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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4일 04시 36분 등록

<9기 레이스 북리뷰 1주차>

구본형, [그리스인 이야기], 생각정원 (2013.1)

 

                                                                                                             글: 서 은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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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나온 책을 받아들었다.

겉 표지를 만진다. 엷은 초록과 은은한 갈색으로 그려진 신화 그림...

내 손 가득 그리스의 올리브 향이 묻어난다.

 

평화불멸의 상징인 올리브나무, 제우스의 딸 아테나 여신이 아테네 사람들에 내린 열매다.

건조한 날씨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올리브, 수명이 35백 년이 넘은 나무도 아직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나무의 종류도 100 여 가지가 넘는다. 그 종류에 따라 올리브 열매의 맛과 향도 다르다.

 

의도한 것일까?

구본형은 책 표지와 속을 온통 올리브 빛깔의 신화그림으로 장식했다.

지도 위 동쪽의 끝에서, 멀리 서쪽 끝에 있는 그리스의 역사와 신화를 이야기하는 이 남자,

그의 속내가 궁금하다.

 

나는 책 표지에서 묻어나는 올리브 향 맡으며 그를 만나러 간다.

 

 

1) 작가, 구본형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사랑에게서 구하라], [깊은 인생] 등의 저자.

기업 CEO가 뽑은 최고의 변화경영 이론가. 직장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강연자 1순위...!

 

이 남자의 이름 앞에는 이미 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는 유명 저자이자 강연자, 그리고변화경영 사상가이다.

 

1980년 한국IBM에 입사하여 20년간 경영혁신 총괄 전문가로 일하다가 밥통을 차고 나왔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1인 기업, 1인 제국(?)을 설립하고 자기 내면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며 책을 쓴다.

 

지난 15 여 년 간, 20 여 권의 책을 냈다.

 

2005년 저서 [코리아니티 경영](2007년 개정판 [휴머니스트])은 한국의 문화적 DNA를 바탕으로

2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차별적 경영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2007년 저서 [사람에게서 구하라]는 중국 고대의 리더십을

현대적 경영언어로 재해석해 놓은 인간중심경영의 교본이다.

 

2010년 저서 ‘[필살기]는 직장인이 자신을 차별적 전문가로 계발하는

원칙과 방법을 집중 탐구한 책이다.

 

 

주로 CEO, 직장인 대상의 경영과 리더십관련 책을 냈던 그가

2011년부터는 평범한사람들 속으로 독자층을 넓혀간다.

 

2011년 저서 [깊은 인생]평범한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특별한삶으로 바뀌는 지, 바꿀 수 있는 지

그 도약의 순간과 과정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그는 깨우침’, ‘견딤’, ‘넘어섬’, 그리고 스스로에 물음을 던짐을 통해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극하고 툭툭 건드린다.

 

이 때부터 구본형은 단순한 변화경영전문가가 아니라

인간변화사상가로 거듭 변신했다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그랬던 그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간 성장과 발전의 힘을 보여주는 무기(?)를 역사와 신화 속에서 건져 올렸다.

그는 2012[신화 읽는 시간], 2013[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두 권의 책을 내 놓았다.

구본형이 그리스의 역사와 신화 속 영웅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 같지만,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줬듯이

그는 인류 문화유산 속에서 자기 성장의 지혜를 캐내어 와서 평범한(?) 독자에게 안겨준다.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던 구본형, 그의 어린 시절 한때 꿈은 역사학자였다.

지금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역사 속을 종횡무진하며 사람들에게 자기 탐험을 선동한다.

인생길 모험을 선동한다. 자기만의 정신적 제국을 건설하라고 주창한다.

 

권력과 사랑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는 그리스 영웅들의 고뇌와 의지를 통해, 불황의 시대에 지치고 방향 잃은 사람들에게

자기변화가 바로 성장과 발전의 무기이자 탈출구임을 역설한다.

 

‘1만 시간, 10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 3시간씩 10년을 노력하면 무엇이 되었든 못 이뤄낼 것이 없다는 이론이다.

 

 구본형 스스로가 바로 1만 시간을 통해

자기 변화를 이루어 작가이자 자기변화 사상가가 되었다.

 

그는,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한 톨스토이의 말을 빌려

변화의 시작은 자기 혁명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또 그는 말한다.

 

과거의 유산을 상속 받아라. 부끄럼 없이 모방하고 반복하여 먼저 과거의 정점에 서도록 해라.

미래의 풍경은 그 산 너머에 있다.

그러니 매일 걸어라.

매일의 힘만이 꿈으로 인도하는 단 하나의 믿음직한 주술이다......”

 

 

 

나는 그가 설파하는 매일의 힘을 믿으며, 과거의 유산을 찾아 지금 그리스로 떠난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5]

신화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위험한 모험을 선동하는 북과 나팔이다.

그러므로 이 위험한 대화를 기억하라.

너는 왜 아버지의 집을 떠나왔느냐?”

불행을 찾아서지요.”

 

[11]

위대한 문명조차 칠흑 같은원시를 품고 있다.

모든 문명은 모두 원시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2]

앙드레 보나르같은 문학가는 진정한 원시는 문명 속에 있다고 말한다.

살라미스 해전은 전제주의 국가인 페르시아에 대항한 그리스 민족의 독립 전쟁이었다.

이날 아테네 총사령관 테미스토클레스는 디오니소스에게 세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

그들은 아테네 최고 집정관의 친조카들이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세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싸움 길에 올랐다.

문명은 이렇게 원시와 몸을 섞으면 자라왔다.

 

마음만 먹으면 한 번 도전해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내 해를 가진 그리스인들은 바다로 나갔다.

그리스 문명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에게 해를 중심으로 산지사방에 퍼져있는 그리스 식민 도시들이다.

 

[13]

그들은 그 당시에 이미 세계의 끝까지 나가보려는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인류의 역사 속에는 거짓말하는 능력이 그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특별한 매력이었던 때가 있었다. 바로 호메로스의 시대였다. 크레타문명이 지고 그리스 본토에는 아카이아인들의 시대가 열렸다. 예술은 빈약했지만 행동은 신속하고 활발한 시대였다. 이 시대의 영웅 중 한명이 바로 오디세우스였다.

 

그는 하는 말마다 모두 거짓이었고, 배신을 밥 먹듯이 했다. 그 시대의 아카이아인들은

오디세우스를 부러워하고, 시인은 그를 가장 멋진 영웅으로 칭송했다. 이상한 시대였다.

최고의 미덕은 용맹이고 무자비한 지능이며 남자다움이었던 것이다.

트로이 전쟁은 조직화된 해적들끼리의 약탈과 전쟁과 세력 다툼이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신들까지 편을 갈라 두 패로 나뉘어 쌈박질을 했다.

이렇게 인류의 문명은 야망과 원시 속에서 시작 되었다.

 

[14]

원시와 야만 속에도 고귀한 것들이 빛나고 있었다.

거친 해적의 시기를 거쳐 오면서 그리스는 점차 세련되어졌다.

묵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인류의 역사 속에 전설과 신화로 계속 더해졌다.

[17]

묵묵히 자신의 이름을 적어주던 그의 손길과 마음결이 긴 시간을 건너고 바다를 지나고 대륙을 넘어 내게 전해진다. 도자기 조각에 제 이름을 쓰느라 길가에 쭈그린 그의 넓은 등판이 든든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문명의 힘이다.

 

그리스인의 이야기는 인간의 마음속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 보이는 멋진 텍스트모델이 되어주었다. 나는 그리스인의 신화를 읽으면서 인류의 한 사람임을 절감했다.

