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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1일 23시 05분 등록

*리뷰11-4 주역강의, 서대원 지음 

1. 저자에 대해서

먼저 연구원 레이스를 하면서 '초아'라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연구원들에게 '호'를 지어주신다는 저자 서대원님을 그렇게 알게 되었다. 간간이 연구원들이 쓴 칼럼을 통해 초아 선생님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었다. 언젠가 한번 찾아가 뵙고 싶은 충동이 요즈음 특히 강하게 든다. 근래 부인께서 운명하신 탓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계시리라 짐작된다. 당연할 것이다. 뭔가 위로가 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부친의 뜻에 따라 역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때 처음 접하게 된 ‘주역’은 그에게 검은 건 글씨요, 흰 건 종이로 느껴졌다. 그 후 30년 넘게 주역을 연구하고 그를 통해 역학자의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동안 ‘주역’을 연구한 그는 주역의 역할이 점술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역은 인생의 고난을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는 지혜와 실천의 지침을 전해 준다는 믿음이 생겼고 ‘주역강의’라는 책을 쓰고 되었다.

저자는 부산역리학회 부산시 지부와 부산역리학회에서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명리학, 족서학 강사를 지냈으며 현재 기업체 강의를 한다. 30년 이상 ‘주역’을 기반으로 역학자의 삶을 살았던 저자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얻게 된 삶의 지혜가 ‘주역’에 담겨 있었다 하니, 이것은 점술서의 역할보단 ‘삶의 지혜와 지침을 알려주는 책’임이 분명한 듯 하다.

한국리더십센터 김경섭 회장도 한국경영자 총연합회 등에서 많은 일을 하면서 관계를 맺고 삶에 대해 배우다가, 그 일을 그만두고 '리더십센터'를 창업했다고 한다. 나도 지난 10여년간 여러 많은 단체나 조직에서 배우고 익힌 인간관계, 꿈, 비전 등에 대해 하나의 결과물로 응집하여 세상에 보이고 싶다. 그 부분에 대해 지금 고민하면서 추진하고자 한다.

‘주역’을 쓴 저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지만, 그 내면의 흐르는 기백은 군자다움을 추구하는 것 같다.

숱한 이해관계속에서 좋은 해법을 찾다보니 결국 군자의 지혜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방대하게 인간 삶의 전반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의지는 뛰어난 성인으로서의 군자의 모습이 되기를 희망한다. 즉 인간이 더 발전적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의미에서 모여진 지혜인 것이다. 그래서 주역의 '주'메시지는 '긍정'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결방안은 있는 것, 그것이 인간으로서 역경을 이겨내 온 힘이라고 하는 것의 실체일지 모른다. 세세하게 서로 다른 이치들을 이야기 하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응축될 수 있는 것은 결국 ‘긍정을 향한 희망’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추천의 글 : ‘주역’과 만나는 가장 쉬운 길

11 혁명과 개혁은 성과 없이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념으로 시작하지만 성과 없이는 금방 무너져 내리는 것이 바로 혁명과 개혁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를 무수히 반복하는 것이 바로 혁명과 개혁인 것이다.

11 이 책은 폼을 잡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는 것을 혼자 깨달은 척하는 위선이 없다. 아는 것을 아는 만큼 표현해 두었기 때문에 이 책에는 감춤이 없다. 학문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감추지 않을 때 비로서 건강하게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서문 : 삶을 위한 새로운 ‘주역’ 읽기

14 “새는 죽을 때 그 울음이 슬프고, 사람은 죽을 때 그 하는 말이 착하다.”

19 그렇다면 내가 읽은 ‘주역’은 어떤 책이었던가?
       첫째, ‘주역’은 난해한 책이다.
       둘째, ‘주역’의 주석서나 해설서들은 ‘주역’ 자체보다 더 난해한 책들이다.
       셋째, ‘주역’은 점을 치기 위한 책이 아니다.
       넷째, ‘주역’은 단순한 유교 경전이 아니다.
       다섯째, ‘주역’은 심오한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한 처세의 책이다.

21 이 책은 무엇이 다른가?
     첫째 필자는 한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주역’ 해설서를 집필하고자 하였다.
     둘째, 필자가 풀이하고 해설한 것은 ‘주역’의 본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셋째, 각 장 별로 최대한 논리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넷째, 점술서가 아니라 일종의 철학서, 처세서로 풀이하고자 하였다.
     다섯째, 현실에서 부딪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설하고자 노력했다.

    1장   건 :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35 주어진 시간과 선택된 공간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인생의 모습은 갖가지로 달라진다. ‘건’은 이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성공의 3대 요건(시간, 공간, 사람)을 인생의 각 단계에 빗대어 총체적으로 설명한다.

37 건은 한 마디로 하늘의 절대성, 혹은 시간의 절대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원은 혼돈의 시절이다. 형은 카오스 다음에 오는 창조의 시기이다. 리는 왕성한 활동과 결실의 시절이다. 정은 소멸의 시기이다. ‘주역’은 이렇게 세상과 인생을 네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1년을 사계절로 구분한 이치와 다를 바 없다.

46 모든 것은 변한다. 산천도 변하고 우주도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변한다. 하지만 변치 않는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시간이다.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변함없이 흘러간다. 이것이 시간의 절대적인 속성이다. 이에 비해 공간은 상대적이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왜곡될 수도 있고, 실제로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절대적 시간과 상대적 공간의 만남, 그 사이에 우리의 인생이 끼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의 삶이란 시간과 공간의 조화 속에서만 원만히 진행될 수 있다. ‘주역’이 그 첫머리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도 역시 이러한 시간의 절대성, 공간의 상대성, 그리고 그 둘의 조화에 관한 내용이다.

47 역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역’의 체계를 ‘일원수 육십삼합’이라 칭하며, 특히 첫머리의 ‘건’을 강조하고 나머지 63개의 장이 모두 여기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47 헤아릴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필자는 ‘원형리정’의 네 글자가 각각 시간의 어떤 특정한 모습, 특정한 단계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 풀이하면 그 뒤에 수없이 여러 번 등장하는 이 네 글자들을 일관되게 해석할 수 있다.

48 용은 물론 인간을 비유한 것이다. 잠룡은 아직 물 속에 잠긴 용이니, 이는 곧 어머니의 양수 속에 있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시기를 나타낸다. 현룡은 용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함이니, 세상에 태어나 일할 준비를 하는 기간에 해당하는 인간의 상징이다. 비룡은 신의 영역인 하늘까지 날아오르는 용이나, 준비를 마치고 때를 만났으며, 신과 교감까지 이룬 인간을 말한다. 항룡은 이미 늙어 물러날 때가 된 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명을 거역하는 어리석은 용을 말한다.

48 공동체 가운데에 함께 있으면서, 나서지 않고 최선을 다할 때 삶은 그 뜻한 바 소중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평생 근신하며 겸손하게 신과 자연의 뜻을 살펴 행하면 길하게 되는 것이다.

    2장   곤 : 평화와 번영을 위한 유일한 원리, 상생

55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상생의 도리이다. ‘곤’은 이처럼 땅 위에 사는 인간들의 복잡다단한 삶을 폭 넓게 조망하면서, 공생의 첫번째 원리라고 할 수 있는 상생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65 밝음을 상징하는 양의 출발점이 건이라면 곤은 어둠의 시작이다. 황혼을 지나 어둠이 지배하는 시각으로부터, 날이 밝아오는 여명까지가 곤의 시간이다. 곤은 모든 것을 품에 안는 모정의 성품이며 사랑의 근원이기도 하다. 건이 하늘의 뜻과 신의 섭리를 대표한다면, 곤은 땅의 원리와 사람의 이성이나 감정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66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상의 세계, 곧 곤의 세계에서는 서로 상생하면 재물과 덕을 얻을 것이요, 상극하면 덕망도 잃고 실재하게 된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사람은 마땅히 그 끝을 헤아려 욕심을 버리고 몸과 마음을 편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67 ‘주역’에 따르면 곤은 곧 실존적인 인간 삶의 과정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음의 세계다. 하늘의 섭리와 떨어진 인간의 세계, 서로 싸우고 다투며 목숨을 연명해야 하는, 그런 실존적이고도 형이하학적인 세계인 것이다.

