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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7일 22시 03분 등록

"모든 피압제자는 언제나 옳으며, 모든 압제자는 언제나 그르다"


위건부두로 가는길

작가
조지 오웰
출판
한겨레출판사
발매
201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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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조지 오웰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그의 비판적 글쓰기의 계기가 바로 1936년에 쓰인 이 책 [위건부두로 가는 길]이다. 한 진보 단체로부터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최재하여 글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고, 두 달에 걸쳐 위건, 리버풀, 셰필드, 반즐리 등 탄광 지대의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의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며 취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특히 책의 전반부에 조지 오웰은 1936년 영국 노동자 계급의 처절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전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싸구려 하숙집을 취재한 글의 말미에 조지 오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하숙집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렇게 쓰고 있다. 


" 나는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중략) 더럽고 냄새나고 음식이 형편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의미하게 정체되어 썩어간다는 느낌, 사람들이 지하에 갇혀 바퀴벌레처럼 같은 자리를 빙글빙들 기어다니며 끊임없이 비열한 불평불만만 늘어놓고 있다는 느낌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탄광 막장을 체험한 글은 너무도 실감나게 처절하다. 도저히 인간으로써 견디기 힘든 노동의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광부들의 모습이 튀어나올 듯 생생하다. 그러나 더 깊은 자각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 문명의 편안함과 풍요로움은 바로 피땀으로 범벅이 된 그들의 노동에 빚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지금 누리고 있는 비교적 고상한 생활은 '실로' 땅속에서 미천한 고역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빚지고 얻은 것이다."


오늘 날 탄광의 사정은 20세기 초반의 잉글랜드 북부의 그것보다는 개선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글로벌화된 자유시장 자본주의 세상 속에서 아프리카나 동아시아의 노동자들의 착취로 인한 잉여 가치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커피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너무도 저렴한 가격으로 거피를 즐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커피 원산지의 노동자들은 처참한 현실을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부드럽고 향긋한 커피 한잔의 여유가 그렇게 편치만은 않은 이유는 이러하고, 이런 자각만이 세상을 더 살기 나은 곳으로 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믿는다. 

조지 오웰은 그렇게 밑바닥부터 진심으로 이해하길 원했고, 스스로 그렇게 실천하였다.


이 책의 2부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있다.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만이 유일한 대안이라 믿는 그이지만, 정작 민중들에게 왜 사회주의가 외면받고 있는 지를 비판적 시각으로 주장하고 있다. 

첫째는 계급적 다양성을 이해하면서 억압받는 대중을 끌어 모으지 못한 부분이라 말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왔던 것은 1936년 영국에서의 계급적 차별, 지역적 위화감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것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는 그런 것이었다. 

"아래 것들은 냄새가 나." 스스로 하류 중산 상류 계층이라고 표현한 조지 오웰은 어릴 적부터 이런 비이성적인 계급적 차별의 유산을 물려 받았다.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인생 전체를 감싸 안으며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수입만으로 따져 보았을 때에는 부르조아와 프롤레타리아로 단순히 나눌 수 있으나, 여러 문화적 계급 상황과 다양한 직업 군의 형상으로 나누어진 사회 구성 체제에서는 그런 이분법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억압받는 이들을 한데 묶어 연대할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는 인식이다. 


"연합해야 할 사람들은 사장에게 굽실거려야 하고 집세 낼 생각을 하면 몸서리쳐지는 모든 이들이다" 라고 조지 오웰은 주장한다. 


둘째는 소위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미가 없고 "사람을 질려 버리게 만들어 사회주의자의 입장이라면 무조건 화를 내며 거부해 버리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하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은 이론적인 강요와 이해보다 감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사회주의 이론 좋다.. 그러나 그걸 얘기하는 이들이 싫고 염증이 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오늘날 일부 오만한 기독교인들 때문에 배척당하는 기독교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대학 시절 그토록 처절하게 사회주의를 부르짖던 선배들의 자본의 선봉장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아무튼 조지 오웰에게 더 중요한 문제는 당시의 상황에서 사회주의자를 배척하는 이들이 파시스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었다. 조지 오웰은 파시즘이 창궐하는 유럽의 당시 상황을 심히 걱정했고, 파시즘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주의 연합 전선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주의의 기본을 역설하며, 그러한 대의 안에서 연합할 수 있는 조직은 모두 취합하여 조직화하는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매우 초조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절박하다. (중략) 그보다 더 급한 문제는 파시스트 세력이 유럽을 장악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회주의를 효과적인 형태로 널리 그리고 빨리 확산시키지 못한다면, 파시즘을 타도할 가망은 없어진다."


박노자 교수의 얘기처럼, 조지 오웰은 '상식'의 사회주의를 얘기하고 있다. 어려운 이론으로 무장한 마르크스주의가 아닌 '가난하고 억압받는 모든 인민'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연대를 꿈꾼다. 오늘날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조지 오웰은 [위건부두로 가는 길]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 

역자 이한중씨의 얘기처럼 '위건부두로 가는 길'은 '밑바닥 사람들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길'의 비유로 읽힐 수 있다. 결국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을 기억해야 하며,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런 얄팍한 안락마저도 그들의 착취와 억압과 불공정한 처우에 기대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좀 더 눈을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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