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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5일 10시 23분 등록

 

1.”저자에 대해서저자에 대한 기록과 개인적 평가(입속에 넣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기 바람)

 

  1) 저자의 저서에 대해서 먼저 알아 봤다. 이 분은 한학을 공부한 한 학자 이면서 글을 쓰고,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고금과 현실을 소통하는 소통하며 과거를 소재로 오늘을 이야기 하는 휴머니스트다.

정민 교수는 지금까지 36 38(공저 포함)의 책을 냈다. <한시미학산책>을 데뷔작으로 출간 예정인 <삶을 바꾼 만남>에 이르기까지 모두 현대적인 관점에서 고전을 해석해 ‘그때 여기’의 삶에서 ‘지금 여기’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저작이다. <한시미학산책>(2010·휴머니스트)은 한시입문서로 한시의 세계를 풍성한 예화로 전하고, 한시의 다양한 형태미와 내용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 책의 어린이용이라 할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 41만부가 팔리며 또래의 필독서가 되었다

정민이라는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킨 <미쳐야 미친다>(2004·푸른역사)는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이덕무 등 그들만의 열정과 광기로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18세기 지식인들의 마니아적인 내면을 탐구한 책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의미를 담은 강렬한 제목으로 화제를 일으키며 20만부 가까이 팔렸다.

<
비슷한 것은 가짜다>(2000·태학사)는 그가 학문의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연암의 대표 산문 40여 편을 25개의 주제로 나누어 원문과 그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의 연암 연구는 1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2010·태학사)으로 이어진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2006·김영사) 18년 유배생활 중 다양한 분야에서 500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서를 완성한 다산 정약용을 지식경영이라는 시각에서
조명했다. 8만여부가 팔렸다.

->정민 교수는 우리 고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국문 학자 이면서 베스트 셀러 작가 이기도 하다. 올해(2011년 기준)의 작가 반열 에서도 상위 2위에 Rank될 만큼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
올해의 작가 순>
① 강신주

② 정민

③ 김어준

두 번째 올해의 저자는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였다. 보폭을 계산이라도 한듯, 정확히 4개월마다 한권씩 책을 냈다. ‘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4) ‘다산의 재발견’(8) ‘삶을 바꾼 만남’(12)은 문장으로도, 연구의 깊이로도 처짐 없는 책들이라는 평이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식 편집자”(선완규) “많이 쓰면서 역작을 만드는 내공의 끝은 어딜까”(정은숙) 같은 극찬이 쏟아졌다.

2) 올 한 해의 대표작(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 다산의 재발견)

- 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

정민 교수는 현재 전해지는 옛 차문화에 대한 오류가 상당하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차()가 몸에도 좋을뿐더러 현대인의 정신건강에도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도 역사의 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된 차 전문가나 이론서를 찾기가 힘들다는 호소도 적지 않다. 원전(原典)에 대한 정확한 해석 없이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카더라’로 끝나는 차 얘기가 상당수인 탓이다.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50)가 펴낸 <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김영사). 정교수는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열정과 광기를 재미있게 풀어 쓴 <미쳐야 미친다>를 써 유명해진 한문학 전공자다. 그런 그가 752쪽이나 되는 두툼한 차책을 낸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다서인 <부풍향차보>를 비롯한 각종 차 관련 저작과 편지를 잇달아 발굴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8세기 다산과 초의, 추사(김정희)와 관련한 기록들을 살피다 보니 오늘날 우리가 아는 차문화사의 상당 부분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어요. 누군가 바로잡지 않으면 수십년간 반복돼 온 오류가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되겠다는 염려가 들었죠.

  그가 지적한 오류 중의 대표적인 것이 다산이 초의에게 차를 배웠다는 설(
)이다. 그는 다산은 이미 귀양 오기 전부터 차에 대한 식견이 높았고, 그런 다산에게 초의가 차를 배웠다고 주장했다. 다산이 유배 이전 지은 시에 차의 독한 성질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이 표현됐고, 당시 24세이던 초의가 48세인 다산의 기품에 빠져들었다는 내용의 사료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초의와 동갑내기인 추사의 차 사랑이 더해져 18세기 조선 차문화가 융성해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책이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각종 차 관련 사료들을 원본 그대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사진으로 실은 것만 300컷이 넘고, 처음 공개한 것도 상당수다. 정교수는 “차와 관련한 역사적 자료들이 더 이상 방치되거나 오역되는 일이 없도록 바로잡는 건 저 같은 한문학 전공자들이 해야 할 몫”이라며 “제 책을 계기로 차문화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산(
茶山) 정약용의 친필이라면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5년여간 집요하게 다산을 쫓았던 인문학자 정민 한양대 교수의 노력이 돋 보인다.


 

 -       다산의 재발견

  "1801년부터 1818년까지 강진 유배 시기의 다산이지요. 열두 권으로 간행된 다산시문집에도 없는 자료들이에요. 필터링 되지 않은 육성을 통해 '사람 냄새 나는' 다산을 볼 수 있지요. "

강진 유배 때이니까 다산의 나이 40세에서 57세에 이르는 시기다. 제자와 승려,자녀에게 쓴 시와 산문 등으로 당시 다산의 일거수일투족을 복원했다. 그가 그동안 찾아내 확인한 다산의 친필 편지는 150여통.제자 황상에게 준 편지 31통을 모은 《다산여황상서간첩(
茶山與黃裳書簡帖),혜장과의 교유 내용이 담긴 《견월첩(見月帖)》 등이 망라돼 있다.

"
이 책의 핵심은 다산의 '교학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강진에서 다산은 어떻게 훗날 다산학단(
茶山學團)으로 불리는 드림팀 제자들을 양성하고 500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요. "

그는 제자 교육과 관련,다산이 '문심혜두(
文心慧竇)'를 중요시했다고 말했다.

"
글을 읽을 때 마음으로 느껴서 일어나는 화학작용 같은 게 있잖아요. 공부는 혜두 즉 '슬기구멍'이 뻥 터져야 된다고 믿은 겁니다. 요즘처럼 수학문제 푸는 게 공부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죠.지식보다 지혜를,정보보다 식견을 넓혀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

다산의 교육은 놀라울 정도로 체계적이었다. 제자들의 개성에 따라 맞춤교육을 했다. 문학과 이학으로 나눠 전공을 살려줬다. 일정 수준에 오르면 매일 과제를 줘 기초를 다지게 만들었다. 게으름을 피우면 매섭게 몰아쳤고 잘하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답을 통한 강학,즉 토론식 교실로 논리적 사고력을 높여주었다. 각자 역량에 따른 역할 분담 방식도 도입,자신의 성과와 제자들의 성장을 도왔다. 컨베이어벨트처럼 한 바퀴 돌면 책 한 권이 나오는 식이다.

 

 제자들은 그의 가르침에 화답했다. 발을 묶어놓은 꿩과 같아 '쪼아 먹으라고 권해도 쪼지 않고 머리를 눌러 억지로 곡식 낟알에 대주어서 주둥이와 낟알이 서로 닿게 해주어도 끝내 쪼지 못하는 자들'이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학술집단으로 변했다. 그는 '교육자 다산'만이 아니라 매일 희로애락을 겪고 한탄하는 '범부 다산'도 조명했다. 제자를 외면하고 그 제자가 배신하는 데서 오는 갈등,유배지에서 낳은 딸 홍임 모녀에 얽힌 사연 등을 얘기하며 다산을 더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게 했다.

그는 다산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생각이다. "자료를 갖고 있는 분들이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다"며 협조를 구했다. 그의 원래 관심사는 '18세기 지식인 사회의 변동'이다.

"
당시 중국에는 별별 책이 다 나왔어요. 고금
도서집성은 한질에 5000권이나 됐지요. 조선의 지식인으로서는 충격일 수밖에요. 요즘 시대의 인터넷 충격과 같았나봐요. 수많은 정보 중 원하는 정보를 뽑아내 편집하는 게 중요했는데 다산이 가장 완벽하게 했던 사람 중 하나였죠.원래 관심을 뒀던 연암 박지원 연구도 계속할 겁니다. 다산이 교과서적인 인물이었다면 연암의 콘텐츠는 파워풀하지요. 지금 읽어도 정신이 번쩍 드는 내용이 많아요. 끝장을 봐야죠."