68 더욱 놀라운 것은 맹목적인 자본 숭배에 대한 분명한 경계의 깨우침이다.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제대로 쓸 줄을 모르는 사람은, 비록 허물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명예를 얻을 수도 없다고 분명히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69 상생의 원리에 기초하여 자연의 도를 터득할 것,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누고 봉사할 것, 후손들을 위해 자연과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낙원으로 가꾸어 갈 것. 이것이 ‘주역’의 곤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인 것이다.

    3장   둔 : 사랑할 때와 기다릴 때

71 진정한 사랑의 열매는 지혜로운 눈을 가진 자만이 맛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보는 눈, 사랑을 예측하는 밝은 눈을 가진 사람만이 마지막 결실까지도 아름다운 사랑을 가꿀 수 있다.

79 사랑만큼 인내하고 때를 기다려야 하는 일도 드물다. 사랑을 알되 지나치지 말라. 이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4장   몽 : 참 교육의 도

85 진정한 인간의 도를 깨달아 참다운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연의 도리를 몸으로 깨닫고 중요의 덕을 쌓아야 한다.

95 ‘주역’은 교육의 진정한 목표가 자연과 인간의 완전한 합일에 있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인간이 만든 논리나 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공부로는 권세를 쥐고 흔드는 인물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간의 운명 자체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했다. ‘주역’은 이런 지식 위주의 교육, 현실 적응력만 뛰어난 공부 대신에 화합과 중요의 덕을 먼저 가르칠 것을 제안하고 있다.

96 한편으로 ‘주역’은 억지로 하는 공부의 폐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여건과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 공부, 뜻이 없는 공부에 억지로 매달리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해서는 진정한 공부가 될 수 없다. 자연의 진리에 몸을 맡겨, 진리 자체가 나를 찾아오도록 몸과 마음을 열어두는 공부를 해야만 진정한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5장   수 : 어떻게 때를 기다릴 것인가

103 문왕의 신임을 얻어 세상에 나올 때까지 강태공은 빈 낚싯대를 하수에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다. 그의 경륜이 아무리 뛰어나고 지혜가 놀라웠다고 해도, 그가 만약 기다림의 미덕을 모르고 조급하게 세상을 호령했다면 주나라는커녕 한 고을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109 철부지란 ‘때를 모른다’는 말이다. 때를 모르니 세상의 통상적인 순리조차 지키지 못하는 바보라는 뜻이 바로 철부지라는 말에 담겨 있다.

110 우선 때가 무르익기까지 기다리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믿음이다. 기다리면 반드시 때가 올 것이고, 그러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으며, 뜻을 펼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만 기다릴 수 있다.

111 ‘주역’은 미래의 때를 기다리면서도 현재의 경제적인 활동을 능률적으로 행하고, 본인과 가족이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기다림을 최상의 기다림으로 설하였다. 청렴하고 곧게 살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을 둘째로, 제도권 밖에 머무르면서 속으로는 정치 참여를 갈구하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이중적 태도의 기다림을 그 아래에 두었다.

111 기다림의 결과 내가 지금 발 디딘 환경 위에 때가 이르면 반드시 나를 도울 인물도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주역’은 가르친다. 바로 대인이 나타난다는 것이고, 비로서 천지인의 세 가지 요소가 모두 갖추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그 귀인을 공경의 마음으로 맞이하여 그 가르침을 실천하면, 마침내 대망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주역’의 최종적인 가르침이다.

111 이상의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기다림의 원칙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
       첫째는 믿음이다.
       둘째는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 자세이다.
       셋째는 마침내 도래한 타이밍을 정확히 판단하여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다.

    6장   송 : 정치인이 알아야 할 정치판의 생리

113 정치인의 실패는 낙선이나 하야가 아니라 민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민심을 잃으면 정치인의 생명은 끝난다.

120 수행하고 공부(몽)하여 때를 기다리다가(유), 마침내 그 경륜을 펼쳐 보이니 이 때를 송이라 한다. 그 동안의 공부와 수행, 깨달음의 결과를 현실에서 적용해 보는 시기다.

120 ‘주역’이 말하고 있는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
       첫째는 믿음이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윗사람이 나에게 소신이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신뢰를 주어야 하며, 아랫 사람도 믿고 따르도록 덕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정치인은 사리사욕을 버려야 한다. 사사로운 욕심으로 대사를 운용하면 걱정이 떠날 날이 없고 중요의 도리를 지킬 수도 없게 된다.

       셋째, 조언을 해 주고 길을 가르쳐 주는 대인의 충고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넷째, 정치인은 자기 혼자만의 안위를 생각하여 움직이는 사사로운 개인이 아니라 만인의 목숨을 담보로 큰 일을 행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욕심이나 기분에 따라 함부로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

    7장   사 : 전쟁과 군인의 길

123 승전이든 패전이든 전쟁 후에는 상처가 남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전쟁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미 전쟁을 시작했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128 사를 정(끝)이라 하여 전쟁은 분명히 멸망으로 가는 길임을 서두에 강조하였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전쟁이 벌어졌다면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패자는 말이 없고 승자만이 살아 남는다. 이것이 전쟁의 이치다.

130 전쟁에서는 어떠한 전술을 쓰든지, 승리가 최후의 목표일 뿐이다. 전쟁의 절대 원칙은 승리 뿐이다.

130 전쟁에 승리해서 얻은 전리품은 여론의 향배에 따라 쓰여야 허물이 없다. 훌륭한 지휘관은 전쟁이 멈춘 뒤에도 군을 잘 단속하여 다음 전쟁에 대비한다.

130 전쟁의 승리 후에는 반드시 논공행상이 벌어진다. 그러나 군인은 그저 나라에 충성했다고 생각하고 욕심을 버려야 마땅하다.

    8장   비 : 진정한 스포츠맨십의 알파와 오메가

133 경쟁은 전쟁과 다르다. 전쟁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 하지만 경쟁은 정정당당해야 한다. 승부보다 과정을 중시할 수 있어야 지더라도 얻을 것이 있다. 지나치게 승부에만 집착하면 설령 이기더라도 차라리 지는 것만 못하다.

143 우선 경쟁에 나서는 사람은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져야 한다. ‘주역’에 따르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만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143 그러나 경쟁에 임할 때에는 또한 지나치게 승부만을 의식해서도 안 된다. 승패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정한다는 생각으로 여유롭게 경쟁에 임해야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143 그렇다면 아름답고 진정한 승리란 어떤 것일까? ‘주역’은 ‘삼구의 덕’을 통해 아름다운 승리를 말하고, 여유와 아량과 포용에 대해 설명한다. 삼구란 왕이나 귀족들이 사냥에 사용하는 그물, 혹은 사냥에서의 몰이 방식을 말한다. 사냥감을 몰 때, 사방이 아닌 세 방향만을 막아서 모는 방식을 말한다. 사냥감이 도망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 한 방향만은 남겨 두고 몰아가는 방식인 것이다. 경쟁에 있어서 상대를 완벽하고도 철저하게 패배시키고 쟁취하는 승리는 결코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경쟁은 전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9장   소축 : 가정을 통한 작은 행복 만들기의 지혜

151 사람들은 종종 크고 화려한 성공에만 정신을 빼앗겨서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돌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작은 성공을 이루지 못하면 큰일도 도모하기 어렵고, 작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결국 큰 행복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작은 것의 소중함, 작은 행복의 가치, 작은 성공의 도와 방법을 배워 보자.

158 소축은 작은 것을 기른다는 말이니, 원만하게 가정을 이끌고, 이를 기반으로 작은 성공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158 소축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이다. 하지만 대축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정은 일종의 기피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역’은 잘라 말한다.

158 그런데 작은 행복이라고 하는 소축조차도 쉬운 것은 아니다. ‘주역’은 이 역시 일찍부터 열심히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선언하고, 부부의 합심이나 이웃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159 ‘주역’의 진단에 따르면 수축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우선 직접 노력하지 않고 방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159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바, 가정의 기초를 다질 때에는 가정의 기초를 다지고, 이웃과 더불어 믿음을 나누고 일을 할 때에는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작은 성공과 행복도 얻을 수 있다.

    10장     리 : 직언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몇 가지

163 사람을 앞에 두고 바른 말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상대가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라면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러나 직언에도 도가 있다. 리의 도가 바로 그것이다.

