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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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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2일 01시 56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19세기 중후반 영국에서 귀족 명문가의 아들로 태어난 버트런드 러셀은 철학자이면서, 수학자, 교육자이며 <서양철학사>의 저술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제자였던 비트겐슈타인과 함께 분석철학의 기반을 세웠으며 197098세로 사망할 때까지 왕성한 집필활동으로 여러 저서를 남겼다.

볼세비키 혁명 당시에 레닌과의 만남과 실망, 2차 세계대전, 비키니 섬에서의 수소폭탄 실험에 대한 비난, 그에 뒤따른 아인슈타인과의 핵무장해제제안 선언, 케네디대통령의 저격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의장, 영국의 베트남전쟁 참전에 대한 항의 등20세기의 시대적 오만에 개혁적 자유주의자의 일설을 가하고 인류의 아픔에 대한 연민을 수많은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또 그러한 와중에도 자유연애에 대한 실천적 행동의 결과인지 알 수는 없으나 세 번의 결혼과 195280세로 마지막 네 번째 결혼을 하는 등 의외의 면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서양철학사>는 내가 러셀의 책으로는 처음 읽은 책이다. 그의 주요저서로 소개되어 있는 책 중 다른 책을 먼저 읽었으면 그에 대한 이런 우호적이면서도 건조한 느낌이 조금 달라졌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이를 테면 <행복의 정복> 이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등의 책을 먼저 읽었다면 좀 더 인간적으로 그의 자유에 대한 의지, 인간에 대한 애정, 사랑에 대한 열정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가 소개하는 서양철학의 여러 사실과 설명보다도 그의 해설이 더욱 가슴에 다가왔다.

책을 읽는 내내, 소개하는 인물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견제의 호흡이 느껴졌다. 소크라테스나 토머스 모어 같이 정치적 상황에 의해 비합리적인 재판과정과 순교적인 죽음으로 생을 마친 경우, 그리고 또 그들의 인품이 고결한 경우엔 대개 그들의 정신을 기리고 숭배하게 마련인데 그의 글에선 단순히 그런 이유만으로 숭배하고 긍정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기존의 권위와 선입견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우리의 의지대로 될거야 라는 20세기 특유의 한 쪽 방향으로 치우치지도 않았다.

균형을 잡는 것.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동등한 기준에서 판단하는 것.

시대적 환경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했고, 러셀 역시 그러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지성인의 양심을 지켰다.

그가 활동하던 20세기중반의 자유로운 시대적 분위기 덕분일까? 아니면 그의 고지식할 정도로 사심 없는 탐구 태도 때문일까?

나는 후자에 점수를 주고 싶다.

또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자기 철학의 우주가 있고 비판의 대상이 되는 그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비판할 역량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요즘 같은 시대에 그 같은 존재가 부럽기까지 하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고대철학

1장 그리스 문명의 발흥

 

43페이지
원시종교는 어느 곳에서나 개인보다 종족이나 부족을 위해 생겨났다. 일정한 종교 의식은 공감에 의한 마술적 힘을 불러 일으켜 부족의 이익을 증진하려는 의도로 거행되었다.

44페이지
호메로스 작품에서 찾아야 할 진정한 종교심은 올림포스의 신들보다는 오히려 숙명이나 필연, 혹은 운명과 같은 더욱 어둡고 실체가 없는 존재와 관련이 깊은데, 제우스조차 이에 복종해야 한다. 숙명은 그리스 사상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과학이 자연법칙에 대한 믿음을 도출하게 된 원천 가운데 하나였다.

48페이지
디오니소스 숭배가 그리스에서 성행한 현상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문명이 급속히 발전한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인들, 적어도 특정 부류 그리스인은 원시성을 갈망하고, 당대의 도덕이 허용하는 수준 이상으로 본능에 충실한 더욱 정열적인 삶의 방식을 동경했다. 강압에 의해 감정보다 행동이 훨씬 개화된 남녀에게, 합리성은 지루하기 짝이 없고 덕이란 부담스러운 예속으로 느껴질 따름이다.

