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이익상
  • 조회 수 212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5년 3월 19일 10시 13분 등록
Million Dollar Baby
Directed by Clint Eastwood
Clint Eastwood .... Frankie Dunn
Hilary Swank .... Maggie Fitzgerald
Morgan Freeman .... Eddie Scrap-Iron Dupris

들어가는 말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감상문까지 써보기는 처음이다.
더군다나 대화 내용을 인용해서 A4 1장을 채우라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생겼다. 솔직히 영화보는 내내 약간의 생소함, 불편함 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영화와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과제를 위해서 영화보다말고 대화내용을 기록하는 등의 실례는 범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과제가 정해진 이후로는 영화와 관련한 어떠한 비평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그렇게 긴장하면서 영화를 보았는데도 영화에 대한 감동이 전혀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것이고 감상문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개인사를 작성할 때처럼 뭔가를 처음 하는데서 오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과제물이 아닌 이상 편하게 영화를 보는 편이 더 즐거운 것 같다.

I. 기억나는 대화 또는 장면
* 정확한 대화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 장면설명으로 대체한다.

■ 주인공인 매기가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보스에게 다가가 자기를 최고의 선수로 키워달라고 하는 장면.
그녀를 최고로 키워줄 스승을 그녀 스스로가 선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최소한 그 정도의 용기가 있었고 스텝도 제대로 밟지 못하던 생초보 그녀였지만 나름대로의 근거에 의해 판단을 했던 것이다. 난 그 용기를 높이 사고 싶다. 나 또한 지금까지 내가 믿고 나 자신을 맡길 만한 스승을 찾아 헤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 비교해봤을 때 나는 그럴 만한 용기도, 적극적으로 스승을 찾아 나섰던 기억도 없다.

■ 자기들 눈에만 보이는 꿈 때문에 힘든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권투선수들....
스크랩의 나레이션으로 나온 말. 힘든 권투선수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의 근원이 각자가 가진 꿈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자신들의 가슴 속에 간직한 소중한 꿈.

■ "권투를 너무 사랑하걸랑요"
보스가 매기에게 나이 때문에 권투하는 것이 어렵겠다는 말을 하자 매기가 한 말.
또 이런 이야기를 한다. "권투밖에 모르는 31살의 내가 나이 때문에 불가능하다면 내겐 남는 게 없어요" 매기가 느꼈을 순간적이지만 깊은 절망감이 가슴을 친다.

■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서 로드런으로 체력을 단련하던 장면
힘든 식당일에다 도장에서의 권투연습으로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그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모습. 이런 영화에서는 흔히 나올법한 장면이지만 그와 비슷한 싸움을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선 정말 가슴 뭉클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 내 귀에서 관중들의 환호소리가 사라지기를 원하지 않아요
부상으로 병원에 누운 매기가 보스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면서 한 말이다. 비록 타이틀전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자기가 좋아하는 권투를 할 수 있었고, 열심히 연습하고 시합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그 최고의 순간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싶은 매기의 간절한 소망을 느낄 수 있다.

■ 그녀는 행복했다.
스크랩이 병원으로 향하는 보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녀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고 스크랩은 그녀를 알아보았으며, 보스는 그녀를 최고로 키웠다. 그들의 도움으로 매기는, 자기가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당연히 잘 할 수 밖에 없었던 권투를 통해 그녀는 더 이상 바랄게 없을만큼 성공했고 그래서 행복했다.

■ 모쿠슈라 Mo Chuisle!
나의 사랑, 나의 혈육
결국 보스는 매기에게서 자신의 딸을 보게 된다.


2. 영화에 대한 소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은 거의 기억에 없지만 더티 해리 시리즈를 비롯해서 그가 주연 또는 감독한 영화들은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같은 헐리웃 출신 배우나 감독들과는 뭔가 다른 신선한 면이 느껴지는데 아직까지도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다만 그의 영화는 요란하지 않다는 것과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섬세한 움직임을 그리려 했다고 느껴진다. 나중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만 찾아서 보게되는 부지런을 떤 적도 있었다.

내가 영화를 볼 때 늘 눈여겨 보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영화의 첫 장면이다. 영화의 첫 장면을 과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영화의 첫 장면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물론 첫 장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영화 혹은 감독도 있을 수 있겠으나 어쨌든 난 첫 장면을 찍을 때 무지 고민할 것 같다. 영화는 빅 윌리의 시합을 코칭하는 보스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미소 짓는 매기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영화 전반에 대한 느낌
완급 조절이 잘 된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초반에 매기가 보스를 찾아가 처음 만나던 장면부터 제자로 받아들여져 키워지는 과정, 보스의 지도로 이어지는 시합에서 승승장구하기 까지의 과정은 약간의 과장과 코믹스러움을 동반하면서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는 듯 하다가 매기에게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한 이후부터는 약간 속도를 늦추어서 진행된다. 하지만 그 치명적인 사건은 그간 수차례 보아왔던 영화 예고편에서도 전혀 암시를 받지 못했던 것이었는데 이후에도 나는 그 사실을 마음으로, 머리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오히려 태연해 하는 매기의 태도로 인해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느낌이 당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일이든 자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은 그것이 기쁜 일이건 슬픈 일이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사람한테는 현실일 수 밖에 없으니까... 이것이 영화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는 요인이 되었다.

