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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2일 00시 10분 등록


시 한 편, 나 한 편 (느끼고, 생각한 것, 표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1> 하늘의 융단 

W.B. 예이츠에 대하여 (1865년 6월 13~1939년 1월 28일)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192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노벨 위원회는 “고도의 예술적인 양식으로 전체 나라의 영혼을 표현한 영감을 받은 시”라는 평가를 남겼다. 아일랜드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예이츠는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자신의 뛰어난 작품들을 완성해 낸 몇 안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아름답지 않은가!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금빛 은빛 수놓인 하늘 천을 깔아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가난한 처지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그 천을 대신해서 꿈을 깔아주고는 사뿐히 밟아 달라고 한다. 이 시를 귀로 먼저 들었는데 듣자 마자 반했다. 그의 꿈은 은하수처럼 반짝인다. 빛난다. 아름답다. 그 마음도, 그리고 그의 꿈도. 


<2> 인연설

한용운 시를 통해 사랑을 배웠다.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나와 인연이 닿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려한다. 


<3>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부부가 되면 이렇게 살고 싶다. 우리 사이에서 하늘 바람이 춤추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리라. 아, 하늘 바람이 춤을 춘다니 시원하고, 자유롭다. 사원의 기둥들처럼, 참나무와 삼나무처럼, 현악기의 줄들 처럼 각자 있지만 사랑하는 서로가 되기를 바래본다. 


<4>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릴케(Reiner Mara Rilke 1875-1926)에 대하여 

 독일의 시인 소설가. 신낭만주의, 상징주의, 인상주의 등으로 신비주의 색채가 짙은 작품을 씀. 

 ‘행복이 반짝이며 하늘에서 몰려와 날개를 거두고 꽃피는 나의 가슴에 ‘걸려’ 온 것을...’ 내 마음에 걸렸다. 어린아이들의 시선이 되어 꽃송이 송이마다 입맞추는 너를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이 내 마음에 걸렸다. 그러고 보니 내게도 사랑이 그렇게 걸렸던 것 같다.  



<5>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시란다. 왜 좋아하냐고 물어 봤더니 제목부터 좋단다. 그러니 나도 덩달아 이 시가 좋다. 시를 읽고, 외워보면서 나는 자유를 느꼈다.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고 나는 춤을 춘다. 흥얼흥얼하는 내 노래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일이 내게 놀이가 되었고 삶이 풍요롭다. 그리고 사랑한다. 그저 나는 ‘사랑’할 뿐이다.  


<6> 아내의 봄비

 코 끝이 찡, 눈물이 핑 돕니다. 시를 읽어주니 친구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천원 짜리 한 장에 깃든 아내의 깊은 정이 제 마음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봄처럼 따뜻한 아내의 마음에 화답하는 꾸부정한 할머니의 허리가 제 마음에 뿌리내린 꽃을 더 예쁘게 피어나게 합니다.


<7> 나그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제 입 안에서 멤돌며 청량한 맛을 내는 시입니다. 어릴 적에 배우고 아직까지 잊지 않은 걸 보면 제가 좋아하는 시가 맞나봅니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습니다. 


<8> 행복

 남편이 생기고 책을 내고 나면 꼭 이 시 처럼 고백하고 싶습니다. 읽는 내내 웃으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시인이 ‘정말 행복하겠구나.’ 생각했지요. 천상병 시인의 시에 대한 평가를 보면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서정을 바탕으로 했다고 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순수성을 되비쳐 보여주는 시인 답게 이 시에서도 그는 그의 순진성과 동심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친근한 시인의 시에서 나도 잠시 행복을 느꼈습니다. 


<9> 비밀

 시바타 도요는 100세 시인이다. 1911년 6월 26일, 도치기시에서 태어났으며 유복한 쌀집의 외동달이었지만, 10대 때 가세가 기울어 음식점 등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33세 때 주방장인 시바타 에이키치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 겐이치를 낳았다.  인생의 선배로서 건네는 그녀의 지혜의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울린다. 

 그녀가 가진 비밀은 아흔 여덟에도 사랑을 한다는 것, 꿈도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바로 ‘구름을 타는 것.’이다. 마지막 행에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이라고 속삭이 듯 그러나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한다. 이 마지막 행이 나를 붙잡고 놓지 않는다. 구름도 타보고 싶다고 아래서 위로 올려다 보며 새초롬하게 말하는 시인에게 나도 대답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시바타 도요 작가님, 전 별이 될래요. 반짝 반짝 빛나는 별이 될래요. 그리고 비밀을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간직할게요. 잊지 않을게요.”