문명인과 야만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주로 사려prudence ,좀 더 의미가 넓은 용어를 쓰자면 예상forethought 이다.

49페이지
진정한 의미의 예상은, 충동과 아무 상관 없이 이성이 장래의 어느 날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경우에만 일어난다.

인간이 성취한 가장 위대한 업적에는 도취의 요소, 즉 사려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열정의 요소가 어느 정도 들어 있다. 바쿠스 신과 관련된 요소가 없다면 인생에는 아무 재미도 없겠지만 바쿠스의 요소가 들어오면서 우리의 인생은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55페이지
바쿠스 무녀들이 추는 춤은 격렬한 감정을 발산하기 위한 몸짓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문명 생활의 부담과 보호에서 벗어나 인간 이외의 아름다운 것들이 넘실대는 세계로, 바람과 별의 자유로움 속으로 탈출하려는 춤이었다.

3장 피타고라스

70페이지
그를 간단하게 아인슈타인과 에디여사를 뒤섞은 복잡한 인물로 묘사해도 좋으리라.

73페이지
피타고라스에게 정열과 공감에 휩싸인 관조는 지성적 관조이며 결국 수학적 인식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타고라스로부터 영감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는 이론이란 낱말이 황홀경 속에 드러난 계시적 요소를 그대로 지녔다.

갑자기 수학적 깨달음에 이르러 황홀한 기쁨을 맛본 사람이나 그러한 기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볼 때, 피타고라스의 견해는 진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자연스러워 보일 터이다. 경험만을 믿는 철학자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에 매달리는 노예로 전락하기도 하지만, 순수한 수학자는 음악가처럼 질서정연한 미의 세계를 창조하는 자유로운 존재에 가깝다.

77페이지
나는 수학이 초감각적인 지성계에 대한 믿음 뿐만 아니라 영원하고 정확한 진리에 대한 믿음을 발생시킨 주요 원천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사유가 감각보다 더 고귀하며, 사유의 대상이 감각, 지각의 대상보다 더 실재성을 갖는다고 주장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시간을 영원과 연결한 신비주의 학설도 순수수학으로 강화되는데, 수 같은 수학의 대상들이 실재한다고 해도 영원한 존재로서 시간 속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영원한 대상들은 신이 생각해 낸 것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신이 기하학자라는 플라톤의 학설과 신이 수학에 빠져 있다는 제임스 진스 경의 믿음은 바로 앞의 사실에서 유래한다.

4장 헤라클레이토스

80-81페이지
어떤 철학자를 연구할 때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는 그를 숭상하지도 경멸하지도 말고 이론 가운데서 믿을 만한 점을 알아낼 대까지 우선 일종의 가설로서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판적 태도를 회복할 수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가능한 한 이제까지 주장하던 의견을 포기할 수도 있는 정신 상태를 닮아야 한다. 경멸은 가설로서 공감을 표현하는 데 방해가 되며, 숭상은 비판적 태도의 회복에 방해가 된다. 두 가지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연구할 만한 가치를 지닌 의견이나 이론을 내놓은 사람은 어느 정도 지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어떤 주제에 대해서 완결된 최종적인 진리에 도달할 수는 없다.

어떤 지성인이 분명히 불합리한 견해를 표현할 때, 우리는 그의 의견이 어떤 식으로 참인지 입증하려 해서는 안 되고, 어떻게 참인 것처럼 보이게 되었는지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역사적 상상력과 심리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활동은 동시에 우리의 사고 폭을 높혀주며, 우리의 마음속에 도사린 여러 편견이 다른 정신적 기질의 지배를 받는 시대에는 얼마나 어리석어 보일지 깨닫게 한다.

88페이지
인간을 철학으로 이끄는 깊은 본능 가운데 하나는 영원한 존재를 추구하는 본능이다.

5장 파르메니데스

97페이지
철학이론이 중요하다면 최초에 진술된 형태가 반박된 후에도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일반적 사실을 독자에게 일개우려는 것이다. 철학에서 일어나는 반박 가운데 최후의 반박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며, 대부분의 경우 반박은 철학 이론의 정교화를 촉진하는 서곡일 따름이다.

