 꿈에서 태어났다. (434p)


--> 로마인은 그들만의 신화를 창조했다. 하나의 꿈에서 출발한 초라한 시작은 수없이 많은 역경 속에서 꽃을 피웠다. 햇빛만 받고 자란 나무는 약하다. 밤사이 비바람을 맞고 난 후, 그 다음날 햇빛을 쪼인다. 태풍을 견뎌낸 나무는 겨울이면 하안 눈을 맞으면서 더욱 더 움츠러들다가 봄을 기다려 꽃을 피운다. 고난 없는 영웅이 어디 있으랴. 내 앞에 어려움이 있다 하여 움츠러들지 말고 더욱 꼿꼿이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간다. 바위가 있다하여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바위 위를 밟고 올라서 그 다음 길을 가든가, 바위를 뚫어서 길을 내든가 등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해결하면서 나의 길을 갈 것이다. 그래야 나의 꿈이 신화가 되어 나만의 역사를 쓰지 않겠는가.


 시인에게 말과 사물은 같은 것이다. 그는 <활과 리라>에서 ‘말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면 사물도 똑같이 피를 흘린다.’라고 했다. 시인은 사물에 대한 공감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448p)


--> 시인은 모두에게 말을 걸 줄 알고, 사물들이 말하는 것을 들을 줄 안다. 타고난 감수성 혹은 그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자질이 있겠지만, 나는 시를 잘 짓지는 못하지만, 시를 즐겨 읽는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진다. 내면을 바라보게 한다.


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그 일이 생겼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내게 어떤 감흥과 충격을 주었느냐는 것이다. 외적 사건보다는 그 사건이 내 마음속에 만들어낸 파장, 즉 내적 사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나는 사실과 허구를 버무려 감동을 주는 작가는 될 수 있지만 사실을 집요하게 추적해야 하는 역사학자로서는 실격이었다.

자기 경영의 요체는 왜곡되고 강요된 껍데기의 삶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모색이다. 나의 세계를 찾아내 그 주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기 혁명인 것이다.

신화야말로 자기 경영의 요체를 담고 있는 거대한 상징체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어느 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자각하고는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수련하여 드디어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화란 그 이야기 속에 자기 혁명의 진수와 핵심을 뼈와 살로 품고 있는 비서秘書임을 알게 된 것이다. (450p)


--> 신화 이야기는 단순한 이야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서 버무려서 내가 어느 때라도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부여한다. 평범함이 비범함이요 일상이 특별한 날로 여길 수 있는 것은 매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을 수는 있지만, 매일 매일 자신의 신화를 써나가는 것, 자기 혁명을 꿈꾸는 나는 오로지 오늘만 살아간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알수가 없으며, 오늘 존재하는 이 순간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다. 그 날들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거대한 산을 이룬다. 낙수가 바위를 뚫는다. 밤새 내리는 부드러운 눈에 큰 나뭇가지들이 뚝 뜩 부러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매일 똑같이 살아본 날이 없다는 것처럼.


 나에게는 살아 있음의 흥분과 떨림이 중요하다.(451p)


--> 나는 태어난 날이 생일이 아니다. 살아있는 날이 생일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생일이 언제이냐고 물어보면, "Everyday is my birthday" 라고 한다. 살아있는 오늘이 아름다워이다. 내가 바로 살아서 숨쉬고 가슴뛰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의 저자가 되어 이 책의 목차와 전체적 뼈대를 논하라.


책의 제목이 전체적인 내용을 전부 말해준다. 신화에서 내려온 그리스인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부제로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이 제목에 대한 전체적인 주제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독자는 한 나라 즉 그리스 역사의 뿌리와 근본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표지그림은 이카루스가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그 찰나를 잘 포착함으로써 신화가 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림으로도 설명하고 있다.


목차는 연대기적인 순서대로 해서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총 3부로 트로이 전쟁 전후시대를 다루고 있다. 1부는 신화가 된 인간들이다. 1부를 총4장으로 나누어 인간이 신화로 승화되어 전승되어온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1장은 미케네: 모험의 시작이다. 미케네 문명이 싹튼 페르세우스를 중심으로 그가 무찌른 메두사의 신화,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의 사이에 태어난 안드로메다는 페르세우스의 아내가 되었다. 중간에 별자리 이야기를 함으로서 별자리 이름이 신화에서 비롯된 배경을 설명했다. 영웅은 별이 될 수밖에 없고, 동양의 천문학은 밤하늘의 별이 떨어지면 그 시대의 영웅이 지는 거와 같은 이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별은 인간을 상징한다.


