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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4일 12시 24분 등록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워낙 자기계발서가 넘쳐 흐르기에, 이 책 "기적의 양피지"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 우화 형식을 띤 그저그런 책인가보다 하고 그냥 흘려버렸다. 그러다 헤르메스 김이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의 저자 김용규님임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뭔가 깊은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뒤늦게 집어든 책, "기적의 양피지" 다 읽고난 지금의 느낌은 이 책이 그냥 스쳐지나가지 않아 다행이란 느낌이다. 하마터면 솔로몬의 지혜를 눈 앞에 두고도 지나칠 뻔 했다..

솔로몬이 왕이 되자 그는 신에게 천번의 번제를 드렸다고 한다.
그러자 신이 나타나 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했다.
그 때 솔로몬은 그 어떤 세상적 것도 아닌 "지혜"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니 그래서 솔로몬은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지혜에  따라오는 부과물이기에 말이다..

지혜.
이 단어 역시 사랑만큼이나 흔한 단어이다.
그런데 그 지혜의 본질이 뭘까?
솔로몬이 신께 갈구하여 세상 모두를 다 얻은 지혜 말이다.

"캅베드 1: 공경은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원리로 사용했던 창조의 비밀이다 (46)"

공경하라..
유태인들의 카발라가 전수하는 황금경전 제1서가 말하기를 공경하라고 한다.
무엇을 공경하란 말일까..?

이 이야기를 풀어가기위해 저자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부유했던 그리스인 선박왕 오나시스를 이야기 속으로 데려온다. 빈손으로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던 그리스 소년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갑부가 된다. 가히 신의 도움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분명 현실을 토대로 한 이야기임에도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하다.

아리라고 불리우는 오나시스는 철저히 가르침을 따라 공경을 실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실행에 앞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는 아르헨티나에서, 두달치 생활비도 부족한 그가 느낀 건 당연히 "두려움"이었다. 우리 또한 일상에서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의례 함께하는 바로 그 느낌이다.

그런데 왜 두려워하는걸까? 아리는 두려움의 실체를 "경험이 부족한데서 오는 자신감의 부족"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 나 또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느끼는 두려움은 그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작게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세상에 꿈을 시도하면 원대한 결과부터 꿈꾼다. 그러다보니 내 안의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것 같고,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꿈을 외면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작게, 주변의 것들 중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공경하기 시작한 아리.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공경을 실행했을까?

"캅베드 2: 공경의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경하는 대상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둘째는 공경하는 대상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마치 그런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55)."

아리는 일을 공경할 때는 그 일이 가진 모든 이야기에 귀기울여 자신의 일처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공경의 대상이 사람인 경우에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대방의 소망이 실현되는데 도움이 되어 그를 기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루고 싶은 다음 단계의 꿈을 늘 그리며 "오늘" 그 일이 이루어진 것처럼 일상에서 최선을 다했다.

아리는 그렇게 정상을 향해 한걸음씩 현실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가운데 스스로도 자신 안에서 캅베드의 힘이 커지는 것 같음을 느낀다. 마치 무의식의 세계가 현실 세계로 흘러나와 그 힘을 키우기 시작하는 것같다고나 할까.

시작할때는 캅베드에서 일러준대로 하면 과연 현실이 달라질까 두렵웠지만, 이제 스스로 체험하고 나니 그 힘이 두렵다. 그 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아리는 욕망과 소망을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욕망과 소망. 얼핏 유사한 개념처럼 들리기도 하는 두 단어의 차이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갈라놓는다. 그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소망이란 인간의 참된 바람이오. 하지만 욕망은 헛된 바람이오 (75)."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소. ... 그러나 소망은 그렇지 않소. 소망이란 그 사람의 단 하나의 간절한 바람이오 (76)."

"평소에 간절히 원하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얼마 후 죽게 된다고 생각하고 나면 곧바로 사라지는 것들은 부질없는 욕망이오. ... 머지 않아 죽게 된다고 생각할수록 더욱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것이 그 사람의 소망이오 (100)."

와.. 맞는 것 같다..
무언가를 원함에 있어 얼핏 같아보이는 욕망과 소망이지만
근본이 다름에 따라 피워내는 꽃도 너무나 다른 욕망과 소망이다.
일상에서 늘 헷갈리던 욕망과 소망의 개념이 아주 간단히, 그러나 명쾌하게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아리는 생존을 위한 공경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공경을 시작하고, 그 대상도 그냥 단순히 일이나 돈과 같은 외적인 것이 아닌 보다 근원적인 물음에 다가가고 있다. 자신의 소망을 찾아나선 아리가 공경하기 시작한 것은 무엇일까..?

"캅베드 3: 사람에게는 공경해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이요.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이요. 또 하나는 신이다 (93)."

왜 자기자신부터 공경해야 할까?

"캅베드의 가르침을 따라 자기자신을 공경하는 사람은 누구나 나처럼 다시 한번 세상에 태어나 사는 행운을 맛보게 되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사는 행운 말이오. 또한 다른 세상이 아닌 자기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사는 행운 말이오. 그 때 느끼는 자신감과 행복감은 맛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소. 이렇게 자신감 넘치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공경하는 것이 아니겠소? (123)."

"행복이란 한 인간이 가진 외적조건보다는 내적능력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그래서 사람은 행복해지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 행복을 가꾸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169)."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혜는 공경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닥친 외적 환경을 공경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스스로를 먼저 공경해야 할 때가 다가온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내 안의 욕망을 쫓는 것이 아니라 소망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 안의 소망이 세상에서 꽃피울수 있도록 스스로를 공경할 때, 그 때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그리고 그런 사람이 타인과 신 (혹은 자연)을 공경하면, 이 세상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이러한 흐름을 깨달아 알고, 실행하며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솔로몬의 지혜로운 삶이라고 한다.