<10> 아들에게 2

엄마는 늘 내게 시간을 선물로 주셨다.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내 할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하셨다. 나와 더 이야기하고 싶으면서도, 나와 더 함께 있고 싶으면서도, 괜찮다고 어서 가보라고 공부하라고, 방문을 꼭 닫아주셨다. 겐이치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행 마다 표현되었다. ‘자, 가 봐 어서 넌 네 할일을 하렴.’ 내 마음도 울리고, 내 눈도 울렸다. 


<11> 하얀 운동화

시인은 어릴 적을 떠올린다. 하얀 운동화를 신어서 따돌림을 당했었단다.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못 신어서가 아니라 짚신을 신지 않았기 때문이라니 새롭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처럼 산골에 가면 산골 친구들이 신는 짚신을 신었어야 했는데 시인은 그럴 수 없었나보다. 비를 높여 ‘비 오시던 날’이라고 표현 한 부분도 익살스럽다. 신발을 잃고 학교 복도에 서서 울었다는 시인의 어릴 적 모습을 상상하니 가엽기도 하다. 산골 풍경을 그리며 비도 뿌리고, 물받이가 된 하얀 운동화와 친구들이 신은 짚신을 상상하니 예쁜 그림이 됐다. 


<12> 빨래

 임영조 시인에 대하여 (1943년 10월 19일~) 

 그에게 있어 시 창작은 “삶의 궤적을 열심히, 아무튼 진솔하게 기록”(『바람이 남긴 은어』의 「자서(自序)」)하고, 사물을 치열한 언어미학을 통해 빛나게 하는 작업이다. 그의 시의 지배적인 경향은 자기 응시를 통한 내면 탐구, 자연을 통한 존재 탐구, 현실적 생활에의 추구 등이다. 그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소재를 개성적인 발화방법을 통해 독자적인 시의 세계로 구축해 놓았다. 날카로운 비유, 기발한 착상과 연상작용, 놀라운 투시력 등은 그의 시의 독특한 기법이다. 

 마음이 눅눅한 날이 있다. 어김없이 몸이 무거워진다. 내 마음을 눅눅하게 만들었던 말, 상황, 장면들을 계속해서 떠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은 더 눅눅해지고 몸도 더 무거워진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더이상 생각하지 않고, 잊겠다고 결심해본다. 하지만 곧 ‘에잇!’하며 소리를 내게 된다. 이런 마음을 임영조 시인이 빨래를 빗대어 아주 잘 표현해 주었다. 첫 눈에 <빨래>를 보자마자 마지막 행의 ‘내 멋대로 세상에 나부끼고 싶다.’에 걸려 들었다. 아 나부끼고 싶다. 내 멋대로, 내 마음대로, 한 점 얼룩 없는 백기로 시원하게 하늘로 올라갈 듯이 그렇게 나부끼며 살고 싶다. 


<13> 서시

윤동주의 서시. 윤동주 시인이 이 시를 쓸 때 어떠한 마음으로 시를 썼을까? 성인으로서의 철학적인 자기 반성과 성찰을 통해 암담한 세상에서 티없이 순수하고 굳세게 살아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 그의 죽음 등을 생각하면 감히 그의 시를 빌려와 내 인생을 치장해버릴 수가 없다. 동시에 지금 이 시대 상황에서 내가 성찰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우리는 풍요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물질을 쫓아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우리의 정신은 이전 보다 더 구속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소원해 본다. 내 정신이, 내가 추구하는 바가 그랬으면 좋겠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가져보고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 보련다.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14> 이타카

 옮겨 적는다. 

 ‘나도 이 시에 반해야지. 이 시를 읽으면서 관능적인 향수를 뿌린 여인을 만나고 그녀의 눈부신 모습을 봐야지.’

 읽어본다. 읽어본다. 그리고 또 읽어본다. 

 나는 아직 이 시에 완벽하게 반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고결한 생각, 숭엄한 감동이 깃든 정신과 육신, 현자들에게 배움, 관능적인 향수들을 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내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한 이타카에게 감사함을 표현할 것이다.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진정 이 시에게 반하게 될 날 다시 이야기 하고 싶다. 이타카는 내게 33편 중 빼놓을 수 없는 보물이자 읽으면 읽을수록 반하게 될 연인과도 같은 시다. 


