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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3일 21시 36분 등록
 

부끄러움

버나도 카두치/김종우·이선영 옮김/황금가지



저자의 에필로그 그리고 옮긴이의 말을 읽고서 책을 덮었다. 감격스러웠다. 책을 읽고서 이렇게 감격스러운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한편으로 우울했다.....


이 책을 다 읽는데 무려 한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책의 두께(500페이지)도 만만치 않긴 했지만 강제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내용의 책을 읽어 나간다는게 정말 만만치 않았다. 작년 한해 내가 받은 트레이닝이 어떠했는지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각설하고.


시중에 보면 사람의 성격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내성적이며 소심한 성격 때문에 고심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들도 있다. 내가 읽어 보거나 아는 책들 중에서 예를 들자면,


<세상의 모든 소심쟁이들에게> by 로제마리 디프카

<소심한 사람이 빨리 성공한다> by 일리스 베넌

<소심해도 괜찮아> by 혼다 신이치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by 마티 올슨 래니

<민감한 사람들의 유쾌하 생존법> by 일레인 아론

<굿바이 떨림증> by 아소 켄타로 등등.....


이와 같은 종류의 책들을 읽다보면 대개 다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각 책의 키워드를 살펴보아도 비슷하다. <소심>, <내성적>, <민감함>, <떨림증> 그리고 <부끄러움>까지. 이 키워드를 한 사람의 성격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저는 소심하고 내성적이에요. 그래서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노는 것 보다는 혼자 집에서 독서하거나 음악을 듣는 편이 훨씬 더 좋아요. 가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친하게 지내고도 싶지만, 웬지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민감해지고 떨리기 까지 해요. 특히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자리에 가게 되면 극도의 부끄러움을 타게 되어 아무 말도 못하게 되요. 전 정말 저의 이런 성격이 싫어요. 바꾸고 싶고 고치고 싶지만 쉽지가 않아요. 답답해요.”


어떤가. 한 사람이 모두 가질 수 있는 키워드이지 않은가. 그만큼 <소심>, <내성적>, <민감함>, <떨림증> 그리고 <부끄러움>의 키워드들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키워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역시나 이것들이 삶에 있어서 문제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고통을 주고 힘겹게 만들며, 이로 인해 사회생활까지 어렵게 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을 야기하는 키워드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위에 언급한 모든 책들은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언급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 <부끄러움>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부끄러움을 겪는 사람들이 받는 고통과 괴로움을 짚어 보고, 이것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리적, 심리적, 사회문화적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심도있게 분석한다. 그리고 성인의 사회생활, 청소년의 사춘기, 어린 아이들의 육아법 등등 갖가기 상황에 따른 맞춤별 대처안을 제시해 준다. 한마디로 이 책은 <부끄러움>에 대한 종합 참고서라 보면 맞을 듯 싶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부끄러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결국 이 말이 이 책에서 길게 이야기하고 있는 결론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아래 글을 읽으면서 <부끄러움>이란 단어를 <소심>이나 <내성적>, <떨림증이 심한 사람>으로 바꿔 읽어도 내용 연결에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 앞에서 말한대로 이러한 키워드들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고, 한편으로 생각했을 때 한 근원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사는 삶은 다른 삶과 다르지 않다. 이 책에서 이야기했던 모든 과정(마음, 신체, 자기 정체성에 작용하는 부끄러움, 느린 적응, 제한된 안전 지대, 접근-회피 갈등)은 인간 본성의 기본적인 원칙들이다. 부끄러움 타는 사람들에겐 그 원칙들이 그저 조금 더 두드러질 뿐이다.


그 과정들은 유동적이며 역동적이다. 그 과정들은 당신 안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나 당신은 이 책을 통해 부끄러움의 근원적인 역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사실 당신에겐 자기 인식, 자기 수용, 자기 신뢰가 있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사람들 중 그런 힘이 결여된 많은 사람들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당신에겐 자기 의식 대신 자기 인식이 있고, 자기 비판 대신 자기 수용이 있으며, 자기 의심 대신 자기 신뢰가 있음을 명심해야만 한다.


부끄러움을 잘 다스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각하고, 자신의 부끄러움을 자신의 삶 속으로 통합시킨 사람들이다.



저자의 말대로,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이든 <소심>한 사람이든, <내성적>인 사람이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자각하고 자신의 모든 부분 - 부끄러움, 소심, 내성적 -을 받아들이며, 이것들을 자신의 삶 속에서 얼마나 융화시키고 통합시키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것이 자기다움이란 것이며, 자기답지 않은 채 사는 삶은 결국 자신의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어쩌면 이 주장은 부끄러운 사람들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또한 저자는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사람들보다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들이 자기 인식, 자기 수용, 자기 신뢰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한가지 있다. 자신 안에 있는 그것들을 발견해내고 끄집어 내어 자신의 삶에 활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변화이다. 부끄러움 때문에 삶이 짓눌려져 있었다면, 이제 자신 안에 있는 자기 인식, 수용, 신뢰를 찾아내고 활용하여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의 삶은 다 비슷한 것인지도 모른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셀 수도 없는 수많은 갈래로 나누어 질 수 있겠지만, 태어나 살다가 죽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만큼은 극명하게 구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삶을 돌아보았을 때 과연 삶이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삶이 의미있는 삶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소명, 천복을 쫓는 삶이라 생각한다. 자기다움을 찾는 삶, 스스로 만족하여 죽는 순간에 미소 지으며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삶,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삶일 것이다.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 그 소명을 찾기 위해 발버둥칠 지도 모르겠다. 슈바이처 박사처럼, 테레사 수녀처럼 명확한 소명을 살다가신 분들처럼 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지금 주저 앉아 버린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가 죽음의 삶이 되는 것 아닐까. 육체는 살아 있으나 영혼이 죽어버린 삶. 난 천복을 쫓아 그것대로 살 수 있다는 가능성에 내 모든 것을 걸 것이다. 죽음의 순간에 미소 지을 것을 고대하며 말이다.



P.S.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의 삶에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꼭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군더더기가 조금 많기는 하지만, 부끄러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는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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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7.24 09:19:52 *.249.57.142

와. 소심에 관한 책이 꽤 여러 권 있네요.
현대적 관점에서 성공을 위해서는 대심 혹은 외향성이 좋다라는 생각들이 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내적으로 강한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인데 말이죠.

선배. 가만히 책 목록보니까 지은이 중 한국인은 아직 없는듯.
선배가 그 목록에 한국인의 이름 올려주실거죠?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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