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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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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6일 23시 57분 등록
 

'뻔뻔한' 선생에게 반하다

 

우연한 것으로 다가와서 필연적인 것으로 남는 책이 있다. 나에겐 『고민하는 힘』이 그랬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강상중 교수의 다른 책을 주문했다. 이렇듯 좋은 책의 저자는 독자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책은 4 후에야 배송된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읽기 시작한 책은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다. 『고민하는 힘』을 읽으며 자유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는데, 이를 공부하고 싶어 손에 책이다. 나는 한동안 강상중 교수의 세계에 머물고 싶은 것이다. 이유 가지를 적어 본다.

 

먼저, 그는 진지한 사람이다. 진국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진지해야 한다. 전문 지식이 없는 주제 혹은 품고 살아본 적이 없는 주제라면 포기하는 것이 저자의 진지함이다. 『고민하는 힘』은 저자의 삶과 맞닿아 있다. " 젊을 때부터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중년이 되어서도 모습이 변하지 않아서 일이 있을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빠져"들었다.(p.91) 책을 때의 나이가 57세였으니 이제 예순을 앞둔 나이다. 고민하는 삶은 오랫동안 그의 삶이었다. 함께 살아온 주제이니, 글은 관념 속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실적이다.

 

현실을 외면한 관념적인 이야기는 종종 독자를 절망시키지만,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이야기는 독자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저자는 현실을 반영한 담백한 문장으로 독자를 위로한다. 이런 힘은 (관찰과 경청을 포함한) 경험에서 우러나온다고 믿는다. 다음과 같은 문장을 예로 들어 본다.

 

"물론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은 슬픕니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그것을 번이고 되풀이하는 사이에 자기 속에서 무엇인가 변하는 것이 생깁니다.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와 같은 것이 생기고, '죽음을 받아들이자' 기분까지 갖게 됩니다. 물론 그런 '달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되겠지요. 그렇지만 희미하기는 하지만 조금씩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지요." (p.162)

 

둘째로 강상중 교수는 '뻔뻔한' 사람이다. 저자가 진솔하다는 점과 아는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썼다는 점을 아우러서 진지함으로 표현했는데, 이제는 그를 뻔뻔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뻔뻔함은 저자의 표현이다.(p.167)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염치 없이 태연한' 모습이 뻔뻔함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그는 점잖음을 던져 버린다. 어쩌면 나이에 얽매인 행동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스스로를 뻔뻔하다고 말한 연유는 이렇다.

 

" 현실적인 꿈이 하나 있습니다. 이것은 예순 살이 때까지 '대형 이륜차' 면허를 따서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것입니다. 이것은 계획의 필수 항목입니다. 그것을 위해 예순 살까지는 것을 모두 쓰고 맡은 일의 책임을 다해야겠지요. (중략)

이렇게 할리데이비슨에 끌리는가에 대해 생각해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뻔뻔함입니다. 할리데이비슨에는 단정한 예의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몸체에 앉아 있으면 뻔뻔한 태도를 취할 밖에 없습니다. 그게 좋은 것이지요" (p.167)

 

이것은 그의 현실적인(!) 꿈이다. 책에는 이상적인 꿈도 등장하는데, 저자의 꿈을 읽고 한참을 웃었다. 그건 직접 읽어 보시라. (p.166)

진지함과 뻔뻔함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어울리기 힘든 같지만, 세상의 지혜는 극단 사이의 건강한 중간지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뻔뻔한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다가 어느 대목에서는 진지함을 발휘해야 하고, 진지한 사람들은 뻔뻔함을 발휘해야 한다. 저자는 사이를 오가는 같은 현자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나는 줄곧 저자의 예리한 지성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9장에서 보여준 넘나듦의 경지를 보고 매료된 것이다. (일본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뻔뻔함' 원어가 궁금하기도 했다. 아마도 번역은 정확했을 것이다. 옮긴이는 교수님의 다른 책도 번역했던 경력도 있으니.)

 

고민하는 힘이 살아가는 !

 

책은 9개의 챕터이고, 8개의 질문을 다룬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등의 질문이고, 마지막 9장은 "늙어서 최강이 되라" 권면한다. 9장의 내용은 형식 면에서도 내용 면에서나 아름다운 마무리다. 책의 서장부터 8장까지는 줄곧 고민하라는 진지하고 예리한 물음을 던지던 저자는, 9장에서는 편안하고 유쾌한 선생이 되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책을 덮으며 느낀 것은, 유쾌한 지성을 갖춘 선생과 헤어진다는 아쉬움이었다. 아쉬움을 달래며 그로부터 얻은 생각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칼 야스퍼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의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파멸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의 성을 단단하게 만들고 벽을 높게 쌓으면 자기라는 것을 세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자기의 성만을 만들려고 하면 자기는 세워지지 않습니다. 이유를 궁극적으로 말하면 자아라는 것은 타자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라는 것이 존재할 있다는 말이지요.

 

개인의 자존감은 자신의 성취와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었다. 생각을 바꾸게 것은 와우팀이라는 학습모임을 진행하면서이다. 팀원들의 자존감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보다 다른 팀원들로부터 인정 받고 사랑 받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팀원들을 처음 만날 , 나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자신과는 다른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나은 자신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라는 사실이 믿어지기를 바랍니다." 사실이 믿어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을 경험하면서부터다. 역시도 권의 책을 내었기 때문이 아니라, 동안의 글을 읽어 몇몇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과 나의 존재에 향한 자존감을 갖게 되었다.