 

우리 안에는 인류의 원시와 고대 그리고 중세가 이 시대와 함께 공존한다.

그리스인의 이야기에서 그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 안에서 가장 위대한 힘을 이끌어내 스스로의 삶을 영웅의 행적으로 끌어올릴 용기와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끌어올리는 힘, 엑셀시어의 정신은 우리를 도약하게 한다.

 

[18]

하나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3000년이 지나 우리는 가지가지의 문명들이 혼합된 글로벌 시대에 와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 그것이 자기 경영의 본질이다.

 

신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는 내면의 어둠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며 통로가 되는 것이다.

 

[19]

이 책은 모험의 선동을 위해 쓰였다. 모험에의 초대,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24]

생명은 심연 속의 어둠, 즉 지하 세계의 죽음으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은 신화의 중요한 모티프다. 이것은 죽음, 지하 세계로의 하강 그리고 재탄생의 농업적 주기를 상징화한 것이다.

 

그리스인들에게 천지창조의 신화는 없다.

신이 우주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주가 신들을 만들어냈다.

 

[25]

하늘과 땅이 남편과 아내가 되어 신들을 만들어냈으니 삼라만상이 모두 의인화된 크고 작은

신들이 되었다.

 

[29]

아비를 쫓아낸 제우스가 언젠가 다시 그 자손에게 쫓겨나리라는 것은 영원한 무의식의 강박으로 남게 되었다. 이것은 아버지의 세대는 언젠가 반드시 지나가고 자시그이 시대가 오며, 그 자식은 또 그 자식에게 세상을 무려주어야 한다는 상징이다.

 

[30]

모순, 갈등, 패러독스, 딜레마가 바로 태초의 인간의 조건이 되었다.

 

[32]

죽음의 어둠을 거치지 않은 탄생은 없는 법

우리는 모두 대지의 뼈로 만들어진 존재.

불행 속에서도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면 언제나 희망은 있는 법

 

[33]

우리의 무의식 속에 인류의 모든 과거가 살아 숨쉬고 있다가 어떤 야생의 순간에 원시의 순수한 힘으로 우주적 교감을 이루게 될 때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정신적 시선은 의식의 혁명을 겪게 된다.

 

[35]

지루한 일상의 평화만 있었다면 영웅도 평민으로 살 수 밖에 없었으리라

 

[40]

두려움을 이기니 바로 그 일이 진정한 영광

 

[43]

같은 몸에서 나온 피가 하나는 독약이고 또 하나는 신령한 생명의 피다. 의술의 힘으로 죽은자를 살려냈으나 그것은 자신의 죽음으로 갚아야 하는 업보, 이런 이원적 대립 장치는 그리스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사유체계다.

 

[45]

메두사와 아테나는 핵심적인 요소, 즉 뱀과 눈빛에서 동일하다. 아테나와 메두사는 거울의 양쪽에 서 있는 같은 인물이었을까?

 

[46]

가장 무서운 괴물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가장 훌륭한 자기 방어의 수단으로 전환하려는 주술적 기원은 여전히 우리로 하여금 아이기스(이지스)를 찾게 한다.

 

[47]

가해자는 피해자와 늘 닮아 있는 법

속과 겉, 숨어 있는 것과 드러나는 것

그것은 언제가 어디선가 만나는 법

서로 거울 속 자기라서 깜짝 놀라지

 

[56]

손자가 할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신탁 때문에 할아버지 손에 죽을 뻔한 기구한 운명으로 시작한 그의 삶은 신들의 도움으로 영웅의 삶으로 반전되었다.

 

[58]

신화는 역사가 아니라 상징이기 때문에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적 상상력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

 

[61]

아내의 안색에 따라 인생이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하는 변광성 같은 여린 남자들은 모두 케페우스의 후손들이다.

메두사의 환생이기도 한 날개 달린 천마 페가소스 역시 별자리로 하늘을 달리게 되었다.

거칠고 야망이 큰 고대의 영웅들은 안드로메다와 같이 아름답고 조신한 아내를 얻는 것과 더불어 페가소스같은 씩씩한 야생의 말을 타보는 것이 평생의 로망이었다.

 

[75]

길들지 않은 야수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인간의 미덕이 두려움에 승리를 거두는 숭고한 놀이로 변형되었다. (황소의식)

 

[88]

신의 은총으로 권력을 얻게 되면 더 이상 개인일수 없는 공인

만인의 재산을 개인의 이익으로 취하지 마라

공익을 탐하면 신의 분노로 재앙을 입게 되리라

미노스가 죽어 저승의 판관이 된 것은

살아서 못한 것을 죽어서 제대로 해 보라는 신의 숙제

 

[92]

크레다인은 황소와 더불어 살지만 아테네인은 황소를 죽임으로써 황소로부터 해방되었다.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는 들어올 때 풀어둔 실을 따라 미궁을 벗어났다. 그는 그 실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따라 갔다. 왜냐하면 곧 생명이었으므로. 아리아드네를 사랑한 시인 [윌리엄 스태퍼드]<삶이란 어떤 것인가 하면>이란 시에서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되는 실을 노래한다.

 

네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지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는 실

그러나 그 실만은 변치 않아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궁금해 하지

너는 그 실에 대해 설명해야 해

그렇지만 그 실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그 실을 꼭 잡고 있는 한,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아....

 

테세우스도 그 실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아리아드네와 젊은이들을 데리고 아테네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낙소스 섬에서 잠든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몰래 아테네로 돌아가 버렸다. 생명의 은인의 저버린 것이다. 왜 영웅 테세우스는 이렇게 배신을 하게 되었을까? (아리아드네의 실)

 

[94]

사랑을 찾아 아버지를 배신한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와 헤어지게 되었다.

를 버리고 떠나버렸으니 그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테세우스를 증오하여 자신을 망치는 일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1912<낙소스의 아리아드네> 2고귀한 공주님아리아

 

나는 남자를 저주하지 않을 거야. 자유가 내 찢어진 가슴을 축복해주나니

 

-니체 <디오니소스 송가>

너는 작은 귀를 가졌으며 너는 나의 귀를 가지고 있으니

그 안에 지혜로운 말 하나를 담아 두어라

자기가 사랑한 것을 자기가 먼저 미워해서는 안 되는 법

나는 너의 미로이니라.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의 미로를 밝혀준 여인이다. 그녀는 미궁 속에 길이 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삶이라는 슬픈 미궁을 미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다. 운명이 주어지면 그것을 따른다. 그것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그녀는 인생이라는 미로를 사랑했기에, 그 속에 길이 있기에 그 길이 고통스러워도 버리고 파괴하지 않는다.

 

사랑한 것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배신하고 떠나는 사랑을 어찌 미워하지 않으리, 그러니 인간은 복잡하고 이율배반적이며, 패러독스이고 스스로에게 딜레마인 것이다. 즉 나는 너의 미로인 것이다. 아리아드네야 말로 미로 탐험 전문가, 스스로가 미궁임을 잘 알고 있는 현명한 여인.

 

[98]

두려우리라 생각한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죽으리라 생각한 곳에서 살게 되리라

 

[102]

(다이달로스) 기술자들은 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오직 어떻게라는 질문에만 몰두한다. 장인은 오직 어떻게 만드는가에 신경 쓸 뿐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그는 시장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냈다. 마치 판도라가 금단의 상자를 열어 모든 죄악을 이 세상에 뿌리듯이 그도 스마트폰을 만들어 세상에 뿌림으로써 생각없음을 인류에게 선물했다.