7장 아테네의 문화

107페이지
페리클레스 시대에 아테네가 이룩한 성취와 업적은 온 역사를 통틀어 가장 놀라웠으리라. 페리클레스 시대까지 아테네는 그리스의 다른 여러도시국가보다 뒤처져서, 최초의 입법가인 솔론을 제외하면 예술에서나 문학에서나 위대한 인물을 배출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전쟁의 승리와 부의 축적과 재건의 필요에 자극을 받아, 현대에도 능가할 자가 없는 건축가, 조각가, 극작가들이 현대에 이르는 미래까지 압도할 만큼 걸작들을 쏟아냈다. 이것은 인구 규모가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108페이지
극소수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그 시대에는 지성과 행복을 겸비하고 지성을 통해 행복해지는 일이 가능했다.

9장 원자론자들

122페이지
물질은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며, 그저 사건들이 무리를 짓는 방식일 따름이다. 어떤 사건들은 물체로 여겨지는 집합체들이고, 빛의 파동과 같은 다른 사건들은 물체가 아니다. 세계를 채우는 것stuff은 사건들이며, 사건은 제각기 짧은 기간 지속한다.

123페이지
당신이 칼로 사과를 자를 때, 사과에는 칼이 관통할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 만약 사과에 빈 공간이 없다면, 사과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단단해서 물리적으로 분할되지 않을 것이다.

125페이지
그들은 단지 과학적인 태도만을 지닌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넘치고 원기왕성했으며 지적 모헙에서 얻는 기쁨으로 충만했다. 그들은 일식과 월식, 물고기, 회오리바람, 종교, 도덕 등 모든 것에 흥미를 느꼈으며, 날카로운 지성과 아울러 아이들 같은 호기심도 지녔다.

10장 프로타고라스

131페이지
플라톤은 소피스트들이 신사인 체하며 돈을 받고 가르친 행동을 마땅찮게 여겨 비난한다. 플라톤은 충분한 사유재산을 소유했기에, 자신처럼 행운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 듯하다.

132페이지
고르기아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어떤 것이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알려질 수 없으며, 또 그것이 존재하고 어떤 한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다 해도 그는 그것을 타인에게 결코 전달할 수 없을 것이다.

11장 소크라테스

140페이지
플라톤은 바로 허구를 창작하는 작가로서 보여준 탁월한 능력 때문에 역사가로서 지닌 재능을 의심받게 된다.

143페이지
정치가는 여러 사람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자신은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자였다.

그때 나는 시인들이 지혜가 아니라 비범한 재능과 영감으로 시를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로지 신만이 지혜롭지요. 신은 신탁을 통해 인간의 지혜란 가치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 합니다.

, 인간들이여,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의 지혜가 사실은 가치 없다는 것을 아는 자가 바로 가장 현명한 자라고 말이지요.

144페이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지혜롭지 않은 까닭은 죽음이 삶보다 더 좋은 일이 아닌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151페이지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만큼 충분한 지식을 이미 가졌지만 사고하는 도중 혼란에 빠지거나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서, 즉 이미 아는 지식을 논리적으로 능숙하게 이용하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들은 소크라테스식 방법을 활용하여 적합하게 다룰 수 있다.

12장 스파르타의 영향

157페이지
오늘날의 우리에게 스파르타 국가는 나치가 승리했더라면 이룩했을법한 국가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13장 플라톤 사상의 근원

167페이지
플라톤은 후세 사람들이 속아 넘어갈 정도로 편협한 제안을 치장하는 기술이 뛰어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국가>에서 제안한 내용을 미처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숭배하는 일이 벌어졌다. 플라톤을 칭찬하는 평가는 언제나 옳다고 받아들였으나 그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이는 위대한 인물들이 공통으로 처하게 되는 운명이다.

15장 이상이론

187페이지
신이 만든 침대 하나에 대해서는 지식을 얻지만, 목수가 만든 여러 침대들에 대해서는 의견을 가질 따름이다.

