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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28일 16시 39분 등록
<변화학 칼럼 22>

Whole & hole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구멍 있는 전체! 흠 있는 완전!
whole & hole. 두 단어는 모두 [hꐆul]로 발음되는 동음어이다. 음은 같지만 whole이 ‘전체와 완전’이라는 의미라면 hole은 ‘구멍(틈)과 결점(흠)’의 의미로 대별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정반대의 뜻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두 단어를 곰곰이 떠올리다 보면 무언가 이들을 연결짓는 끈이 보인다. 좀 더 자세하게 이 단어들을 나누어보자. whole이라는 단어는 'w+hole'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w’는 ‘with'를 의미할까? 아니면 ‘without'를 의미할까?

네 안에 구멍을 뚫어라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것을 변화라고 한다면 그것은 단연코 외부와의 능동적 소통을 말한다. 그렇기에 변화의 첫걸음은 자아(ego)에 구멍(hole)을 뚫는 것이다. 뚫린 구멍으로 거품이 빠져 나오고 빈 공간이 만들어질 때야 비로소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 그 구멍 속으로 외부의 기운들이 드나들고 나의 기운과 섞여 순환성을 획득하는 것! 그것을 변화라 할 수 있다. 입과 항문, 숨구멍, 그리고 땀구멍까지 우리 몸은 구멍투성이다. 그 구멍이 없다면 우리가 과연 몇 초라도 생존할 수 있을까? 그럼 나의 마음속에는 외부와 교통하는 구멍이 나 있을까? 그 구멍은 소통의 창구인가, 장신구(裝身口)인가? 있는 구멍에 마개를 꽂아둔 것은 아닐까?

순환과 탄생의 바탕, 공간과 사이!
전체는 개체의 합(合)이지만 그 개체와 개체 사이에는 언제나 공간(사이,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은 개펄이 그러하듯 공허가 아닌 생산의 장(場)이다. 사랑은 개체 안에 머물지 않고 개체들의 사이에(between) 존재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이 여백과 거리를 잘 견디지 못한다. 비어있고 떨어져 있다는 것을 무언가 빈한하고 불완전한 것으로 여긴다. 어떤 이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채워 넣고 밀착하기에 급급하다. 일단 채워 넣고 보면 여백이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일단 껴안고 있으면 멀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오랜 잡동사니까지 꽉 들어찬 공간에서 자유로운 행보는 있을 수 없다. 껴안고서는 주고받음이 힘들다. 결국 어느 순간 순환은 멈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도 빈 공간을 찾기 힘들다. 시간성을 상실한 온갖 사념과 욕망들이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다. 구멍 없는 마음속에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폭발의 순간만을 기다리며 끓어오르고 있다. 주전자가 아닌 잠긴 압력밥솥에서 물이 끓고 있는 형국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빨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흔히 미끈거릴수록 저항이 없고 표면이 울퉁불퉁 할수록 저항이 커질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다. 골프공의 표면은 매끈하지 않고 수많은 작은 홈(딤플)들이 나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딤플 때문에 공기저항이 줄어들고 비거리가 늘어난다. 게다가 좌우로 공이 튀는 것을 방지하여 똑바로 날아갈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골프공의 원리는 다른 종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테니스공의 까칠까칠한 보푸라기가 달린 이유도 같은 원리이다. 그래서 정구공보다 멀리 날아간다. 야구공은 솔기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변화구가 생겨난다. 어디 스포츠에만 그럴까? 상어의 지느러미는 미끄럽지 않다. 그 표면에는 리블렛(riblet)이라고 하는 미세돌기가 수 없이 돋아 있어 물결로 인한 소용돌이를 감소시켜 속도를 빠르게 한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3M이라는 회사는 비행기 동체에 부착할 수 있는 리블렛 필름을 개발하여 연료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내 마음의 딤플
우리의 마음에는 누구나 가려지지 않고 잘 지워지지 않는 주름과 자국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드러내서는 안 될 ‘흉’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위에 무언가를 자꾸 덮어놓으려 하고 다리미로 자꾸 펴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식의 방어는 늘 부자연스러움을 낳거나 상처를 곪게 하고 자국을 크게 만든다. 차라리 안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잘 아문 상처는 굳은살이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어느 순간, 그 상처가 삶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고 속도를 높여주는 삶의 딤플(보조개)이 된다.

완전(完全)하다는 것은 흠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흠을 딤플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넘어져서도 가야할 곳을 응시하고 그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나서 달리는 것이다. 한번의 넘어짐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완전함이 아닌 무모함이며 변화의 가장 큰 적이다. 완전함이란 그런 의미에서 명사가 아닌 진행형인 동사이다. 침묵이 결핍의 갈증으로 이어지지 않고 사이와 여백이 부재의 허전함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 우리는 전체이자 완전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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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써 놓고 며칠째 올리지 못했습니다. 글을 썼지만 막상 제 마음속에 구멍과 여백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입니다. 아직 딤플이 되지 못한 흠으로 인해 자연스럽지가 않아서였습니다. 이래저래 이런 글을 올린다는 것은 참 어설퍼 보입니다. 그때그때 인사드리지 못했지만 좋게 보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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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2005.09.29 10:37:24 *.110.0.5
위안이 됩니다
어제도 넘어지고 깨지고....난 왜 이렇게 잘 넘어지나!!하는 자괴감(?)이 있었는데,,,,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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