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권윤정
  • 조회 수 4312
  • 댓글 수 8
  • 추천 수 0
2012년 2월 27일 11시 42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저서와 악수하기

 

잡곡밥과 돼지고기김치찌개를 해서 점심을 느지막히 해 먹고, 인천 제물포에서 빨간 광역버스를 타고 서초역에 내렸습니다. 서초경찰서를 지나 국립중앙도서관에 걸어갔습니다. 43살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 찬 물 한 잔 마시고는 아침노을이 올라올 때까지 글을 써서 13년동안 출산한 그의 책 17권과 악수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놀랍게도 국립도서관에서는 이 작가의 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국립이 좋고 세금이 아깝지 않습니다. 3년 이상 지난 책은 서고에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1층의 서고자료신청대에서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는 책은 5권이고 나는 야간대출신청까지 5시 데드라인에 슬라이딩으로 세이브해서 첫 날 10권과 상봉했습니다. 크하하하하 한 번 쎄게 낄낄거린 다음 손바닥으로 표지를 싹싹 쓸어본 후, 수첩을 찢어서 출간 연도를 써 올려놓고, 책들과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동네 누집 딸램이 잔치에 관광버스를 맞춰타고 서울 올라온 김에 창경궁 벚꽃과 동물원 구경을 가서 신발방향을 딱 맞춰서 사진 찍는 기분이랄까요? 6시에 열람실문을 닫아서 대단히 맘에 드는 그 단단하고 아름다운 나무 책상과 의자를 놔두고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10권을 쌓아놓고 대강대강, 건성건성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읽는다기 보담은 표지 디자인을 보고, 무게를 느끼고, 저자 사진과 눈을 맞추고, 날개의 저자 소개, 서문과 목차를 꼼꼼히 읽은 뒤에 목차 안에서 구미가 당기는 제목만 골라서 쓱 읽었습니다. 이건 서점 가판대에서 내가 ‘이 책을 돈 주고 살까말까’를, 동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집에 빌려가서 꼼꼼히 읽을까 말까’를 잴 때하는 일입니다. 마트에 장보러 가서 카트를 밀면서 녹말 이쑤시개를 들고서 시식코너 순례객이 될 때의 자세와 비스무리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그의 책이 마음에 듭니다. 다음에 다시 와서 오늘 못 만난 책의 얼굴과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여기로 출근해서, 오전에 읽고, 구내식당 도서관 백반으로 점심과 이른 저녁을 먹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 앉아 저녁노을이 지는 봄산을 힐끗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읽을 겁니다. 저녁밥을 먹고 책을 읽자니 졸리고 집중이 안되어 커피를 마셨는데 오늘 양이 과해서 배꼽 부근이 동그랗게 아팠거든요. 피곤한데도 잘 수 없는 인공적인 각성의 상태가 불편했고, 작가가 새벽에 쓴 책을 나도 오전 중 맑은 정신으로 읽고 싶었습니다. 한 번 더 갔습니다. 꿈지럭거리다 역시 오후에 나섯습니다. 나는 늘보 맞습니다. 그래도 그런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나는 그의 책들의 이름과 부제, 그리고 출간 연도를 순서대로 적어보았습니다.

 

1998년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것이 그가 43살에 쓴 첫 책입니다. 이 책은 집에 갖고 있습니다.

 

[서비스 및 마케팅 조직의 품질 혁명](공역), 도서출판 다은

[원칙과 인간을 통한 경영혁신](공역), 도서출판 자작나무

[밀레니엄 리포트 - 미래 예측] (감역), 해냄출판사

이 세 권의 번역서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동안 팀원들과 함께 작업한 것인 듯 합니다.

 

1999년 [낯선 곳에서의 아침] (나를 바꾸는 7일간의 여행), 생각의 나무

변화를 주제로 씌어진 에세이적 자기개혁 입문서라고 저자 스스로 이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기혁명을 위한 다섯 가지 방법이 나옵니다. 변화를 필연으로 인식하기,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하기, 시간을 할애하기-자신을 위해 최소 하루 2시간은 써라, 첫 번째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기(변화의 계기로써 단식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끊임없이 대화하라

변화를 다룬 앞부분의 많은 인용은 어려웠고, 뒷부분에는 교육개혁에 대해 나왔고, 기억에 남는 것은 고우영의 만화와 무협지 얘깁니다. 고전 읽기는 만화가에게도 유익하구나. 그이의 만화를 무협지, 만화로 세상을 배웠다는 그들과 함께 가서 노닥거리며 종일 보고 싶어졌습니다. 만화방에 가야겠지요.

 

2000년 [떠남과 만남] (변화를 꿈꾸는 영혼의 게으른 남도 여행)

 

2001년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구본형의 하루 경영 9가지 법칙)

직장인을 위한 아홉 가지 자기경영 원칙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집만한 두께의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자아경영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다고 후기에서 말합니다. 다 기억할 필요없고 자기 마음에 드는 거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고 해서 아싸 하면서 보았습니다.

1장 자신의 이중성을 칭찬하라

2장 창조적 괴짜가 돼라

3장 함께 춤추는 여인에게 배워라

4장 웃어라, 그리고 또 웃어라

5장 쓸데없는 약속은 버려라

6장 스물네 권의 책을 읽어라

7장 놀지 않으면 창조할 수 없다

8장 아빠 앞에 ‘부자’ ‘가난한’이라는 말을 달지 마라‘

9장 남김없이 쓰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

나는 1장, 5장, 9장을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삶의 균형, 우선순위, 그리고 시간을 강점에 투자하라는 내용 같았습니다. 이걸 뒤집으면 삶의 여러 영역들 사이에서 경중을 가리지 못하고 갈팡질팡 종종 거리는 내 모습이 보입니다.

 

2002년 [사자같이 젊은 놈들]

사자같이 젊은 놈들은 점집이름이었군요. 20대 7명에게 뿔테수염이 쪽지로 점궤를 주었네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2011년에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왔다는 책이 이 책인가 했습니다.

 

2004년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의 자아경영프로젝트)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10년마다 자신의 삶을 결산하는 자아경영 프로젝트)

       [일상의 황홀]

2004년은 다산의 해인 듯 합니다.

[마흔세살에 다시 시작하다]는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는군요. 자서전이고, 마흔살의 혁명에 대한 책이고, 쉰 살이 넘어 50대 10년의 아름다운 풍광을 10개나 그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어 고맙다 표현하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여서 오래 이 책을 뒤적거렸습니다. 10년 마다 자기경영에 대한 걸 결산하기로 했는데 이 책이 40대의 결산이면 50대의 결산은 뭘까? 혹시 최근에 나온 <깊은 인생>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아, 나는 이 이의 나이와 고향을 모르는군요.

[일상의 황홀]은 일기형식으로 홈페이지에 올려두었던 글을 모아 펴낸다고 했습니다. 나도 날짜를 적고 공들여서 한 페이지짜리 일기를 써보고 싶어집니다.

어머,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는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의 서문이 똑같군요. 어쩐일이지?, 아 같은 책의 개정판이로군요.

 

2005년 [구본형의 글로벌 경영전략 코리아니티]

 

2008년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내 안의 강점 발견법) 공저

 

2009년 [구본형의 The Boss 쿨한 동행] (대한민국 직장인을 구할 상생의 메시지)

       [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

이건 내 인생의 시 한 편을 모아 만든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간입니다. 곁에 두고 되새기는 내 인생의 시 한편을 여러 사람이 모아놓았습니다. 시가 그들의 이야기와 어우러지니 더 정감있었습니다. 더보스는 2012년 3월 1일자로 부임하는 새로 바뀌는 보스를 대비하여 한 번 읽어보면, 지금까지 3년간 모신 보스와 현격히 다른 그 분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10년 [구본형의 필살기]

작년 1년 동안 했던 단군의후예가 이 책에 기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훑어보니 ‘강점에 기반한다, 공헌한다,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승리한다’는 건 모든 책에서 반복되는 듯 합니다. 현업에서 천직으로 가는 심연 위에 다리 하나를 가설하는 방법이라는 말이 잘 어울립니다. 나는 그의 책을 이 책부터 읽었습니다.

 

2011년 [깊은 인생]

이게 지금 읽고 있는 책입니다. ‘시처럼 살고 싶다’는 말 역시 이 책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10년 전 책에서부터 나오는 말이었네요.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월드 클래스를 위하여], [구본형 아저씨, 착한 돈이 뭐예요?] [아름다운 혁명, 공익 비즈니스] 이 네 권을 대면하지 못하였습니다. [월드 클래스를 위하여]는 IBM에서 일하면서 한 일을 기반해 쓴 거라고 하니까 연대가 앞설 것 같습니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1인 기업에 대한 것일테지요. 나는 전반적으로 경영학 관련 책 앞에서 긴장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책을 오래 들고 있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자기 소개가 제일 신빙성이 있겠지요. 나는 이미 책에 여러번 써놓은 그의 말을 들어보며 저자에 대해 알아가도 재미있겠습니다. 우선 두 가지가 먼저 알아집니다.

 

그는 지금 퍽 마음에 드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15년 다니던 북한산 아래에 있고, 아이와 함께 돈이 없을 때부터 미리 평창동 좋은 집을 보러다니는 발품과 정성을 5년은 들여서 고른 집입니다. 아마도 밝고 따뜻하고 환한가 봅니다. 모종을 옮겨심는 얘기가 나오니 작은 텃밭이 있고, 유실수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꽃들이 있는 집입니다. 산으로 가는 산책로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그가 매우 부럽습니다.

 

그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오죽하면 여행기를 냈을라구요. 나는 그의 책에 나오는 저자의 사진 가운데 그 여행기에 나오는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핸드폰으로 조잡한 인물사진을 찍었습니다. 모자를 쓴 덥석부리 사내는 낯을 좀 가릴 것 같고(실제로 그렇다고 하는군요) 선운사 동백꽃, 섬진강 매화와 벚나무 아래에서 혼자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을 것 같습니다. 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아내는 커다란 그릇에 장미를 꽂아둠으로써 그를 맞아주는데 예상대로 그는 매우 기뻐함으로써 준비한 사람을 흐뭇하게 합니다. 요거 나도 사랑하는 사내를 위해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또 인생에서 제일 잘 한 선택이 아내와 결혼한 거라는 말을 바꿔 ‘인생에서 제일 잘한 선택이 남편을 선택한 일’이라고 나도 고백하고 싶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는 사랑과 일일테고, 그 두 가지에 모두 만족한다고 고백하고 있는 그가 매우매우 부럽습니다.

 

다음에 다시 국립중앙도서관에 와서 종일 책을 읽게 되는 일이 있으면 한 권씩 천천히 읽어보고 싶습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조사과정에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나 행복하였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에 찾아온 듯 하였습니다. 다시 그런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만약 연구원이 되지 못한다면 내가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말을 쓰윽 잘라먹고 입닦게 될까, 그러니까 나는 지금 잘보이기 위해 과한 말을 하고 있나,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나 자신에게 가만히 물어봅니다. 

 

직접 만난 경험

 

나는 그를 직접 만난 적 있습니다. 근데 그는 나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나는 뒷모습을 보거나 청중으로 본 것이니까요. 첫 번째는 프리북 패어에서 뒷모습을 한 번 보았습니다. 나는 그때 나에게 붉은 꽃을 그려준 이를 보러간 참이었습니다. 그이는 그를 싸부님이라고 부릅니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싸부님이라고 하면 우선 성룡주연의 홍콩영화가 생각납니다. 깍아세운 통나무 징검다리를 물지게를 진 채 가게 하는 뺑뺑이를 돌리며 은글슬쩍 기초체력을 기르고 있는 취권싸부님의 술취한 붉은 코와 와불처럼 옆으로 한가롭게 누웠다가도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는 순발력으로 내공을 보여주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또 한 사람의 싸부님은 스타워즈 영화의 요다입니다. 아들과 다쓰베이더는 한 스승이 기를 수 있는 뛰어난 제자의 두 가능성인 듯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제자 역시 성룡과 스카이워커입니다. 성룡은 온갖 너스레와 엄살을 부리면서도 하라는 대로 하고, 어느날 알통이 생기나 싶더니 훅 자랍니다. 스카이워커는 두려움 대신 사랑을 선택합니다.