 189페이지

어떤 종류이든 창작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정도가 크든 작든 오래 애쓴 끝에 진리나 아름다운 형체가 한순간 눈부시게 훤히 나타나거나 나타나는 듯이 보이는 체험을 한다. 나는 예술, 과학, 문학, 철학 분야에서 뛰어난 창작물들이 대부분 이런 순간의 체험이 빚어낸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이런 체험이 탁월한 창작물을 내는 데 필요한 조건이지만, 체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실 체험에서 비롯한 주관적 확신은 치명적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16장 플라톤의 영혼 불멸설

204페이지
참 존재는, 적어도 영혼에 드러난다면, 감각이 아닌 사유 속에 드러나는 법이다.

205페이지
소크라테스의 말에 따르면, 정신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여 소리나 시각, 고통이나 쾌락으로 방해받지 않고 육체에서 떠나 참 존재를 열망할 때 사유는 최고 상태에 이르게 된다.

212페이지
그는 논증을 펼칠 때, 사심없이 공정한 태도로 지식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이 동의하는 결론을 증명하기 위해 지성을 사용하고, 사적인 사고를 전개할 때면 정직하지 않고 억지로 둘러대기도 한다. 그를 보면 점잔 빼고 겉으로만 감동을 주는, 나쁜 성직자의 전형이 떠오르기도 한다.

18장 플라톤의 지식과 지각

224페이지
달리 무엇이 영속적인 흐름 속에 있다 하더라도 말의 의미가 적어도 당분간 고정되어야 하는 까닭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 주장도 하지 못하고 어떤 주장도 거짓이 아니라 참이라고 말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담론과 지식이 가능하려면 조금이라도 불변하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232페이지

플라톤은 피타고라스 학파의 영향을 받아 다른 지식을 지나칠 정도로 수학과 비슷하게 만들어 버렸다.

19장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233페이지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는 교회의 권위만큼이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무소불위의 지위를 누렸기 대문에, 철학 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진보를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 요소였다.

244페이지

신은 영원히 순수 사유로서 행복, 즉 완전한 자기 충족의 상태에 있어 실현되지 않은 목적이 하나도 없는 존재이다. 이와 반대로 감각 세게는 불완전하지만, 불완전한 생명, 불완전한 욕망, 불완전한 사유에서 비롯된 영원을 드러낸다. 모든 생물은 정도가 크든 작든 신을 의식하기에, 신에 대한 염원과 사랑으로 활동하며 신을 향해 움직인다. 따라서 신은 모든 활동의 목적인이다. 변화는 질료에 형상을 부여할 때 일어나지만, 감각 사물이 관련된 경우 질료라는 기체는 언제가 있게 마련이다. 신만이 질료없는 형상으로 이루어진다. 세계는 등급이 더 좋은 형상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신과 더 많이 닯은 단계로 계속 진보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완성되지 못하는 까닭은 질료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는 탓이다. 이것이 진보와 진화의 종교인데, 바로 신의 정적인 완전성은 유한한 존재들이 신을 느끼는 사랑을 통해서만 세계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247페이지
그는 그저 인간이 이성을 지니는 한, 불멸하는 신성에 참여한다고 믿었을 따름이다. 자신의 본성 속에 깃들인 신성한 요소를 늘리는 일은 인간에게 열려 있으며, 신성한 요소의 증대가 바로 최고 덕이다. 그러나 만약 인간이 신성한 요소를 완벽하게 늘린다면, 그는 분리된 개인으로서 존재하지 않게 되리라.

27장 에피쿠로스 학파

334페이지
내 일생에서 참으로 행복한 오늘,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자네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있다네. 내 방광 질환과 위장 질환이 진행되어 평소에 느끼던 격렬한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네. 그러나 이 모든 증세와 반대로 자네와 내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면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차는 게 아닌가.

337페이지
철학은 그가 이해한 대로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계획된 실천 체계였다. 그래서 철학에는 상식이 필요할 뿐, 논리학이나 수학이나 플라톤이 규정한 정교한 훈련은 조금도 필요치 않다.