 

[103]

사람들은 몰입을 잊어버렸다. 또한 사람들은 기억하려하지 않는다. 그저 이 작은 기계에게 물어본다. 한번 갔던 길을 다시 찾을 수 없고 노래 가사를 기억하지 못함으로써 시를 잊었다.

결국 메모리를 잊어버렸다.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생각할수 없게 되었다.

 

[104]

악의 평범성, 그 원천은 바로 생각하지 않은 죄에서 온다. 시키는 일을 그저 따르는 자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 지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갖지 않음으로써 주도적 삶도 사라진다.

 

[105]

왜라고 묻지 않는 기술은 생명을 거두는 구나

 

[116]

황홀한 자유와 난폭한 야만이 공존하는 카니발이 바로 디오니소스 축제였다. 이 마이나데스에 의해 가장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게 되니, 테베의 왕인 펜테우스가가 겪은 참혹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펜테우스는 자신의 왕국에서 광신적인 디오니소스의 신도들이 늘어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디오니소스는 펜테우스를 자신의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다. 펜테우스의 어머니와 이모들이 이미 디오니소스의 신도들이었는데 디오니소스는 이들을 미치게 하여 펜테우스를 들짐승으로 착각하게 했다. 여인들은 환각 상태에서 달려들어 펜테우스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린 펜테우스의 어머니 아가베는 제 손으로 아들을 비참에게 죽였다는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디오니소스는 환희의 불꽃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자신을 비웃는 자들을 먹잇감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것이 술의 이중성이기도 하다.

 

[123]

(프로크루스테의 침대) 자기가 세운 일방적 기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억지로 꿰맞추고 재단하는 독선과 편견을 뜻하는 관용구

 

우리가 세상을 보는 그대로 세상도 우리에게 보답하나니

자기 혁명은 현실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만 이루어지는 것.

 

[127]

아이게우스는 테세우스를 기다린다. 테세우스 배의 검은 돛을 확인하곤 아버지는 바다에 빠져죽는다. 그 다음부터 에게 해라 불리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한 여인을 버려야 했던 비탄의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게 되는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졌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하나의 슬픔이 다른 슬픔으로 이어지고 하나의 비극이 또 다른 비극의 원인이 되었다. 테세우스가 가는 곳마다 수 많은 영웅적인 행동들로 그 영광은 빛났지만 그와 함께 비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점점 자라나고 있었다.

 

사랑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내

한 사람도 사랑할 수 없는 불임의 영웅

아비를 배신하고 사랑을 선택한 여인

잡아야 할 손은 자신의 손 밖에 없는

그 손을 남몰래 놓아버리고

검은 돛을 단 채 제 아비를 죽이고 말았구나

한 번 사랑한 것은 먼저 미워할 수 없으니 네 운명을 사랑하리라

 

아이게우스의 뒤를 이어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

여러 부족을 모아 하나의 도시 국가로 통일하는 사업 시작. 새로운 제도가 왕을 두지 않은 민주정치라고 생각, 자신도 전쟁과 법률에만 관여하고 다른 분야에는 평민처럼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 아크로 폴리스에 공동의 공회당 짓고 의회짓고 공화국 만들었다. 평등의 조건으로 외지에서 적극적으로 인구 유입 시켰다. 민주 정치를 펴기 위해 왕의 자리를 내던진 인물, 바로 테세우스다.

 

[136]

이아손은 지독한 이기주의자, 철저한 계산자. 그의 논리는 소피스트들의 수법으로 냉소적이었다.

특히 거칠고 사나운 야만의 지배하는 콜키스로부터 정의가 지배하는 그리스로 그녀를 데리고 왔다는 말이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자 이제 내 인생에서 사라져주시지. 물론 돈과 추천장도 만들어 줄테니 타지로 떠나란 말이야. 내 행복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이것이 이아손의 논리. 반면 메데이아는 불길처럼 타오르는 열정의 인간이다. 그녀는 여전히 이아손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 사랑은 배신당했다. 그녀는 분노와 증오로 불타올랐다.

 

그래 어자는 비겁해질 수도 있지. 칼을 들이대면 벌벌 떨지, 그러나 잠자리를 지킬 권리를 빼앗긴 여자보다 더 피에 굶주린 영혼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거야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끄는 데 남다른 감을 가지고 있는 메데이야는 얼음 같은 이아손이 그래도 아이들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간파했다. 그가 아끼는 가장 소중한 보물인 아이들을 죽이기로 작정했다. 아이를 죽여야 하는 어미의 심정은 깊고 깊은 어둠이었다.

 

금방 증오가 찾아와 사랑을 덮어버린다. 모성애와 복수의 악마가 긴 결전을 치른다. 사랑이 승리를 거둔다. 그라나 참시 후 증오가 승리한다.

 

[138]

나의 분노는 나의 결심보다 강하다네” (+들라크루아의 그림: 격노한 메데이아 1826)

 

자신의 생을 지옥으로 몰아넣게 될 행위를 하기 직전의 여인, 사랑하는 것들을 죽여야 하는 그녀의 얼굴은 분노 너머의 절망과 허무를 담고 있다. 아이를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어미의 모습, 그녀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보는 것은 처음 잘못된 사랑을 시작한 자신의 젊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리라. 왕이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불운한 남자를 사랑한 여인. 그리하여 왕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마지막 유혹에 져서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한 여인마저 배신한 남자에 복수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여인.

 

분노와 복수심이 사랑을 삼켜 버렸다. 분노는 의지보다 강해 스스로 삭힐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이 뻗쳐 나갔다. 우리는 그 악마적 힘에 대항할 수 없으며, 그 힘이 우리를 철저하게 파괴한다. 메데이아가 복수에 성공하는 순간, 바로 그 승리의 순간에 그녀는 완전히 파괴돼 버린다. 악마가 영혼을 쥐고 흔든다. 상황은 끝났다.

 

[140]

독일의 작가, 크리스타 볼프 [메데이아, 또는 악녀들을 위한 변명>

악녀, 용서받지 못한 독부, 반이성적인 살해자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자유인, 꼿꼿한 인간,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여인, 신통력을 가진 선지자다. 그녀는 이방인이었지만 귀부인처럼 꼿꼿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다. 코린토스를 떠난 메데이아는 테세우스의 아버지인 아이게우스 왕이 다스리는 아테네로 곧장 가서 그의 아내가 되었다. 아이게우스는 아이를 잘 낳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게 접근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설득. 결혼, 그러나 테세우스가 누구인지 아직 모르던 아이게우스를 설득하여 그를 죽이라고 시켰다. 그 음모가 발각된 메데이아는 도피하여 엘리시온으로 갔다. 그곳에서 아킬레우스와 결혼, 가장 센 남자와 가장 센 여자가 만난 것이다. 쪼다 이아손 정도로는 그녀의 사랑을 채울 수 없다. 아마도 불같은 여인, 메데이아를 품을 수 있는 사내는 아킬레우스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후대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아니면 불쌍한 그녀의 영혼은 엘리시온 안에서 구원된 것일까?

 

메데이아가 아이들을 죽이는 순간, 복수에 성공하는 순간, 철저히 파괴되는 순간, 괴테와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승리의 기쁨에 충만한 순간 외치는 멈추어라 시간아, 너 참 아름답구나는 여기서도 등장한다. 바로 이 때 악마는 우리의 영혼을 넘겨받게 되어 있다. 악마에게 영혼이 넘어가는 순간, 신은 영혼을 악마의 손에서 구원한다. 그레첸 역시 그랬다. 파우스트에게 버림받고 미쳐서 제 손으로 제 자식을 죽이고는 가장 비참한 나락에 떨어졌을 대 신은 그녀를 구원해 주었다. 신은 인간의 바닥에 존재한다.