 

그는 부지깽이라는 닉넴을 사용합니다. 이 닉넴의 연유가 궁금합니다. 나도 부지깽이로 불을 때본 경험이 있어 부지깽이 단어가 정겨운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킵니다. 소를 키우던 우리집에는 가문벅이 있었고, 겨울에는 날마다 구정물을 끓이다가 콩깍지와 썬 짚을 넣어 폭폭 쇠죽을 끓였습니다. 부지깽이로 불을 때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솔잎 갈비나 짚같은 불쏘시개를 넣고 그 위에 잔가지를 분질러 놓은 후 불을 댕깁니다. 잘 타도록 이렇게 저렇게 들쑤셔서 공기를 통하게 합니다. 어느 정도 불이 붙었으면 그 위에다 더 굵고 잘 타는 나무를 쌓아놓습니다. 그러면 인제 마음놓고 딴 짓을 해도 불이 잘 탑니다. 벅아구리 잔불에다 고구마를 묻어두었다가 부지깽이로 휘휘 찾아서 꺼내먹으면 그 맛이 또 기똥찹니다. 아궁이 앞에서 부지깽이 끝 숯연필로 흙바닥에 글씨를 쓰고, 꽃과 나비, 사람 그림을 그리다가 발바닥 지우개로 쓱쓱 문질러 지우기도 했습니다. 부지깽이 옆에는 몽당비가 짝으로 있습니다. 불을 다 땐 후 떨어진 검불 같은 걸 쓸어넣는 용도였습니다. 부지깽이는 매가 될 때도 있습니다. 엄마가 큰 소리로 뭘 혼내키면 말을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고 부지깽이, 수수빗자루 몽댕이로 맞았습니다. ‘너처럼 고집부리고 말 안 들을거면 내일 학교 가지 말라’고 엄마가 소리쳤고 그 말이 제일 무서웠습니다. 맞아보면 부지깽이가 빗자루보다 더 아픕니다. 그리고 혼날 때는 혼내키는 사람의 요점을 잘 들은 뒤 얼른 잘못을 빌고 냅다 도망을 쳐야 많이 안맞습니다. 그 행동을 고치는게 목적이니까요. 나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 딴 소리로 갔었는데요, 다시 정신차려 제 자리로 돌아와야겠습니다. 내가 저자를 직접 본 두 번째는 필살기 책 저자강연회에서였습니다. 취업준비생 막내동생을 같이 가자고 했더니 자기는 일단 직장을 구한 다음에 그런 관심을 갖겠다고 해서 대방동 여성회관 앞에서 감자탕만 먹여 보낸 참입니다. 그 곳은 우리 큰 올케네 막내남동생이 결혼식을 했던 데라서 찾아가기가 수월했습니다. 나는 싸인을 받았습니다. 그건 내가 받아본 최초의 저자 싸인입니다. 나는 강연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그의 구두가 깨끗이 반짝반짝 빛나서 커다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는 최초로 저자 싸인받은게 기뻐서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놓고 자랑질했습니다. (5등신으로 그려져 죄송합니다. 실물은 이 사진보다 백배 멋집니다.) sdc13623_muryangg.jpg sdc13624_muryangg.jpg

 

 

 

 

내 꿈 속에 등장한 모습

 

세 번째는 내 꿈에 등장한 그를 살펴봅니다. 이 얘길 하는 건 좀 난감합니다. 나를 최진실 유골함을 훔쳐간 이상한 이로 커밍아웃하게될까봐요. 하지만 하고 싶으니까 또 저지르듯 말해봅니다. 일어나자마자 모닝페이지를 쓰다보면 간밤의 꿈얘기를 쓸 때가 제법 되었거든요. 내가 그를 만난 적이 없는 때인데도 여러 번 내 꿈에 등장했습니다. 내가 그라는 인물에 투사하는 내 안의 모습은 무얼까 하는 관점으로 보지 실제 그가 이럴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009년 5월 27일 장기 두는 구본형씨를 보다.

구본형씨와 어떤 남자가 시를 읽으면서 장기를 두고 있다. 남자가 벌렁 누워버린다. 순간 내가 긴장하고 난감해한다. 그런데 구본형씨는 벌러덩 드러눕는 사람을 뭐라 하지 않고 껄껄 웃으면서 영화 <왕과 나>에서 왕을 따라 눕던 여자처럼 따라서 누워 팔을 괸 채 장기를 계속 둔다. 이번에 그들은 장기를 두던 책상 벽에다 장기 말을 붙여가면서 둔다. 그 책상은 마호가니 빛이 나는 고가구이고 고풍스런 서랍이 달리고 고리가 우아한데 서책을 펴놓고 과거 공부하던 그런 책상이다. 장기알마다 한자가 적혀있었는데 그것은 읽고 있던 시에 나오는 글자였다. 잠을 깬 직후에는 읽던 시를 외우고 그 한자를 그려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선명했는데 잊어버렸다. 세로로 책상에 말을 붙여가면서 장기를 둔 것을 보면 그 책상은 자석인가? 싶었다. 

 

2009년 9월, 구본형씨, 광장에 대한 책을 사다.

구본형씨 얼굴을 또 꿈에서 봤다. 이 날의 다른 꿈에서 나는 [광장서림]에서 광장에 대한 책을 샀다. 같은 날 꾼 꿈들이 같은 주제일까 싶어 적어둔다.

 

2009년 9월 3일, 춤을 춘 후 무술을 추천받다.

구본형씨 앞에 체조 마루운동하는 것 같은 넓은 스퀘어가 있다. 그가 나더러 춤을 춰보라고 한다. 나는 별 저항감, 두려움, 기대 없이 음악에 따라 몸을 마음껏 움직인다. 춤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 없는 이가 추는 막춤, 텀블링, 까불이 생쑈다. 신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끝나고 나, 구본형씨, 또 다른 남자(얼굴과 이름은 모르겠다)가 나란히 길을 걷는다. '너에게 소개할 사람이 있다. 여기를 찾아가라'고 구본형씨가 나에게 쪽지를 준다. 쪽지에는 4글자가 적혀있다. 그것은 춤과 무술의 중간쯤 되는 것의 이름이었다. 꿈 속에서 그걸 읽을 때는 이게 뭔지 알 것 같았는데 깨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춤과 무술의 중간쯤 되는 걸로 퍼뜩 떠오른 것은 택견입니다. 이크, 에크 하면서 '태액겨언'으로 4글자를 만들다가 혼자 웃었습니다.  

 

2010년 1월 31일 천안문 광장에서 무사들의 홀로그램 전투를 보다

나는 홀로그램을 보고 있다. 처음에는 천안문 현판이 그려진 문이 세워지더니 희미해지고 등용문 한자를 든 두 마리 용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진시황릉에서 출토된 토우들을 닮은 중국식 옷을 입은 장수가 등에 창을 맞고 쓰러진다. 그 광장에서 수없는 전투가 있었다. 함성들, 찌르고 찔리고, 죽고 쓰러진다. 나는 전투에 참여한 사람이 아니라 ‘아, 이 광장의 역사가 재현되는구나’ 하면서 구경한다. 전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아주 큰 돈(거의 전 재산에 달하는 돈)을 잃어버렸단다. 오랫동안 환기를 안했던 가운데 방에 들어가서 연두색 윗옷과 회색치마로 갈아입고, 씻고서 잘 준비를 한다. 유수스님이 나를 부른다. “네가 가진 돈을 모두 잃었다고 가버릴까봐 좀 걱정되었다. 가지 마라”하셨다. 나는 갈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 숙소는 수련원이었다. 학년부장교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그들이 자기 학생들을 인솔해 간식을 먹이는 동안 나는 자러 갔다.

 

이 꿈에는 그가 등장하지 않는데 나는 이 꿈도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2010년에 연구원 지원서를 냈다 떨어진 적이 있거든요.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는 나에게 이전 나를 죽이고 새로운 나를 태어나게 하는 성장의 광장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고시학원과 기숙재수학원의 이름으로 주로 쓰이는 등용문의 유래가 된 고사를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찾아 읽어보았습니다. 흐르는 물을 거슬러가는 도약을 위해 수많은 물고기, 뱀, 이무기들이 수많은 세월동안 수많은 횟수의 높이뛰기 수련을 하며 척추뼈와 꼬리지느러미와 연결된 근육을 굳세게 단련하는 훈련을 거듭하는 자기 증명과정을 완성하며 스스로 용이 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나는 동사무소 직원이다. 커피가 떨어져서 시청에 구하러 갔다. 커피만 가지고 얼른 일하러 가야하는데도 사람이 많아서 은행처럼 생긴 민원창구 앞 대기 의자에 한참 앉아 기다린다. 새로 부임한 부시장이 내 옆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있다. 그는 겸손하면서 당당하다. 머리가 동그랗고 위가 약간 비었고, 몸이 둥그스럼하다. 뒷모습이 구본형소장을 닮았구나 싶은데 앞모습을 보지 못했다. 갑자기 사무실 천정에서 스프링클러가 가동된다. 나는 그 바람에 봉지커피 3개를 종이컵에 한 번에 타서 후다닥 한 잔 만들고, 한 개는 그냥 들고 내 사무실로 가려고 나선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이 융기되어 있다. 2차선인데 내가 가는 길은 퇴적된 모양을 드러내며 융기되고 내 오른쪽 길은 평탄하다. 아까 본 부시장이 태연히 걷고 있다. 그는 핸드폰으로 아내와 통화를 하면서 껄껄껄 웃으며 한가롭게 어슬렁어슬렁 걷는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고르지 못한데다 서리가 끼어 미끄러운 길을 벌벌 떨면서 네 발로 긴다. 왼손의 커피는 잔 채로 잃어버리고 오른손의 봉지커피만 달랑 남았다. 하도 꽉 움켜쥐어서 손에 땀이 찼다. 곁눈질로 그의 뒷모습을 본다. 그가 옆에 있는 것이 대단히 위로가 된다. 

 

뒷모습이 아니라 정면으로,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리고 그의 저서를 시식용이 아니라 꼭꼭 씹어서 먹어본다면(아, <깊은인생>이 책이 제가 씹어 먹어본 저자의 첫 번째입니다) 어떤 식의 에피소드들이 내게 담길지, 그 때는 내 꿈 속에서 어떤 역을 수행하는 유랑극단의 단원으로 차용될지, 실제 삶에서 어떤 영향을 받게 될 지 궁금합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프롤로그

 

시처럼 살고 싶다. 나도 깊은 인생을 살고 싶다. - 11

 

평범한 사람들의 도약과정이야말로 삶의 절정을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다. 이 부분이 시가 된다. 나는 그 시적 장면을 낚는다. - 12

 

춤을 출 때 나는 어떤 힘이, 그래, 영적인 어떤 힘이 내 안으로 깃드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내 영혼은 더할 나위 없이 고양된다. 나는 우주와 하나가 된다. 별이 되고 달이 된다. 사랑하는 존재가 되는가 하면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 승리자가 되는가 하면 무언가에 정복당한 존재가 된다. 노래하는 존재이자 그가 부르는 노래 자체가 된다. 이해하는 사람이면서 이해받는 자가 되곤 하는 것이다. - 마이클 잭슨 - 13

 

마리츠버그역의 우연은 간디 한 사람만이 아니라 우주가 준비된 사람에게 그들의 운명을 알려주는 신비한 고지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연이 운명이 되는 이야기는 그동안 문학이 다루어온 흔하고도 멋진 만남의 방식이었듯이, 우리 역시 현실 속에서 운명적 우연을 겪게 된다. 그 우연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 세상에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홀연 깨닫게 된다. 이런 우연은 거듭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점점 더 높이 뛰어오르게 된다. 우연이 그저 우연으로 끝나고 마는 무수한 버림의 과정을 지나 우연이 운명이 될 때의 조건은 단 하나, ‘바로 때가 무르익어 감이 떨어지듯’ 필연이 되는 것이다. - 14

===>내용으로 어떤 것을 채우든 간에 정해진 아침 2시간 동안 매일 뭔가를 태연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은 그릇을 채우는 때가 아니라 그릇을 만드는 단계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처음인데 모르는 것, 어려운 건 당연하지 않나? 새벽에까지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천복 중 최우선순위? 가장 재미있는 일일거다. 탐색과정 자체를 내용으로 포함하고,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출렁거림이 담기도록 하면 좋겠다. 오직 성실히 묵묵히 하루를 경영하는 이에게만, 무심히 지나가고 말 그늘체험이 터닝포인트가 되는, 하늘이 준비한 마리츠버그역이 오겠구나. 하지만 업에서 존재를 해결하는 일은, 아침 2시간을 특별한 것으로 특화해서 기르기 전에 근무시간 안에서 먼저 방향의 전환이 일어나야한다.

