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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3일 16시 08분 등록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내 홈페이지를 다시 디자인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산만하고 세련되지 못하고 디자인이 신통찮고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내가 봐도 그렇습니다. 그가 설명하는 동안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 바꿔 볼까 ? 이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내가 홈페이지를 왜 만들었으며,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했나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내가 늘 다른 사람에게 했던 말 Back to basic ! 그래서 홈페이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지요.

나는 내 홈페이지의 첫 페이지에 이런 말들을 써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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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간이역 같은 곳이다. 자기라는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되돌아오는 곳이다. 때로는 상처를 안고 돌아오고, 때로는 삶의 한 순간을 특별함으로 채우고 싶은 호기심 가득함으로 찾아든다.

이곳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다. 쉬고 싶은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곳이다. 그러니까 폼새가 아늑한 주막 같은 곳이다. 홀로 와 구석자리에서 눈물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때로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빛나는 수다를 떠는 곳이기도 하다. 때때로 울어 털어 놓고, 때때로 다시 삶의 흥분과 육체의 기쁨으로 들떠 쪽문을 열고 나서는 곳이다.

나는 그저 삶이 진득하게 지나가는 공간 하나를 만들고 싶다. 그리하여 이 세상이 좋은 곳이며, 살만한 곳이며, 그래서 나도 잘 살아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곳이며, 내 삶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또 하나의 촛불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를 바란다.

나는 간이역 주변의 풍광 좋은 곳 그윽한 주막집 주인이다. 혹은 바다, 구름, 바람이 지나는 것을 창문을 열고 바라 볼 수 있는 수평선 아득한 까페의 손님같은 주인이다.

******

이 생각을 하며 다시 내 홈페이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간이역 주막처럼 깊고 아늑한 구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연륜이 쌓여 정겹고 햇빛 깊숙한 하얀집 까페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집 모양을 좀 바꾸고 인테리어 손을 보긴 해야겠군요. 그러나 서두루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고 본질에 잘 어울리는 형식의 윤곽이 잡힐 때 까지 잘 생각해 결정하도록 하려 합니다.

아침에 차를 타고 가다 이브 몽땅의 '고엽'을 들었습니다. 가을이 단풍처럼 오고 있습니다.

IP *.229.1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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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0.13 16:53:41 *.118.67.206
사부님이 올린 글을 첫 번째로 읽는 느낌, 그냥 행복합니다.
오늘은 이런 행운도 있군요.
이런 날 번개하면 내가 다 T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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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10.13 18:08:33 *.190.84.222
온라인상에서
여유와 여백이 있어서 좋습니다.

가끔 자신이 없거나 삶을 돌아볼때면...
이곳에와서 고민을 틀어놓기도하고,
누군가의 아픔에 함께 동감하기도하며,
누군가의 행복에 박수를 보내며
삶에대한 열정을 회복합니다.

간이역, 초가집, 리플레쉬, 자연, 박이 달려있는초가집, 된장간장항아리, 고구마감자가 담겨진 가마니, 불피워진화로, 토담집, 농주, 청주, 머루와다래주 ....
이러한 것들이 연상되는 홈피가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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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2005.10.13 20:50:28 *.220.214.2
선생님의 글에 언제나 감사하는 직장인입니다..
이 제목이 무척 맘에 드는군여

간이역 같은 홈페이지..

자주 들어오진 않지만 가끔씩 들어오면

변화에 대해 어떤곳보다 치열
하게 얘길 하고 있지만, 그러한 것들이 오히려 삶의 자그마한 여유를 주고 다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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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4 00:10:08 *.236.137.221
저에겐 이미 편안한 쉼터같은 곳입니다.
편안한 쉼터임과 동시에 다시한번 내마음을 다잡는 하루 시작의 첫 발걸음 이기도 합니다.
홈페이지 디자인이야 어떻든지간에 상관은 없겠다 싶었는데,
'간이역 주변의 풍광 좋은 곳 그윽한 주막집' 이라 하시니 귀가 솔깃해 지면서 은근히 기대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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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2005.11.04 12:01:44 *.235.69.66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그러나 五餠二魚의 기적이 있는 곳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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