2장은 크레타: 탐욕의 끝이다. 크레타 문명의 탐욕의 왕 미노스가 중심이 된다. 크레타인의 문명이 그리스로 전해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테세우스가 크레타에 불모로 잡혀간 이유와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돕게 되는 아리아드네의 운명의 실, 아리아드네가 넥소스 섬에 버려져 디오니소스의 아내가 된 사연, 엔지니어의 성격을 나타내는 다이달로스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다루었다. 특히, 다이달로스나 아이히만을 예로 들면서 생각없음, 생각하지 않는 죄악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3장은 아테네: 문명이 꽃피다. 테세우스가 아테네로 귀환하면서 문명의 최절정기에 달한 시기를 다루고 있다. 테세우스를 중심으로 아내 메데이아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두 아이를 죽이는 장면, 테세우스의 세 번째 아내 파이드라가 의붓아들 히폴리토스를 사랑하다 거절당해 자살하는 이야기, 아스클레피오스가 아테나의 간청으로 히폴리토스를 살려내자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자신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른 이야기 등이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 나오는 뱀의 여러 가지 상징들을 tip으로 설명한다.


4장은 테베: 가장 비참하고 장엄한 자의 탄생인 오이디푸스다. 오이디푸스를 둘러싼 등장인물들, - 얼굴과 가슴이 여자이고, 날개 달린 사자의 몸을 하고 있는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것, 아버지 라르고스의 왕이 테베의 삼각 교차로에서 낯선 젊은이에게 죽음을 당한다. 아내이자 어머니 이오카스테는 신탁이 이루어진 것을 알고 자살한다. 이에 오이디푸스는 아내 장식품으로 두 눈을 찔러 장님이 된다. 오이디푸스는 큰딸 안티고네와 테베에서 쫓겨나 길을 방랑하다가 아테네의 숲속에 다다른다. 신이 오이디푸스에게 내린 죽은 다음의 축복, 즉 ‘오이디푸스의 시신을 거두어준 나라에 대한 번영의 약속’은 당시 테세우스가 다스리던 아테네에 돌아간다. 테세우스는 자신의 왕국 아테네 콜로노스 숲 속에서 오이디푸스가 편안하게 임종하게 배려해주었다. 이후, 아테네가 번성하게 된 이야기,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이 왕위 찬탈을 하다가 죽고, 안티고네가 삼촌인 크레온과의 대화, 연인 하이몬의 자살 등 각각의 인물 중심으로 펼쳐진 이야기는 이해하기 쉬웠다.


2부는 트로이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이다. 트로이 전쟁의 출발점부터 전개와 끝나는 시점을 다루었다. 2부는 간단하게 2장으로 나누고 있다. 계속이어서 5장은 아테네에서 트로이로 출항하는 이야기-헬레네의 모든 것을 침묵시키는 아름다움, 딸을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을 다루고 있다. 6장은 트로이 전쟁 중에 치러진 전쟁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 아킬레우스, 파리스. 핵토르 -이다.


3부는 혹독한 귀환이다.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인들이 이겼으나 신탁을 욕보인 죄, 왕녀 카산드라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귀환하는 그리스인들을 고통에 처하게 해달라는 소망을 들어준다.


총 3장으로 7장은 아가멤논이 왕녀 카산드라를 전리품으로 데려온다. 아가멤논이 집으로 돌아와 전쟁의 피로를 씻고 있는 중에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 에 의해 피살당한다.

아가멤논의 딸 엘렉트라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칼융이 말한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어원-여자 아이가 아버지에게 가지는 강한 소유욕적인 애정-이다 엘렉트라가 죽은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어머니에 대한 원한을 품는다.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는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이고 스스로 오래동안 스트를 받는다. 트로이 출항때 아가멤논이 큰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물로 제단에 바쳤으나 아르키메데스의 도움으로 타우리스의 사제로 있다가 동생 오fp스테스를 만나 돌아온다.


8장은 트로이->이타가: 승리한자의 고난이다.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가는 10년 동안에 벌어진 일들이다.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사랑하여 섬에 7년동안 머무르게 한다. 흰 팔의 공주 나우시카를 만나 궁중으로 들어가 트로이 전쟁 이후 그가 겪은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들려준다. ‘아무도 아닌’ 폴리페모스와 겨룬 이야기, 오디세우스를 사랑한 여신같은 마녀 키르케의 도움으로 저승으로 가서 테이레시아스를 만난다. 그에게서 오디세우스가 왜 고생을 했는지와 고향에 돌아가기 위한 방법들을 듣는다.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아들 텔레마코스와 아내 페넬로페이아를 만난다.