 

엘리시온은 엘리사움이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특별한 사후 세계의 개념이다.

엘리시온은 보통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 세계, 즉 하데스와는 다르다 그곳은 특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 즉 신이 선택한 영웅들이 죽어서 가는 사후의 거주지로 축복되고 행복한 삶이 이어지는 곳이다. 메데이아 역시 영웅이 되어 엘리시온에 머문다는 것은 신들에 의해 구원 받았다는 뜻. 이아손도 죽어서 엘리시온에 갔을까? 나는 어림없다에 한표!(나도 한표!!) 단테가 <신곡>에 묘사한 림보는 엘리시온의 중세적 개념. 중세를 거쳐오는 동안 영둥들 대신 신을 모르는 선한 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142]

그리스도교의 시선에서 보면 옛 아담이 새 아담으로 바뀌는 것이다. 바로 원죄다. 타락이 없었다면 구세주도 없었을 것. 이 승화는 그냥 낙원에 머물 때의 의식보다 더 높은 의식의 수준에 도달하게 한다. 타락이 없었다면 더 높은 영혼으로의 승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죄악이 얼마나 달콤한 타락인가! 죄악, 바로 육체의 죽음 없이는 정신적 존재로의 재생도 없다. 선불교의 스승 육조 혜능은 그리하여 기가 막힌 명언 하나 남겼다.

 

우리의 순수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 속에 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새로운 세상을 언약하지

오직 사랑과 신뢰만으로

 

사랑의 배신은 그러나

불같은 여인을 냉혹한 마녀로 만들고 말지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어

그를 찌른 칼이 다시 나를 찌르게 되지

그의 심장을 찌를 수만 있다면 나의 심장쯤이야, 오 달콤한 죄악!

 

[147]

아버지 아이게우스의 자살, 아내 파이드라의 자살, 아들 히폴리토스의 억울한 죽음에 이어 자신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테세우스의 인생은 영광과 비극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테네가 페르시아인들과 마라톤에서 격전을 벌일 때 엄청나게 큰 용사가 선두에서 지휘했는데 아테네인들은 그가 바로 테세우스라고 믿었다.

테세우스의 죽음 자체는 불행했으나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죽은 후에도 그리스인들 가장 사랑받는 영웅으로 남게 되었다.

 

죽기 전 테세우스는 인간으로서 가장 불행하고 동시에 가장 장엄한 영혼이 더 이상 떠돌지 않게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그와 그의 조국 아테네는 가장 장엄한 인간, 오이디푸스 왕의 유해를 거두어 드림으로써 신탁에 따라 신의 축복을 받게 되었다.

 

[149]

불명의 삶을 갈구하지 마라, 그 대신 너에게 주어진 운명에 지치도록 탐닉하라

앞에 놓인 인간의 운명, 죽어야 할 우리의 조건을 잊지 마라

 

코로니스, 아폴론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니스는 신보다 사람을 좋아했다. 신의 충실한 애인이 되기보다는 자신의 낭만을 따랐다. 인간이라는 피조물 중에 가장 허영심이 많은 자, 자기 앞에 있는 것을 돌보지 않고 실현될 수 없는 희망을 좇아 유령을 따라 다니는 자들에게 반했다.

 

코로니스의 부정을 고자질 한 까마귀는 아폴론의 저주를 받았다. 눈처럼 흰 깃털은 검게 바뀌고, 큰 까마귀는 더 이상 흰 새들의 무리에 낄 수 없게 되었다.

 

사랑을 하면 배신을 하지 말고

비밀을 보았거든 입을 덮어 바위가 되라

비밀이 자라 곧 피처럼 붉은 불행이 되리니

그 비밀에서 멀리 도망쳐라

숨겨둔 어두운 곳은 언제가 밝은 곳이 되는 법

결코 불행을 전하는 전령이 되지 말지니!!

 

사랑할수록 미움도 크고

복수가 지나칠수록 후회도 크니

언젠가 분노 속에서 저지른 일을 뉘우칠 때

그 일을 전한 자를 가장 미워하리라

 

[170]

정답!! 두자매가 있었다. 첫 번째 여인이 두 번째 여인을 낳았고 그렇게 태어난 두변째 여인이 다시 첫 번째 여인을 낳았다. 이 자매의 이름은?

-오이디푸스가 풀어낸 답은 낮과 밤이다

 

[175]

한때 머리를 한껏 들고 다니던 최고의 인간이

그 파멸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인간 중에서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자는 오직 그 사람뿐

결백하다 그에게는 죄가 없으니

죄를 지은 것은 바로 신이다.

두 눈을 찔러 신 대신스스로 벌울 주니

신 대신 심판함으로써 자신에게서 신을 몰아내고

슬픔이 너무 지독하여 오히려 성스러운 것이 되고 말았구나 (테베에서 추방당하는 오이디푸스)

 

[178]

오이디푸스는 아무 잘못도 없이, 그저 운명 때문에 겪었던 삶의 고통을 끝내 신들에게서 구원 받았고 스스로도 구원자가 되었다.

 

[179]이 불행에 협력하여 스스로 두 눈을 지르고 고국에서 추방당함으로써 그 불행을 정점까지 끌어올렸던 것이다. 불행의 절대적 의미를 완성했던 것이다. 더 이상 그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게 되지 그를 그렇게 몰아세웠던 운명의 수레바퀴는 멈춰 섰다.

 

[180]

그의 죽음은 삶의 투쟁 끝에 찾아온 평화

누구보다도 불행과 더불어 살았던 자

이제 두려움에서 해방되나니

많은 불행을 겪은 또 하나의 영웅

불행한 손으로 또 하나의 불행한 손을 이끌리니

비천한 삶이 주는 고통이 운명과 화해하게 하리라

 

[184]

(안티고네) 비유컨대 구부러지지 않고 곧게 뻗은 길이다. 다시 말해 그녀는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녀의 판단이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굽히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충절이 대단하다. 이 충절을 굽히게 되면 그녀의 세상은 단번에 와르를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에게 사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말로만 하는 사랑을 증오한다. 안티고네는 오직 하나의 사랑, 여기서는 오빠 폴리네이케스에게 모든 것을 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다.

 

[185]

전부를 바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니 동생 이스메네에게도 함께 오바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 지내거나 아니면 자신의 인생에서 빠지기를 바랐다. 친구가 아니면 곧 적이다.

그런 면세서 자신에 대한 광신자다. 자신의 믿음에 절대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비타협과 불관용이 필수적이고 또한 효과적이다. 물러서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고귀함은 배타적이다. 안티고네의 고귀함은 고독을 감수해야 한다. 동굴에 같힌 그녀는 자신의 믿을 지키기 위해 자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목을 매면서 그녀의 삶은 끝났다.

인티고네라는 여웅은 한계에 다다르고 벽에 부딪쳐 추락한다. 이것이 바로 비극의 핵심이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대표적인 고대 그리스 비극으로 가장 오래된 이야기들 중 하나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가르침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비극이란 주인공의 극적인 투쟁을 담고 있다. 투쟁을 통해 인간 본성이 지닌 힘을 확장하여 한계의 벽까지 밀어 붙인다. 그러므로 모든 비극은 평범한 인간을 영웅으로 끌어올리는 투쟁과 모험을 담고 있다.

 

신은 인간이 자신의 영영으로 넘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리스 신들은 인간에게 우회적이지 않다. 그리스 비극의 위대함은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용기와 믿음으로 스스로를 넘어섬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저 멀리 밀어낸 사람들의 추락과 파멸을 다룬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평은 바로 이런 영웅들의 부딪힘에 의해 알려진다.