배우들에 대한 느낌
힐러리 스웽크와 모건 프리먼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영화다. 역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매기역을 맡은 힐러리 스웽크이다. 그녀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 역할을 정말 소름끼치게 잘 연기한 기억이 있어서 늘 그녀의 행보에 관심이 있었다. 이번 영화 출연까지 보면서 그녀에 대한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헐리웃의 주연 여배우에 대한 외모적 고정관념에 대항하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맡는 역할을 찾아 그 캐릭터에 완전히 자신을 몰입시킬 줄 아는 배우라는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권투를 향한 열정에 가득찬 천진한 미소로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다가도(결국 그 열정 때문에 미소짓는 아름다운 장면에서도 눈물을 흘렸지만...) 이기적인 가족들에 의해 그녀의 선의가 무시당하고 결국 그 가족들을 마음에서 영원히 지워버린 후 보스의 손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기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감정을 잘 연기하고 있다.

조연을 맡은 모건 프리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의 그의 역할을 보았을 때 쇼생크 탈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헐리웃 배우 중에 꽤나 성공한 축에 속하는 그도 정작 흑인들 사이에서는 좋지 않은 평도 듣는다고 한다. 그가 자신만의 색깔이 없는 백인 주인공의 들러리 배우라는 것인데, 현지에서 같은 흑인에 의한 그런 평도 일리는 있겠지만 어쨌든 영화 내용면에서 보면 그는 그에게 주어진 역할을 탁월한 연기력으로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훌륭한 배우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특히 그와 보스가 마지막으로 나누는 도중 자신이 매기에게 기회를 주었다고 한 부분은 그의 영화에서의 역할까지 잘 설명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음악에 대한 느낌
이번에도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오리지날 음악을 맡았다. 그가 많은 영화에서 직접 음악을 맡아서 자신의 감성을 충분히 표현하려고 했다는 점이 높이 살만하다. 특히 영화 초반부의 빠른 전개와 후반부의 느린 전개를 음악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다.

3. 내가 감독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한 때 영화감독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그 때는 홍콩영화의 전성기였는데 액션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쏟아져 나오는 홍콩 액션영화를 보면서 저 장면에서는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저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나름대로의 설정을 가미해 보면서 영화 구상을 했던 것 같다.

이 영화 밀리언달러베이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답게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맛깔스런 대사 하나 하나에 자신의 이야기를 잘 담고 있고 적절한 완급 조절로 관객들의 감정까지 자연스럽게 조절하고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직접 스승을 찾아가 최고가 되기를 원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홍콩의 무협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나라면 그렇게 자기 발로 찾아간 고행의 길을 좀 더 세밀하게 표현했을 것이다. 권투 선수로서의 구체적인 연습 장면을 좀 더 추가하여 그러한 연습의 과정이 비단 권투 뿐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임을 관객들로 하여금 느낄 수 있게 했을 것이다. 실제 우리는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견디며 결국에는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광경을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동시에 엄청난 용기와 희망을 가슴에 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라면 늘 얼은 물병을 들여다 보는 데인저의 역할을 좀 더 분명히 했을 것이다. 웃음은 진지한 영화에서 극의 긴장감을 낮추고 장면의 전환을 매끄럽게 하는 등의 중요한 소재임에는 틀림없으나 데인저의 역할은 그 경계가 모호한 느낌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나타나 한 말인 "시합에서는 질 수도 있다..."는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그런 대사를 하는 데인저의 정신적인 성숙도와 물병을 들여다 보는 데인저의 현실성에 괴리감이 느껴져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IP *.218.221.11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9 너에게... 김세화 2005.03.28 2208
358 주간칼럼1-2005 로드맵:연구원,쓰기,매일 [4] 박노진 2005.03.26 1612
357 연금술 유관웅 2005.03.23 1643
356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권유하는 구선생님께 감사드리며 [6] 섬옥 2005.03.19 2582
355 밀리언 달러 베이비 -비극적 정신 [2] 손수일 2005.03.19 2816
354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 박노진 2005.03.19 2444
» 영화 밀리언달러베이비 이익상 2005.03.19 2125
352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선이 2005.03.19 2139
351 밀리언달러 베이비 감상문 [1] 오세나 2005.03.18 3562
350 치유를 낳는 관계의 힘 -밀리언달러를 보고- [1] 문요한 2005.03.18 1961
349 밀리언달러 베이비 소감 [1] 신재동 2005.03.18 1849
348 [영화] 밀리언 $$$ 베이비 [1] 강미영 2005.03.17 1946
347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2004) [1] 홍승완 2005.03.17 9580
346 밀리언 달러 베이비 영화 감상기 [1] 오병곤 2005.03.17 2489
345 나무=사랑 이고 숲은 하느님입니다. [5] 숲의기원 2005.03.17 1681
344 琢玉 [1] 김미영 2005.03.04 1977
343 성장 가능성 100% 직업은? [5] 직업의기원 2005.03.01 2169
342 -->[re]성장 가능성 100% 직업은 출처와 자세한 안내입니다. [1] 기라성님의펜 2005.03.04 1718
341 고슴도치의 사랑. [1] 달님 2005.02.26 2422
340 하동에 피어난 사랑이야기Re7 [1] 사랑의기원 2005.02.22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