169 아랫 사람의 직언을 마음으로부터 반기는 상관은 드물다. 역으로, 직언은 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실제로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측근들 뿐이다. 한마디로 말하는 사람과 이를 듣는 사람이 다 함께 도리를 지켜야 가능한 것이 바로 직언이다. 그 도리를 해설한 장이 바로 ‘주역’의 ‘리’이다.

169 ‘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마음으로 윗사람의 비리와 잘못을 짚어 말하는 고언이며 충언이다. 물론 이 리의 행위에도 당연히 알맞은 때와 도가 있다. 바로 그 때와 도에 어긋나지 않는 직언만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잘못을 시정케 할 수 있는 것이다.

170 직언을 할 때에는 자신의 사고가 올바른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어떤 시련이 있어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힘찬 의지가 있어야 한다.

170 직언이나 충언은 또한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사심이 없는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진정한 군자다.

170 직언을 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자만심으로 상대를 모욕하는 것 같은 직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직언을 하는 자는 조심하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를 당하게 된다.

170 직언을 하는 사람의 도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타인의 비리를 짚어내기 이전에 스스로의 과거를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잘못을 먼저 바로 잡고, 자신에게 조금의 사심도 없는지를 자세히 살펴 직언해야 올바른 충언을 할 수 있다.

    11장         태 : 어려운 때를 대비하고 노력하라

171 세상의 모든 것에 성할 때가 있을 쇠할 때가 있다. 있을 때 없을 때를 대비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위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172 태평한 삶은 기본적으로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옴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런 길함은 젊은 시절부터의 노력으로 인해 성취되는 것이다. 비록 현재는 쓸모가 적은 것이라도 저축하여 어려울 때를 대비하면 길하다. 공을 내세우지 않고 옛 친구를 우정으로 대하면 가상한 일이 생긴다. 어려움이 오래 계속되더라도 허물이 없다면 근심하지 말라. 믿음과 자신감만 있다면 먹고 사는 일에는 복이 있게 마련이다.

179 태평한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심신이 건강하고 힘차야 한다. 이는 개인의 내적인 일이며 천부적인 요소에 해당한다. 다음을 작은 것을 투자하여 큰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외적인 일이며 노력과 관계가 깊다. 그리고 이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태를 얻을 수 있다.

180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자세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첫째, 미래에 대한 준비와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둘째, 의리와 신망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셋째, 지나친 욕심은 버려야 한다.
       넷째,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물질이 아니라 서로의 믿음에 기초하여 이룩되는 것이다.
       다섯째, 권세와 권력이 없으면 태평은 유지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 선에서 권력을 취해야 한다.

    12장                          부 : 막힌 운을 뚫는 두 가지 방법

183 어둠의 시기에는 하는 일마다 꼬이고 불행이 겹쳐 온다. 막힐 때일수록 갱생의 노력을 경주하고, 몸을 움츠려 더 멀리 뛸 준비를 해야 한다.

184 막힘의 시절에 미래를 대비하는 행위는 끝까지 힘차야 길하다. 운이 막히는 때에도 절도 있고 흠 없이 살면 결국 천명을 얻어 벗어날 수 있다. 대인은 금방 망할 것 같은 때에도 누에가 실을 뽑듯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을 풀어 나가는 법이니, 막힘의 운도 마침내 멈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막힘의 운을 뒤집고자 노력하니, 처음엔 어려워도 나중에는 성공하여 웃게 된다.

189 ‘주역’은 우선 이런 거부와 막힘의 운세가 인간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인위적인 것이 아니요, 한두 번의 인간적인 노력만으로 풀리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만큼 막힘의 운세는 질기고 강한 것이다. 이런 거부와 막힘의 운세에 맞닥뜨리면 운이 뚫리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한다.

190 ‘주역’은 대인들이 취하는, 변화와 발전을 위해 부단히 모색하는 자세를 권장한다. 힘 없는 누에가 기신기신 끝없이 실을 자아내듯이 어렵더라도 힘과 용기를 잃지 말고 절도를 지키면서 성실하게 문제를 풀어 가라는 것이다. ‘주역’은 운명보다는 노력을 강조하고, 올바른 태도로 발전과 변화를 위해 끝없이 전진하라는 가르침이다.

    13장    동인 : 정치는 아무나 하나

199 사람들을 하나로 끌어 모아 똑 같은 마음으로 만드는 것, 민심을 끌어 모아 집단을 만드는 것, 혹은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집단이 동인이다. 오늘날의 용어로 하자면 정치다. 정치는 집단을 만들고 이를 유지, 발전시키는 일체의 활동에 다름 아니다.

200 우선 정치인의 조건과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보면 이렇다 :
       첫째, 성공하는 정치인의 첫걸음은 언제 어디서 시작되는가? 이에 대해 ‘주역’은 절은 시절에 들판에서 시작하라고 가르친다. 정치의 근본이 여가 아닌 야에 있음을 말한 것이요, 젊어서 정치를 시작해야 나중에 완숙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둘째, 정치인이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정치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특정 집단과 관련된 파벌의 문제임을 인식하되 문호를 널리 개방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딴 마음이나 비수를 숨긴 더러운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거나 남용하지 말고 자제심을 기르라는 것이다.

       셋째, 그렇다면 다른 사회 활동과 정치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주역’에 따르면 정치는 그야말로 웃기는 코미디이며 끝없는 투쟁이다. 싸움이 일상이고 겉과 속이 다른 협상의 연속이다. 이를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

       넷째, 그럼 정치를 하지 않으면 어떤가? ‘주역’은 그것도 좋다고 한다.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14장     대유 : 부자의 이력서

207 자고로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고 했다. 작은 부는 노력으로 이룰 수 있지만, 세상을 움직일 만큼 튼 부는 천운이 따라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대유란 많은 것을 소유했다는 말이다. 재산과 권력뿐 아니라 명예와 인맥까지 아울러 크게 가진 사람을 ‘주역’에서는 대유자라 했다.

207 소인 부자들의 특징은 창졸 간에 이룬 부를 유지하지도 못하고, 흔히 지나치게 부를 과시하다가 사람들의 질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대유자는 자기가 가진 것을 지나치게 드러내지도 않으며, 남에게 인색하지도 않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지만 그들과의 사귐을 항상 신중히 한다.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되, 위엄을 잃지 않는 태도가 대유자의 모습이다.

208 ‘주역’은 대유자에게 두 가지를 당부한다. 하나는 사람을 신중하게 사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가진 것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208 매사에 조심하고 두려워해야 대유를 유지하고 바르게 쓸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15장        겸 : 강한 자만이 겸손할 수 있다.

209 진정한 겸양은 무조건 베풀거나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대의를 해치는 것에 대해서는 무력을 써서라도 응징하는 것이 겸양의 참모습이다.

214 똑똑하고 출세한 사람이 겸손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주역’은 군자가 되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겸양의 도를 수행해야 하고, 그렇게 하더라도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215 한편 겸손은 무지나 나태, 혹은 안일에서 비롯되는 무조건적인 수용과는 다르다. ‘주역’에 따르면 불합리한 것을 받아들이고, 정의가 아닌 것을 용서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다. ‘주역’은 사리사욕이나 불합리, 도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분연히 나서서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15 ‘주역’은 겸손을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
       우선 ‘겸겸’은 ‘겸’이 두 번이나 겹친, 겸손 자체에 대해서마저 겸손하게 된 성현 군자의 겸손함이다.

       ‘로겸’은 보통 사람이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겸손이다.
       ‘휘겸’은 어떤 면에서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겸손의 경지가 아니다. 생과 사를 초월해 세상살이에 아무런 걸림이 없는 사람의 겸손이 휘겸이다.

       ‘명겸’은 현실 정치에 필요한 겸손으로서, 인간 관계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여 만사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16장     예 : 계획, 어떻게 세우고 지켜야 하나

222 ‘주역’은 계획 자체 보다는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실천이 어렵기 때문에 실패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주역’은 첫머리에서 계획의 중요성을 우선 언급한 후에 뒤이어서는 곧장 계획을 세운 뒤의 ‘실천’의 문제에 집중한다. 다시 말해 계획 자체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차돌 같은 의지로 실행해 나가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223 ‘주역’은 우선 계획을 세우기 전에 자신의 능력과 주변 환경을 잘 살펴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출고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상하고 후회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223 한편, 세워진 계획을 지나치게 떠벌리는 것도 좋지 않다. 지나치게 떠벌리는 사람치고 실천 의지가 정말로 강한 경우는 드물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반드시 필요하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세운 계획이라면 굳이 남들에게 떠벌릴 일이 아니라, 혼자 묵묵히 실천해 나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계획이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한 실천 의지가 있어야 한다.