3) 개인적 평가

  그의 집필 과정을 인터뷰 기사와 언론에 소개 된 내용을 근거로 유추해 볼 때, 다산의 재발견을 준비 하면서 그가 보인 자료 수집에 대한 열정을 아래와 같이 소개 하고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의 친필이라면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새 자료를 수소문해서 찾고,정리 · 번역해 논문을 펴냈다. 자료 앞에선 비굴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좋았다. 곁에서 보기에 민망할 정도라고들 했다. 그렇게 5년여간 집요하게 다산을 쫓았던 인문학자 정민 한양대 교수(50).

  편지· 등 자료 수집 통해 대학자의 삶·인간미 조명을 위해 5년이라는 집요한 준비 과정을 거친 후 《다산의 재발견》을 펴낸 정민 교수는 "다산은 지식보다 지혜를, 정보보다 식견을 넓혀주는 교육을 실천했다"고 말한다. 다산의 교육법이 얼마나 체계적 이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저자는 '교육자 다산'만이 아니라 매일 희로애락을 겪고 한탄하는 '범부 다산'도 조명했다. 제자를 외면하고 그 제자가 배신하는 데서 오는 갈등,유배지에서 낳은 딸 홍임 모녀에 얽힌 사연 등을 얘기하며 다산을 더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게 했다.

저자는 자료를 찾고, 정리 한 후 체계적 연구 과정을 통해 독보적인 연구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이 시대 통찰력을 지닌 인문학자 이다.

 

2.“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1) “생취나 생의가 없는 시는 결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사물의 심장부에 곧장 들어가 핵심을 찌르려면 죽은 정신, 몽롱한 시선으로는 안 된다. 시인은 천지현황의 나태한 관습을 거부하는 정신을 지녀야 한다. 선입견에 붙박여 간과하고 마는 까마귀의 날개 빛깔을 살피는 관찰력이 있어야 한다.” (허공 속으로 난 길 18)

 

2) “시는 언어의 사원이다. 시인은 그 사원의 제사장이다. 시는 촌철살인의 미학이다.” (허공 속으로 난 길 18)

 

3) “시인이 한번 사변의 늪에 빠져들면 생취는 간데없고 진부한 관념의 시체들만 뒹굴게 된다. 이것은 시가 아니라 구호다. 표현의 기교에 지나치게 빠져도 안 된다. 언어를 매만지며 단어들의 질량을 느끼는 일은 시인의 큰 기쁨이다.” (허공 속으로 난 길 19)

 

 

4) “시는 함축을 귀하게 여긴다. 시인이 직접 다 말해서는 안 된다. 사물이 제 스스로 말하도록 해야 한다.” (허공 속으로 난 길 23)

 

5) “그 행간에 감춰진 울림, 언어의 발자취를 벗어나 허공에 매달려 있는 떨림이 중요하다. 그런 울림이 아예 없거나 그런 떨림을 외면한 시는 화려한 수사로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는 교언영색에 지나지 않는다.” (허공 속으로 난 길 28)

 

6) “시인은 외롭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독자를 외로움에 젖어들게 해야 한다. 괴롭다는 말을 해서도 안 된다. 그래도 독자가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림과 시 44)

 

7) “시인의 마음속에는 절로 떠오르는 아련한 고향 생각이 묻어 있다. 이것이 이 시가 일본을 노래한 절창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래 오르내리게 된 연유이다.” (그림과 시 64)

 

8) “세상에서 귀하게 여기는 것은 글이다. 글은 말에 지나지 않는다. 말에는 귀히 여기는 것이 있. 말이 귀히 여기는 바는 뜻이다. 뜻에는 따르는 바가 있다. 뜻이 따르는 바는 말로는 전할 수가 없다.” (언어의 감옥 76)

 

9) “마음으로 깨달아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이른바 심수상응心手相應이다.” (언어의 감옥77)

 

10) “지붕에 올라간 다음에는 누가 쫓아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치워야 한다. 유용한 진리는 언젠가는 버려야 할 연장과 같은 것이다.” (언어의 감옥 77)

 

11) ”아름다운 언행은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군자는 각별히 언행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언어의 감옥 79)

 

12) “상용이 노자에게 준 가르침은 자신의 본바탕을 잊지 말고, 윗사람을 공경하며,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이기라는 것이었다.” (언어의 감옥 81)

 

13) “큰 가르침은 사람마다 일깨워 가르칠 수 없다. 본래 알아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말해도 알아듣고, 모를 사람에게는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해준댔자 더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다.” (언어의 감옥 81)

 

14)  “홑이불 한기 들고 불등은 희미한데

        사미는 밤새도록 종조차 울리잖네.

        나그네 일찍 문 엶 투덜대고 있겠지만

        암자 앞 눈 소나무를 누른 모습 보리라.”

이 시의 흥취는 속세의 시간이 멈춰 선 눈 온 아침 겨울 산사의 고즈넉한 정경과 이를 바라보는 시인의 약간은 들뜬 시선 사이에서 내밀하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언어의 감옥 86~87)

 

15) “무언가 꼬집어 말하려 하면 사라져버리는 느낌, 분명히 있기는 있는데 잡을 수 없는 그 무엇을 노래한다. 효용가치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저편에서 울려오는 떨림, 그 떨림의 미묘함을 소중히 여긴다. 그러므로 시인은, 인간에게는 단지 입상을 통해서만 진의할 수 있는 묘오妙梧의 세계가 있음을 믿는 사람들이다.” (언어의 감옥 90)

 

16) “당시풍과 송시풍을 도대체 어떤 시풍을 말하는 걸까? 반란을 일으킨 것을 보면 두 시풍을 타협이나 공존이 어려울 듯하다. 고전 시비평서를 읽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당시에 핍진한다거나 송시에 가깝다는 표현을 만나게 된다. 또 이 두 가지가 함께 거론될 때면 대부분 당시풍을 더 높이 평가했다.” (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96)

 

17) “감성의 욕구는 자칫 무절제로 흐르기 쉽고, 이성의 욕구는 논리의 함정에 쉬 빠진다. 한시사의 전개에서 당시풍과 송시풍의 변화 교체가 쟁점이 되어온 것은 그 시대 문학의 풍격과 성향의 자연스런 변화와 관계된다.” (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101)

 

18) “시인은 상상을 통해 멋진 봄날의 장면을 한 폭 그려 보았다. 무슨 심각한 주제의식이나 철학적 사변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이 시를 읽고 감상하는 독자들의 정서적 반응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들은 시인이 그려 보이는 이국 풍물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마치 자신이 봄날의 흥취에 듬뿍 취해 교방 남반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104)

 

19) “밤중에도 열린 사립문이 시인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불안과 초조의 심리가 엿보인다. 깊은 밤까지 도둑 걱정 없이 문을 열어둘 수 있는 평온함을 그는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106)

 

20) “인생이란 결국 길을 찾아 헤매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 아니겠는가. 길을 가로막고 달려드는 낙엽은 시인에게 인생은 이와 같이 덧없는 것이라고, 길은 어디에도 있고 또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107)

 

21)   “종일 봄을 찾았어도 봄은 보지 못했네

        짚신 신고 산머리 구름 위로 가보았지.

        돌아올 때 우연히 매화 향기 맡으니

        봄은 가지 위에 어느새 와 있었네.”

