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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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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6일 02시 03분 등록
“믿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믿는다.”

아틀란타 올림픽을 앞 두고 프랑스 전지훈련은 2달간 계속됐다.
우리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펜싱학교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스웨덴 에테보리
그리고 파리의 시합을 다녔다.

한 게임이라도 더 출전하기 위해 우리는 경비를 아껴야 했다.
렌트한 봉고로 10시간.. 때로는 비좁은 야간 열차의 침대 칸에서
20시간을 보내며 시합을 다녔다.

단체전을 목표로 하는 나는 팀에 왼손잡이를 보강해야만 했다.
20살, 한 참 좋은 나이의 녀석 우리 팀의 막내다.
왼손잡이, 그리고 일반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난 변칙적인 펜싱이
잘 다져져 있는 기본기 위에 있었다.

추천 가능한 16강의 선수들 중 맨 마지막인 이 선수를
나는 본능처럼 지목 했다.

팀들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그 알력들 사이에서,
또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자력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추천으로 들어왔다는 생각으로 녀석은 불안하고 기가 죽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전지훈련을 준비하던 기간에 그에게 한 말은 딱 한 마디였다.
“연습을 하고 싶으면 하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다녀와도 좋다.
너의 훈련은 휴식과 함께 지나온 훈련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여
기에서 너는 자유다. “

세계청소년 대회는 부활절 기간에 열린다.
우리는 전지훈련을 마치고 녀석을 남겨 두고 와야 했다.
훈련기간 마지막 일요일에 나는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
미술이나 예술에 대단한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 속에
남아있는 위대한 흔적들을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수없이 많은 작품들.. 창조와 완벽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동시에 들먹일 수 있는 그런 작품들....
나는 그 중에 지중해의 피에타 섬에서 가져다 놓은
승리의 여신상을 좋아 한다

.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오른 쪽에 조명을 받으며 천사의 날개를
펼치고 선 목 위의 얼굴 없는 그 여신상...
벌써 여러 번 나는 그 앞에 서 서 묘한 대화를 나누곤 했다.
‘멋지시군요...’
‘고마워요!’
‘ 뵙게 되면 전 힘이 나요! ’
‘그렇군요~’
‘전쟁을 할 겁니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

숙소로 돌아와 엽서를 그 녀석 앞에 보여주며 말했다.
“보라, 여신이 너를 향해 미소 짓고 있지 않는가? ”
“ ... ”
“ 옛날부터 승리의 여신의 미소를 보는 자는 전쟁에
나아가면 승리한다고 했다. ”
“ .... ”
“ 얼굴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가? 하하하
여신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모습은 조각가의 상상일 뿐이다. 나는 네가 여신의 미소를
그 목 위에 채워
완성시키기를 원한다. “
녀석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 우리가 귀국하여 훈련하고 있을 때 나는 연락을 받았다.
세계 청소년대회 여자 개인 에뻬에서 우승을 했다고 ...

누군가 내게 물었다.
“ 선생님은 알고 계셨죠.. ? ”
“ 내가 그 말을 해서 그가 우승했을까? 우승을 할 때가 된 그에게
내가 그 말을 했을까?”
“.... ”
“ 하하하 장자가 그랬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
“..."
" 이 놈! 쓸데없는 생각 말고 훈련이나 열심히 해라 ! “

오늘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 그것은 미래의 꿈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훈련과도 같은 것이다. 나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려는 어설픈 분석은 하지 않는다. 엉터리 점꽤를 자기 꾀임에 빠지는 점쟁이 같은 구복신앙 같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선택하고 결정할 뿐이다. 그래서 그 미래는 나의 것이고 나의 믿음이다. 그리고 나는 그 믿음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당신 말이 맞지만 요즈음 누가 그렇게 합니까? ’ 라고 말할 때도 나는 속으로 그런다.
‘ 그래도 지구는 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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