9장은 트로이->로마: 위대한 로마의 탄생이다. 트로이의 아이네이아스가 위대한 제국인 로마의 시조가 된 이야기, 불굴의 여인들- 트로이왕 프리아모스의 아내 헤카베의 처절한 죽음과 가장 어린 왕녀 폴릭세네의 죽음을 볼 수 있다. 여왕 디도를 두고 떠나는 아이네아아스. 그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디도의 자살, 시빌라의 도움으로 황금가지를 들고 저승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 만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 후손 중에서 누가 알바롱가 가문을 이루게 될 것인지, 어떻게 위대한 로마가 건설된 것이지, 그 앞에 놓인 숱한 난관들을 어떻게 피하거나 견뎌낼 수 있는지 가르쳐 준다. 아이네이아스의 아들 아스카니우스 이후 알바롱가 13대 황의 이름은 프로카라고 했다. 프로카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 형 누미토르와 아우 아물리우스였다. 동생 아물리우스가 형의 왕의 자리를 찬탈한다. 누미토르에게는 레아 실비아라는 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꿈속에서 전쟁의 신 마르스와 동침한다. 실비아가 낳은 두 아들 로물루스와 레무스다. 후에 형인 로물루스는 알바롱가의 땅을 흡수 통합하여 로마 시를 만들었고 제국 로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장절, 그리고 보완점을 평설할 것.

신화가 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인간이 주어진 운명을 따라 길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길을 떠난다는 것을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자신의 길은 즉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고 탁월한 착안점은 이야기나 주제에 대해 저자 자신이 시로 쓴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저자가 쓴 시를 읽으면 배경과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나의 마음을 건드렸다. 변광성에 대한 별이야기는 나 자신이 깜빡이고 반짝이는 별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 시인은 노래한다.

나도 너도 모두 우주의 별이 환생한 것.

삶이 끝나는 날 다시 별이 되어 돌아가지.

무수한 별 무수한 운명.

어두운 밤 속에서 더듬어 찾듯 서로 만나 꽃다운 인연.

손잡아 별자리 되고 무리지어 은하수 되네.

어둠이 깊을 수록 별은 빛나고

슬픔이 클수록 사랑도 깊어가네.

우리 모두 맥박 치는 별 변광성.

나 너에 대한 열망으로 밝아지고

나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숨어버리네.(62p)


 별을 사랑하는 사람은 꿈이 있는 사람이다. 꿈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가슴에 별을 간직한 사람이다. 가슴속에 별이 반짝반짝 일때는 나의 꿈이 살아 숨쉬고 있으며, 평범한 일상을 그저 주어진 대로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면 가슴속의 별은 희미해진다. 바로 꿈이 숨쉬는냐 숨쉬지 않느냐를 ‘변광성變光星’으로 비유했다. 별이 반짝일때는 나의 의식이 살아 매일 새로워진다.


둘째는 지도를 첨가하여 독자가 지리적 위치를 보면서 지리적인 위치 파악과 인물들의 정보를 연계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지도를 두 개 첨가했다. ( 22p, 272p), 지도를 보면서 약간 아쉬운 점은 그리스만를 중심으로만 한 지도가 아니라, 에티오피아, 로마, 유럽, 소아시아, 페르시아, 이집트 등 로마를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지도 한 장을 더 추가했으면 했다.


셋째는 신화와 연계된 그림을 첨부함으로써 독자가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림에 그려져 있는 인물의 고뇌와 번민, 사랑의 눈길, 분노에 찬 투쟁 등을 실감나게 느끼게 만들었다.

중간 중간 신화에 나오는 신들 즉 올림포스의 12신을 각 장의 주제에 맞게 배치를 해서 궁금증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언급했다.


넷째는 목차 부문이 연대기적인 순서로 배치하여 신화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문명의 시작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그 시대에 행했던 일들과 에피소드 등을 재밌게 배치했다. 올림푸스 12신을 한꺼번에 설명하지 않고 중간 중간 tip으로 설정해 놓아 부담감이 적으면서 앞장에 활동한 주인공들과 연계해 놓았다.