 

이와 유사한 우연이 내게도 일어났을까? - 14

 

나는 내 역사를 뒤져 이 질문에 대답한다. 아직 그 때가 오지 않았어도 좋다. 나는 기다린다. 그러나 그저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준비한다.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직 땅에 속한 어린 새가 바람을 타고 떠오르듯 하늘로 날아오르게 된다...그리하여 내 꽃도 한번 찬란하게 필 것이다. 그런데 내 안의 잠재력이 때를 만나 하나의 꽃으로 피어나려면,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깊은 인생으로 들어서는 문’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문은 ‘깨우침의 문’이다. 소명에 대한 각성과 고유한 잠재력이 발견되는 대각성의 순간이다. 두 번째 ‘견딤의 문’을 들어서면 오래 참아내야 한다. 침묵의 10년을 고독하게 지내며 선택한 삶에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 마지막 문은 ‘넘어섬의 문’이다. 선생을 넘어서야 하고, 나 자신도 넘어서야 비로소 우주의 위대함에 닿을 수 있다. - 15

 

깨우침- 깊은 인생으로 들어서는 첫 번째 문

 

깨우침 하나, 우연은 운명을 이끌고

 

누구에게나 마리츠버그 역과 같은 도약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 우연의 상황을 인생의 도약으로 삼으려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 22

 

필사적으로 나의 의무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늘 나와의 대화가 필요했다. ‘난 변호사야, 내 권리도 보호할 수 없다면 누구의 권리도 보호할 수 없어. 그러면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되돌아가야할까?...이 고난은 표면적인 거야. 깊게 뿌리내린 인종 편견이라는 업병의 징후일 뿐이야. 내게는 힘이 있어. 이 뿌리 깊은 병을 제거할 힘 말이야. 나는 이 힘을 써야 해. 이 힘을 쓸 때의 고난은 스스로 견뎌내야 해. 고난에 항거해야 해.’ - 25

 

내가 두렵지만 싸움을 계속한 것은 나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나는 인도인 전체가 당하는 부당한 대우와 맞서고 있다는 신성한 사명감에 점점 빠져드는 듯했다. - 27

 

나는 프록코트에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한 다음 역장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역장 앞에 금화를 꺼내놓고 일등실 표를 요구했다. 내 생각에, 정장은 말보다 훨씬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돈은 모든 것의 대변자이며, 좋은 옷과 금화는 힘이 셌다. - 28

===>나도 내가 옷에 쓸 수 있는 돈 중 최고로 고급의 좋은 옷을 입고 정성껏 화장하고 머리를 다듬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모습으로 출근해야겠다. 그건 내가 만나는 아이들과 학부모님을 선 보는 남자보다 소중한 고객으로 여기는 거고, 나의 일상을 소중히 한다는 의미다. 활동하기에 적당한 옷이어야겠지. 또 시간과 장소, 목적에 맞는 옷이어야 하고.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서 인도인도 ‘옷차림이 적절하다면’ 일등실이나 이등실에서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날의 회합이 바로 일개 변호사였던 내가 정치적 지도자로 전환한 첫 순간이이었다. -29

 

어찌하여 제가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저 우연의 모습으로 나타난 필연에 의해 주어진 역할을 알게 되었고 그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당신은 누군가에게 이 역할을 맡기셨을 겁니다. 그것이 왜 저였는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아마 제가 당신을 향해 주저하면서도 한 걸음 다가섰기 때문에 당신이 기뻐하며 제게 열 걸음 다가와 당신의 은총을 보이신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잔을 제게 내미신 것입니다. 그 잔이 제게 왔을 때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 잔을 들게 하고, 그 우주적 떨림에 의지하여 제 길을 더듬어 갈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합니다. 일단 이 길로 들어서니 열리지 않았던 문들이 열리고, 모든 것이 착착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진행됩니다. 그리하여 이 길이 제 인생이 되고 말았음에 저는 철철 눈물을 흘리며 감사합니다. - 32

 

간디는 마리츠버그 사건 앞에서 홀연 각성한다. 그 우연한 사건은 영혼의 각성을 촉구하는 ‘전령관’이었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일반적으로 이런 역사적 소명을 받는 장소나 사건은 대개 깊은 숲속이나 큰 나무 아래, 심연으로 상징되는 어둡고 험하고 추한 곳일 때가 많다고 말한다. - 34

===>모험에의 초대. 이 초대를 받아들이면 영웅여정이 시작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황무지에 그대로 남는다고 했었지.

 

어떤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사건과 그 사람의 정신세계는 이미 어쩔 수 없이 얽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간디가 마리츠버그 역의 모욕을 잊을 수 없었던 이유는 그 사건이 그의 존재에 저항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사건 이전에 이미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으로 자라고 있었다. -34

 

어려서부터 그는 유별나게 옳고 그름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풀어주는 중재력을 지니고 있었다...매우 다행스럽게도 ‘도덕적 중재력’이라는 간디의 선천적 특성은 어린 시절을 거쳐 오는 동안 잘 훈련될 기회를 가졌다...마리츠버그의 사건은 이렇게 성장한 간디가 마주친 가장 결정적인 우연이었다. 그의 도덕심은 이 사건을 묵과할 수 없었다....더욱이 그는 변호사였다. 어떻게 사건을 풀어야할지, 무엇을 주장해야 할 지를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도덕심이 유난히 강했던 그는 그 일로 깊은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 영국생활을 통해 인권과 교양이 몸에 익었고, 법률가로서의 자격을 갖춘 그는 그 사건에 반발하고 저항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 35

 

그가 평범함을 넘어 위대한 종교적, 정치적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엄격한 자기 검열’에 특별히 민감했다. 프로이트 식으로 표현하면 초자아가 무척 강한 사람이었다. - 35

 

정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우연도 위대한 각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제자가 준비되면 위대한 스승이 나타나듯, 사람이 준비되면 위대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 자체로 위대한 스승이나 사건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운명이 바뀌기 때문에 그 만남이 위대해지는 것이다. - 37

 

박원순 - 4개월동안 교도소에 갖히고 말았다....나는 교도소를 경험하여 갇힌 자가 되었으며, 약자와 함께 보낸 추억이 있었기에 인생에서 늘 약자의 편이 되고자 했다. 그리고 역사의 중심에서 세상의 변화를 꿈꾸고 실천하게 되었다. - 39

 

체게바라 - 원래 의사였다. 하지만 20대 초반 의학도 신분으로 떠난 7개월간의 라틴아메리카 모터사이클 여행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난 후에는 삶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완전히 바뀌었다...그는 그 여행에서 이런 장면들과 무수히 마주치면서 의사도 성직자도 아닌 혁명가로서의 길을 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 39

===>나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아, 간편하게 영화로 볼까나? 오호 그것도 좋겠군. 그리고 스쿠터 한 대 사고 싶다. 미끄러지는 게 무서운 나는 운전면허가 아직 없는데 운전을 하라고 여러 사람이 권한다. 스쿠터 한 대 사서 인스파월드에도 스쿠터 타고 목욕 가고, 월미공원에도 달리러 가면 좋을텐데......(이 말은 도대체 몇 번이나 했을까나)

 

우연에 민감하게 반응할 태세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우연은 그저 우연으로 지나가고 말 것이다. 오직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들만이 자신에게 다가온 우연을 인생의 변곡점으로 잡아둘 힘을 가지게 된다. - 40

 

우리의 다르마(운명)은 무엇일까? 그것을 알아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우연한 순간을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 41

 

큰 길은 하늘이 정하고 작은 길은 인간이 계획한다. 우리가 준비되면 우주는 모험을 떠날 수 있도록 사건을 만들어준다. 우연의 이름을 가진 필연으로 말이다. - 42

 

정신의 지평이 넓어진 바로 그 지점, 지금까지의 삶의 지평이 너무 좁아 더는 나의 영혼의 크기에 적합하지 않게 된 바로 그곳, 바야흐로 또 하나의 삶의 문턱을 넘어야 할 때, 내 존재가 운명처럼 저항한 바로 그 지점, 우연이 운명이 된 도약점 말이다. - 43

 

그 며칠 동안 내 정신적 지평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까지 10년 넘게 IBM에 다녔지만 세계와 만나는 진정한 글로벌 체험을 하지는 못했다. 이때 처음으로 나는 세계 속에 내가 들어와 있 것을 체감했다. 나는 그 팀에서 평가 모델을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채 참석한 유일한 옵저버였으며, 가장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었다...그 어두운 며칠이 전의를 불태우게 했다. 한국 IBM의 경영혁신 팀장이라는 좁은 경력의 세계를 넘어서 더 넓은 경영혁신 분야의 차별적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업에 대한 새로운 지평이 펼쳐지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좁은 내 명함 속의 직책과 직위에 갇혀있었다. 이 때를 계기로 나는 일에 대한 확장된 정의를 갖게 되었다. 그 날 이후 나는 더 이상 월급쟁이가 아니었다. 월급쟁이의 생각과 태도를 버렸다...비로소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큰 경력의 그림을 섬광처럼 그리게 되었다. 꿈을 가지게 된 것이다. - 45

 

깨우침 둘, 야생의 재능이 나를 부를 때

 

두 번째 이야기는 재능이 감응할 때 망설이지 않고 따라 나서는 이야기다. 문득 어떤 일이 나를 건드릴 때, 한순간 폭포수처럼 내면의 에너지들이 분출될 때 그리하여 신이 내 속에 감춰둔 재능이 그 일에 감응할 때는 망설이지 마라. 그 길을 따라 나서라. 마사 그레이엄은 열일곱 살에 자신의 길을 찾았다. 단 하나의 포스터, 단 한 번의 공연으로 그녀는 온 모음과 몸을 헌신할 천직을 찾았다. 재능이 공명하는 곳, 한 번도 계발되지 않은 야생의 재능이 밖으로 나오려고 외칠 때 그 소리를 들어주어야 한다.

 

그 순간 내 운명은 결정되었다. 열일곱의 나이에 나는 내가 평생 무엇을 해야 할 일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이 얼마나 분명하고 명료한 순간이었는지 너무도 확연하게 알고 있다. 온 우주가 공명하듯 내게 몰려들었기 때문에 그것은 번개처럼 분명한 섬광이고, 추호도 의심할 수 없는 계시였다. 그동안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지 몰랐다. 그러나 그 춤을 보는 순간 내 속에 감추어져 있던 가장 나다운 것들이 요동을 쳤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춤꾼이었고, 춤추며 살게 운명지어졌으며, 춤이야말로 내 기쁨과 즐거움이며 우주적 역할이라는 것을 너무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 - 53

 

아버지를 좋아한 나는 매우 슬펐지만 내 마음대로 인생을 펼쳐 나갈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아버지는 내게 자유를 주고 떠나신 것이다. - 54

 

나는 정말로 열심히 연습했다....내 분야를 이렇게 빨리 터득할 수 있고, 이것을 하면 지칠 줄 모르고 누구보다 열심히 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춤꾼이라는 것을 입증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 55

 

포스터와의 만남, 얼마나 하찮은 간접 만남인가? - 56

 

천복에 이르는 업을 찾을 때는 재능을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마사 그레이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아낸 수많은 인물들은 모두 비슷한 체험을 했다. - 58

 

마거릿 미드는 사모아섬을 탐사한 후 쓴 첫 번째 저서 <사모아인의 성년>으로 20대에 이미 유명해졌다. 이 책은 학문적으로도 중요한 성과였지만, 일반인에게도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이 책은 전혀 딱딱하게 쓰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연구실에서 고리타분한 논문을 쓰는 취향이 아니었다. 전문용어, 각주, 이론적 틀로 치장된 학술용어는 이 책 어디에도 없었다. 유려한 문장으로 써 내려간 소설처럼 읽혔다. - 59

 

하워드 가드너는 리더쉽에 대한 특별한 정의를 가지고 있다. 그에 따르면 리더쉽이란 신비로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사람을 통솔하거나 다루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타고난 재능이 적절한 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연습되고 다듬어진 훈련된 능력’이다...가드너는 성공하고 싶다면, “당신의 독특한 점을 이로운 축복이 되도록 만들어라. 많은 경험을 쌓아라. 그리고 그것을 가장 긍정적인 방법으로 계발하라”고 조언한다. 인생의 목표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빛나게 하는 것이다. - 61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문학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녀는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녀는 성적인 문제와 정신 질환으로 자주 우울증을 앓았으며,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 속에서 그녀는 깊이 내면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 내면 탐험을 글로 썼다. 결국 그녀의 삶은 언어를 통해 이루어졌다. - 62

 

피카소는 화가로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다. 하지만 다른 지능은 매우 떨어졌다. 학교를 혐오했고 결석을 자주 했고, 학업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읽기와 쓰기는 어려웠고, 특히 숫자는 수량을 나타내는 상징이 아니라 시각적 무늬로 인식되었다. - 62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는 예술가의 천재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예술가의 천재성이란 의지로 되찾은 유년기, 이제는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어른의 육체적 능력을 갖춘 유년기, 그리고 무의지적으로 축적된 경험의 총합에 질서를 부여하는 분석적인 능력을 갖춘 유년기” 보들레르는 아이를 예술가로 본 것이 아니라 아이의 눈을 가진 어른이 예술가라고 규정한 것이다. - 63