무엇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집착 속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위의 시는 모리스 메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파랑새L’Oiseau bleu>를 떠올리게 한다. 틸틸과 미틸은 파랑새를 찾기 위해 온 세상을 헤맨다. 그들은 결국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파랑새는 자기 집 새장 안에서 울고 있었는데 말이다. 깨달음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그런데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욕망과 아집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112)

 

22) “사람의 마음은 본디 순선純善하여 맑고 깨끗하기가 이슬 머금은 풀잎이나 일렁임 없는 수명과도 같다. 그러나 자꾸만 인욕이 끼어들어 순수를 잃게 만든다.” (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114)

 

23) “웅변이나 설교를 시의 형식을 빌려 듣고 싶은 독자는 없다. 시는 결코 관념의 퇴적장이어서는 안 된다. 또 자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몽환적 어휘의 나열이나 이미지의 배합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혹세무민의 연금술사에 지나지 않는다. 시는 결코 독해할 수 없는 상형문자이거나 암호문일 수가 없다.” (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115)

 

24) “그러나 어찌하리. 현세에서 시인의 삶이란 곁에 누운 병든 아내의 신음처럼 고달프고 괴로운 것을. 그러고 보면 시란 까맣게 잊고 있던 신선세계, 또는 존재하지 않는 피안의 세계를 향한 회귀의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116)

 

25) “눈물을 제아무리 많이 흘린다 한들 도대체 그것이 대동강의 유량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해도 이를 두고 허풍 좀 그만 떨라고 타박할 독자는 없다. 이 엄청난 과장은 시인의 슬픔이 그만큼 가눌 길 없음을 표현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버들을 꺾는 뜻은 123)

 

26) “버드나무는 꺾꽂이가 가능하다. 신표로 받은 버들가지를 가져다 심어두면 뿌리를 내려 새 잎을 돋운다. 보내는 사람은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하는 심정으로 버들가지를 꺾어주었고, 또 꺾이어 가지에서 떨어졌어도 다시 뿌리를 내려 생명을 구가하는 버들가지처럼, 우리의 우정도 사랑도 그와 같이 시들지 말자는 다짐의 의미도 담겼다.”  (버들을 꺾는 뜻은 125)

 

27) “버드나무가 봄날의 서정을 촉진시키는 환기물인 동시에 이별과 재회에의 염원을 상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시 말해 버드나무가 빈도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면, 그것은 봄날의 서정이나 이별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제일 많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임제林悌(1549~1587)의 시를 보면 이 점은 더욱 확연해진다.” (버들을 꺾는 뜻은 129)

 

 

28) “ ‘가을 부채는 한시에서 으레 버림받은 여인을 상징한다. 부채는 더운 여름날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건이다… ‘가을 부채를 손에 쥐었다는 말만 가지고 이미 그녀가 임에게 버림받은 여인임을 구체적으로 말한다.” (버들을 꺾는 뜻은 131)

 

29) “우리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국화하면 도리야 곶이온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처럼 추위를 아랑곳 않는 매운 절개를 상징하는 꽃으로 배워왔다. 그러기에 머나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라는 시인의 언급은 이것의 자연스런 변용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프랑스에서 국화는 장례식 때나 쓰는 죽음을 의미하는 꽃이다.” (버들을 꺾는 뜻은 141)

 

30) “진부한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나도록 하는 것, 이것은 시인의 창조적 정신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마술이다.” (버들을 꺾는 뜻은 143)

 

31) “꼼꼼한 독시의 과정 없이 무성의한 치레나 선입견에 의한 오독으로 일관하는 이런 해설은 오히려 독자의 바른 이해를 방해한다. 해설자의 명망이 시인의 수준을 결정지어주는 것이 아닐진대 이런 해설이 꼭 필요한지 의아할 때가 있다.” (즐거운 오독 172)

 

32) “정과 경은 이름이 둘이나 실제로는 나눌 수 없다. 시에 뛰어난 자는 이 둘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가장자리가 없다. 빼어난 시는 정 가운데 경이 있고, 경 가운데 정이 있다.” 이른바 묘합무은妙合無垠의 주장이다.” (사물과 자아의 접속 176)

 

33) “명나라 도목都穆 <남호시화南濠詩話>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를 지을 때 반드시 정이 경과 만나고, 경은 정과 합해져야만 비로소 함께 시를 말할 수 있다.” 그는 정과 경이 만나 하나 되는 예를 이렇게 들었다.”

  방초는 사람 함께 도리어 쉬 늙고

    지는 꽃 물을 따라 동으로 흘러간다.” (사물과 자아의 접속 176)

 

 

34) “사람이 천하를 널리 보지 못하면 시가 국한되고 만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이미 할 수가 없지만, 네 근골로는 능히 이 일을 할 수가 있다. 다만 압록강 북쪽은 관문의 방비가 몹시 엄하니 반드시 어두운 길에 숨어 엎드려 있다가 물 있는 곳을 만나면 수영을 해서 몰래 건너야 갈 수가 있다. 너는 모름지기 중국말을 배우고 수영을 익히도록 해라.” (사물과 자아의 접속 180)

 

 

 

35) “세상의 근심이란 것이 평탄한가 싶다가 갑자기 가팔라지는 비탈길과 진배없다. 시간의 강물은 쉴 새 없이 흐른다. 느닷없이 찾아드는 근심 걱정 앞에 조바심하는 인간이나 예고 없이 지나가는 행인을 보고 움츠러드는 물새는 다를 게 없다.” (사물과 자아의 접속 181)

 

36) “돌아보면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 남은 것은 늙고 병든 고단한 몸뚱이뿐이다. 손꼽을 만한 벗도 없다. 제 몸 하나 갈무리하기도 버거운데 세상일은 더하여 마음을 심란케 한다. 이때 동편 저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오른다. 실망하지 말라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위로해준다.” (사물과 자아의 접속 182)

 

36) “한 봄의 일이 비바람 가운데 오간다. 우리네 인생도 풍파 속에 덧없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겨를도 없이 허망하게 진 꽃잎이 세상에 어디 한둘이겠는가?” (사물과 자아의 접속 183)

 

37) “진 잎은 뿌리로 돌아간다.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 떠난다. 허허로운 가을 산길에 강물은 무엇이 바빠 저리 서두는가.” (사물과 자아의 접속 184)

 

38) “ ‘시가 뜻만 말하면 맑지 않아 맛이 없고, 경만 말해도 또한 맛이 없다. 모름지기 경과 뜻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좋다.’ 문제는 언제나 정과 경의 조화다.” (사물과 자아의 접속 184)

 

39) “긴 병 끝에 맞은 꽃잔치는 마음 한구석에 애잔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래도 아직은 실망하지 말라는 듯, 추운 겨울을 견뎌 활짝 핀 꽃처럼 어서 빨리 회복하라고, 봄은 약탕관 위로 살랑살랑 바람을 보낸다. 어김없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인간의 무상을 되새기는 정조가 따뜻하다.” (사물과 자아의 접속 192)

 

40) “시란 무엇인가? 품은 뜻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뜻은? 나아가 말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어떻게 말하는가? 문제가 여기까지 미치면 다소 복잡해지지만 위진魏晉 이전의 고시들은 영물詠物보다는 영회詠懷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사물과 자아의 접속 198) 

 

41) “ ‘시는 뜻을 말하는 것이다. 뜻이란 마음이 가는 바이다. 그래서 시를 읽으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장계張戒 <세한당시화歲寒堂詩話>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는 것이 시인의 본뜻이다. 사물을 노래하는 것은 시인의 여사餘事일 뿐이다.’ “

  자장자장 우리 아가 울지 말아라

  울타리 바로 옆에 살구꽃 폈다.

  꽃 지고 살구가 곱게 익으면

  너랑 나랑 둘이서 같이 따먹자.  (사물과 자아의 접속 198)

 

42) “시는 정에서 나오고, 정은 시에서 생겨난다. 경과 함께 이르러 글자마다 눈물을 흘릴 만하다. 참으로 죽음을 애도하는 시의 가작이라 하겠다. 그러나 평일에 비록 친척조차도 부인이 시에 능한 줄을 알지 못하였으니, 또한 규방에 모범이 될 만하다.” (사물과 자아의 접속 199)

 

43) “진정한 시법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최후의 현관玄關이 있다. 그 현관 앞에 서려면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 문을 여는 법은 아무도 일러줄 수가 없다.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제 손으로 직접 열고 들어가야 한다.” (사물과 자아의 접속 202)

 

44) “시는 묘함이 한 글자에 달려 있다. 옛사람은 한 글자를 가지고 스승으로 삼았다.”  (일자사 이야기 205)

 

45) “하나하나 골라 써보고 거울에 비춰 비교하듯, 글자를 바꿔 넣었을 때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를 음미할 수 있어야 시안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사 이야기 209)

 

46) “시에도 눈이 있다. 시의 빗장을 옳게 열려면 시의 눈,즉 시안을 찾아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일자사 이야기 209)

 

47) “사람의 곱고 추함은 솜씨와 무관하다. 그림으로 정신을 전달하는 것은 바로 눈동자에 달려 있다.” (일자사 이야기 210)

