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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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내 홈페이지를 다시 디자인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산만하고 세련되지 못하고 디자인이 신통찮고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내가 봐도 그렇습니다. 그가 설명하는 동안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 바꿔 볼까 ? 이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내가 홈페이지를 왜 만들었으며,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했나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내가 늘 다른 사람에게 했던 말 Back to basic ! 그래서 홈페이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지요.
나는 내 홈페이지의 첫 페이지에 이런 말들을 써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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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간이역 같은 곳이다. 자기라는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되돌아오는 곳이다. 때로는 상처를 안고 돌아오고, 때로는 삶의 한 순간을 특별함으로 채우고 싶은 호기심 가득함으로 찾아든다.
이곳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다. 쉬고 싶은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곳이다. 그러니까 폼새가 아늑한 주막 같은 곳이다. 홀로 와 구석자리에서 눈물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때로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빛나는 수다를 떠는 곳이기도 하다. 때때로 울어 털어 놓고, 때때로 다시 삶의 흥분과 육체의 기쁨으로 들떠 쪽문을 열고 나서는 곳이다.
나는 그저 삶이 진득하게 지나가는 공간 하나를 만들고 싶다. 그리하여 이 세상이 좋은 곳이며, 살만한 곳이며, 그래서 나도 잘 살아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곳이며, 내 삶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또 하나의 촛불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를 바란다.
나는 간이역 주변의 풍광 좋은 곳 그윽한 주막집 주인이다. 혹은 바다, 구름, 바람이 지나는 것을 창문을 열고 바라 볼 수 있는 수평선 아득한 까페의 손님같은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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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을 하며 다시 내 홈페이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간이역 주막처럼 깊고 아늑한 구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연륜이 쌓여 정겹고 햇빛 깊숙한 하얀집 까페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집 모양을 좀 바꾸고 인테리어 손을 보긴 해야겠군요. 그러나 서두루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고 본질에 잘 어울리는 형식의 윤곽이 잡힐 때 까지 잘 생각해 결정하도록 하려 합니다.
아침에 차를 타고 가다 이브 몽땅의 '고엽'을 들었습니다. 가을이 단풍처럼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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