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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일 22시 00분 등록

게릴라 마케팅, 제이 콘래드 레빈슨, 박희라역, 비즈니스북스, 2009, 4월
(월간중앙)

한 작은 서점 주인이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는 두 개의 대형 서점 사이에 끼어있었다. 어느날 왼쪽의 대형서점이 '창립기념 파격 세일 50%할인' 이라는 거대한 플래카드를 걸었다. 그 다음 날 오른 쪽의 대형서점이 더 커다란 플래카드를 걸었다. '폭탄세일 60%활인' 이라고 말이다. 그의 서점 입구 보다 더 커다란 양쪽의 플래카드 사이에서 작은 그의 서점은 더욱 초라해 보였다. 이 서점 주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 그 다음날 그는 직접 만든 플래카드를 내다 걸었다. 간단히 '입구'라고만 써서 말이다. 이 사례는 이 책의 상징적 장면이다.

주제는 분명하다. 그러니까 게릴라 마케팅이란 규모가 작고 돈도 없는 아주 작은 기업이 자신을 세상에 들어내기 위한 기술이다. 대기업과 달리 작은 기업은 자신을 알리는데 많은 돈을 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세상에 긍정적으로 알려야한다. 저자는 작은 기업이지만 자금 부족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마케팅 도구를 결합할 것을 주문한다. 또 핵심 아이디어를 임팩트있게 어필하고 스피드와 유연성으로 경쟁해 줄 것을 조언하고 있다. 소기업이 창의적 마케팅을 전개하는 법, 마케팅비용을 절감하는 법, 그리고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마케팅 매체와 방법에 대하여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그동안 자신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수많은 소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다룬다. 그래서 이 책은 대단히 많이 팔렸다. 나 역시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책을 읽으며 틀림없이 몇 개의 빛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부터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마케팅 진실이 사실은 왜곡된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비슷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여러 기업들 사이에서 어떻게 차별적 방식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힌트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당신이 척추교정사라고 하자. 전화번호부에 광고를 내고 싶은 데, 이미 서너 페이지에 걸쳐 다른 척추교정사들의 광고로 빽빽하다. 어떻게 여기에 별로 돈들이지 않고 눈에 띄는 결정적 광고를 하나 할 수 있을까 ? 한 게릴러 척추교정사가 검은 색 바탕에 도드라지는 노랑색으로 다음과 같이 광고를 게재했다. "척추교정사를 선택하는 법에 대한 무료전화 컨설팅, 전화 113-45678" 아마 이 척추교정사는 사자의 몫을 가진 비즈니스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꺼운 책 전체가 다 멋진 아이디어와 기발한 착상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지루한 설이 반복되기도 하고 뻔한 이야기들이 대단한 것처럼 소개되기도 한다. 아마 1984년 처음 씌여진 책을 보완해온 과정에서 생겨난 세월의 격차인 듯하다. 특히 거슬리는 것은 저자가 이 책에서 자신을 함께 팔아야 한다는 것을 지나치게 중요한 일로 생각한 것 같다. 59권의 저서를 쓴 훌륭한 작가라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안달이 나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나는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었다. 소비자가 절대 바보가 아니듯이 독자도 절대 바보가 아니다. 이 정도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소기업 마케팅에 대하여 이만한 책을 쉽게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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