 

48) “솜씨가 뛰어난 시인이 구절을 단련하는 것은 지팡이를 던지자 용으로 변해 꿈틀대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과 같다. 한 구절의 영활靈活함이 전편을 모두 살아 움직이게 한다. 또 글자를 단련함은 용을 그려 눈동자를 찍자 용이 번드쳐 솟아 올라가는 것과 같다. 한 글자의 빼어남이 시 전체를 기이하게 할 수 있다.” (일자사 이야기 211)

 

49) “일자사는 한 글자를 놓고도 무게를 달아보고 섬세한 말결을 음미할 줄 알았던 옛사람들의 시정신이 빚어낸 생각의 보석들이다.” (일자사 이야기 229)

 

50) “글을 일러 조화라고 말한다. 마음속에서는 틀림없이 예술적인데 막상 손끝에서 이루어진 것은 결코 예술적이지 못하다.” (일자사 이야기 229)

 

51) “시 조탁을 두보처럼 한다면 묘하기는 하다. 다만 솜씨가 거친 자는 조탁하려 애쓸수록 점점 더 졸렬하고 껄끄럽게 되어 공연히 애만 태우다 만다. 각기 타고난 재주에 따라 있는 그대로를 토해내어 조탁의 흔적이 없는 것만 못하다.” (일자사 이야기 229)

 

52) “미쳐야 미친다. 비록 하찮은 기예라 해도 자신을 온전히 잊는 몰두가 있어야 비로소 성취를 말할 수 있다. 예술의 천재들에게는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는 광기가 있다. 그들 안에서는 열정이 뿜어내는 거친 호흡과 다른 사람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느껴진다.” (작시, 즐거운 괴로움 235)

 

 

53) “천대 받는 화공이 되는 것을 싫어해 집안에서 그림을 못 그리게 했다. 그는 다락에 올라가 그림을 그렸다. 아이가 없어지자 집에서 난리가 났다. 사흘 만에 다락에서 내려왔다. 아버지가 화가 나서 볼기를 쳤다. 이징은 매를 맞으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찍어 새를 그렸다. 이를 본 아버지가 그에게 그림 공부를 정식으로 허락했다.” (작시, 즐거운 괴로움 235)

 

54) “사광師曠은 전국시대의 유명한 악사였다. 그는 소리를 듣는 데 방해가 된다며 자신의 눈을 찔러 소경이 되었다. 예술도 이쯤 되면 이르러 간 경지를 측량할 길이 없게 된다. 최고의 경지에 오르려면 잗다란 기교쯤은 까맣게 잊어라. 정신의 뼈대를 하얗게 세우고, 영욕도 득실도 생사까지도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된다.” (작시, 즐거운 괴로움 237)

 

55) “권필은 평생 벼슬길에 몸담지 않았다. 이를 안타까이 여겨 벼슬을 권하는 벗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내게는 고서 여러 권이 있어 홀로 즐기기에 족하고, 시는 비록 졸렬 하지만 마음을 풀기에 족하며, 집이 비록 가난해도 또한 막걸리를 댈만하다네. 매번 술잔 잡고 시를 읊조릴 때면 유연히 스스로 얻어 장차 늙음이 이르는 것도 알지 못하니, 저 이러쿵저러쿵하는 자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작시, 즐거운 괴로움 240)

 

56) “ 해마다 해마다 꽃은 비슷하건만

         해마다 해마다 사람은 같질 않네. “ (작시, 즐거운 괴로움 242)에서

 

57) “맹교는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시를 위해 살았던 시인이다. 시를 빼면 그의 삶에서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는 목숨을 걸고 시를 썼다.” (작시, 즐거운 괴로움 244)

 

58)  “송나라 때 진사도陳師道의 일화가 실려있다. 산수를 노닐다가 시상이 떠오르면 이내 돌아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채로 침상에 누워버린다. 가족이 이 사실을 알면 즉시 고양이나 개를 멀리 쫓고, 아기는 안고 어린애는 이웃집에 맡겼다. 그러고 나서 그가 시를 완성하기를 기다린다.” (작시, 즐거운 괴로움 249)

 

59) “사람들은 결과만을 놓고 좋으니 나쁘니, 잘 되었네 못 되었네 하지만, 정작 그사이의 고심참담은 간과하고 만다. 옛사람이 작시의 괴로움을 읊은 시 몇 구를 살펴보자. 두보는 이렇게 만장의 기염을 토했다.”  (작시, 즐거운 괴로움 249)

 

60) “ ‘나는 예전 지은 글을 볼 때 마다 보기 싫어 불태워버리고 싶어진다네.’ 매요신이 기뻐하며 말했다. ‘자네의 글이 진보하는 것일세. 나의 시도 그렇다네.’ 매요신은 앞서 여러 시인처럼 시에 고질이 든 시인이었다. 그는 아예 <시벽詩癖>을 제목으로 한 시를 남겼다.” (작시, 즐거운 괴로움 252)

 

61) “이이(1536~1584) <인물세고서仁物世藁序>에서 말이란 것은 소리의 정채로운 것이고, 문사란 것은 말의 정채로운 것이며, 시란 것은 문사의 빼어난 것이다.”라고 했다. 권필도 시라는 것은 말중에 정채로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시는 또 인간의 언어 중 가장 빛나는 금강석이다. 사실 세상에는 쓸모만으로 따지면 맥 빠지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른바 예술도 쓸모없기는 마찬가지다. 그것은 사람을 배부르게 해주지도 못한다. 마라톤 주자가 42.195킬로미터를 달린들 그것이 나하고 무슨 상관인가. 그런데도 우리는 이봉주, 황영조의 우승에 마음 설렌다. (작시, 즐거운 괴로움 258)

 

62) “ <구시마문>에서 이규보가 제시한 시마의 다섯가지 죄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상에서 알아주지도 않는데 붓만 믿고 찧고 까불게 만드는 죄다. 둘째, 천기를 누설하면서도 당돌하여 그칠 둘 모르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세상을 놀라게 하는 죄다. 셋째, 삼라만상의 온갖 형상을 닥치는 대로 남김없이 옮겨내서 겸손할 줄 모르는 죄다. 넷째, 제멋대로 상 주고 벌 주며, 정치를 평론하고 만물을 조롱하여, 뽐내며 거들먹거리는 죄다. 다섯째, 목욕을 싫어하고 머리 빗기를 게을리 하며, 공연히 끙끙대고 인상을 써서 갖은 근심을 불러들이는 죄다.” (미워할 수 없는 손님 270~271)

 

63) “시인은 남이 알아주든 말든 시로 자신의 포부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날카로운 예지로 드러나지 않은 사물의 깊은 의미를 파헤쳐 사람들의 인식을 높은 곳으로 이끌어준다. 그뿐인가? 사물을 관찰하여 감춰진 의미를 찾아내고, 세속의 질서나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 시를 통해 마음껏 비판할 수 있는 특권을 지녔다.” (미워할 수 없는 손님 272)

 

64)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드는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미워할 수 없는 손님 272)

 

65) “생각이 많으면 심화가 타오르고, 심화가 타면 신수腎水 고갈되어 심장과 신이 교통이 안 되므로 사람의 생리가 끊어진다. 많은 문인이 자식을 두지 못하고 장수하지 못하니, 그 하는 일이 이러한 까닭이다.” (미워할 수 없는 손님 282)

 

66) “모든 것이 갖춰진 넉넉한 환경에서 문학은 설 자리를 잃는다. 욕망이 좌절되고 꿈이 상처 입을 때 비로소 사람의 마음속에 이른바 정서란 것이 생겨난다. 그것이 슬픔과 분노, 격정과 눈물이 되어 터져 나온 것이 바로 시이다  (시인과 궁핍 289)

 

67) “마치 부뚜막 아래에서 숟가락을 하나 주워놓고 무슨 대단한 발견이나 한 듯이 숟가락 주웠다!”라고 소리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잘라 말한다. 중요한 것은 사마천의 글 솜씨가 아니다. 오히려 그가 그 글을 지을 때 품었던 마음자리를 얻는 것이다.” (시인과 궁핍 290)

 