 

자신에게 주어진 소박한 재능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발전시켜온 사람들이 바로 평범함에서 위대함으로 도약한 사람들이다....성공은 재능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태어났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카드 게임과 같다. 패는 주어지는 것이다.(63) 재능은 주어지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러나 받은 재능을 다 쓰고 가야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이다. 그리고 위대함이란 받는 탤런트의 크기가 얼마가 되었든 받은 만큼 다 쓰고 갈 때 찾아온다. - 64

===>장애라는 패를 가지고 태어난 이들을 어떻게 할건가? 나는 특수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의 목표는 같다, 타고난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개론 시간에 배웠다. 대신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잠재력에서 남들보다 더 적은 매장량을 가지고 있고, 배우는 속도가 느리고, 배울 수 있는 양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살아가는데 우선순위가 되는 꼭 필요한 것을,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내가 이해한 특수교육방법론의 요약이다. 모든 이들의 패가 정해져있고, 그 패를 가지고 어쨎든 최대한 개발하고, 또 개발정도가 어떻든 장애를 가진 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장애를 박멸할 대상으로 삼아 모든 판돈을 걸어 맞붙어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어떻게 하지? 작년에 5학년 학생 전체를 다중지능검사를 했다. 내려온 아이에게 문자해독능력이 있는 우리 아이를 데리고 내가 읽어줘가면서 검사를 했다. 검사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하워드의 다중지능이론에 입각한 검사도구를 가지고 정신지체 복지카드를 가진 그 아이의 개인내 강점을 측정할 수가 없다. 결국 관찰하고, 추정하고, 실험해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직업관련 어떤 것들이 뭐가 있는 지, 출발지인 아이의 강점에서 현실 속 직업까지 어떤 징검다리와 로드맵을 가지고 가야할이지 설계하는 걸 교사인 내가 알아야 한다. 모든 걸 가족에게 맡겨둔 채 나 몰라라 쉬쉬 한다. 내가 98년에 처음 만난 아이들은 7살이었으니 인제 21살이 되었겠다. 성인이 된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모두 시설장애인이 되었을까? 그 때, 지금의 나보다도 젊었던 그 어머니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런데 나는 전혀 모른다. 너무 무식하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나는 늘 차선책을 선택했다. 밥이라는 절체절명 앞에서 나는 늘 현실을 선택했던 것 같다. 한 달의 단식, 그것은 밥에 매이지 않고 세상을 한 번 마음먹은 대로 살아보고 싶어 시작한 나의 성전(聖戰)이었다. 포도만 먹는 단식이 일주일째로 접어들었다. 그날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아마 배가 고파서였을 것이다...그 때 마음 속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글을 써라. 너는 글을 써보고 싶지 않았느냐?’ 내 속에서 무엇인가 소리쳤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일어나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때가 마흔 세 살이었다. 그 전까지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그 후 6개월이 지나서 나는 한 권의 책을 갈무리하게 되었다. 그날 아침이 내 인생의 분기점이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67

 

나는 늘 쓴다. 그렇지만 내가 작가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10년이 걸렸다. ..10년이 지나면서 내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작가가 아니면 그럼 무엇이란 말인가? 매일 글을 쓰고, 매년 책을 내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내가 작가가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나는 새벽에 글을 쓴다. 그것이 습관이 되었다. 새벽은 혼자 있기 좋은 시간이다. 나는 새벽에 늘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그것을 믿는 훈련을 한다. 글은 그런 사고의 표현들이다. ..나는 혼자이기에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내 마음대로 해 볼 수 있는 세상 하나를 창조해보는 연습을 한다. ..이상하지만 이런 정신적인 근육의 훈련이 나를 젊게 만든다. - 70

 

나는 결국 작가가 되었다. 13년 동안 17권의 책을 썼다. 늘 스스로에게 ‘지금 내 마음을 흔드는 최고의 관심사’에 대해 책을 쓰라고 주문해왔다. 나는 내 책의 주제에 마음을 빼앗긴 최초의 독자이기도 했다. 내 책의 최초의 독자가 나라는 사실을 나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즐거워했다. ..그런데도 내 책은 내게 미지의 길에 대한 하나의 이정표 같은 것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때때로 길도 없는 곳에 한참을 서서 망설이다 마음속에 스스로 팻말 하나를 꽝꽝 박아두고 떠나야 하는 삶의 나그네, 그것이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70

===>마흔세살부터 자기 직업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는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썼다. 2011년에 필살기 책과, 나의 강점테마로 꼽힌 최상주의자, 학습자에 유추해 처음 현장연구를 시작했다. 새벽기상이 되니까 2005년 다이어리에 적었던 '매년 1편씩 현장연구논문을 내는 교사'라는 꿈을 시도해 볼 만한 용기가 생기고 있었던 때였지. 나는 그 현장연구 논문 때문에 솔찮이 괴로왔다.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부수적인 일들이 생겼고 주객이 전도되었다. 너무 힘들었다. 준비는 부족했고, 여건은 너무 살피지 못했다. 이것의 주제로 생태놀이를 잡은 최초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우연히 만난 생태놀이가 아주아주 재미있었지. 혹하면 훅 가는 내 기질 대로 끌리는 대로 따라갔지. 사람을 치유하는 자연 속에서 놀면서 아이들과 내가 환하게 웃는 표정을 보고 싶었다. 전문가를 모셔오기 위해 해양동아리를 신청했었다. 안되어서 직접 해보려고 맘 먹었다. 첫마음으로 돌아가야겠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놀자는 것과 매일매일 내 업 관련한 공부를 성실하게 한다는 것, 외의 것은 놓아버려야 한다. 그리고 인정한다. 새벽에 하고 싶은 만큼 현장연구는 나에게 절실하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나는 새벽에는 그냥 책읽고 일기 쓰면서 보내고 싶다. 하지만 내가 만약 다시 현장연구를 시도한다면 그것 역시 내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것, ‘지금 내 마음을 흔드는 최고의 관심사’에 대한 것이고, 나는 그 주제에 마음을 빼앗긴 최초의 교사가 되리라. 내가 교사로 일하는 동안 매년 1편씩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게 마흔 이후 내가 그리는 교사의 그림 중 하나다.

 

나는 순수 이야기꾼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늘어놓은 이야기들은 대부분 이미 내가 직접 경험해본 일들에서 추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 재배한 텃밭에서 따온 소채로 만든 음식인 셈이니 재료가 제법 양질이다. 나는 상상한다. 실천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실천할 수 있도록 범용적인 성장모델을 만들어낸다. ‘이야기를 통해서 의미를 전달하는 것’ 이것이 나의 직업이다. 나는 이 일을 잘 할 수 있다. 이 일이 나를 구해줄 것이다. - 71

 

견딤 - 깊은 인생으로 들어서는 두 번째 문

 

견딤 하나, 끈질기게 삶에 달라붙다.

 

세 번째 이야기는 스스로 그려낸 삶에 대한 뱃심으로 결코 물러서지 않는 이야기다. 깨달음은 우리에게 통찰을 준다. 그러나 일상의 삶은 여전히 과거의 법칙을 따르게 마련이다. 깨달음이 제시하는 미래와 일정이 규제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는 우리를 주저앉게 만든다. 그리하여 종종 정신은 이상을 향하나 우리의 육체는 현실을 따르려고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미래에 대한 나의 통찰을 믿어주고 응원하는 뱃심이다.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용기다.

 

삶에 대한 나의 뱃심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사자나 불도그로 묘사했다. 내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패배하리라는 생각을 버렸다. - 77

==>나는 솔직히 처칠수상의 사진을 보면 고집스럽게 생긴 양 볼이 불독같다. 죄송합니다. 수상각하.

 

국민은 장관이 끈기가 있고 오기를 부리기를 바란다. 나는 알고 있다. 국민은 오만하게 명령을 내린다고 불평하지만 그래도 내심 그런 지시를 바라게 마련이다. - 78

 

굴복하지 않는 힘, 도대체 그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철저하게 현실을 조사하고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략 알고 있는 것은 나는 자세히 알고 있었으므로 정보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 80

===>이게 힘의 핵심인 듯 하다. 정보의 우위를 차지하는 것.

 

해군장관의 전용선인 마녀(enchantress)라는 요트를 타고 모든 해군 기지와 조선소를 돌며 해군전술과 능력에 대한 세부 사항을 끊임없이 배웠다. ..마녀는 그 후 4년 동안 나의 집무실이자 집이 되었다. - 80

===>나에게도 이런 마녀가 필요하다. 사실의 집적.

 

중요한 것은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내 예지력과 통찰의 비밀이었다. - 81

 

예지력이 제대로 된 힘으로 작동하려면 마음이 미리 본 것을 지켜갈 수 있는 불굴의 용기와 인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포기하는 순간 예지력은 무력해진다. -81

 

마음은 우주를 이해한다. 마음이 우주의 마음에 공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예지와 통찰을 갖게 된다. - 86

 

위대함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미래의 경영에 성공하는 것이다. 예지력은 현재나 미래를 마치 지나간 과거처럼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를 잘 볼 수 있는 자는 과거를 잘 아는 자다. 선경지명에 이르는 그 신비의 원천은 신의 선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근면과 노력이라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예지력이 뛰어난 인물들은 현재를 이해하기 전에 과거를 연구했고 역사적으로 결정적인 사건들의 본질을 파악했다....쉽게 보이지 않는 패턴과 동기, 그럴 수밖에 없는 필요성, 기회와 전조가 되는 사건과 행동들을 파악하기 위한 힘겨운 탐구의 결과가 바로 예지력의 정체인 것이다. - 88

 

자신이 미리 보고 믿은 것에 대한 집중과 불굴의 용기가 없다면 그것을 지켜낼 수 없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확신을 가지기에는 탐구가 모자랐을 것이고, 또 믿었다 하더라도 지켜낼 용기가 없어 다수의 의견을 따라 정신이 미리 본 미래를 포기한 것이다. 불굴의 용기가 무엇인지를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이렇게 감동적으로 표현한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발명의 아버지는 고집이다. 적당히 단념하고 손쉽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는 것보다 불리한 역경 속에서 살아가겠다는 결심이 진보의 역설적 진리다...난관을 뚫고 인간이 된 것은 이미 그 밑에 앉을 나무조차 없어진 그 자리에 버티고 있던 무리들이며, 나무 열매가 익지 않자 짐승을 잡아 고기를 먹은 무리들이며, 햇볕을 쫒아 이동하는 대신 불과 의복을 만든 무리들이며, 거처의 방비 벽을 구축하고 아이들을 훈련시켜 세계의 비합리성에 합리성을 입증한 무리들이었다.’ - 89

 

나 또한 위대한 사람들이 그랬듯이 삶에서 일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 일은 이미 내 인생이 되었고, 놀이가 되었으며,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 91

 

1인기업가의 그림은 직장 11년 차가 되던 1991년 IBM본사의 경영심사관이 되면서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인식이 심화되면서 한 회사의 혁신 팀장을 넘어서 한국최고의 ‘변화경영전문가’라는 비젼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꿈이 생기자 나는 훨씬 더 열심히 일했다. 소명의식을 가지게 되자 일이 훨씬 재미있어졌고, 나는 좀 더 열정적인 사람이 되었다. 현업이 내 비전을 이루는 수련 과제가 되었다. 보스로 누가 오든 변화에 대해서만은 내 의견을 존중했고, 누구든 내게 물으러 왔다. 그렇게 6년을 보내고 나는 ‘변화경영의 작가’라는 또 하나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 92

===>나는 지금 하는 일 12년차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11년차인 작년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나같은 이가 10년을 한 직종에 근속한 게 기쁘다. 하지만 변화가 절실한 때다. 또 개인적으로도 마흔을 넘어가고 있다. 지금이 바로 비젼을 세우고 나의 10년을 출발하기에 참 좋은 때, 적기다. 2011년부터 2020년이라고 하면 헤아리기도 수월하다. 우연히 만난 ‘새벽기상’이나 ‘필살기’ 개념이 매우 반갑다.

 

10년 전 1인 기업은 그저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하나의 실험이 되었고, 앞으로 또 10년이 지나면 훌륭한 고용의 대안이 될 것이다. - 93

 

나는 세 번째 4분의 1의 인생을 인생의 황금 도약기로 설정했다. ..나는 내가 회사를 그만 두는 날을 상상했다. - 95

===>나는 지금 정년까지 교사로 일한다, 연금을 받아 노후는 그걸 야금야금 받아서 늙어주겠다는 생각에 젖어있다. 교사집단은 제법 우수한 집단인데 이 곳에 들어오면 성장과 자기 계발을 멈추고 안일해진다는 비판을 많이 듣는다. 횟감 물고기를 수송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잡아먹는 물고기를 같이 넣으면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헤엄치고 운동해서 많은 수를 살려서 옮길 수 있다고 했던가? 이런 비판보다 솔직히 일상을 견디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 너무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제법 이 일이 잘 맞다고 생각하는데도, 사실 재미가 없고 지쳐있다. 어떻게 해야 소진되지 않으면서 일상을 즐기면서 이 일 속에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직장인들이 현업에 몰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업에서 비전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 97

 

견딤 둘, 침묵의 10년을 걷다.