<15> 진실

 진실을 이야기 해주니 고맙다. 키 큰 나무숲을 걷고 옳은 길을 걸으며 사랑으로 살고 시대를 고뇌하며 가슴 아픈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보라고 진심으로 이야기 해주니 고맙다. ‘구본형의 변화경영연구소’의 일원이 되면 키 큰 나무숲을 거닐게 될테고 비전을 성취하려고 노력하며 살다보면 행복이 깃들겠지. 사랑으로 살면 내게 찾아온 사랑이 계속 될테고 수단과 목적을 바꾸지 않고 목적에 맞게 살아가면 내게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겠지. 가슴 아픈 이들과 함께하며 마음을 나누어야겠다. 내 삶도 ‘진실’해 질 수 있도록 살아봐야겠다. 


<16> 진정한 여행 

 이 시는 터키의 혁명시인 나짐 히크메트가 옥중에서 쓴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미래에 이뤄질 일들이 다 가장 좋은 것임을 예언하고 있다. 내게 질문해 본다. ‘나는 비로소 진정한 여행을 시작 했는가?’ 

대답한다. ‘아마? 아니, 진정.’ 

 나는 지금 진정한 여행을 시작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나는 스스로 나의 여행길을 찾았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 올라 적응 중이다. 여행길이 좀 더 즐겁기를, 여행길에 좋은 사람들 만나기를, 여행길에 멋지게 성숙하기를 바라면서 나만의 여행길에 내 한발을 내 딛었다. 최고의 날들을 살게 되겠지. 가장 빛나는 별도 만나게 될거다. 비로서 시작 된 나의 진정한 여행길에 박수를 보내본다. 짝짝짝! 


<17>

 삼십대가 되었다고 이제 더이상 이십대가 아니라고 푸념하는 친구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라고 이야기 하고는 눈치를 살폈다. 친구들은 내가 그러든지 말든지 계속 나이를 실감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잠시 혼자 생각에 잠긴다. ‘서른 살이라는 숫자가 우리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일까?’ 우리는 아마도 삼십년을 살았다는 것보다 서른이 되었는데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는 것이 더 두려운지도 모른다. 

 그런데 박우현 시인은 우리에게 말한다.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혹 무엇을 이루지 못했다 할지라도 지금 서른인 우리는 아름답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지금의 아름다움울 알면 성취도 따라오겠지. 성취에 목메지 말고 아름다움을 누리게 된다면 박노해 시인이 말한 진실처럼 말이다. 


<18>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에 낚여 이 시를 선택했다. 나는 어두운 새벽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집 안에서 고요한 침묵을 깨고 불을 켤 용기가 없다. 주도적으로 새벽에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몇 번 시도해 봤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새벽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내게 2시간 씩 시간을 준다 한들 누가 알아주랴? 내가 진정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몽롱한 정신에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루가 망쳐지면 어떡하나?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려고 용기를 낼 수 없었음에 고개를 숙인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그래야지. 그렇게 해야지. 나는 일으키는 이 시가 나는 참 좋다. 


<19> 지금 알 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 시는 내게도 좋지만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참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2,3학년인 내 학생들에게 이 시를 볼 수 있도록 그들이 만들어 준 네이버 까페에 시를 올렸다. 공부하느라 앞만 보고 달려가는 학생들에게 이 시를 통해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하길......’ 그들이 이 시를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저 좋은 글귀 한 번 읽을 것으로 끝내지 않고 한 구절 한 구절 자신의 삶에 적용시킬 수 있길 바라본다. 더 많은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며,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나도 아름다운 나이에 시인이 이야기 해준 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아봐야겠다. 


<20> 그네

 할아버지가 손주가 탄 그네를 밀고 있다. 시인은 말한다. ‘그가 지금 놓쳐버린 꿈을 밀고 있는 것인가, 남은 생을 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생을 그네타기와 같다고 비유한다. 우리의 생이 아무리 밀어도 밀어올려도 다시 제자리로 내려오는 그네와 같다고 하니 왠지 쓸쓸하다. 내가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곧 땅으로 굴러 내릴 바윗돌인지 모르고 계속해서 정상으로 나의 욕망을 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시의 초반부에 보면 아이가 그네를 타며 해맑은 웃음소리를 내고 나뭇잎들이 팔랑대며 손뼉을 치는 싱그러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동시에 후반부에 생에 대한 시인의 성찰을 통해 깊이 있는 생각에 잠기게 되니 미묘한 감정이 밀려온다. 아이와 할아버지, 해맑은 웃음소리와 놓쳐버린 꿈을 미는 검버섯 핀 손등 등이 대조 되니 시의 맛이 더 맛있다. 