224 하지만 목표 자체에만 치우쳐서 다른 사람을 소흘히 대하거나 대의를 거스른다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 모든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요,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 일은 성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의심하지 말고 더불어 노력을 기울여야 그 끝이 아름다울 수 있다.

    17장   : 수 : 난세를 헤쳐 나가는 신민들의 처세술

225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평화롭게 세상을 살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시대를 관찰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가려 사귀며 주변을 깨끗이 하라.

230 ‘수’는 나서지 않고 뒤따르기를 좋아하며, 겸손하고 성실하게 위사람을 잘 받들어 모시는 사람의 생활 철학이다. 이런 사람들은 우선 큰 고난을 당할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크게 이룰 일도 없다.

231 ‘주역’은 우선 어려운 때에도 허물없이 순조롭게 생을 살아가려면 사람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인을 멀리하고 대인을 가까이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평가하려면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나와 상대를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시대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나와 상대와 시대를 모두 읽을 수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난세에 처하더라도 빠져 나올 구멍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역’은 난세에 처한 사람이 취해야 할 세 가지 행동 준칙을 제시한다 :
       첫째, 자신의 직업이나 일에 대한 확신이고,
       둘째는 직업과 일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공부이며,
       셋째는 청렴하고 겸손하며 투명한 일처리이다.

     18장    고 : 홀로 즐기는 부귀영화의 뒤안길

240 ‘고’는 직역하면 독이다. 나쁜 돈과 권력이다. 도덕적으로 권장할 수 없는 자연의 도리에 어긋나는 그런 정도의 나쁜 돈과 권력이다. 고는 이웃과 나눌 줄 모르는 사리사욕에 바탕을 둔 것이기에 나쁜 재물이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갈취하거나 빼앗은 재물은 아니다. 한마디로 고 자체를 처벌하거나 탓하기는 어렵다. 다만 고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잘못된 활용에 대해서만 비판할 수 있을 뿐이다.


    19장     림 : 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인가

246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한 이후 다스리고 다스림을 받는 행위는 늘 있어 왔다. 또한 아무리 작은 집단이라도 반드시 리더가 있고 따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누군가를 다스리는 것, 나보다 아랫사람에게 임하여 무언가를 베풀어 주고 일러 주는 것, 이것이 림이다.

248 ‘주역’은 리더십의 본질을 동양의 자연관에 기대어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하여 권장한다 :

       함림의 함은 순수하고 열려 있다는 뜻이며, 만인을 평하게 대한다는 뜻이다.

       지림의 지는 지극한 정성을 뜻하며, 헌신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돈림의 돈은 후덕하다는 뜻이며, 포용력과 사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 다른 지림의 지는 지식과 학문을 뜻하며, 정확하고도 실질적인 지식과 능력을 의미한다.

 

    20장    관 : 정관을 얻는 지혜

255 ‘관’은 보는 지혜에 대한 장이다. ‘관’에는 읽는다, 알아챈다, 헤아린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대와 나를 알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정확히 볼 줄 아는 것, 이것이 관의 도요 정관의 지혜다.

256 어떻게 해야 정관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가? ‘주역’에서는 관이불천, 유부옹약 수행을 하면 관의 도를 얻을 수 있다 하였다. 관이불천이란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 오욕을 정리한 상태, 그래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른바 부동심이다. 한편, 유부는 믿음이요 옹약은 공경이니, 유부옹약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관의 도를 주재하는 자에 대한 공경이다.

257 나를 알고 남을 알고 상황을 아는 세 가지 눈만 갖추면,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나아갈 바를 찾을 수 있고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21장    서합 : 비리와 부정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266 서합은 음식을 입에 넣고 씹어 먹는다는 말이다. 딱딱한 것이든 무른 것이든 입 안에 들어가는 순간 깨어지고 으깨지고 부서진다. 이가 하는 일이 이것이다. 몸 안에서 제대로 소화시키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사정을 두어 대충 씹었다가는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병을 부르기 때문이다. ‘서합’은 이렇게 음식을 씹어 먹는 행위에 빗대어 죄인들을 어떻게 설명한 장이다.

    22장    비 : 외면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멋

267 자연이 철마다 제 몸을 꾸미듯 사람도 누구나 제 몸을 꾸민다. 단지 마음을 꾸미지 못해 아름답지 못할 뿐이다.

273 진이나 선의 경우, 오랜 교육을 통해서만 피교육자 스스로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고 마침내 자발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서 자발적으로 생성되며, 어떤 경우에도 중단되는 법이 없다. 죽을 때조차 아름답게 죽고 싶어하는 게 인간이다.

274 ‘주역’은 꾸밈과 치장은 작은 일에 관계된 것이지 큰일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내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종일관하고 있다.

    23장      박 : 꽉 막힌 시절을 견디는 지혜

275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는 있다. 하는 일마다 꼬이고 도와주는 이 하나 없으며 빚은 눈덩이 굴러가듯 불어만 간다. 도망갈 방법이라고는 목숨을 버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 박이다. 그러나 그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운은 돌고 있다.

281 세상은 음양의 조화로 인하여 평화롭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기운이 넘치거나 모자라면 혼란스럽고 추해진다. ‘박’은 이런 음양의 조화가 깨어지고 극심한 혼란과 어려움이 겹친 시기를 어떻게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장이다. 박은 음기가 극도로 강해지고 양기가 거의 소멸된 시기다.

282 ‘주역’은 박에 대처하는 지혜도 가르친다 박은 박으로 풀라는 가르침이 그것이다. 박의 운이 진행할 때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순종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며, 무욕의 상태라야 몸과 마음을 보전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282 박은 강한 음의 기운이다. 이처럼 음기가 극왕하는 시기에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파와 파쟁을 막기 어렵다. 또한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 하더라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훗날 쓸 종자까지 없애 버린다면 그야말로 망하게 된다.

    24장      복 : 백성에게 돌아가라

289 복은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나라의 주권이 임금에게서 백성에게로 돌아오는 것, 통치권이 군주나 정치인에게서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 새로운 나라로의 재탄생이 모두 복이다. 백성을 근본으로 하는, 백성이 주인인, 자유와 민주의 정치가 바로 복이다.

289 ‘주역’은 출입무질, 붕래무구, 반복기도를 새로운 정치의 3원칙으로 설명했다 :

       출입무질은 출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선언이니, 오늘날의 거주 이전의 자유, 여행의 자유에 해당한다.

       붕래무구는 벗이 방문하여 어떠한 토론이나 모임을 가져도 허물이 없다는 선언이니, 사상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해당한다.

       반복기도는 반대나 찬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니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선언이다.


    25장  무망 : 무위 세계의 허와 실

291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세상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은 사람이 가장 어려워 하는 일이다.

298 무위로 다스리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 천하는 불가사의한 그릇이어서 인위적으로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하려고 애쓰면 실패하고, 꽉 잡고 장악하려 하면 천하를 잃고 만다.

298 이처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두기만 하는 것도 참으로 이르기 어려운 경지다. ‘무망’은 일체의 욕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유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 장이다. 무망은 망령됨이 없다는 뜻이다. 온갖 욕심과 거짓을 망령된 것으로 보고, 그것이 없는 상태를 무망이라 한다.

298 ‘주역’은 근본적으로 무망의 삶을 긍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정한 무망의 삶이 얼마나 이르기 어려운 경지인지를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다. 무망의 철학과 개인의 욕심을 뒤섞거나, 무망의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면 오히려 재앙이 생긴다고 ‘주역’은 경고한다.

    26장    대축 : 큰 성공의 조건

305 ‘대축’은 크게 키운다는 말이다. 키우는 과정에서 작은 이익이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좀 더 큰 것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대축이다.

306 그러나 아무리 큰일이라도 작은 부분에서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고 단속해야 한다. 사사로운 욕심으로 이익을 따지고, 이익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은 대축을 이룰 수 없다. 대축을 이루려는 사람은 생각과 행동이 순수하고, 위선과 거짓이 없어야 한다.

