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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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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28일 17시 13분 등록
한국인은 관계지향적이라고 한다. '나'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을 훨씬 숭고히 여긴다. 일상을 살펴보면 아무래도 가족주의에 기반한 집단주의적 문화가 눈에 많이 보인다.
그와 관련이 있는 얘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에게 친구 또는 지인이 많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하나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관련된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찾아올 하객수에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집착하는 것도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시선을 의식해서인 듯 하다. 아무래도 하객이 많을수록 그 사람을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뜬금 없는 얘기인지 모르지만 나는 말이 별로 없다. 나를 만나본 사람들에 의하면 흔히 내성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도 유난히 말이 없다고 한다. 좀 웃긴 얘기지만, 말 없는 것과 먹성이 좋은 것 때문에 친구들과 만나면 자주 핀잔을 듣는다. 먹지만 말고 얘기좀 하라고. 으레 자리를 함께 하면 술잔이 오가게 마련이고 술이 들어 가다보면 아무래도 말들이 많아진다. 다른 사람이 말을 많이 하면 나는 그나마 하던 말도 안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입이 심심해 지고 결국 손이 음식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에도 별다른 말이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어느 덧 그런 친구들과 만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오랜 시간 만나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라도 든 건지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정예멤버가 되어 버렸다. 거의 얘기도 않고 얼굴만 쳐다보다 가는 경우가 많음에도 행여 모임에 한번 빠질라 치면 엄청난 항의에 시달린다. 그런 친구들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재미 있다. 한 때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지 고민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그래도 그럭저럭 사람들과 무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말이다(자기 자랑하는 것 같아 글이 이어지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 금방 친해지지는 못하지만, 오래 만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를 열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친밀도가 서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들을 주로 가까이 했던 것 같다.
두루 사람을 잘 사귀는 편이 아니다 보니 나와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분별해 내는 데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고 대인관계의 폭이 좁아지더라도 그런 사람들만 선별해 만나는 것이 나에게는 유리해 보였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내게는 그 화려함보다는 마음의 안정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을 만나야 내가 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보였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야 그러한 관계가 매우 돈독한 관계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관계를 즐긴다. 그 관계는 내게 무척이나 편안한 안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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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10.01 19:16:52 *.51.76.180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 어제 모임 이후에 이 말이 무슨 말인지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축하해~잘 어울려~
결혼식장 하객수에 4명 예약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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