 

학위는 내 열등감을 상쇄하기 위해 갖춰 입는 옷에 지나지 않고, 그 열등감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므로 굳이 학위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위로했다. 대신 나는 숲으로 들어가 5년 동안 보고 싶은 책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1929년에서 1934년까지 5년이었다. - 102

 

방랑과 침묵의 시간은 긍정적인 시간이다. 새로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성취도 생각하지 말고, 하여간 이와 비슷한 어떤 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저 "내가 지금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라고만 말해야 한다. 이것이 유일한 관심사여야 한다. - 105

 

우리 삶에 진정한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삶을 체험하는 것, 고통과 기쁨을 모두 경험하는 것이다. 의미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부여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삶의 체험, 그 떨림만이 살아있음의 증거이다. - 106

 

나는 우드스턱에서 나와 여덟 달 동안 방랑했다. ...그러나 방랑을 하는 동안 나는 신비할 만큼 유기적인 우연을 즐기게 되었다. - 107

 

그가 책을 읽어내는 방법은 매력적이었다. 마음에 드는 저자 하나를 골라 그 사람의 책을 씹어먹듯 읽었다. 그렇게 한 저자를 들이카고 나면 그 저자가 중요하게 인용한 사람의 책으로 넘어가 같은 방법으로 지적 모험의 영역을 넓혀 갔다. - 108

===> 책을 씹어먹듯이 읽는 것, 변경연의 좀 자학적인(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독서법의 뿌리가 이 분인가? 씹어먹듯이 읽는다는 말이 멋지다. 네 개의 위를 가진 소처럼 우물우물 되새김질 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그의 인생은 우드스턱에서의 5년이라는 풍부한 저수지를 거치는 동안 결정되었다. 그는 과거를 베끼고 모방하는 것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 109

 

천재들의 활동으로 알려진 위대한 성과의 비밀은 타고난 천재성의 결과라기 보다는 오히려 침묵의 10년이라는 땀의 계곡을 행진해온 결과인 것이다. 모차르트나 타이거 우즈 모두 어려서부터 훈련을 받은 특별 수혜자들이었다. 그들은 아버지라는 우연에 의해 특별한 분야에 헌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계속되는 훈련을 견뎌냈다. 우리는 보통 이것을 '침묵의 10년'이라고 부른다. - 111

 

나는 내가 진정한 음악가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재능을 끊임없이 계발하는 대신 그것을 밑천으로 뜯어먹고 살고 있었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오케스트라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세상이 안다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 114

 

평범함에서 위대함으로의 도약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실천적 비법을 꼽으라면 그것은 매일하는 훈련이다. '동작 하나를 익히기 위해 1만 번을 연습한다'고 하는 것이 김연아만의 대답이겠는가? 매일 할 때 기술이 늘어 기예가 되고, 어느덧 그 사람과 떨어질 수 없는 한 몸, 한 영혼이 된다. 이 때 '춤추는 사람은 사라지고 춤만 남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화가는 사라지고 그림만 남고, 글 쓰는 작가는 어느덧 사라지고 글만 남는 경지는 매일의 훈련이 주는 기막힌 선물이다. 그러므로 훈련의 첫째 요소는 반복이다. - 114

===>단군의 후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재능과 잘 일치된 훈련은 다른 것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몰입과 황홀함을 동반하게 되어 있다. 훈련은 땀이므로 노력이 수반되지만 매일 하는 습관이므로 고통이 아니라 일상이다. - 115

 

나는 1991년 IBM 아시아 태평양 경영심사관으로 활동하게 된 후, 말하자면 내 인생에 대해 더 높은 차원의 세계를 감지한 후 2000년 1인 기업가의 가능성을 가지고 회사를 나오기 전까지 근 10년간 나는 나를 훈련할 시간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 맡은 업무들 중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면서도 내 적성에 잘 들어맞는 전략적 업무'들에 집중했다. 그 업무에 관한 한 나는 누구보다 잘하기 위해 애썼다. 전략적 업무에 대한 나의 목표는 단순히 업무를 끝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일들에 대한 내 목표는 탁월함(excellence)'이었다. 최고의 수준을 지향했던 것이다. 특히 마지막 3년간은 회사에서 수련한 내용을 글로 정리하고 써내는 작업을 추가했다. - 119

===>와싸!!! 나도 2011년부터 10년간 나를 훈련할 시간을 가지자. 저자의 말을 내 말인 듯 고대로 복창한다. 근무시간 중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면서도 내 적성에 잘 들어맞는 전략적 업무’에 집중하고, 그 업무에 관한 한 나는 누구보다 잘하기 위해 애쓰자. 전략적 업무에 대한 나의 목표는 단순히 업무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탁월함이 목표였다. 최고수준을 지향한다. 아, 나는 언제나 대충대충 두루뭉수리 넘어가기만 바랬고, 늘 늦었는데 엑설런트를 지향해도 될랑가? 그..그..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머뭇머뭇

 

9년동안 나는 변화경영과 관련된 전략적 업무를 탁월함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업무 시간 중 절반인 네 시간 정도를 매일 집중 투자했다. 네 시간씩 일주일에 닷새면 매주 스무 시간을 쓴 것이다. 1년은 대략 50주가 되니 1년에 대략 1,000시간을 쓰게 된 것이다....거기에 마지막 3년 동안 매일 두 시간씩 독학의 시간으로 새벽 두 시간이 추가되었다. 약 2,000시간이 더해졌으니 9년 동안 1만 1천 시간 정도가 투여된 것이다 - 119

===>내 근무시간 8시간 중 4시간을 집중투자한다면 그 중 절반 2시간은 수업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교사로 남아있는 한 ‘수업’이 핵심이므로 여기에 엑설런트한 게 있어야 한다. 2시간은 집중투자 대상, 나머지는 무난히 하자. 그 중 한 시간은 특수학급 수업, 한 시간은 통합학급 수업지원(교수적합화)으로 하자. 올해의 대상은 작년에 용을 써서 2명을 한 반에 넣은 6학년 경도 정신지체학생들의 반이 될거다. 그 통합학급 샘은 협력하여 일하는 동안 배울 점이 많은 정말로 존경스런 분이다. 수업을 마친 후 오후 시간 중 2시간 동안은 특정 주제를 정해서 현장연구를 하면 재미있겠구나. 근데 수업후 이런저런 일이 있어 2시간을 통째로 집중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10년을 내다보고 자박자박 가는 거니까 당장 어떻게 안된다고 안달낼 필요는 없겠다. 나는 오십살의 나를 상상해 봐야겠다.

 

지금까지 새벽 4시에 일어난 지 13년이 되었다. 매일 새벽에 두세 시간씩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 두세시간 정도는 책과 더불어 보낸다. 그러니 매일 다섯 시간 내외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매년 한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될 것이다. 이 낙관의 근거는 분명하다. ''매일의 습관'이 나를 이끌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 120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생활하고 있는 내가 조지프 캠벨의 일생 중에서 가장 놀라워하고 부러워하는 부분은 젊었을 때 우드스턱에서 보낸 5년의 시간이다. - 120

 

평범한 자가 비범한 자를 능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 분야를 정하고 들이파는 것이다. - 121

===>나에게는 이런 분야가 뭘까?

 

견딤 셋, 여명처럼 고독을 지키다.

 

다섯 번 째 이야기는 고독을 견디지 못하면 존재를 지킬 수 없다는 이야기다. 스스로 깨달은 진실과 통찰을 오랫동안 지키고 매일 수련하다 보면 세상과의 괴리때문에 고독해지게 마련이다. 고독에 지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꿈은 사라지고 평범한 곳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고독을 견디는 자만이 위대해진다. - 124

 

그해 7월 27일 헤브라이 종교의식에 따라 나는 파문을 당했다. 나는 그들에게 불려가 파문의 의식에 참여해야 했다....누구나 그와 입으로 말을 주고받지 말고, 글로 그와 의사를 주고받지 마라. 아무도 그를 돌보지 마라. 아무도 그와 한 지붕 밑에서 살지 마라. 아무도 그에게 접근하지 말고, 누구도 그가 입으로 전하거나 글로 쓴 문서를 읽지 마라. - 127

===>투명인간 취급

 

이 고독과 불행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철학과 믿음 때문이었다. 나는 미움이란 어떻게든 사랑해보려고 애쓰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 128

 

정신은 무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랑과 너그러움에 의해 정복된다. 나는 언덕 위의 빛 속에 서 있는 듯 했다. 또한 나는 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려 했다....신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란 과거와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미래에 일어나도록 예정되어 있는 일은 결국 일어나기 마련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 128

 

고독과 시련을 겪으면 사람들은 매우 표독해지거나 반대로 매우 온순해 진다. 나는 다행히 매우 다정하고 평온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렌즈를 연마했다...그 당시 유대인 학자들은 학문에만 써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으므로 누구에게나 생계를 유지할 기능을 익히게 해야 한다는 유대율법이 몸에 배어 있기도 했다. 유대인들에게 노동은 신성한 것이며, 직업을 가지지 않은 학자는 결국 부랑인이 되어 사회에 짐이 될 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한 푼도 남길 수 없을 만큼 조촐하게 살았지만 나는 행복했다. "비록 내가 자연적 오성으로 수집한 결과가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불만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게는 그 자체가 유쾌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나날은 탄식과 슬픔 속에서가 아니라 평화와 밝음과 환희 속에서 지나가고 있다." - 130

 

파문이라는 시련은 스피노자로 하여금 그저 촉망받는 유대의 신학자로 살아 갈 일생을 '근대의 가장 위대한 유대인 철학자'로 살아가게 도약시켰다. 고독이 그를 위대하게 했다. 그는 평온을 사랑했으며, 무엇보다 철학적 사색의 자유를 방해하는 모든 것을 거부했다. - 132

 

그의 작품은 그의 정신적 변천사였다. 스스로도 '내 작품은 나의 일기'라고 말했다. 어쩌면 작품 세계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가장 충실한 대화 상대는 그의 일기장인 스케치북이었는 지도 모른다. - 141

 

고독은 마치 영혼의 고통을 담는 용광로 같아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제련 과정이다. - 142

 

나는 늘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나는 나를 혁명한다'라는 선동이 오랫동안 내 안에서 조금씩 자라 나의 의무가 되었다. - 148

 

그러나 불가능한 것을 믿는 것만으로는 혁명을 이룰 수 없다. 혁명을 이루게 하는 것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실천은 곧 시간이 누적적으로 쌓인 것이다. ..하루의 경영에 실패하면 화가가 손을 뗀 그리다만 꿈은 초라해진다. 한 줄기 무상의 바람이 불고 이내 꿈은 추억이 된다. - 150

 

나는 나의 골목길을 발견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곳, 그 길이 아무리 좁아도 내 길이라는 것, 고독이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경쟁하지 않는다. 싸움이 내 장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은 없지만 수요는 많은 곳을 나의 촉수는 감지한다. - 151

 

작가도 1인 기업가도 태생적으로 외로운 존재방식이다. 1인기업가이며 작가가 되어 살기 시작할 때 나는 이 고독을 견딜 수 있도록 3가지 행동철학을 세워두었다. 10년 째 나는 이 철학에 의지해 걸어왔다. 첫째, 나는 이제 더는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며 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오직 나의 명령에 따라 산다. 나는 작더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제국을 원한다. 두 번째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을 늘이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의 양을 늘림으로써 자유의 양을 늘이는 것이다...세번째는 본업을 통해서 세상의 밝음에 기여하는 것이다. 나는 다른 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응원하는 일을 한다. 이것이 나의 기쁨이 되었다. 결국 나의 철학은 자유를 옹호한다...세상 속에서 비위를 맞추며 사느니 차라리 내 마음대로 사는 고독을 택해도 좋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나 스스로 가족이 먹을 것을 벌고, 스스로 선택한 천직으로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드는 일에 기쁘게 참여하는 것,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 152

 

넘어섬, 깊은 인생으로 들어서는 세 번째 문

 

넘어섬 하나, 천둥같은 스승을 얻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스승에 대한 이야기다. ‘그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는 이 질문을 수없이 되뇌며 길을 걷는다. 나의 고독을 만들어주고 동시에 이해해주는 사람, 단 한 사람이어도 좋다. 화두를 던져주고 깨달음의 경지를 나눌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어른, 적어도 한 사람의 스승은 있어야 한다. 힘들 때 마다 ‘스승이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내심 물어볼