 

어느 영웅이 넓혀놓은 경계는 다른 영웅이 나타남으로써 다시 조금 더 확장 된다.

모든 영웅의 공통점은 그때까지 알려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척후병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의 변방을 넓혀왔다. 끝까지 간 사람들, 그들이 영웅이다. 그들은 원래 평범했으나 삶을 통해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 간다. 그리고 물로는 비극을 쓸수 없다. 극은 눈물과 피로 쓰일 수 밖에 없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은 두 개의 법이 부딪히고 두 개의 가치가 부딪히고 두 개의 문화가 부딪히고 두 개의 종교가 부딪힐 때마다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투쟁의 이야기다. 고대의 이야기 하나가 오늘날까지도 깊은 감흥과 사라지지 않은 숨결로 우리에게 속삭이는 이유는 그것이 먼지 낀 과거로 죽어버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극은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극은 끝나는 법이 없다. 비극이 태어나게 된 조건들이 존재하는 한 비극은 오늘을 사는 인간들에게도 여전히 열려있다. 열려있는 그 문은 인간의 미래를 향한다.

 

[187]

함께하지 않으면 바로 적이고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외치는 광신이여

각자 쥐고 있는 유일한 패,

오직 하나의 집착에 모두를 거는 구나

얼음같이 찬 죽음을 맞으려는 불타는 심장이여

.....

인간의 법은 늘 바뀌는 것, 신의 법은 영원한 것

북극성 같은 양심을 법으로 심판함으로써 법은 스스로 타락하는 것이니

미덕을 가슴에 품은 자들은

인간성에 대항하는 독재자의 법을 거부하노니

역사는 그렇게 자유를 키워왔나니

 

[188]

(크레온) 안티고네와 똑같은 기질을 갖고 있다. 그는 국가를 보호하려는 열정을 가지고 있고 국가 제일주의의 원칙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는다. 꼬장꼬장한 정신에 뻣뻣한 성격, 그가 안티고네를 묘사한 말이다. 두 사람은 같은 성격, 같은 기질을 가진 판박이들이다. 가해자와 희생자가 너무도

흡사한 인물들이라는 것은 아테나와 메두사의 관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질과 성격은 판박이지만 지향점은 서로 반대라는 것이다. 굽힐 줄 모르고 강인하고 잔인할 만큼 지독하고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타협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은 자신에 충성하는 광신자들이다.

 

[189]

어느 주장에 동조하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이 비극의 독법이 아니다. 진정한 핵심은 원칙의 우열과 옳고 그름이 아니라 개성이 강하고 다르게 생긴 인간들의 갈등, 바로 그 개인들의 작렬하는 갈등인 것이다. 바로 이 때 두 사람의 갈등은 시공을 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가 매일 여기저기서 겪는 오늘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안티고네에게는 신의 원칙을 증언하고 오빠를 사랑하고 자신의 목숨을 내 놓는 일들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분리될 수 없는 하나다.

 

[190]

판박이 크레온의 영혼은 안티고네가 바라보는 곳을 쳐다보지 않는다. 그도 백성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백성을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그를 위해 죽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독재자다. 크레온은 백성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그들을 잃을 때 상처를 입을 뿐이다. 이기적이다.

 

안티고네가 자신의 아들 하이몬의 약혼자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는 사랑이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에게 사랑이란 소녀의 흰 손목 위에 정맥처럼 사치스러운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햇빛에 그을리고 자식을 쑥쑥 낳는 밭으로서의 여인이다. 그는 사랑을 증오하고 경멸한다. 또한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부조리의 가능성을 두려워 한다. 그에게는 권력이 모든 것이다. 그는 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고 불안해 하면서 편협하고 고집스럽게 변해갔다. 그렇게 스스로를 모든 사람으로부터 유폐 시키기 시작했다.

 

[192]

개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 구가가 아닙니다.

권위와 정의가 부딪히고 왕권과 신성한 양심이 고함쳐 다투는 구나

배려도 타협도 관용도 없다.

투쟁을 벌이는 사나운 두 영혼에게는

불관용이야 말로 가장 필수적인 무기

, 끝내 모두 통곡하는 구나

오만한 자들은 끝에 가서야 깨달음을 얻는 법

 

[193]

남자들은 돈과 부를 위해 피범벅이 되었다. 트로이 전쟁, 문학은 이 전쟁을 사랑을 위한 전쟁으로 만들었다. 탐욕이 만들어낸 참혹한 전쟁 속에서 전리품에 불과했던 여인들을 사랑의 대상으로 다툼으로써 인류의 이야기는 시로 시작 되었다. 실제의 전쟁은 잔혹했으나 호메로스의 전쟁은 아름다웠다.

 

[208]

(헬레네) 메넬라오스를 버리고 트로이 왕자 파리스를 따라 트로이로 도망, 가장 아름다운 아내를 얻었던 메넬라오스의 영광은 이제 바람난 아내의 남편이라는 치욕으로 변했다. 그리하여 10년 동안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

 

[211]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자 트로이 인들은 그 원인이 그녀라고 믿고 그녀를 미워했다.

 

사내들, 싸워야 될 이유는 너무도 많아

때로는 권력을 위해, 때로는 빵빵한 부를 위해

언제는 얻기 위하여, 또 언제는 지키기 위하여

가지가지 전쟁 중에서 사랑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

좀 우습긴 해도 가장 로맨틱하지

 

사랑이었을까. 탐닉이었을까

사내들이 1000척의 배를 띄우고

10년을 쓰러지며 엎어지며 싸웠다네

이긴 자도 진 자도 없는 무참한 전장에서

그녀만은 여신처럼 화사하게 옷자락을 날리며 웃고 있는데

 

[213]

헬레네의 아름다움은 ‘1000척의 배를 띄우고 10만 명의 병사를 동원할 수 있는 아름다움에 비유된다.

 

[215]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영웅은 영웅이 아니라 한낱 비겁자에 불과할 뿐...

 

[242]

헥토르가 죽은 다음 아킬레우스 역시 신탁에 말한 대로 단명. 파리스가 쏜 화살에 발뒤꿈치가 꿰뚫려 죽고 만다. 어머니 테티스가 스틱스 강에 담가 어떤 인간의 칼과 창에도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만들어 주려했으나 그녀가 손으로 잡고 있었던 발목 부분만은 강물에 닿지 않아 그의 약점이 되었다. 아킬레스 건, 그의 약점.

[243]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사랑했던 프리아모스의 딸 폴릭세네와 함께하고 싶어했다. 그녀를 제물로 바치라고 말할 만큼 이기적이고 잔인하다. 한눈 반한 아킬레우스는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자 죽은 다음에 그녀를 자신의 무덤에 희생물로 바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의 본성은 부드러웠다. 케이론의 교육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리라와 노래로 근심을 가라앉히고, 파트로클로스와의 우정을 나누고, 브리세이스와의 사랑을 나누었다. 그의 핏줄 속에는 거친 남성이 가득했지만 또한 부드러운 슬픔으로 어루만져져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아머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가 용감하게 싸우다가 그에게 죽게 되는데, 숨을 거두려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 아름다움 앞에서 고통이 밀려드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 아름다움 얼굴로 밀려드는 고통이 어찌나 절실한지 그는 그녀에 대한 연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누군가 죽은 사람에 대한 그의 연민을 비웃자 한 주먹에 그 사내를 때려죽이기도 했다. (아킬레우스의 이중성, 연구대상이다.)

 

[245]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스타티우스의 <아킬레우스>에 자루 다뤄지는 인물, 아킬레우스!