68) “시인은 코앞에서 나비를 놓쳐버린 소년의 안타까움을 지녀야 한다. 견디기 힘든 시련과 좌절 앞에서 주저앉지 않는 발분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 발분하는 서정 없이 어찌 남을 감동시키겠는가.” (시인과 궁핍 294)

 

69) “나는 세상 사람들이 시인은 영달함이 적고 궁함이 많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어째서 그런가? 세상에 전해지는 시는 옛날 곤궁한 사람의 말에서 나온 것이 많다. 선비가 식견을 쌓아두고도 세상에서 펼치지 못하면 스스로를 산꼭대기나 물 밖에 놓아두고 즐기는 경우가 많다마음속에 근심스런 생각이나 울분이 쌓이면 원망하고 풍자하는 마음을 일으켜, 타관살이하는 신하나 과부의 한탄하는 바를 빌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인정을 그려내니, 대개 궁하면 궁할수록 더욱 공교해진다. 그렇다면 시가 능히 사람을 궁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궁해진 뒤에 공교해지는 것이다.”  (시인과 궁핍 295)

 

70) “곤궁의 상황이 좋은 시를 낳지만, 동시에 시 때문에 곤궁의 상황이 지속되거나 가중되는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이 점이 독자의 입장에서는 궁하면 궁할수록 시는 더욱 좋아진다거나 문장이 좋아질수록 집은 더욱 가난해졌네.”와 같은 평가를 낳았다.” (시인과 궁핍 296)

 

71) “불만족의 상태에서 만족을 구하려는 모순적 충동지향이 바로 시능궁인의 사고를 잘 설명해준다. 시궁이후공이라 할 때 궁은 공하기 위한 충분조건이고, 공은 궁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시인과 궁핍 297)

 

72) “단순한 경제적 결핍은 시인의 발분 욕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신적 측면이 배제된 궁은 궁이 아니라 빈이다.” (시인과 궁핍 297)

 

73) “시장에서 떡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노래를 구성지게 참 잘 불렀다. 노래 때문에 그 집 떡이 유명해져서 인기가 높았다. 형편이 넉넉해지자 더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떡 가게 손님도 점차 줄어들었다. <지봉유설>에 나온다.” (시인과 궁핍 298)

 

74) “제주에 유배 자있던 추사가 제가 이상적(1804~1865)의 변치 않는 정성에 대한 답례로 <세한도>를 그려주었다. 이때 세한의 상황은 궁의 정황과 유사하다. 궁이라는 상황이 개입되어 인식에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이 시궁이후공 논의의 핵심이.” (시인과 궁핍 298)

 

75) “부귀하고 권세 있는 사람은 반드시 시에 능하지 못했다. 이로 볼 때 시는 실로 작은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또한 알 수 있다.” 고 했다. 명리에 찌든 부귀의 인사보다는 산림에 거처하면서 마음이 맑은 자신들의 시가 훨씬 더 좋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시인과 궁핍 300)

 

76) “요즘 두보의 시를 배우는 자는 부유하게 살면서도 궁한 근심을 말하고, 태평한 시절을 만나고도 전쟁을 말하며, 늙지 않았으면서도 늙었다 하고, 병이 없으면서도 병들었다고 한다. 이것은 너무 심하게 흉내내는 것이니 성정의 참됨이 아니다.” 라고 하여 시인들의 유난스런 무드 잡기를 꼬집은 바 있다.” (시인과 궁핍 301)

 

77) “구양수가 매성유의 시를 논하면서 궁한 뒤에 시가 더욱 뛰어나다고 여겼다. 황산곡은 두보의 시를 논하면서 늙어갈수록 시가 더욱 좋아진다고 보았다다만 뛰어난 자만이 더욱 뛰어나게 되는 것이다. 왜그런가? 내가 삼당三唐 아래로 송원명청宋元明淸과 우리나라 문인의 시집에 이르기까지 수십 수백 종을 살펴보았다. 궁한 사람은 더욱 구슬펐고, 늙은 사람은 더욱 거칠고 졸렬해서 좋은 것이 거의 드물었다. 이로 볼 때 오직 뛰어난 자만이 더욱 뛰어나게 될 뿐이다. 궁함은 사람을 뛰어나게 하지 못하고, 늙음도 사람을 뛰어나게 하지 못함이 분명하다.” (시인과 궁핍 303)

 

78) “시인은 탄탈로스와도 같은 존재다. 맛있는 음식과 샘물을 앞에 두고도 영원한 갈증과 갈망 속에서 헤맨다는 탄탈로스! 시인은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다.” (시인과 궁핍 308)

 

79) “하늘과 땅 사이에 물건은 각기 주인이 있나니,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비록 터럭 하나도 취하지 말 일이다. 오직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 사이의 밝은 달은 귀가 이를 얻어 소리가 되고, 눈은 이를 보아 빛깔을 이루나니, 이를 취함이 금함이 없고, 이를 써도 다함이 없다.이는 조물주의 다함없는 곳집이다” (시는 그 사람이다 321)

 

80) “시는 곧 그 사람이다. 알려 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언어가 제 스스로 말해주는 사실이다. 언어가 그 사람의 기상을 대변한다는 것은 그 연원이 깊다. 무심히 뱉은 말이 씨가 되고,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시는 그 사람이다 332)

 

81) “정상에 닿으려고 기를 쓰고 산을 오른다. 그렇게 정상에 오르면 다시 내려와야 할 것이 아닌가. 왜들 저리 조급한가. 이것이 진화의 시가 말하고 있는 뜻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던가. 그러나 높이 올라 멀리 볼수록 자신의 왜소를 더 깨달을 뿐이니, 굳이 끝장을 보려 하지 말라. 최고봉은 아껴두라.” (씨가 되는 말 345)

 

82) “매 구절 첫 자가 춘하추동이다. 흔히 도연명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다. 명나라 양신의 <승암시화>에는 진나라 고개지의 작품이라고 했다. 봄날엔 넘실대는 못물, 여름날 기이한 산봉우리 모양의 뭉게구름, 가을날의 시릴 듯 푸른 달빛, 겨울 산마루에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사시의 광경은 이렇듯 건강하니,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호흡도 따라서 해맑아진다.”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391)

 

83) “어지러운 세상, 사람들은 갖옷만 뽐내고, 고요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은 잊은 지 오래다. <논어>에서는 궁해도 의로움을 잃지 않고, 현달해도 도를 떠나지 않는다.” 고 했다. 인간은 어떤가. 공연한 허욕에 사로잡혀 속만 태우고 있지 않은가. 고요히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담담한 시선이 독자를 깨달음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다.”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408)

 

84) “이 밖에도 기묘한 잡체시는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시들 속에는 그 어려운 한자를 마치 떡 주무르듯 제멋대로 가지고 놀았던 옛 시인들의 풍류가 거나하다. 장난은 장난이되 격조를 잃는 법이 없었다. 얼마나 많은 습작의 과정을 거쳤으면 언어를 이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을까. 언어를 매만지는 장인의 근성이 이런 잡체시를 낳았다.”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409)

 

85) “김준오는 자신의 저서 <도시시와 해체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절대적 진리도, 선도 없다는 해체주의는 세상일에 집착하지 않는 일종의 허무주의다. 왜곡된 현실을 왜곡되게 표현하는 해체시에서 온갖 비속어, 욕설 등이 서슴없이 구사되는 언어의 테러리즘을 보게 된다. 해체시의 어조는 진지하지 않고 너무나 유희적이고 거칠다.” 이런 말도 남겼다. “해체주의는 자명한 이치와 질서와 도덕을 근본적으로 회의한다. 세계를 가변적이고 일상적이며 부조리한 것으로 인식한다. 자아도 더는 일관되게 세계와 교섭하고 대결하는 심리적 통일체나 종합적 기능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해체시는 무질서한 세계를, 파편화된 세계를 그대로 수용한다.” (해체의 시학 458)

 

86) “우스운 것 앞에서 뜻밖에 진지해지고, 진지한 것을 단번에 희화화해버리는 시인의 희극적 태도는 한마디로 세상을 우습게 보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해체의 시학 462)

 