306 대축을 이루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키우고, 사람의 사귐을 신중히 하여 순수하고 지혜가 밝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게 해야 한다. 대축은 인간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기운이 함께 임해야 하는데, 이를 대운이라 한다.

    27장   이 : 속세에서 갈고 닦아라

307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고, 가족을 천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부양하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사람이 진정한 도인이다.

314 이는 턱이다. 위턱과 아래턱이 맞아야 음식을 잘 씹을 수 있고,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으며, 얼굴 모양도 제대로 나온다. 턱은 음식을 씹고 말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개인의 생존과 사회 생활을 위한 필수 기관이라는 인데, 생존과 공동체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생활의 도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비유가 없다고 하겠다.

315 ‘주역’이 가르치는 도인의 모습은 문자 그대로 ‘길을 아는 사람’이다. 천지와 만물의 운행 원리를 궁구하여 자연의 법칙을 깨닫고, 자신을 관찰하여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결정할 줄 아는 사람, 그가 바로 ‘주역’이 말하는 도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실생활에 충실하면서도 타인과 자연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 발전적이고 긍정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간이 바로 ‘주역’의 도인이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타인을 알고 만물의 운행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28장    대과 : 과함을 이기는 지혜

319 대들보가 아무리 단단하고 좋아도 지붕을 너무 무겁게 얹으면 견디지 못하고 휘어진다. 사람이 아무리 능력 있고 잘 생겼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맡기면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사람만 상한다.

326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어떤 물건이든 용도와 격에 맞게 써야지, 욕심을 과하게 부려 엉뚱한 데 사용하면 일 전체를 어그러뜨린다. 하물며 사람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자기 그릇의 크기를 알지 못하고 그저 많이만 담고자 한거나, 격에 맞지 않게 너무 큰일을 도모하면 일을 이루기는커녕 심신만 상하고 만나. 사람을 쓸 때에도 그릇과 품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소인에게 대사를 맡기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대과’는 이러한 오류의 양상들을 제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에 대하여 설명한 장이다.

326 대과의 오류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겸양과 절약이다. 몸을 낮추고 가벼이 움직이지 않으면 대과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있을 때 조금씩 아껴 미래를 대비하면 어려울 때 무리할 필요가 없으니 역시 대과를 피할 수 있다.

326 속은 거칠어도 속이 바른 나무는 동량으로 쓰이지만, 보기에 좋아도 굽은 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마찬가지로 외모가 번듯하고 실력을 갖춘 인물이라도 품성이 바르지 못하면 큰일을 함께 도모할 수 없으며, 실력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마음 쓰는 것이 곧고 진실한 사람은 더불어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

 

     29장   감 :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는 법

334 감은 구덩이요 함정이니, 생을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가지 위험을 뜻한다. 감은 이러한 구덩이에 빠지지 않는 방법과 어쩔 수 없이 빠진 구덩이에서 다시 살아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장이다.

334 ‘주역’에서는 구덩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을 공평무사하게 대하면 된다. 사실 인생에서 만나는 구덩이는 다른 누군가와 연관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에게 미리 인심을 얻어 둔다면 나중에 구덩이에 빠졌을 때 틀림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35 하지만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얄팍하고 일시적인 술수로는 결코 구덩이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것이 ‘주역’의 충고다. 그러므로 해결책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본으로 가서 스스로를 찬찬히 돌아보고, 구덩이에서 반드시 헤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자기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남을 위한 일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남을 위한 봉사와 희생으로 그 값을 치러야 한다.

335 자기 자신이 구덩이에 빠진 급박한 상황에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가르침이니 실천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공덕을 쌓아나가야 구덩이에서 탈출할 길이 열린다. 그런 한편으로, 검소하고 소박하지만 정성이 깃든 자세로 벗이나 손님을 대접해야 한다. 진실로 나를 위로하고 도와줄 가까운 사람을 맞아 정성껏 대접하고 받들라는 가르침이다.

335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선악에 대한 믿음,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천 길 구덩이 속에서도 빛을 찾을 수가 있다.

    30장  리 : 열기와 혼란 속에서 길 찾기

337 리는 이별이고 이탈이고 헤어짐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것, 사랑하던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 상하가 제각기 겉도는 것이 리다. 그러므로 리는 분리이고 일탈이며 혼돈이고 무질서이다.

345 과도한 열기와 열정은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한다. 열정은 열기를 부르고, 열기는 필히 무언가를 태워야만 사그라진다. 그러니 과도한 열정은 다스리고 식혀야 할 대상인 것이다.

345 ‘주역’에 따르면 과도한 열정과 이로 인한 폐해가 특히 문제되는 것은 성인과 노인들의 경우다. 이들은 가정과 사회의 중심을 잡고 기틀을 지켜야 할 사람들인데, 이들의 몸과 마음이 이반 되고, 과도한 열정으로 질서를 어지럽히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346 같이 붙어 있어야 할 것들이 서로 떨어지는 순간, 소음과 마찰과 열기가 생기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다.

346 대답은 자명하다. 원형리정의 질서를 회복시키고, 저마다 중도의 자리로 돌아가 균형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31장  함 :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

347 세상만물이 음양의 조화로 존재하듯이, 인간의 정신세계 또한 이성과 감성으로 이룩되는 것이다. 리의 반대가 함이며, 일체의 감정과 통찰력, 감성과 느낌이 모두 여기서 나온다. 세상이 남자로만 이루어질 수 없듯이 인간의 정신 또한 리만으로 키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태극의 음양이 어울리고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하듯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룰 때에만 우리는 진정한 인격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355 함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순수한 감성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자연과 하늘에 대해서, 느끼고 나누고 통하는 모든 감정이 함이다.

355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이 리와 함을 공유해야 한다. 리는 과학적 사고이며 배움을 통해 이르는 경지이니 양에 속한다. 이에 반해 함은 감각이고 느낌이니 음에 속한다. 지식이 많아야 쓸모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듯이, 꾸준히 리를 갈고 닦아야 함도 키워지며, 함 자체를 키우기 위한 자기 수양과 마음의 공부를 별도로 해야 한다.

356 함은 어떤 쓸모가 있는가? 당연히 이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여기서 생기고, 자연과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되며, 세상과 타인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도 여기서 생긴다.

32장  항 : 변화와 불변의 변증법

359 항은 불변이며 물러섬이다. 발전과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고, 자연이 선택한 수준의 정지와 불변을 지향하는 것이 항이다. 자연과 닮으려는 태도이며 무위의 삶을 존중한다. 도전이 아니라 안정을 선택하는 것, 바깥이 아니라 내부를 들여다 보는 것이 항이다.

363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사람들도 최소한 자연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인간의 문명 발달만큼 빠르고 전면적인 것은 아닐지 몰라도, 자연 역시 끊임없이 변화한다.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

363 자연으로 돌아간 사람들, 자연의 변화와 자신의 변화를 일치시킨 사람들을 존경하고 따르라는 가르침이다.

    33장     둔 : 물러남의 지혜

365 시작하기보다 어려운 게 일을 끝내는 것이고, 태어나기보다 어려운 게 죽는 일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니 이미 시작한 모든 일은 언젠가는 끝내야 한다. 그렇다면 언제 끝내야 하는가? 언제 어떻게 물러나야 하는가?

370 주역은 합당한 물러남의 형태를 세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했다. 때를 잘 알아서 스스로 물러나는 호둔, 주위의 칭찬을 받으면서 물러나는 가둔, 재물을 모으는 등 준비를 마친 후에 물러나는 비둔이 그것이다. 물러난 이후의 생활을 미리 준비해 둔 연후에, 때를 잘 살펴서, 남들을 배려하면서 물러나는 것이 최상의 물러남이라는 설명이다.

    34장    대장 : 힘은 어디에 어떻게 쓰나

381 힘은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가두는 자와 갇히는 자 모두가 갖추어야 할 어떤 것이다. 그래서 진실로 크고 장한 힘은 이 두 힘의 충돌을 방지하고, 충돌한 두 힘을 조화로 다시 융합시키는 힘이다. 대장은 이처럼 진실로 크고 장한 힘, 어리고 약한 것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힘이다.

382 진정한 힘은 갇힌 자를 풀어주는 힘이며, 어려움에 처한 자를 구해 주는 힘이다. 이런 힘이 아니라면 자신의 작은 힘을 믿고 함부로 설쳐서는 안 된다.

