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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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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7일 14시 05분 등록
사이버 문화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현대인에게 글쓰기는 거의 일상사가 되어 가는 듯 하다. 아는 사람에게 전하는 간단한 인사에서부터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글에 이르기까지 글쓰기의 범위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앞으로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향후 몇년 간은 인터넷 상에서 글을 쓰는 것이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화 되어갈 것이다.

문제는 어떤 글을 쓸까 하는 점이다. 인터넷을 아예 이용하지 않거나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애초에 문제를 제기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이버 상에서는 나를 표현하지 않으면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준 것이 미니홈피나 블로그 같은 이른바 개인미디어이다. 가입과 간단한 등록 절차만 거치면 사이버 상에 나의 공간을 만들 수 있고 그 안에 나의 얘기를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공간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문제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사이버상에서 새로운 관계를 찾아 나서고 서로 각자의 공간에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자신의 공간을 채운다. 좋게 보면 상부상조다. '썰렁한 미디어'가 되지 않기 위해 서로 상대방의 홈피나 블로그를 방문하여 글을 남겨 주고 그 대가로 상대방은 나의 공간으로 찾아와 글을 남겨 준다. 이따금씩은 노골적으로 상대방에게 글을 남겨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한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이미지나 영상물을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찾아가봐야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일일이 인사하기가 힘들기에 인터넷 상에 도는 괜찮은 인사말을 찾아서 복사한 후에 줄줄이 방문하여 갖다 붙인다. 방문을 하면 할수록 할 말이 적어지고 의례적인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그에 대한 답글도 의례적일 수밖에 없다.
이쯤 됐을 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나는 왜 미니홈피(또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에 이토록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일까?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담은 미니홈피나 블로그가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말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과의 관계맺기 수준으로 사용되거나 인기 있는 글, 영상등을 '펌'하는 스크랩 공간의 용도로 사용되기 일쑤다. 그러한 내용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나를 발견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제시되는 조언 중 자신의 일상을 담으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대부분 자신의 공간에 방문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행동에 치중한다. 그날의 방문자가 몇명인지 내가 써놓은 글에 답글이나 댓글이 달려 있는지 아니면 몇명이나 그 글을 읽었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다 보니 타인을 의식한 글을 쓰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나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사소한 얘기, 그래서 남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얘기를 담으라고 한다. 그것이 몇년간 계속 쌓여가고 후에 그 기록물을 살펴보면 현재의 자신 모습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 왔는지를 한눈에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남들에게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에게는 매우 소장가치가 높은 기록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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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일
2005.06.08 10:36:15 *.235.2.57
예전에 비해 요즘이 더 글쓰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듯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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