87) “대체로 김삿갓의 장난 시를 읽을 때마다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서글픔과 씁쓸함이다. 경국제세의 포부를 품고 배우고 익힌 학문과 지식을 고작 이깟 희학질에 썼더란 말인가? 그인들 이런 시를 짓고 싶었겠는가. 그에게 이런 장난질에 몰두하게끔 강요한 현실이 역으로 희대의 민중시인을 낳았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해체의 시학 465)

 

88) “김삿갓의 시정신은 당대 조선 사회가 처했던 제반 역사 환경의 변모에 의해 안받침 되어 사회적 성격을 부여받는다. 시는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인 까닭이다.” (해체의 시학 465)

 

89) “하얀 소복을 입고 흰 눈이 내린 날 아침에는 아이들을 울리지도 말자던 노천명과는 달리, 시인은 엉뚱하게 흰 눈에서 옥황상제의 죽음을 떠올린다. 햇볕에 녹아 떨어지는 낙수를 눈물로 환치시켜버린다. 발상이 참신하고 그의 무기력한 나른함과 뿌리 깊은 비애의 정조가 가슴을 적신다.” (해체의 시학 466)

 

90) “김삿갓이 장난질의 와중에 그 많은 과체시를 남겼다면 그 속에 담긴 뜻은 무엇이었을까? 나도 마음만 먹으면 체제가 요구하는 교과서적인 시 쓰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항의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의 웃음은 슬프다. 그 슬픈 웃음의 뒤안길은 외면한 채, 자꾸 가십적인 살을 붙여 그를 봉이 김선달류의 비천한 재담가로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악취미다.” (해체의 미학 467)

 

91) “의식의 변화는 내용의 변모를 부른다. 내용만으로 의식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할 때 형식이 변한다. 기존 한시의 굳건한 문법은 개화기의 발랄한 실험정신 아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해체의 양식들을 선보였다. 다만 그것이 치열한 시정신에 의해 안받침되지 못한 결과 새로운 형식들은 일과성의 장난기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들이 시사하는 의미는 대단히 심장하다.” (해체의 미학 472)

 

92) “칠규, 오장을 갖추지 못한 지렁이도 제 몸의 해를 피해 이로움을 향해 나아갈 줄 안다. 그런데 사람 중에는 패망이 뻔히 보이는데도 눈 뜨고 그 길을 가서 제 몸을 망치고 일을 그르치는 이가 있다. 지렁이만도 못하다.” (바라봄의 시학 475)

 

93) “꽃이 향기를 내는 것은 꽃의 본색에 불과하다. 빈 들판에 날려 흩어지는 것도 정해진 운명이 아니겠는가. 꽃은 누가 알아주고 말고를 개의치 않고 향기를 낼 뿐이다. 인간이 한 세상을 살다 가는 것도 이와 다를 게 없다.” (바라봄의 시학 476)

 

94) “물고기와 인간은 어떻게 다른가? 희로애락의 감정은 물고기도 있다. 편안함을 기뻐하고, 눈앞의 이익을 탐하며, 강한 적을 두려워한다. 물고기에게 인의예지가 있는가? 염치와 부끄러움,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이 있는가? 없다. 이것이 인간과 물고기를 갈라놓는 기준이다.” (바라봄의 시학 476)

 

95) “거위에게는 거위의 생리가 있다. 이를 벗어나니 병통이 된다. 그러나 보라. 자연은 자신의 리듬을 잘 알아 억지로 거스르는 법이 없다. 열흘 넘게 굶은 거위는 탐욕을 버리는 대신 자신을 잘 지켰다.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을 많이 먹고 뚱뚱해져 날지도 못하는, 그러고도 그 맛에 길들어 살을 찌우다 마침내 제 몸을 망치는 인간 거위들은 세상에 또 얼마나 많은가.” (바라봄의 시학 477)

 

96) “무릇 관물이라 하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지 않고 이치로써 보는 것이다. 천하 사물은 이치를 담지 않은 것이 없고 성이나 명이 없는 것이 없다.” (바라봄의 시학 485)

 

97) “마음 공부는 언뜻 보아 다른 듯이 보이는 현상 속에 내재된 한 가지 이치를 수시로 자가 점검함으로써 외물에 현혹되지 않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바라봄의 시학 488)

 

98) “공연히 폼이나 잡고 제 몸 들들 볶는 것은 제대로 된 공부가 아니다.” (바라봄의 시학 489)

 

99) “깨달음이 없이는 우리 모두는 눈뜬장님일 뿐이다, 눈을 뜨고 있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려 한다고 보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깨달음은 결코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바라봄의 시학 499)

 

100) “어떻게 볼 것인가? 무엇을 읽을 것인가? 누구나 보고 있지만 못 보는 사실, 늘 마주치면서도 그저 지나치는 일상 사물에 담긴 의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익숙한 사물과 낯설게 만나, 그 낯섦으로 그 사물을 새롭게 만나는 것, 이것이 관물론이 시학과 만나는 접점이다.” (바라봄의 시학 499)

 

101) “선은 분별지를 마음에서 걷어내는 것이다. 명상, 즉 생각을 잠재우고, 묵상, 곧 생각을 침묵시키는 것이다. 그때 남는 것은 마음뿐이다. 선은 마음을 텅 비워 본래의 나와 만나는 순간이다.  (깨달음의 바다 504)

 

102) “말로 일러주면 언어의 그물에 걸려들고, 이치로 설명하면 이로에서 길 잃고 헤맨다. 그러니 언어로 설명하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 불립문자요, 알아들을 놈만 알아들으래서 교외별전이다. 선의 사유와 시의 방법은 이 지점에서 서로 만난다.” (깨달음의 바다 513)

 

103) “깨끗하고 더럽다는 말의 의미가 한순간에 증발해버리는 상쾌함이 있다. 내게 깨끗한 것이 남에겐 더럽고, 내가 더러워 못 견딜 것도 남에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한번 바꾸면 모든 것이 시원스럽게 된다. 깔깔깔 웃게 된다.” (깨달음의 바다 517)

 

104) “진짜 앞에서 가짜는 오금도 못 편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자재원성이다. 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행주좌와 어느 것 하나 걸림 없이 원만하다. 숨 쉬고 밥 먹듯 자연스럽다. 이것이 선의 극치다. 시도 다를 것이 없다. 스스로를 괴롭혀 쥐어짜는 시, 안 알아준다고 닦달하는 시, 알맹이 없이 허세만 남은 시는 가짜다.” (깨달음의 바다 521)

 

105) “깨달음 없는 참선은 공연히 제 몸을 들볶는 짓이다. 깨달음이 없는 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심장을 토해내고 폐부를 도려내는 고심참담도 좋지만, 깨달음은 원래 없는 것을 쥐어짜는 조탁과는 관계가 없다. 옛사람의 길을 따르지 말라. 너는 너의 길로, 나는 나의 길로 선에 도달하고 시를 깨달을 뿐이다.” (깨달음의 바다 523)

 

 

106) “아이는 한 살 더 먹기를 바라고, 늙은이는 한 살 더 줄기를 바랄 것이다. 누가 한 해라는 시간을 정해놓았더냐. 차라리 한 해라는 시간을 없애 버림은 어떨꼬?” 통쾌하지 않은가.” (깨달음의 바다 528)

 

107) “일상에 찌들어 생기를 잃고 풀이 죽어 있을 때, 자연은 인간에게 소생의 원기를 불어넣어준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때의 고금을 떠나서 자연이 예술의 변함없는 경배에 대상이 되어온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자연이 아무나 자신의 품에 끌어안는 것은 아니다.” (산과 물의 깊은 뜻 537)

 

108)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통달하여 두루 통해 막힘 없는 것이 물과 같으므로 물을 좋아한다. 어진 사람은 의리에 편안하여 중후하여 옮기지 않는 것이 산과 같기에 산을 좋아한다.” (산과 물의 깊은 뜻 538)

 

109) “인간에 낙원은 있는가? 낙원은 없다. 따지고 보면 인생은 절망과 비탄의 연속일 뿐이다. 믿었던 것들로부터 배반당하고, 사랑하던 사람마저 하나 둘 떠나 보낸 후 빈 들녘을 혼자 헤매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실낙원의 비가 557)

 

110) “인생이란 한세상 더부살이라

          덧없이 흩날리는 티끌일레라.