    35장   진 :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390 권력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거나 내 의사에 복종케 만드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말한다. ‘진’은 이러한 권력의 실체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져야 할 몸과 마음의 자세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진정한 권력자라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나 자신이 부리는 사람들에 대해 의심이 생기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믿음은 상대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36장      명이 : 되는 일이 없을 때의 처세술

391 명이는 밝은 기운이 상처를 입은 모습이니, 지혜는 있으나 하늘의 때를 얻지 못한 군자의 형상이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이루어지는 일이 없다. 공이 있어도 인정 받기 어렵고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에게 신망을 얻지도 못하며 하는 일마다 어려움이 따른다.

398 ‘주역’에서는 이처럼 때를 얻지 못한 현자, 지혜를 갖추었으나 이를 세상에 나아가 펼치지 못하는 군자를 명이지자라 하였다. 진지자가 천시를 얻어 자신의 경륜과 사상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군자라면, 명이지자는 경륜과 지혜는 갖추었으나 운과 시를 얻지 못해 뜻을 펴지 못하는 현자인 셈이다. 이상을 펼 수 있는 만남이 진이라면, 때가 어긋남이 명이다.

398 명이지자가 그나마 심신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운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운이 명이임을 깨닫고 세상을 떠나 조용히 은거하는 게 상책이다. 자신을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명이의 기가 사라지기를 기다려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

    37장    가인 : 교육과 가정 경제를 책임진 가인의 도

399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자 모든 공동체의 씨앗이 자라는 모태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은 사회를 배우고 가정을 통해 어른들은 미래를 준비한다. 이 가정의 경영을 책임진 사람이 바로 가인이다. 훌륭한 가정의 조건은 무엇이고, 가인의 도는 어떤 것인가?

405 믿음과 위험을 바탕으로 엄하되 여유 있게 자녀를 길러야 한다. 엄격하게 길러야 자녀의 앞길이 트이고 마지막이 길하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38장   규 : 배신과 자성의 회복 사이

411 지금까지의 생활을 과감하게 버리고 탈출하라. 자성을 회복하라. 내게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마지막 여행이 된다.

419 사람은 누구나 원치 않는 삶을 살게 되는 때가 있다.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이처럼 원치 않는 삶을 사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 인생은 불행한 인생이다. 그러므로 돌릴 수 있다면 돌려야 한다. 규는 이처럼 자신의 본디 성품을 회복하고, 잘못된 행로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규는 이탈이고 전환이며, 동시에 회복이고 복귀다.

420 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고, 오해와 위협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기가 있고 미련이 없다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러므로 지금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면, 인간의 길을 찾아 과감하게 배신하라. 미련을 버려라.


    39장  건 : 고난을 극복하는 상생의 지혜

425 건은 다리를 절뚝거려 잘 걷지 못하는 상태이고, 그러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형상이다. 갈 길은 멀고 험한데 날이 저물고 다리까지 다친 격이다. 능력도 부족하고 운도 따르지 않아 몹시 어렵게 살아가는 시절을 의미한다.

425 건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상생의 도리를 깨우쳐야 한다.
       둘째는 경륜 있는 대인을 만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두 방법 모두 사람이 근본임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가짐만이 건의 악운을 물리칠 힘을 제공한다. 자책하거나 남을 탓하지 말고 서로 의지하여 지혜롭게 어려움을 견뎌내야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426 건의 고난을 잘 견뎌내면 명예를 얻기도 하고, 또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진정한 친구를 만나 우정을 다질 수도 있다. 그리고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한 번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은 이후의 어떠한 역경도 모두 이겨낼 수 있다.

    40장    해 : 운이 풀리기 시작할 때의 처세술

432 건의 어려움이 지나고 찾아오는 새로운 기운이 바로 해의 운이다. 해방의 기운이요 새로운 시작이다. 해의 운이 시작되면 혼탁함이 정리되고 새로운 질서가 시작된다. 이때에는 모두가 상생의 도리를 첫째로 삼아야 한다. 둘째로 모두가 일치단결해야 희망을 실현할 수 있으며, 셋째로 사리사욕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상승의 물결을 탈 수 있다.

432 해의 운이 왔을 때에는 무엇보다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때를 놓치면 오랫동안 계획했던 일들도 성사시키지 못한다. 정확한 시기를 읽어 추진하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늘 새겨야 한다.

    41장     손 : 반드시 수익을 내는 투자의 도

436 투자에 성공하려면 신념이 있어야 하고, 선천적으로 우도 타고나야 길하다. 끝까지 허물이 없어야 나아갈 수 있고, 검소하게 살아야 이롭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고쳐야 허물이 없고, 머뭇거리면 손해를 본다. 경제적인 관념이 없는 사람은 나아가도 흉하고 이루는 바가 없다. 완전히 준비된 투자도 손실을 낼 수 있고, 덜 준비된 투자도 와주는 이를 만나면 성공할 수 있다. 잘못이 있을 때에는 즉시 고쳐야 기쁨이 있고 허물이 없다. 혹 이익을 얻고자 십붕의 거북점을 쳐도 어긋나지 않으니 매우 길하다. 손익과 무관하게 사는 사람의 허물이 없고 끝까지 길하다. 나아가 행한다면 가난한 이웃을 도와야 이롭다.

441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재화를 미리 내어놓아 나중에 더 큰 이익을 기약하는 투자의 행위가 손이다. 손은 투자이며, ‘주역’의 손은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하고,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투자가 실익을 거둘 수 있는지를 가르친 장이다.

441 투자를 할 때는 그 투자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성공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당연히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고, 투자를 성공으로 이끌 수도 없다. ‘주역’은 그 다음으로 정성스럽고 검소한 생활을 들었다. 정성을 다하되 검소하게 살아야 길하다는 것이다.

442 손은 눈 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큰 이익을 바라고 하는 투자이다. 그러므로 투자로 인해 상당 기간 어려움이 있더라도 미래의 성공을 위해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큰 투자를 앞두고 현인에게 때와 방법을 묻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하고 안전한 투자 방법이 된다.


    42장    익 : 지속적인 수익의 조건

451 설상가상의 악운을 지나, 입 다물 새 없는 금상첨화의 좋은 운으로 바뀌는 때가 익이다. 물론 그 전에 건의 혼란과 어려움을 견디고, 해의 실마리를 잡아 수습하고, 손의 시기에는 어렵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비로소 익의 세계에 접어드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익은 마침내 성공하여 이익과 번영을 누리는 시기다. 경제적인 이익은 물론 명예와 권력도 찾아온다.

452 주역에 따르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첫째, 돈이 모이는 장소로 나아가야 한다. 어디에 돈이 모이는가? 새로운 투자와 개발의 바람이 이는 땅, 부자들이 새로이 진출하는 사업이 바로 돈이 모이는 곳이다.

      둘째, 수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이라면 시간을 놓치지 말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여기서도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셋째, 시대가 요구하는 사업에 투자하라. 국가가 장려하고 당대의 사회 현실이 원하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43장    쾌 : 항쟁의 역사

461 현실을 보라. 평등이라는 이상은 너무나 빈약해서 그 존재조차 알 길이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약한 사람들이라고 언제까지나 당하고만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저항하고 싸우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간다. 이것이 쾌다. 부당한 지배에 저항하여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모습이다.

461 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중의 신임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또한 쾌를 실현하고자 하는 자는 감정에 치우치거나 너무 조급하게 덤벼서는 안 된다. 인내력이 필요하며, 군자의 덕이 있어야 쾌를 이룰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462 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또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당한 일이 억울하고도 부당한 것이라는 믿음,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믿음, 자신의 저항이 의미 있는 일이고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44장   구 : 지혜로운 만남과 결혼의 조건

470 ‘주역’은 여자와의 만남이나 결혼에 앞서서 갖추어야 할 남자의 경제력에 대해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것이다. 이후에 음양이 조화를 이루듯 부부가 합심하여 재산을 늘려 나가야 옳다는 주장이다.


    45장   췌 : 무리를 이끄는 지혜

473 사람이 모여야 일이 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 췌다.

480 ‘주역’은 우선 정통성을 확보하고 이를 만천하에 과시하라고 한다. 또한 무리를 이끌 때는 대인을 만나야 이롭다고 했다. 학식과 덕망을 갖춘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말이요, 무리를 상대로 뜻을 전파할 참모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481 또한 인재를 뽑아 세우되 믿음과 소박한 정성으로 대하라고 했다.