338페이지

당신의 정신생활 속에서 스스로 고통보다 쾌락을 관조하는 법을 배우라. 육체의 고통은 확실히 크나큰 악이지만, 격심한 고통이라면 짧은 법이고, 길고 긴 고통이라면 정신훈련을 하거나 고통 속에서도 행복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참아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두려움을 피할 수 있도록 살라.

28장 스토아 철학

347
페이지
사회 상황이 한 시대의 철학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개인이 처한 상황이 개인의 철학에 생각보다 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367페이지
사실 스토아 철학에는 신 포도의 요소가 존재한다.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지만, 선해질 수는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선한 사람이라면 불행이란 문제가 되지 않는 척해보자는 말이다.

29장 로마제국의 문화

 

381페이지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 종교는 지상의 세계에 관심이 많고 지상의 행복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했다. 절망의 경험에 더 오래 시달렸던 아시아는 저 세상의 희망을 담은 종교 속에서 훨씬 결과가 좋은 해독제를 서서히 만들어냈다. 이러한 종료들 가운에 그리스도교가 위안을 이끌어 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종교였다.

가톨릭 철학

1장 유대교의 발전

 

425페이지
유대교도는 그리스도교도와 마찬가지로 죄에 대해 많이 생각했으나, 그들 자신을 죄인이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2장 교회의 세 박사
 
444페이지
국가는 약하고 무능하며 방종한 이기주의자들이 지배하여 미봉책 이상의 정책은 결코 내놓지 못한 반면, 교회는 강하고 유능하며 교회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잇는 사람들이 이끌어 멀리 내다보는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뒤이은 수천 년동안 승리는 교회에 돌아갔다.


4장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과 신학

480페이지
유대 민족의 과거와 미래 역사는 어느 시대에나 억압받고 불행한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모형이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유대 민족의 역사 모형을 그리스도교에 맞게 변경했고, 마르크스는 사회주의에 맞게 변경했다.

야훼 = 변증법적 유물론

구세주 = 마르크스

선빈 = 프롤레타리아

교회 = 공산당

그리스도의 재림 = 혁명

지옥 = 자본가의 처벌

천년왕국 = 공산사회

 

나치 사상은 차라리 구약성서와 더욱 밀접해 마르크스의 사상보다 그리스도교와의 관련성이 더 낮을 뿐만 아니라 나치의 구세주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마카베오 가문과 훨씬 유사하다.

55세기와6세기

489페이지

<철학의 위안>은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며 감옥에서 쓴 책이란 점을 감안하면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최후 순간을 묘사한 글에 버금가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6장 성 베네딕투스와 그레고리우스 대교황

498페이지

조직이란 창시자의 의도와 독립해 자체 생명을 지니게 마련이다. 이 사실을 가장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두드러진 사례가 가톨릭 교회.

근현대철학

1장 일반적 특징

640페이지

이론과학은 바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응용과학은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로 처음부터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고, 비중이 계속 증가하여 인간의 사고에서 이론과학을 거의 몰아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642페이지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영감을 받은 철학이 바로 힘을 강조하는 철학이다. 여기서 인간이 아니니 모든 존재를 단지 가공되지 않은 재료로 생각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제 목적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숙련 과정에만 가치를 부여할 따름이다. 이러한 경향도 일종의 광기요 바보짓이다. 이는 우리 시대에 가장 위험한 철학이다. 건전한 철학은 이에 대항할 해독제를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2장 이탈리아 르네상스 운동

652페이지

사람들은 교회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워지자,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는커녕 고대에 속한 온갖 종류의 무의미한 미신을 받아들이려 마음을 활짝 열었다.

4장 에라스무스와 토머스 모어

669페이지

참된 종교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며, 정교하게 다듬어진 신학이란 모두 쓸데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676페이지
하지만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사는 삶이 대부분의 다른 유토피아에서 사는 것 못지않게 지루해서 견디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성과 변화는 행복한 삶에 필수적인 요소인데, 유토피아에서는 다양성과 변화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점은 바로 계획에 의해 조직된 모든 사회가 지닌 결점인데, 상상 속에서든 현실 속에서든 마찬가지이다.

6장 과학의 발흥

684페이지

과학자를 과학자답게 구분해주는 특징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왜 그것을 믿느냐에 달려 있다.