<21> 흔해빠진 독서

 기형도의 시집 <<잎 속의 검은 잎>>을 펼친다. 시집 제목부터 우울함이 느껴진다. 괜시리 숙연해졌다. 

 여러가지 시가 있었지만 내 첫 번째 시집에 넣고 싶은 시를 두개 골랐다. 먼저 고른 것이 <흔해빠진 독서>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요즘 휴일의 대부분을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쳤다. 시 첫 구절에 흥미가 생겨 이 시를 선택했다. 기형도 시인이 이야기하는 독서는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계속 읽어내려갔다. 어렵다. 시가 어렵다. 이해하기 힘들다. 느끼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시를 내 인생의 첫 번째 시집에 넣어 두고 싶다. 그리고 몇일 후, 또는 몇달 후, 아니면 몇년 후 다시 읽으면 그땐 시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지. 기형도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싶다. 


<22> 엄마 걱정

  이 작품은 기형도 시인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비유와 개성적인 표현을 사용해 형상화한 것이다. 시인은 먼저 1연에서 어린 시절  엄마의 고된 삶을 이야기 한 후 화자의 외로움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2연에서 화자는 1연에서의 정황을 '지금까지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고 포괄적으로 평가함으로써, 그 유년기의 고통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음을 표현하였다. 이렇듯, 이 시는 어린 시절 화자의 '그 어느 하루'를 제시함으로써 화자의 정서와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나의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내가 여덟 살 때였다. 감기 몸살로 몸이 아팠었나보다. 잠든 나를 남겨두고 엄마는 시장에 가셨다. 자다 깬 나는 엄마 없는 빈 집에서 하염없이 엄마를 부르며 울었던 기억이 났다. 몸이 아픈 것보다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더 아프게 다가왔었는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돌아와 반갑게 맞이해주는 엄마가 있을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던 그 시절이 그립다.


<23> 귀뚜라미

어릴 적 내 책상은 갈색 나무 색깔이었다. 사촌 오빠가 쓰던 책상을 물려받았다. 오래된 책상이었지만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처음 갖는 내 책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 방에서 귀뚤귀뚤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서웠다. 귀뚜라미가 내 책상이 나무인 줄 알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는 동안 불쑥 튀어 나와 내 곁으로 와서 헤코지 할까바 두려운데도 몰려오는 잠을 이겨낼 수 없어 귀뚜라미와 같은 공간에서 잠들곤 했었다. 귀뚜라미는 울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귀뚜라미를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어느날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때 그 귀뚜라미는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여기 살아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나의 마음을 울리려고 울었던 귀뚜라미를 외면하고, 두려워했었던 것이 이내 미안하다. 귀뚜라미가 나름대로 내게 즐거운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던 것인데 말이다. 


<24> 긍정적인 밥

 “함민복은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4년간 일했다. 뒤늦게 서울예대에 진학했다. 전업시인이다. 시만 써서 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가난하다. 그러나 비굴하지 않다. 강화도 버려진 농가를 빌려 먹고 산다. 몸 가릴 헌 옷이 있고, 배 채울 쌀 한 되 있으면 늠름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안다. 그는 눈물이 짜다는 것을 안다.” (구본형 선생님의 감상평 인용,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 글에서)   

나는 추운 사람에게 국밥 한 그릇 만큼이라도 된 적 있는가? 

내 글이 국밥 한 그릇은 될까? 

내 마음이 푸른 바다 소금인 적이 있을까? 

분발해야지. 분발해야지. 


<25>

 이기철 시인의 작은 소망이 참 아름답다. 나도 글을 쓸 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써야겠다. 내가 쓴 문장 하나가 배고픈 사람의 끼니가 될 수 있게, 슬픈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손수건이 될 수 있게 말이다. 아 정말 아름답다. 시 한 줄을 쓰는 시인의 마음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어찌 그의 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이 시는 내가 글을 쓸때마다 떠올리고 싶다. 내가 글을 쓸때마다 이 시로 내 마음을 다시금 다잡고 키보드를 눌러야겠다. 아! 아! 아! 그의 작은 소망이 내게 큰 소망이 되었다. 