    46장   승 : 성장과 발전의 씨앗

488 승은 승이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작은 것이 커지며, 약한 것이 강해지는 것이다. 어린 싹이 자라 큰 나무가 되는 과정이 승이고, 사람이 배우고 익혀 제 구실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승이다.

489 ‘주역’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하는 것은 사람 자신의 성장과 발전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
       둘째, 만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방향으로 인격을 닦아야 한다.
       셋째, 올바른 세계관을 바탕으로 밝은 길로 나가야 한다.
       넷째, 허무주의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계단을 밟듯이 차근차근 올라야 한다.
       여섯째, 험준하고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제사를 지내는 왕처럼 모든 것을 정성스럽고도 당당하게 해야 한다.

 

    47장   곤 :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지혜

499 ‘주역’은 어떤 사람이 곤의 상황에서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가를 설명했다. 지혜롭고 정성스러운 사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 자만하거나 오만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남의 탓을 하거나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탈출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이 대인이고, 이런 사람만이 곤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48장  정 : 좋은 우물의 조건

503 우물의 물은 퍼낸 만큼만 새로 고인다. 퍼내지 않으면 물은 고여 썩어 버린다.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 누리게 해야 세상은 발전한다.

510 군자는 냉철한 판단력과 청렴한 자세, 열정과 애민의 정신으로 홍익의 세상을 구현해야 좋다는 가르침이다.

511 우물의 물은 우선 차고 맑고 깨끗하여 누구나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군자의 마음 또한 차고 맑고 깨끗하여 만인에게 항상 새로운 정신과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물을 가꾸는 것 첫 번째 지혜이자 군자가 마음을 다스리는 큰 원칙이다.

군자는 수시로 우물을 청소하고 가꾸되, 누구나 와서 물을 길어 마실 수 있도록 항상 개방해야 한다. 우물이 소중하다고 쓰지 않으면 우물은 오히려 더러워져 쓸 수 없게 되고 만다. 우물의 물은 퍼내지 않으면 고여 썩기 때문이요, 퍼내면 퍼낸 만큼 새 물이 고이기 때문이다. 군자의 마음 또한 이와 같으니, 스스로 갈무리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되, 만인을 향한 홍익의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더 많이 베풀어라. 더 많은 덕이 쌓일 것이다.

 

    49장    혁 : 변화와 혁명의 길

518 짐승의 갓 벗겨낸 가죽을 피라 하고, 이를 털을 뽑아 쓸모 있게 만든 것을 혁이라고 한다. 피를 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두질을 해야 하는데, 이는 곧 불필요한 짐승 가죽의 털과 기름을 발라내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짐승의 날가죽은 비로소 새로운 쓸모와 면모를 갖춘 새 가죽이 된다.

519 혁을 위해서는 우선 청산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구악과 폐습, 과거의 잘못된 광행과 인습이 바로 그것이다. 누가 이런 청산의 대상이 되는가? 때를 이미 넘긴 사람들, 이미 시기가 지난 구태의연한 제도와 시스템들이다. 모든 것에는 다 알맞은 때가 있다는 것이 주역의 기본 생각인데, 이 때를 이미 지나 버렸으니 개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520 개혁에는 굳건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우선 개혁의 주체 스스로 개혁의 정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520 ‘주역’은 개혁에 관한 약속이 세 번은 성취되어야 사람들이 믿고 따른다고 했다. 그만큼 민중들을 신뢰로 규합하는 일이 쉽지않다는 뜻이다.

 

    50장  정 : 솥 단지에서 배우는 분배의 원리

521 솥에는 세 개의 다리가 있어 솥에 음식을 넣고 끓일 때 넘어지거나 기울어지지 않도록 받쳐 준다. 정확히 삼등분한 지점에 하나씩, 똑 같은 길이로 만들어져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솔에는 또 두 개의 귀가 있다. 음식을 다 끊이고 솥을 옮길 때 잡는 부분이다. 역시 정확히 대칭되는 지점에 똑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져야 제 구실을 한다.

    51장   진 : 자연의 공포를 이기는 법

531 자연의 재해는 무자비하다. 어떤 이는 재물을 잃고 어떤 이는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자연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막힌 것을 뚫으려는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하늘을 뚫고 사람은 막는다. 사람이 자꾸 막으니 자연은 자꾸 뚫는다. 그래서 재해가 많아지고 희생이 커진다.

539 군자는 더 크고 위대한 자연이라는 존재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약하고 미미한 존재인가를 알기 때문이며, 그래서 겸손해야 함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것에 대해 겸손하고 정성스러운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여타의 자연 재해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일 이유가 없다.

 

    52장   간 : 멈춤의 도

547 사람들이 멈춤을 모르고 내달리기만 하는 것은 당연히 현실적인 의욕과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간은 멈춘다는 말이다. 멈춤의 도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타이밍이다. 자동차는 노란 불에 멈춰야 하고 사람은 불길한 기운이 나타나기 전에 멈추어야 한다.

    55장   풍 : 풍요로 가는 길

577 ‘주역’에 따르면 풍요는 절대로 개인적 차원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개인적 차원에서 이를 홀로 누려서도 안 된다. 풍요의 기운은 하늘의 해가 중천에 있는 상황, 그러니까 임금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하늘의 도가 온 누리에 밝게 비추는 상황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56장  려 : 여행의 기술

579 젊은 날의 여행은 지혜를 가르치고 노년의 여행은 즐거움과 안식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나그네로 평생 떠도는 여행은 고달프기만 하고 남는 것이 없다.

‘주역’에 따르면 과연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좋은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돌아올 곳이 있어야 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반겨줄 나의 집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여행 중에는 머물 곳이 있어야 한다. 
       셋째, 여행에는 돈이 든다. 그러므로 충분한 노잣돈을 준비해야 한다.
       넷째,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동복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함께 여행을 하는 사람이 다 동복이다.
       다섯째, 여행 중에는 쩨쩨하게 굴지 말아야 한다. 여행을 하면서도 쩨쩨하게 굴면 재앙을 불러들인다고 했다.

 

    57장   손 : 겸손의 재조명

589 겸은 윗사람의 미덕이고, 손은 아랫사람의 미덕이다. 겸은 다스리는 자의 마음가짐이고, 손은 다스려지는 자의 행동 지침이다.

596 ‘주역’은 지나치게만 겸손하지 않으면 손은 좋은 것이라고 했고, 겉으로만 겸손한 척 하는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손의 도를 닦으면 진퇴의 때를 알게 되어 이롭다고 했다.

    58장  태 : 희열의 근본

602 ‘주역’은 즐거움을 화태, 부태, 래태, 상태, 인태의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59장   환 : 분열의 시기를 넘어가는 지혜

611 환은 흩어짐이되 자연스러운 흩어짐이다. 흩어질 때 흩어지고, 흩어버릴 만한 것을 흩어 버리는 것이 환이다.

612 ‘주역’은 달아날 때 힘센 말과 숨을 장소,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은 혼란의 시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60장    절 : 한 시대를 마감하는 지혜

613 대나무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곧은 건 그 마디가 단단하기 때문이다. 제때 마디를 맺지 못하면 인생이 굽는다.

619 마디를 맺는 일과 자기 절제는 다른 말이 아니다. 잘 나가는 권력자나 사업가가 어떤 마디를 맺고자 한다면,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권력과 욕심을 포기하는 절제의 미덕일 터이다. 그런 면에서 마디와 절제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61장    중부 : 믿음의 정체

621 믿을 만한 친구가 있는가? 나보다 더 나를 믿어 주는 가족이 있는가? 목숨을 걸고 지킬 사상이나 종교가 있는가? 그렇다면 몸을 누일 방 한 칸 없어도, 당장 오늘 먹을 끼니가 떨어져도, 근심할 일이 아니다.

627 서로 헤아려 근심하고 걱정하되 그 결과에서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고, 어미 새가 그 새끼를 보듬는 지극함과 정성으로 상대를 믿어 주는 것이 중부다.

628 이런 믿음을 가꾸고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나의 것을 먼저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내게 있는 것을 아낌없이 내어줄 수 있어야, 서로의 것을 계산 없이 주고 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믿음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또한 상대의 허물을 덮어주고, 상대의 잘못에 대해서조차 믿어 주는 절대적인 신뢰가 필요하다고 했다.