          성문 나서 똑바로 눈뜨고 보니

          뵈느니 언덕과 무덤뿐일세.

          사는 해 백 년을 못 채우건만

          언제나 천 년 근심 품고 사누나.” (실낙원의 비가 557)

 

111) “인간은 닫힌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반란을 꿈꾼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 어떤 갈등도 없으며 모든 것이 조화롭고 충만한 세계는 어디에 있는가? 인생은 그렇듯이 슬프고, 인간은 그렇듯이 나약한 존재인가? 삶의 짙은 회의 속에서 시인들은 무의식의 저편에 저장된 언젠가 떠나온 곳, 잃어버린 낙원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것은 모든 것이 완벽한 꿈의 세계이다.” (실낙원의 비가 559)

 

112) “꿈은 무의식의 세계이다. 인간의 의식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무의식이 열린다. 무의식의 세계는 원초적 상징들로 가득 차 있다. 상징은 좌정되었던 본능적 충동을 만족시키려는 욕구와 관련된다. 이러한 상징들은 꿈을 통해 신비한 세계를 열어 보임으로써 현실에서 상처받고 왜소해진 자아의 의식을 확장시키고 소생시켜준다.” (실낙원의 비가 566)

 

113) “꿈은 깨게 마련이고, 자아는 결국 변한 것 없는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자아는 몽중 유선의 과정에서 더욱 확대된 세계와의 괴리 앞에 다시 직면한다. 탈출은 좌절의 새삼스런 확인일 뿐이어서 현실과의 불화나 첨예한 긴장 상태를 해결할 어떤 대안도 마련해주지 못한다.”  (실낙원의 비가 574)

 

114) “실현될 수 없다 해서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이 배격되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삶의 절망이요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실낙원의 비가 576)

 

115) “문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는 꿈을 꿀 수가 있다. 문학이 다만 실천의 도구일 때, 사회는 꿈을 꿀 자리를 잃어버린다. 꿈이 없을 때 사회 개조는 있을 수 없다.” 김현의 이 말은 바로 유선시에서 중세적 꿈꾸기가 갖는 의미를 매우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실낙원의 비가 576)

 

116) “시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시의 거울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바람과 애환이 그대로 떠오른다. 한 편의 시는 방대한 사료로 재구성한 어떤 역사보다 더 생생하다. 사람들은 이를 일러 시사詩史 한다.” (시와 역사 583)

 

117) “변새시에는 당시 전쟁터의 스산한 분위기와 끝없이 계속되는 정복 전쟁에 지친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래서 시는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시와 역사 592)

 

118) “사시史詩 또는 영사시는 역사적 사실을 주제로 쓴 시다. 차고술금, 옛일을 끌어와 지금을 말하는 것은 한시의 오랜 관습이다. 시인은 맥없이 옛일을 들추지 않는다. 그들은 과거 속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우회 통로를 찾고 있다.” (시와 역사 601)

 

119) “역사란 무엇인가? 현재의 퇴적일 뿐이다. 지금 시대의 자취를 일러 후세는 옛날이라 한다. 그렇다면 굳이 지나간 옛날에 얽매일 필요가 없겠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면 그것이 곧 옛날이다. 시사는 시인의 충실한 증언이 뒷날의 역사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사시는 시인이 과거의 거울에 비춰 현재를 읽으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어제의 태양은 오늘도 그대로 뜬다. 지나간 역사가 오늘을 비추는 등불인 까닭이다.” (시와 역사 603)

 

120) “구름은 유유자적하다. 아무 데도 얽매인 데 없이 자유자재하다. 구름은 욕심이 없다. 집착도 없다. 처음 그녀는 구름과도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리하여 산 속에 들어가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었다.품은 생각을 맑고 곧게 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고자 하였다.” (사랑이 어떻더냐 610)

 

121) “이별 후 꽃길을 걷는 그녀의 마음은 노을빛이다. 그녀는 진 꽃잎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때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시든 꽃잎, 그 꽃잎에 청춘의 한때를 겹쳐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여기에는 그녀의 불안한 심정도 담겼다. 꽃잎이 땅에 지듯 내 청춘도 곧 시들 것이다. 그때에도 임은 나를 사랑하실 것인가.” (사랑이 어떻더냐 617)

 

122) “임을 만나기를 얼마나 고대 했는데, 정작 만나 한마디도 못한 것이 말할 수 없이 아쉽다. 만날 길 없어 밤마다 꿈길로 찾아 나선다.  이것이 사랑이다. 어렵사리 임을 만나 놀랍고 두근거려 꿈을 깬다. 이것은 그리움이다.” (사랑이 어떻더냐 619)

 

123) “봄바람이 버들가지를 간질인다. 다리 너머로 해가 진다. 잔광 속에 꽃도 진다. 봄날은 한바탕 꿈이었을까? 봄이 다 가도 방주의 그 임은 소식이 없다. 손꼽아 기다리던 마음도 꽃잎 따라 땅 위에 진다. 청춘이 다 시든 뒤임이 돌아온들 무슨 소용이 있나. 그녀의 눈물은 이미 말랐다.” (사랑이 어떻더냐 621)

 

124) “훌쩍 떠난 아내의 체취가 그리워 주인 잃은 빈 방을 찾았다. 거울 위엔 먼지가 자옥하다. 휘장에는 향내도 스러졌다. 사람 없는 빈 방이 이다지도 적막한가. 닫아건 문가엔 전처럼 복사꽃이 피었다. 달빛 받은 꽃잎이 곱기도 한데, 꽃을 보는 마음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봄이 온들 무엇하며 꽃이 핀들 무엇하리. 달은 전처럼 떴어도 그 밤 함께 발을 걷어올리다 탄성을 발하던 그 임이 내 곁에 없다. 닫아건 문에 바깥일에 흥미를 잃은 마음을 담았다.” (사랑이 어떻더냐 625)

 

125) “오늘날의 독서는 어떤가. 천박한 식견으로 이미 용도 폐기된 낡은 지식을 금과옥조인 양 떠받든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58)

 

126)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통하면 오래간다.”고 했다중요한 것은 이것과 저것이 다름을 확인함에 있지 않고, 그 사이에 숨을 통하게 하여 오래 가게 만드는 일이다. 이른바 통변의 정신이 여기서 나온다. 유협은 <문심조룡> <통변>에서 이렇게 말한다.

문사文辭와 기력은 통하여 변해야만 오래 간다. 이것은 일정한 방향이 없다. 이름과 이치는 변함이 없으니 형식은 반드시 옛것에 힘입는다. 통변에는 정해진 방향이 없어 반드시 새 목소리를 참작해야 한다. 그래야 끝없는 길을 내달릴 수 있고, 마르지 않는 샘물을 퍼 올릴 수 있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59)

 

127) “새것이 힘을 얻으려면 옛것을 변화시키는 통변이 정신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옛것을 새것이 되게 하는가? 어찌하면 드넓게 터진 길을 통쾌하게 내달릴까? 마르지 않는 샘물에 목을 적실까? 그 길은 방향도 없고 실체도 없다. 저마다 마음으로 깨달을 뿐 누가 일러줄 수가 없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59)

 

128) “옛것을 기준으로 지금을 보면 지금이 진실로 낮다. 그렇지만 옛사람이 스스로를 볼 때 반드시 자신이 예스럽다 여기진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 보던 자도 또한 지금 것으로 보았을 뿐이리라. 세월은 도도히 흘러가고 노래는 자주 변한다. 아침에 술 마시던 자가 저녁엔 그 장막을 떠나간다. 천추만세는 지금부터가 옛날인 것이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60)

 

129) “현재에 충실하라. 그러면 그것이 훗날의 모범이 된다. 옛것을 맹종치 말라. 그 옛것도 그때에는 하나의 지금이었을 뿐이다. 세월은 흘러간다. 오늘의 주인공이 내일은 무대 뒤로 사라진다. ‘지금여기가 차곡차곡 쌓여 역사가 된다. 사람은 가도 문학의 정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60)

 

130) “한신의 군대는 배수진을 쳤다죽기 살기로 조나라 군대와 싸워 이겼다. 제식훈련 한번 제대로 받지 않은 오합지졸들을 부릴 줄 알았던 한신의 용병술은 일반 병법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겼다. 왜 그랬을까? 통변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신이야말로 정말 멋진 문장가가 아닐 수 없다. 시도 이런 정신으로 써야 한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64)