 

전장에 서면 마주 봐야 하는 것은

부찔러야 할 적군보다 내 속의 두려움

남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징그러운 대국

 

서로가 죽이고 죽어

죽어가는 적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는구나

통곡하는 이유는 적을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도 아닌

전장으로 자신을 데려온 어리석음 때문 (동의!)

 

[251]

경계하라 여인들이여

멋진 옷을 입고 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를

...

사랑밖에 몰라 사랑을 선택한 남자는

새 여인에게 가기 위해 옛 여인을 배신한다는 것을

 

사랑을 위해 부도 힘도 택하지 않았기에

그 선택이 가슴을 울려 따라나섰건만

밤새 술병 속에서 쏟아지는 것은 별이었건만

아침에 발견한 것은 들판 이슬 속의 나

 

사랑의 단명함이여, 필멸의 인간의 불멸의 꿈이여. (명문이다!)

 

[256]

<일리아스>에서 헥토르는 용사였으며, 존경받을 만한 무사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리더로서의 책임 앞에서 두렵지만 물러서지 않는 꿋꿋한 사내였다. 가족을 아끼는 따뜻한 남편, 아버지였다.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트로이 전쟁에 관여한 어는 여신들보다 고귀했다. 말을 삼가고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앞에 나서서 다른 사람들의 오해와 험담을 듣는 것을 싫어했고 부질없는 잡담에 빠지지 않으려 노혁했다. 더욱이 남편에게 권유할 때와 양보할 대를 잘 분별하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부덕은 트로이인들 분 아니라 그리스인들에게까지 잘 알려져 있었다.

 

<일리아스> 아내와 작별하는 장면

 

당신의 용기가 당신을 죽일 거예요.

과부가 될 이 불행한 아내가 가엾지도 않은 가봐요.

....

나는 언제나 트로이인들 앞에 서서 아버지의 위대한 명성과 내 자신의 명성을 지키도록 배웠기 때문이요. 그러나 헥토르는 빛나는 투구에 놀란 아이를 달래기 위해 투구를 벗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다정히 입을 맞추고 이렇게 기도했다.

 

저와 똑같이 트로이인들 중에서 뛰어나게 하시고 저처럼 힘이 세어 이 나나를 강하게 다스리게 하소서. 그리하여 싸움터에서 돌아올 때 사람들이 그를 보고 말하게 하소소 그는 아버지보다 훨씬 훌륭하구나....’“

 

그러나 용감한 헥토르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안드로마케는 아킬레우스 부자와 끊은 수 없는 피의 인연으로 점점 더 얽히게 되었다.

아킬레우스의 아들인 네오프톨레모스는 그녀를 자신의 전리품으로 요구했다.

 

에우리피데스 <트로이의 여인들>

전리품이 된 그녀의 절규, “이 몸에게는 모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희망조차 없답니다.”

 

[261]

네오프톨레모스는 이제 절친한 친구가 된 헥토르의 형제, 헬레노스에게 자신의 왕국을 념겨주며 안드로마케를 아내로 맞이하라고 유언한다. 헬레노스는 원래 예언자였다.

 

승자와 폐자, 주인과 종으로 만났고 혈육을 죽인 원수지간이었으나 젊은 그들은 적대감 속에서도 우정을 만들어갔다. 원수이자 남편인 네오프톨레모스가 죽은 후, 안드로마케는 헬레노스와 함께 그 왕국을 평화롭게 다스렸다. ‘희망조차 없어 보였던 그녀가 만년은 평화로웠던 것 같다.

 

[262]

눈물은 눈물에 연하여 끝이 없고

상처는 상처로 덮이는구나

....

인생을 온통 복수로 채울 수는 없는 법

겨울에 죽은 것을 봄에 되살리니 그것은 칼 대신 꽃.

 

[274]

전쟁을 일으킨 자, 그들이 흘리게 한 피는 고난으로만 씻어야 했다.

고향에서는 또 다른 고난이 살아남은 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고향은 또 다른 전쟁터, 또 다른 페허였다.

 

그리스군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은 귀향의 기쁨을 미처 만끽하기도 전에 10여 년간 복수의 칼을 갈아오던 아내 클래타임네스트라의 손에 무참히 죽고 말았다.

 

오디세우스 역시 전우들을 모두 잃고 돌아간 고향에서 자신의 사랑을,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또 사워야 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패배자는 물론 승리자에게도 전혀 영예롭지 않은 죽음과 상처만 남겼다.

 

[275]

트로이, 그들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오로지 희망 하나만을 품고 용기를 끌어 모아 전진하는 것 밖에는. 그들은 수없이 넘어질 때마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다시 길 위에 올랐다. 그들은 어떤 순간에도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나갔다.

폐허에 주저앉는 대신 미래를 향해 용감하게 길을 나선 망국의 백성들은 인류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모든 종족들 위에 1000년 간 군림했다.

 

[280]

하고 싶기만 하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니지 못한 자

운명에 쉽게 굴복하면서

그 두려움에 대한 항복을 용기라 부르는 자

비겁한 자는 자신의 왕이 되지 못하는 법

속으로는 떨면서 부러질 듯 단호한 자는 어리석으니

어리적은 자의 집착만 한 재앙은 없다

속은 기둥처럼 강하고 겉은 머릿결같이 부드러운 사람만이

남과 나를 모두 끌어 안을 수 있나니

무덥까지 존경이 따라가리라

 

[285]

엘렉트라, 여자아이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즉 여자 아이가 아버지에게 가지는 강한 소유욕적 애정을 카를 융은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불렀다. 엘렉트라는 자신의 소중한 삶과 감정들을 죽은 아버지에게 모두 바쳤다. 죽은 아버지가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엘렉트라는 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아버지 무덤을 찾아가서 복수의 전의를 북돋는 의식을 행했다. (?)

 

우리에게 정의를 보내주소서, 아니, 그것보다 그들의 흉계와 똑같은 수법을 쓰게 하소서, 그때의 패배를 잊으시고 승리로써 보복하기를 바라신다면....”

 

[287]

마음을 어둡게 가지면

싸움이 싸움을 낳고

당하지 않아도 될 불행을 당하는 법

끝없이 슬퍼하고

언제까지나 괴로움이 그칠 날이 없구나

.....

피의 앙갚음을 하는 자가 없다면

부끄러움도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없으리니

마음을 괴롭혀 불행에 불행을 더하는구나.

 

[288]

오레스테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죽이고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오레스테스는 두 번째 비극남쯤 될 것이다. 스스로 죄임을 알면서도 그 죄를 의무로 짊어지고 그 끔찍한 죄를 범할 수 밖에 없도록 기계장치에 걸려든 사람은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오레스테스는 평생 어머니를 죽인 죄악에 시달려야 한다. 죽이기 전에는 죽여야 된다는 책임에 시달렸고 죽인 후에는 살모의 죄의식에 시달렸다.

 

[289]

오레스테스의 비극,

기다려라 오레스테스 이것보아라 내 아들아 이 젖에 매달려 잠들면서 이빨 없는 잇몸으로 맛있는 젖을 빨지 않았느냐?”

쓰러져 울고 있는 어머니, 모든 어린 날의 행복과 웃음이 머물던 부드러운 젖가슴, 그러나 그는 결국 어머니를 죽이고 말았다. 아들은 아버지의 운명이 어머니를 죽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자신이 낳아 기른 것이 독사였다고 중얼거린다. 그러자 오레스테스는 죽어서는 안 될 사람을 죽였으니, 받아서는 안 될 벌을 받으라고 절규한다.