628 믿음은 또한 복어를 다루듯 신중하게 다루어야 지켜질 수 있다고 하였다.

 

    62장   소과 : 작은 지나침의 멋

636 조화와 균형은 자칫 정체되기 쉽다. 재미가 없다는 얘기다. 조금 지나치거나 조금 모자란 불균형 상태에서 더 크게 성장할 에너지가 생기고, 도약의 동기가 부여되며, 역동적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렇게 조금 넘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다만 조금 넘치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오버하면 안 된다.

 

    63장    기제 : 물을 건넌 자의 여유

645 ‘기제’는 부와 권력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람들, 혹은 자신이 목표로 하는 부와 권력을 이미 쟁취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기제는 이미 건넜다는 말이다. ‘주역’은 기제자의 의의와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되, 다만 그 도리를 밝힘으로써 기제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64장    미제 : 큰 내를 건너는 모험

 

654 인생이 아름다운 건 이미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누릴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없는 것을 부지런히 만들어내고 가지지 못한 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 속에서 인생의 참다운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것이다.

654 ‘주역’은 미제자는 기제자와 달리 큰 강을 건너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 모험과 과감한 도전이 없는 미제의 삶은 그 끝을 보장 받을 수 없고, 수레를 거룻배에 묶어 매고 강을 건너는 모험을 거부하는 자는 영원한 미제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3. 내가 저자라면

주역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하철이나 생활 속에서 간간이 마음에 담아 왔다. 그런 삶 속에서 눈에 띄일 때마다, 한 구절 한 구절 마음에 깊이 새기고 살아온 글귀 중 하나다. 그런 것들을 이 번 책을 통해 다시한번 전체적으로 접하게 되니 매우 기뻤다.

또한, 수련기관 중에 '단월드'가 있다. 그 기관에서 몇 년간 수련한 바 있는데 나에게 매우 유익했다. 그 기관은 아마 주역에 대해 어느정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그래서 그런지 주역에 대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자는 ‘주역’이 비록 읽기에 난해한 책이기는 하지만 점을 치기 위한 책 혹은 단순한 유교 경전이 아니라 심오한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한 처세의 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알리기 위해 복잡한 한문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이해하기 쉽도록 일종의 철학서, 처세서로서 현실에서 부딪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설명하는 해설서로서의 책을 만들고자 노력한 듯하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 덕분에 많은 독자들이 약간은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쉬운 이해에는 책의 효율적인 구성도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주역의 64괘 각각을 별도의 장으로 나누었고, 각 장은 먼저 선언적이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시작한 후에 각 괘문의 번역을 한문 자체 보다는 의미 중심으로 설명했고, 최종적으로는 각 장에서 주의 깊게 살펴 봐야 할 부분과 현실적인 적용 방안 등에 대해서 요약한다.

“주역에 담겨 있는 사상이란 말하자면 손때 묻은 오래된 그릇입니다.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친 경험의 누적이 만들어낸 틀입니다. 그 반복적 경험의 누적에서 이끌어낸 법칙성 같은 것입니다. 주역은 동양적 사고의 보편적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주역을 삶의 지혜의 총서로 인식하는 이유도 ‘주역’이 현재의 삶속에서 아직도 살아남아 읽혀지는 이유도 결국 인간의 관계를 총괄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몇천년 전부터 인간이 살아온 환경은 조금씩 변화되어 왔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는 여전히 ‘관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관계의 장이 바로 삶이고 관계속에서 만들어 지는 인간의 경험들 즉 지혜들을 구분지어 놓은 것이 ‘주역’의 구성이라 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시간은 흐른다’라고 하는데 주역의 구성 또한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것. 이것이 인간의 시간이다.

그 각기의 때와 적절하게 관계하지 못할 때 우리는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따라서 주역에서는 주어진 시간의 흐름에 맞는 때와의 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것을 원,형,리,정으로 나눴는데 천지창조에서 멸의 시기에 이르기까지, 작게는 한 생명의 잉태, 성장, 활동, 죽음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간에 관계되어 있다. 그 때를 잘 알고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그 때를 잘 안다 해도, 숱한 인간들과의 관계속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니 그 문제들과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 ‘주역’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관계속에서의 문제가 무엇인지 소개하는 것부터, 어떤 문제에 처해 있는지, 선인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또는 앞으로 다가올 문제는 무엇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총괄적인 부분을 다룬다. 그래서 일종의 관계에 대한 바이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야 겠다.

내가 받은 긍정적 영향
본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주역’이 강조하는 가장 기본적인 핵심 사상, 즉,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고 때를 아는 것’의 중요성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를 알고’는 나의 능력을 정확히 안 후에 자신의 그릇에 기반하여 적절한 일을 도모하되 어떤 시련을 겪더라도 자신을 믿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아는 것’은 역시 상대방의 그릇의 크기를 알고 그에 맞추어 나와의 일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는 내가 먼저 상대에게 베풀고 믿어주어 상대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때를 아는 것’이다. 이는 지속적인 학습과 성찰을 통해 무욕의 눈으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펴 보고 그 바탕 위에서 나에게 맞는 때인지를 파악할 필요이다.

믿음의 중요성
‘주역강의’를 읽으면서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유달리 ‘믿음’에 대해서, 특히 ‘자신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선 때가 무르익기까지 기다리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믿음이다. 기다리면 반드시 때가 올 것이고, 그러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으며, 뜻을 펼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만 기다릴 수 있다.[110]

우선 경쟁에 나서는 사람은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져야 한다. ‘주역’에 따르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만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143]

직언을 할 때에는 자신의 사고가 올바른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어떤 시련이 있어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힘찬 의지가 있어야 한다.[170]

기본으로 가서 스스로를 찬찬히 돌아보고, 구덩이에서 반드시 헤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자기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남을 위한 일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남을 위한 봉사와 희생으로 그 값을 치러야 한다. [335]

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또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당한 일이 억울하고도 부당한 것이라는 믿음,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믿음, 자신의 저항이 의미 있는 일이고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462]

이런 믿음을 가꾸고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나의 것을 먼저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내게 있는 것을 아낌없이 내어줄 수 있어야, 서로의 것을 계산 없이 주고 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믿음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또한 상대의 허물을 덮어주고, 상대의 잘못에 대해서조차 믿어 주는 절대적인 신뢰가 필요하다고 했다.[628]

때를 아는 지혜의 중요성
하지만 ‘주역’이 가장 강조한 것은 역시 현재의 때를 정확히 파악해서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의 중요성이 아닌가 싶다.

‘주역’은 미래의 때를 기다리면서도 현재의 경제적인 활동을 능률적으로 행하고, 본인과 가족이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기다림을 최상의 기다림으로 설하였다. 청렴하고 곧게 살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을 둘째로, 제도권 밖에 머무르면서 속으로는 정치 참여를 갈구하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이중적 태도의 기다림을 그 아래에 두었다.[111]

기다림의 결과 내가 지금 발 디딘 환경 위에 때가 이르면 반드시 나를 도울 인물도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주역’은 가르친다. 바로 대인이 나타난다는 것이고, 비로서 천지인의 세 가지 요소가 모두 갖추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그 귀인을 공경의 마음으로 맞이하여 그 가르침을 실천하면, 마침내 대망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주역’의 최종적인 가르침이다.[111]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바, 가정의 기초를 다질 때에는 가정의 기초를 다지고, 이웃과 더불어 믿음을 나누고 일을 할 때에는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작은 성공과 행복도 얻을 수 있다.[159]

세상의 모든 것에 성할 때가 있고, 쇠할 때가 있다. 있을 때 없을 때를 대비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위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171]

도인을 향하여
우리의 학습과 성찰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천지인’ 운행의 묘미를 알고 그 안에서 나에 합당한 역할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주역’이 제시한 ‘도인’이 바로 그러한 궁극의 수행 목표가 아닌가 생각된다. 마땅히 추구해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역’이 가르치는 도인의 모습은 문자 그대로 ‘길을 아는 사람’이다. 천지와 만물의 운행 원리를 궁구하여 자연의 법칙을 깨닫고, 자신을 관찰하여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결정할 줄 아는 사람, 그가 바로 ‘주역’이 말하는 도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실생활에 충실하면서도 타인과 자연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 발전적이고 긍정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간이 바로 ‘주역’의 도인이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타인을 알고 만물의 운행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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