<26> 좀 놔둬요

 이 시는 청소년 시집에 있는 시이다. 시를 채집하면서 내가 중・고등학교 때  배운 시가 아주 귀한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을 몰랐다. 지금 학교에서 시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도 그러할 것이다. 분석의 대상이며 외워야 하고 시험에 나오면 어려운 것이 시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에게 시가 아름다우며, 감상하면 즐겁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찾다보니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씌여진 시가 있었다. 박성우 시인의 <<난 빨강>>이란 시집에서 본 시 중 가장 재밌는 시를 하나 선택했다. 정말 시에서처럼 말한다. 선생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흘겨보며 ‘뭐가 어때서요’라고 말한다. 억양도 없다. 시에서처럼 질문하지 말아야겠다. 그럼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있겠지. 


<27> 월든에 간 이유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변화경영연구원이 되고자 왔다. 

나는 사려깊게 살고 싶다. 

삶의 정수를 빨아 들이고 싶다. 

삶이 아닌 것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죽음이 임박했을 때 살아온 삶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아멘. 


<28> 소나무에 대한 예배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라는 대목이 내 마음을 찌른다. 학교 뒷산은 내게 친숙하다. 학교가 직장이기에 학교 교정을 산책하는 일이 내게는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시인과 함께 나는 학교 뒷산을 산책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용서한다. 그것이 나를 휘어지게 만들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물끄러미 눈발을 뒤집어 쓴 소나무를 바라보며 진저리치는 삶을 털어 내본다. 이 시가 내 눈에, 마음에 들어온다. 영하 10도의 날씨 덕분에 시의 풍경 속에 더 쉽게 빨려 들어갔다. (2월에 읽고 선택한 시)


<29> 그릇 1

일찍이 노자는 말했다. 도(道)는 빈 그릇과 같다고. 얼마든지 퍼내서 사용할 수 있고, 언제나 넘치는 일이 없고, 깊고 멀어서 천지 만물의 근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릇은 본디 하나인데 그 하나로 인해 안과 밖이 나뉘고, 그릇에게는 밖인데 그 밖이 안을 품고 있고, 비어 있음으로 다른 것을 채운다. 그릇에 대한 시인의 통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절제와 균형”으로 ‘그릇’ 됨을 유지하고 있던 그 그릇의 ‘깨짐’에 주목한다. 

시인에게 깨진 그릇은 갇히기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공간을 뛰쳐나온 존재의 환희다. 빈 공간이며 허공이고 무(없을 무)이다. 이 그릇은 시인 자신을 나타내는 개인적인 시어라고 한다. 나도 깨어지고 나니 나 자신을 잘 알아 볼 수 있게 됐다. 깨어짐 없이 둥글게 살다보니 내 안에 있는 나를 볼 수 없었다. 이제 한 조각 깨어졌으니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고 나를 섬세하게 관찰할 것이다. 그리고 또 깰 것이다. 계속 깨어져 새롭게 나의 모양을 맞춰나갈 것이다. 


<30> 늦가을 문답

 임영조 시인의 3번째 시이다. 임영조 시인의 시집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를 읽으며 채집한 시들 중 하나이다. 마지막 3행의 부분이 내마음을 흔든다. ‘싸리나무 회초리가 어깨를 후려친다. 짐스런 생각마저 털고 가라고? 산에 와 깨치는 늦가을 문답.’ 

 어깨에 내려 앉은 짐스러운 생각들을 털고 가라는 싸리나무 회초리. 나도 그 회초리에 맞아 짐스런 생각들을 털어본다. 시는 삶에 뿌리를 내려 삶을 돌아보게 한다. 시는 감상의 대상이라기 보다 불가사의한 삶에 대해 인간의 가슴에 던지는 질문이다. 질문이 주어졌으니 이제 나도 답해본다. 좀 더 근사하게 시적으로 답해볼란다. 


<31> 기다림

 시인과 함께 나도 기다린다. 자연이 우리에게 신음소리를 낸지는 오래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신음소리에 올바른 응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계속해서 신음소리는 깊어지고 고통스럽게 들린다. 누가 와야 한다. 그리하여 자연의 자리에는 자연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 바르게 서 있어야 한다. 시인의 마음에 나의 마음을 얹어 나도 함께 기다린다. 누가 와야 한다. 


<32>

 나는 예수님을 믿는다. 이 시를 읽으니 확실해졌다. 


<33> 첫 눈

 첫 눈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예쁘게 내리지 않아도 내린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둥둥 뜨게 한다. 

첫눈, 첫사랑, 첫마음은 아름답다. 이 시를 읽으며 나는 작은 소리로 기도한다. 