 

[292]

어미란 자식의 혈친이 아니라 태내에 새로 깃든 씨를 기르는 데 불과하다. 자식의 분질은 아비이며 어미는 오직 주인이 손님을 접대하듯 그 어린 싹을 보육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이치이기 때문에 어미가 없어도 아비는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로 그 아름다운 사례가 아테나 여신이다.

 

여신은 일찍이 어두운 태내에서 양육을 받은 적도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신도 이처럼 아름다운 신을 키우지 못했다. 아테나는 12명의 판관에게 판결을 내리게 했다. 만일 찬반 동수가 나오면 아테나 자신도 한 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찬반동수가 나왔다. 아테나는 무죄에 한 표를 던져 넣음으로써 모친을 죽인 죄를 영원히 사해 주었다. (그리스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바닥.)

 

아테나 왈, “나는 어머니가 없으므로 모든 일에서 남성의 편을 들겠다, 오레스테스는 무죄다

 

그 때, 복수의 여신들이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 고장의 생식력을 박탈하고 모든 생명의 종자를 마리고 말리리라.....

 

[293]

그러자 아테나가 복수의 여신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땅을 떼어주고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경배하게 해주었다. 저주 대신 자비와 축복을 내리는 권한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는 이것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는, 자비의 여신 에우메니데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나중에 오이디푸스는 이들이 사는 콜로노스의 숲에 이르러 그동안의 모든 고행을 끝내고 이들의 축복을 얻게 된다.

 

[298]

오레스테스

신은 용서했으나

스스로는 용서할 수 없구나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양심은 잠을 이루지 못하니

오직 스스로의 땀으로만 씻어낼 수 있으리라

요행이 없는 고행의 길을 걸어라

....

첫 원한의 매듭을 풀어라

보복은 끝이 없고 결국 가장 사랑하는 것을 죽이게 되나니, 바로 나!!

 

[310]

사람은 죽어도 죽지 않아

오직 마음에서 잊힐 때 죽게 되지

누군가에 대한 사랑은

그 사랑을 품은 사람이 살아 있는 한

살아 있는 것이니

1020년 동안, 어쩌면 더 오래

...

바로 어제까지 기다린 그 기다림 때문이지

하루하루 쌓여 100일이 되고 1000일이 되어

이제 강물 같은 그 기다림을 그칠 수 없게 되었네

기다림이 새로운 하루가 되어 그것 없이는 살수 없게 되었으니......

(후회 말고 오늘을 살아라!!)

 

[314]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사이의 아이, 라티노스.

그러나 그 이름을 모르면 어떤가? 그들은 그 후 한번도 자신을 세상에 알릴 만한 일을 하지 못했으니 그 이름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맥락적인 이해는 되지만 ...............정녕, 이렇게 말씀하셨단 말인가!)

 

[316]

승리자에게 승리가 없는 전쟁

몸은 가족을 떠나 진흙 위를 구르고

정신은 사람을 죽여 포악한 짐승이 되었구나

그대로는 부드러운 아내 곁에 사랑을 즐길 수 없어

돌아가는 길, 푸른 바닷물로 참혹한 전쟁의 마음을 씻어야지

.......

전쟁이 평화가 아님을, 승리가 곧 패배임을

창끝으로 죽인 자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게 하네

그리하여 알게 되지, 남에게 한 짓이 곧 나에게 한 짓임을

 

[325]

싸움에 나선 자들은 선악을 몰라

...

빼앗으려는 자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도

죽임으로써 겨우 죽음을 벗어나려 하니 그곳이 지옥.

...

신이 없어 평화가 없는 것이 아니야

다른 우주적인 것들을 죽여서 먹어야

겨우 삶이 지탱되는 슬픈 운명의 인간들

 

[331]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흐르는 강, 그리스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다섯 개의 강을 건너 저승에 이른다고 믿었다. 처음 만나는 것이 비통의 강 아케론, 그다음이 시름의 강 코키토스, 그 다음이 불의 강 플레게톤 , 이윽고 망각의 강 레테를 거치면 극락의 벌판인 엘리시온에 다다른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증오의 강 스틱스를 건너 하데스의 저승에 이르게 된다고 믿었다.

[333]

가장 위험한 모험은 살아서 저승을 탐험하는 것

죽어본 자만이 다시 태어나는 법

 

[339]

시시포스,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했지만 신들이 보기에는 입이 싸고 교활하며 신들을 우습게 여기는 심히 마뜩잖은 인간이었다. 그래서 무서운 형별을 받은 것이다. 무익하고 희망 없는 일의 반복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고 생각한 신들의 생각은 일리가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356]

우리도 그렇게 젊은 날들은 공을 세우기 위해 전쟁처럼 바삐 살고

또 그만큼은 칼립소에게 억류되어 날마다 바다를 보고

한숨을 쉬듯 메너리즘에 젖어 산다

그러나 인생은 모험, 날마다 새로운 파도와 겨뤄야 하니

알게 되리라, 삶은 이타카를 향하는 도중에 있음을

 

[363]

세 번 위대한 헤르메스, 우주의 지혜 중에서 연금술, 점성술, 신성 마법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옛날에 화학은 헤르메스의 기술이라고 불렀다.

 

[379]

(헬레네) “나는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팔려와서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게 되었어요. 당신은 묻고 싶겠지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조국과 가정을 떠나 이방의 남자를 따라 집을 나온 것이냐고 말이지요. 그러나 누가 제우스와 아프로디테의 뜻을 막을 수 있단 말입니까?”

 

헬레네가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이 강제로 끌려왔다는 말을 하자 메넬라오스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 속에 그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샘물처럼 솟구쳐 올랐다. 함께 귀환했다. 그리고 헬레네는 그 동안의 편력을 끝내고 집 안에서 덕을 쌓으며 살게 되었다.

그녀가 죽은 후 그리스인들에게 여신으로 숭상되었다. 그들은 그녀를 헐뜯으면 천벌을 받는다고 믿었다. (아름다움은 용서 받는다?)

 

누구도 예쁜 여자 하나 대문에 10년 전쟁 하지는 않아

그러나 남자들은 목숨을 바칠 때는 명분이 있어야지

권력, 명예, 부보다는 사랑을 위한 전쟁이 훨씬 달콤하지 (남자들은 명분에 산다?)

 

[397]

아이네이아스 앞에 헤르메스가 서 있었다.

그대는 자신의 왕국과 운명을 모두 잊었는가? 하늘의 제왕인 제우스께서 직접 나를 그대에게 보내셨다. 바람을 헤치고 달려온 내가 그분의 명령을 전하니, 당장 이곳을 떠나 그대에게 예정된 왕국을 찾으라, 커가는 그대의 아들 아스카니우스의 희망을 생각하라, 이탈리아 왕국과 로마 땅은 그의 몫이니...”

[400]

여자는 남자의 몸에서 머물 산을 찾고

남자는 여자의 몸 속에서 배를 찾는다

갈 곳을 잃은 밤의 한 가운데에서

미지의 불안으로 가득한 신세계를 그리며

.....

사랑의 길은 갈린다.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으로

세상 모든 남자의 사랑은 바닷가에 묶인 배

세상 모든 여자의 사람은 그 배를 묶어든 밧줄

천둥치는 만남은 잠시, 이내 영원한 엇갈림의 운명이여

(항구는 출항시키지만, 이내 새로운 배가 들어온다^^)

 

[410]

갈 곳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 난 길을 멋 모르고 달리듯이 걷다 보면

문득 길이 끊기고 어두운 숲

....

인생은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434]

로물루스는 나중에 알바롱가의 땅을 흡수 통합하여 로마시를 만들었다.

후세의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로마를 찬양한다.