 

131) “때로 배우지 않고 거꾸로 하는 것이 제대로 배우는 것이 될 때가 있다. 표현은 달라도 알맹이는 같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64)

 

132) “엣것을 본받아라. 그러나 그 정신과 원리를 본받아야지, 형식을 본받아서는 안 된다. 이 경우 원리란 무엇인가? 부뚜막의 숫자를 조작하여 적을 현혹 시킨다는 것이다. 형식이란 무엇인가? 부뚜막 숫자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다. 손빈은 부뚜막 숫자를 줄여서 이겼고, 우승경은 반대로 늘여서 이겼다. 손빈은 적진을 향해 들어가고 있었고, 우승경은 적진에서 후퇴하는 중이었다. 방법은 바대로 했지만 이긴 것은 같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65)

 

133) “남의 흉내나는 시는 결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보살을 만나면 보살을 죽여라. 옛길을 따르지 말라.” (그때의 지금인 옛날 666)

 

134) “한유가 말한 정신을 배울 뿐 표현은 본받지 않는다는 원리를 환기한다면 우리가 한시를 통해 퍼 올릴 수 있는 샘물은 무궁무진하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68)

 

135) “너는 왜 우는가?”그가 대답하기를, “제가 다섯 살에 눈이 멀어 이제 스무 해가 되었습니다. 아침에 나와 길을 가는데 갑자기 천지만물이 맑고 밝게 보이는지라 기뻐 돌아가려 하니, 골목길은 갈림도 많고 대문은 서로 같아 제 집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웁니다.” 선생이 말했다. “내가 네게 돌아가는 법을 가르쳐주겠다. 도로 네 눈을 감아라. 그러면 바로 네 집을 찾을 수 있으리라.” 이에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려 걸음을 믿고 도달할 수 있었더랍니다.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빛깔과 형상이 전도되고, 슬픔과 기쁨이 작용이 되어 망상이 된 것이지요. 지창이를 두드리며 걸음을 믿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분수를 지키는 관건이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보증이 됩니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70)

 

136) “문학은 발전해왔는가. 아니다. 다만 변화해왔을 뿐이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671)

 

 

3. “내가 저자라면”(자신이 이 책 저자가 되어 이 책의 목차와 전체적 뼈대를 논하고,특히 감동적이었던 장 절 그리고 보완점을 평설 할 것)

 

 

저자는 우리 시학의 근원을 탐색하는 스물네 가지 한시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그 효용가치를 상실 했던 한시 을 재 조명 하므로써 소중한 깨달음을 던져주는 값진 보석들이 이 책안에 가득 담겨져 있다.

 

또한 저자는 낯설기까지 한 선인들의 안쓰러운 시 사랑에 한번쯤 귀기울여볼 여유가 이제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으까?라고 반문한다. 여기에는 우리가 까맣게 잊고 있던, 전혀 새로운 담론의 체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나라 진욱(陳郁) <설부>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개 형상은 그릴 때는 반드시 정신을 전해야 하고, 정신을 전하려면 마음을 그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자와 소인이 모습은 같지만 마음은 다른데, 귀하고 천하며 충성스럽고 사악한 것을 어찌 스스로 구별하겠는가? 겉모습이 비록 닮았다 한들 무슨 보탬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마음을 그리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시인이 정을 머금어 이를 펴고, 경물을 대하여 마음을 움직이며, 물상을 그려냄에 그 정신을 얻게 된다면, 저절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얻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청나라 원매가 <속시품>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용모에 부족함이 있는지라 분을 바르고 연지를 칠한다. 재주가 부족하므로 전고를 끌어다 쓰고 책에서 찾는다. 옛사람의 문장이라고 해서 다 잘된 것은 아니다. 꾸며서 웃고 거짓으로 슬퍼하는 것이라면 나는 광대일 뿐이다. 이에 미인을 그려도 사랑스럽지 않고, 난초를 그려도 향기가 없게 된다. 그 연유를 헤아려보면 진정 나타내려고 한 것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권필은 평생 벼슬길에 몸담지 않았다. 이를 안타까이 여겨 벼슬을 권하는 벗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내게는 고서 여러 권이 있어 홀로 즐기기에 족하고, 시는 비록 졸렬하지만 마음을 풀기에 족하며,

 

집이 비록 가난해도 또한 막걸리를 댈만하다. 매번 술잔 잡고 시를 읆조릴 때면 유연히 스스로 얻어 장차 늙음이 이르는 것도 알지 못하니, 저 이러쿵저러쿵하는 자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가?

 

그는 늙음이 오는것도 모르고 삶의 의미를 시속에서 찾았다.

 

김려(1766 ~ 1822) <정농오시집서>에서 한마디 했다.

 

구양수가 매성유의 시를 논하면서 궁한 뒤에 시가 더욱 뛰어나다고 여겼다. 황산곡은 두보의 시를 논하면서 늙어갈수록 시가 더욱 좋아 진다고 보았다. 그러나 나는 홀로 궁하다고 좋아지거나 늙어갈수록 낫게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뛰어난 자만이 더욱 뛰어나게 되는 것이다.

 

왜그런가? 내가 삼당 아래로 송원명청(宋元明淸)과 우리나라 문인의 시집에 이르기까지 수십 수백

 

종을 살펴보았다. 궁한 사람은 더욱 구슬펐고, 늙은 사람은 더욱 거칠고 졸렬해서 좋은 것이 거의

 

드물었다. 이로 볼 때 오직 뛰어난 자만이 더욱 뛰어나게 될 뿐 이다. 궁함은 사람을 뛰어나게 하지 못하고, 늙음도 사람을 뛰어나게 하지 못함이 분명하다.

 

 

요컨데 시의 공졸은 궁달과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타고난 능력과 관계되는 것일 뿐이라고 본 것이다.

 

시인은 사물을 데려와서 사물이 대신 말하게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한편의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이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고 시 속에 숨겨둔 말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 점은 화가도 마찬가지다. 화가는 풍경을 그리거나 정물화를 그릴 때 화면 속에 자신의 느낌을 직접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에 화가는 색채나 풍경의 표정을 통해 자기 생각을 담는다.

 

옛날 중국의 송나라에 휘종 황제란 분이 있었다. 그는 그림을 사랑했을 뿐 아니라 그 자신이 훌륭한 화가였다. 휘종황제는 자주 유명한 시의 한 구절에서 따온 그림의 제목을 정해놓고 궁중의 화가들을 모아 놓고 그림 대회를 열었다. 한번은〔꽃을 밟고 돌아가니 말발굽에서 향기가 난다.〕라는 제목이 걸렸다.

 

말을 타고 꽃밭을 지나가니까 말발굽에서 꽃향기가 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황제는 화가들에게 보이지도 않는 말발굽에 묻은 꽃향기를 그림으로 그려 보라고 한 것이다. 화가들은 모두 고민에 빠져서 그림에 손을 못대고 쩔쩔매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젊은 화가가 그림을 제출하였다. 말 한 마리가 달려가는데 그 꽁무니를 나비 떼가 뒤쫓아 가는 그림이였다. 이런 것을 한시에서는 '입상진의(형상을 세워서 나타내려는 뜻을 전달한다.)'라고 한다. 다시 말해 나비 떼라는 형상으로 말발굽에 묻은 향기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형상을 시에서는 이미지(image)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시인은 이미지를 통해서만 말한다. 그러니까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바로 이미지 속에 담긴 의미를 찾는 일과 같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시는 전달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시가 되어버렸지만 저자는 현대어로 우리 선조들의 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많은 집필 과정을 통해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 할 수 있는 명저를 펴 내신데 깊은 감사를 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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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9 07:36:27 *.154.223.199

학이시습님의 저자 조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학이시습님의 저자조사에서 인터뷰 기사를 보기를 기대하였습니다.^^ 

정민교수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더불어 4개월마다 대단한 자료수집 과정을 거친 전문서적 수준의 책을 내는 저자의 책을 꼼꼼히 살펴보시는 (담에 읽어봐야지 하시나 했어요)

학이시습님의 호기심, 지적 탐구심 이런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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