그분을 얻어야 한다. -158

 

그리하여 우리는 스승과 제자가 되었다. 스승은 나를 좋아하시고 늘 곁에 두셨다. 나 역시 스승이 좋아 늘 그 곁에서 배웠다. - 160

 

스승은 어떻게 도에 이르는지는 설명하지 않으셨다. 다만 도에 이른 다음의 경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이 말은 나를 깨우쳤다. - 161

 

“네가 그 곳에 있었다면 고양이를 살려주었을 것이다” 스승은 화가 나 계셨다. 선을 하는 승려들은 마땅히 집착을 끊어야 한다....스승은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집착의 대상을 단번에 두 동강 내었으나 살생을 하셨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나는 스승에게 승려들을 대신하여 사죄하고 싶었다. ...전도된 가치를 표현하고자 발에 신는 신발을 머리에 이고 나왔다. 그리고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스승의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었다. 스승이시여, 이제 그만 화를 푸시고 편히 쉬십시오. 사실 내가 스승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 것은 내게 이미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은 늘 내 마음을 알아주셨다. - 162

 

문이란 마땅히 안에서 열어야 한다. 나는 열쇠가 없더라도 내 손으로 혼자서 열고 나오면 된다. 스승이 문틈으로 열쇠를 건네주기는 했지만 그것은 사실상 문을 열고 나오는데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 스승의 행위는 마음의 소리에 대한 상징적 메아리였다. 문이 안에서 열리듯 모든 배움과 깨달음은 안에서 스스로 익어 터지는 것이다. - 163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는 늘 우리를 감동시킨다. - 166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지 않았다. 그의 많은 제자 가운데 특히 두 명의 제자가 스승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남겨두었다. 한 사람은 플라톤이고 한 사람은 크세노폰이다. - 166 상상력과 추론이 뛰어난 천재, 그리고 우직하고 고지식한 군인 이 두 사람이 같은 스승을 두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이런 정황 속에서 당신은 누구의 말을 더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167

 

스승은 제자의 정신적 골수와 심장으로 보존된다. 그리고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으로 도약하고 진화한다. 오직 좋은 제자만이 눈부신 성장으로 그 스승을 빛나게 한다. 그러나 스승만이 제자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 168

 

1921년 드디어 <황무지>의 초고를 파운드에게 보여주게 되었다. 그러나 이 초고는 막연하고 장황했다. 파운드는 조언과 더불어 산만한 부분을 덜어내고 과장된 부분을 잘라내고, 남은 부분은 날카롭게 다듬었다. 결과적으로 훨씬 간결하고 힘찬 시가 탄생했다...‘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시’, ‘폭과 깊이와 아름다움을 갖춘 위대한 시’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에즈라 파운드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엘리엇은 그렇게 바라던 자신의 목소리로 된 시를 써냄으로써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시인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169

 

대중에게는 외면과 침묵을 받았던 이 작품이 브라크에게는 혼을 빼놓는 그림이었다. 브라크는 이 그림을 본 소감을 ‘누가 휘발류를 마시고 불을 뿜어내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피카소는 도발적이었고 조르주 브라크는 그 도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 피카소는 이제 경계를 넘어서는 모험에 대해 지지하고 격려하는 동지를 얻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운명적인 공동 작업자가 되었다. 그 후 그들은 몽마르뜨에 살면서 거의 매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참으로 즐거웠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브라크의 표현대로 그것은 ‘같은 밧줄에 몸을 묶고 함께 산을 오르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 170

 

이 기간동안 피카소는 노트 기록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협력자 겸 동지 겸 비평가를 만났기 때문에 홀로 자신의 생각을 적어두고 다듬어간 고독한 일지의 필요성이 많이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 170

===>반대로 말하면 백아에게 종자기인가 종아에게 백자기인가, 한 사람이 켜는 거문고 소리를 그것으로 알아듣는 지음이 오기 전, 이런 상대가 없는 동안에는 ‘고독한 일지’형태는 지속이 되어야 한다. 진심으로 필살기를 개발해서 다듬어 갈 생각이라면, 단군의 후예 300+에서든, 블로그에서든 어디서든 10년을 갈 일지를 쓸 필요는 있겠다. 하지만 혼자 하기에는 의지가 약하고 불안한 나는 지켜보는 안전하고 신뢰로운 울타리, 도반가 있으면 더 좋겠다. 혼자서 쓸 수 있으면 더 좋지. 사실 많은 이들은 혼자만의 일지를 꾸준히 써오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아부지만 해도 농사일기를 30년 이상 매일 써 오고 있다. 그러니 나도 쓰자. 내 업에서 필살기를 만들어 가는 고독한 일지를. 지금부터 교사로서 일하는 걸 쓰기 시작해도 20년은 쓸 수 있다. 그게 내가 이 업을 마치는 때 나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런지.

 

예술가에게 고독의 쓰라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누군가와 그 고독을 나누어 세계의 일원이 되는 친밀한 격려와 이해의 시간도 꼭 필요하다. ...협력은 일정부분 자아의 희생이 필요하고, 따라서 피카소는 공동 작업을 통해 상당 부분 자신을 억눌러야 했을 것이다. - 170

 

입체주의라는 실험 시기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극이었고, 숨을 쉴 수 있는 통로였으며 버틸 수 있는 지지대였다. 그들은 비평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보고 ‘기괴하고 야만적이며 우스꽝스러운 고의적 충격’이라고 표현했을 때 그 언어적 논란과 모멸을 나누어 가졌다. - 171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숙한다. 그 관계가 스승과 제자든, 선배와 후배든, 예술가와 후원자든, 아니면 서로를 이해하는 동료든 사람은 사람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된다. 때때로 누군가의 인생에 한 사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고 압도적일 때가 있다. 이 때 그 사람은 진정한 스승의 역할을 해주게 된다. 중국 명나라 시대의 이탁오라는 학자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친구가 될 수 없으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으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그렇다. 사람은 이렇게 서로 연루되고 결합되면서 자신의 삶의 도약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해 줄 누군가를 얻지 못한다면 비록 재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고독은 그저 극도의 고독으로 끝나거나 내부와 외부가 갈등하는 파괴적 불화나 구제 불능의 미숙으로 그치고 말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사람을 얻어 진정한 관계 속에 놓이게 될 때, 결정적 지지와 도움으로 새로운 세계로 건너뛸 수 있게 된다. - 172

===>이거는 절에서 말하는 상가와 비슷한 개념이구나. 함께 길을 가는 현실적 귀의처가 깨달음의 필수요건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부처님과, 법과 함께 상가에 귀의한다고 날마다 고백하지. ‘내가 수행하는 힘은 모두 당신에게서 옵니다. 내 옆에 함께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당신 옆에 함께 있습니다.’

 

나는 좋은 제자가 못되어 드렸다. 그동안 많이 찾아뵙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나처럼 그분을 좋아하는 제자는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내 삶의 한 모퉁이를 돌 때마다 그분은 거기 계셨고, 내 인생의 갈림길마다 나는 그 분에게 갈 길을 물어보곤 했다. 물론 직접 찾아가 물어본 것은 아니다. 갈림길과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 173

 

3일에 소연, 5일에 대연을 베풀며 술을 마셔댔다. - 175

 

다음날 선생님 앞에서 담배질을 한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떠벌리곤 했다. 선생님은 그렇게 젊은이들의 유치한, 그러나 일상 속의 무용담 속에 존재한다. - 176

 

선생님은 바둑 한 판으로 우리를 잠재우셨고, 잔소리 한 마디 없이 연구실을 연구하기 참 좋은, 여름 토요일 오전 침묵으로 가득한 깊은 공간으로 만드셨다. 우리는 늘 이런 선생님의 능력에 놀라곤 했다. - 177

 

콜링우드의 ‘역사학 개론’을 가르치시며,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 뜻을 대략 이랬다. ‘이론이 그 자체로 모두 옳은 것 같아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우면 직접 겪어 체험해보아야 한다.’ 이것은 플라톤의 가장 아릅답고 감동적인 두 개의 대화편 <파이드로스>와 <크리톤>에서 가르친 것을 연상시켰다. “논리의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경험은 웅변이 되지 못하는 잡담이며, 경험의 시험을 거치지 않은 논리는 논리가 아니라 부조리다.”라는 가르침과 섞여 천둥같이 내 가슴을 울렸다. - 178

 

지금 생각하면 그 뜻은 분명히 말 그대로 바로 그 뜻이었음을 알게 된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스스로 모색해라, 헌신하고 모든 것을 걸어라, 그러나 그 길이 아니라 하더라도 실망하지 마라. 앞에 다른 길이 나오면 슬퍼하지 말고 새 길로 가거라 어느 길로 가든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는 것이다’ 아마 그런 말씀이셨을 것이다. - 178

 

우리는 선생님을 두려워했다. 그 무서움을 깊은 존경심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 179

 

봄꽃이 한창 흐드러지게 피어 난만한 5월에 그분들이 점심을 드시러 함께 식당으로 가는 것을 보며 우리는 늘 감탄하곤 했다. 당대를 풍미하는 학자들이 저렇게 서로 어울려 함께 공부하고 함께 식사하고 함께 삶을 사시는구나 하는 부러움을 가졌다....우리는 모교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역사학과에 대해 더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우리를 가르치고 있다는 데서 오는 힘이었다. - 180

===>아, 참 아름다운 장면

 

지식인성명의 대표자였던 선생님은 학교를 떠나시게 되었고, 우리는 선생을 잃었다. 나의 길은 불투명해졌으며, 나는 다른 분 밑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바람은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었다. 대학원을 나와 그해 12월 나는 직장인이 되었다. - 181

 

저는 선생님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 183

 

세상을 살며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정리하여 그것을 모아두면 한 사람의 자서전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직접적으로 발가벗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나의 이야기’로서의 자서전이 아니라, 내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너무도 결정적인 내 삶의 증거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피터 드러커는 자서전을 쓰면서 자신에 대한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에게 심대한 생각거리를제공하고 영향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서 그것이 관찰자의 운명을 타고난 자신의 이야기라 불렀다. 선생님은 내 삶을 이룬 중요한 상징적 테마였고 질문이었으며 가능한 대답의 하나였다. -184

===> ‘내 인생의 시 33편 프로젝트’도 어쩌면 시를 통한 나의 이야기일 수 있겠구나. 이번 수련과정을 통해서 여러 번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겠구나. 지원서를 내면서 20페이지의 개인사를 쓰면서 알게된 것이 많았다. 시를 가지고 또 한 번 돌아보고, <깊은 인생>을 갖고 또 돌아보게 된다. 힘들지만 종합선물세트네. 충실히, 즐겁게 해보자. 그런데 시집을 일부러 챙겨 읽지 않았던 시와 무관하게 살았던 내게 33편이나 시가 찾아와 주었을까? 한 번 찾아보아야겠다.

 

보통의 선생은 그저 말을 하고, 좋은 선생은 설명을 해주고, 훌륭한 선생은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스승은 영감을 준다는 말이 있다. 나는 선생님에게서 학자의 모범을 보았고, 어두운 길 위에 뿌려진 달빛 같은 영감을 받았다. 내가 선생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나도 선생님처럼 누군가의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한없이 모자라는 사람이지만 선생님은 내게 이 열망을 품게 해 주셨다. 나이가 들어 연구원들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을 쓰는 일을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나는 너무도 분명히 훌륭한 선생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고 만질 수 있는 행운을 가졌던 것이다. - 185

 

넘어섬 둘, 나를 넘어 세계에 접속하다.

 

일곱 번째 이야기는 자신을 스스로의 별로 만든 이야기다. 나를 넘어서지 못하면 위대해질 수 없다. 모든 위대함은 나로 시작해서 나를 넘어선 우주에 다가가는 것에 있다. 나를 넘어서는 더 커다란 것에 대한 그리움과 지향성을 갖지 못하면 우리의 정신은 고양될 수 없다.

