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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7일 19시 59분 등록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온다

  『2020 부의전쟁 in Asia』

최윤식ㆍ배동철 지음, 지식노마드, 2010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이때쯤이면 새해경제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책에 저절로 손이 가게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2011년은 글로벌 거인들의 생존을 건 부의전쟁 10년이 시작되는 해가 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020 부의전쟁 in Asia』도 그중 하나로,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의 공동소장을 맡고 있는 기업인 배동철과 미래학자 최윤식이 함께 쓴 책이다. 1년 동안 전세계가 생산한 부의 절반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방에 날아가 버렸는데 이는 아직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특히 지난 금융위기는 정부와 개인들이 동시에 겪게 되는 경우라서 그 심각성이 더했는데, 당분간 저성장 혹은 낮은 더블딥(이중침체)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다 중국발 대형 악재라도 겹치게 되면 전세계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998년의 IMF 구제금융사태가 낮은 파도였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간 크기의 파도였을 뿐이다. 진짜 거대한 파도는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급격한 거시적 미래 변화들을 좀 더 세밀하게 전망해보고,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확대되는 세계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두 저자는 향후 10년을 잘못 보내면 우리나라도 2020년,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온다고 경고한다. '잃어버린 10년'이란 망한다는 뜻이 아니라 10년 동안 여전히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에 머무는 장기불황을 말한다. 뛰기는 뛰는데 제자리 뛰기만 하다보니 더 빨리 뛰는 중국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에게 추월 당한다는 뜻이다. 새해 벽두부터 듣기에는 일견 암울한 말이지만 책이 나온게 작년 10월 말이니까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장충체육관을 누가 지어주었는지 아는가? 우리나라 경제성장 초기에 식량 자급의 토대가 되는 고급 농업기술을 전수해 준 나라는? 미국이나 영국 또는 일본이 아니고 필리핀이었다. 60년대 우리보다 잘 살던 필리핀이 지금은 이웃나라에 가정부를 수출하는 아시아의 꼴찌그룹으로 전락했다. 일본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며 장기적 침체의 늪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낡은 시스템의 한계에 갇혀 낡은 성장 시스템을 혁신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산업에서 중국과 인도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고, 미래형 신산업에서는 미국, 일본, 심지어는 중국에도 경쟁력이 밀리는 '넛크래커'에 빠진 것이 한국 경제시스템의 현주소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수명은 23년인데 지금은 변화가 더 빨라 기존 산업은 20년, IT 산업은 10년을 넘기기 힘들다. IT의 2차 혁신이 일어나면서 스마트폰, 미래형 태블릿 PC,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미래형 서비스를 앞세운 미국에 밀려 한때 세계 각국으로부터 들었던 IT분야의 성취에 대한 칭찬이 무색해지고 있다. 비즈니스 2.0 패러다임을 놓친 한국은 글로벌 100대 기업 중에서 한국의 소프트웨어기업은 찾아볼 수 없고, IT 서비스 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 10〜20년 안에 30대 그룹 중에서 15개 이상은 사라질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2만 달러 시스템의 한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 1994년 국민소득이 9457달러로 1만 달러에 근접한 이후 지금까지 16년 동안 2만 달러를 못 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권투에서 세계 참피언이었는데 세상이 변해 주먹만 쓰는 권투는 사라지고 손 과 발 심지어는 상대방을 잡고 조르는 종합격투기가 중심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현재의 국가 시스템, 기업 시스템, 개인 시스템들은 2만 달러용이다.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 저출산, 고령화, 부동산 거품 붕괴 등은 일본 등 선진국들이 공통으로 겪었던 문제들이다. 특히 이중에서도 3단계에 걸친 부동산 버블 붕괴는 결정적으로 한국이 잃어버린 10년으로 가는 방아쇠가 될 거라고 예측한다. 우리나라도 향후 10년 내에 이런 문제들에 더해서 추가적으로 2가지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들에 맞닥뜨리기 쉬운데 격심한 사회적 분열과 준비되지 않은 남북한 통일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한반도 통일비용과 통일시나리오를 꿰 자세하게 기술한 대목(280〜297쪽)은 꼬일대로 꼬인 최근의 남북관계 지형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사뭇 흥미롭다. 이 책은 전체 3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저출산 고령화의 비극'과 '초읽기에 들어간 부채 위기와 부동산 버블 붕괴'를 다룬 Part 1의 2장과 3장은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읽기에 섬뜩하다. "젊은이 1.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2050년이 되면 지하철 안에 노인석을 따로 둘 필요가 없고,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질병이 아니라 생계형 자살이 될 것이다. 또 일자리를 두고 청년과 노인과 외국인이 3파전을 벌이게 될 지 모른다." 제발 저자들의 예측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든다.

  향후 10년간 경제적 패권을 잡기 위한 부의 전쟁의 격전지는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는 아시아지만, 부의 전쟁의 촉발자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로 체면을 구긴 미국의 반격이 시작되고 그에 맞선 중국의 대응이 이어지며, 유럽연합과 일본이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어 참여하는게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새로운 중심지라는 말은 기분 좋은 표현이긴 하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가장 치열한 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도 아시아 시장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정부, 개인 모두 이 일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황폐한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다가올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다행인 것은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10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보다 잃어버린 10년을 먼저 경험했던 일본이라는 반면교사가 이웃에 있다. 운동장에 줄 그을때 앞만 보고 그으면 삐뚤어진다. 멀리 보고 줄을 그어야 똑바로 그을 수 있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직시할 것을 주문한다. 부동산은 오를 수 없다. 오를 요인이 없는데도 오른다면 오히려 문제를 키워 더 심각한 폭탄이 되어 돌아오기 쉽다. 일단은 부동산 버블을 더 키우거나 버블 붕괴를 늦추는 정책은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 두 저자의 지적이다. 그밖에 금융 능력의 향상, 불확실성 속에 숨은 기회 발견, 미래형 SMART 인재 육성 등을 미래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들이 지난 2009년에 출간한 <2030년 미래 부의 지도> 역시 통찰력과 혜안으로 가득찬 내용을 높이 평가받아 많은 기업에서 임원 교재용으로 채택할 정도였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많은 책들에서 참고 문헌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참고 도서・ 참고 방송물・참고 보도기사를 8쪽에 걸쳐 자세히 밝히고 있다. 수많은 자료와 깊이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실감나게 쓰여진 내용에 더해 신뢰를 더하는 부분이다. -끝- (2010.12)

* 기획회의 287호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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