 

2) 사랑은 그때그때 상대의 물음에 응답하려는 의지입니다. 사랑의 모습은 변합니다. 행복해지는 것이 사랑의 목적이 아닙니다. 사랑이 식을 것을 처음부터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p.141) 

 

행복해지는 것이 사랑의 목적이 아니라는 말에 짜릿한 공감을 느꼈다. 나는 매튜 켈리의 『친밀함』이라는 좋은 책을 통해 친밀함의 최고 단계가 어떤 것인지를 배웠다. 친밀함이란 자신을 건강하게 드러내는 과정이고, 최고 단계의 친밀함은 서로가 더욱 나은 존재가 되도록 돕는다. 이것이 사랑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20 중반부터 읽은 사랑에 대한 텍스트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랑은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커뮤니케이션이고, 파트너를 존중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의지였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행복이 사랑의 목적이 아니라는 말은 뜻밖의 주장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생각을 통합시킬 있는 좋은 주머니를 얻은 느낌이다. 그래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저자의 견해가 못마땅한 분들은 저자의 논리가 빈약해서가 아니라, 내가 문장만 쏘옥 빼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부연설명이 만한 구절을 옮긴다.

 

" 연인이 필요한가요?"라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싶어서"라고 대답합니다. 물론 "불행해지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대답에 심각한 착각이 존재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선택한 사랑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사랑' 되기 쉽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랑이 소모품이 우려가 잠재되어 있습니다. (p.132)

 

『고민하는 힘』은 이런 주제들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 책이다. 아마도 강상중 교수님은 오랫동안 '고민' 대하여 고민하셨으리라. 결과 고민의 실용적 유익을 확신하게 되셨으리라. 그는 말한다.

" 사람은 감정 기복이 심했던 청춘을 수놓은 우뚝 솟은 위대한 존재였습니다.

나는 사람에게서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며, '고민하는 ' '살아가는 '임을 배웠습니다."(p.8)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와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다. 강상중 교수는 그들에게서 자신의 일면이기도 고민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책에는 사람의 견해가 조화를 이루며 사유하는 힘이 어떠한 것인지, 어떤 유익이 있는 것인지를 보여 준다. 유익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그는 삶의 중요한 문제들에 직면하여 고민하는 사람이다. 살아가는 힘을 지닌 좋은 선생인 것이다. 다음 주에는 선생의 다른 이야기를 읽고 싶다

과학이 있는 일들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동물'입니다. 충동적으로 성욕을 드러낼 '짐승 같다' 말하는데, 그것은 비유에 불과할 뿐이고 인간과 동물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지구상에서 '종족 보존' 이외의 목적으로 섹스를 하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고, 사랑을 위해 상대를 살해하는 동물도 인간 밖에 없습니다. (p134)

 

강상중 교수에게 반했지만, 책의 내용 두 세 가지 세부 사항에는 회의도 들었다. 위의 주장은 저자의 견해이기도 하지만, 유명한 철학자들의 주장이기도 했다. 데카르트는 인간만이 사유하는 동물이라는 주장했다. “동물은 인간보다 이성을 적게 가진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이성이 결여된 존재다.” 하지만,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현대 과학은 데카르트의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다음은 1871년에 다윈이 주장한 말이다.  “인간과 고등동물의 심리적 차이는 아무리 크다 해도 정도의 차이일 뿐 종류의 차이는 아니다. 감각과 직관, 다양한 감정과 심적 기능들, 즉 사랑, 기억, 주의력, 호기심, 모방, 이성 등은 흔히 인간의 자랑거리로 간주되지만 실은 초기 형태로 심지어 잘 발달된 형태로 동물들에게서 발견된다.”

 

섹스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4세기의 교부 어거스틴이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어거스틴은 인간만이 생식보다 기쁨을 위해 섹스를 하는 동물이라고 했지만, 보노보에 대한 연구가 이 정의를 산산조각 냈다. 보노보는 성대한 만찬을 축하하기 위해, 싸움을 끝내기 위해, 우정을 다지기 위해 섹스를 한다. 이런 섹스의 많은 부분이 동성애이거나 미성년과의 섹스이기에 번식은 우연한 실수로도 불가능하다. 매트 리들리의 표현대로, “인간의 고유성은 수세기 동안 철학자들의 가내 수공업으로 정의되어 왔다.” 그리고 정의는 과학의 발달로 수정되어 왔다.

 

저자는 책의 3장에서 과학이 없는 것들에 무엇인지를 다룬다. (p.68~69) 톨스토이의 주제가 철저히 ()과학적이었음을 예로 들기도 한다. 역시 과학의 한계에 동의하고, 톨스토이의 접근 방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철학에다가 과학이 있는 것들을 첨가한다면 더욱 힘이 실리지 않을까? 과학 권을 읽으면서 직접 고민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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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3.27 22:16:24 *.108.49.23
희석을 믿고 무조건 빌려다가 아들에게 디밀었더니,
메모해 가며 읽고 있네.
나도 읽어봐야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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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운
2010.03.31 15:13:42 *.98.61.188
믿으신다는 말,
기분이 좋으면서도 살짝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책임감 역시도 저를 고무시키는 것이기에
제게 전하신 그 말씀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메모해 가며 읽는다니, 반갑군요.
전화해서 책 소감이라도 듣고 싶네요.
작년 송년회 때 옆자리에 앉았으니 기억할 테니까요.

왠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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