평범함은 아직 개화되지 않고 숨어있는 위대함에 대한 다른 말이다. 평범함이 깨져야 위대함이 발아한다. - 188

 

열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때 나는 우리집 계단에 앉아 있었는데 어머니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것들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며 복도를 닦고 계셨다. 틀림없이 삶의 무거운 짐을 어머니에게 던져주고 떠난 가혹한 운명에 대한 저주였을 것이다. - 190

 

어머니는 사랑이나 일과 마찬가지로 인생도 복잡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셨다. - 190

 

나이트 클럽의 이름은 엘 쿠바나였다. 언젠가 내가 집에 들렀을 때 어머니는 은색 루렉스 드레스 차림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바에 앉아 계셨다. 어머니는 그전까지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셨다. 그저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분위기를맞추기 위해 배우신 것이다. 저속하기는 하지만 완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 역시 무슨 일을 하든지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썼다. 학교를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면서 될 수 있으면 내 수업에 드라마와 음악을 도입했다. 중세 역사를 강의할 때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틀고, 1차 세계대점을 강의할 때는 전쟁 시를 낭송했다. - 190

==>아 이런 수업 재미있겠다. 나도 좀 이런 공연같은 수업을 해 볼까나?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오늘은 저 선생이 뭘 갖고 왔지?’ 기다리는 수업. 내가 재미있는 수업. 내가 바라는 모습이다. 언제나 해 보려나? 그런데 내가 직업으로 교사를 계속 가진다면 그의 가장 중요한 일은 ‘수업’이기 때문에 필살기는 수업 안에 한 개가 있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지는 내가 가장 장기와 훈련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쨎든 ‘저 교사는 이런이런 수업방식에 뛰어나’라는 게 한 방향은 있어야 한다. 그게 뭘까? 나는 어떤 수업 방식을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을까? 과목을 찾아야할까? 아니면 주제를 찾아야할까? 후보 1번, 기능적 생활교육 - 나는 장애 있는 아이들에게 물걸레를 쥐어주고 청소시키고, 청소기 사용법을 가르치고, 니 그릇은 니가 설거지 하라고 팥쥐엄마처럼 태연히 말하는 거 잘 할 수 있다. 후보 2번...으아아아 모르겠다.

 

교사 생활은 재미있었다. 그러나 내게는 방랑벽이 있어서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 191

 

제네바에 있는 UN사무실에 취직했다. 나는 이렇다 할 자격증이 없었기 때문에 원서만 보냈다가는 떨어지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인사 담당자를 찾아가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나 자신을 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담당자를 설득하여 일자리를 얻었다. 에너지와 열정은 사람을 질리게 한다. 나는 UN을 매혹시키는데 성공했다. 2년 동안 전 세계를 떠돌다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내게 한 청년을 소개시켜주셨다. 그가 바로 르도 고든이었다. 그는 농사꾼의 아들이었지만 동화작가가 되고 싶어했다. 사흘 뒤 나는 그와 동거를 시작했다. 나는 교사 일을 했고, 그는 공사장 인부로 일했다. 그러다 첫 딸을 낳았다. - 192

===>아니타는 그냥 뛰어든다. 재고 말고 안한다. 일단 가 보고, 아님 말지 정신이네.

 

남편 고든은 오래전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뉴욕까지 말을 타고 여행해보는 꿈이 있었고 그가 그 꿈을 계획하는 동안 나도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여 생계를 꾸려보고 싶었다. 나는 자연식 피부관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할머니들의 주방용 비법에 관한 책들을 빠짐없이 읽었다. 쓸만한 비법을 만날 때마다 나도 그렇게 해 보았다. - 192

===> 그여자에 그남자군. 저 꿈도 상당히 독특하다. 정말 말을 타고 가봤을까?

 

나는 매장을 모두 진한 녹색으로 칠했다. 그 당시는 녹색이 환경운동을 상징하는 때가 아니었다. 그저 벽에 있는 습기 자국을 지워줄 수 있는 유일한 색깔이었기 때문에 그 색을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내가 구할 수 있는 가장 싼 용기는 병원에서 소변을 채취할 때 쓰는 플라스틱 병이었지만 그것도 충분히 살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다. 그래서 고객이 빈 병을 가져오면 거기에 리필해주었다. 재활용이 우리의 비즈니스 특징이 되었다. -193

 

따지고 보면 모든 성공의 요인은 사실 내게 돈이 없었다는 점이다. 돈이 없고 배가 고프면 창의력이 생긴다. 노력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으면 생각하지도 않고 추진력도 생기지 않는다. 다른 성공한 기업가처럼 궁핍이 나를 생각하게 했다.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이민자의 노동윤리를 가진 아웃사이더였기에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일을 할 때 화가나 작가와 같은 열정이 나를 휩쓸고 지나갔다. 나는 궁핍으로 인해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믿었으며, 그것을 실현하고 그것으로 먹고 살고, 그것으로 이익을 내기를 바랐다. 보디숍은 내 손으로 만든 내 자식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내가 되었다. - 194

 

내게 삶은 늘 고마운 것이었다. 내가 삶에 해준 것보다 삶이 내게 해준 좋은 일이 열 배, 백 배 많았다. - 194

 

기업가들은 대체로 광기의 후광에 쌓인 사람들이다. - 194

 

창의력은 아마 마술일 것이다. 그것은 아마 상상력일 것이다. 체계적으로 혼란을 만들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방되는 것이 창의력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창의력이 없이는 기업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아주 분명한 사실이다....생각만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것을 해낼 수 있다는 집념을 가지고 있다....그 어리석은 일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병적일 만큼 낙천적이다. - 195

 

위대한 기업가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또 하나는 그들 모두 하나같이 사회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비즈니스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재무학이 아니다. 그들은 사회를 바꾸어보려는 개혁가들이기 때문이다. - 195

 

또 하나가 있다. 그들은 그들의 꿈과 아이디어, 사회를 변혁시키겠다는 생각을 이야기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일반인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그들은 모두 위대한 이야기꾼들이다. - 195

===>기업가들이 개혁가이고, 이야기꾼이고, 광기에 휩싸였다는 건 의외의 이야기다. 나는 ‘재무학’으로 비즈니스를 생각한 사람 중 하나인듯

 

나는 녹색칠을 한 코딱지만한 창고에서 자연식 화장품을 만들어 팔면서 백만장자가 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내 마음속 그 아이디어에 흠벅 빠져 있었을 뿐이며, 그 일로 어떻게든 아이들과 먹고살려 한 것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보디숍에 헌신적으로 매달렸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어떤 것을 보든, 단어 한 개, 포장지 한 장, 스테인리스 깡통 하나도 모두 보디숍과 연관을 지어 생각했다. - 196

 

보디숍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도 어떻게 나 자신의 깊은 내면을 간직할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했다. - 196

 

보디숍이 나를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돈이 많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만큼 성공했지만, 나는 기업의 탐욕에 저항했다. 나는 이미 아이들에게 공언해두었다. 내가 죽으면 내가 번 돈은 모두 인권과 민권 운동가에게 기부될 것이라고 말이다. 비즈니스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업이 할 일은 돈에 관한 것이 아니라 책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개인의 욕심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공익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이익을 내지 못하면 기업은 망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이익을 더 내기 위해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 역시 망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더는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진정한 글로벌 비전을 가진 기업이라면 지리적 확장과 점령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마음의 확장에 더 기여해야 한다. 나는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란 직원이 자신의 잠재력과 인간 정신을 훈련하고 계발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기업은 그 자신과 구성원, 그리고 인류를 위한 완전함에 기여해야 한다. 인생에 영적 차원이 있듯이 비즈니스도 영적인 차원을 가져야 한다. 나는 세계를 다니면서 깨달았다. 그것은 가장 근본적인 통찰이었다.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 나의 존재는 전일성(OPENNESS)로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경외심이 나를 가득 채웠다. - 198

 

바꾸려 하지만 세상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변할 때가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이 근본적으로 변할 때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198

 

말년에는 그 기업인으로서의 삶도 다 던져버렸다. 자신의 보디숍 지분을 모두 처분하여 마련한 1조 1000억원을 모두 인권운동에 투여하기 시작하였다....사업을 하면서는 전념할 수 없었으므로 사업을 접고 자신아 가장 헌신하고 싶은 인권과 환경 운동가의 삶을 선택했다. 아마도 자신의 짧은 생을 예감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 200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다. 그녀가 선한 목적에 자신을 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미워하고 싫어했다. 그녀가 세상의 탐욕에 저항하고 어두운 세상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 200

 

각성한 부자들에게는 좋은 집과 멋진 차가 더는 자랑거리가 아니다. 기부와 나눔이 그들의 특권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을 보여줄 명품이 된 것이다. - 201

 

세계 100대 경제주체 중 대략 절반은 국가고 절반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하나의 다국적 기업의 규모가 웬만한 국가 하나의 경제 규모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만일 이 거대한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익집단으로 운용된다면 세계는 평화로워지고 인류는 행복해질까? - 201

 

그들은 환경문제를 만들거나 인권문제를 만들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들에게 성공을 안겨준 사회에 대해 기여하고 공헌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기업의 공공성이 커지게 되었다. - 202

 

한국의 대표적인 주요 기업들 여시 지속 가능한 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선언적 차원을 넘어서 일상의 현실과 생활이 되어야 한다. - 202

 

앞으로 기업이 진정한 사회적 존경을 받는 경제주체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단게를 거쳐 성숙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 202

가장 초보적 단계의 기업은 순수한 자본주의적 원칙이 지배하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경쟁이 지배원리이다. 겉으로는 동료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그들’이라고 부른다. 노사의 갈등과 대립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 수준에 머문다. 그다음 단계는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나누는 기업이다. 서로를 ‘우리’라고 부른다....세 번째 단계는 한 사회와 기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는 시기다. 기업은 자신의 번영이 뿌리를 내린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성장했다는 인식에 이른다. 자신의 부를 이루게 해준 사회에 대한 보답,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와 함께 하는 경영의 단계에 이름으로써 그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다....그러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은 국제사회와 마찰을 일으키는 국수주의의 위험과 인류에 대한 책임에서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마지막 도약의 단게는 인류에 대해 책임을 지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세계가 안정되고 평화로울 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기업은 진정성에 기초한 지속 가능한 경영의 원칙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게 됨으로써 사회적 선의 철학을 가진 조직으로 도약하게 된다.- 203

===>나는 지금 어떤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걸까? 어떤 조직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학교들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최고관리다의 마인드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인간관계와 합리적인 업무 배당...또 뭐가 있지? 나는 잘 모르지. 10년간 특수학급에만 갖혀있으려 했기 때문에. 그리고 내 영역인 특수학급 안에도 2특수교사가 있고, 그 안에 여러 명의 보조인력이 있다. 이 다섯 명의 관계가, 그리고 10명의 통합학급 교사와의 관계가 ‘우리’라고 묶이는 데도 여간한 공이 드는게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나에게는 이게 제일 어려운 과제였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같은 공동체 의식을 가진 채 나아갈 수 있는 건 어떤 것일까? 만약 내 주변 기업들 중 이런 기업이 있다면 그 지역사회 안에서 자라서 성인이 되어 함께 살아가야할 장애학생들에게 직장을 주었으면 좋겠다. 청소든, 심부름이든, 뭐든 훈련하면 할 수 있는 단순한 일로 일자리와 월급을 주었으면 좋겠다.

 

네 번째 수준의 회사를 고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의 회사에 들어가 네 번째 단계의 회사로 성숙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여 공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204

===> 아, 올해는 그가 취직해야하는데.....안 그러면 젊은이의 심장이 상하는데

 

사람이 훌륭해지기 시작하는 분기점은 가진 것을 나누어 주기 시작할 때부터다. 나눈다는 것은 자기를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좁은 자아에서 벗어나 정신적이고 영적인 확장을 할 수 있게 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와 다른 사람이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이며, 나와 우주가 하나라는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야 나올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위대함의 한 자락을 얻게 된다. - 204

 

나누기 위해 꼭 부자가 되어야할 이유는 없다. 돈이 있으면 돈을 나누고, 재능이 있으면 재능을 나누고, 따뜻한 마음이 있으면 그 마음을 나누면 된다. - 205

 

자신보다 큰 것에 헌신하지 못한다면 기껏해야 뜻을 이룬 필부에 지나지 않는다. - 205

 

40대의 10년은 내게 집중된 시간이었다. 직장에서 나와 새로운 인생을 어떻게 시작할까에 맞춰진 실험의 기간이었다. 마흔여섯 살에 직장을 나와 나는 4년 동안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는데 진력했다. 나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나를 쓰지 않았다. 그저 아이를 키우고 궁핍이 나를 비굴하게 하지 않을 정도를 원했다. - 206

 

쉰 살이 되면서 나는 인생의 의미를 묻게 되었다....쉰 살은 이 질문에서 물어설 수 없는 분수령이었다. “자, 이제 독립에 성공했으니, 너는 무슨 일로 네 삶의 의미있음을 증명할 것이냐?” - 207

===>나도 쉰 살에는 삶의 의미를 물어보게 될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럼 어쨎든 40대를 잘 보내야겠구나. 그 에너지로 삶의 의미도 잘 물어보게 될테지. 40대가 나는 참 좋다. 가임기가 멀어진다는 것 빼고는 다 좋다. 40대는 일하기에 좋은 때일 것 같다. 어디서든.