 

로마 민족은 다른 민족들에게 예술과 과학을 남겼고 그들의 제국 아래에 온 세상의 사람들을 복속시켜 겸허한 자들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오만한 자들은 가차없이 진압하는 절대복종 무저항의 통치를 이끌도록 운명 지어진 민족이다.

 

2000년 간 화려하게 살아 숨 쉰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는

싸움에 져서 떠나온 자가 고난을 이기고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고 그들의 자식들이 다시 그 나라를 떠나 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면서 인류의 위대한 역사는 만들어져왔다.

 

그들은 한 때 이름 없는 사람들이었으나

자신의 모험을 떠남으로써 자신의 이름으로 나라 하나를 건설했다.

모든 시작은 초라하다

그것은 하나의 꿈에서 시작한다

꿈 속의 씨앗 하나가 자라 하늘의 별에 닿을 때

새로운 제국 하나가 생겨났다.

로마는 한 여인의 고단한 꿈에서 태어났다. (내 안의 제국을 건설하자!!!)

 

 

                                * * * * *

 

 

3) 책 소개와 평가

<목차>

 

프롤로그: 고대 그리스인처럼 모험하라

 

1부 신화가 된 인간

1장 미케네: 모험의 시작

2장 크레타: 탐욕의 끝

3장 아테네: 문명이 꽃피다

4장 테베: 가장 비참하고 장엄한 자의 탄생

 

2부 트로이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

5장 아테네->트로이; 출항

6장 트로이 : 격돌

 

3부 혹독한 귀환

7장 아테네: 운명의 굴레

8장 트로이->이타카

9장 트로이->로마: 위대한 로마의 탄생

 

에필로그: 키가 자라 머리가 별에 닿았네

 

찾아보기

 

 

*

최근 들어 흥미롭게도 많은 이들이 그리스에 주목한다. 그리스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이런 관심과는 달리 현재의 그리스 모습은 참담하다. 경제가 파탄 나고 청년은 직장 조차 구하지 못한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하늘을 찌르고... 불황이다. 세계적인 불황이다. 한 때 엄청난 문명을 자랑했던 그들의 모습도, 동쪽 끝나라 우리의 모습도 지금 별 만 다르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금 세계는 새로운 세계 질서와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는 다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를 둘러보고 과거 역사를 더듬으며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 일환으로 문명의 시작점, 인간을 탐구한 철학의 고향 그리스가 우리에게 다가 오는 것은 아닐까?

 

 

**

작년 11월 말과 2013년 올해 초, ‘그리스 역사와 신화를 다룬 책 3권이 줄줄이 국내 출간되었다.

 

독일학자 게르하르트 핑크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 시골의사이자 경제전문가로 잘 알려진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 그리고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가 그 책들이다.

 

첫 번째 책은 그림으로 보는 신화인물사전이다. 신화 속 800 여 명 인물을 이미지와 함께 정리했다.

두 번째 책은 문명의 현장을 여행하며 과거와 현재를 사유하는 형식의 역사기행서다.

오늘의 주인공, 세 번째 책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그리스인이야기다.

 

작가는 그리스 영웅들의 거침없는 모험과 변신, 갈등과 전쟁, 성공과 좌절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 책은 기존에 많이 접했던 흥미 위주의 단순한 신화 이야기책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들려주되,

이야기 한 구슬 한 구슬을 1000년의 그리스 역사에 줄줄 꿰어 시간 순으로 정리하여 펼쳐놓는다.

 

1 신화가 된 인간에서는 문명의 시작과 초기 그리스, 찬란했던 문명의 역사를 짚어가며

크레타의 미노스 왕, 미케네의 페르세우스, 아테네의 테세우스, 테베의 오이디푸스를 이야기한다.

 

2트로이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아테네에서 트로이로 출항, 격돌한 사건들을 들려준다.

아킬레우스, 아가멤논, 오디세우스, 메넬라오스 등의 그리스연합군과 헥토르, 파리스, 파트로클로스 등

트로이연합군의 대결 중심으로 묶었다.

 

3혹독한 귀환10년간의 싸움 끝에 승리한 그리스군의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고향 이타카로 향하면서 보낸 10년의 고된 역사트로이의 패망으로 유민자가 되어 후에는

위대한 로마를 세우게 되는 아이네이아스의 모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독자는 그리스 역사의 흐름을 통으로 파악하며, 그 안에 소개된 신화 이야기를 듣고 거침없이 생에 도전했던 그리스인들을 만난다. 작가는 그리스인들의 삶의 여정을 통해, 현재의 우리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그리고 독자는 과거의 그들에게서, 현재 우리들 삶의 버거움과 고뇌를 풀어줄 열쇠하나를 건네받는다.

그 순간, 작가 구본형은 북과 나팔을 들고 나와서 우리에게 외친다.

 

이름 없는 사람들,

자신의 세상을 갖지 못한 사람들,

아직 긴 모험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 모험을 떠나라!!!

 

역사 흐름에 따른 시간적 구성 속에 신화 이야기를 버무려 놓은 장점 외에도

이 책은 각 장에 걸쳐 신화 속 인물과 괴물, 동물들에 대한 총 18개의 Tip을 제공한다.

또한, 시각 자료로서 서양의 명화와 조각상, 지도 등을 그리스 역사의 흐름에 맞게 배치, 구성하고 있다.

명화의 설명만 죽 훑어보아도 그리스 신화 이야기 속 갈등구조와 역사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에 시인은 노래한다라는 코너가 있다.

이것은 작가 구본형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짧고 강렬한 통찰의 메시지이다.

그리스 시인들이 영웅의 시대를 노래했듯이,

작가 구본형이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우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인간의 보편성을 꿰뚫어 보며 노래한다.

이 코너만 뽑아서 읽어보면,

작가의 속내와 그의 삶의 깊이, 인간됨이 묻어난다.

 

특히, 이 코너가 이 책의 맛깔를 더하는 핵심 조미료다.

 

 

***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는 나에게, 그리스에 대한 역사적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신화적 상상력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인간 삶의 이율배반적 역경에 때론 분노하게 하고, 때론 깨달음의 눈을 선사했다.

이 책 한권으로 자기 변신을 향한 모험적 여정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았다.

 

하지만 신화를 읽어가는 내내 가슴 한쪽이 아프고 쓰라렸다.

그리스 시대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이다. 여성의 인권은 바닥이다. 당시 그리스에서 시민라고 함은 남성을 말한다.

여자와 노예는 제외되었다. 오직 남성만이 완전한 인간이며 여성은 불완전한 존재 취급을 받는다.

철학자 중에는 완전한 인간인 남성끼리의 동성애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신화 속의 남성들은 인간 본성의 총체적인 모습으로 자기 소명을 다하는 모험을 떠난다.

물론 이 책에서는 여성들의 주체적인 모험적인 삶의 여정도 보여주지만,

대부분의 여신들과 여성들이 권력을 쥔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처녀와 창녀, 어머니와 첩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이

과거의 시인, 역사가들이 그녀들을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호메로스의 이야기에 따르면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헬레네의 아름다움때문이라고 노래한다.

그저 달콤하고 로맨틱하게 듣고 넘어가면 될지 몰라도

엄밀히 따져보면 아름다운 여인을 차지하기 위한

남자들의 멈출 수 없는 욕망이 우선일 거다.

 

내가 만일 작가라면

그리스 역사와 신화 속 남성과 여성을 새롭게 해석해 보고 싶다.

왜냐하면,  여성 안에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도 독립적인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도

그리고 강렬한 집중력을 자랑하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도

모두 모두 다 함께 어우러져 존재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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