이 길을 잘 따라온 것 같은 아리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름아닌 "교만"이 그의 삶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성공을 하고, 정상에 오르기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성공을 지키는 일.
다름아닌 "교만"이란 덫이 모든 성공한 자들, 성공에 한껏 부풀어 교만해진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에 말이다.

마치 인생의 마지막 장애물과도 같은 교만을 넘어설 때, 그 때 인간은 비로소 "불멸의 삶"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리는 실패했다. 실패한 아리의 뒤를 이어 캅베드를 17살의 빌 게이츠가 이어받아 아리가 실패한 마지막 장애물을 넘어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캅베드>를 올바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랑과 정의와 같은 미덕들을 갖고 있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캅베드'때문에 인생을 망치기 쉽소. 그래서 '캅베드'는 마지막 장에 신을 공경하라고 가르쳤나 보오 (263)."

"난 땅, 물, 숲같은 자연을 공경할 줄도 몰랐고, 신을 공경할 줄은 더욱 몰랐소. ... 알렉산더가 죽은 이후에야 난 깨달았소. 인간은 자연과 신을 공경해야만 타락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265)."

"세상의 고통을 줄여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일을 신이라면 기뻐하겠지. 돈을 벌 때는 기쁨을 늘리는데서 벌지만 돈을 쓸 때는 고통을 줄이는 데다 써야 한다는거지! (267)."

소망과 욕망을 구분하여 소망을 공경하는 삶을 살 것.
나와 세상을 기쁘게 하여 소망을 이루지만, 소망이 현실에서 이뤄지기 시작하여, 그리하여 세상의 성공이 내 것이 되면 반드시 세상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나의 성공을 사용할 것.

단 두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저자의 핵심 메시지가 강렬하다.

오랜 세월 철학을 공부하고도 자신은 아직 철학이라는 신성한 물에는 들어가보지 못했다 겸손히 표현하는 저자. 그러나 본디 철학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실용적 학문이었기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 또한 자신의 전문성을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저자의 소망이 엿보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내가 속한 변화경영연구소의 7기 후배들의 입학여행이 있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입학여행에서 "죽음편지"를 낭독하는 의례를 행한다.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진정한 내 모습을 건져올리는 아주 중요한 첫 걸음이다.

책을 덮으며 2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꽃잎 흩날리는 경주에서 본성을 찾아 첫 걸음을 떼놓을 후배들과 함께
나 또한 다시한번 소망과 욕망을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내 안의 소망을 더욱 공경하고
타인들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경하고
무엇보다 신과 자연을 공경하는 길을 걷는 삶.

"솔로몬의 지혜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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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올리버를 통해 바라보는 "선한 삶", 찰스 디킨즈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영화로 만나다: http://blog.daum.net/alysapark

IP *.9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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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04.04 15:05:44 *.108.80.74
읽을 책도 하 많아 정신을 못 차리겠는 요즈음,
간간히 앨리사의 북살롱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진정한 삶, 온전한 삶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철학을 명료하게 밝혀주어 정말 강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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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1.04.04 17:34:34 *.98.16.15
독서의 여왕이신 선배님께 그런 말씀을 들으니 영광인데요~ ^^
평상시 몰랐던 개념은 아닌데, 김용규 선생님 특유의 명철함이 돋보이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선배님. 막판 힘내는 중이신거죠? 모든 일은 마물하기가 정말 힘드는것 같아요.
멀리서나마 홧팅함 외쳐드릴게요. 아자아자 화이팅!!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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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4 16:54:10 *.93.45.60
책을 읽긴 했는데 어떻게 리뷰해야할지 막막하더군요.
그래도 읽은 것은 기록해두어야겠죠.
 앨리사님 정리한거 읽어보니 제가 읽을 때 놓친부분이 많은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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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1.04.04 17:36:40 *.98.16.15
스토리가 전개되는 책들은 자칫 스토리를 따라 가다보면 핵심주제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이야기가 잼있으면 잼있을수록. 아마 그래서 선배가 그런 느낌을 받은 걸거에요.
저도 이야기를 막 쫓아가며 후딱 읽어서, 맘먹고 리뷰를 했어요. 안그럼 핵심주제를 그냥 흘릴 것 같아서요^^

무슨 그런 말씀을요~ 부족한 글을 읽어주니 제가 더 감사하죠^^
그럼 봄향기 가득한 이번주 잘보내고, 경주에서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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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06:18:54 *.190.114.131
아~~~~~~~~~~~좋은 꼼수가 생각났네요............

제가 원체 귀가 얇아놔서 넘이 좋다고 하는 책은 닥치는대로 읽다 보니

읽어 보고 정말 좋은데 고때 뿐이고 늘 활용도가 떨어 졌는데........

앨리사님의 주옥같은 북리뷰를 일단 훔쳐다가 일독후 붙여 놓고

이독 삼독하면서 나만의 재탕삼탕리뷰를 써 놓으면

그나마 건질게 있을 듯 하네요........

다만 쪼매 걱정스러운 건  

특수절도죄로 피소될까봐.............두렵기는 하지만서도..............

이 역쉬 경험부족에서 오는 것일테니까...........작게 시작해보지요...뭐.....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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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06:42:42 *.98.16.15
ㅋㅋ 그러세요.
처음엔 작게 시작해보시면
나중에는 저의 리뷰를 통하지 않고도 책 한권을 통째로 절도ㅋ 하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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