 ‘함박눈 내리는 오늘 눈길을 걸어 나의 첫사랑이신 당신께 첫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언 손 비비며 가끔은 미끄러지며 힘들어도 기쁘게 가겠습니다. 하늘만 보아도 배고프지 않은 당신의 눈사람으로 눈을 맞으며 가겠습니다.’ 내 마음을 가득채운 이 기도문이 하늘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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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2 00:41:34 *.142.242.20


'창조의 창'을 마음에 염두해 두고 시집 표지를 꾸몄습니다. 

33편의 시들을 채집하면서 제가 점점 시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시집 이름을 '시in (시속으로)'로 정해봤습니다. 

왠지 시in은 시인과도 어울려 시인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있었음도 표현해 줍니다. 

PDF파일로 보면 한장씩 넘기면서 잘 감상할 수 있을텐데 2.4MB용량이 첨부가 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구본형 선생님 메일로 하나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확인부탁드립니다. 


아, 뿌듯합니다. 제 인생에 첫 시집이라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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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2 12:48:48 *.118.21.146

표지가 아주 멋지도 따뜻하네요 ...

제목도 시 in  ..창조적이신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한주 되세요 msn039.gifmsn02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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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2 13:18:45 *.36.72.193

^^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창조적'이라는 칭찬을 들어봐요.

 

스티커가 정말 예쁜데요~!  꽃과 전구~!

샐리올리브 님도 행복한 한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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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2 17:01:25 *.51.145.193

디지털 시집은 이런거구나. 세린님으로부터 배운 듯 합니다. 마흔 한페이지를 조심스레 넘겨보고 영화 한 편 본 느낌입니다. 고생하셨을 노고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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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3 09:28:39 *.36.72.193

^^ 감사합니다.

제 디지털 시집을 영화 한 편으로 비유해 주시니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행복한 여주인공 ㅎㅎ)

 

함께 고생한 4주간의 레이스에서 많이 배우고

또 이렇게 댓글로만으로도 격려하고 위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행복한 경험입니다.

 

오늘 하루도 시처럼 살 수 있는 날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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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2 21:06:59 *.47.75.74

시 전시회를 둘러보고 온 느낌입니다.

시를 보면서 행복했다면,

세린님의 솔직, 담백한 글을 보면서 즐거움까지 더했습니다. 

좋은 시, 즐거운 글, 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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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3 09:32:48 *.36.72.193

아.. 승욱님.. 똥쟁이님..

정말 감사합니다.

자세히 읽어봐주시고, 제 감상평의 솔직함까지 알아봐주시니..

나태주의 풀꽃이 생각납니다. ^^

 

햇살처럼 따뜻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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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4 11:25:46 *.114.49.161

세린님의 창으로 들어가서 소리내어 시를 읽었어요. (이건 레이스  덕분에 알게된 신기술임다)

아내의 봄비에 뭉클했어요. 그리고 빨래는 외우고 싶어졌어요.

저는 빨래를 못하는데(싫어하는데), 빨래하면서 저 시를 외우면 초큼^^;; 좋아질 것 같습니다.

 

안치환씨 노래로 들었던 귀뚜라미가 원래 나희덕 시인의 시였군요. (금시초문@@)

인연설, 이타카, 엄마걱정도 와 닿습니다.

칼릴지브란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를 여러 분들이 뽑았는데 아 뽑은 이유가 이해되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세린님^^ 하고 나가서 보니까 진솔한 소감 이야기를 똥쟁이님이 하시네요.

엉? 창에는 없던데....아하 바로 위에 있네요.

 

사랑을 한용운 시에서 배웠다는 세린님의 소감을 읽으니 한용운 시집이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진짜 잘 읽었습니다. ^^ 점심 급식 맛있게 드시구요. 저는 요즘 식판 금이 안보이게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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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6 23:24:57 *.142.242.20

윤정님 ^^ 이 댓글 저 이제야 봤어요. 

점심급식 ㅋㅋㅋㅋ

저도 가득 담아 금새 먹고는 

교무실에 가서 또 커피와 달콤함 초코렛들을.. 

곧 옷이 얇아질텐데 걱정입니다. (피둥피둥 한 나의 몸이란... ㅠㅠ)


열심히 만든 제 시집과 비천한 제 감상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만드는 시집에 들어갈 감상은 더 진지하고, 조금 성숙한 모습으로 ^^


우리 화요일에 또 만나용. 그땐 이야기 많이 나누고 싶어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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