내가 저자라면, 신화에 나오는 용어를 부록으로 첨부하겠다. 1+1 두 권의 책이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많지는 않지만 라틴어나 그리스어 특히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는 영어의 어원이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 많이 있다. 용어에 대한 정의와 해설, 페이지를 적어서 부록으로 첨가하면, 독자들이 신화를 읽을 때 용어해설집을 봐가면서 이해를 돕겠다. 예를 들면,

* 닉스Nyx : 밤의 여신이며 ‘밤’의 뜻, ‘밤’을 뜻하는 라틴어 ‘녹스nox'의 어원이다. ’야상곡‘을 뜻하는 영어 ’녹턴nocturn', '밤‘을 뜻하는 프랑스어 ’뉘nuit'도 닉스에서 나왔다. (23p)


부록에 퀴즈를 첨가한다. 용어해설집과 퀴즈가 들어간 부록 한권을 첨가한다면 부록집만 가지고 다니면서 그리스신화에 대한 친근감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어원이나 용어해설집은 영어를 알아야 하는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배경지식을 줄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착안한 점은 <신화에 나오는 용어 쉽게 이해하기 혹은 메두사 너는 어디서 왔니? >이런 것들을 잠시 생각해 봤다.

Q 1. 아이게우스는 아이트라가 자신의 아이를 낳을 것을 예감했기 때문에 트로이젠을 떠나면서 커다란 바위 밑에 칼 한 자루와 신발 한 켤레를 감추어 두었는데요. 아이게우스는 아이트라에게 아이가 그 바위를 들어 신물을 찾아 낼 수 있을 만큼 자라면 아테네에 있는 자신에게 몰래 보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 아이가 바로 테세우스 즉 테사우로스라는 뜻인데요,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 묻혀 있는 보물  찾아 내는 보물


영웅들 이름으로 생애, 성격을 재미있게 풀어보는 것도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한 방법이겠다. 솔직히 신화에 나오는 이름을 외우고 사용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몇몇 신들을 제외하고는 어렵다.


tip과 본문 내용에 중복이 되고 배경지식이 다른 페이지에 있는 경우 그 이야기를 쓸 때에는 (~페이지 참조) 이런식으로 말이다.

예를 들면, 71P에 이 책의 ‘오이디푸스’(170P)편에 숨겨두었다.

110P에 헤카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더 첨부하는 내용이 뒤편에 나오니. (403P 참조) 헤카테는 마녀들의 멘토였으며, ....

149P에 9line에 ‘말에 의해 찢긴 자’ (300p 참조)

이런 식으로 해 놓았다면, 궁금하고 더 자세히 알고 싶을 때, 바로바로 참조해서 독자의 이해를 쉽게 해 놓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저만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3년 1월 3일 출간한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는 2012년 8월 7일에 출간한 <구본형의 신화읽는 시간>을 좀 더 구체적이면서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신화읽는 시간’은 신화를 읽으면서 저자의 사유가 더 많이 언급이 되면서 저자의 키워드인 ‘변화’와 ‘경영’에 대해 동기부여 한다. 반면, ‘그리스인 이야기’는 ‘신화읽는 시간’ 에서 말한 저자가 되고 싶은 시인을 더 한층 돋보이게 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말한다.


오늘 그리스인의 이야기에서 그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 안에서 가장 위대한 힘을 이끌어내 스스로의 삶을 영웅의 행적으로 끌어올릴 용기와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끌어올리는 힘, 즉 ‘엑셀시어Excelsior의 정신’은 우리를 도약하게 한다.(17p)

독자 스스로가 행간을 읽으면서 독자의 몫을 더 많이 남겨두었다. 독자 스스로 변화하고 삶을 혁명으로 이끌어 신화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엑셀시어의 정신을 가지라고 한다.


그리스인 매 단락 줄거리에 대한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단상을 시詩속에 그대로 녹아냈다. 신화를 완벽히 이해하지 않고는 그 시를 쓴다는 것이 어렵다. 그러므로 저자는 신화를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는 이상으로 그 마음을 시속에 풀어냈으리라.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독자 한사람이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동기부여를 받는다.

중간중간에 tip으로 그 장에서 다루어야 할 신이나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준다. 독자의 이해가 쉬웠다. 마지막에는 그리스 로마 주요 신들의 대조표를 작성해서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로 불리는 이름이 다르면서도 한 인물이라는 정보를 주면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에필로그에서 자기 경영이 신화의 시작이며 자기 변화를 해야 신화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IP *.185.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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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6 01:35:39 *.12.3.113

삼행시 형식을 빌려 인물의 이름으로 지은 시 또한 가슴으로 읽고 풀어냈군요.

대단하십니다.

'오레스테스~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이고 오래동안 스트레스를 받는다'에서 결국 빵 터졌습니다.

재미있어서 한참 웃었습니다.

그 위트에 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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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9 19:27:15 *.68.48.63

재미있으셨다니....mission completion^___^

글을 읽다 보니. 이름대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많다보니,

내용에 맞게 이름을 그 인생에 적용시켜 보는 것도 재미있더라구요.

저도 정야님이 웃으셨다니 제 마음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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