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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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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3일 12시 35분 등록
오늘날 사랑은 날씨와 비슷해졌다. 모든 사람이 그에 대해 말을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사랑의 시작은 생각이 아니다.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감정은 사랑을 전달해준다. 그것은 사람들이 주고 받는 모든 신호를 운반해 주는 도구이다. 인간이 깊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런데, 인간은 감정을 지배할 수 없다. 어떤 것을 원하도록, 어떤 사람을 사랑하도록, 실망스런 일에도 만족하도록, 심지어는 행복한 순간에 행복하도록 자신의 의지대로 작동시킬 수 없다. 감정은 명령을 받아 들이지 않는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똑같은 감성적 세계에 거주하지 않기에, 어떤 이의 눈에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여자에게는 그녀를 소유하고 그녀의 창의성을 질식시키는 남자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반면, 다른 여자에게는 어머니처럼 돌봐줄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가 매력적으로 보이고, 또 다른 여자에게는 플레이보이가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자신이 애착을 느끼는 대상이 아니면 소용이 없다. ‘눈에 콩깍지가 씌는’ 것이다.

요즘 시대는 열정적인 연애 감정을 지나치게 찬양하는 감이 없지 않다. 끊임없이 전기가 통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은연중 전달되는 메시지다. 대중매체 혹은 할리우드 영화들은, 친밀감의 최고 상태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이끌린 두 사람이 침대에서 정열적인 섹스를 나누는 순간에 달성되는 것으로 묘사한다. 매 순간 두근거리는 정열의 극치를 향해 나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연구 조사결과에 의하면 아무리 열정적인 뜨거운 사랑이라도 대략 26-8개월을 넘지 못하고 끝나게 된다고 한다. 그 이상 지속되면 심장이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연애는 단지 하나의 감정을 성립시키는데 필요한 인지 기간을 요구할 뿐이며, 사랑하는 이의 정신과 마음을 상세히 들여다 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랑은 낯선 정신을 오랜 시간 자세히 감지함으로써 파생한다. 진정한 관계는 최초의 연애 감정이 시들 때 비로소 꽃피울 수 있는 것이다.

관계는 시간에 의존한다. 타인과 정서적 리듬을 동화시키고 유지하는 데는 오랜 세월을 견실하게 투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떤 부부들이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사랑할 만큼 서로의 존재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남녀는 하나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그 하나를 향상시키는 것은 둘 모두에게 이익을 주고, 그것을 축소시키는 것은 둘 모두의 삶을 약화시킨다. 사랑은 단지 주고받는 것이다. 각자가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배려하는 동시적인 주고 받음 속에서 두 사람은 함께 발전한다. 그 곳에 도달한 사람들은 깊은 애착으로부터 발생하는 강력한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온전함과 집중력, 활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우리는, 우리가 누구를 사랑하는가에 의해 어느 정도 좌우되는 것이다.


며칠 전, 학원에서 한 학생이 남자하고 여자하고 어떻게 하면 연인 사이가 될 수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오토란 열 살짜리 남자애, 작은나무 상자에 마무리 니스 칠을 하고 있을 때였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나오토가 알면 가르쳐줄래?"
나오토는 나를 올려다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이였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페로몬 이죠." 라고 말했다.
"남자나 여자나 이때다 싶을 때, 상대방에게 페로몬을 바바바방 뿜어내서, 그래서 연인이 되는 거래요."
바바바방.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정말이에요. 우리 아버지가 그랬어요." - 『낙하하는 저녁』 중에서.







< 사랑 - 권옥연/1970/104x117.5/oil on canvas/Leeum 소장 >

IP *.23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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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5.06.04 19:31:27 *.209.213.31
'바바바방' 재밌군요.
권옥연 화백의 그림, 처음 접합니다. 리움엔 개관 초기에 가보았는데 그땐 스쳤나봅니다. PDA로 작품 해설이 되다보니 기계의 속도에 밀리는둣싶었습니다. 농경문화 세대는 그냥 더듬더듬 읽어보는 게 더 능률적인 감상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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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일
2005.06.04 22:56:38 *.235.2.57
저도 리움에 가서 처음 보았습니다. 리움은 가 볼만한 곳이더군요.
PDA, 저는 거절하고 그냥 더듬더듬 읽으며 관람했습니다. 다음에는 휴대하고서 해설 들으며 둘러볼까 합니다.
농경문화세대..한희주님도 오만년전 세대이신가 보군요. 반가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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