687페이지
원운동을 타원운동으로 대체한 일은 피타고라스 이후 천문학을 지배했던 심미적 편견의 포기를 의미했다.

7장 프랜시스 베이컨

700페이지

그의 철학 전체를 꿰뚫는 기본 정신은 실제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 과학적 발견과 발명을 수단으로 인류에게 자연을 지배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

9장 데카르트

726페이지

내가 모든 것이 거짓이라 생각하고 싶어 하는 동안에도, 그렇게 생각한 무엇으로서 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이 참된 주장은 너무 강하고 확실해서 회의론자들이 아무리 허황된 가정으로 뒤집으려 해도 뒤집지 못한다. 따라서 나는 이 명제를 그토록 찾아 헤매던 철학의 제일 원리로서 주저 없이 수용하겠다.

10장 스피노자

736페이지

우리에게 죄로 보이는 행동의 악한 면은 전체의 일부로 생각될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737-738페이지

<인간의 구속 또는 감정의 위력에 대하여>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외부 원인에 의해 규정되는 정도에 비례하여 구속되며, 스스로 규정한 정도에 비례하여 자유롭다.

739페이지
인간이 작용인으로 영향을 미쳐 일어난 모든 일은 필연적으로 선하기 대문에, 외부 원인을 통해 일어난 경우를 제외하면 인간에게 악이란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주 전체의 측면에서 악이란 결코 생기지 않는데, 우주 전체는 외부 원인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745페이지
스피노자가 보기에 모든 죄는 무지에서 비롯되므로, 그는 저들이 한 일을 모르기 대문에 저들을 용서하리라. 그러나 그는 당신이 죄의 원천으로 보이는 제한된 시야에서 벗어나라고, 아무리 큰 불행이 닥쳐도 슬픔의 세계에 갇혀 지내지 말라고 권고했으리라. 그러니까 그는 불행의 원인을 밝히고 불행한 사건을 전체 자연 질서의 일부로 보도록 당신을 이해시켰을 것이다.

25장 니체

969페이지

니체의 여성관은 여느 남성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여자들에 대한 자신의 감정, 훤히 드러나는 두려움의 감정을 객관화한 결과이다. 채찍을 잊지 말라. 그러나 여자들 가운에 십중팔구는 그에게서 채찍을 빼앗을 것이며, 니체도 그런 사실을 알았기에 여자들을 멀리하며 상처받은 허영심을 고약한 말로 달랬다.

13장 로크의 인식론

779-780페이지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포기하고 우리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완고한 고집불통에 괴팍한 별종이라고 곧바로 몰아붙여서도 안 된다. 우리도 그들이 말한 의견을 포용하지 않아서 그들 못지않게 완고한 고집쟁이가 될 개연성이 높은 경우, 상대에게 우리의 의견을 강요하는 셈이다. 참된 모든 주장의 진리, 잘못된 모든 주장의 허위에 대해 논란의 여지없는 증거를 전부 가진 사람,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모두 철저하게 검토했다고 말해도 좋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대단히 취약한 근거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덧없는 행동과 무분별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안다기보다는 믿을 수밖에 없는 삶의 모습을 감안한다면, 남의 자유를 빼앗고 의견을 강요하지 말고 부지런히 자신을 알고 분별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사람이 더 나은 교육을 받으면 남에게 자기 의견을 덜 강요할 것이라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30장 존 듀이

1028페이지

듀이의 철학은 니체의 철학처럼 개인의 힘을 강조한 철학은 아니지만 힘의 철학으로서 공동체의 힘을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여전히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한계보다는 자연의 힘을 통제하는 인간의 지배력에 더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들에게, 도구주의 철학을 미력적으로 보이게 만든 요인도 바로 사회적 힘이다.