 

쉰 살이 되는 해 ‘그것 때문에 50대 10년이 훌륭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10개의 아름다운 장면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을 내 삶의 ‘아름다운 10대 풍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풍광을 그려갈 때 나는 특별한 장치를 고안해두었다. 미래로 먼저 가서 지난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 도치의 방식을 써보았던 것이다. 나는 이것을 ‘미래의 회고’ 라고 불렀다. 2004년 나는 쉰 살이었다. 나는 10년 뒤인 2014년 아침을 가정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내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아름다웠던 광경을 회고해보는 방식을 썼다....나는 이 방법을 스피토자에게서 배웠다. 스피노자는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으니 미래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이 생각에 자극받았다. 이 생각은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마크툽(미래는 이미 쓰여 있다)라는 재미있는 단어를 기억하는가? - 207

===>나도 40대 10대 풍광을 한 번 그려보자!

 

10년이란 거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이다. 10년 뒤로 나를 날려보내라, 그러면 거의 모든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품을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주술이다. - 208

 

삶을 송두리째 바치게 하는 일생일대의 꿈을 찾아 그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내 꿈의 첫 페이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 209

 

직업이란 결국 존재와 밥을 다룬다. 밥을 벌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포기하면 존재가 울고, 자신의 존재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밥이 되지 않는 이 대립의 딜레마를 화해시킬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 210

 

나는 개인 대학원을 하나 만들었다. 건물도 없고 교실도 없지만 나는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니크한 대학원 과정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 기여의 방식이었다. 나는 매년 10여명 내외의 연구원을 선정했다....일주일에 한 권 미리 선정된 도서를 읽고 정교하게 리뷰해서 숙제를 올려야하고...평균적으로 30~40시간 정도는 투여되어야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 분량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서로 만나 수업을 하게 된다. 이 때는 미리 부과된 과제를 해가지고 와서 발표하게 된다. 한 사람이 발표하게 되면 연구원 전원은 그 발표에 대한 코멘트와 조언을 해야한다. 이것이 서로에게 주는 최고의 기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친구가 되고 스승이 되는 관계’라고 부른다. - 211

===>지금 내가 하고 있는 2차 레이스가 이러한 수련과정을, 진심으로 내가 원하고 할 수 있는지 연습하는 과정이라면 이런 식으로 해봐야겠구나. 내 과제를 올린 후 다음 주 과제를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이 올린 칼럼과 독후감을 읽고 댓글을 달아보는 것은 ‘시건방진 일’이 아니라, ‘서로에게 친구가 되고 스승이 되는 관계’가 되고자 하는 과정 자체의 원래 목적에 합당한 모습이구나. 해야 하는데 내 코가 석자라 못하고 있는 것하고, 안하는 것하고는 다른다. (내 코가 석 자 할 수 있을까? 슬쩍 말꼬리 흐리면서)

 

나는 이 개념을 좋아한다. 돈이 모든 것인 사회에서 옛날 방식의 따듯한 대안을 찾고자 했다. 훈장이 가르치고, 아이들은 형편에 맞게 쌀 한말, 팥 두되, 콩 반 말을 수업료로 내는 것이 농경사회에서의 보상 방식이었다면, 지식 사회에서의 거래 방식은 내능과 지식의 물물교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만일 이 사람들 속에서 휼륭한 변화경영전문가나 작가들이 나타난다면 나는 훌륭한 제자들로부터 충분히 보상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 빛나게 마련이다. 아버지는 그 자식으로 빛나게 마련이고, 스승은 그 제자로 빛나게 마련이고...이것이 내 의도였다. - 213

 

10년이 지나면 어떤 연구원들은 이미 여러 권의 저서를 가지게 될 것이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그 일을 직업으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고 공헌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 의도이고, 내 나눔의 본질이다. 책을 보고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책을 쓰다 보면 기량이 높아질 것이고, 이 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이들과 좀 더 깊은 연구를 함께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꿈꾼다. 한 때 직장인으로 시키는 일이나 하며 살던 지극히 평범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역량을 닦은 전문가들이 되고 스스로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나는 이들을 동지로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기여의 방식이며 내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 214

 

몸에 맞지 앟는 음식을 먹고 자랐으니 그 새끼 호랑이는 참으로 볼품없는 비실이가 되어갔다. - 216

 

새끼 호랑이라는 고깃덩어리라는 새로운 깨달음 앞에서 캑캑 숨이 막혔지만, 그래도 그것을 자기의 몸속과 핏속으로 받아들였다. - 218

 

내가 미워하는 것은 다만 우리 속에 지금의 우리 삶보다 훨씬 더 깊은 인생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지신이 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는 졸렬한 현재인 것이다. - 218

 

나는 자신의 이야기, 즉 나의 신화를 하나 갖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 218

 

꿈은 개인화된 신화이며 신화는 보편화된 인류의 꿈이다. - 218

 

꿈은 무엇인가? 자신을 주도적 인물로 정립하기 위한 정신작용이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기대와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축소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만들어지는 대로 사는 삶을 버리고 세상 속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신의 제국 하나를 만들어내겠다는 자기 선언인 것이다. - 219

 

3. 내가 저자라면

 

책을 편집할 때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제목으로 일곱 개의 문에는 일곱 개의 저자의 이야기가 뒷따라 온다. 나는 독자의 이야기도 이 책의 일부분임을 말하는 저자 서문의 내용을 보여주는 의미로 하늘색의 저자 이야기 뒤에 한 장 정도 빈 장을 넣고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질문을 맨 윗줄에 타이핑한 후 빈 칸으로 놔두겠다. 그럼 어떤 독자는 책을 읽어가다 말고, 연필을 들고 거기다가 이런 저런 낙서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빈 종이 7장이 추가된다. 이 책이 한 톤 낮춘 밤색 표지에 하늘색 종이로 저자의 인생이야기를 실었으니까 독자 이야기의 색깔은 겨자색처럼 노르스무리 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노랑색은 개나리나 병아리처럼 시작하는 이에게 어울린다. 나도 깊은 인생의 일곱가지 문을 지나는 한 사람, 저자의 책을 완성해 가는 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것 같다. 그럼 이것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나은 형태가 아닐까?

 

간디, 마샤 그레이엄, 처칠, 조셉캠벨, 스피노자, 조주선사, 아니타 로딕의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간디는 물레를 잣고 있는 깡마르고 은테 안경을 쓴 사진으로 생각났고, 불독처럼 볼이 늘어진, 한 깡 하겠다 싶은 처칠수상의 사진이 생각났다. 다른 이들은 생각이 안났다. 나는 조셉 캠벨의 책은 읽어 본 적 있는데 다른 이들의 책은 들어본 적 없다. 나는 너무도 많은 것을 말해주는 그들의 사진을 딱 한 장씩 넣겠다. 마샤그레이엄은 이왕이면 춤추는 사진을 보고싶다. 아니타 로딕은 그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피노자와 조주선사는 어려울래나? 조주선사라고 추정되는 세로 족자의 그림 한 장 있으면 즐거울 것 같다. 그것들에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필요없을 것 같다. 사진은 이미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줄 것이므로. 장마다 넣기 보담은 뒤에 어디 한꺼번에 몰아서 넣었으면 좋겠다. 이 유려한 문장을 그림으로 방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저자의 이야기 서술 방식이 마음에 든다. 우선 과거의 위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특정 인물을 관통하는 어떤 법칙을 찾아보고, 그 다음에 그것을 실제 살아있는 사람인 저자의 인생에 적용해보고서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평범한 다른 사람들인 독자들이 자신의 인생에 적용해보는 용기를 내도록 한다. 특히 재능에 대한 정의가 내게는 가장 좋았다. 이 부분이다.

 

하워드 가드너는 리더쉽에 대한 특별한 정의를 가지고 있다. 그에 따르면 리더쉽이란 신비로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사람을 통솔하거나 다루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타고난 재능이 적절한 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연습되고 다듬어진 훈련된 능력’이다...가드너는 성공하고 싶다면, “당신의 독특한 점을 이로운 축복이 되도록 만들어라. 많은 경험을 쌓아라. 그리고 그것을 가장 긍정적인 방법으로 계발하라”고 조언한다. 인생의 목표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빛나게 하는 것이다. - 61

 

자신에게 주어진 소박한 재능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발전시켜온 사람들이 바로 평범함에서 위대함으로 도약한 사람들이다....성공은 재능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태어났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카드 게임과 같다. 패는 주어지는 것이다.(63) 재능은 주어지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러나 받은 재능을 다 쓰고 가야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이다. 그리고 위대함이란 받는 탤런트의 크기가 얼마가 되었든 받은 만큼 다 쓰고 갈 때 찾아온다. - 64

 

 

 

 

IP *.154.223.199

프로필 이미지
2012.02.29 23:10:25 *.118.21.146

개인적인 이야기를 쓴 부분들은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라 좋습니다.

사부님 이야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곧바로 순종하는  태도도 참 이쁘네요..

그런 순수함과 열정이 윤정님의 매력인듯 ~ ...

프로필 이미지
2012.03.03 19:32:22 *.154.223.199

순수함과 열정.....그런게 제게 있나 어떤가 옷 안을 찾아 보게 됩니다. 좋게 보아주심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2.03.01 06:29:01 *.47.75.74

스승님과의 첫 만남에서 이미 인연을 직감하셨네요.

저도 윤정님처럼 꿈을 생생히 기억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꿈을 꾸고 나면 일어나서

글로 옮겨 놓습니다.  나중에 만나게 되면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2.03.03 19:35:07 *.154.223.199

^^ 똥쟁이님의 사진은 스마일 스티커 같습니다.

꿈얘기는 신기해서 적었어요.

똥쟁이님 덕분에 편 하나 생긴 거 같아요.

프로필 이미지
2012.03.01 12:05:07 *.187.211.82

글에서 얼마나 열심히 이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지가 묻어나옵니다.

갑자기 부끄러워집니다. 좀 더 분발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글이 깊이가 다릅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 삶의 어느 지점에 갔을때

깊이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잘 살아야 겠다...생각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12.03.03 19:36:39 *.154.223.199

터닝포인트님, 저는 노는 봄방학이었어요. 늦게까지 야근하시는 직장인들보다 시간이 많았어요.

저는 많은 업무 해내면서 이 과정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2.03.03 02:20:05 *.123.71.120

오올~~ 쌤을 여러번 보셨내요? 저는 아직 실물은 한번도 못뵈었는데...ㅠㅠ

부럽~

 

 

 

 

프로필 이미지
2012.03.03 19:38:31 *.154.223.199

난다님, 저기 사실은 딱 두 번 살짝 뵈었어요. ^^;;; 잠자면서 꿈에 본 것은 뵈었다고 치면 사기에 헛소리입니도.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83943
798 [5기2회4차] '제국의 미래' - 북 리뷰 [1] 장성우 2009.03.08 4181
797 리뷰따라하기-5<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조셉 캠벨> [2] [5] 청강 경수기 2010.04.26 4181
796 '올해의 책'에 관한 3가지 단상 이희석 2010.12.29 4181
795 <제국의 미래>를 읽고 수희향 (박정현) 2009.03.08 4183
794 [6기후보리뷰4] 靈媒같은 科學者..카를 융 심장호 2010.02.25 4183
793 제국의미래(파일미개봉시구본형선생님메일로보내드리겠습니다) 이승호 2009.03.09 4184
792 늦지 않았다 - 한명석 [2] 김나경 2009.12.13 4184
791 [먼별3-35] <이부영의 "자기와 자기실현"> 한 인간으로서 온... 수희향 2011.03.30 4184
790 구본형의 THE BOSS 쿨한 동행 4월하늘 2009.02.16 4185
789 리뷰2주차 -서양철학사 [3] 이은주 2010.02.21 4185
788 유명과 무명 사이 [2] 임수경 2011.03.06 4186
787 구본형의 The Boss : 쿨한 동행 [1] 김성렬(백산) 2009.02.15 4187
786 산티아고가 책을 던져버린 이유 - 『연금술사』 현운 2009.10.10 4188
785 [북리뷰 11] 역사 속의 영웅들 Heroes of History [1] 신진철 2010.05.17 4188
784 <10기 레이스 3주차 북리뷰>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 이동... file [3] 희동이 2014.02.24 4188
783 천하에 가르쳐서는 안 되는 두 글자, 소일(消日) 승완 2009.08.31 4189
782 북리뷰 4.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file 박상현 2010.03.08 4189
781 <북리뷰>오리진이 되라 구름을벗어난달 2010.08.06 4189
780 [북] 멋지게 한말씀 - KISS 스피치 원칙 하모니리더십 2010.11.16 4189
779 이경희, 에미는 괜찮다 명석 2012.05.30 4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