1029페이지
이 모든 점에서 나는 심상치 않은 위험, 우주에 대한 불경으로 불릴지도 모를 위험을 느낀다. .대체로 인간의 조종을 받지 않는 사실들에 의존하는 진리개념을 여태가지 철학에 필요한 요소인 겸손을 가르쳤던 방식들 가운에 하나이다. 이러한 자긍심에 대한 견제가 사라지면, 다음 단계는 일종의 광기에 도취되는 길로 접어들고 만다. 이러한 광기는 피히테와 더불어 철학 속으로 침투한 후로 철학자이든 아니든 현대인들이 쉽게 빠져드는 힘의 도취이다. 나는 이러한 도취가 우리 시대에 가장 커다란 위험 요소이며, 의도하지 않더라도 힘의 도취에 일조하는 철학은 모두 끔직한 사회 재앙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확신한다.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솔직히 한 권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운 방대한 주제를 한꺼번에 구겨 넣은 느낌의 책이다.

전체적인 흐름은 고대철학, 가톨릭 철학, 근현대철학의 시대순으로 하였으며,

고대철학은 소크라테스이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3단계로 나뉜다.

가톨릭 철학은 교부철학, 스콜라철학의 2단계로 나누고, 근현대철학은 르네상스에서 흄까지, 루소에서 현대까지로 크게 2단계로 나누어 기술한다.

주로 시간적인 흐름을 따랐지만, 경우에 따라서 의미를 가지는 사건순서대로 배열하기도 하였다.

철학은 그 시대의 사회상의 반영이라는 사실에 따라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기술하고 철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할 때도 그 사람의 생애를 간단하게 소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저자의 명료하고 의미 있는 해설이 겸비되었다 하더라고 백과사전식 나열의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서양철학이나 서양역사에 일천한 일반 독자의 경우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역사적 사실의 함의를 파악하고 그 시대의 도시와 사건과 인물들의 연관관계를 기억해서 의미를 이해하기란 솔직히 어려운 일처럼 여겨졌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서양의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정리하는 의미에서 한번 죽 읽어보기엔 괜찮은 책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마 서양에서 발간 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거기에 러셀의 유머와 재치도 읽는 재미를 더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같은 반향을 얻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에 서양철학을 소개하기 위해서라면 top-down 식으로 계보를 소개한 다음, 철학자들 마다의 핵심사상을 소개하며 그 배경이 되는 사회상등은 주석으로 처리하면 좋겠다.

그리고 고대/중세//현대의 각 장이 끝나는 지점에 정리도표를 하나씩 넣어서 한번씩 되새기고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것 또한 의미있을 것이다.

또한 각 철학자들에 대한 평가는 대중들의 일반적 평가와 저자의 고유한 평가를 비교하여 나열함으로써 독자들이 여러 평가를 객관적으로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가 이는 것은 저자인 버트런트 러셀에 관한 것이었다.

'진공 속에 있는 듯 고립된 철학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을 통합하는 의미로의 철학'이라는 그의 관점, 그리고 인간의 상식과 판단에 대한 믿음과 애정, 권위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 등이 책을 읽는 내내 좋았다.

그는 어떠한 사람이었기에 이러한 관점으로 철학을 바라보게 되었을까? 그가 생각하는 수학과 분석철학은 어떠한 것일까? 이 책에서 그는 소개하는 철학자들에 대해 그들 자신의 철학적 신념과는 따로 놀던 인간적 면모를 많이 소개해 주었다. 그들의 생활상이 철학에 끼친 영향을 파악하는 효과도 있긴 하지만 책을 읽는 재미와 함께 저자는 과연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욱 더 커졌다. 그는 어떤 생활인이었을까?

그에게는 평생 동안 공부하고 몇 년간 강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저술한 책이었고 나는 불과 일주일의 시간 만에 한 번 읽어내는 것도 버거웠던 독자였지만, 나의 섣부른 서양 철학에 대한 관점을 한번 돌이켜 보게 한 좋은 기회였다.
짧은 시간 너무 많은 사람들의 어려운 내용을 읽어내느라 모두 이해하진 못했지만, 시간이 나면 한 장씩 다시 가슴에 의미를 새기며 읽고 싶다.

IP *.64.14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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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마음
2010.02.22 12:25:03 *.53.82.120
그러게요..
저도 좀 컷다는 자신이 붙으면  다시 도전해보려구요.. ^^
그나저나 emotic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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